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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on the Identification of Packaging Design as a Trademark by Analyzing so-called Honey Butter Almond case

허니버터아몬드 사건으로 본 포장디자인의 상표로서의 식별력 - 대법원 2020.5.14. 선고 2019후11787 판결

  • Received : 2021.02.03
  • Accepted : 2021.03.05
  • Published : 2021.03.28

Abstract

This paper analyzed the so-called 'Honey Butter Almond case', which became a hot topic by showing that the packaging design of a product can be distinguished as a recognizable trademark, not just a pattern. In the judgment, the issue was whether the discrimination power of the registered trademark and the similarity to the previously used trademark. First of all, with respect to the discrimination power of the registered trademark, the court said that the package front figure functions as an identification mark of the source, as long as the specificity of the expression method and overall composition are distinct from the commonly used. And the court said that it is difficult to say that the dominant impression is similar to the previously used trademark (the snack 'Honey Butter Chip') in terms of its name and idea. This case is acknowledging the function of the packaging design as a product label, and also acknowledging it can acquire identification as a distinctive trademark through the uniqueness of its composition and expression method.

이 논문에서는 상품의 포장디자인이 단순히 도안에 불과한 것이 아닌 상표로서의 식별력을 가질 수 있음을 인정하여 화제가 되었던 일명 '허니버터아몬드 판결'을 분석하였다. 위 판결에서는 다툼의 대상이 된 등록상표의 식별력 여부와 선사용상표와의 유사성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우선 다툼의 대상이 된 등록상표의 식별력과 관련하여, 법원은 포장 전면 도형 부분의 표현 방법과 전체적인 구도 등의 특수성이 흔히 사용되는 표현 방식과 구분되는 이상 해당 도안은 출처의 식별표지로서 기능할 수 있다고 하였고 특히 과자 등 저관여 제품에서는 포장 전면 도형을 통해 출처를 식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등의 이유로 해당 등록상표의 식별력을 인정하였다. 한편 선사용상표(과자 '허니버터칩')와는 그 호칭 및 관념상 차이가 있어 그 지배적 인상이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위 판결은 상품의 포장디자인도 그 구도와 표현 방식의 독특성을 통해 상표로서의 식별력을 획득할 수 있다고 보아 포장 도안의 상품 표지로서의 기능을 인정한 데 의의가 있다. 다만 독점부당성을 부인하면서도 그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다소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Keywords

Ⅰ. 서론

소비자의 주의를 끄는 일은 제일 먼저 시각을 통해 이루어지고 따라서 포장의 외관에 나타난 요소들은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포장의 모든 시각적인 면, 즉 색채, Logo, 문안, 특징적인 모양 및 기타 표면 디자인의 특색 등을 포함한다[1].

이처럼 상품 판매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포장디자인이 식별력 있는 상표로서도 기능할 수 있는지에 관한 흥미로운 판결이 있었는데, 견과류 시장을 강타한 주식회사 길림양행의 아몬드 시리즈와 관련된 사건이다.

주식회사 길림양행에서 만든 허니버터아몬드를 비롯한 다양한 맛의 아몬드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이와 유사한 제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몬드 제품으로 유명한 ㈜머거본에서도 유사 상품을 만들었는데, 그 상표가 선등록상표인 주식회사 길림양행의 상표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에 주식회사 길림양행에서는 ㈜머거본의 등록상표의 무효를 구하는 심판을 청구[특허심판원 2019.3.4. 2018당3699 사건 (상표등록 제1402297호 무효), 특허법원 2019.10.2.선고 2019허2851 판결(등록무효(상), 2019.11.5. 상고각하] 하였고, ㈜머거본도 곧이어 주식회사 길림양행의 등록상표의 무효를 구하는 심판을 청구하였다.

주식회사 길림양행의 청구는 인용되고, ㈜머거본의 청구는 기각된 뒤 각 확정됨으로써, 본 상표권 분쟁은 주식회사 길림양행의 승으로 귀결되었다. 이 논문에서는 두 사건 중 대법원 판단까지 이어진 ㈜머거본의 청구 사건(이하 ‘대상판결’이라고 함)을 분석하였다.

