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생물학적 노화는 생리적 기능 감소가 점진적으로 진행될 뿐 아니라 인지 기능의 감퇴도 함께 진행된다. 이런 변화와 함께 신체 전체의 시스템에서 병리적 현상이 동반된다. 생물학적 노화는 시간 의존적인 과정으로 하나의 현상 또는 관점에서 생물학적 노화를 정의하기에는 무척 어렵기 때문에 여러 관점에서 정의가 필요하다.
그 중에서 노화로 인한 주요 현상을 López-Otín은 분자 수준에서 해석될 수 있는 아홉 가지로 분류하여 2013년에 Cell에 발표하였다[23]. 즉, 유전체 불안정성(genomic instability), 텔로미어 감소(telomere attrition), 후성유전적 변화(epigenetic alterations), 단백질 항상성의 상실(loss of proteostasis), 영양 감지 인자의 조절 결여(deregulated nutrient-sensing),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상실(mitochondrial dysfunction), 세포증식의 정지(cellular senescence), 줄기세포의 고갈(stem cell exhaustion), 세포 간 신호전달의 변형(altered intercellular communication)가 제시되었으며, 이를 다시 큰 카테고리로 재분류를 한다면 유전체, 단백질체, 대사체, 세포 생육의 네트워크 변화에 포함시킬 수 있다. 최근에는 노화를 국제질병분류에 맞추어 분석한 결과 질병의 기준에 부합된다는 논문이 발표되었다[18]. 노화는, 개인의 적응력, 생리적 기능, 정신적 기능, 회복력의 퇴행을 초래한다는 전제하에, 점진적으로 기능적 퇴행이 나타나는 복합적 상호관계로 정의하였을 경우 노쇠 지표, 기능표적인자, 혈액 표적인자를 분석함으로써 노화를 임상적으로 진단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질병분류-11 기준에 들어 맞는다는 것이다. 이 논문에서는 노화의 주요 병리적 요인으로 López-Otín이 제시한 아홉 가지 현상 외에도 면역기능 저하, 섬유화, 호르몬 노화, 체성분 변화 등을 포함시키고 있다. 즉, 생물학적 노화는 자연적 현상이라고 인식되어져 왔으나 질병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등장시켰다. 이러한 새로운 관점은 노화가 어느 정도는 치료가 될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한다고 여겨지고, 질병의 진행 정지 또는 질병의 완화라고 할 수 있는 노화 정지 또는 노화의 역행이라는 해석도 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적으로 실현될 것이라고 단정하지는 못하지만 여러 관점을 기반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방법 중에서 때때로 시행되었던 parabiosis 방법, 즉, 두 개체를 외과적으로 연결하여 두 개체의 체액 (혈액)이 상호순환이 되게 하는 방법을 사용하여 노화연구에 적용함으로써 노화연구의 새로운 접근 방법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parabiosis 방법이 획기적인 노화연구의 여러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 분명하지만 두 개체가 결합되어 있을 경우, 혈액 외의 요인이 결과해석에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본 총설에서는 parabiosis 방법에 의해 보고된 노화현상의 가역적 결과에 대해 논의하며, parabiosis 방법의 실험적 불분명한 부분을 보완한 새로운 실험방법인 혈장분리교환방법을 사용한 실험결과가 최근 몇 년에 걸쳐 발표가 되었고, 또한, 혈장분리교환방법에 대한 자세한 protocol이 2022년에 발표되었기에 이 논문을 중심으로 향후 전개될 노화연구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최근 노화연구의 경향
세포 수준의 연구
