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이 일상에서 의사소통하기 위해서는 수어통역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수어 통역사와 청각장애인통역사는 농인 문화와 청인 문화의 교량이 되어 농인 사회와 청인 사회의 간격을 좁히고 연결하는 사명을 감당한다[1-3]. 우리나라는 가족, 농학교 교사, 종교단체의 성직자 또는 수어교육을 받은 봉사자 등에 의해 봉사의 성격으로 수어통역 서비스를 운영해 오다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시작한 것은 1999 년 수어통역센터가 운영되면서부터이다[2][4][5]. 수어 통역센터는 2020년 7월 기준 전국에 총 195개소가 설치·운영되고 있다[6].
농인의 의사소통 지원을 위한 수어통역 서비스는 사적인 대화를 제외한 긴급구호 요청, 관공서나 기업 민원, 쇼핑, 예약, 구직활동 등을 위한 전화통역, 의료통역, 취업준비과정 및 직업 현장에서의 직업통역, 정규교육과정 및 평생교육을 위한 교육통역, 법률통역 등 사회생활 전반에서 요구된다[7]. 각 분야에서 발생한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표적인 수어통역 서비스제 공기관으로는 수어통역센터, 107 손말이음센터, 110 정부민원안내콜센터, 120 다산콜센터, 129 보건복지상담센터, 국립국어원의 공공수어통역 영상제공서비스 등을 들 수 있다.
국립국어원은 2019년 12월부터 <한국수화언어 법>에따라 대국민 담화나 정부 정책, 재난 상황 발표 현장에 수어 통역사를 배정하여 수어통역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와 같은 전 세계적인 재난 상황에서의 공공수어통역 서비스에 대한 필요가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코로나19 관련 정례 발표 때 실시간으로 수어통역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홈페이지에서 영상으로도 제공하고 있다[8]. 이처럼 공공수어통역 서비스와 유사한 접근이 공공영역에서 크게 확대되면서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수어 통역 서비스와 수어통역사 그리고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에 대한 관심이 전 국민적으로 크게 증대되었다. 어쩌면 이는 벌써부터 보편적인 일상이 되었어야 했다. 왜냐하면 수어통역 서비스와 수어통역사는 농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삶의 조건이자 핵심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3][9].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다양한 영역에서 전문적인 역량을 발휘하는 자격을 갖춘 수어통역사들이 수어 통역 서비스를 농인들에게 폭넓게 제공하고 있다[10]. 수어 통역과 관련해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전문 자격제도는 청인이 취득하는 수어통역사 자격증과 농인의 청각장애인 통역사 자격증이 있다. 수어통역사 자격증은 국가 공인 민간자격이며 청각장애인통역사 자격증은 민간자격으로 운영되고 있다[11].
하지만 자격증을 갖고 있는 수어통역사와 청각장애인 통역사가 수어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통역 현장의 현실은 크게 우려될 만큼 열악하며[4], 아울러 수어 통역사의 전문성 강화와 농인에 대한 인권적이며 윤리적인 통역서비스 실천개입도 농인들의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다[12]. 수어통역사의 자질과 능력이 미흡함으로 인해 발생되는 여러 가지 통역 장면에서의 문제점들이 부각되고 있으며 충분한 수어 실력을 토대로 자격증을 갖고 있는 수어통역사 양성의 필요성도 빈번하게 제기되고 있다[13-15]. 특히 송미연[15] 과 윤현주[10]의 연구결과는 수어통역사들의 수어 통역 서비스 내용물이 실제 농인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평가되는 측면에서는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즉 기대와 달리 농인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수어통역 서비스의 품질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김연신[16]은 농인이 수어 통역사에게 기대하는 역할 수준을 일상생활에서 의료, 법률, 교육, 직업통역 등으로 세분화시켜 밝혀내면서 농인의 기대 수준은 단순한 통역 업무만이 아니라 사회복지사와 상담사의 역할까지 요구하는 데에 따른 과중한 업무로 인해 수어통역의 탁월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적하였다. 최현숙[17]은 수어통역사의 농인 및 농문화, 농사회에 대한 이해 부족을 문제로 제시하며 수어 통역사에게 가장 일차적인 전문성은 사회복지나 상담 혹은 특수교육이 아니라 수어통역임을 강조하였다[4].
그러나 현실은 수어통역사의 업무 범위와 수준을 음성언어 분야처럼 통역에 몰입하기보다는 ‘통역사+사회복지사+상담사’와 같은 통합적 역할을 동시에 요구하는 경향이 혼재되어 있다. 수어통역사가 일하는 현장은 사실상 수어통역사로서의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수 없는 실정이다[18][19]. 수어통역사로서 본연의 통역 업무에 집중하고 통역 역량을 향상시키며 이를 통해 전문가로서의 만족을 원하지만 당장 해야 할 일은 사회 복지적인 접근과 관련된 지원 및 자원연계와 수어 통역을 동시에 수행하는 데에 집중될 경우가 빈번하다 [16][20].
같은 맥락에서 이준우[12]는 자격증을 소지한 우리나라 수어통역사들이 양적으로 크게 부족할 뿐만 아니라 열악한 근무환경과 음성언어 영역에서 일반적으로 통역으로 이해되는 영역을 넘어선 다양한 업무를 수행함으로 수어통역 역량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정자[21]와 김현철[22]도 효과적인 수어 통역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수어통역사의 근무 환경 개선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제한된 수의 수어 통역사가 너무 많은 일을 담당하고 있어 퇴직율과 소진 정도가 높은 것을 언급하면서 수어통역사의 업무량을 조정해야 함을 강조했다. 김미옥과 이미선[23], 안영회와 한정우[24], 이준우[4], 서원선, 이준우, 김민정[25]도 농인에게 수어통역사는 가장 중요한 삶의 매개체임을 언급하면서 수어통역사 확대를 위해 이들의 역할을 사회복지사와는 차별화되는 것으로 재정의하고, 통역업무 중심으로 이들에 대한 업무 조정이 필수적임을 주장하였다. 나아가 이준우[3]는 수어통역사 자격제도의 전문성 향상과 유지, 관리, 교육기관, 관리기관 등 자격증 관련 운영 전반에 관한 본격적인 점검과 아울러 우리나라 수어 통역사의 자격을 통역 능력에 초점을 모아야 함을 강조한다. 즉 수어통역의 질을 최우선적으로 향상시켜야한다는 것이다.
