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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Covid-19" Affected Reporters' News Coverage?: Focusing on Reporters' Perception of Changes in Work Environment Before and After the Pandemic

코로나 19는 기자들의 취재관행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팬데믹 전후의 근무형태 변화에 대한 기자 인식을 중심으로

  • 양영유 (단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 Received : 2021.01.26
  • Accepted : 2021.03.25
  • Published : 2021.05.28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plore and analyze how the Covid-19 pandemic has affected the reporting practices and news production of the reporters working with Korean media over the past one year. To this end, this study has conducted in-depth interviews with reporters working with daily newspapers, news agencies, and broadcasting companies. The analysis of the interviews resulted in the following generalizations. The reporters are working at home, which was never experienced before the Covid-19 pandemic, and they have difficulties in covering their reporting beats because they have little or no access to contact points. The reporters rely heavily on indirect coverage and online briefings via phones or SNS because they have difficulties in meeting news sources in person. As a result, the diversity of news contents and the media's on-site monitoring functions has been severely weakened. In addition, the reporters have no chances to both exchange ideas with fellow reporters and to transfer the know-how of collecting news items to their juniors. This paper has also discussed the disruption of practices that the ongoing Covid-19 has brought to the media ecosystem from a variety of perspectives.

이 연구는 코로나 19 팬데믹이 지난 1년 동안 한국 언론사 기자들의 취재 관행, 조직 내부 관행, 뉴스 생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탐색하였다. 이를 위해 종합일간지, 경제일간지, 뉴스통신사, 방송사에 근무하는 취재 기자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하였다. 그 결과, 기자들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재택근무를 하고 있으며, 출입처가 통제되거나 폐쇄되어 현장 취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들은 취재원을 직접 만나기 어려워 전화나 SNS를 통한 간접 취재와 온라인 브리핑에 의존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뉴스의 다양성과 현장성이 떨어지고 현장 감시기능이 약화하고 있다는 인식을 보였다. 또한, 조직 내 회의나 모임이 사라져 아이디어 교감이나 선후배 간 취재 노하우 전수에도 애로가 있다고 언급하였다.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 19가 국내 언론의 취재 관행, 조직 내부 관행, 뉴스 생산 등 미디어 생태계에 불러온 변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하였다.

Keywords

Ⅰ. 연구목적

언론사의 취재 기자는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다. 평생 사람을 만나 취재하고, 그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를 취사선택하여 기사를 쓴다. 기자의 업무는 매일 취재원들과의 일정을 잡는 일과의 연속이다[1]. 매일 누구를 만나 무슨 이야기를 듣고 무슨 기사를 쓸지를 머릿속에 그리는 직업적 관성이 있다. 좋은 기사의 여정은 기자가 취재하러 나가기 전에 시작된다. 좋은 기사는 남과다르게 취재하는 일, 남과 다른 취재원을 찾는 일, 그리고 다른 질문을 제기하는 일에서 시작된다[2].

기자는 질문하고 듣는 직업이다. 호기심이 없는 기자, 질문이 없는 기자, 잘 듣지 않는 기자는 좋은 기사를 쓰는 기자가 되기 어렵다[3]. 각종 미디어 매체에 보도되는 다양한 뉴스 콘텐츠는 기자들의 끊임없는 취재 여정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과 통화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통하고, 현장에 달려가 정보를 취재한다.

기자는 현장을 관찰하고 메모하는 게 숙명인 직업이다. 뉴스는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일이 빈번하다. 현장에는 생생한 장면과 콘텐츠의 방향성에 영향을 주는 디테일(detail)이 꿈틀거린다. 따라서 기자에게 현장은 영원한 기록의 동반자다. 어떤 이슈이든 현장으로 달려가면 새로운 팩트를 건질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실상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4]. 현장의 팩트와 기자의 감성, 그리고 분석이 녹아든 기사가 양질의 튼실한 뉴스 콘텐츠로 완성되어 뉴스 수용자에게 전달된다.

뉴스 수용자들이 기사를 읽고 “자물쇠 속에서 열쇠가 돌아가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5] 하려면, 기자들은 끊임없이 취재하고 관찰하고 공부해야 한다. 죽치고 앉아서 컴퓨터만 두드린다고 취잿거리가 생기지 않는다. 현장을 누비고 취재원을 만나고 공공의 워치독(watchdog) 역할을 하는 건 기자의 숙명이다.

하지만 코로나 19가 지구촌을 급습한 지 1년이 지난 현재,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기자들도 일상 업무 활동에 많은 변화와 불편을 겪고 있다. 정부의 방역 대책에 따라 전국적으로 거리두기 단계가 오르내리고 있는 사이 끊임없이 취재원을 만나고, 끊임없이 사회를 관찰하고, 끊임없이 기사를 쓰는 기자들의 취재 활동 관행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을까? 기자들의 취재 관행 변화는 뉴스 취재력의 변화를 가져오고, 뉴스 취재력은 뉴스 콘텐츠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저널리즘 영역에서 기자들의 취재 관행의 변화 문제를 다루는 것은 의미 있는 연구 분야이다.

