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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udy on the Relationship between Rem Kolhaas and SANAA through the Analysis of Architectural Space Characteristics

렘 콜하스와 SANAA의 건축공간 특성분석을 통한 공간의 관계성에 관한 연구

  • 김석영 (건국대학교 실내디자인학과)
  • Received : 2021.02.22
  • Accepted : 2021.06.08
  • Published : 2021.06.28

Abstract

This study aims to view the architectural space of the postmodern era as a concept of continuous change without being fixed, and to understand the spatial elements in architecture with a changing network of relationships. The purpose of the study is to analyze the spatial composition strategies of the two architects while revealing the spatial characteristics shown in Rem Kolhaas and SANAA's works in terms of relativity. The method of the study defines the meaning of non-fixed relationships through theoretical considerations of relativity and then looks at the architectural approaches of Rem Kollhaas and SANAA. The relationship was divided into programs, environments, users, and furniture and furniture in the space and analyzed the works of the two architects. As a result, both architects are similar in that they reject rigid programs by organization and use potentially inherent relationships for building space activation purposes, while Rem Koolhaas uses the user's behavior-inducing strategy, while SANAA uses the user's relaxation strategy.

본 연구는 탈근대의 건축 공간을 고정되지 않고 지속적인 변화의 개념으로 보고, 변화하는 관계 네트워크로 건축 내 공간 요소를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구의 목적은 관계성이라는 관점에서 렘 콜하스와 SANAA의 작품에 나타난 공간적 특성을 밝힘과 동시에 두 건축가의 공간구성 전략을 분석하는 것이다. 연구의 방법은 관계성의 대한 이론적 고찰을 통해 비고정적 관계성의 의미를 정의한 후 렘 콜하스와 SANAA의 건축적 접근방법에 대해 살펴보았다. 관계성을 공간의 프로그램, 환경, 사용자 그리고 가구와 집기로 구분하여 두 건축가의 작품 분석하였다. 결과적으로 두 건축가 모두 조직화에 의해 경직된 프로그램을 거부하고 가능성이 내재된 관계성을 건축공간 활성화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렘 콜하스는 사용자의 행위유발 기제의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반면, SANAA는 사용자의 자율적 행위를 담는 이완공간의 전략을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Keywords

I. 서론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1970년대 로버트 벤투리(Robert Charles Venturi Jr.)는 그의 저서「건축의 복합성과 대립성」에서 양자택일 방식이었던 근대적 사고가 양자공존의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1]. 기존의 근대적 사고가 이성과 합리주의를 중심의 사고했다면, 근대 이후의 건축은 혼성, 복합, 모호함, 비합리, 이중성 등을 통해 근대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로버트 벤투리는 형태적 해석에 무게를 두고 건축의 변화를 설명하려 했지만, 이후에 진행된 탈근대적 패러다임은 건축공간의 근본적인 변화방향을 철학적 담론으로부터 모색하면서 형태를 넘어선 추상적 차원에 있는 것으로 보았다. 현대 사유는 절대적 조직화와 계층화에서 벗어난 탈중심적 개념으로 전환되었고 1990년대 이후 인터넷과 네트워크기술의 발전과 함께 전환이 가속화 되었다.

실제로 탈근대적 사유에 영향을 받아 공간을 지속적인 변화와 생성 그리고 현상의 개념으로 이해하려는 도전적 실험이 이어졌다. 그러한 실험은 렘 콜하스(Rem Koolhaas), 자하 하디드(Zaha Hadid), 프랭크 게리 (Frank Gehry), 안도 다다오(Ando Tadao) 등 여러 건축가에 의해 실현되었으며 프리츠커상 수상 등의 성과로 이어졌다.

본 연구는 혼성, 복합, 모호함이라는 탈근대의 건축적 시도의 연장선에서 공간을 이해하려는 것이다. 탈근대적 사고의 건축가들은 근대의 이성중심성을 벗어나 고정되지 않은 지속적 변화의 개념으로 공간을 새롭게 이해하려 했다. 불확정적인 공간에 대한 사고에서 공간구성요소는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관계망 속에 놓이게 되기 때문에 관계성은 현대 공간을 이해하는 중요한 특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의 대상이 되는 렘 콜하스(OMA)와 SANAA의 세지마 가즈요(Sejima Kazuyo)는 모두 1990년대에 후기구조주의 철학자와 건축가 그리고 비평가, 역사학자 등이 모여 21세기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건축의 발전방향을 모색한 ANY 회의에 참여했다. 이러한 점에서 두 건축가 모두 근대를 극복하려는 탈근대적 사고와 연결점을 지니고 있으며, 여러 연구를 통해 관련성이 연구되고 있다. 렘 콜하스와 SANAA는 건축적 배경이 서로 달라 공간의 양상이 서로 상이하지만 탈근대적 사고의 측면에서는 공통된 지점이 있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특히 SANAA는 그들의 공간에 대한 사고를 장소를 생성하고 새로운 관계성을 형성하여 인간과 공간의 다양한 경험을 유도하는 비고정적 관계성으로 설명하고 있다[2]. 렘 콜하스는직접 자신의 건축을 관계성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많은 선행연구에서 변화와 생성을 가능하게 하는 건축개념으로 그의 공간을 분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상으로 선정했다.

본 연구는 현대의 변화한 세계관 속에서 관계성의 의미를 찾고, 관계성이라는 관점에서 렘 콜하스와 SANAA의 작품에 나타난 공간적 특성을 밝힘으로서 현대 공간디자인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 목적이다.

2. 연구의 방법 및 범위

연구의 방법은 먼저 관계성에 대한 이론적 고찰을 통해 비고정적 관계성의 의미를 살펴본다. 사고의 영역과 네트워크 기술 영역에서 관계에 대한 사유가 성장한 배경과 이론에 대해 탐구한다. 이를 바탕으로 렘 콜하스와 SANAA의 건축적 접근방법에 대해 살펴본다. 이 과정을 통해 공간분석을 위한 관계성의 의미와 분석의 기준을 마련한 후 두 건축가의 작품에서 관계성을 형성하는 공간전략에 대한 분석을 실시한다. 이어서 두 건축가의 작품을 비교하여 관계성을 형성하는 전략에 있어서의 공통점과 차이를 밝힌다.