Cellular senescence는 일반적으로 정상세포가 세포분열이 정지된, 그러나 안정적인 세포의 상태라고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지만, 굉장히 복잡한 세포 생리적 변화의 결과이다[19,34] 따라서, 이 현상의 정확한 번역이 “세포노화”가 될지 확실치는 않지만 노화과정에서 축적이 되며, 노화와 연관된 질병과의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총설에서 생물학적 노화는 생물 개체의 노화를 의미하며, “노화(aging)”로서 사용되기 때문에 cellular senescence를 “세포노화”로 사용할 경우 혼동이 있을 수 있어 원어 그대로 사용하고자 한다. 그리고, 여기서는 cellular senescence의 주요 현상인 세포주기 정지(cell cycle arrest)에 관련된 p53/p21WAF1/CIP1과 p16INK4A/pRB tumor suppressor 경로와 자체의 세포 내적 변화를 설명하는 것은 제외하고 노화와 관련된 부분만 제시하고자 한다. 정상 세포가 cellular senescence 상태로 전환되면 결과적으로 세포분열을 못하게 됨으로써, 그 세포가 속한 조직 또는 기관의 기능 상실이 초래되고, senescence-associated secretory phenotype (SASP)이라고 알려진 염증 유도물질과 기질(matrix) 분해 물질을 분비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5]. Cellular senescence 유발 유전자 p16(INK4a+) 가 발현되는 세포를 제거하였을 경우 여러 장기(organ)에서 나타나는 노화 연관 병리적 퇴행이 완화되었으며, 수명이 연장되는 결과를 Baker 등이 보고 하였다[1]. 또한, cellular senescence를 겪고 있는 세포를 제거하였을 경우 노화로 인한 조직탄력성의 상실을 완화하였을 뿐만 아니라 노화 관련 유전자의 발현이 역전되었으며[14], 노화촉진 동물모델인 hypomorphic allele klkl/kl 변이 실험동물에서 cellular senescence 유발 유전자 p16(INK4a)를 제거하였을 경우 노화 형질이 역전되는 결과뿐만 아니라 수명연장의 결과도 보고되었다[33]. 암억제와 관련된 cellular senescence 현상 연구가 노화와 관련된 연구와 합쳐지면서 세포수준에서의 노화연구는 더욱 확장되어 진행될 것으로 여겨진다.
단백질 수준의 연구
모든 세포는 세포의 기능과 형태 유지를 위해 생산되는 단백질의 양적 조절과 단백질 상호작용을 위한 안정적인 네트워크를 유지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1) 단백질 합성을 조절하는 리보솜 및 관련 인자, (2) 미스폴딩(misfolding) 단백질의 폴딩 및 리폴딩을 담당하는 분자 샤페론 및 공동 샤페론, (3) 단백질의 적절한 위치를 보장하기 위한 단백질 이동 경로의 구성 요소, (4) 리소좀-autophage 시스템, (5) 미스폴딩 단백질을 분해하는 유비퀴틴-프로테아좀 시스템이 중요하게 작동하여야 한다고 Magalhaes 등은 제시하였다[24]. 정상 세포의 경우에 생합성되는 단백질의 약 5% 정도가 미스폴딩 되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노화와 더불어 미스폴딩된 단백질의 축적이 발생하여 세포독성으로 작용함으로써 세포의 기능저하 및 사멸을 초래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20,21]. 그 이유로는 단백질 폴딩에 관여하는 샤페론의 기능 유지가 중요한데, 노화진행에 따라 소포체에 존재하는 중요한 샤페론인 Grp78/BiP과 PDI에 카르보닐화가 일어나서 샤페론의 기능저하가 발생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29]. 또한, 수명이 긴 개체(long-lived species)에 있어서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세포질에 존재하는 샤페론의 발현도 높아져 있는데 이는 미스폴딩된 단백질의 양이 상대적으로 많아지고 있으며, 다양한 세포 내적, 외적 스트레스를 감지하여 세포내 단백질 생합성의 속도를 조절하는 UPR (unfolded protein response) 신호전달체계가 활성화되어 미스폴딩된 단백질의 발생을 억제하고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스트레스 자극으로 인하여 미스폴딩 단백질과 응집된 단백질이 축적되고, 결과적으로 단백질 항상성 유지가 깨어지면서, 노화와 연관된 세포병리적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단백질 항상성을 유지시킬 수 있는 약물 개발과 함께 노화지연의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15].