이 연구는 코로나 19로 인한 기자들의 취재 관행 변화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문제의식을 갖고 시작한다. 첫째, 코로나 19가 국내에 상륙한 지난 1년 여 동안 기자들의 취재 활동과 근무 방식이팬데믹 이전과는 어느 정도 바뀌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둘째, 코로나 19로 언론사 조직 내부의 콘텐츠 제작 관행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셋째, 기자들의 취재 관행과 언론사 조직의 제작 관행 변화가 뉴스 콘텐츠 생산물에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반 국민과 마찬가지로 기자들 또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팬데믹 언론 환경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고유 업무인 취재 활동에 실질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탐구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지금까지의 연구는 정상적인 일상에서의 언론의 취재 관행과 뉴스 생산방식에 대한 탐구가 일반적이었을 뿐, 전 세계적으로 문명사적 변화를 몰고 온 코로나 19가 미디어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시의성 있는 탐구는 드물다. 국내에서는 공영방송 KBS의 코로나 19 관련 보도 프레임 분석[6], 국내 주요 일간지의 코로나 19 관련 언론 보도 프레임 분석[7], 유 튜브 채널에서 코로나 19 중국 관련 허위정보 확산에 관한 연구[8] 등 주로 팬데믹 관련 보도의 내용분석에 관한 제한적 연구에 머물고 있다.

언론사 기자들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뉴스를 선택하고, 취재하고, 가공해 보도하는 뉴스콘텐츠의 생산 주체이다. 기자들이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살피고, 확인하는 거쳐 탄생한 뉴스 콘텐츠의 다양성과 품질 경쟁은 언론 생태계의 숙명이다.

이에 본 연구는 코로나 19 팬데믹의 사회적 여파가 언론사 기자들의 취재 관행과 뉴스 콘텐츠의 다양성과 현장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종합일간지, 경제일간지, 뉴스통신사, 방송사에 근무하는 현장 취재기자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다.

Ⅱ. 이론적 논의

1. 기자 개인의 취재 관행

취재기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출입처(beats)나 취재 현장으로 출근하는 게 일상이다. 아침에 출근하면 그날의 기사 메모를 데스크에 보고한다. 기사 메모는 기자들이 경쟁사 동료들이 무엇을 취재하고 있는지, 물 먹고 있는 건 아닌지 촉각을 세우면서 새로운 취잿거리를 찾아 발버둥 친 일종의 ‘핵심 보고 거리’이다. 오전에 편집국장(보도국장) 주제로 여는 전체 데스크 회의에서 부서별로 발제한 메모 가운데 그날 보도할 주요 기사가 결정되면, 기자들은 본격적으로 보충 취재를 하고 기사를 작성한다. 또한, 출입처의 중요한 브리핑이나 현장 방문이 있으면 현장의 생생한 뉴스도 전해야 한다. 기사는 신문사 초판 마감 시간(deadline) 기준으로 보통 오후 5시~오후 6시까지 송고를 마쳐야 한다. 기사가 게재된 이후에는 현장에서, 또는 회사로 복귀해 오탈자나 제목을 확인하는 일상을 반복한다. 요약하면, 기자들은 매일 이런 일상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직업인이다[9].

이와 같은 관행이 전통적인 기자들의 일상 근무 패턴이지만, 디지털 생태계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기자들은 수시로 속보 기사를 써야 한다. 보도 자료나 스폿 뉴스를 챙기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에 시시각각 오르는 정치인이나 유명인의 발언도 기사화해야 한다. 한 마디로 취재 기자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무대를 ‘전천후(全天候)’로 넘나들며 숨 가쁜 일상을 보내는 미디어 매체의 콘텐츠 생산 ‘키맨(key man)’이다.

그렇다고 기자들이 남들이 다 알고 있는 기사를 쓸 수는 없다. 기자는 새로운 사실을 찾아내고,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고, 새로운 아젠다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사실성을 확보해야 하는 직업인이므로 쉼 없이 취재원을 접촉해야 한다. 다양한 취재원을 확보하고 스토리를 명료하고 흥미롭게 전달하는 기자의 능력은 중요하다 [10].

기자들은 유용한 정보원을 발굴하고, 다양한 취잿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취재원과 빈번하게 접촉한다. 특히 한국의 기자들은 정부 부처 등의 공무원이나 민간기업취재원의 정보에 많이 의존한다. 기자가 출입처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과도하게 의존하며 사실 확인이나 추가적인 주변 취재에 소홀하면 자칫 ‘발표 저널리즘’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11].

취재 경력이 많은 기자일수록 취재원 확보에 유리하고, 경력이 짧은 기자는 상대적으로 취재원 확보에 열세여서 취재원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나타난다. 새내기 기자는 더 열심히 취재원을 확보해야 자기 영역을 넓혀 가며 중견 기자로 성장할 수 있다. 기자가 어떤 취재원을 만나, 어떤 정보를 얻어, 어떤 내용을 인용하느냐에 따라 뉴스 콘텐츠의 깊이와 다양성과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12][13].