연구범위는 분석 대상이 되는 렘 콜하스와 SANAA의 작품을 중심으로 하되 2010년 이후에 실현된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최근 OMA의 작업은 렘 콜하스와 파트너가 함께 진행한다. 그러나 OMA의 작품은 설계사의 대표인 렘 콜하스의 작품으로 보았다. SANAA는 세지마 가즈요와 니시자와 류에(Nishizawa Ryue)의 공동건축사무소이다. 세지마 가즈요가 독립적으로 진행한 작품도 예외적으로 한 작품 포함시켰다. 공간의 관계성 전략에 있어서 세지마 가즈요와 니시자와 류에의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II. 건축공간 관계성의 이론적 고찰

1. 탈근대적 사고와 관계성

1.1 철학적 사고와 관계성

서구의 철학사에서 근대 이후에 나타난 여러 현상들은 기존에 서양 철학에 근간이 되었던 이데아 중심의문화를 전복하려는 시도이다. 서구적 주체는 늘 진리를 주체(나)에 매개하고 있다. 이는 곧 이성의 법칙에 진리를 매개한다는 것이다[3]. 이성과 이데아를 중심에 세웠던 근대의 사고와 달리 근대 이후의 철학적 사고는 순수한 인간의 존재, ‘차이’에 대한 사고로 전환되었다. 근대 이전의 진리는 보편성, 총체성, 단일성을 추구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상이 존재해야 하고 그 모상과의 일치에 따라 진리가 결정되었다. 이 때 진리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진리의 모상이 이미 존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모상과 일치를 확인할 수 있는 초월적 제3 자가 이미 존재야 한다는 점에서 근대적 사고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현대의 사고는 불변의 진리를 설정하기 보다는 의식이 고립되지 않고 늘 대상을 향하고 있다는 의식의 흐름 그리고 차이에 대해 집중한다. 차이는 진리의 모상과의 일치에 의해 가치가 결정되는 인위적 체계를 지니지 않는다. 다만 주체와 타자 사이의 다름에서 성립한다. 존재의 의식 흐름이나 차이는 근대의 수직적 위계와 달리 수평적 의식 속에서 다양성을 가능하게 하는 개념들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탈근대적 사고는 존재와 존재 사이에 긴장된 변화가 지속되는 관계에 놓이게 된다.

탈근대적 사고의 전반에 걸쳐 언어학 내지 기호학의 영향은 매우 크다. 소쉬르에 의하면 기표와 기의의 자의적 연결에 의해 의미가 생성되며 다시 의미를 갖기 위한 기표가 필요하게 된다. 기표와 기의는 고정되지 않은 언어의 망 속에서 끊임없이 연결되고 다시 흩어지는 연쇄적인 관계에 놓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상에 대한 고정적 의미는 만들어지지 않으며 대상을 참되게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는데 이러한 점에서 리오타르는 기표와 기의의 미끄러짐을, 데리다는 차연 (differance)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들뢰즈 또한 존재를 규정하는 근본적 개념으로 차이에 의한 생성을 사유하고 있다. 데리다의 철학적 사고는 렘 콜하스의 스승이면서 ANY 회의에 함께 참가했던 베르나르 추미 (Bernard Tschumi)가 설계한 파리의 ‘라 빌레트 공원’ 계획에서 확인된다. 공원 내 일정 간격으로 설치된 폴리(folie)는 기능이 부여되지 않은 구조물로서 항상 새로운 사건(이벤트)의 이해 재정의 될 수 있는 다차원의 요소로서 계획되었다. 베르나르 추미는 신체와 건축의 상호 간에 발생하는 불가피한 간섭에 의한 건축의 역동성을 ‘폭력’이라는 단어를 이용해 역설적으로 표현한다 [4]. 근대 이후의 건축은 더 이상 구성이나 기능의 표현으로 간주되지 않으며, 치환의 대상 혹은 변수들의 조합에 의해 정의되는 것이다[5]. 따라서 공간은 완결된 상태가 아닌 관계에 의해 영향을 주고받는 변화하는 과정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탈근대적 사고는 철학의 영역이 아닌 자연과학의 영역에서도 발견된다. 상대성 이론은 절대적 기준이 되는 좌표계가 없으면, 좌표계 자체가 운동에 따라 변화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양자역학은 위치와 에너지를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 하다는 점을 보여준다[6].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탈근대적 사고를 보편화하여 정의할 수는 없으나, 전술한 바와 같이 탈근대는 근대의 교조적 사고를 전복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스스로 세상을 사고하는 중심에 위치했던 근대적 주체는 탈근대에 이르러 외부(타자)에 의해 주어지는 것으로 간주되었다[7]. 이 과정에서 의미는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지속적인 변화의 관계에 놓이게 된다. 전체를 지배하는 절대자의 존재보다는 독립된 주체의 행위에 따른 사건의 우연적 생성을 수용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관계성의 측면에서 바라본 탈근대적 사고는 상호연결에 의해 구성되는 역동적 세계관으로 이해할 수 있다.

1.2 네트워크기술 영역과 관계성

21세기에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기술발전 중 하나가 바로 컴퓨터에 의한 네트워크기반의 기술일 것이다. 1960년대에부터 본격적으로 발전 시작한 네트워크 기술은 90년대를 거치면서 정보교환 등에 사용되면서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침투하게 되었다. 특히 인터넷은 전 세계를 하나의 망으로 연결하면서 인류의 생활양식을 변화시키는 주요 요인이 되었다. 특히 플랫폼은 금융, 비즈니스, 교육, 문화 등 여러 모델에 적용되면서 네트워크로 인한 생활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승강장이라는 의미에서 시작된 플랫폼은 특정 장치나 시스템 등에서 이를 구성하는 기초가 되는 틀 또는 골격이라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정지해 있는 불변의 체계가 아니라 참여자들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선순환구조를 통해 새로워지고 성장하는 진화체계 (Co-evolution)를 갖는다. 플랫폼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참여자들의 접속이 필요한데 그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네트워크기술이다.

역동적인 플랫폼의 특성은 생태계(Ecosystem)로 비유된다.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플랫폼의 조건은 선순환구조, 혹은 상생의 생태계 모델이다. 생태계란 생명체와 환경이 하나의 유기체를 이루는 상태로서 사용자들과 플랫폼이 하나의 환경을 형성하고 상호작용 한다는 의미이다[8].

