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국내 자살자 수의 추이를 살펴보면 2011년 31.7명 (인구 10만 명당)으로 최고치를 기록하였고, 이후 2017년까지 24.3명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다가 2018년에는 26.6명으로 전년 대비 9.5% 증가하였다 [1].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높은 자살률로 인해 정부는 2017년 100대 국정과제에 자살예방대책을 포함시키고, 2018년 1월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을 수립하여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확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자살현상이 국가가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 우리나라의 자살예방대책은 2004년부터 시작되었다. 보건복지부는 2004년부터 2차에 걸쳐 자살예방대책을 추진하였으나 자살사망률 감소라는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결국 2011년 역대 사상 최고치의 자살률을 기록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정부의 자살예방대책이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 인식하여 고위험군의 정신질환 관리에 치중함으로써 자살문제에 대한 사회환경적 접근을 포함하지 못하였고, 우선순위 없이 정신보건과 취약계층 지원사업을 나열함으로써 실제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2]. 이는 자살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근거에 입각하여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자살의 특징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기존의 자살예방정책수립의 근간을 이루는 자살현상에 대한 연구들은 주로 설문조사, 특정 척도의 사용, 국가 간 자살률 비교, 패널 데이터의 분석 등을 통해 진행되어 왔다[3]. 그러나 가족에게 자살행위가 발생하면 가족의 불명예로 여겨 자살을 숨겨야 한다는 부정적인 사회 문화적 인식으로 인해 데이터 수집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이는 개인과 집단의 다양한 자살현상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진단을 방해한다. 이와 같이 기존의 사회조사 방법에 의한 자살연구들은 자살현상에 대한 다각적인 이해의 부족과 자료수집의 제한으로 빠르고 복잡하게 변화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자살이라는 사회현상을 파악하는 데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함께 사회변화에 따른 삶의 질에 대한 욕구 및 현안 해결에 매우 유용하다고 알려져 있는 빅데이터의 활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빅데이터는 ‘새로운 처리·분석 방법을 활용해 저비용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대규모 데이터’ 로써 그중에서도 텍스트 빅데이터는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반영하여 의사결정을 하고, 즉각적으로 정책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평가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4].
다양한 유형의 텍스트 빅데이터 중에서도 언론 매체의 뉴스 기사를 대규모로 수집한 ‘뉴스 빅데이터’는 정책평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뉴스 기사는 정책 내용뿐만 아니라 정책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과 해결 방안 등을 다양한 관점에서 보도하므로, 정책에 대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관심도, 관련 쟁점,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유용하다.
최근 뉴스 자료가 아카이브화되고 자연어 처리와 의미연결망 분석 등을 자동화된 내용 분석에 어렵지 않게 활용할 수 있는 도구들이 제공되면서, 컴퓨터를 활용해 많은 양의 뉴스 기사를 분석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박대민[5]은 자연어 처리와 의미연결망 분석이 결합되어 자동화된 뉴스 내용분석 방법을 ‘뉴스 빅데이터 분석 방법(news big data analytics)’이라고 부르며 뉴스 기사에 대한 장기 시계열 내용분석에 뉴스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였다.
뉴스 빅데이터 분석은 방대한 뉴스 빅데이터를 통해 과거에서 현재까지 사회변화의 전반적인 흐름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다양한 사회적 요구와 그 맥락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가능하게 하며, 장기 시계열적인 뉴스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고, 표본추출 및 해석의 편향성을 개선하였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자살과 관련된 보도자료나 신문기사와 같은 텍스트 형태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뉴스 빅데이터 분석 방법을 통해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 사회에 나타난 자살현상의 특징을 알아보고, 그동안 시행되었던 1, 2차 자살예방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하였다. 그리고 최근 5년간 자살현상의 추이를 조망함으로써 향후 자살예방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자살현상의 특징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Ⅱ. 선행연구
1. 자살
자살은 존재와의 단절이라는 극단적인 행위이며, 사회와 집단에 충격과 영향을 준다[6]. 자살은 자살하고자 하는 의사를 구체적으로 갖고 계획하는 예비단계, 자살 의사결정 확정 및 자살을 시도하는 실행단계,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결과를 가져오는 최종단계의 순서를 갖는 일련의 과정으로 진행된다[7]. 자살을 정신의학적 관점, 심리학적 관점, 사회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자살은 정신질환이라는 선행인자와 환경적 강화인자의 조합으로 설명한다. 정신질환은 정신의학에서 자살의 원인으로 가장 유의미하게 고려하는 요인이다. 예를 들어 생물학적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세로토닌계 물질이 불균형을 이룬 상태에서 가정폭력, 이혼과 같은 환경적 요인이 결합될 때 자살이 일어난다는 것이다[8].