유전자 수준의 연구
노화와 관련된 유전자 수준에서의 연구는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을 빼고는 논의가 어려울 것 같다. 이 실험모델 동물은 수명이 약 18~20일 정도로 노화연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실험모델로 사용되고 있다. 암호화된 유전자(coding gene) 수는 19,985개이며(https://parasite.wormbase.org/Caenorhabditis_elegans_prjna13758/Info/Index/), 사람 질병 유전자 약 2/3 정도의 상동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38]. 연구실에서 유지관리가 용이하다는 장점 보다도 신체의 투명성으로 인한 해부학적 관찰의 용이함, 유전체 정보 공개, 목적 유전자의 돌연변이주 생산의 용이함으로 많은 연구자들의 실험 모델로서 선택되고 있으며, daf-2와 daf-16 유전자가 예쁜꼬마선충의 수명을 두 배로 연장시키는 기능을 가진다는 연구결과와 또 다른 유전자 age-1 역시 수명연장에 관여한다는 연구결과가 연속적으로 발표되면서 수명을 관장할 수도 있는 유전자 연구가 촉발되었다고 여겨진다[17,28]. 노화와 관련하여 예쁜꼬마선충에서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포유류 실험동물을 거쳐 현재는 사람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연구결과가 얻어지고 있다. Pilling 등은 75,000여명의 UK 참여자(UK Biobank)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수명과 연관된 유전자를 발굴하였다[31]. 노화와 연관된 유전자와 부모의 생존율을 분석하였을 때 TOMM40/APOE 유전자가 수명과 연관이 있으며, FOXO 유전자는 연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DNA 이중가닥 절단 수선 helicase를 지령하는 AP5Z1 유전자도 연관이 있으며, 심혈관계와 연관된 형질도 수명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동일한 UK Biobank를 이용한 또 다른 연구인 사람 백혈구항원(human leukocyte antigen)의 정보 분석 연구결과로서 Class I과 Class II의 11개 대립유전자형이 질병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되었다[2]. 앞으로는 실험동물과 실험 대상으로서의 사람에서 얻어지는 연구결과 간의 간격이 좁아질 것으로 여겨진다.
Parabiosis 실험방법과 그 파장
“Parabiosis” 실험모델을 사용하여 노화를 역행시킬 수 있는 인자가 존재한다는 결과가 2014년을 전후하여 발표되었는데, 이는 in vivo 노화연구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된 연구이다. Parabiosis 실험모델은 1863년 프랑스 생리학자 Paul Bert에 의해 시작된 이래로 다양한 생리적 또는 생화학적 표적 분자의 연구를 위해 사용되었다. 그 중 대표적인 연구는 정상 쥐와 비만형 db/db 쥐의 parabiosis를 통한 leptin 유전자의 발견을 들 수 있다[7,13].
이 실험 모델이 노화연구에 적용되고 생명과학의 첨단 분석방법과 함께 사용되면서 노화연구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온 연구결과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Conboy 연구팀이 parabiosis 방법(Fig. 1A)으로 노화와 관련된 연구결과뿐만 아니라 parabiosis 실험 protocol을 제시하였으며[8,9], Duyerman 등은 2012년 Nature Protocol에 parabiosis를 형성시키는 외과적 방법을 발표함으로써 parabiosis 방법의 확산을 이끌었다[11].
Fig. 1. Two different blood exchange systems. A. Parabiosis. Two animals are connected surgically and share soluble factors in blood from each individual. B. Small-animal blood exchange system. Left and Right: automatic system. C. Manual small-animal blood exchange system.
