서론
농어목(Perciformes) 고등어과(Scombridae)에 속하는 고등어(Scomber japonicus)는 우리나라, 일본, 중국 및 동부태평양 연안에서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온대성어류로 산란기는 3~7월이며, 산란을 마친 고등어는 가을에 성장을 위해 서해 및 동해에서 섭이활동을 한 뒤, 겨울에 제주와 동중국해 주변 해역으로 남하한다(Collette and Nauen, 1983; Choi, 2003). 또한 고등어는 멸치(Engraulis japonicus), 갈치(Trichiurus lepturus), 살오징어(Todarodes pacificus)와 더불어 우리나라 연근해어업 생산량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종으로, 상업적으로 매우 중요한 수산자원 생물이다(Jung et al., 2013). 우리나라는 고등어 자원관리를 위해 1999년부터 총허용어획량(Total allowable catch, TAC)제도와 2016년부터 포획금지체장(전장 21.0 cm) 및 금어기(4~6월 기간 중 1개월)를 지정하여 실시하고 있다(Kim et al., 2020).
어류의 식성 연구는 생태계 기반 자원 관리 및 평가에 대한 기초자료 중 하나로 구성생물종의 생물다양성과 서식처 환경을 보존하는 동시에 자원을 지속적으로 얻기 위하여 필수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Lee, 2014). 국내에서 수행된 고등어의 식성 연구는 주로 남해와 제주도 주변 해역을 대상으로만 이루어져 왔으며, 서해 고등어의 섭식에 대한 연구는 이루어진 바 없다(Yoon et al., 2008; Seong et al., 2021; Park et al., 2023).
서해는 동중국해를 통해 유입되는 난류성 황해난류와 냉수성 중국연안해류 및 황해저층냉수가 상존하고, 부영양화된 연안수에 노출되어 있어 영양염이 풍부한 해역으로 알려져 있다(Kondo, 1985; Naimie et al., 2001; Seo et al., 2013). 또한 서해에서 고등어의 어장은 추계에 주로 형성되며, 대형선망어업 또한 이 시기에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해역에 비해 CPUE (Catch per unit effort)가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Lee and Kim, 2011). 이와 같이 계절적인 회유를 하는 고등어의 경우, 서식환경에 따라 주 먹이생물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해역별 섭식생태 차이가 있는지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어류는 주변 환경에 의해 생리 상태가 변하기 때문에 물리·화학·생물학적 환경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등어의 생태를 이해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초생태학적 연구의 일환인 섭식생태 연구가 필요하다(Clarke et al., 1981; Berg et al., 1992; Cho et al., 2001).
이번 연구는 가을철 서해에 출현하는 고등어를 대상으로, 1) 주 먹이생물 및 영양단계를 파악하고, 2) 크기군에 따른 위내용물 조성을 알아보며, 이를 통해 해역별 섭식특성 및 먹이망 연구를 위한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향후 생태계 기반 수산자원 관리 및 평가에 뒷받침되고자 한다.
재료 및 방법
이번 연구에 사용된 고등어 시료는 2021년 10~12월, 2022년 9~11월에 서해 172, 182, 191, 192 해구에서 대형선망어업을 통해 어획되었으며,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구입하여 조사하였다(Fig. 1). 구입한 시료는 측정실에서 전장(Total length)과 체중(Body weight)을 각각 0.1 cm와 0.1 g 단위까지 측정하였고, 각 개체의 위를 적출한 뒤 10% 포르말린에 고정한 후 해부현미경을 이용하여 가능한 종(Species) 수준까지 분석하였다. 분석된 먹이생물은 정량분석을 위해 개체수를 계수하였으며, 중량을 0.0001 g 단위까지 측정하였다. 위내용물 분석 결과는 출현빈도(%F), 개체수비(%N), 중량비(%W)로 나타내었으며, 아래의 식을 이용하여 구하였다(Hyslop, 1980).
%F=Ai/N×100
%N=Ni/Ntotal×100
%W=Wi/Wtotal×100
Fig. 1. Sampling areas of Scomber japonicus caught in the Yellow Sea of Korea in Autumn.
여기서, Ai는 위내용물 중 해당 먹이생물이 발견된 고등어의 개체수이고 N은 먹이를 섭식한 고등어의 총 개체수, Ni와 Wi는 해당 먹이생물의 개체수와 중량, Ntotal과 Wtotal은 전체 먹이생물의 개체수와 중량이다.
