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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과 주변지역의 영화적 공간성 변화 : 1950-2010년대 한국영화를 중심으로

Changes in Cinematic Spatiality of Gwanghwamun and its Surrounding Areas : Focusing on Korean Films of the 1950s-2010s

  • 서곡숙 (세종대학교 영화예술과)
  • 투고 : 2021.08.18
  • 심사 : 2021.09.29
  • 발행 : 2021.12.28

초록

본고는 1950-2010년대 한국영화를 대상으로 광화문과 주변지역이 영화적 공간에서 어떤 의미작용을 하는지를 고찰하고자 한다. 첫째, 1950-1960년대 한국영화에서 명동(남촌)과 북촌·서촌·동촌은 강렬한 욕망과 치명적 좌절, 근대화의 그림자와 갈등을 통해서, 화려한 도시의 지하세계와 비극적 파토스를 보여주는 원초적·지각·실존 공간이다. 둘째, 1970-1990년대 한국영화에서 명동·종로(남촌·북촌)와 서촌·동촌은 자유/악의 이분법과 부/빈곤의 이분법을 통해서 공적 복수와 사적 소외를 보여주는 지각·실존 공간이다. 셋째, 2000-2010년대 한국영화에서 광화문(서촌)과 북촌·남촌·동촌은 국민의제와 저항운동, 욕망과 상실, 비참한 현실과 죽음을 통해 시민사회 에토스와 암울한 진혼곡을 보여주는 지각·실존 공간이다.

This paper want to examine how Gwanghwamun and its surrounding areas work in the cinematic spaces for Korean films of the 1950s-2010s. First, in Korean films of the 1950s-1960s, Myeong-dong(Namchon), Bukchon, Seochon, and Dongchon are the primitive, perceptual, existential spaces that show the underground world and tragic pathos in the splendid city through intense desires and fatal frustration, the shadows and conflicts of modernization. Second, in Korean films of the 1970s-1990s, Myeongdong·Jongno(Namchon·Bukchon), Seochon and Dongchon are the perceptual, existential spaces that show public revenge and private alienation through the dichotomy of freedom/evil and the dichotomy of wealth/poverty. Third, in Korean films of the 2000-2010s, Gwanghwamun(Seochon), Bukchon, Namchon, and Dongchon are the perceptual, existential spaces that show civil society ethos and gloomy requiem through national agendas, resistance movements, desires and losses, miserable reality and death.

키워드

I. 광화문과 주변 지역의 현실적 공간과 영화적 공간

1. 광화문과 주변지역의 현실적 공간과 공간적 범위

‘공간’(空間)은 아무것도 없는 빈 곳을 의미하며, 앞뒤, 좌우, 위아래의 모든 방향으로 널리 퍼져 있는 입체적 범위를 말한다. 공간은 ‘시간과 함께 세계를 성립시키는 기본 형식이며, 물질이 존재하고 여러 현상이 생기는 장이며, 유클리드의 삼차원을 의미한다[1].’ 영화는 ‘등장인물의 공간적 관계에서 환경을 보여주며, 다양한 방식으로 장면을 포착하여 공간의 심도를 2차원적 이미지로 옮기며, 공간적 연속성을 창출하기 때문에 공간과 시간의 두 차원에 걸쳐 있다[2].’ 한 공간에 뿌리를 내리는 것은 ‘세상을 내다보는 안전지대를 가지고, 사물의 질서 속에서 자신의 입장을 확고하게 파악하고, 심리적 애착을 가지는 것이다[3].’

광화문과 주변지역의 영화적 공간은 한국영화의 탄생인 1919년부터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중심지로서 급격한 의미 변화를 보여준다. 특히 광화문은 2000년대부터 국민의제와 대중여론의 중심지가 되면서 영화적 공간에서도 중요하게 부각되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본고의 연구 주제에서 공간적 범위는 경복궁의 정문이 자 남문인 ‘광화문’을 중심으로 4대문(북대문·남대문·서대문·동대문)을 경계로 하며, 조선시대의 지역 범위인 북촌·남촌·서촌·동촌에 해당한다[그림 1]. 광화문과 주변 지역은 현재 종로구, 중구, 성북구의 일부분이 해당하며, 광화문, 대학로, 명동, 을지로, 종로, 충무로 등 강북도 심지를 포함한다[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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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광화문과 주변지역의 공간적 범위[4]