Parabiosis에 의한 노화연구 방법은 정상 쥐와 비만형 쥐를 결합한 parabiosis와 동일한 방법으로 젊은 쥐와 노화쥐를 결합시킨 parabiosis가 사용되었으며, 연구초기에는 노화 쥐 내에서 특정 신호전달이 재활성화 되고, 간세포의 증식과 같은 회춘(Rejuvenation) 가능성이 결합되어져 있는 젊은 쥐에 의한 영향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고되었다[8]. 하지만 이 논문에서는 혈액 내에 존재하는 특정 인자를 규명하지는 못하였고, systemic factors의한 영향이라고 제시하였다. 그 후 대사체 분석, 지질체 분석, 단백질체 분석방법이 동원되어 GDF11이 회춘인자 또는 젊음의 묘약으로 2013년에 발표되었다[22]. 연이어 2014년에 Shinha 등은 노화 쥐에서 나타난 심장비대증이 GDF11에 의해 감소된 결과를 나타냄으로써 parabiosis 방법에 의해 노화를 역행시킬 수 있는 인자를 발견하고, 노화현상을 제어할 수도 있다는 과학적 가능성을 제시하였다[35]. 그러나, 이러한 연구결과는 다른 연구팀에 의해 반박 결과가 발표되었고[12], GDF11에 대한 생물학적 기능연구의 재증명 결과가 뒤따라 발표되었다[36]. 또한, parabiosis에 의한 노화 과정의 지연 또는 역행 인자를 찾기 위해 single-cell resolution단계에서 transcriptome을 분석하였는데, 젊은 쥐 혈액에 의해 hepatocyte, mesenchymal stromal cells, hemopoietic stem cells와 같은 세포에서 노화로 인한 유전자들의 역발현과 전자전달계 단백질 유전자의 재발현 결과를 얻었다. 따라서 parabiosis방법에 의해 젊은 쥐 혈액의 노화지연 또는 역행 기능의 증거가 쌓여 지고 있다[30]. Parabiosis 방법은 초기 연구결과만으로도 노화연구에 미치는 파장이 매우 컸기 때문에 “개체병렬결합”으로 번역되면서 노화연구의 한 축으로 국내에서도 소개되었다[6]. 이 경향성에 따라서 젊은 쥐 또는 특정 실험군의 혈액을 이용하여 혈액 내의 노화 역행 인자의 존재성을 증명하고자 하는 더 많은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개체병렬결합의 보완 방법: 혈액교환 모델
개체병렬결합 실험을 통해 노화 메커니즘과 회춘에 관하여 많은 연구 성과가 보고되었다. 하지만 순환계를 공유하게 되는 heterochronic 개체병렬결합 실험에서 늙은 쥐의 회춘 효과가 젊은 쥐와의 혈액 교환에 의한 것인지 장기 공유에 의한 것인지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다. 따라서 이를 실험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두 개체를 외과적으로 결합시키는 대신에, 분리된 상태에서 개체 상호 간에 혈액이 제공될 수 있는 혈장분리교환술을 이용한 새로운 방법이 사용되었고, 이 방법에 대한 자세한 protocol이 Mehdipour 등에 의해 Nature protocol에 2022년에 공개되었다[25]. 이 실험방법은 개체병렬결합의 연구결과와 유사한 결과를 제공할 수도 있지만, 두 개체 간에 직접적인 결합이 없기 때문에 혈액(또는 혈액성분)에 의한 영향을 분석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기존의 개체병렬결합 방법보다 결과 해석이 한층 더 명확할 뿐 아니라, 실험 개체의 통제, 잠재적 유효인자를 함유한 시료의 준비 및 투입에도 효율적이라고 저자들은 소개하고 있다. 이 혈장분리교환술 방법의 활용으로 얻은 새로운 결과는 개체병렬결합의 연구결과와 동일한 것도 있지만, 이전의 노화 역행 원인과 다른 특이한 원인결과를 나타내었고, 주요결과는 protocol이 자세히 공개되기 전에 보고되었다. 2022년에 protocol 부분만 자세히 따로 발표한 이유는 이 protocol의 확대로 노화연구 활성화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선 혈장분리교환술 실험방법을 먼저 간략히 소개하고, 이 방법으로 획득한 결과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이 새로운 연구 방법은 사람을 대상으로 치료 목적으로 환자의 혈장을 정상인의 혈장으로 치환하는 혈장분리교환술을 실험동물에 적용한 것으로 소형 실험동물에 적합하도록 개발된 혈액 교환 시스템(Small-animal blood exchange system)을 이용한 것이다. 