심리학적 관점에서 자살은 개인의 심리적 변화로 이해되었다[9]. 정신분석학에서는 자살을 자기증오와 죽음본능으로 설명한다. 자기증오는 사랑하던 대상에 대한 분노가 자기 자신에게로 향하는 순간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10]. Menninger[11]는 자살을 ‘자신에게 향하는 죽음의 본능’이며 타인을 향한 분노가 전도된 것으로 보았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Durkheim[12]은 개인적 행위인자살을 통합과 규제에 의한 사회응집력이라는 사회적변인으로 사회통합이론을 주장하며, 집단의 자살발생률이 사회통합과 사회규제의 정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설명하였다. Gibbs는 Durkheim의 사회통합이론을 수정하여 지위통합이론을 제시하며 양립 불가능한 지위를 차지하여 역할갈등을 일으키는 개인이 많은 집단에서 자살률이 높다고 하였다[13].
우리 사회의 높은 자살률로 인해 자살에 대한 연구는 정신의학적 관점, 심리학적 관점, 사회학적 관점에서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최근에는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텍스트 분석을 시행하는 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자살을 주제로 한 연구들도 일부 진행되었다. 송태민[14]의 연구에서는 기존의 자살 연구가 자살에 대한 개별적인 변인을 살펴볼 수 있는 장점은 있으나 개별적인 변인들이 지역적·사회적·환경적 변수들과 어떻게 관련되는지는 불분명하며, 실시간으로 원인을 분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소셜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자살과 관련된 실질적인 행동을 예측하고자 하였다. 박세훈[15]은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자해’ 및 ‘자살’ 관련 데이터를 산출하여 게시물에 담긴 메시지의 차이점에 대해 고찰하고자 텍스트 분석을 실시하였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자살현상의 특징을 뉴스 빅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하고, 자살예방대책과 대비하여 논의한 연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2. 자살예방대책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는 3개의 예방수준으로 구분할 수 있다[16]. 1차적 자살예방은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며 자살을 유도하는 사회적 조건을 개선하여 자살의도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을 의미한다. 2차적 자살 예방은 자살생각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며 자살 의도를 중단시키기 위한 개입을 의미한다. 3차적 자살 예방은 자살을 시도하고 만성적인 자살위험에 처한 극소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며 자살확률을 경감시키기 위한 조치를 의미한다.
UN[17]은 ‘자살예방을 위한 국가전략 개발’에서 자살예방을 위하여 정신질환에 대한 대책수립과 함께 사회적 연대와 책임감을 강조하였고, 보건에 대한 투자확대, 관련 분야와의 연계, 개인과 지역사회의 역량 강화, 정신건강증진을 위한 기반구조 마련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국가정책의 수립을 권고하였다.
자살예방대책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핀란드의 국가 자살 예방프로젝트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각 기관들에게 자살예방정책의 주제에 맞는 각각의 역할과 활동영역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게 하고 지역사회에 맞는 예방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의 독립적인 역할을 인정하여 중앙정부와 협조하도록 하였다[18]. 국가적 차원의 심리적 부검을 통한 정보의 축적을 통해 자살에 관한 신뢰할 만한 지역·국가의 데이터와 튼튼한 연구기반이 프로젝트의 신뢰성을 높였고 프로젝트 실행의 원동력이 되었다.
일본의 자살예방대책은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사업자를 비롯하여 국민의 자살예방 의무를 명시하고 있으며, 자살예방과 자살 유족에 대한 지원을 규정하고 있다. 사회 전체의 자살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적절한 정신보건의료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체계와 어린이, 청소년의 자살과 노동자의 자살에 대한 대책을 강화하였다. 그리고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의 연계 체계를 강화했으며 지역단위의 자살예방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자살대책기본법에서 중앙 정부로부터 예산지원 등의 근거를 마련하고 지역사회 자원을 동원하여 스크리닝 사업을 시행함으로써 자살위험군을 조기에 발굴하고 치료하는 것이 특징이다[19].
3. 우리나라의 자살예방대책
1997년 말 경제위기의 여파로 1998년 인구 10만 명당 18.4명으로 증가하였던 자살사망률이 2000년 13.6 명으로 감소하였으나 그 이후 다시 증가하자 보건복지부는 2004년 12월 제1차 자살예방 5개년 기본계획 (2004~2008년)을 수립하였으며, 2005년 9월에 세부추진계획을 발표하였다. 주요 사업내용은 생명존중 문화조성, 언론의 자살보도 원고지침 보급 및 모니터링, 청소년 정신건강증진 및 자살예방, 노인 정신건강증진 및 자살 예방, 우울증 및 자살위험자 조기발견 및 상담체계구축, 자살예방 등 정신건강 상담전화 운영, 자살시도자치료 및 사후관리, 자살예방 인터넷 상담 운영, 자살 감시체계 구축, 교육·훈련, 자살예방에 대한 연구지원, 자살 관련 통계의 품질개선이다.