Ⅱ. 대상판결 내용

1. 개요

1.1 사실관계

이 사건은 청구인(원고, 상고인)인 ㈜머거본이 피청구인(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길림양행이 등록한 이 사건 등록상표[등록번호: 상표등록 제1134685호 / 등록결정일: 2015.3.12. / 출원일: 2015.8.11. / 등록일: 2015.10.7.]의 등록을 무효로 한다..”는 취지로 등록 무효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청구인은 이 사건 등록상표가 지정상품[상품류 구분 제29류의 가공된 아몬드(벌꿀과 버터가 첨가된 것에 한함), 구운 아몬드(벌꿀과 버터가 첨가된 것에 한함), 볶은 아몬드(벌꿀과 버터가 첨가된 것에 한함), 조리한 아몬드(벌꿀과 버터가 첨가된 것에 한함), 보존처리한 아몬드(벌꿀과 버터가 첨가된 것에 한함)]의 제조 과정을 나타내므로 식별력이 없는 성질표시의 표장으로서 구 상표법 (2016.2.29. 법률 제1403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음) 제6조 제1항 제3호[그 상품의 산지ㆍ품질ㆍ원재료ㆍ효능ㆍ용도ㆍ수량ㆍ형상(포장의 形狀을 포함한다)ㆍ가격ㆍ생산방법ㆍ가공방법ㆍ사용방법 또는 시기를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표장만으로 된 상표] 및 제7호(제1호 내지 제6호 외에 수요자가 누구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표시하는 것인가를 식별할 수 없는 상표)에 해당하여 등록을 무효로 해야 한다는 청구를 하였으나 기각되었고, 이후 소송을 제기하면서는 이 사건 선등록상표인 허니버터칩의 상표가 저명상표인데 이 사건 등록상표는 이와 동일·유사하여 혼동을 일으키거나 수요자를 기만하게 할 우려가 있는 상표이므로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0호(수요자 간에 현저하게 인식되어있는 타인의 상품이나 영업과 혼동을 일으키게 하거나 그 식별력 또는 명성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상표) 및 제11호(상품의 품질을 오인하게 하거나 수요자를 기만할 염려가 있는 상표)에 해당하여 등록을 무효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추가하였으나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다.

표 1. 이 사건 등록상표, 선등록상표, 청구인의 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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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관련 조항의 입법 취지

대상판결에서는 구 상표법 제6조 제1항 3호 및 제7호, 그리고 제7조 제1항 제10호 및 제11호 해당성 여부가 문제가 되었다. 대상판결에서 인용하는 법리를 중심으로 각 조항의 입법 취지를 살펴보면 아래 [표 2]와 같다.

표 2. 각 관련 조항의 내용과 입법 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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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심 판결 및 판결 이유 - 특허심판원 2019.3.19. 2018당4034호 사건 (상표등록 제1134685호 무효)

2.1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은 1)이 사건 등록상표가 지정상품의 원재료 등(아몬드, 버터, 벌꿀)의 형태를 사실 그대로 표현하고 있어 원재료 등의 성질표시를 나타내는 모양의 도형들이 결합한 표장일 뿐이므로, 이들의 결합으로 새로운 식별력은 갖는다고 할 수 없고, 2)꿀벌이 버터를 흘러내리게 하고 꿀통의 벌꿀을 흐르게 하여 아몬드에 버터와 벌꿀을 첨가하는 작업과정을 도안화한 것은 지정상품의 제조 과정을 나타내어 식별력이 없는 성질 표시의 표장이므로, 수요자가 누구의 업무와 관련된 상품을 표시하는 상표인지 식별할 수 없어 구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3호 및 제7호에 해당하며, 3)일반 소비자들이 포장지 도형에 대하여는 식별력을 인정하지 아니함을 보여준 패키지 유사성 인식조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등록상표의 등록을 무효로 하는 취지로 청구하였다.