혈액 교환은 혈액 교환 시스템을 사용하는 자동화 방법(Fig. 1B)과 Y-커플러(Y-coupler)와 주사기를 사용한 수동 방법(Fig. 1C) 2종류가 있다. 자동화 방법의 혈액 교환 시스템은 3D-프린트로 만든 장치골격에 peristaltic pump와 동작 조절장치를 장착하여 제작되었으며, 혈액 교환이 전자동으로 이루어지며 일정한 량의 혈액이 일정한 속도로 교환되도록 최적화되어 있어 실험결과의 오류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Fig. 1B의 왼쪽 그림과 같이 젊은 쥐와 늙은 쥐의 개체 간 양방향으로 혈액 교환을 하거나, 오른쪽 그림처럼 준비된 혈액을 수혈함으로써 혈장분리교환술을 할 수 있다. 반면, Y-커플러와 주사기를 사용하는 방법(Fig. 1C)은 필요한 물품이 적고 복잡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으나, 수동으로 혈액교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연구자의 실수로 인한 오차가 발생할 수 있고, 튜브내 공기방울 생성 방지를 위한 주사기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어느 방법을 사용하든 혈액 교환은 두 개체 간의 교환비율이 50:50이 될때까지 진행하여야 한다. 다만 혈액교환 장치 없이 Fig. 1C처럼 Y-커플러와 주사기를 사용해 수동으로 혈액 교환을 할 경우 대략 35분이 걸리기 때문에 연구자의 피로도와 연구결과 오차를 줄이기 위해 저자는 혈액 교환 장치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이 장치를 사용하여 젊은 쥐와 늙은 쥐 상호간에 혈액만을 교환하였을 경우 늙은 쥐에서 근육재생의 효과가 나타났지만, 젊은 쥐의 경우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젊은 쥐의 실험적 조직손상 부위에서 신경세포 회복이 매주 심각하게 억제된 것으로 보고되었다[32]. 또한, MHC class I의 불변인자인 β2 microglobulin (β2m)는 염증반응과 함께 농도가 증가하고, 노화된 쥐의 근과 뇌조직에서 증가되어 있다는 보고를 근거로 하여, 동일한 모델에서 확인하였을 때 늙은 쥐의 혈액이 수혈된 젊은 쥐의 근과 뇌조직에서 β2m이 증가된 결과가 나타났다. 이는 노화연구의 새로운 바이오 마커로서 β2m가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혈장분리교환술 방법이 개체병렬결합 방법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하였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이 장치를 사용하여 혈액 또는 혈장 대신에 소위 “중성 나이 혈액교환(neutral age blood exchange, NBE)이라고 명명한 “5% 알부민 함유 생리적 식염수를 사용하여 실험동물의 50% 혈장을 교환”하였을 경우 늙은 쥐의 근 재생 증가, 간의 지방축적과 섬유화 감소, 해마체의 신경발생 증가를 확인하였다[27]. 저자들은 혈액 대신 중성 나이 혈액교환 방법을 사용한 이유는 늙은 쥐와 젊은 쥐 간에 혈액을 교환하였을 경우 나타난 표현 형질의 변화가 혈액 내에 존재할 수 있는 노화인자의 유입 또는 회춘인자의 희석과 같이 각 개체의 혈액성분이 희석되어 나타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으로 중성 나이 혈액교환을 시도하였다고 한다. 젊은 쥐의 혈액공급 없이도 노화 역행의 표현형질이 나타난 것에 대한 해석은 여러 노화과정에 관여하는 자가조절 단백질 (autoregulatory protein)이 상당한 수준으로 희석되어 나타난 현상으로 추론하였다. 