표 1. 광화문과 주변지역의 세부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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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광화문과 주변지역의 현실적 공간은 계층과 신분에 따라 차등화된다. ‘북촌은 권세 있는 양반의 거주지이고, 남촌은 지체 낮은 관리, 가난한 선비, 몰락한 양반의 거주지이고, 서촌은 왕족, 사대부의 거주지이고, 동촌은 유생, 문인, 예술인, 서민, 땅거지, 땅꾼의 거주지이다[5].’ 일제강점기 광화문과 주변지역은 남촌/북촌을 중심으로 억압적인 식민화로 식민지 지배/피지배와 식민지 착취문화라는 영화적 공간으로 차등화된다. 우선, 남촌/북촌은 근대문물로 식민권력의 자기 재현과 차등화를 보여주며, 제국주의 일본과 식민지 조선 사이의 힘의 불균형을 드러낸다. 남촌/북촌은 근대화에서 나타나는 시각적 차별성, 즉 ‘근대적 문물에 대한 동경심과 식민지의 어두운 그림자[6]’, ‘강력한 소비자본주의적 장치로 작동하는 빈부와 취향의 경계로 식민지적 차등화의 심화[7]’를 보여준다. 다음으로, 남촌/북촌·서촌·동촌은 일제의 착취문화로 인한 대립·저항과 추방· 방랑을 보여주며, 심리적 애착의 안전지대이자 친밀성· 내밀성·일상성의 영역인 집·고향에서 ‘뿌리 뽑힘’을 당하고 ‘최악의 운명인 추방’으로 끝나는 공간이다. 남촌/ 북촌·서촌·동촌은 공적 저항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사적 좌절·일탈이나 추방·방랑으로 끝나며, ‘조선의 근대화과정의 식민지 착취문화[8]’를 드러낸다.

광화문과 주변지역의 영화적 공간에 대한 선행연구는 주로 북촌마을, 종로, 명동, 광화문, 청계천을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다. 첫째, 북촌마을에 대한 선행연구는 멜로드라마에서 나타나는 ‘기억의 재생[9]’, ‘비현실적 감성[10]’, ‘주관적 기억 환기[11]’, ‘아날로그 감성[12]’, ‘상반된 욕망의 전복[13]’을 논의한다. 둘째, 종로에 대한 선행연구는 종로액션영화에서 나타나는 ‘반지성주의와 반영웅[14]’, ‘감성적 민족주의[15]’, ‘근대회고적 갱스터[16]’를 논의한다. 셋째, 명동에 대한 선행연구는 명동 액션 영화에서 나타나는 ‘우애의 민족주의[17]’를 논의한다. 넷째, 광화문에 대한 선행연구는 사회드라마에서 나타나는 ‘광장과 법정의 대비[18]’를 논의한다. 다섯째, 청계천에 대한 선행연구는 사회드라마와 멜로드라마에서 나타나는 ‘진정성의 담론[19]’, ‘고립된 장소 [20]’, ‘수난의 파토스[21]’를 논의한다.

광화문과 주변지역의 영화적 공간에 대한 선행연구가 특정한 시기, 특정한 공간, 특정한 작품에 국한하고 있어서 광화문과 주변지역의 영화적 공간에 대한 시대별 의미작용 변화에 대해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첫째, 북촌은 1950년대부터 멜로드라마, 사회드라마, 가족드라마, 액션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영화적 공간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장르별, 시기별로 북촌의 영화적 공간에 대한 의미작용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둘째, 남촌은 근대화·서구화의 상징적 공간인 명동과 영화산업의 상징적 공간인 충무로를 중심으로 1950년대부터 멜로드라마, 액션영화, 가족드라마, 사회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와 많은 영화에서 주요한 영화적 공간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명동액션영화 외의 영화적 공간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셋째, 서촌은 1950 년대부터 멜로드라마, 가족드라마, 사회드라마의 영화적 공간이었으며, 특히 광화문광장이 2000년대 들어 거리응원과 국민의제의 상징적 공간이 되어 많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영화적 공간이 되고 있기 때문에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2. 광화문과 주변지역의 영화적 공간과 시간적 범위