분석된 먹이생물의 상대중요도지수(Index of relative importance, IRI)는 Pinkas et al. (1971)의 식을 이용하여 구하였으며, 이를 백분율로 환산하여 상대중요도지수비(%IRI)로 나타냈다.
IRI= (%N+%W)×%F
고등어의 생태적 지위를 파악하기 위한 영양단계(Trophic level, TLk)는 Cortés(1999)의 식을 이용하여 구하였다.
TLk=1+ Σni=1|Pj×TLj|
여기서, Pj는 먹이생물 분류군 j가 차지하는 상대중요도지수비이며, TLj는 먹이생물 분류군 j의 영양단계이다. 먹이생물 분류군의 영양단계는 Pauly et al. (1998), Cortés (1999), Ebert and Bizzarro (2007)를 참고하여 평균값으로 사용하였다.
크기군별 위내용물 조성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전장을 기반으로 5개의 크기군(<25.0 cm; n=13, 25.0~30.0 cm; n=60, 30.0~35.0 cm; n=100, 35.0~40.0 cm; n=177, ≥40.0 cm; n=104)으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또한 성장함에 따라 먹이생물의 섭식특성에 있어 개체당 먹이생물 평균 개체수(Mean number of preys per stomach, mN/ST)와 개체당 먹이생물의 평균 중량(Mean weight of preys per stomach, mW/ST)에 유의한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일원배치분산분석(One-way ANOVA, Microsoft excel 2016; Microsoft, Redmond, WA, USA)을 이용하여 검정하였다.
결과
1. 전장분포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고등어는 총 827개체였으며, 전장은 21.1~45.1 cm의 범위를 보였고 평균전장은 35.5 cm로 나타났다. 그중, 35.0~40.0 cm 전장그룹이 전체의 41.0%를 차지하여 가장 우점하였다(Fig. 2).
Fig. 2. Total length frequency of Scomber japonicus caught in the Yellow Sea of Korea in Autumn.
2. 위내용물 조성 및 영양단계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고등어 827개체 중 공복인 373개체를 제외하고, 먹이생물이 관찰된 454개체를 대상으로 위내용물을 분석한 결과(Table 1), 고등어의 가장 중요한 먹이생물은 어류(Pisces)로 56.6%의 출현빈도, 6.5%의 개체수비, 95.5%의 중량비를 차지하여 67.9%의 상대중요도지수비를 보였으며, 어류중에서도 멸치가 가장 우점하였다. 그 외에, 요각류(Copepoda), 단각류(Amphipoda), 난바다곤쟁이류(Euphausiacea), 두족류(Cephalopoda), 곤쟁이류(Mysidacea), 생이류(Caridea), 게류(Brachyura) 등이 출현하였지만 각각 13.7% 이하의 상대중요도 지수비를 보여 그 양은 매우 적었다.
Table 1. Composition of stomach contents of Scomber japonicus by frequency of occurrence (%F), number(%N), wet weight(%W) and index of relative importance (%IRI) caught in the Yellow Sea of Korea in Autumn
+, less than 0.1%
또한 고등어의 위내용물 분석을 통해 각 먹이생물의 영양단계를 살펴본 결과(Table 2), 두족류가 3.20의 값으로 가장 높은 영양단계이며 복족류가 2.13의 값으로 가장 낮은 영양단계를 나타냈다. 이들 먹이생물의 영양단계로 추정한 서해에 출현하는 고등어는 3.84의 영양단계를 나타냈다.
Table 2. Prey categories used to calculate standardized diet composition and trophic levels of Scomber japonicus
Mean trophic levels of each prey type are from Pauly et al.(1998), Cortés(1999) and Ebert and Bizzarro (2007).