링크의 저자 A.L. 바라바시가 지적하고 있는 것과 같이 네트워크에 대한 연구의 시작은 문제의 대상을 연결점(node)과 연결고리(link)의 집합체로 치환하여 사고하게 되었다는 것에 있다[9]. 나아가 네트워크기술은 발전을 거듭하여 연결점과 연결고리에 의해 만들어 내는 지구의 물리적 환경(아톰의 세계)과 전자신호에 의해 만들어진 데이터의 환경(비트의 세계) 사이의 간극을 좁혀가는 지점에 이르렀다. 네트워크기술은 여러 가지 현상들을 이해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면서 동시에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플랫폼을 생태계에 비유하는 것과 같이 네트워크의 구조는 연결에 따라 전개되는 동역학적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 발전, 생활 속으로 들어온 네트워크 환경 그리고 아톰 세계와 비트 세계의 결합이 시사하고 있는 것은 연결점 상호간의 관계 형성이다. 연결고리 없는 연결점은 고립되기 쉽고, 연결이라는 관계 형성의 과정에 의해 발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근 데이터의 연결고리에 의해 형성된 비트 세계의 개념은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사용자에 의해 양방향으로 반응하는 건축이 실험되고 있다[10]. 네트워크 기술은 데이터와 센서에 의한 반응형 공간이 아니더라도 근대적 건축개념으로부터 탈근대적 공간으로 전환하는 주요한 매개이자 탈근적 사고를 공간에 구현하는 기술적 뒷받침 역할을 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네트워크 기술에 영역 이전에, 건축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요소들이 연결점과 연결고리에 의한 동역학적 상호관계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건축이 변화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탈근대적 세계관의 방향은 이데아에서 변화와 생성의 방향으로, 절대적 존재에서 독립된 주체의 의한 우연적 사건의 수용 그리고 물질 중심의 세계에서 네트워크를 통한 비트화 된 세계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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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탈근대적 세계관과 관계성

1.3 건축공간과 관계성

탈근대적 사고에서 확인한 주체와 타자의 역동적 관계, 네트워크 환경의 동역학적 연결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이해는 데에 있어서 관계의 역할과 중요성을 확인 시켜 준다. 또한 관계망의 구조는 영구적일 수 없고 서로의 관계에 의해 순간의 의미가 만들어 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 연구에서 건축의 관계성이란, 건축공간의 구성을 완결된 계획의 상태가 아닌 관계에 의해 다각화되는 관계에 의한 의미생성의 상태로 정의한다. 이는 ‘관계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세계관에 의한 현대의 건축공간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함이다. 탈근대를 지배하고 있는 생성적 사고가 현실 세계의 하부구조로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계성은 현시대를 바라보는 주요한 관점이 된다고 파악했기 때문이다.

본 연구가 분석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 두 건축가도 다양한 공간요소를 통해 건축공간을 관계형성의 장으로 구성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SANAA는 관계성을 자신들의 설계방향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렘 콜하스는 조직화된 프로그램을 거부하고 변화의 가능성이 내재된 불확정적 프로그램을 활용함으로서 공간 구성요소 간의 역동성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2. 건축공간에서의 관계성

분석의 대상이 되는 두 건축가가 건축공간에서 관계성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은 다음과 같은 내용에서 확인된다. SANAA는 관계의 연결에 의해 생성되는 새로운 창조적 사건의 생성을 관계성이라고 정의한다. 어떠한 사건과도 연결되지 않는 단절된 상황이라도 그 상황에 관계의 연결이 만들어지면 그로인해 새로운 창조적 공간의 전개가 가능하가는 점을 건축에 적용하고 있다 [11]. 렘 콜하스는 「S, M, L, XL」의 ‘특징 없는 도시 (Generic city)’라는 글에서 도시의 난개발(Urban sprawl)의 부정적 인식을 거부한다. 그는 ‘정체성이 강해질수록, 그 것은 더 감옥처럼 되고 확장과 해석, 갱신, 모순에 더 저항하게 된다’고 지적한다[12]. 렘 콜하스는그 외에도 건축에 부여된 완벽한 질서를 대신하는 최소한의 질서를 통한 공간의 예측불가능성을 긍정하고 있다. 두 건축가 모두 건축공간을 동역학적 과정의 상태로 보면서 여러 요인에 의해 창조적 변화가 발생하도록 하는 관점에서 관계성이란 공통분모가 확인된다.

본 절에서는 건축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를 통해 관계성을 분석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한다. 분석대상이 되는 건축공간을 중심으로 공간자체와 내·외부의 건축적 요소를 살펴본다. 건축공간의 관계성 분석항목은 건축공간을 기준으로하여 공간 자체의 구성을 분석하기 위한 ‘프로그램’, 건축공간과 부지의 조건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한 ‘환경’, 공간의 쓰임과 행위를 분석하기 위한 ‘사용자’ 그리고 공간의 세부적 사건수용을 분석하기 위한 ‘가구·집기’로 구분한다.

2.1 건축공간과 프로그램의 관계성

프로그램(program)은 ‘미리 쓴다’라는 어원적 의미를 갖으며 ‘따라야할 순서를 정해 놓은 개요’ 또는 ‘어떤 목적을 향한 행위가 취해야 할 계획 또는 체계’로 정의 된다. 건축계획에서는 건축으로 만들어진 고유의 형태 이전에 존재하는 어떤 것이라는 시간적 의미를 갖는다. 또한 미리 주어진 많은 부분들을 가지고 하나의 전체를 ‘구성’하기 위한 합리적 계획방법이란 함의를 지니고 공간을 기능적 합목적적 접근에 관여한다.

렘 콜하스와 SANAA는 모두 건축공간 구성에 있어서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렘 콜하스는 프로그램을 불확정적으로 보고 통합의 단계를 거쳐 프로그램을 새롭게 해석하고, 이후 세부적으로 분절시켜 프로그램의 변화 가능성을 수용한다. SANAA는 개인의 경험, 주체와 객체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프로그램을 조직한다[13]. 두 건축가 모두 전체를 합목적성에 따른 기능의 분화라는 의미와는 달리 기능을 새롭게 해석하는 창의적 공간구성 방법으로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프로그램에 관한 건축공간의 관계성은 특정한 상황에 국한시켜 동결된 상태로서의 행위, 기능, 프로그램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진행형의 사건 [14]에 의한 생성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건축에 있어서 프로그램에 의한 관계성이란, 효율적인 활용을 위한 고정적인 프로그램에서 벗어난 개방적이고 불확정적 공간을 구성함으로서 끊임없이 사건이 생성되도록 한 건축가의 의도를 의미한다.