본고의 연구대상은 영화 제작 연도를 기준으로 1차 영상자료와 2차 문헌자료가 가능한 1950-2010년대한국영화이다. 한국영화에서 영화적 공간은 한국 영화탄생 시점인 1919년을 기점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1910-1940년대 일제강점기의 한국영화는 대부분 영상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서 연구 대상에서는 제외한다. 광화문과 주변지역(북촌·남촌·서촌·동촌)을 영화적 공간으로 다루면서 1950-2010년대에 제작된 한국 영화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에, 영화 텍스트는 두 가지 기준에 의하여 선정하여 대표성, 작품성, 대중성, 구체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하여 영화진흥위원회의 ‘한국영화10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에서 발간한 저서 『한국영화 100년 100경』[22]에서 광화문과 주변지역을 영화적 공간으로 다룬 영화들을 텍스트로 선정한다. 그리고 한국영상자료원의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KMDb[23]’에서 광화문과 주변 지역을 로케이션 촬영 등 영화적 공간으로 다룬 영화들을 검색해서 텍스트로 선정한다.

본고에서는 1950-2010년대 한국영화에서 광화문과 주변 지역이 영화적 공간에서 시대별로 어떤 의미작용을 하는지에 대해서 에드워드 렐프와 마르쿠스 슈뢰르의 ‘공간 유형’을 중심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에드워드 렐프의 공간유형에서, ‘원초적 공간은 본능적이고 무의식적인 행위의 공간이며, 지각 공간은 개인이 지각해서 직면하는 자아 중심적 공간이며, 실존 공간은 구성원으로서 세계를 구체적으로 경험하는 공간이다[24].’ 마르쿠스슈뢰르의 공간 유형에서, ‘공간은 크게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이 있으며, 정치적 공간, 도시적 공간, 가상 공간, 신체 공간으로 나뉜다[25].’ 공간 유형은 공간에 대한 직접 경험과 추상적 사고라는 양극단을 가진 연속체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공간을 인식하는 데 도움을 준다.

본고는 1950-2010년대 한국영화를 세 시기로 나누어 가장 많이 나타나는 장르를 중심으로 광화문과 주변 지역의 영화적 공간을 살펴보고자 한다. 즉, 광화문과 주변 지역의 영화적 공간은 1950-1960년대 멜로드라마, 가족·사회드라마에서 어떤 의미작용을 보여주는지 (Ⅱ), 1970-1990년대 액션영화, 멜로드라마에서 어떤 의미작용을 보여주는지(Ⅲ), 2000-2010년대 사회·범죄·판타지 영화, 로맨틱코미디·멜로드라마, 다큐멘터리· 사회·정치드라마에서 어떤 의미작용을 보여주는지(Ⅳ) 를 고찰하고자 한다.

Ⅱ. 1950-1960년대 명동(남촌)과 북촌·서촌·동촌: 화려한 도시의 지하세계와 비극적 파토스의 공간

1. 1950-1960년대 명동(남촌)과 화류비련형 멜로드라마: 강렬한 욕망과 치명적 좌절의 공간

1950-1960년대 한국영화에서 명동(남촌)과 북촌·서촌·동촌은 화려한 도시의 지하세계와 비극적 파토스의 공간이다. 첫 번째, 1950-1960년대 화류비련형 멜로드라마에서 명동(남촌)은 강렬한 욕망과 치명적 배신의 공간이다.

첫째, 1950년대 멜로드라마에서 명동(남촌)과 북촌· 서촌·동촌은 근대화, 서구화의 영향으로 여성의 자유로운 연애 의지와 성적 욕망이 표출되지만 도덕적 처벌과 비극적 결말로 끝난다는 점에서, 자유로운 연애와 강렬한 욕망의 지각 공간이다. [자유부인](한형모, 1956)에서 가정주부는 댄스강사, 사장과의 연애사건으로 남편과 갈등한다. [오부자](권영순, 1958)에서 아들 4형제가 자유연애를 하여 합동결혼식을 올린다. [지옥화](신상옥, 1958)에서 기지촌 여성은 형제 중 동생을 사랑 해형을 신고하지만 형에게 살해당한다. [별아 내 가슴에](홍성기, 1958)에서 여대생은 독신교수와 출판사원 사이에서 갈등하는데, 출판사원이 독신교수와 기생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둘째, 1960년대 화류비련형 멜로드라마에서 명동(남촌)은 청춘남녀 자유연애의 결혼, 마담과 사장의 불륜과 결별을 통해 보수적인 도덕관념과 개인주의 연애관의 충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치명적 좌절과 슬픈 후회의 지각 공간이다. [명동아줌마](김기덕, 1964)는 회사 사장과 완구점 여주인의 불륜과 죽음을 다룬다. [명동에 밤이 오면](이형표, 1964)에서 윤 마담은 오 사장, 강 사장, 박 지점장에게 차례로 배신을 당한다. [신촌 아버지와 명동딸](이성구, 1964)에서 경화는 결혼 약속을 한 회사 선배의 계모가 친어머니라는 사실이 밝혀져 결혼을 포기한다. [명동나그네](조문진, 1969)에서 연인의 딸을 낳은 최 마담은 집안의 반대로 헤어지지만 재결합한다. [명동삼총사](김기풍, 1969)에서 세 아들은 한 여자에게 구애하고 바람기 있는 아버지는 반성한다.