이전의 개체병렬결합에 의한 결과에 따라 젊은 쥐의 혈액에 회춘의 인자가 존재한다는 것과는 상반되는 연구결과, 즉, 회춘을 위해서는 젊은 쥐의 혈액이 필요하지 않다는 결과가 혈액교환장치를 사용한 중성 나이 혈액교환 방법으로 얻은 연구결과의 의미로서 노화연구의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Conboy가 이끌고 있는 이 연구팀은 동일하게 중성 나이 혈액교환 방법을 사용하여 혈장이 희석되었을 경우 해마체의 신경발생 증가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원인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2021년에 발표하였다[26]. 이 논문의 중요한 결과는 늙은 쥐의 경우 중성 나이 혈액교환 후에 인지기능의 향상을 나타내었으며, 해면체의 dentate gyrus 영역에서 증가된 수의 CD68+ microglial 세포가 젊은 쥐의 CD68+ microglial 세포수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SASP의 지표인 senescent-associated β-galactosidase (SA-β-gal)를 측정하였을 경우 역시 중성 나이 혈액교환 후의 늙은 쥐에서 대조군 보다 감소하였다. 중성 나이 혈액교환으로 늙은쥐의 뇌조직에서 neuroinflammation 감소로 인지기능이 향상된 것으로 해석되며, 이 결과는 노화로 인해 나타나는 치매와 같은 질병의 치료 또는 진행의 완화에 혈액교환방법이 적용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개체병렬결합 방법을 사용하여 노화연구를 진행하는 또 다른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Coray는 개체병렬결합 방법뿐만 아니라 기능적 혈장을 주입하여 얻은 늙은 쥐의 노화현상의 역행 효과를 발표하고 있다. 제대혈(umbilical cord plasma)은 가소성을 촉진하는 단백질(plasticity-promoting proteins)의 저장소임으로 이를 늙은 쥐에게 주입하여 노화현상의 큰 특징인 인지기능저하와 밀접한 해마체의 기능변화를 조사하였는데, 특이하게 사람의 제대혈과 젊은 사람 또는 노인의 혈액을 실험 쥐에 주입하여 노화현상 변화를 분석하였다. 각각 다른 연령으로부터 추출된 혈액을 주입 받은 늙은 쥐에서 기억강화(memory consolidation)와 연관된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c-fos 유전자의 발현 정도에서 큰 차이가 나타난 것을 확인하였는데, 제대혈을 주입 받은 늙은 쥐에서만 단백질 수준에서 c-fos가 증가된 세포 수의 증가가 dentate gyrus 영역에서 나타난 것으로 보고하였다[4]. 혈장 내 가소성에 영향을 주는 인자 탐색을 위해 단백질체 분석을 하였을 때 tissue inhibitor of metalloprotease 2 (TIMP2)가 제대혈에서 가장 높은 농도로 나타났으며, 실험 쥐의 경우에도 늙은 쥐의 해마체에서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재조합 TIMP2를 주입하였을 경우와 TIMP2를 제거한 제대혈(TIMP2- depleted cord plasma)에서 각각 제대혈과 같은 결과와 반대 결과를 확보함으로써, TIMP2가 신경세포의 가소성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인자임을 보고하였다.
같은 연구팀은 인지기능의 퇴화원인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원인을 찾기 위해 혈액 내 구성 성분을 분석하였는데, 늙은 쥐의 혈액 내에 용해성 VCAM1 농도가 증가한 것을 발견하였고, 늙은 쥐의 혈액에 의해 젊은 쥐의 용해성 VCAM1 농도 증가와 microglia 세포의 활성화와 함께 신경세포의 가소성 감소 결과를 획득하였다. 이 결과를 토대로 염증 싸이토카인에 의해 혈관 내피세포 표면 단백질인 VCAM1의 발현 증가로 인해 백혈구의 부착이 증가되고, transmigration이 되지 못한 백혈구에 의해 microglia 세포의 활성으로 neuroinflammation이 증가하여 결과적으로 신경세포의 가소성 감소가 발생하여 인지기능의 손상으로 이어진다는 추론을 제시하였다[37].