농인 이용자의 수어통역 서비스 욕구가 날로 다양화됨과 동시에 그 내용의 범위가 넓어지고, 수준 또한 높아짐에 따라 수어통역도 크게 확대되고 있는 현실에서 수어 통역사의 통역 전문성 강화와 전문 수어통역사 양성과 확충을 통한 시의적절한 현장 배치, 특화된 전문 수어 통역 영역(예: 의료, 법률, 교육, TV 및 미디어 분야 등)의 개발과 증대를 실현할 수 있는 수어 통역사의 자질과 역량을 향상시키는 일은 매우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는 결국 수어통역사 자격제도 속에 실질적으로 반영되어야 함과 아울러 수어통역사 자격제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함을 말해준다[4]. 특히 자격을 취득했다고 해서 일정 수준의 역량을 담보하는 것은 아닌 것이 현실이다. 그런 차원에서 자격제도 개편은 수어 통역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전면적 자원이 될 수 있다.
한국수어는 한국 농인의 언어이다. 청인과 농인의 언어는 분명하게 다르지만 안타깝게도 현재의 자격제도는 원어민인 농인의 의견과 욕구가 반영되지 않은 채 제도의 전 과정이 청인들에 의해 구성되어 온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수어통역 서비스의 제공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농인의 통역서비스에 대한 경험과 욕구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현장에서 수어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어통역사와 청각장애인통역사 그리고 수어 통역 서비스를 이용하는 농인들을 대상으로 초점집단면접을 실시하여 현 수어통역사 자격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을 알아보고 이를 통해 수어통역사 자격제도 운영의 개선점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또한 농인을 위한 권리적 차원에서 수어통역사 자격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 호주의 사례를 함께 살펴보고 시사점을 얻고자 하였다. 본 연구의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수어통역사, 청각장애인통역사, 농인의 수어 통역사 자격제도에 대한 경험은 어떠한가?
둘째, 수어통역사 자격제도 운영에 있어서 수어 통역사, 청각장애인통역사, 농인이 인식하는 어려움과 제안사항은 무엇인가?
Ⅱ. 수어통역사 자격제도 고찰
1. 국내 수어통역사 자격제도
우리나라의 경우 수어통역사와 청각장애인 통역사가 수어 통역사의 범위에 속하며 자격시험은 이원화되어 시행되고 있다[11][26]. 한국 수어통역사 자격제도는 1992년 11월 28일 한국청각장애인복지회에서 주최한 “전문수화통역사 제도화를 위한 연구발표회”에서 수어 통역사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진 것을 말할 수 있다. 1996년에 ‘수화통역대책위원회’가 설립되면서 이 위원회를 통해 1년 1회 시행을 원칙으로 사업실행계획이 확정되었다. 마침내 1997년 7월 ‘수화통역 평가위원회’를 구성하여 수화통역사 시험을 주관하게 되었고, 1997년에 비공인 민간 수화통역사 자격인정시험을 최초로 실시하였다. 그런 후 2006년에 숙원이었던 국가 공인 민간자격시험이 시행되기에 이르렀다[27].
현행 수어통역사 자격제도는 국가공인 민간 수화 통역사 시험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민간 수화 통역사시험을 국가에서 공인한 것을 의미한다(자격기본법 제 19조). 이 자격제도는 농인(청각‧언어장애인)의 원활한 사회통합 및 의사소통에 필요한 수화통역을 행하는 자의 수화통역에 관한 지식 및 기능에 대한 심사‧증명을 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장애인복지법 제7장 제7조 1항). 또한 청각장애인통역사 자격인정시험은 민간자격관리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농인(청각‧언어장애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이들이 문화, 사회의 특성을 공감할 수 있는 청각장애인통역사 양성을 위하여 수어 통역사와 함께 무학 농인(청각‧언어장애인)과의 중계 통역의 중개자 역할을 함으로써 오역의 최소화뿐만 아니라 무학 농인(청각‧언어장애인)들의 최소한의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청 각 장애인 통역사 자격인정시험이 시행되었다[27].
특기할 만한 것은 두 자격시험 모두 응시자격이 만 19세 이상의 내‧외국인이며 다만 청각장애인통역사 자격인정시험의 경우 장애인복지법에 의거하여 장애인등록을 필한 청각‧언어장애인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응시 자격이 일반적이며 광범위하게 설정된 것은 사실상 유사 자격제도로 볼 수 있는 사회복지사, 특수교사, 통번역사 등과는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국립 한국복지대학교, 나사렛대학교 학부 및 재활복지대학원, 강남대학교 일반대학원 석사과정 수화언어통번역학과, 총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석사과정 수어교원 전공 등과 같은 수어통역사를 전문적으로 양성하고 있는 고등교육 기관들이 있음에도 실제 자격제도 상에는 이러한 교육과정을 인정하거나 연계하는 모습이 거의 없음을 나타낸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수어통역사 및 청각장애인 통역사’ 자격제도의 성격은 한마디로 수어통역의 전문성과 차별화된 통역 분야에 대한 고려가 없는 전형적인 제너럴리스트(Generalist)1로서의 ‘수어통역사’를 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자격제도의 단순성과 단회적인 성격도 두드러진다. 한국농아인협회가 주관하여 매년 1회씩 시험이 실시되고 있으며 시험과 관련한 사항을 포함하여 자격제도를 상시적으로 운영하는 체제로 보기에 어려운 상황이다. 다시 말해 시험을 위해 한국농아인협회가 출제위원과 선정위원 등을 선발 및 소집하어 운영한 후 시험이 종료되면 해체되는 형태가 매년 반복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필기시험과 실기시험, 재보수 교육 등이 단순하면서도 일시적이며 단회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11][26].