제1차 국가자살예방 5개년 기본계획이 법적 기반이 미비한 상태에서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수립·추진되었다는 반성과 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 및 사회적 공론화, 안정적인 재원 확보 등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에 따라 2007년에 제2차 자살예방종합대책(2009~2013년) 이 범부처적으로 수립되었으며, 이 계획 추진 기간 중법적 기반으로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조성을 위한 법률(자살예방법)』이 2011년에 제정되어 2012년부터 시행되었다. 주요 사업내용으로 제시한 10대 과제는자살에 대한 국민의 인식개선, 자살위험에 대한 개인· 사회적 대응 역량 강화, 자살에 치명적인 방법과 수단에 대한 접근성 감소, 자살에 대한 대중매체의 책임 강화,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정신보건서비스 강화, 자살예방 인력에 대한 교육체계 강화, 자살예방을 위한 법과제도적 기반 조성, 자살예방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인프라 구축, 자살예방을 위한 연구·감시체계 구축, 근거기반 자살예방정책 개발이다.
2016년 1월 수립된 제3차 자살예방 기본계획 (2016~2020년)은 자살로부터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2014년 인구 10만 명당 27.3명이었던 자살률을 2020년까지 20.0명으로 감소시킨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시행 중이다. 제3차 자살 예방 기본계획의 10대 과제는 자살관련 사회인식 개선, 자살 예방을 위한 사회적 지지체계 마련, 자살위험환경 개선, 생애주기별 자살예방 대책 추진, 자살 고위험군 지지체계 강화, 자살 위기대응 및 사후관리체계 마련, 지역사회 자살 대응 역량 강화, 정신건강 인프라 강화, 게이트키퍼 교육 등 자살예방 인력확충, 근거 기반 자살예방 연구체계 마련이다[20].
Ⅲ. 연구문제 및 연구방법
1. 연구문제
본 연구는 자살과 관련된 다양한 현상들을 종합하고 분석하기 위하여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신문 기사와 같은 텍스트 형태의 빅데이터에 나타난 자살 관련 키워드를 통해 자살현상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자살 예방대책이 자살현상을 반영하는지의 여부와 실효성에 대해 평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한 본 연구의 연구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구간별 뉴스기사에 나타난 자살현상 관련 주제어는 무엇인가?
둘째, 구간별 뉴스기사에 나타난 주제어 사이의 의미 연결망에 의한 군집은 어떠한가?
2. 연구방법
2.1 분석기간
분석기간은 2000년부터 2018년까지이며, 4개의 구간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1구간은 1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이 수립되기 이전인 2000년~2003년, 2구간은 1 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이 실시된 2004년~2008년, 3구간은 2차 자살예방종합대책이 실시된 2009년~2013 년, 4구간은 2차 자살예방종합대책 실시 이후인 2014~2018년으로 구분하였다.
2.2 분석대상 및 분석단위
국내 신문기사의 자살보도를 분석하기 위하여 한국언론 진흥재단이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 빅카인즈 (www.bigkinds.or.kr)를 활용하였다. 분석대상은 8개 중앙지인 경향신문, 국민일보, 내일신문,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이며, 2018년에는 빅카인즈에 추가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기사가 포함되었다. 분석단위는 자살 관련 뉴스기사의 제목이다. 뉴스기사에서 제목은 그 자체만으로도 정보의 가치와 내용을 전달하는 저널리즘의 역할을 한다[21]. 그리고 Brooks et al.[22]은 기사제목에 대해 기사의 내용을 간결하고 집중적으로 함축한 정보라고 하였다. 기사제목을 연구하는 것은 효율적인 방법으로 매체 간의제설정 연구에 자주 사용되는 방법이므로 본 연구에서도 자살현상을 파악하기 위하여 뉴스기사의 제목을 분석하였다.
2.3 분석방법
본 연구는 자살현상과 자살대책에 대한 뉴스기사의 제목에 나타난 핵심 연관어를 분석함으로써 자살현상에 나타난 특징과 자살예방대책이 주목하고 있는 예방대책의 특징을 살펴보고 자살현상의 CONCOR 분석을 통해 자살예방대책 관련 정책개발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분석과정과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살’을 키워드로 뉴스기사 제목을 수집하여 조사와 어미, 문장부호 등을 제거하는 정제과정을 거쳐 ‘명사’를 중심으로 단어를 추출하였다. 데이터 정제는 한국어 언어분석 프로그램 사이트인 텍스톰(Textom)을 통해 가정제를 실행한 후 연구자에 의해 유사한 의미와 맥락을 지닌 단어들은 대표단어로 일원화하는 정제과정을 실시하였다. 이는 의미나 맥락이 유사하지만 서로 표현이 다른 경우, 개별 단어의 빈도수가 낮아져 해당 단어가 지니는 의미가 저평가되거나 파편화되어 화제어의 순위와 네트워크 분석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스로 죽음을 선택’, ‘자결’, ‘고의적 자해’ 등을 ‘자살’로 통합하였다. 비슷한 의미 또는 맥락의 단어들을 일원화하는 작업을 거쳐 최종적으로 출현한 단어들의 빈도수를 산출하였다. 네트워크 분석에 사용되는 주요 단어들의 수와 선정 기준은 연구의 범위, 목적, 연구자에 따라 다르지만 본 연구에서는 출현 빈도수가 높은 순위를 기준으로 대표 단어를 선정하여 분석에 활용하였다.