2.2 건축공간과 환경의 관계성

렘 콜하스는 건축물이 세워지는 부지 주변의 도시맥락을 적극적으로 거부한다. 그의 도시계획에 대한 접근은 계획으로 통제할 수 없는 도시를 인정하고 최소한의 통제영역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미결정 상태로 자유로운 개발에 맡기는 것이다[15]. 그러나 개별적인 건축에 있어서는 주변 환경과 건축공간에 대한 연속적 접근. 건축과 주변 환경이 갖는 여러 요소의 데이터화 과정을 거쳐 종합적으로 유형화 하는 네트워크적 접근을 하고 있다.

SANAA의 환경에 대한 생각은 새로운 건축이 만들어짐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환경의 새로운 등장에 주목한다. 정원, 도로, 거리 같은 건축을 넘어선 통합된 환경으로 도시와 건축을 체험하도록 한다. SANAA 는 건축이 환경의 일부라는 발상으로 환경과 건축의 통합된 상태를 구현하고자 한다.

두 건축가의 환경에 대한 견해가 서로 상반된 것으로 보이지만, 환경데이터에 이해 생성되는 건축공간, 환경과 통합된 체험을 만드는 건축공간이라 점에서는 공통적으로 플랫폼적 성격으로 해석된다. 환경적 요소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공간이 형성되는 접근이기 때문이다. 환경의 관계성이란 건축 자체와 건축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 사이에서 다차원적인 상호작용이 발생하도록 한 건축가의 의도를 의미한다.

2.3 건축공간과 사용자의 관계성

탈근대적사고의 주체는 이전 시대와 달리 중심 성이 사라진다. 주체는 기호학의 의미의 불확정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기표와 기의의 미끄러짐에 의한 의미 유보의 상태로 인식된다. 중심성이 사라진 주체의 의미생성은 관계의 구도 내에 놓인다.

두 건축가 모두 사용자의 행위에 의해서 규정되는 공간구성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사용자에 의해서 생성되는 공간의 의미를 정의하는 것은 사용자의 행위에 따라주어 지는 것이기에 건축공간은 중심성이 사라진 주체의 의미 불확정과 유사한 관계에 놓이게 된다. 두 건축가 모두 사용자의 자유로운 행위를 위해서 형태적으로도 이완된 공간형식을 취하고 있다. 건축공간 내에서 자유로운 행위를 유도하는 방식은 공간의 개방과 자율적인 동선계획에서 확인된다. 이러한 건축환경으로부터 관계의 활성화가 비롯된다. 사용자와 건축의 관계성이란, 공간의 성격이 사용자의 행위에 의해 규정되는 열린 구성, 사용자의 자유로운 이동과 동선의 교차에 의한 관계의 생성을 의미한다.

2.4 건축공간과 가구·집기의 관계성

렘 콜하스는 불확정성과 특이성간의 변증적 관계를 자신의 건축적 형태 발생의 기본적 전제로 삼는다. 공간은 비선형적인 전반적 불확정 과정 속에서 특이한 특이점 순간에 나타난다는 의미이다[16]. 이 논의를 확대하면 공간과 가구 사이의 관계도 사용자에 의해 발생하는 특이점의 순간에 규정된다는 지점에 이르게 된다. 건축가의 의도에 종속되지 않은 ‘거대한 프로그램적 복합체’를 구성함으로서 사용자의 행위를 수용하는 공간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SANAA는 환경과 건축 그리고 가구를 하나의 연속상태가 되도록 의도하고 있다. 도시와 건축의 관계를 분리되지 않은 통합적 상황으로 설명하는 것과 같이 건축공간과 가구도 분리할 수 없는 관계로 본다. 그러면서 공간의 투명성을 언급하고 있는데, 공간을 지배하는 가구의 뚜렷한 정체성보다는 공간과 가구의 융합을 통한 다양한 가능성을 긍정하고 있다. 또한 가구·집기의 치수와 소재 그리고 공간 내 배치로 발생하는 변화에 주목하는데 가구의 작은 변화로부터 만들어지는 공간의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17].

렘 콜하스와 SANAA는 건축공간과 사용자의 관계에서와 같이 사용자의 행위와 건축공간이라는 두 요소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비결정적 관계로부터 공간의 창의적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건축가의 건축과 가구 및 집기류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건축공간에 있어서 가구 및 집기에 의한 관계성이란 가구 집기의 유연한 변화, 복합적인 기능 그리고 사용자 행위의 수용이 가능하도록 한 건축가의 의도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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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건축공간에서의 관계성

III. 렘 콜하스(OMA)와 SANAA 건축공간에 나타난 관계성 분석

앞서 근대를 극복하려는 철학적 사유와 네트워크 기술을 통해 살펴본 바와 같이 탈근대적 사고는 비결정적인 관계를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또한 분석의 대상인 두 건축가 모두 관계성이라는 건축적 접근을 하고 있음을 또한 확인했다. 본 장에서는 렘 콜하스와 SANAA의 건축공간에 나타난 구체적인 관계성 전략을 분석한다. 분석의 기준은 위에서 기술한바와 같이 프로그램을 통한 기능적 관계, 건축공간과 그를 둘러싼 환경의 관계, 동선에 의한 사용자와 공간의 관계 그리고 공간과 가구 및 집기류와의 관계이다. 분석 대상이 되는 건축공간 내에서 건축가가 의도한 관계 활성화 전략을 찾아 기술한다.

분석 사례는 2010년 이후에 실현된 건축공간을 대상으로 한다. 건축의 용도는 개인시설이 아닌 다중이용시설로 한정하여 선정한다. 개인적 성향이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공간보다는 다양한 사용자가 함께 사용하는 시설에서 관계성이 중요하게 나타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SANAA의 작품은 세시마 가즈요와 니시자와 류에의 공동작업을 분석대상으로 하되 렘 콜하스의 작품과 용도를 통일시키기 위해 한 작품에 한하여 세시마가즈요의 작품을 포함시킨다. 건축의 관계형성은 비 형태적 접근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도면, 다이어그램과 함께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있는 작품해설을 참고한다.

1. 렘 콜하스 건축공간의 관계성 전략

1.1 브라이튼 콜리지(Brighton College), 2020

영국에 위치한 브라이튼 콜리지 내 사이언스 학과와 체육학과를 결합하여 공간활용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계획된 교육시설이다. 시간표에 따라 활동이 지시되었던 과거의 학사운영방식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분리되어 운영되었던 두 학과를 하나의 건물에 통합하여 구성원의 교류 증대를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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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렘 콜하스, 브라이튼 콜리지(출처: oma.eu)

- 건축공간과 프로그램의 관계성: 두 학과의 기능을 공간적으로 분리하되 체육학과의 공간 사이로 사이언스 학과의 공간이 가로지르도록 구성했다. 두 학부 각각의 프로그램은 연속적인 밴드의 형태에 놓이면서도 투명재료를 통해 서로 교차되는 시선을 통해 관계 활성화를 유도했다.