자격제도에 대한 연구들[28-31]은 수어 통역센터에서 근무하는 수어통역사들의 열악한 처우와 센터와 협회와의 관계 속에서 빚어지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한 대응으로 대부분 귀결된다. 자격제도에 대한 논의는 부분적으로 다루어지며 그나마도 현행 수어 통역사 제도를 원활하게 운영해나가는 현실 안주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혜숙과 이미혜[32]는 다양한 일상생활 영역에서 수어 통역의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농인은 그들의 청인 자녀를 통해 통역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들 자녀들은 농문화에 대한 인식은 있으나 직업 윤리성과전문성 부재로 통역의 질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김언경[33]은 농문화 인식이 긍정적이고 높을수록 수어 통역 직무수행능력이 높아지므로 수어통역사 교육에 있어 농문화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통역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하였다. 박정란[34]은 수어통역 서비스에 대한 경험을 밝힌 연구를 통해 농인이 사회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수어 통역사의 확대 배치가 요구된다고 하였다. 황주희, 김지혜, 이선화[19]는 수어통역사의 통역서비스의 질이 중요하다고 밝히면서 수어통역 서비스를 통한 의사소통의 욕구가 해소되지 않으면 농인의 사회참여에 제약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수어통역은 농인의 사회참여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제공되어야 하는 본질적이며 필수적인 서비스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수어통역사 자격제도에 주목하여 집중적으로 심도 있게 고찰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2. 국외 수어통역사 자격제도와의 비교
서원선, 이준우, 김민정[25]은 수어통역사 자격제도와 관련해 수어통역의 전문성을 보장하고 농인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수준별 자격제도를 운영함과 동시에 보수교육을 통해 전문성 유지를 강조하고 있는 주요 국가로 미국, 영국, 호주의 사례를 분석하여 국외 수어 통역사 자격제도의 성격을 조사하였다. Napier[35] 역시 주요 영어권 국가인 이들 3개 국가의 수어 통역사를 위한 교육과 평가 시스템을 비교하였다.
미국 수어통역사협회(Registry of Interpreters for the Deaf: RID)는 미국 내에서 청각장애인 통역을 위한 전국적 기준을 마련하는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RID에서 인정하는 NIC와 CDI 자격증은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지닌 자격증으로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통역하는 통역사의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을 검증하는 독립적인 자격이다. 일부 주에서는 수어통역을 제공할 때 유효한 RID가 인정하는 자격증을 소지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RID 인정 자격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년 회비를 납부해야 하며, RID 자격증 관리 프로그램(Certification Maintenance Program, CMP)을충족해야 한다. CMP 보수교육 기준은 총 8.0학점으로써 이 중 6.0은 반드시 전문과정2을 이수해야 하며 일반과정3은 2.0까지 이수할 수 있다. RID 인정 자격증 소지자는 보수교육 이수를 위해 반드시 RID가 승인한 과정 혹은 단체를 통해 학점을 이수해야 한다[36].
영국 청각 및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 전문가협회(National Registers of Communication Professionals working with Deaf and Deaf blind People: NRCPD)는 청각 및 시청각장애인을 위해 일하는 의사소통 및 언어 전문가를 연계 협력시켜 원활하게 청각 및 시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을 지원할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NRCPD는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통역사, 구화통역사, 대필사, 수어통역사, 수어번역사 등을 관리하고 있다. NRCPD에 등록된 전문가들은 NRCPD 가 승인한 과목을 우수하게 이수하였고, 윤리강령을 준수하고 있으며, 민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 평생교육에 참여하고 있으며, 고객을 위해 손해 배상 보험에도 가입되어 있다. 특히 NRCPD는 청각 및 시청각장애인에게 수준 높은 수어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문가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평생 전문개발(Continuing Professional Development, CPD)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CPD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NRCPD에 등록할 수 없다[37].4
호주 전국 번역사 및 통역사 인가협회(National Accreditation Authority for Translators and Interpreters: NAATI)는 호주의 9개 정부 부처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회사로써 각 부처에서 임명한 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Board of Directors)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NAATI의 주요한 임무는 호주 내에서 번역 및 통역과 관련해 전문성을 유지하고 함양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일반 통번역 분야만이 아니라 수어 통역 영역도 포함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NAATI는인가 기준을 담당하는 기관으로써 수어통역사를 위한 고도의 전문성 기준을 마련하고 촉진하는 것을 담당하고 있으며, 자격증을 소지한 수어통역사들의 전문성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재공인 프로그램 (Recertification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자격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 120점을 이수해야 하며, 이중 3개 영역 각각 최소 30점을 이수해야 하고, 윤리영역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영역 1은 기술개발과 지식으로써 통역이나 번역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과정으로 통역학, 언어학, 언어비교, 문화적 이해, 가족폭력 등과 관련된 학회, 세미나, 워크숍 등에 참석하는 활동이 포함된다. 영역 2는 산업참여 과정으로 학술지 발간, 통역과 관련된 도서 출간, 학회에서 통역 관련 발표, 워크숍에서 발표, 윤리 관련 활동 등과 같은 활동이 포함된다. 영역 3은 언어 유지 분야로써 통역이나 번역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38].