둘째, 텍스톰을 통해 ‘단어×단어 행렬 데이터’를 추출하였다. 행렬 데이터는 유사 맥락에서 공동 출현하는단어들 사이의 빈도수를 통해 단어들 간의 관계를 파악하게 한다.
셋째, 도출된 행렬데이터를 기반으로 공동 출현 단어들 간의 네트워크 구조와 링크 강도를 파악하고 시각화를 위하여 사회연결망 분석 소프트웨어인 UCINET과 Netdraw를 활용하여 CONCOR분석을 수행하였다. CONCOR(CONvergence of iterated CORrelations) 는 반복적으로 상관관계분석을 수행하여 적정수준의 유사성 집단을 찾아내는 방법으로 의미 있는 하위집단을 구분해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구분된 구조적 등 위성 집단을 블록(block)이라고 하며 블록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분석을 수행하기 때문에 CONCOR분석을 블록 모델링(blocking modeling)이라고도 한다[23].
Ⅳ. 연구결과
1. 분석 기사수의 변동추이와 특징
그림 1. 분석 기사수의 변동추이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자살’을 키워드로 수집된 뉴스 기사는 총 10, 802개였으며, 자살과 관련이 없는 1, 660개를 제외하고 9, 142개의 뉴스기사가 분석대상으로 선정되었다.
분석대상 기사수의 변동추이를 보면 2003년, 2008 년, 2011년, 2013년에 기사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그림 1]. 해당연도의 자살관련 기사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03년에는 교원과 전교조의 갈등, 기업인과 회사 간부의 비리관련 수사, 군에서의 가혹행위, 노동조합의 파업, 생활고와 신용카드로 인한 빚, 청소년과 노년층을 비롯하여 20대~50대의 전 연령대에 걸친 자살 현상이 나타났다.
2008년에는 유명연예인의 자살과 이를 모방한 청소년들의 자살시도, 주가폭락에 의한 경제적 손실과 생활고로 인한 비관, 교정시설 내에서의 성폭력, 조사 중이던 피의자의 자살, 기업간부와 정부관료의 비리의혹과 관련된 자살 등의 현상이 나타났다.
2011년에는 집단괴롭힘에 의해 투신자살한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을 비롯하여 청소년의 자살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하였고, 가혹행위에 의한 장병들의 자살, 회사간부와 공무원의 비리 의혹, 사회유명인사와 연예인들의 자살, 대학생과 교수의 자살, 20대와 30대의 자살, 노년층의 자살, 가족 간의 살해 후 자살등의 현상이 나타났다.
2013년에는 청소년을 비롯하여 노년층, 근로자, 연예인, 자영업자, 회사간부, 공무원, 사건 피의자, 군, 학교, 가족 등 각계각층에서 자살시도가 있었다. 그리고 일부 자살자들에 대한 심리부검의 결과를 보도하며 자살 원인 규명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2. 1구간(2000~2003년)에 나타난 자살현상
2.1 1구간 상위 50개 빈출 주제어
1구간에만 나타나는 주제어는 자살사이트, 빚, 신용카드, 구타, 타살, 전교조, 인터넷, 의문사, 농민, 고민으로 나타났다. 주요 주제어를 살펴보면 연령의 구분에 따라 10대, 20대, 30대, 40대가, 직업별 분류에 따라 장병, 교원, 기업인, 정부관료, 회사간부, 직원, 농민, 대학생이, 자살원인에 따른 구분으로는 비관, 조사, 빚, 질병, 스트레스 가혹행위, 집단 괴롭힘이, 자살방법으로는 총기, 투신, 음독, 동반, 목맴이 나타났다.
2.2 1구간 주제어 의미연결망 및 군집 분석
1구간은 군, 인터넷 환경, 경제적 문제, 비관, 학교, 비리의 6개의 군집으로 구분되었다[그림 2].
그림 2. 1구간 군집 분석
군의 군집 내에는 장병, 구타, 의문사, 총기, 가혹행위, 타살, 사망, 인정 등의 주제어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군대 내 구타와 가혹행위에 의한 자살이 타살에 의한 사망으로 여겨져 이에 대해 유족들이 의문사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음을 알 수 있다.
학교 군집은 교원, 청소년, 충동, 스트레스, 전교조 등의 주제어로 구성되었고, 교원과 전교조 간의 갈등, 청소년의 충동자살, 교원의 스트레스에 의한 자살을 주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인터넷 환경의 군집은 자살사이트, 인터넷, 20대, 남성, 여성, 동반, 음독의 주제어로 이루어졌으며, 이는 온라인상에서 자살에 대한 유해정보의 확산과 인터넷 환경에 친숙한 20대의 자살이 연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제적 문제의 군집은 신용카드, 빚, 가족, 직원, 대학생, 자살시도, 고민, 살해의 주제어로 구성되었고, 이는 2002년 카드대란의 영향으로 경제난에 처한 가족과 수입이 없는 대학생들에게도 무분별하게 신용카드를 발급했던 결과로 자살이 나타남을 알 수 있다.