- 건축공간과 환경의 관계성: 부지 주변에 존재하고 있던 계단형 건축물의 형태를 투영하여 계단형으로 높낮이가 변화하는 공간을 계획했다. 계단형 공간과 수평 공간 사이에 다층적 시각적 교차가 활성화 된다. 체육관시설과 운동장의 높이를 동일하게 계획하고 전면개방형 접이식 문을 설치하여 외부를 향한 동선의 변화가 가능하도록 했다.

- 건축공간과 사용자의 관계성: 두 학과가 만나는 지점에 마련된 공용홀, 넓은 계단형 복도(cascade, 계단형 광장의 성격으로 단차를 이용하여 사용자가 머무를 수 있도록 한 개방형 공간) 그리고 학과 사이에 시선 교차를 만드는 유리벽을 활용하여 두 학과 구성원의 우연에 의한 교류를 유도했다.

- 건축공간과 가구·집기의 관계성: 가구 및 집기로 인한 관계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1.2 알렉시 드 토크빌 도서관(Bibliothèque Alexis de Tocqueville),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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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렘 콜하스, 알렉시 드 토크빌 도서관(출처: oma.eu)

프랑스 노르망디의 캉 라 메르(Caen la Mer)에 위치한 도서관으로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시민센터의 목적으로 건립되었다. 도시의 역사적 구도심과 개발 중인 지역의 사이에 위치하며, 유리 파사드를 통해 인접한 공원, 보행자 통로, 수변광장을 시각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십자형 평면으로 양방향의 대형 출입구롤 통해 도서관과 주변과의 유동적인 상호작용이 용이하도록 했다.

- 건축공간과 프로그램의 관계성: 도시의 상징을 향해 네 방향으로 펼쳐진 십자형 평면으로 각 날개는 인문학, 문학, 예술, 과학을 상징한다. 중앙에는 “움직이는 핵심부(beating heart)”로 불리는 영역이 마련되어 전시, 토론, 공연장, 레스토랑 등의 여러 프로그램이 혼재하도록 했다. 기둥이 없는 무주공간으로 계획한 2층은 자유로운 서가의 배치가 가능하도록 하여 변화 가능성을 내포한 플랫폼의 형식으로 구성했다.

- 건축공간과 환경의 관계성: 도시의 축에 대응하는 상징적 형태를 적용했다. 또한 외부를 향해 시각적으로 개방된 공간을 만들어 시민들의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 건축공간과 사용자의 관계성: 도서관의 역할을 도서의 소장보다 사회의 집단성으로 전화하고자 했다. 따라서 공공의 모임이나 생각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관계성이 형성되도록 의도했다. 복수의 주출입구, 사용자 동선의 의도적 혼재를 통해 낯선 공간을 발견하도록 하는 ‘기회와 만남의 장소’가 되도록 했다.

- 건축공간과 가구·집기의 관계성: 실제 소장 도서와 디지털 도서를 함께 열람 가능하도록 개발한 서가를 배치했다. 또한 배치변화가 가능하도록 서가에 바퀴를 적용하여 사용자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 가능하도록 했다.

1.3 소더비 뉴욕(Sotheby's New York),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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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렘 콜하스, 소더비 뉴욕(출처: oma.eu)

뉴욕에 위치한 소더비 본사의 다양하고 복잡한 기업의 요구사항을 지원하고 재정의 할 목적으로 계획된 공간재구성 프로젝트이다. 온라인 판매, 글로벌 아트페어, 이벤트, 고객, 상품 서비스의 다양화 등에 의해 점증적으로 변화하는 예술품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공간계획으로 지상1층부터 4층에 해당하는 공간이다.

- 건축공간과 프로그램의 관계성: 사용 주체인 소더비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형식의 판매, 전시, 행사를 수용할 수 있도록 규모, 소재, 형태가 서로 다른 20여 개 유형으로 구분되는 40여개의 갤러리를 4개 층에 집중 배치했다. 특징 없는 중성적 공간이 요구되는 용도에 완벽하게 작동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일반성을 통한 유연함이 아닌 다양성을 통한 관계의 유연함을 의도했다. 여러 유형의 전시공간들은 3-4일 주기로 변하는 프로그램에 따라 개별적으로나 클러스터형으로 재조직화가 가능하다.

- 건축공간과 환경의 관계성: 격자형 구조로 추상화된 뉴욕의 마천루에 이질적인 프로그램이 만들어내는 시퀀스를 활용한 렘 콜하스의 건축개념에서 환경과 건축의 관계를 읽을 수 있다. 건축물이 위치한 뉴욕 요크에비뉴의 도시적 환경보다는 기존 건축물이 지니고 있는 과거의 흔적과 새롭게 제안되는 공간의 중첩으로 관계를 구성하고 있다. 전시공간 구획과 불일치하는 건축구조를 일부 노출시키는 방법으로 건물에서 일어난 역사의 패치워크와 행위의 레이어가 드러나도록 했다[18].

- 건축공간과 사용자의 관계성: 사용자의 시선과 흐름을 명료하게 드러내기 위해 앙필라드(enfilade, 연이은 방의 연결 창호를 일직선상에 배치하여 통행이 편리하도록 한 공간구성), 계단형 동선, 긴 복도 등의 공간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프로그램의 잦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명확한 사용자 동선을 통한 공간의 연계성을 강조했다.

- 건축공간과 가구·집기의 관계성: 가구 및 집기로 인한 관계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1.4 블록스/DAC(BLOX/DAC),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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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렘 콜하스, 블록스/DAC(출처: oma.eu)

덴마크 코펜하겐 내항 수변에 위치한 건물부지는 순환 도가 중앙을 가로질러 관통하는 버려진 장소였으나 이곳에 덴마크 건축센터(DAC), 전시공간, 사무실, 공유오피스, 카페, 서점, 피트니스, 아파트, 지하 공공주차장이 포함된 복합공간을 계획했다. 덴마크 모더니즘의 특성인 기념비성, 단순성, 정중함을 표현하면서도 융합에 의한 공간 활성화를 의도했다.