그렇지만 취재원이 진실이라고 했다는 이유로 실제로 확인하지 않고 기사를 쓰는 기자는 신세계의 한쪽에 바다 괴물을 그려 넣는지도 제작자와 다를 바 없다[2]. 이런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기자들은 취재원을 교차 검사하며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려면 시간과 품이 많이 든다. 전화나 SNS 간접 소통보다는 심도 있는 대화를 직접 나눌 수 있는 대면 만남이 더 효과적이다. 취재원의 에두르는 말투나 어색한 표정, 몸짓에도 진실의 촉이 숨겨져 있을 수 있어서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최근 1~2년 사이 기자들은 절대적인 근로시간이 단축되고 그 여파로 취재 시간이 줄어듦에 따라 기사의 다양성과 투명성 하락, 현장 기획 기사 감소, 취재 경쟁력 약화와 같은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선행연구[14]에서 확인하였다. 특히 코로나 19가 1차 대유행(2020년 2월 19일), 2차 대유행(2020년 8월 27일), 3차 대유행(2020년 12월 25일) 을 거치는 동안 누적 확진자가 2021년 3월 1일 현재 9만29명(사망자 1, 605명)에 이르고[15],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를 오르내림에 따라 우리 사회의 대면접촉 활동이 크게 위축되었다.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기자들 또한 현장 취재에 애를 먹고, 출입처 출입이나 취재원과의 만남이 4인 이하로 제한되어 활동이 경직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 19가 불러온 언론의 근무환경변화는 취재활동 전반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될 수 있다.

2. 언론사 조직의 내부 관행

언론사의 뉴스 콘텐츠는 기자 개인의 생산물인 동시에 언론사 조직의 생산물이다[16][17]. 언론사 조직은 기자들의 기사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기사 아이디어는 곧 뉴스 콘텐츠의 원료이므로 언론사 편집국(또는 보도국)은 매일 대면 편집회의를 통해 그날의 메인 기사를 결정한다. 또한, 정치부·경제부·사회부 등 부서별은 물론 편집국(또는 보도국) 전체 차원에서 기획 또는 아젠다 아이디어 회의를 수시로 연다. 직접 얼굴을 보고 토론하며 격론을 벌이는 과정에서 사회적 반향을 불러올 굵직한 기획시리즈나 연중 아젠다 등이 결정된다. 공식적인 회의 후 선후배 간 사적 만남이나 ‘회식’은 기자 세계에선 끈끈한 정보 교환의 장으로 통한다[14].

한편으론 언론사 조직은 위계질서와 조직 문화에 따라 기자들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집단이다. 기자들은 조직 또는 선배의 간섭(통제)에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인데, 저널리즘 측면에서 보면 간섭저널리즘에서 벗어나 더 자율적으로 취재하며 더 주체적으로 기사를 쓰면 언론이 더 공정하다고 인식할 수도 있다[18].

이와 같은 언론 조직의 뉴스 콘텐츠 제작 관행을 비유해 슈메이커와 리즈[19]는 “미디어 조직은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미디어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회적·공식적·경제적 존재”라고 정의했다. 즉, “미디어 뉴스 관행은 미디어 종사자가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이용하는 정형화되고, 관행적이며, 반복되는 활동과 형식” 이라는 설명이다. 슈메이커와 리즈는 미디어 조직의 작동 원리를 기자 개인, 미디어 관행, 미디어 조직, 미디어 외부, 이데올로기 등 다섯 가지 요인이 안에서 밖으로 동심원처럼 물결을 이룬다고 주장했다.

이를 슈펠레[20]의 모델로 포괄하면 기자, 미디어 조직, 미디어 조직 외부 영향 등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세 가지 요소는 모두 톱니바퀴처럼 뉴스 콘텐츠에 영향을 준다. 즉, 기자 개인의 취재와 글쓰기 능력, 미디어 조직의 가치와 전통, 그리고 광고주나 공공기관 등 조직 외부의 요소가 독립적으로 놀지 않고 서로 유기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의미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취재했던 밥 우드워드[21]는 “최고의 저널리즘은 종종 경영층에 저항할 때 이뤄진다”라고 말한 것은 이와 같은 뉴스 제작 관행에서 조직 내부와 외부의 영향 속에서 정론 보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Ⅲ. 연구 문제 및 연구 방법

1. 연구 문제

이 연구는 전 국민의 일상을 변화시킨 코로나 19 팬데믹이 언론사의 뉴스 콘텐츠 생산을 책임지고 현장 (field)을 누비는 취재 기자의 취재 활동과 콘텐츠 생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런 관점에서 이 연구는 팬데믹이 취재 기자의 취재 관행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조직 문화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런 변화가 뉴스콘텐츠 생산의 다양성과 내용에는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저널리즘 생태계 탐구에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여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연구 문제를 설정하였다.

연구문제 1.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취재 기자들의 취재 관행에 어떤 변화가 있는가?

연구문제 2.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언론사 조직 내부의 제작 관행에 어떤 변화가 있는가?

연구문제 3.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뉴스 콘텐츠의 다양성과 내용에 어떤 변화가 있는가?