이렇듯 1950-1960년대 화류비련형 멜로드라마에서명동(남촌)은 자유결혼과 성적 욕망을 표출하는 여성의 갈등, 경제적 부를 상징하는 ‘사장’과 가정의 영역에서 벗어난 ‘마담’의 불륜·배신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강렬한 욕망과 치명적 좌절의 지각 공간이자 도시적·사적 공간이다. 이 시기 명동을 중심으로 한 서울 도심지는 ‘도시문화의 매혹적인 장소이면서 소외의식, 패배감이 있는 이중심리의 공간[26]’, ‘급격한 근대화로 소시민의 욕망이 촉발되고 현실 삶의 열악한 조건을 드러내는 공간[27]’, ‘소득분배의 불평등과 계층 갈등, 소비문화와 대중문화가 부각되던 공간[28]’이다. 한국 문화를 선도하는 명동은 카페·술집의 마담을 중심으로 개방적인 접대문화, 마담을 둘러싼 남성들의 구애, 나이·출신·신분 차이에 의한 이별 등 비극적 결말의 공간이다. 마담은 남성들의 자유로우면서도 격렬한 욕망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욕망을 충족시킨 후에는 버림받는 존재라는 점에서 근대 가부장제 사회의 희생물이다. ‘명동’은 경제 적부를 보여주는 화려한 도시이자 빈부 격차에 고통 받는 지하세계이며, 영화 제목에 상징적 의미로 표현된다.

2. 1960년대 북촌·남촌·서촌·동촌과 가족·사회드라마: 근대화의 그림자와 갈등의 공간

두 번째로 1960년대 액션영화와 가족·사회드라마에서 북촌·남촌·서촌·동촌은 근대화의 그림자와 갈등의 공간이다.

첫째, 1960년대 명동액션영화에서 명동(남촌)은 깡패 주인공의 갱생, 경찰과의 협력, 폭력배 처벌, 반공 의식 고취를 통해 정의의 실현, 공권력의 무능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조직·이념 갈등의 실존 공간이다. [명동 44번지](고영남, 1964)에서 깡패 만수는 모범수로 출감해 부하들을 갱생시킨다. [비밀정보 팔십팔번지](전홍직, 1966)에서 깡패 도천수는 경찰과 협조해 밀수품의 행방을 추적하며 사투를 벌인다. [명동출신](김효천, 1969)에서 뒷골목의 제왕 강용은 물의를 일으키는 폭력배와 남로당을 혼내준다.

둘째, 1960년대 가족드라마에서 북촌·남촌·서촌·동촌은 근대화, 서구화로 인한 전통적 가치관과 서구적 가치관의 대립, 중매결혼과 연애결혼의 대립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젠더·세대 갈등의 원초적 공간이다. [길은 멀어도](홍성기, 1960)에서 작곡가 고운은 아내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가수 미연의 돈을 훔쳐 감옥에 가게 되고 아내는 세상을 떠난다. [로맨스 빠빠](신상옥, 1960)는 보험회사 사원인 아버지가 실직하자 가족들이 전당포에 맡긴 시계를 되찾아 주며 위로한다. [서울의 지붕 밑](1961, 이형표)에서 한의사 김학규는 시의원선거 낙선과 교통사고를 겪은 후 자식들과 화해하고 연애 결혼을 승낙한다. [와룡선생 상경기](김용덕, 1962) 에서 시골 선생은 제자들을 찾아가 서울문화를 체험한다. [청춘교실](김수용, 1963)에서 여주인공은 자신의 이성 교제를 단속하고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불륜을 저지르는 부모와 갈등한다. [오부자](권철휘, 1969)에서 4형제는 아버지의 명령으로 연애를 하지만 합동결혼식으로 아버지와 갈등한다.