- 건축공간과 프로그램의 관계성: 여러 프로그램의 ‘뒤섞임’(interweaving) 방법으로 공간의 활성화를 마들었다. 프로그램에 있어서 곡예로 은유되는 ‘뒤틀린 혼합’(acrobatic mixing)을 대신하여 시각적 연결을 형성하는 ‘발견’(discovering)이라는 방법을 통해 관계 활성화를 유도했다. 또한 저녁시간에 공공적 성격의 놀이터로 변화하는 수변시설로 시간에 의한 복합적인 프로그램이 적용되었다.

- 건축공간과 환경의 관계성: 건축물은 순환도로에 의해 분리된 역사적 문화지역(키에르케르고 광장)과 코펜하겐 내항의 수변공간의 연결로 역할을 한다. 개방된입구과 블록형 공간들의 결합된 형태를 통해 광장을 건축물 중앙으로 끌어들였다. 순환도로에 의한 자동차 소음을 도시의 활기로 만드는 접근으로 환경과 건축공간의 예측 불가능한 네트워크적 상호작용을 적극적으로 적용했다.

- 건축공간과 사용자의 관계성: 육지와 수변을 연결하는 보행자전용 도시통로의 역할을 한다. 지하와 지상으로 연결되는 다층적인 보행동선, 사무실 근무자와 거주자의 시각적 연결을 활성화하는 투명재료의 사용, 내·외부의 프로그램 연계 등을 적용하여 활성화를 유도했다.

- 건축공간과 가구·집기의 관계성: 실내에 사용된 가구 및 집기의 관계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수변을 따라 계단형 외부공간을 조성하여 사용자 및 시간에 따라 정체성이 변화하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1.5 코치-메이시스 헤럴드 스퀘어(Coach-Macy’s Herald Square),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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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렘 콜하스, 코치-메이시스 헤럴드 스퀘어 (출처: oma.eu)

1941년에 설립된 코치는 ‘대중화된 명품’으로 발전하면서 엄격한 조직체계와 같았던 브랜드의 이미지가 흐려지게 되었고, ‘logic and magic’이라는 코치의 모토를 디자인개념으로 적용하여 광범위한 적용이 가능한 백화점 내 매장 디자인을 제안했다.

- 건축공간과 프로그램의 관계성: 백화점 내 단일 브랜드 매장으로서 프로그램에 의한 건축공간의 관계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 건축공간과 환경의 관계성: 메이시스 백화점 내 환경을 도시공간으로 분석했다. 경쟁이 치열한 백화점 내부의 상황에서 백화점에서 규정한 경계벽을 조정하여주변 매장의 가시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최대의 볼륨과 주목성을 확보하는 안을 제안했다.

- 건축공간과 사용자의 관계성: 매장 내 기둥에 설치된 LCD스크린은 판매촉진을 위한 미디어플레이어이면서 동시에 고객이 진열 상품을 착용한 모습을 비추는 거울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고객의 행위와 LCD 스크린의 상호작용이 연속적으로 발생한다.

- 건축공간과 가구·집기의 관계성: ‘logic and magic’이라는 코치의 모토를 적용, 투명한 아크릴 박스의 조합을 이용하여 코치의 여러 제품을 다양한 방식으로 전시할 수 있는 가구를 제한했다. 모듈형식의 아크릴 박스는 조합에 따라 공간을 구획하는 벽체의 역할을 하며 조명, LCD스크린, 보안설비 등과 결합된다.

표 1. 렘 콜하스 건축공간의 관계형성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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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SANAA 건축공간의 관계성 전략

2.1 오사카예술대학(Osaka University of Art),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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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8. SANAA, 오사카예술대학(www.designboom.com)

오사카예술대학 내 언덕지형의 부지에 세워진 아트사이언스 학과 건물이다. 예술, 정보, 사회를 상징하는 3 개의 콘크리트 캐노피를 중첩시켜 연속적으로 순환하는 동선을 구현했다. 완만한 곡선형 콘크리트 캐노피의 형태로 언덕 위 공원 같은 건축이 되도록 했다. 전시공간, 강의실, 스튜디오 등으로 구성되었다.

- 건축공간과 프로그램의 관계성: 건축물 중앙에 정의되지 않은 프로그램의 넓은 홀을 배치하여 사용자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지원하도록 했다.

- 건축공간과 환경의 관계성: 스위스 로잔공대의 로렉스러닝센터에서 내·외부가 단절되었던 경험에 의해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흐릿하게 함으로서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공간이 되도록 했다. 처마의 형태, 알루미륨재질의 패널을 이용하여 시선의 개방과 폐쇄를 조정했다.

- 건축공간과 사용자의 관계성: 특정 학과의 독점이 아닌 모든 학생이 사용하는 교류의 장으로서의 공간이 되도록 했다. 복수의 출입구를 설치하여 여러 방향에서 접근이 용이하도록 했으며 자연에서와 같이 사용자의 선택에 의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 건축공간과 가구·집기의 관계성: 가벼운 비고 정의가 구를 배치하여 사용자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환경을 만들었다.

2.2 나카마치 테라스 도서관(Nakamachi Terrace Library),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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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9. SANAA, 나카마치 테라스도서관(www.pinterest.co.kr)

도쿄 서부 주거지역에 위치한 주민 커뮤니티센터 및 공공도서관 시설로 세지마 가즈요의 단독 설계작품이다. 공공 프로그램에 의해 주민이 만나서 지식을 공유하는 장소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외부의 완만한 곡선과 구조의 융합으로 내부에서 일어나는 사용자의 활동을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저층부는 독립된 볼륨으로 나누어져 있으나 상층부로 올라가면서 하나의 볼륨으로 통합되는 형태를 지니고 있다.

- 건축공간과 프로그램의 관계성: 커뮤니티센터와 도서관이라는 두 개의 프로그램 외에 카페, 회의실 등의 복합시설로 지역주민의 교류 활성화를 의도한다. 저층부의 독립된 프로그램은 개별 출입구가 마련되어 자율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도록 했다. 저층에서 상층으로 올라가면서 통합되는 프로그램에서 결합과 교환이라는 관계를 이용하고 있다.

- 건축공간과 환경의 관계성: 부지의 중앙에 건축물을 배치하여 여러 방향의 접근이 가능하도록 했다. 저층부에 분산된 독립된 볼륨 사이에 작은 광장을 형성하여 우연적 만남을 발생시킨다. 메쉬 소재의 이중외피는 내·외부의 시선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 건축공간과 사용자의 관계성: 시선교차를 만드는 유리 벽을 활용하여 사용자간의 우연에 의한 교류를 유도했다. 복수의 출입구, 저층부에서 옥상 테라스로 이어지는 여러 경로의 자연스러운 동선을 제안했다.