비관의 군집 내에는 부모, 자식, 배우자, 농민, 30대, 40대, 목맴이 나타났으며, 이는 가정불화, 사업실패, 생활고로 인한 비관으로 나타나는 자살을 설명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비리의 군집 내에는 기업인, 정부관료, 의혹, 유서, 충격, 조사의 주제어가 나타났고, 2003년 현대 정몽헌 회장이 비자금과 관련하여 검찰의 조사과정 중에 자살하였고 그 밖의 기업인들과 정부관료 등 사회고위층이 비리 관련 조사과정에서 자살하였던 현상을 설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2구간(2004~2008년)에 나타난 자살현상
3.1 2구간 상위 50개 빈출 주제어
2구간에만 나타나는 주제어는 교정시설, 사회, 국가, 급증, 모방, 생활고, 유족, 부담, 실패, 음독, 책임, 혐의로 나타났다. 주요 주제어는 연령의 구분에 따라 청소년, 20대 30대, 40대, 50대, 노년층이, 직업별 분류에 따라 연예인, 정부관료, 교원, 직원, 장병이, 자살원인으로는 질병, 비관, 충동, 생활고, 자살방법으로는 목맴, 투신, 동반, 음독으로, 기타로 피의자가 나타났다.
3.2 2구간 주제어 의미연결망 및 군집 분석
2구간은 사회고위층, 학교, 경제적 문제, 자살시도, 가정문제, 사회적 문제, 군, 책임의 8개의 군집으로 구분되었다[그림 3].
그림 3. 2구간 군집 분석
사회고위층의 군집 내에는 연예인, 정부관료, 조사, 투신, 혐의, 부담, 충격의 주제어가 나타났고, 특히 2구간에서 연예인은 가장 높은 빈도의 주제어였는데 연예인의 자살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켜 청소년을 비롯한 다양한 연령층에서 모방자살의 위험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정부관료의 검찰 조사 중 자살은 1구간에이어 계속 나타나고 있다.
학교 군집은 1구간과 비교했을 때 청소년, 교원, 충동이 공통으로 나타났고, 1구간과는 달리 2구간에는 집단괴롭힘, 자살예방, 생각, 학교가 포함되었다. 2구간 학교 군집의 특징은 집단 괴롭힘에 의한 청소년의 자살로, 청소년 자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자살예방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경제적 문제의 군집 내에는 부모, 가족, 생활고, 40 대, 직원, 실패, 비관, 살해의 주제어가 포함되었고, 생활고와 사업실패에 따른 비관으로 인해 부모와 가족을 살해 후 자살하는 기사들이 나타났다.
자살시도의 군집 내에는 20대, 30대, 50대, 남성, 여성, 동반, 음독, 교정시설의 주제어가 포함되었으며, 청장년층의 동반자살과 교정시설 내에서의 자살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정문제의 군집 내에는 노년층, 배우자, 자식, 보험금의 주제어가 나타났고, 자식에게 부담되는 것을 걱정하는 노년층의 자살과 배우자와의 불화로 인한 자살, 가정문제로 인한 자살의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판결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었다.
사회적 문제의 군집은 질병, 목맴, 사회, 모방, 급증, 유서, 추정, 사망의 주제어로 구성되었고, 신체적·정신적 질병에 의한 자살과 모방에 의한 자살이 급증하고있으며, 자살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는 내용의 기사들이 나타났다.
군의 군집은 1구간과는 달리 장병, 국가, 군의 주제어가 나타났다. 분석기사의 내용을 살펴보면, 군대 내 장병들의 자살은 국가가 책임지고 배상해야 함을 강조하는 기사들이었다.
책임의 군집 내에는 유족과 법원, 책임의 주제어가 위치하였으며, 이는 유가족이 자살자의 자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놓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4. 3구간(2009~2013년)에 나타난 자살현상
4.1 3구간 상위 50개 빈출 주제어
3구간에만 나타나는 주제어는 대구, 가해자, 폭력, 유명인, 쌍용차, 서울시, 집으로 나타났다. 주요 주제어는연령의 구분에 따라 청소년, 20대, 30대, 40대, 50대, 노년층이었으며, 직업별 분류에 따라 연예인, 교원, 장병, 공무원, 직원, 대학생, 회사간부, 기업인이, 자살원인에 따른 구분으로 질병, 폭력, 성폭력, 충동, 비관이 나타났는데 1, 2구간과 달리 폭력과 성폭력이 50위 내에 위치하였다. 자살방법으로는 투신, 목맴, 동반, 총기가, 기타에는 피의자, 유명인 등의 주제어가 나타났다.
4.2 3구간 주제어 의미연결망 및 군집 분석
3구간은 학교, 가정문제, 자살시도, 직업별, 군, 조사의 6개의 군집으로 구분되었다[그림 4].
그림 4. 3구간 군집 분석
학교의 군집은 청소년, 교원, 학교, 자살예방, 가해자, 부모, 폭력, 충동, 투신, 충격, 대구, 서울시의 주제어들로 구성되었고, 학교 내 폭력에 의한 청소년의 자살에서 폭력을 가한 가해 청소년이 중형을 선고 받는 등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서울시는 자살예방센터를 개설하였고, 청소년의 자살에 대한 대책을 모색하였으며, 일부 자치구별 자살예방활동을 전개하였다.