이렇게 주요국가별 수어통역사 자격제도는 수어 통역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자격증의 저변 확대를 위해 전문성 혹은 분야에 따라 차등화된 자격증을 도입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아울러 일상적인 수어통역 이외의 특수한 영역을 선별하여 이들 영역에 대한 자격검정을 실시하고 있으며 실제로 특화된 수어통역사를 양성하고 있다. 나아가 수어통역사의 윤리교육과 윤리강령에 대한 이해를 크게 강조하고 있다[25].
특히 미국의 RID 인정 미국 수어통역사 자격증이 전미 통역사와 청각장애인통역사로 이원화되어 있는 구조는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그러나 자격증 취득을 위해 실제 수어사용 능력을 평가받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즉 객관식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 자격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사전에 수어로 인터뷰와 수행평가를 통해 시험 응시 여부에 대한 사정 내지 평가의 과정을 거친다. 청각장애인 통역사의 경우에는 미국수어와 농문화, 농사회 등과 관련된 지식과 실제 미국수어 사용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훈련을 필수적으로 40시간을 이수해야만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전미 통역사의 경우 학사학위 이상 혹은 RID에 등록된 대체 자격 과정증서 소지자로 한정하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어 통역의 전문성을 위한 최소한의 학력 장치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영국은 견습 수어통역사와 등록 수어 통역사로 구분하여 자격제도를 관리 운영하고 있다. 등록 수어 통역사의 경우 대학 혹은 대학원에서 통역 및 언어학 관련 전공을 했거나 최소한 통역 전문 실습과정을 수료한 사람만이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해 놓았다. 호주도 준 전문 수어통역사와 전문 수어통역사로 구분하여 운영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 전문 수어통역사가 되어야만 지역사회 및 법률통역을 수행할 수 있으며 나아가 전문영역과 학술 분야에서 통역할 수 있게끔 한다. 그리고 모든 시험은 수어로 진행되며 영상으로 녹화된다.
이와 같은 주요국가의 사례는 현행 우리나라 수어 통역사 자격제도를 살펴보고 개선점을 모색하는 데에 큰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지금까지 살펴본 주요국가별 수어 통역사 자격제도를 정리하여 제시하면 [표 1]과 같다.
표 1. 주요 국가별 수어통역사 자격제도 비교
Ⅲ. 연구 방법
1. 질적 연구
본 연구에서는 수어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어 통역사와 청각장애인통역사 그리고 수어통역서비스를 이용하는 농인들을 구분하여 초점집단면접(Focus Group Interview: FGI)을 실시하였다. 초점집단면접은 양적 조사를 실시하는데 필요한 시간과 재원이 충분하지 않거나 양적조사를 통해 정확한 욕구나 의견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에 활용되는 유용한 질적 연구방법이다. 특히 소규모 인원으로 진행되는 초점집단면접은 참여자들이 상호 교류하면서 자신의 경험과 욕구 및 필요, 의견 등을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초점집단면접을 진행하는 사람의 전문적인 능력이 요구되며 동시에 초점집단면접을 통해 수집된 결과를 분석하는 역량도 전제되어야 한다[39]. 따라서 수어 통역이 이루어지는 현장에서 일하는 수어통역사와 청각장애인 통역사 그리고 이들로부터 통역서비스를 제공받는 ‘청각장애를 갖고 있으면서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으로부터 의견을 도출하기 위한 연구조사 방법으로 초점집단면접은 효과적이다. 한국어를 외국어로 습득하는 농인의 입장에서 한국어 혹은 한글로 구성된 양적 조사 도구인 설문지는 매우 부담스럽다. 그러나 같은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 만나서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하는 초점집단면접은 현실 상황과 관련된 사건 및 이슈에 대한 참여자의 주관적 인식을 파악하게 해 줄 수 있다. 사회적 현상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 인식은 현실세계를 이해하는 주요 자료가 될 수 있다. 특히 본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들은 30년 이상 수어 통역 및 농인의 삶의 현장에서 살고 있는 청인 전문가이면서 질적 연구자로서의 교육과 훈련을 지속적으로 받아왔으며 여러 질적연구를 실제로 수행한 경험을 갖고 있다.
2. 연구참여자 선정과 자료수집 절차
연구참여자는 연구의 목적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이들을 선정하기 위해 전문가 추천 사례방식을 활용하였다. 먼저 수어 통역사와 청각장애인통역사의 경우 경력 5년 이상으로 국립국어원과 수어통역사협회, 수어통역사협동조합 등으로부터 추천받았으며, 농인 이용자는 한국농아인협회와 학계 전문가, 국책기관 소속 연구원 등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섭외를 진행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의 기본적인 정보는 [표 2]와 같다.
표 2. 연구참여자의 일반적 특성
자료수집은 2018년 3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수어 통역사, 청각장애인통역사, 농인 이용자를 구분하여 각 그룹별로 두 차례, 총 6회에 걸쳐 초점집단면접을 진행하였다. 연구참여자는 연구의 목적을 충분히 이해하고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수어통역사와 청각장애인 통역사 그리고 수어통역 서비스와 관련해 충분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농인들로 선정하기 위해 전문가추천 사례방식을 활용하였다.
3. 자료분석 방법
본 연구에서는 자료로부터 패턴(주제)을 확인하고, 주제의 의미를 분석하는 주제분석방법을 활용하였다[40]. 주제분석은 연구참여자가 주관적으로 경험한 인식이 그들이 처한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유형화되는지 살펴보는 데 유용한 분석방법이다.