3. 크기군별 위내용물 조성 변화
크기군별 위내용물 조성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 (Fig. 3), <25.0 cm 크기군에서 난바다곤쟁이류가 40.3%의 상대중요도지수비를 나타내 가장 우점하였으며, 그 다음으로 요각류가 34.9%의 상대중요도지수비를 나타냈다. 25.0~30.0 cm 크기군에서 난바다곤쟁이류가 44.5%의 상대중요도지수비를 나타냈으나 전장이 커짐에 따라 소폭 감소하였으며, 그 다음으로 요각류와 단각류가 각각 25.1%와 24.3%의 상대중요도지수비를 나타냈다. 30.0~35.0 cm 크기군에서는 어류가 43.5%의 상대중요도지수비를 나타냈으며, 그 다음으로 요각류와 단각류가 각각 37.5%와 17.4%의 비율을 나타냈지만 성장함에 따라 점차 감소하였다. 35.0~40.0 cm 크기군과 ≥40.0 cm 크기군에서는 어류가 각각 79.7%와 94.9%의 상대중요도지수비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으며, 전장이 커짐에 따라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따라서 고등어는 성장함에 따라 난바다곤쟁이류, 요각류와 단각류의 섭식비율은 점차 감소한 반면, 어류의 섭식비율은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Fig. 3. Ontogenetic changes in dietary composition of stomach contents of Scomber japonicus caught in the Yellow Sea of Korea in Autumn based on by index of relative importance (%IRI) among size classes (<25.0 cm, n=13; 25.0~30.0 cm, n=60; 30.0~35.0 cm, n=100; 35.0~40.0 cm, n=177; ≥40.0 cm, n=104).
고등어의 크기군별 개체당 평균 먹이생물의 개체수와 중량의 변화를 살펴본 결과(Fig. 4), 개체당 평균 먹이생물의 개체수(mN/ST)는 <25.0 cm 크기군에서 10.1개체, 25.0~30.0 cm 크기군에서 16.9개체, 30.0~35.0 cm 크기군에서 6.6개체, 35.0~40.0 cm 크기군에서 10.1개체, ≥40.0 cm 크기군에서 4.5개체로 나타났으며,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F =2.382, P<0.05). 개체당 평균 먹이생물의 중량(mW/ST)은 <25.0 cm 크기군에서 0.3 g, 25.0~30.0 cm 크기군에서 0.2 g, 30.0~35.0 cm 크기군에서 0.4 g, 35.0~40.0 cm 크기군에서 3.2 g, ≥40.0 cm 크기군에서 7.3 g을 나타내 성장함에 따라 증가하였으며,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F=2.382, P<0.05).
Fig. 4. Variation of the mean number of prey items per stomach (mN/ST, inds./stomach) and mean weight of prey items per stomach (mW/ST, g/stomach) of Scomber japonicus caught in the Yellow Sea of Korea in Autumn.
고찰
이번 연구에서 고등어의 주 먹이생물은 67.9%의 상대중요도지수비를 나타낸 어류였으며, 어류 중에서도 멸치의 섭식비율이 가장 높았다. 멸치는 온대기후의 연안해역에 서식하는 소형 부어류이며, 요각류, 십각류 유생(Decapoda larvae) 등의 동물플랑크톤을 섭식하고 대구(Gadus macrocephalus), 황아귀(Lophius litulon), 갈치 등 상위포식자의 먹이로써 해양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Shelton et al., 1993; Kim et al., 2013; Choi et al., 2019; Kim et al., 2022; Seong et al., 2022). 멸치는 우리나라 연안 주변, 특히 남해안에 주로 분포하며, 8월부터 남해 고수온 및 난류세력의 확장에 따라 어장의 이동이 확산되어 산란을 마친 멸치의 어군이 서해 연안으로 북상회유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Chang et al., 1980; Choo and Kim, 1998; Lee, 2012). 또한, 멸치의 주 서식수층은 0~25 m에 분포하며, 고등어는 주간에 70~150 m, 야간에 20~25 m의 수층에 분포하고 주로 낮보다 야간에 행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Kim and Choi, 1988; Cho et al., 2001).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어구는 대형선망으로 본선이 야간에 등선을 이용하여 대상어군을 탐색 후 집어하여 투망 및 양망 과정을 거쳐 새벽녘에 조업을 완료한다(Lee and Kim, 2011). 따라서 고등어는 낮보다 야간에 먹이 활동을 하는 행동특성에 따라 서해에 풍부한 출현량을 보인 멸치를 섭식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 남해에서 수행된 Yoon et al. (2008) 그리고 Seong et al. (2021)의 선행 연구에서는 고등어의 주 먹이생물이 어류 중에서도 멸치로 이번 연구의 결과와 동일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한국 제주도 주변에서 수행된 Park et al. (2023)의 선행 연구에서는 고등어의 주 먹이생물이 난바다곤쟁이류로 나타났다. 