가정문제의 군집 내에는 배우자, 자식, 노년층, 목맴, 총기, 살해, 피의자의 주제어가 나타났고 가정불화로 인한 가족 간의 살해 후 자살과 우리나라에서는 소지가 허용되지 않는 총기에 의한 사고가 나타났다.
자살시도의 군집 내에는 자살시도를 비롯하여 남성, 여성, 20대, 30대, 40대, 50대, 경찰(공무집행), 동반, 발견의 주제어가 위치하였다. 자살시도는 거의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동반자살을 통한 자살 시도가 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직업별 군집에는 연예인, 기업인, 유명인, 회사간부, 공무원, 직원 등의 주제어가 포함되었다. 이는 자살이 특정 직업에만 제한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군의 군집에는 군을 비롯하여 장병, 성폭력의 주제어가 나타났다. 1, 2구간의 군의 군집과 달리 성폭력이 포함되어 군대 내 성폭력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조사의 군집에는 조사, 유서, 사건, 혐의의 주제어가 포함되었고, 사건사고 이후 검찰과 경찰의 조사 과정에서 자살사고가 발생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5. 4구간(2014~2018년)에 나타난 자살현상
5.1 4구간 상위 50개 빈출 주제어
4구간에만 나타나는 주제어는 법조인, 경찰관, 지급, 보험사, 대법원, 폭행, 구조, 난사로 나타났다. 주요 주제어는 연령에 따라 청소년, 20대 30대, 40대, 50대로 나타났고 1~3구간과는 달리 노년층이 50위권에서 제외되었다. 직업에 따른 구분으로 장병, 공무원, 법조인, 경찰관, 피의자, 연예인, 직원, 교원, 기업인이 나타났고, 자살원인으로 질병, 성폭력, 스트레스, 가혹행위가, 자살방법으로 총기, 투신, 동반이, 기타로 군, 경찰(공무집행), 자살예방이 나타났다.
5.2 4구간 주제어 의미연결망 및 군집 분석
4구간은 군, 자살보험금, 가정문제, 자살시도, 직업별, 업무 스트레스, 연예인, 비리의 8개의 군집으로 구분되었다[그림 5].
그림 5. 4구간 군집 분석
군의 군집에는 장병, 총기, 성폭력, 군, 인정, 사건, 가혹행위, 난사가 포함되었으며, 이는 군대 내 성폭력, 가혹행위에 의한 장병들의 자살과 총기 사고를 보여준다. 인정의 주제어는 군대 내에서 자살한 장병을 대법원이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는 것에 대한 이슈에 의해 나타났다.
자살보험금의 군집은 보험금, 보험사, 지급, 대법원, 법원의 주제어로 구성되었다. 보험사들이 자살에 의한 사망 시에도 재해 사망보험금을 주는 상품을 판 이후 제대로 지급하지 않자 대법원은 2016년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였고, 해당 내용이 큰 논쟁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가정문제의 군집에는 자살시도, 청소년, 자식, 부모, 배우자, 형제자매, 가족, 40대, 50대, 질병, 살해의 주제어가 포함되었다. 자식이나 부모, 배우자, 형제자매의 질병이나 갈등으로 인해 살해 후 자살을 택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자살시도의 군집에는 남성, 여성, 20대, 30대, 자살예방, 투신, 동반, 폭행, 구조의 주제어로 구성되었으며, 2, 3구간과 비슷한 패턴이 계속되고 있다.
직업별 군집에는 공무원, 법조인, 기업인, 피의자, 경찰관(자살), 경찰(공무집행)의 주제어가 나타났으며, 다른 구간과는 달리 법조인과 경찰관의 자살이 두드러졌다. 법조인의 자살은 법조계 내의 경직된 조직문화와 정권교체 이후 나타나는 현상으로 주목하였다. 경찰관의 자살은 직무 스트레스를 비롯하여 질병, 가정불화, 경제문제 등 다양한 원인으로 다른 직종의 공무원(인구 10만 명당 9.8명)보다 1.7배 높은 16.6명의 자살률을 보이고 있다[24].
업무 스트레스의 군집에는 교원, 직원, 스트레스가 포함되었다. 교원과 직원이 직업별 군집에 속하지 않고 스트레스와 함께 군집을 형성한 것으로 교원과 직원이라는 직급의 자살이 스트레스와 더욱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연예인의 군집에는 연예인, 유서, 사망, 발견, 추정의 주제어가 나타났다. 2구간 이후 연예인의 자살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으며 언론의 집중을 받고 있다.
비리의 군집에는 조사, 의혹, 회사간부의 주제어가 나타났고, 기업 내 높은 직급의 임원들이 비리의혹과 관련된 검찰과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심리적 압박감과 모욕감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에 이르는 것으로 추측된다.