연구참여자들의 수어로 이루어진 답변과 대화 내용을 1차 인터뷰의 경우에는 동시통역 형태의 음역(음성통역)으로 산출하였다. 산출된 결과물은 연구자의 즉각적인 동시적 확인을 거쳐 현장에서 일부 수정되어 녹취되었다. 특히 수어의 특성상 수어통역사의 음성통역이 최선으로 진행되었음에도 일부 내용은 미흡한 수어 번역이 발생하였고, 이에 부득이하게 연구자가 수정 번역한 내용을 의견으로 제시하여 연구참여자의 확인을 거쳐 현장에서 즉각 수정되어 재녹취하기도 했다. 한편 2 차 인터뷰에서는 연구자가 영상 촬영본을 수어로 번역하여 녹취하였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현장에서 음성통역을 통한 녹취를 할 수 있는 조사환경을 형성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주어진 여건 속에서 연구자가 1차 녹취록을 다시 수어로 변환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하여 그 내용을 원래 영상 자료와 상호 교차적으로 대조하면서 수어번역 녹취록을 꼼꼼하게 점검하였다. 이렇게 하여 도출된 결과물은 축어록의 형태로 모두 작성한 뒤, 전체적으로 한 번 읽고 확인하며 각 연구참여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메모하였다. 재독 시에는 한 줄 씩 읽으며 떠오르는 개념들을 중심으로 분류시켜나갔다. 새로운 주제가 나타날 때마다 앞부분의 응답 내용과 메모를 비교하고 검토하면서 범주화하는 작업을 실시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코드들 간에 연관성에 따라 참여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주제를 중심 주제로 분석해 나갔다. 분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본 연구가 의도적으로 얻고자 하는 주요 정보들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하였다.
Ⅳ. 연구 결과
수어통역사 자격제도에 대해 수어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어통역사와 청각장애인통역사 그리고 수어 통역 서비스를 이용하는 농인들을 대상으로 초점집단면접을 통해 수집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각 그룹별로 세 개의 상위범주가 도출되었다. 각 그룹별 인터뷰 범주화 결과는 [표 3]과 같다.
표 3. 그룹별 인터뷰 범주화
1. 수어통역사
1.1 수어통역의 전문성을 공인받을 수 있는 자격제도의 관리 운영
수어통역사들은 신뢰도와 타당도를 갖춘 평가 기준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누가 평가위원이 되더라도 어느 정도 일정한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 거죠. 그래야만 신뢰도와 타당도를 갖춘 시험이 되죠. 또 그래야만 자격시험 권위가 확실하게 생기는 거죠. (참여자 B)
매년 시험의 난이도가 들쑥날쑥한 겁니다. 출제의 범위와 수준도 매년 달라질 때가 있는 겁니다. … 수어통역사 자격증 없으면 일을 못하니까 진짜 수어통역사 자격시험은 제대로 운영되어야 하는 겁니다. (참여자 A)
영역별, 수준별 특화된 자격제도가 신설되어 운영되어야 하며, 차등화된 인센티브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나타났다. 이는 수어통역의 수준과 능력을 고려하는 수어 통역사 자격제도로 변화해야 함을 말해준다.
수어통역 장면에서 나타나는 수어통역사의 수어 통역 서비스격차가 크게 나타납니다. 수어통역사 간의 수준별 격차를 해소할 수 있도록 영역별, 수준별로 특화된 수어통역사 자격제도가 신설되어야 합니다. (참여자 다)
현행 수어통역사 자격은 2급 자격으로 전환하고, 1급 수어 통역사 자격을 새로이 신설할 필요가 있어요. 급수별 구분된 자격제도 운영이 필요해요. … 급수별로 인센티브는 분명해야 해요. 명시적으로 제도적으로 정해져야 하지요. (참여자 라)
수준별로 차별화된 전문 수어통역사 자격제도가 반드시 도입되어야 합니다. 당연히 수어통역사의 수준별, 경력별 교육과정이 필요합니다. 급수를 구분하는 등 단계별 운영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급수 구분에 따른 차별화된 인센티브가 있어야 합니다. (참여자 A)
생명과 인권에 직결된 병원통역이랄까 법원과 경찰서 통역 같은데 전문적으로 통역할 수 있는 수어통역사들이 진짜 확실히 필요하죠. (참여자 B)
또한 출제와 평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를 투명하고 공정한 과정을 통해 선정할 수 있어야 한다.
수어 지식과 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해야 하고요. 평가 기준과 평가와 관련된 여러 항목들이 있을 거예요. 그게 널리 알려져야 해요. … 자격시험 문제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확보하기 위해 역량을 갖추어야 하고, 출제와 평가 업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위원들을 투명하고 공정한 과정을 거쳐 선발해야 해요. (참여자 C)
1.2 변화하는 사회적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제도 운영
급속하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새롭게 대두되는 여러 영역에 대응하는 수어통역과 인권적 수어통역을 인식하고 그에 따른 역량을 갖출 수 있는 수어통역사 자격제도 운영이 요구되고 있었다.