남해는 고유 연안수 등 다양한 연안수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멸치가 서식하기 좋은 해역이며, 제주도 주변 해역은 난바다곤쟁이류의 출현비율과 생물량이 높은 해역으로 알려져 있다(Kang et al., 2014; Lee, 2021). 일반적으로 어류의 군집은 해역별로 서식지 환경, 수온 및 염분 분포, 수괴 혼합 등과 같은 물리적인 현상과 먹이조건, 포식활동 등 생물학적 요인들로 인해 생물상과 생태계 기능의 차이가 발생한다(Park et al., 2023). 이번 연구와 선행 연구를 종합하여 고등어의 주 먹이생물을 살펴본 결과, 고등어는 서식환경에 우점하는 먹이생물을 이용하는 기회주의적 섭식자(Opportunistic feeder)인 것으로 판단되며, 해역의 지리적인 차이로 인해 주요 먹이생물 또한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연구에서 고등어의 영양단계는 3.84였으며, 선행 연구의 위내용물 조성 결과를 살펴본 결과, 남해에서 수행된 고등어의 영양단계는 각각 3.82와 3.92의 값을 보여 이번 연구와 유사하게 나타났다(Yoon et al., 2008; Seong et al., 2021). 또한 서해에 출현하는 상괭이(Neophocaena phocaenoides), 황아귀의 영양단계를 살펴본 결과, 각각 4.20, 4.04의 값을 나타냈다(Park, 2002; Kim et al., 2022). 이와 같이 고등어는 서해의 중간 영양단계에 위치하는 종으로, 하위 영양단계에 속하는 생물과 상위 포식자를 연결해 주는 매우 중요한 종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연구에서 고등어의 크기군별 위내용물 조성의 변화를 살펴본 결과, <25.0 cm 크기군과 25.0~30.0 cm 크기군에서 난바다곤쟁이류와 요각류를 섭식하였으나, 성장함에 따라 어류의 상대중요도지수비가 증가함으로써 먹이생물 섭식비율에 차이가 관찰되었다. 북아메리카 대서양에서 수행된 Castro and Hernández-García (1995)의 연구에 의하면 1.5~13.5 cm 크기군에서 어류의 난과 요각류, 13.6~22.5 cm 크기군에서는 요각류와 곤쟁이류를 주로 섭식하였으며, 성장함에 따라 어류의 섭식비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남해에서 수행된 Yoon et al. (2008)의 연구에서는 23.0~26.0 cm 크기군에서 게류가 우점하였으나, 큰 크기군으로 갈수록 어류가 우점하였다. 이번 연구와 선행 연구를 종합해본 결과, 고등어는 <30.0 cm 크기군에서는 주로 어류의 난과 소형 및 중형 동물 플랑크톤을 섭식하며, 30.0~35.0 cm 크기군을 기준으로 소형 및 중형 동물 플랑크톤의 섭식비율이 감소하면서 어류로 먹이전환이 일어나고 35.0~40.0 cm 크기군과 ≥40.0 cm 크기군에서는 적은 섭식횟수로도 에너지 효율을 충족할 수 있는 어류를 섭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크기가 작은 고등어의 개체들은 성장 정도와 입 크기에 따라 제한된 종류의 먹이를 섭식하고 성장함에 따라 요구되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더 크고 다양한 종류의 먹이를 섭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어류는 성장함에 따라 입 크기의 증가, 유영능력 및 포획능력이 향상되면서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며, 오랜 시간에 걸쳐 작은 크기의 개체를 여러 번 섭식하는 것보다 단시간에 큰 개체를 섭식하기 때문에 평균 먹이생물 중량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Gerking, 1994; Oh, 2009). 고등어의 성장에 따른 먹이 섭식특성을 알아본 결과, 평균 먹이생물 중량은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으며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따라서 고등어는 성장함에 따라 먹이 탐색 및 섭식하기 위해 소비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비교적 에너지 효율이 높은 큰 먹이생물을 섭식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연구는 서해에 서식하는 고등어의 식성 조사를 통해 고등어의 생태적 위치와 역할을 구명하고 생태계 분석에 필요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는 데 의의가 있으며, 아직까지 국내에서 수행된 바 없는 동해에 출현하는 고등어의 위내용물 분석 연구가 추가적으로 수행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사사
이번 연구는 2023년도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 수산 생태계 변동 예측모델 고도화(R2023057)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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