- 건축공간과 가구·집기의 관계성: 실내에 SANAA가 디자인한 레빗체어를 일부 사용했으나 가구 및 집기로 인한 관계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2.3 루브르 랑스(Louvre-Lens),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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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0. SANAA, 루브르 랑스(www.erco.com)

1960년대 이전에 광산의 야적장으로 사용되었던 프랑스 랑스시 중심, 20헥타르의 버려진 부지 위에 지형에 따라 단층으로 계획된 루브르박물관 분관이다. 빌바오 구겐하임의 사례와 같이 산업화 이후 쇄락한 도시를 재생시키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전체 면적 28, 000평방미터의 건축은 지하1층과 지상1층으로 되어 있으며, 총길이 360미터의 유리상자형 구조로 계획되었다. 파리 루브르에 소장하고 있는 예술품을 가져와 전시하며 연간 2회의 기획전시를 개최한다.

- 건축공간과 프로그램의 관계성: 파리 루브르의 작품이 지역적으로 구분된 것과 달리 시간에 따라 작품을 전시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120미터에 달하는 메인전시 홀인 ‘시대의 갤러리’(Galerie de temp)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작품을 전시하고 주기적으로 작품의 일부를 교체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매년 20%정도의 컬렉션이 다른 작품으로 교체되는 방식으로 불확정적 프로그램을 표현했다.

- 건축공간과 환경의 관계성: 흐릿하게 자연을 반사하는 알루미늄패널, 투명재료의 외피를 이용한 내·외부의 연속적인 시선교차, 자연광의 활용 등의 방법으로 부지와 건축의 시각적인 관계를 형성했다. 건축물을 완만한 대지에 순응하는 방식으로 펼침으로서 형태적으로 환경과 관계를 맺는다.

- 건축공간과 사용자의 관계성: 유도된 동선 없이 자유롭게 사용가능한 로비, 글라스 버블, 공간의 구획 없이 자유로운 형식으로 나열된 작품전시를 통해 방문자의 자율적인 관람을 가능하게 했다. 따라서 사용자 사이에 무작위적인 교류가 발생하도록 했다.

- 건축공간과 가구·집기의 관계성: 사용자의 행위를 규정하는 가구·집기의 사용을 절제했다. 작품을 형식이나 규모로 분류하지 않고 시간에 따라 디스플레이하기 위해 여러 크기의 집기를 불규칙적으로 분산 배치했다. 작품의 배치와 관람과정에서 네트워크 형식의 관계가 발생하도록 했다.

2.4 그레이스 팜스-더 리버(Grace Farms-The River),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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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1. SANAA, 그레이스 팜스-더 리버(gracefarms.org)

미국의 비영리재단인 그레이스 팜스에서 운영하는 커뮤니티 복합시설이다. 코네티컷, 뉴카나안에 위치한 그레이스 팜스는 자연 속에서 5가지의 기능(체육시설, 정자, 공용식당, 사무실, 도서관, 성소)을 굽어 흐르는 강의 형태로 연결하여 자연을 경험하고, 예술 활동을 하며, 정의를 추구, 지역 사회를 육성하고, 궁극적으로 신앙을 탐구하는 목적으로 휴식, 교육, 예술, 운동공간을 계획하였다. 32헥타르의 넓은 초원에 건축이 자연스럽게 융합되는 형식을 지니고 있다. 공동체 내에서 서로 다른 목적의 공간들의 긍정적 상호작용이 발생하도록 했다.

- 건축공간과 프로그램의 관계성: ‘가능성은 풍경 자체만큼 열려있다’라는 접근으로 각기 다른 프로그램이 경사지를 따라 굽어 흐르는 형태에 분산 배치되었다. 특히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성소(Sanctuary)는 7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원형극장으로서 수용하는 프로그램에 따라 공간의 성격이 변화하도록 했다. 그레이스 팜스는 상호작용을 위한 공간이자 창의적 협업이 이루어 질 수 있는 플랫폼의 역할을 한다[19].

- 건축공간과 환경의 관계성: 투명유리를 사용하여 모든 방향으로 개방된 공간을 만들었다. 지형과 환경에 순응하는 형태로 ‘건축물이 풍경의 일부’가 되도록 했다. 강의 흐름처럼 곡선으로 굽은 지붕 아래에 내·외부의 경계가 반복적으로 교차하는 유연한 공간을 만들었다.

- 건축공간과 사용자의 관계성: 굽은 건축의 형태, 개방된 시선, 시선 높이의 변화, 프로그램의 변화 등 시선을 중첩시키고 사용자의 상호작용을 돕는 건축공간을 제공했다. 그러나 건축물 자체의 형태와 역할보다 환경에 대한 사용자의 복합적인 지각을 유도하고 있다.

- 건축공간과 가구·집기의 관계성: 사용자의 행위를 규정하는 가구·집기의 사용을 절제했다. 일부 공간에 시선의 조절이 가능하도록 커튼을 적용했다.

2.5 데렉 램 소호(Derek Lam SoHO), 2009

뉴욕 소호에 위치한 패션디자인 브랜드, 데렉 램의플래그쉽 스토어이다. 19세기에 지어져 공장으로 사용되었던 공간에 디자이너에 의해 ‘큐레이팅’할 수 있는 공간을 계획했다. 버블형태의 투명아크릴벽체를 배치하여 공간의 분절과 시각적 연결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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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0. SANAA, 데렉 램 소호(www.designboom.com)

- 건축공간과 프로그램의 관계성: 쇼륨과 매장이라는 두 가지 기능의 혼합을 목적으로 계획되었다. 드레스, 신발, 스페셜 콜렉션의 공간이 매장 내에 혼재한다. 개방과 차단, 디스플레이의 변화를 활용하여 사용자에 의한 연출을 수용하는 ‘투명한 캔버스’를 계획했다.

- 건축공간과 환경의 관계성: 기존 건축물의 흔적을노출시킴으로서 과거의 환경과 현재의 융합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중첩된 곡면형 아크릴벽체 표면에 발생하는 일광의 연속적 반사로 환경과 공간의 상호작용을 유도했다.

- 건축공간과 사용자의 관계성: 곡선형 아크릴 벽체 사이를 유영하듯 자유롭게 거닐 수 있는 동선을 계획했다. 공간의 정체성을 비움으로서 사용자의 공간연출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도록 했다.

- 건축공간과 가구·집기의 관계성: 가구와 집기의 재료와 형태를 단순화 했다. 공간 내 분절과 연결을 자연스럽게 조절하는 디자인요소로서 곡선벽체를 따라 커튼을 설치했다.