위와 같은 세 가지 연구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자는 취재 기자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시행하였다. 취재 기자는 출입처를 커버하고, 현장을 누비며 뉴스를 발굴하고, 뉴스의 사실성을 확인하는 언론사 콘텐츠 생산의 ‘키맨’이라는 점에서 코로나 19로 인한 취재 활동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애초에는 기존의 정성 조사 분석방법대로 인터뷰 대상을 한데 모아 청문(聽聞)하는 초점그룹인터뷰(FGI) 방식을 계획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하여 모임 자체가 어려웠고 기자들 또한 대면 접촉을 꺼려 비대면 인터뷰방식으로 변경하였다. 우선 1차로 서면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고 답변이 미흡한 항목은 2차 서면 인터뷰로 보완하고, 3차로 개별 전화 인터뷰를 통해 내용을 정리하였다. 인터뷰는 연구자가 직접 진행했으며 종합일간지 5명, 경제일간지 2명, 뉴스통신사 2명, 방송사 2명 등 11명이 참여했다. 인터뷰 대상자는 연구자와 평소 친분이 있는 기자의 소속 매체, 기자 연차, 취재 분야를 고려해 사전에 취지를 설명한 뒤 동참 의사를 받아 선정하였다. 서면 심층 인터뷰는 2021년 1월 4일부터 1월 17일까지, 개별 전화 인터뷰는 같은 달 18일부터 24일까지 진행하였다. 인터뷰에 참여한 취재기자들의 소속 언론사, 직급, 연차, 소속 부서는 다음 [표 1]과 같다.

표 1. 심층면접 인터뷰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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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연구 결과

1. 기자들의 취재 관행 변화

이 연구는 코로나 19가 한국 언론사 기자들의 취재 관행에 어떠한 변화를 몰고 왔는지를 탐구하였다. 지난 1년 동안 팬데믹이 1차 유행, 2차 유행, 3차 유행으로 이어져 수도권에선 거리두기 단계가 2.5단계까지 올라가 기자들의 활동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음을 확인하였다. 취재 기자들의 취재 주요 일터인 출입처의 폐쇄, 현장 취재 후 기사 작성 공간인 카페의 실내 이용금지, 음식점 등의 영업 제한조치로 기자들은 취재 활동에 많은 애로를 겪고 있었다. 팬데믹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취재 관행의 ‘파괴’가 일어나고 있었다.

1) 재택근무와 온라인 브리핑 일반화

취재 기자들의 일상은 오전에 출입처나 취재 현장으로 달려가 상황을 체크하고 팀장이나 데스크에 기삿거리를 보고하는 일로 시작된다. 인터뷰에 참여한 기자들은 모두 팬데믹 이후 이런 관행이 무너져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재택근무가 일반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재택근무는 출퇴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활동성이 장점인 취재 기자 입장에선 동료 기자들은 물론 취재원조차 만나지 못하는 “답답함”이 스트레스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5일 근무 중 3~4일은 재택근무하고, 1~2일은 회사로 출근합니다. 초기엔 카페에도 많이 갔는데 카페를 이용할 수 없게 되면서 주로 집에서 일합니다. 기자 생활 중 난생처음으로 집에서 근무하네요. 코로나 감염을 우려해 회사가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개인적으로도 외출을 자제하다 보니 답답도 합니다.”(A기자, B기자)

“출입처 사람들조차 만나는 걸 꺼려 주로 ‘집콕’해요.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을 합쳐 하루 네 시간 정도는 버는 셈이지요. 공공기관 출입처는 제한적으로 열기는 하지만, 민간 출입처는 아예 폐쇄해 갈 곳도 없어요. 회사 생활 신경 쓸 필요 없어 편하기도 하지만, 현장감과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고 있어요. 회사에서는 업무에 소홀하다고 생각하는지 일일이 보고를 요구해 스트레스받아요.”(B기자, D기자, G기자)

기사 품질은 기자가 얼마나 다양한 취재원을 만나 얼마나 풍부한 정보를 확보하느냐에 달렸지만, 기자들은 취재원과의 만남 자체가 쉽지 않아졌다. 기자들은 취재원과 대면 접촉이 원활하지 못하자 전화나 카카오톡으로 주로 소통하고, SNS 취재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등 취재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었다.

“전화나 카카오톡 취재가 일상화됐습니다. 국회에서 각종 상임위나 정당 회의가 열리면 현장에서 ‘받아치기’ 하며 기사를 썼는데, 지금은 아예 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해 기자 풀(pool)이나 제공 자료를 활용할 수밖에 없어요. 수시로 현장을 드나들면 취재할 때와 비교하면 취재의 깊이가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I기자)

“전화나 SNS로 주로 취재하다 보니 상대방의 진위를 파악하기가 어려워요. 취재원과 잘 모르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얘기를 듣기가 어렵죠. 직접 만나 취재하면 표정, 말투, 분위기를 파악해 취재 영역을 확장할 수 있지만, 전화나 SNS는 한계가 있어요. 전화는 특정 취재 목적이 있을 때만 하게 되고요.”(H기자, E기자)