2.2 특허심판원 판단 요지

위와 같은 청구인의 주장에 대하여 특허심판원(이하 ‘심판원’이라고 함)은 우선 구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3호 및 제7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표 3][표 4])을 각 제시한 뒤 이에 따라 이 사건 등록상표의 각 호 해당성을 판단하고, 이 사건 등록상표는 구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3호 및 제7호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청구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하면서 청구를 기각하는 심결을 하였다.

표 3. 구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3호 해당성 판단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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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4. 구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7호 해당성 판단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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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이 사건 등록상표가 구 상표법 제6조 제 1항 제3호에 해당하는지 여부

심판원은 이 사건 등록상표 중 문자 부분(한글 ‘허니 버터 아몬드’와 영문 ‘HONEY BUTTER ALMOND’)은 지정상품과 관련하여 ‘원재료’ 등을 표시한 보통 명칭으로 직감·인식되므로 식별력이 없지만, 도형 부분의 의인화된 세 마리의 벌 또는 꿀벌, 사각면체의 조각, 용기통 등의 도형 등은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들에게 지정상품을 직감하게 할 정도의 표현이라기보다는 암시하거나 강조하는 정도의 표현이므로, 이 사건 등록상표의 도형 부분은 지정상품과 관련하여 ‘원재료’ 등의 보통 명칭의 모양을 직접 표현한 성질표시라고 단정할 수 없는 표장이고, 따라서 이 사건 등록상표는 구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3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나아가 설령, 도형들이 ‘버터’나 ‘벌꿀’로 직감된다고 하더라도 각 도형 그 자체의 형상과 구성만으로도 지정상품과 관련하여 외관상 식별력이 없다고 부인할 만한 사정이 없다고 하였다.

한편, 이 사건 등록상표의 도형 부분은 꿀벌이 아몬드에 버터와 벌꿀을 첨가하는 ‘작업과정’을 도안화한 것으로서, 지정상품의 제조 과정을 나타내어 식별력이 없는 성질표시의 표장이라는 청구인의 주장에 대해서는 꿀벌이 그와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은 상상 속에서 생각할 수 있거나 만화영화 등에서나 가능한 추상적 표현으로, 이는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 없는 장면이나 상황이어서 청구인의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고 하여 이를 배척하였다.

2.2.2 이 사건 등록상표가 구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7호에 해당하는지 여부

심판원은 “이 사건 등록상표가 그 지정상품의 성질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하였거나 외관상 식별력이 인정되지 않는 표장이라고 할 수 없고, 다수에 의해 현실적으로 사용되고 있어 식별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볼 만한 자료도 찾아보기 어려우며, 나아가 공익상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할 근거도 찾을 수 없다.”고 하면서, 이 사건 등록상표는 일반 수요자가 누구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표시하는 것인가를 식별할 수 없는 표장이 아니어서 구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7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3. 2심 판결 및 판결 이유 - 특허법원 2019.10.2. 선고 2019허2837 판결 [등록무효(상)]

원고는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심판원이 청구를 기각하자 특허법원에 심판원 심결을 취소를 구하는 취지로 소를 제기하면서, 심판원 단계에서는 주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주장, 즉 이 사건 등록상표가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0호, 제11호’에 해당하여 등록 무효라는 주장도 추가하였다. 그러나 특허법원은 심판원의 심결이 적법하고 원고의 새로운 주장도 모두 이유 없다고 하여 청구를 전부 기각하였다.

3.1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등록상표는 무효가 되어야 함에도 심판원에서는 이와 달리 판단하였으니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3.1.1 이 사건 등록상표는 구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7호에 해당한다는 주장

원고는 심판원 단계에서 주장한 바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등록상표가 구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7호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면서 추가적으로 “이 사건 등록상표 실제 사용실태를 보더라도, 거래처와 상품 용량에 따라 이 사건 등록상표의 도형 부분을 변형 사용하고 있는 점, '허니버터시리즈' 중에서도 '허니 버터 아몬드'에 대해서만 이 사건 등록상표 도안을 사용하고 있는 점, 실제 포장지와 상품광고에는 별도의 상표를 부착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등록상표의 도형 부분이 상품의 출처표시가 아니라 포장디자인에 불과하며, 나아가 이 사건 등록상표의 등록결정일 당시선 사용상표를 모방한 포장디자인이 다수 사용되고 있었으므로 도형 부분의 식별력이 인정되지 않거나 극히 미약하다.”고 주장하였다.