새로운 영역과 전문 영역에 대응하는 수어통역 역량에 대한 접근이 미흡해요. 얼마나 세상이 변하고 있나요? 연극도, 뮤지컬도 통역할 수 있잖아요. 수어통역이 이런 데도 있어야 되지 않나요? (참여자 C)
재보수 교육이 진부하며 변하는 세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변화무쌍한 세상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농인의 필요를 채울 수 있는 수어통역 서비스가 되도록 지원하는 재보수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참여자 A)
수어통역사 재보수 교육을 받기가 우선 너무 어렵구요. 왜냐면 하는 데가 한정되어 있어요. 그러고 내용이 참신하지 않아요. … 수어통역사 재보수 교육을 한번 제대로 구체적으로 점검해볼 필요가 꼭 있고요. (참여자 라)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 별도의 인턴십 과정을 밟거나 아니면 일정 기간의 인턴십 과정 이수 후에 자격증을 취득하든지 인턴십 과정이 포함되도록 자격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참여자 A)
수어통역의 윤리규정과 지침이 없기 때문에 시험에도 나오지 않는데 이건 문제고요. 안 되는 거고요.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하는 거고. 시험에 나오면 사람들이 정신 바짝 차리겠지요. (참여자 나)
수어통역사들 가운데 막 함부로 농인에게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문제예요. (참여자 라)
1.3 농인의 삶과 현실에 부합하는 출제
실제 농인이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들이 시험에 출제되어야 하고 더 나아가 농인들이 출제와 평가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어통역사 시험이니까 특히 수어통역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꼭 부탁드립니다. … 예를 들면 실제 수어통역 장면에 빈번하게 나올 수 있는 화제나 주제를 선택해서 필기통역, 수어통역, 음성통역 능력을 봤으면 합니다. 제가 시험 봤을 때는 좀 엉뚱한 내용이 나와서 당황했습니다. (참여자 다)
일반 상식들을 알고 있는가도 중요하지만 농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이해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실제 농인의 언어 수준이 일어나는 것과 비슷하게 문제를 출제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참여자 가)
농인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표현을 중심으로 시험이 출제되어야죠. 수지한국어보다 한국수어를 얼마나 잘 통역하는지를 측정해야 되는 거죠. 그러니까 농인들이 많이 쓰는 관용적인 표현들이 더 적극적으로 시험 문제로 나와야 하는 거죠. (참여자 B)
수어는 농인의 언어이니까 농인 수어 전문가들이 출제와 평가 업무를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는 자격시험 출제와 평가 등 세부적인 과정 가운데에 석 박사급 농인 전문가가 아예 직원으로 채용이 되어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요. 결국은 농인이 시험 문제를 내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참여자 C)
2. 청각장애인통역사
2.1 수어통역사 자격시험의 안정적 운영
수어통역사 자격시험을 관장하는 별도의 전담기관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교재가 제공되길 희망하였다.
수어통역사와 청각장애인통역사 자격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1년 12달 365일 상시적으로 관리 운영할 수 있는 전담기관을 한국농아인협회 내에 별도로 설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 상시적으로 수어통역사 시험, 청각장애인 통역사 시험, 재보수교육, 자격증 관리와 같은 업무를 하면서 시험 문제은행을 구축해야 합니다. 또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통역사 시험을 연구하는 일도 함께 해야 합니다. (참여자 E)
수어통역사 시험을 준비하는 교재를 만들어 주면 좋겠습니다. 출판부라든지 자격시험을 관할하는 전담기관이든지 간에 구체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서 시험 준비를 돕는 교재랄까 자료랄까 뭐든 만들어줘야 합니다. 시험 범위가 너무 넓어서 준비하기가 어렵습니다. 협회 차원에서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을 주는 형태에서라도 시험 교재를 만들어 시험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제공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배포하거나 공유하거나 아니면 구입해서 사 보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참여자 D)
2.2 청각장애인통역사 자격제도의 개선
청각장애인통역사의 정체성에 기초한 역할과 기능이 확립되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위해서는 청각장애인 통역사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될 필요가 있다.
청각장애인통역사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심도 있는 모색이 요구됩니다. 예를 들면 지역사회통역보다는 응급상황 통역에 더 비중을 둘 수 있도록 조정되어야 합니다. (참여자 D)
청각장애인통역사의 업무 자체가 청인 수어통역사와는 상당히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청각장애인 통역사는 상담을 정말 많이 합니다. 또 사회복지사 같은 일들을 합니다. 또 청인 수어통역사와 협력해서 중계통역 서비스를 엄청 많이 합니다. 거의 어떨 때 같이 다닙니다. (참여자 E)
현행 청각장애인통역사는 마치 별정직처럼 되어 있어요. 청각장애인통역사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요. 따로 갈 데가 없어요. 청각장애인통역사도 승진하고 또 센터장으로 전환되어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해요. (참여자 사)
청각장애인통역사가 청인 수어통역사들의 슈퍼바이저도 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합니다. 그 근거가 될 수 있는 게 청각장애인 통역사 자격제도 개편입니다. 예를 들면 ‘수어 장인’ 인증을 받게끔 한다든지 아니면 고급 청각장애인통역사 자격증을 별도로 준다든지 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참여자 마)
2.3 농사회와 농문화에 기초한 자격제도로의 개선
농인 중심의 시험방식으로 전면적인 혁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필기시험부터 전통적인 방식의 시험지가 아니라 컴퓨터를 활용하여 시험 문제 자체가 수어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모든 시험의 언어가 한글 내지 한국어 문자가 아니라 수어가 되어야 하는 겁니다. (참여자 E)
중요한 거는 시험의 방식이예요. 정확한 수어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 출제자 혹은 평가자가 인터뷰 방식으로 평가를 하는 거예요. 모니터를 통한 개별평가 및 폐쇄된 공간에서 촬영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거예요. 영상을 매개로 한 실시간 수어로 진행되는 인터뷰 방식의 실기시험이예요. 그렇게 하면 정말 수어를 잘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을 거예요. (참여자 G)
필기시험 문제들을 이해하는 게 너무 어렵습니다. 필기시험 문제들을 수어로 해야 합니다.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잘 알아야 하는 게 청각장애인통역사의 많은 일들은 청인 수어통역사와 협업을 합니다. 수어를 잘하는 게 우선입니다. (참여자 마)
필기시험이 진짜 어려워요. 필기시험 과목 중에서 일반 상식은 너무나 어려워요. 글로 된 문제를 이해하다가 시간이 훅 지나가요. 운전면허시험도 요즘은 영상으로 해 주잖아요. 그렇게 본인이 선택해서 시험 보면 되잖아요. 수어로 번역해주세요. (참여자 사)
3. 농인 이용자
3.1 수어통역서비스 품질 향상 필요
전문 분야에서 양질의 수어통역서비스가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으며, 방송통역의 경우 검증이 시급함을 강조하였다.