“전에 알고 있던 취재원과는 딱히 어려움은 없으나 취재원을 늘려야 하는 처지에선 굉장히 불편해요. 밥이라도 먹고 술이라도 한잔해야 친해지고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데 스킨십 자체가 실종됐잖아요. 어렵사리 전화 연결돼도 상대방이 경계하며 절제된 말만 하기 때문에 기사로 쓰는데 상당히 어려워요.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중에 기사 아이디어도 튀어나오고 새로운 정보도 얻곤 하는데, 전화로는 한계가 있죠.”(G기자)

팬데믹은 관공서나 기업체의 브리핑 방식도 온라인으로 바꿔 놓았다. 매일 진행되는 방역 당국의 코로나 브리핑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정부 부처나 지자체, 민간기업의 브리핑이 온라인 또는 서면으로 대체되면서 기자들은 취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사전에 질문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하다 보니 답변자가 자신의 편의나 필요에 따라서 질문에 대한 핵심 답변을 피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전에는 답변 내용이 충분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즉석 추가 질문을 했는데, 그게 어려워졌어요. 발표하는 쪽만 편해졌죠. 출입처 입장에선 용건만 전달하고 끝내는 셈이죠. 이전에는 브리핑 이후 다양한 뒷이야기를 취재하고, 그러다가 특종도 낚았는데 답답합니다.” (D기자, F기자, H기자)

“카카오톡으로 기자단이 대신 질문을 받아 대변인에게 전달하곤 합니다. 아침에 문자로 대변인실에 질문을 보내면 답변을 공유하는 방식인데 대변인은 이중 질문은 3~4가지만 추리거나 질문을 편집해요. 형식적인 답변이 많고 상황 묘사도 어려워요.”(C기자, I기자)

2) 전반적인 현장 대면 취재력 약화

이와 같은 기자들의 취재 활동의 급격한 변화는 전반적인 취재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었다. 2018년 7월부 터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기자들이 절대 취재 시간이 부족해 취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14], 팬데믹으로 인한 영향은 더 큰 것으로 판단되었다. 기자들은 출입처나 현장으로 나가지 못하는 현실은 결국 취재력의 부실 또는 취재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취재원 사회에서 은밀히 이뤄지는 내용을 취재하기 힘듭니다. 설혹 은밀한 얘기를 알려주더라도 크로스 체크가 어려워 기사화하기가 더 힘듭니다. 내부적인 이야기를 쓰기가 어렵지요. 기자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취재의 부실화가 몰려온 거라고 봅니다.”(C기자)

“국방부는 원래 부대 현장 방문이 많았어요. 새로운 무기가 전력화되면 직접 탑승하고 인터뷰도 하고요. 기자들 입장에선 현장을 이해할 좋은 기회죠. 하지만 군에서도 확진자가 나오자 현장 취재는 거의 불가능해졌죠.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죠. 내부 얘기도 못 듣고 현장도 못 보니 취재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지요.”(J기자)

기자들 사이에서는 특히 저 연차 기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험이 풍부한 선배 기자들은 다양한 개인 취재원을 활용해 기사를 쓸 수 있지만, 저연차 기자들은 새로운 취재원을 발굴하지 못해 취재원 ‘빈익빈(貧益貧)’ 현상이 심화해 취재력 열세로 이어진다는 의견이다(B기자, D기자, H기자, K기자).

2. 언론사 조직 내부의 관행 변화

팬데믹 이후 기자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출입처나 현장 접근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언론사 조직 내부의 업무 관행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 편집국에선 각부서의 데스크나 편집기자 외에 취재 기자들을 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분위기가 썰렁해졌고, 부서 또는 팀별 회의나 회식도 대부분 사라졌다. 인터뷰 참가자들은 코로나 이전에는 부서 회의나 팀별 모임을 통해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유대감을 다졌으나, 지난 1년 동안 그런 모습이 크게 퇴색했다는 데 동감했다. 부서 회의나 업무 지시는 대부분 SNS를 통해 이뤄지고 있었는데, 저연차 기자들은 소통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선임 기자들은 불통 우려를 지적해 세대 차이가 감지되었다.

“1주일에 1회인 부서 회의는 그대로지만, 온라인 회의를 하다 보니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요. 온라인 회의에 익숙하지 않고 집중도 안 돼 분위기가 어수선합니다. 회의 시간도 짧아졌고요. 회식도 없고 소통에 애로가 있죠. 부서원 관리도 느슨해지고 있어요. 물리적으로 더 엄격하게 관리하기도 어려워요.”(A기자, B기자)

“오히려 소통 창구가 많아졌어요. 여러 단톡방이 생겨 소통엔 문제가 없어요. 오프라인 회의가 없어져 선배를 억지로 만날 필요도 없어 스트레스가 줄었습니다. 선후배 간 소통은 크게 달라진 게 없어요. 수시로 문자나 톡을 쏴 이전보다 과도하게 소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죠. 때로는 감시당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통제가 더 강화된 것 같기도 해요.”(E기자, I기자, K기자)