3.1.2 이 사건 등록상표는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0호, 제11호에 해당한다는 주장

원고는 “설령 이 사건 등록상표 중 도형 부분에 식별력이 인정된다고 보더라도, 이 사건 등록상표는 출원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국내 과자류 1위를 차지한 저명한 상표인 선사용상표의 인지도에 무단 편승하여 그 시리즈 상품인 것처럼 구성과 모티브를 동일하게 한 유사한 표장이고, 지정상품도 선사용상표의 사용상품과 유사하거나 경제적 견련성이 높아서, 일반 수요자들은 이 사건 등록상표를 선사용상표의 시리즈 상품인 것처럼 출처를 오인ㆍ혼동하는 사례가 매우 빈번하다..”고하면서 이 사건 등록상표는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0호 또는 제11호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3.2 2심 법원의 판단

3.2.1 이 사건 등록상표가 구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7 호 해당하는지 여부

2심 법원은 심판원의 심결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 등록상표의 문자 부분은 식별력이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1)버터조각, 아몬드, 꿀벌의 표현 방법 및 전체적인 구도 등이 지정상품과 관련하여 흔히 사용되는 표현 방식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2)지정상품과의 관계 및 거래사회의 실정에 비추어 볼 때, 과자류 제품에서 제품 포장의 도안이 출처의 식별표지로서 기능하고 있으며, 3) 공익상 특정인에게 위와 같은 도안을 독점시키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볼 근거도 없으므로, 이 사건 등록상표의 도형 부분은 자타상품의 식별력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여 도형 부분을 통한 식별력을 인정하였다.

이에 더하여 이 사건 등록상표가 포장지 디자인으로서 사용되어 식별력이 없고 피고가 이를 변형사용, 일부 제품에만 사용, 다른 출처표시와 함께 사용하여 출처표시로서의 기능이 없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해서, 과자와 같은 저관여 제품에서는 포장 전면 도형으로 출처를 식별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상표의 다양한 전략적 사용만으로 출처표시기능이 부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실제로 제품에 대한 브랜드 충성도가 비교적 낮고 제품정보탐색시간이 제한적인 저관여도 제품의 경우 타 제품과 시각적으로 차별화된 포장디자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2]), 이를 종합하여 볼 때 이사건 등록상표는 자기의 상품과 타인의 상품 사이의 출처를 식별할 수 없는 상표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구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7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3.2.2 이 사건 등록상표가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0 호 해당하는지 여부

2심 법원은 우선 저명상표 해당여부 판단 기준[표 5]에 따라 선사용상표의 저명상표 여부를 판단(주지상표에 해당할 수는 있지만, 저명상표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려움)한 뒤 선사용상표가 저명상표라고 보기 어려운 이상, 이 사건 등록상표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0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표 5. 저명상표 해당여부 판단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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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2심 법원은 선사용상표가 국내의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특정인의 상표로서 인식되어 있는 이른바 주지상표라고 볼 여지는 있지만, 선사용상표의 사용 기간이 8개월에도 미치지 못하는 짧은 기간으로 이 같은 단기간에 수요자들에게 현저하게 알려졌다고 보기는 어렵고, 일시적인 인기 현상으로 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등록 상표의 출원일인 2015.3.12.을 기준으로 판단하여 볼 때, 선사용상표가 그 상표의 수요자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까지 알려지고 또한 양질감으로 인한 우월적 지위를 갖게 된 이른바 저명상표에 이르렀다고까지 보기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하였다.