Ⅴ. 결론 및 논의
본 연구는 2000년부터 2018년까지 뉴스기사에 나타난 자살 관련 키워드를 분석하여 우리 사회의 자살 현상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자살예방대책이 자살 현상을 반영하는지의 여부와 실효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였다.
제1차 자살예방 5개년 기본계획이 시행되기 전인 2000년부터 2003년까지 뉴스기사에 나타난 자살 현상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군집 분석 결과, 자살이 많이 일어난 사회집단은 군대와 학교였다. 군대에서는 폭행에 의한 가혹행위와 따돌림이 자살의 주요 원인이었으며, 자살 수단으로는 총기가 사용되었다. 그리고 자살이 은폐되거나 타살로 결론지어졌고, 과거 군대 내 자살 사건에 대해 의문사위원회를 통한 재조사가 실시되기도 하였다. 때로는 상해치사가 자살로 위장되기도 하였다. 학교에서는 입시와 성적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집단 괴롭힘 때문에 초등학생을 비롯하여 재수생에 이르기까지 충동적인 자살이 발생했고 교원들의 자살은 업무 스트레스와 교원 간의 갈등, 그리고 교원과 전교조와의 갈등이 주요 원인이었다.
해당 기간의 또 다른 자살현상의 특징은 경제적 문제, 비관, 비리였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경기침체와 이로 인해 경제난에 처한 사람들을 비롯하여 수입이 없는 대학생들에게 신용카드를 무분별하게 발급함으로써 발생한 2002년 카드대란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식의 카드빚 때문에 부모가 자살하거나 생활고로 인해 가족을 살해하고 자살하는 살해 후 자살의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였다. 그리고 가정문제, 개인문제, 사업, 투자와 관련하여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과 좌절감으로 인해 자살이 발생하였으며, 사회고위층이 비리에 연루되어 수치심으로 인해 자살하거나 자신의 억울함을 나타내기 위한 수단으로써 자살을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 통신기술의 발달에 의한 인터넷의 확산은 순기능과 더불어 역기능도 가져왔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자살사이트다. 자살사이트는 원래 자살에 대해 연구하고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설되고 운영되었으나, 오히려 자살을 유도하거나 미화하였으며, 교사 또는 방조, 동반자살 등으로 악용되어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다. 주지홍[25]의 연구에 따르면 2000년 4월부터 홈페이지나 동호회 등의 형식으로 국내 자살사이트가 개설된 것으로 추정되며, 그 해 12월부터 자살사이트에 의한 피해사례가 증가하였다. 인터넷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은 청소년들도 자살사이트에 쉽게 접근하게 하여 자살사이트를 통한 청소년의 자살도 우리 사회에 큰 이슈가 되었다.
제1차 자살예방 5개년 기본계획 시행 후인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뉴스기사에 나타난 자살현상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자살이 많이 일어난 사회집단은 제1차 자살 예방 5개년 기본계획 시행 전과 마찬가지로 군대와 학교였으며 군대 내 자살의 원인으로 성폭력이 나타났다. 학교에서는 학생들 간 심각한 학교폭력으로 인해 피해자가 자살하였으며 가해학생이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하여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대학에서는 국비 장학생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과도한 성적 스트레스로 대학생들이 연쇄적으로 자살하였으며 교수들도 자살하는 사례가 발생하였다. 자살시도는 20~50대에서 많이 발생하였고, 직업별 군집에서는 연예인, 기업인, 공무원, 유명인, 회사간부, 직원의 구성을 보였다. 가정 문제의 군집에서는 노년층의 자살과 가족의 살해 후 자살 등이 나타났으며 이는 가족의 해체가 자살의 주요 원인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비리와 관련하여 검찰 또는 경찰의 조사를 앞두고 있거나 조사 중인 피의자가 자살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였다.
제1차 자살예방 5개년 기본계획의 주요 내용을 뉴스 기사 속에 나타난 자살현상에 비추어 보았을 때 정부의 대책이 우리 사회의 현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피상적 인내용만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군대 내에서의 장병들의 자살이 우리 사회의 이슈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었으며,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 경제적 문제가 컸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조치는 보이지 않았다. 자살 예방을 목적으로 개설된 인터넷 사이트에 의한 자살 사례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음에도 자살예방 인터넷 상담 운영이라는 항목을 주요 내용에 포함하였다. 제1차 자살 예방 기본계획 시행 후에도 군대와 학교는 자살이 발생하는 주요 집단으로 지목되었다. 노년층을 비롯하여 전 연령대에 걸쳐 자살이 일어났고, 다양한 직업군에서 전방위적으로 자살이 발생하였다.