기존의 편집국장(보도국장) 주재 전체 제작 회의나 마감 시간에는 별 변화가 없었다. 다만, 취재 기자들의 현장 근무 후 회사 복귀가 최소화함에 따라 기자 스스로 ‘도덕적 출퇴근 관리’와 취재 아이디어 짜내기를 고심해야 하는 ‘자영업화’가 일반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팀원 간, 부원 간, 부서 간 만남이 거의 없다 보니 ‘나 홀로’ 취재도 많아요. 팩트 확인과 취재원 섭외, 확인, 인터넷 속보 송고 등을 혼자 해야 할 때가 많아요. 초임자는 선배에게 제대로 배울 기회가 적어져 취재력과 실력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요.”(B기자, J기자)

3. 뉴스 콘텐츠의 다양성과 내용 변화

코로나 19가 지난 1년간 기자 사회에 불러온 취재 관행의 변화는 뉴스 콘텐츠의 형식과 내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s)”는 속담처럼 기자들은 팩트 확인을 위해 자세하게 현장을 취재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고, 취재원과의 대면 접촉도 수시로 함으로써 내면의 세세한 기류를 감지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비대면 사회’ 가 지속하다 보니 ‘비대면 취재’가 많아져 밀착형 취재가 약화한 것이다. 그런 여파로 언론사의 뉴스 콘텐츠의 현장성과 다양성이 위축되고, 취재원 활용 방식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는 게 인터뷰에 참여한 기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1) 현장성 기사의 현격한 감소

언론이 생산하는 뉴스 콘텐츠를 생생하게 전달하려면 현장성이 중요하다. 하지만 출입처 기자실이 폐쇄되고, 코로나 확산을 우려한 취재원들이 기자들의 방문 취재를 기피하는 현상이 장기간 지속함으로써 언론의 현장성이 그만큼 위축되고 있다는 게 인터뷰에 참여한 기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글’ 보다 ‘그림’이 우선인 방송 매체는 더구나 현장을 담은 영상이 ‘생명’이어서 현장성 확보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장 기사가 확 줄었어요. 방송도 현장 접근이 제한되기 때문에 확보할 수 있는 정보의 양도 팬데믹 이전보다 크게 줄었고요. 특히 스포츠 분야는 코로나 이전에는 자연스럽게 선수를 접촉할 수 있어 취재가 활발했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만남 자체가 금지되면서 필드 기사가 위축됐어요. 현장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기획 기사도 줄었습니다. 현장 취재 계획을 잡아도 취재가 안되고, 좋은 영상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기사 자체가 차츰 줄기 시작한 겁니다.” (K기자)

“국방부는 부대 현장 방문이 많았어요. 새로운 무기가 전력화할 경우 직접 탑승해보고 인터뷰도 하고 하는 게 당연했죠. 기자 입장에서는 현장을 이해할 좋은 기회가 되는데 지금은 절차가 매우 엄격해졌어요. 대부분의 부대 현장 방문도 취소되고요.”(J기자)

“이전과 비교하면 현장 브리핑이나, 기자간담회가 확연히 줄었습니다. 보도 자료나 SNS로 대신하는 일이 일반적이죠. 부처는 현장 일정을 풀로 돌리는 경우가 많은데 아예 풀 취재조차 안 하기도 해요. 생생한 기사를 쓴다거나, 자료에 없는 다른 포인트의 기삿거리를 찾을 가능성이 차단되고 있어요. 특히 공공기관에 대한 감시가 느슨해지는 건 심각한 문제죠. 공무원들만 편해지는 것 같아요.” (I기자)

기자들은 “비정상의 정상화”, 즉 온라인 취재나 비대면 취재를 하는 비정상적인 취재 활동으로 인한 현장성의 약화가 팬데믹 이후에 정상적인 취재 관행이 되는 것은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물론 인터넷이나 SNS를 통한 취재는 평상시에도 활발했지만, 그 비중이 팬데믹이후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의견이었다.

“현장 스케치는 현격히 줄어든 반면, 취재원의 페이스북 글을 기사화하는 단순 기사는 많아졌어요. 현장 취재는 최소 인원만 보냅니다. 디지털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단순 흥미성 위주의 짧은 기사만 늘어나네요. 현장성 약화는 중대한 문제입니다.”(C기자)

2) 콘텐츠 다양성의 약화

언론의 뉴스 다양성은 중요하다. 다양성의 기본요소는 다양한 현실성, 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목소리, 다양한 관점, 다양성의 장기적 반영 등이다[22]. 그러나 팬데믹 이후에 언론사의 주요 초점이 코로나에 맞춰지다 보니 기사의 다양성은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들은 “신문이든 방송이든 뉴스 선택 우선순위에서 팬데믹이 가장 잘 먹히는 주제이어서 취재 영역별로 상실감도 나타난다”라고 평가했다. 윤석열·추미애 사건이나, 탈 원전 수사, 부동산 문제, 미국 대통령 선거 등 굵직굵직한 뉴스 외에 다른 이슈들은 사안의 중요성만큼 충분히 다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취재원 사회에서 은밀히 이뤄지는 내용은 취재가 힘들어요. 감찰 내부에서 설혹 은밀한 얘기를 들었더라도 크로스 체크가 어려워 기사화하기가 어렵죠. 그러다 보니 다양성과 심층성이 약화합니다. 반면 기사 생산 건수는 더 늘었습니다. 자가 격리자나 확진자가 발생하면 다른 기자에게 일이 더 몰립니다. 인원이 적은 부서는 상당한 업무 압박이죠.”(C기자, H기자)