3.2.3 이 사건 등록상표가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1호 해당하는지 여부

2심 법원은 관련 법리[표 6]에 따라 판단하건대 이 사건 등록상표와 선사용상표의 표장이 동일ㆍ유사하지 아니한 이상, 이 사건 등록상표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1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표 6.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1호 해당 여부 판단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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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2심 법원은 양 표장은 그 호칭과 관념(아몬드 제품과 감자 제품)에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외관상 유사성(상단부, 중단부, 하단부의 각 외관을 비교함)을 보더라도 노란색의 바탕 위에 버터와 꿀, 꿀벌 등이 묘사되어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기는 하나, 표현 방식의 차이 등으로 인해 일반 수요자의 직관적 인식을 기준으로 두 상표의 외관을 전체적으로 관찰할 때 그 외관이 주는 지배적 인상이 유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면서 이 사건 등록상표와 선사용상표의 표장의 동일·유사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4. 대법원 판결 및 판결 이유 - 대법원 2020.5.14. 선고 2019후11787 판결 [등록무효(상)]

원고는 2심 판결에 불복하여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상고이유 1~4점을 각 기각하였다.

4.1 이 사건 등록상표가 식별력 없는 상표인지여부 (상고이유 제1점)

대법원은 2심 법원이 어떤 상표의 식별력 유무에 대해 인용한 법리를 적시하면서, 원심이 위 법리에 따라이 사건 등록상표의 도형 부분의 식별력을 인정하여 이사건 등록상표가 구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7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고 하였다.

4.2 선사용상표가 저명상표인지 여부(상고이유 제3점)

대법원은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0호의 이른바 저명상표인지 여부는 그 상표의 사용, 공급, 영업활동의 기간․방법․양태와 거래범위 등을 고려하여 거래실정 또는 사회통념상 객관적으로 널리 알려졌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9. 2. 26. 선고 97후3975, 3982 판결,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3후1207 판결 등 참조).”는 법리를 명시한 뒤, 원심이 선사용 상표가 이른 바 저명상표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등록상표에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0호의 등록무효사유가 없다고 판단한 데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없다고 하였다.

4.3 이 사건 등록상표가 수요자를 기만할 염려가 있는 상표인지 여부(상고이유 제2점, 제4점)

대법원은 원심이 이 사건 등록상표가 선사용 상표와 동일․유사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 사건 등록상표에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1호의 등록무효사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 또한 타당하고, 원심이 관련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등의 잘못이 없다고 하였다.

Ⅲ.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판결은 상품의 포장디자인도 특정 요건 하에서 식벽렬을 갖춘 상표로서 기능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인정하였다는데 그 의의가 있으며, 대체적으로 그 판시 취지에 공감할 수 있다, 다만 대상판결이 이 사건 등록상표에 관하여 특별현저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과 관련하여 이 사건 등록상표를 독점시키는 것이 부당한 면이 없는지에 대한 판단이 조금 더 자세히 제시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종래 특별현저성의 본질에 관하여는 외관구성설, 자타상품식별력설, 독점적응성설 등의 학설이 있었는바, 이러한 논의는 현행법 하에서 상표의 식별력의 본질에 관하여도 그대로 논의되고 있다. 외관구성설은 식별력의 본질이 상표의 외관 구성 자체의 명료성이라고 하고, 자타상품식별력설은 거래상 자타 상품을 구별케 하는 힘 내지 상품 출처를 나타낼 수 있는 표지가 식별력의 본질이라고 하며, 독점적응성설은 식별력을 독점적응성의 문제로 보아 독점적응성의 유무는 상표 자체의 구성상의 현저성, 상표로서의 상품 표시력의 크기, 경업자에 의한 자유사용의 필요성의 정도 여하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고 한다. 대법원 판례들 중 기술적 표장에 관한 판결들은 자타상품식별력설과 독점적응성설을 종합한 절충적 입장에 있다[3][4].

대상판결은 (비록 이 사건 등록상표의 도형들이 각 재료들을 직감하게 한다기보다는 강조함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여 기술적 상표성부터 부인하고 있기는 하지만), 주로 자타상품식별력설의 입장에서 판단을 하였는데 구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3호, 제7호가 공히 공익상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를 예정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조금은 더 납득할 만한 설시가 있었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에는 “공익상 특정인에게 위와 같은 도안을 독점시키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볼 근거도 없다.”고만 판시하며 구체적인 이유는 드러나 있지 않다.