병원을 자주 이용합니다. 지병이 있어서요. 내가 원하는 수어 통역사가 아닐 때는 참 난감합니다. 왜냐하면 통역 수준이 차이가 참 많이 나거든요. 그냥 통역하는 거랑 병원통역은 완전히 다르거든요. 많이 아쉽습니다. (참여자 K)
대학원에서 공부하는데 교육통역이 제대로 따라와 주지 못하거든요. 교육통역의 수준이 높아져야 하겠습니다. (참여자 L)
일상적인 통역 업무에만 집중되어 있다가 보니 전문 영역에서의 수어통역이 상당히 부족해요. 큰 문제예요. (참여자 J)
방송통역을 보다가 보면 간혹 자막이 눈에 들어오고 화면 영상도 보게 되잖아요. 그런데 아무리 봐도 통역이 이상할 때가 있어요.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같은 수어통역사가 계속 같은 형태가 나와요. 누락을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심지어는 통역 중간에 의미를 의도적이거나 자의적으로 왜곡하는 거예요. 딱 봐도 당장 방송통역을 그만둬야 할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아무도 말 못하는 거예요. (참여자 I)
방송통역은 요즘 정말 중요합니다. 방송통역을 주기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참여자 M)
3.2 수어통역사의 자질 함양과 수어통역사에 대한 존중 필요
수어통역사의 윤리의식과 성실함에 기반하는 전문가적 자질 함양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인 수어통역사들 가운데에 한두 사람은 농인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거든요. 그때는 불같이 화가 나요. (참여자 H)
내가 확실히 믿었어요. 별의별 얘기를 다 했어요. 근데 뒤통수를 치네요. 제 사생활 정보를 다른 농인에게 다 말한 거예요. 크게 한판 붙었어요. 그다음부턴 잘 안 만나려고 해요. 그런데 어쩌다 보면 그 통역사가 통역하는 걸 보게 돼요. 그게 우리 농인들의 비애예요. (참여자 J)
안 그런 청인 수어통역사가 더 많지만 간혹 통역을 자기 마음대로 미루거나 통역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통역을 요청할 때는 나름의 계획과 상황이 있는데 그게 헝클어집니다. 미리 조정이 되면 괜찮은데 당일에 취소될 때가 있었어요. 환장할 일입니다. (참여자 K)
수어통역사 자격증을 따고 처음 통역할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수어통역 수준이 점점 더 떨어지는 거예요. 열심히 하지도 않고 요령만 피우는 거 같고 … 타성에 젖은 그런 수어통역사를 보게 돼요. (참여자 J)
오랫동안 농사회에서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도 우리 농사회를 떠나지 않고 묵묵히 정말 열심히 도와주는 청인 수어 통역사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을 격려하고 힘을 주어야 합니다. 오랜 수어통역 업무 경력을 인정해서 전문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자격제도를 통해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리 분야에서 최고 요리사 하듯이 최고 수어통역사라고 인정해야 합니다. (참여자 K)
3.3 농인이 만족하는 자격제도로의 전환
실제로 수어를 잘하고 수어통역을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나타났으며, 시험 운영에 있어서도 농인 전문가들이 주체가 되는 시스템을 희망하였다.
진짜 수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떨어집니다. 필기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는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실기시험에서 정말로 수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떨어집니다. 수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합격하는 시험이 되어야 합니다. (참여자 M)
필기시험도 실기시험과 같이 수어로 질문하고 응답하는 인터뷰 방식을 도입해야 해요. 모든 시험은 수어로 되어야 해요. 동시에 실기시험을 강화해서 실제 수어 능력을 검증해야 해요. (참여자 H)
학력과 경력을 겸비한 농인 수어 능력자 또는 수어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이런 농인 전문가들이 청각장애인통역사 시험을 출제하고 관리 운영하는 가장 중요한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참여자 자)
Ⅴ. 결론과 논의
본 연구에서는 현장에서 수어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어통역사와 청각장애인통역사 그리고 수어 통역 서비스를 이용하는 농인들을 대상으로 초점집단면접을 진행해 현 수어통역사 자격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을 알아보고 이를 통해 수어통역사 자격제도 운영의 개선점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도출된 주제는 수어 통역사의 경우 ‘수어통역의 전문성을 공인받을 수 있는 자격제도의 관리 운영’, ‘변화하는 사회적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제도 운영’, ‘농인의 삶과 현실에 부합하는 출제’ 로, 청각장애인통역사의 경우 ‘수어통역사 자격시험의 안정적 운영’, ‘청각장애인통역사 자격제도의 개선’, ‘농사회와 농문화에 기초한 자격제도로의 개선’으로, 농인이용자의 경우 ‘수어통역서비스 품질 향상 필요’, ‘수어 통역사의 자질 함양과 수어통역사에 대한 존중 필요’, ‘농인이 만족하는 자격제도로의 전환’으로 나타났다. 이를 다시 종합한 결과 ‘수어통역 역량과 전문성을 공인받을 수 있는 자격제도로의 변화’, ‘한국수어와 농문화에 기초한 자격제도로의 개선’으로 정리되었다. 본 연구의 결과를 토대로 다음의 내용을 논의하고자 한다.