“국민 건강과 직결되니 뉴스 생산자나 뉴스 소비자 모두 관련 보도를 중시합니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인 기사의 다양성은 줄고 위축됐다는 기사만 써요. 특히 대중의 공분을 사는 기사 소비는 폭발적이죠. 거리 두기를 위반했다거나 소상공인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등등. 반면 인권, 노동, 여성권 등에 관련한 이슈들은 묻히고 가잖아요.”(E기자, K기자)

“방송은 신문과 통신사 내용을 참고하는 보도가 늘었어요. 전반적으로 뉴스 다양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예전과 달리 새로운 기사, 전혀 다른 기획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죠. 반대로 생각하면 코로나 등 현재 이슈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가 강하기 때문에 굳이 그 요구를 외면할 필요는 없겠지요. 회사가 요구하는 기획 기사도 부동산, 인구감소 등 사회 현상보다는 코로나 19와 관련된 주제에 치중돼요. 당분간 다양성 부족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아요.”(K기자)

3) 디지털 콘텐츠 경쟁은 여전히 치열

팬데믹 전후를 비교한 디지털 기사량과 속보 뉴스 경쟁은 이전과 다를 바 없다거나 더 치열해졌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디지털 기사 증가와 속보 경쟁 심화가 “팬데믹 영향보다는 언론 환경 변화로 인한 언론 조직 내부의 디지털 기사 중요도가 높아진 데 따른 것”(G기자) 이라는 중립적인 의견도 있었다.

“재택근무 중에도 온라인 속보 경쟁은 더 치열해졌어요. 엠바고에 맞춰 미리 써 놓았다가 바로 송고하는데 유튜브 기사 출고량은 늘었어요. 회사 유튜브 채널 조회 수도 많이 늘었죠. 정확한 수치는 몰라요. 신문과 방송에 나가지 않은 기사도 유튜브나 온라인에 송출하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어요.”(C기자, K기자, )

“디지털 속보 경쟁이나 출고량이 크게 변한 것 같지는 않아요. 취재 역량이 기자 별로 다양하고, 기사 패턴도 다양하니까요. 다만, 기사 길이가 짧아지고 빨리 써야 하는 부담감은 늘었죠. 온라인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제목에 더 신경을 쓰게 되고요. 타사 홈페이지 모니터링이 일상화됐어요.”(B기자, E기자, F기자, H기자)

Ⅴ. 결론과 논의

본 연구는 2020년 1월 20일 ‘코로나 19’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지난 1년 동안 팬데믹이 한국 언론사 기자들의 취재 관행, 조직 내부, 뉴스 콘텐츠 생산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취재 기자 11명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살펴보았다. 언론사의 취재 기자는 뉴스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첨병’이다. 따라서 취재 기자들의 취재 활동, 취재력, 조직 내 소통, 그리고 콘텐츠의 다양성과 심층성 변화에 대한 탐구는 미디어 연구의 중요한 영역이라는 관점에서 본 연구의 의미가 있다.

연구 결과, 코로나 19 팬데믹은 언론사 기자들의 근무 방식은 물론 취재 방식, 취재원 접촉, 의사소통 방식, 그리고 최종 결과물인 뉴스 콘텐츠의 다양성과 현장성에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 온 것을 확인하였다. 주요 연구 결과와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언론사들이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하면 회사 전체를 폐쇄해야 하는 현실적인 고충을 감안해 적극적으로 취재기자들의 재택근무를 시행함에 따라 기자들은 개인적인 ‘도덕적 나침반(moral compass)’을 두 고집에서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근무형태를 경험했다. 방송과 비교해 신문기자들의 재택근무가 상대적으로 많았으나, 방송과 신문 구분 없이 모두 답답함과 애로를 토로했다. 현장 취재 기자는 끊임없이 취재원을 만나 정보를 취재하고, 확인하고,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는 언론사의 ‘키맨’인데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으로 취재 활동 반경이 자유롭지 못한 환경에 직면해 재택근무, 온라인 질의, 출입처 출입 빈도 감소 등 일상 취재 관행의 중대한 변화가 확인되었다.

둘째, 기자의 현장 접근이 제한되고 취재원과의 대면접촉이 어려워진 영향으로 전반적인 취재력 약화 경향이 감지되었다.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병행으로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의 2021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듯이 취재 기자들의 현장 취재 제한과 접근의 어려움은 총체적인 취재력 약화를 부르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현장의 세세한 묘사, 인물의 몸짓과 표정과 말투, 현장 즉석 질문과 막후 스토리를 내밀하게 취재해야 할 기자들의 활동 반경이 제한되는 것은 콘텐츠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이라는 의견은 주목할 만하다.