구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7호에서 그 등록적격을 부인하는 취지가 자타식별력이 없다는 ‘자타상품식별력설’과 특정인에게 그 표장을 독점하도록 하는 것이 공익상 부당하다는 ‘독점적응성설’ 모두에 있는 이상, 이에 해당하는지 판단함에 있어서도 이 둘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5].

따라서, 대상판결에서는 독점적응성설의 입장에서 이사건 등록상표가 왜 공익상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지에 대한 판단을 했어야 한다고 보인다.

공익상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판시를 한 판결들로는 1)전국적으로 ‘파크힐’ 부분을 포함하는 명칭의 공동주택이 약 70여 곳 이상 존재하는 등 ‘파크힐스’ 부분은 다수인이 현실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명칭이므로 이를 공익상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이 적당하지 않아 보인다고 판시한 판결(특허법원 2018. 12. 7. 선고 2018허87 판결)과 2)전원 플러그 모양과 'Charge', 'now'를 결합해 만든 상표는 전기에너지 충전과 관련한 거래에 있어서 누구에게나 필요한 표시이므로 어느 특정인에게만 독점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것은 공익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고 판시한 판결 (대법원 2019. 7. 10. 선고 2016후526 판결) 등을 들 수 있다.

위 판결들에서는 관련 거래사회의 실정 등을 고려하여 독점 부당성을 판시하였는데, 관련 제품 거래 실정 등을 생각해 볼 때 이 사건 등록상표의 꿀, 버터, 아몬드 등도 누구나 사용할 필요가 있는 표시인 면이 있는바, 이를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특히 원고가 입증자료로 제시한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상당히 유사한 모양으로 꿀, 버터, 아몬드를 표현한 그림들이 다수의 제품에 사용되고 있는데[그림 1], 이는 이 사건 등록상표가 경업자에 의한 자유로운 사용의 필요성 즉,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공익적 목적’이 충족되는 경우에 해당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하는데, 이에 대한 별다른 구체적인 이유 없이 이 같은 독점부당성을 부인하고 있는 점은 대상판결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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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원고의 소비자 인식 설문조사 중 유사제품 포장디자인

Ⅳ. 결론

대상판결은 아몬드 등 견과류 제품으로 유명한 ㈜머거본과 주식회사 길림양행의 한판 승부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청구인(원고)인 ㈜머거본은 자신의 상표 등록이 무효가 되자 주식회사 길림양행의 상표 또한 무효가 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아 심판청구를 한 뒤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를 제출하고 특허법원 단계에서는 해태제과의 선사용상표까지 논의의 장으로 새롭게 끌어들이는 등 치열한 공방을 하였으나 패소하였다.

청구인의 문제의식에는 동일 상표를 경업자로 하여금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목적도 있었다고 보이고,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이 같은 문제의식에는 일응 수긍할 만한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다 구체적인 근거 제시 없이 청구인의 주장이 끝내 배척된 것은 다소 아쉬운 면이 있다.

한편, 대상판결이 진행되는 동안 이 사건 등록상표상품의 인기는 국내외에서 더욱 높아졌고, 관련 업계 선두 사업자를 상대로 한 상표권 분쟁에서 승기를 쥔 이후에도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여 이제는 이 사건 등록상표 스스로가 주지·저명성을 획득할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이기까지 하는바, 안정적인 상표권 확보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대상판결은 모든 경우에 있어서 일반적인 원칙으로 포장디자인의 상표로서의 식별력을 인정하였다기보다는, 포장 전면 도형으로 출처를 식별하는 것이 일반적인 과자 등 저관여 제품의 경우에 포장디자인이 출처 표시로서의 기능이 있음을 판단한 것이므로, 그와 같은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기 어려운 고관여 제품의 경우에까지 일반화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 반드시 유의할 필요가 있고, 이에 대해서는 향후 관련 사례의 축적을 통하여 법리가 정교화되어야 할 부분이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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