혈액에 의한 노화 역행에 관한 더욱 흥미 있는 연구가 Coray 연구팀뿐만 아니라 다른 연구팀, Horowitz 등에 의해서도 진행 되었는데, 운동을 한 후에 채혈하여 획득한 혈액 속에 운동으로 생산된 인자가 노화에 미치는 영향이 2020년 Science지[16]와 2021년 Nature지[10]에 발표되었다. 두 연구팀 모두 running-wheel에서 운동을 시킨 쥐로부터 혈액을 채혈한 후 늙은 쥐에게 주입을 하여 “운동효과의 전이” 여부를 확인하였다. 두 팀 모두 신경발생에 효과적인 결과를 제시하였으며, 원인 메커니즘의 공통적 결과를 얻었다. 먼저 발표한 Horowitz 등은 간에서 합성되는 glycosylphosphatidylinositol (GPI)-specific phospholipase D1 (Gpld1)의 농도가 운동 후에 증가하였으며, Gpld1에 의해 혈액응고와 보체경로의 변화를 확인하였다. Coray 연구팀은 보체경로의 억제기능을 하는, 보체활성화 억제 분자가 운동에 의해 증가되는 것을 확인하였고, 그 중에서, Gpld1와 마찬가지로 역시 간에서 합성되는 clusterin에 의해 neuroinflammation의 감소와 해마체에서의 염증 감소를 나타내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요약
노화연구의 경향성에 대해 짧게 세포수준, 단백질 수준, 유전자 수준에서 지난 수 십년간 진행되고 있는 연구를 소개하였다. 각 수준별 분석 방법은 점차 정밀성이 높아가고 있기 때문에 표적분자의 발굴과 표적분자와 연계된 생화학적 네트워크에 대한 정보가 축적되어 지면서 정교하게 노화에 대한 현상을 해석하게 되리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연구경향에 방법론적으로 개체병렬결합 방법이 도입되면서 노화를 지연시키거나 역행시킬 수 있는, 심지어 노화를 질병으로 정의하고, 치료할 수 있는 인자를 탐색하는 연구가 확장되고 있다. 이 총설에서 개체병렬결합 방법 도입 이후 보다 논리적 연구결과를 얻기 위한 새로운 방법인 개체병렬결합의 응용적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혈액 주입과 혈장분리교환술에 의해 얻은 연구결과를 소개하였다. 개체병렬결합 방법에 의해 노화 역행후보물질로 GDF11이 처음 발표되었던 2013년 이후로 현재까지 혈액 내에 존재하는 노화 역행 후보물질은 앞서 제시한 β2m, TIMP2, VCAM1, Gpld1, clusterin과 같은 혈액내 용해성 인자뿐만 아니라 mcicroglia 세포와 neuroinflammation과 같은 생화학적 현상이 직접적으로 노화요인으로 보고되고 있다.
노화연구가 혈액교환 또는 혈액주입에 의해서만 진행되고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Campisi 등이 제시하였듯이 유전자 연구에서부터 노화의 표현형질이 나타나는 과정의 신호전달, 항상성의 변화에 대한 연구 역시 활발하며, 이러한 연구결과로 선충에서부터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노화관련 유전자가 “GenAge: Model Organisms”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연구자들의 중요한 자산으로 활용되고 있으며[3], 또 다른 표적분자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활용되면서 앞으로 이러한 인자 또는 요인들 외에도 새로운 인자들은 계속해서 발굴이 될 것으로 쉽게 예상되며, 이들에 대한 임상시험도 진행되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결과는 개체병렬결합 방법이 노화연구에 적용되면서 한층 더 노화연구가 촉진되고, 이로 인해 노화 역행에 대한 임상적 결과물이 나타나는 시기가 당겨지고 있다고 예상된다.
감사의 글
이 연구는 2022년도 동의대학교 교내연구비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습니다(202201550001).
The Conflict of Interest Statement
The authors declare that they have no conflicts of interest with the contents of this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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