제2차 자살예방 종합대책 시행 전인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뉴스기사에 나타난 자살현상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기사화된 자살의 주요 집단은 지난 기간에 이어 군과 학교였다. 군대 내에서의 자살에 대해서 이전에는 자살 사건에 대한 묘사가 주를 이루었다면 이 기간에는 군대 내에서의 자살을 국가가 책임져야 함을 나타냈다. 학교 내 청소년들의 자살은 집단 괴롭힘과 학업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자살의 원인이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임을 언급하며 자살문제가 사회적 상황이며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문제임을 알리고 있다. 자살시도의 경우 여전히 20대~50대가 주를 이루었으며, 교정시설 내 재소자의 자살과 자살 시도가 잇따르고 있어서 이에 대한 엄격한 관리·감독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가정문제 역시 지난 기간에 이어 자살의 원인이었으며 노년층의 자살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였다. 이 기간에는 특히 사회고위층의 자살이 집중되었다. 각종 비리와 관련하여 정부 관료를 비롯하여 기업 총수의 자살과 유명연예인의 자살은 일반인들에게 영향을 주어 모방자살이 증가하게 되었다.
제2차 자살예방 종합대책 시행 후인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뉴스기사에 나타난 자살현상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이 기간에는 자살의 주요 집단으로 지목되었던 학교는 제외되었고 군은 계속되었다. 군대 내 자살의 원인은 가혹행위와 성폭력이었고 이는 조사 시작인 2000년 이후 2018년에 이르기까지 계속 나타나고 있으며 군의 자살예방을 위해서는 이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요구됨을 시사한다. 가정문제와 업무 스트레스도 자살의 원인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자살시도는 20대와 30대에서 주로 발생하였다. 직업별로는 공무원, 기업인, 연예인은 계속 나타났으며 법조인이 이 기간에 포함되었다. 1구간(2000~2003년)에서 나타났던 비리의 군집이 이번 기간에 다시 보였으며, 2구간의 사회고위층 군집, 3구간의 조사의 군집과 맥을 같이 함을 알 수 있다. 이 기간에만 특별히 보이는 주제어인 자살보험금은 자살의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했던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음으로 인해 금융감독원과 공정위원회의 강력한 제재로 보험사들이 수천억에 달하는 자살보험금의 지급을 명령받게 됨으로써 사회적 쟁점이 되었다.
제2차 자살예방 종합대책은 1차 예방대책이 정신보건사업위주의 대책으로 성과가 없었음을 인정하고 법과 제도, 사회 및 환경의 개선 등의 방안을 포함하여 시행되었으나 자살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 2차 대책의 실패는 자살대책 관리를 책임질 컨트롤타워의 부재, 지역단위 네트워크 구축의 미흡, 부족한 예산, 지방자치단체들의 역량 부족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었다[26]. 이는 대책이 종합적이고 광범위하게 마련되더라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면 선언적인 구호에 불과함을 의미한다. 정책이 얼마나 선언적인 구호에 불과하였는지는 2차 대책이 시행되고 있던 2009년~2013년, 그리고 이후의 높은 자살률이 방증한다. 2003년부터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타이틀은 계속 유지되었으며, 2차 대책이 시행되고 있던 2011년에는 역대 최고치인 인구 10 만 명당 31.7명이 자살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2차 대책 기간과 이후에 나타난 우리 사회의 자살현상 특징 중의 하나는 연예인과 사회고위층의 자살이다. 언론매체는 그들의 자살과 자살방법을 구체적으로 대서특필하였고 그들의 자살을 따라하는 일반인들의 모방 자살이 나타났으며, 결국 2013년 보건복지부는 ‘자살 보도 권고기준 2.0’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언론을 관리하는 부서가 아닌 보건복지부가 자살보도기준을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으며, 자살보도의 문제점을 인지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언론의 자살보도 수위는 낮아지지 않았으며, 이는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자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본 연구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표본을 추출하여 모수를 예측했던 기존의 사회조사방법과는 달리 모수를 분석할 수 있는 빅데이터 분석방법을 활용하여 좀 더 정확하게 자살현상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는 연구자들에게 보다 광범위한 범위에서자료의 수집이 가능해졌음을 의미하고 새로운 조사방법으로서의 빅데이터의 가치를 확인시켜 준다는 점에서 연구방법론적 의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사회현상을 연구하고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기존의 연구방법과는 달리 빅데이터 자료를 기반으로 하여 단시간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우리 사회의 자살현상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었다.
셋째, 자살예방정책의 성공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자살실태를 근거로 하여 자살통계를 분석하고 정보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따라서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연구 결과를 통해 자살률 감소를 위한 정부의 대책 수립에 시사점을 제시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본 연구의 한계점과 후속연구를 위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분석대상을 8개의 중앙지로 한정하였다는 것이다. 중앙지뿐만 아니라 지방지를 포함한다면 특정한 상황이나 단어에 대한 비중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향후 연구에서 살펴본다면 의미 있는 연구가 될 것이다.
둘째, 미디어를 신문으로 한정하였다는 점이다. 2018 언론수용자 의식조사[27]에 따르면 미디어별 뉴스 이용률은 같은 기간 동안 텔레비전, 종이신문, 라디오는 하락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모바일의 뉴스이용률은 급격하게 증가하였으며 이는 스마트폰의 보급에 따른 변화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연구에서 미디어를 확장하여 분석한다면 최근 우리 사회의 자살 현상을 조금 더 상세히 반영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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