셋째, 기자들이 열띤 논쟁을 벌이던 시끌벅적한 언론사 조직 내부의 분위기도 썰렁해졌다. 부서 또는 팀별 아이디어 회의나 회식 모임이 팬데믹 이후 사실상 실종돼 선후배 간 스킨십을 통한 “아이디어 발화”의 불꽃이 흐릿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선배가 후배에게 취재노하우나 기사 쓰기 지도를 해오던 오랜 관행이 팬데믹이후 약화한 것은 전반적인 기자 양성 시스템에도 좋지 않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넷째, 기자들의 자유로운 현장 접근이 제약됨에 따라 기사의 현장성과 다양성에도 균열이 발생하고 있었다. 주목할 점은 공공기관의 경우 공무원들이 아예 만남을 꺼리는 데다 기자들의 사무실 ‘마와리 돌기’(주요 취재원을 돌아가며 만나는 기자들의 취재 관행을 빗댄 일본어 속어) 기회나 취재 열정이 약해져 현장 감시기능이 물렁물렁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뉴스 콘텐츠의 현장성 약화는 기자 본연의 현장 감각과 감시기능쇠퇴를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다섯째, 코로나 19 팬데믹은 뉴스 콘텐츠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초래하였다. 코로나 19 관련 기사가 아니면 편집회의에서 잘 채택되지 않아 이른바 “잘 팔리는 팬데믹” 연관 기사가 지난 1년간 미디어를 지배하였고 기자들 또한 관련 기사 찾기에 몰두하였다. 시의성, 근접성, 저명성, 영향성, 흥미성, 갈등성 등 여러 뉴스의 가치[23-25] 가운데 시의성이 한국 언론의 주류였던 것은 그만큼 팬데믹의 영향이 크다는 방증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코로나 19는 전통적인 기자들의 취재 활동과 언론사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뉴스 콘텐츠의 현장성과 다양성, 그리고 사회적 이슈의 팬데믹쏠림 현상 등 언론 생태계에 주목할 만한 변화를 몰고 온 것이 확인되었다. 좁게는 취재 기자들의 근무 형태와 취재 관행, 아이디어 회의 및 소통 방식의 일상적 파괴를 확인하였지만, 넓게는 조직과 통제 중심의 관행으로 상징되는 저널리즘 생태계의 패러다임이 개인과 자율 중심으로 옮겨가는 의미 있는 전환점일 수 있다는 함의를 얻을 수 있었다.

이와 같은 논의를 바탕으로 코로나 19 이전과 이후의 언론 생태계 변화에 대한 취재기자들의 심층인터뷰 정성평가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의 [표 2]와 같다.

표 2. 연구문제 별 심층인터뷰 결과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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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사태가 언론사 취재 기자들의 근무 일상, 취재 관행, 의사소통 시스템, 기사의 현장성과 다양성 위축 등 뉴스 콘텐츠 생산에 주목할 만한 변화를 몰고 왔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취재 기자들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재택근무를 하며 자율적으로 근무를 하고,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 있는 탄력 근무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요인도 있다. 하지만, 기자들의 취재력이 전반적으로 약화하고, 공공기관 감시자로서의 역할이 느슨해지고, 기사의 정확성과 취재원 인용의 적합성을 들여다보는 게이트키핑이 물렁물렁해지고, 기사의 현장성과 다양성이 위축되고, 취재원과의 접촉이 무뎌지는 것은 저널리즘 생태계에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기자가 현장에서 멀어짐에 따라 사실 확인과 검증, 현장의 역동성, ‘매의 눈’으로 이슈를 낚아채는 언론 본연의 기능이 무뎌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 19는 현재도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정치·외교·경제·사회·문화·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 미친 격랑을 보도하는 언론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언론의 현장성 ‘무딤’ 현상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닌 새로운 현상이다. 그런 점에서 본 연구가 기자들의 근무· 취재 관행 변화와 언론 조직의 의사소통 및 콘텐츠 생산 양식의 변화를 현장 취재 기자 심층 인터뷰를 통해 들여다본 것은 학술적으로도 차별화된 의미가 있다. 또한 코로나 19는 현재도 진행 중이며, 미래 사회에 또 다른 바이러스 팩데믹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언론의 취재 활동과 콘텐츠 생산 관행 변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함의도 던져주었다.

하지만 본 연구는 여러 가지 한계점이 있다. 코로나 19 팬데믹 이전(before)과 이후(after)에 언론사 기자들의 취재 관행과 조직 관행, 그리고 뉴스 콘텐츠 생산물의 변화를 각 언론사 취재 기자 11명의 인식을 통해 탐색하였으나, 연구 방법 측면에서 정성적인 평가에 머물렀다. 팬데믹이 한국 언론에 미친 영향을 기자들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살펴보는 과정에서 팬데믹 전후의 변화상의 실체를 구체적인 정량 데이터를 토대로 입체적으로 파고들지는 못하였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으로 인하여 FGI 방법을 통해 기자들을 대면 인터뷰하지 못함으로써 정성적인 인터뷰 내용이 한국 언론을 대표한다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더불어 뉴스소비자인 독자와 시청자의 의견을 담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후속 연구에서는 더 체계적이고 세밀한 연구 방법으로 팬데믹이 불러온 언론 생태계의 변화상을 더 실증적이고 종합적으로 탐색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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