첫째, 수어통역사 자격시험 관리 운영을 전담하는 상설 기관을 신설해야 한다. 현재 수어통역사 자격시험관리 운영은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에서 수행하는 여러 사업들 중 하나로 이루어지고 있다. 자격시험 업무만을 담당하는 별도의 인력이나 사업체제가 구축되어 있지 못한 실정이다. 그 결과 시험 문항 개발과 출제 및 선정, 평가 등 핵심적인 업무들이 외부 위촉 인력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또한 매년 ‘위촉과 해촉’이 진행되는 단회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수어 통역사와 청각장애인통역사 자격제도를 상시적으로 관리‧운영하는 별도의 전담 기관 신설이 요청된다. 이 기관을 통해서 시험출제위원의 투명한 선발과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평가, 양질의 재보수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이 이루어지고, 동시에 수어통역사 자격시험을 내실 있게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험교재 제작과 유통 등이 수행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방송 및 미디어 통역 모니터링 등과 같은 수어통역의 품질관리를 포함한 자격제도 관리 운영의 총괄 센터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둘째, 수어통역의 전문성 및 수준과 경력이 반영된 자격제도로 개편해야 한다. 기존의 수어통역사와 청각장애인 통역사 자격제도는 일상적인 통역에 집중하고 있어 법률, 의료, 교육, 방송 등 특정 전문 분야와 관련된 통역사의 능력이나 자질을 검증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수어통역의 수준과 능력을 고려하지 않는 균일한 수어 통역사 관리 운영을 자격제도 개편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 특히 현 수어통역사 자격제도의 문제점으로 대두된 수어능력 검증의 한계 및 단일성 자격증(등급 없는) 발급으로 개인별 수어 능력을 변별하기에 한계가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어통역사의 급수별 차별화 또는 전문 자격증 신설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 제시한 국외 사례를 면밀히 검토하여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다만 청각장애인통역사의 경우에는 청인 수어통역사의 업무와 달리 상담과 사회 복지적인 지원 기능이 큼으로 차등화된 세부 급수별 자격 제도도입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셋째, 시험방식의 혁신적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모든 시험 문제와 시험의 과정이 수어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즉 수어통역사 자격시험의 형태와 방식을 수어에 기반한 인터뷰와 수행평가 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모든 시험은 수어로 진행됨으로 영상으로 녹화되고 이를 면밀히 평가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또한 수어 통역사와 청각장애인통역사 자격시험에서 필기보다 실기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청각장애인 통역사자격시험의 경우 직접 통역을 통한 의사소통 능력을 검증하는 것이 주요한 목적이기 때문에 실기를 통한 통역능력을 검증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넷째, 농인을 수어통역사 및 수어 전문가로 양성하여 수어 통역사와 청각장애인통역사 자격제도를 관리 운영하는 주체로 세워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농인 수어 능력자들을 핵심 인력으로 고용하여 농인의 관점에서 자격제도가 관리‧운영되게끔 해야 한다. 수어를 제1 언어로 사용하면서 농정체성과 농문화를 향유하는 농인의 수어가 시험 문항에 적극 반영되어야 하며, 모든 자격제도의 운용이 한국수어와 농문화적 차원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다섯째, 수어통역사와 청각장애인통역사를 위한 윤리강령이 필요하다. 통역 장면에서 농인의 개인적인 특성 및 활동과 관련된 직접적이고 개별적인 정보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아 농인의 개인정보보호, 공적・ 사적 경계의 유지, 통역사의 전문성 등을 규정하는 윤리강령의 제정이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상의 연구결과에 기초하여 다음과 같이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현행 한국농아인협회가 주관하는 수어 통역사자격제도 운영을 지원하거나 협력할 수 있는 ‘협회-수어 교육기관’ 연계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의 수어통역사와 청각장애인통역사 자격 제도 운영의 가장 큰 한계는 시험에 응시하는 대상자를 과도하게 포괄함으로써 전문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사전 준비를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데에 있다. 그러다 보니 수어 통역 능력 속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농인에 대한 이해와 농문화 및 농사회에 대한 지식과 경험, 수어 통역의 이론과 방법 등에 대한 준비 없이 단지 수어를 한국어 대응방식으로 배워서 수어통역사 자격시험에 응시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학 및 대학원의 수어 관련 전공들과 서울수어전문교육원을 비롯한 여러 수어 전문교육원 등에서의 수어교육을 수어통역사와 청각장애인 통역사 자격시험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요청된다.
둘째, 수어통역사 자격시험 관리와 운영을 전담하는 기관에 대한 정책적이며, 제도적 지원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본 연구에서 살펴본 주요 국가인 미국과 영국, 호주의 경우 수어통역사, 번역사 등의 조직을 통해 자격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또한 준전문 자격과 전문 자격으로 구분하여 운영하는 호주의 사례와 견습 자격과 등록 자격으로 차등을 두고 있는 영국 사례와 같이 자격제도를 차등화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인력과 예산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까지 모색해야 한다.
셋째, 양분되어 두 개의 단체로 존속하고 있는 현재의 수어통역사협회들이 한국농아인협회와 동역할 수 있는 공식적이며 제도적인 지위 부여에 대한 심층적인 검토가 요청된다. 수어통역사협회가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해야만 수어통역사와 청각장애인통역사의 윤리적 실천과 권익 보장 등이 실질적으로 현실화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수어통역사 자격제도를 현행두 가지 유형에 따라 정리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차후에는 자격기획, 자격설계, 자격검정, 자격품질 등의 전반적인 관점에서 보다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 본 연구는 서원선, 이준우, 김민정(2018)의 “수어통역사 활성화 방안 연구” 원자료 중 일부를 전면적으로 재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하되, 농인 이용자의 경우 별도의 인터뷰를 추가로 1 회 실시한 후 이를 기존의 원자료와 함께 분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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