표 2. SANAA 건축공간의 관계형성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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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렘 콜하스와 SANAA 건축공간의 관계형성 전략

앞에서 렘 콜하스와 SANAA의 작품에서 관계성을 활성 화가기 위한 건축가의 전략을 보았다. 본 장에서는 분석의 기준이 되었던 프로그램, 환경, 사용자 그리고 가구·집기를 기준으로 두 건축가의 관계성 전략을 종합한다.

두 건축가 모두 전체를 합목적성에 따른 기능의 분화라는 의미와는 달리 기능을 새롭게 해석하는 창의적 공간구성 방법으로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렘 콜하스는 관계성을 생성하는 프로그램전략으로 분리된 기능요소를 교차 또는 중첩시킨다. 확정되지 않은 프로그램을 적용하기 보다는 밴드·블록형식으로 분리된 기능을 교차·중첩시키되 주요지점에 결절점을 만들어 공간을활성하는 조직적인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SANAA는 렘 콜하스의 조직적 방식과 달리 정의되지 않은 비워 진공 간을 마련함으로서 사용자의 행위에 의해 자율적으로 변화하는 이완된 공간을 적용하고 있다.

환경에 있어서는 모두 환경적 요소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공간이 형성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었다. 또한 투명재료의 외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주변 환경과 건축이 관계를 맺도록 한다. 렘 콜하스는 건축부지의 특성이나 단점을 역으로 활용하는 변증법적 접근을 하고 있는데, 주변 환경이 갖고 있는 특성을 건축공간으로 끌어들이거나 공간 구성에 반영하여 특수성이 강한 환경을 만들어내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SANAA는 부지나 환경에 순응하는 건축형태를 적용하고 있다. 부지와 건축과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결합된 공존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사용자와 공간에 있어서는 형태적으로 이완된 공간형식을 적용하여 사용자의 자유로운 행위를 유도하는 방식이 공통적으로 확인 되었다. 렘 콜하스는 관계성을 활성화하는 공간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특히 여러 출입구를 통한 사용자의 자유로운 접근, 동선의 교차, 투명재료를 활용한 시선의 교차, 계단형 공간을 활용한 사용자의 교류활성화 그리고 공용으로 사용되는 무목적 공간의 배치 등이 확인된다. SANAA는 사용자의 선택의 의한 자유로운 활용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인위적인 동선이나 사용자의 행위를 유도하는 공간요소보다는 자율적 행위를 수용하는 경계가 불분명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투명재료에 의한 시선교차라는 점은 렘 콜하스와유사하지만 버블형태의 곡선형 벽체와 비워진 공간은 사용자의 무작위적 교류를 활성화시키는 SANAA만의 전략으로 확인된다.

가구와 집기에 있어서는 두 건축가의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렘 콜하스는 가구에 의한 사용자에 의한 프로그램의 복합체를 형성하기 위한 가구의 활용이 제한적임을 확인했다. 가구와 집기보다는 건축공간 자체에서 관계성을 형성하려 했다. 다만 도서관 프로젝트에서는 이동 가능하며 실제 도서와 데이터화 된 도서를 함께 열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구에 적용, 백화점의 상업공간에서는 LCD디스플레이에 영상홍보기능과 고객을 비추는 거울의 기능을 결합함으로써 사용자의 선택적 활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SANAA는 배치변화에 유리한 가벼운 이동형 가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서 자율적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가구활용 전략이 확인되었다. 또한 공간 내 분절과 연결을 자연스럽게 조절하는 커튼을 반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사용자에 의한 가능성을 넓게 열어 놓는 관계성 전략으로 보인다.

표 3. 렘 콜하스와 SANAA 건축공간의 관계형성 전략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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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결론

본 연구는 탈근대적 사고가 관계에 의한 변화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점, 그리고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로 일상 속에 관계의 메커니즘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점으로부터 동역학적 관계를 현시대를 이해하는 주요 관점으로 제시했다. 건축공간에 있어서도 동역학적 관계형성이라는 관점이 유효할 것으로 보고 렘 콜하스(OMA)와 SANAA의 작품에 나타난 관계형성 전략을 분석했다.

렘 콜하스와 SANAA의 관계형성 전략에 있어서 공통점은 두 건축가 모두 조직화에 의해 경직된 프로그램을 거부하고 가능성이 내재된 관계성을 건축공간을 활성화시키는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축의 주변 환경에 있어서는 투명한 유리 등 외부환경에 대한 개방성을 강화는 방법, 실내에 투명한 건축재료를 적용하여 사용자간의 시선의 교차를 만든다는 점 그리고 사용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여러 방향에 출입구를 설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된 전략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두 건축가의 관계성 전략에는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났다. 렘 콜하스는 건축이 관계형성을 강화하는 공간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조건과 건축부지나 환경이 지닌 특성을 창의적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둘째, 공간 프로그램에 대한 가상의 시나리오를 설정하는 것과 같은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셋째, 사용자의 행위를 유발하는 인위적인 공간적 장치를 공간에 배치하고 있다. 다만, 가구와 집기를 활용한 관계성은 빈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새로운 환경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SANAA는 렘 콜하스와 비교하며 건축공간의 역할을 약화키고 건축 자체를 제외한 나머지 요소를 활용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첫째, 정의되지 않은 비워진 공간을 활용한 프로그램의 자율적 생성과 혼합을 유도하고 있다. 둘째, 건축부지와 환경에 융합되는 건축적 형태를 적용하고 있다. 셋째, 사용자의 자유로움을 수용하기 위해 절제된 건축적 어휘를 사용하고 있다. 넷째, 배치변화에 유리한 가벼운 이동형 가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서 자율적 프로그램을 지원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분석 대상인 두 건축가는 공간의 관계성을 건축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렘 콜하스는 사용자의 행위유발 기제의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반면, SANAA는 사용자의 자율적 행위를 담는 이완공간의 전략을 사용하고 있었다.

두 건축가의 작품에 나타난 공간은 다차원적인 상호작용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공간의 내·외부 연계 그리고 사용자의 행위를 유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관계성이라는 특성을 통해 여러 사건과 경험을 발생시키려는 건축가의 전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간의 형태보다 관계에 의한 경험이 현대공간을 이해하는 주요한 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 주목한 관계성이라는 관점으로, 근대의 합리주의를 벗어난, 현대의 건축공간의 특성 모두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 차원에서 공간을 사고하려는 이러한 시도는 현대의 공간이 진행하고 있는 방향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자료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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