셋째, 1960년대 사회드라마에서 북촌·남촌·서촌·동촌는 하층계급 가족이 겪는 상대적 빈곤으로 인한 결혼 좌절, 절대적 빈곤으로 인한 생계 문제, 기성세대에 대한 청년세대의 비판을 다루며, 급격한 근대화와 억압된 사회로 인한 빈부 격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계층·세대 갈등의 원초적·실존 공간이다. [박서방](강대진, 1960)에서 미장이 박 서방은 태국 지사로 가는 큰아들, 건달과 사귀는 큰딸, 회사 동료와 사귀는 작은딸과 갈등한다. [마부](강대진, 1961)에서 홀아비 마부 춘삼, 고시생 큰아들, 남편 폭행으로 자살하는 큰딸, 부잣집 아들에게 농락당하는 작은딸, 도둑질을 일삼는 막내 등온 가족이 시련을 겪는다. [오발탄](유현목, 1961) 에서전쟁으로 미친 어머니, 영양실조 만삭 아내의 죽음, 양공주 여동생, 퇴역군인 동생의 은행 강도와 체포, 신문팔이 막내 등 온 가족이 고통을 겪는다.

이처럼 1960년대 가족드라마, 사회드라마에서 북촌· 남촌·서촌·동촌은 전통적 가치관과 개인주의적 가치관의 충돌, 급격한 근대화와 빈부 격차, 소외의식과 패배감이 나타나고 근대화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세대 갈등과 계층 갈등의 원초적·실존 공간이자 정치적·도시적·공적 공간이다. 이 지역은 ‘근대화 과정에서의 낙오, 이농현상을 통한 가족의 해체, 도시로 의사회 이동, 넘쳐나는 실업자, 전통적 가치관과 개인주의적 가치관의 충돌 등 사회 혼란이 나타난다[29].’ 우선, 액션영화에서 명동(남촌)은 정의 실현, 공권력의 무능력, 깡패 갱생의 길을 통해서 개인/공동체 갈등 혹은 공동체/공동체의 갈등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가족 드라마에서 북촌·남촌·서촌·동촌은 변화된 연애관과 결혼관, 중매결혼에서 연애결혼으로의 이행기를 통해 전통/근대 가치의 충돌과 세대 간의 갈등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사회드라마에서 북촌·남촌·서촌·동촌은 근대화 과정에서 하층계급이 겪어야 했던 가치관의 갈등, 전근대와 근대가 혼재하는 사회 문화상, 분단의 비애와 실향의 좌절감, 전후의 궁핍한 사회상을 통해 계층 갈등을 보여준다.

요컨대, 1950-1960년대 한국영화에서 명동(남촌)과 북촌·서촌·동촌은 화려한 도시의 광활함과 지하세계의 답답함을 보여주며, 절대적/상대적 빈곤, 세대·계층 갈등, 개인의 소외와 사회의 모순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화려한 도시의 지하세계와 비극적 파토스의 원초적·지각·실존 공간이자 정치적·도시적·공적·사적 공간이다. 공간과 욕구의 관계는 광활함/답답함, 폭력/보호, 부/ 빈곤의 이분법으로 나타난다. 이-푸 투안에 의하면, ‘공간은 생존의 조건이자 심리적 욕구, 부, 권력의 대상이며, 우리의 욕망에 응해줄 때는 공간이 광활하게 느껴지지만 우리의 욕망을 좌절시킬 때는 답답하게 느껴진다[30].’ 1950-1960년대 멜로드라마에서 명동(남촌)은 화류계를 중심으로 성 의식의 개방과 욕망의 실패를 통해 강렬한 욕망과 치명적 좌절을 보여주며, 화려한 도시의 ‘광활함’과 지하세계의 ‘답답함’을 동시에 드러내는 공간이다. 그리고 1960년대 액션영화와 가족·사회드라마에서 북촌·남촌·서촌·동촌(서울 도심지)은 가치관 대립, 빈부 격차로 인한 절대적/상대적 빈곤을 통해 근대화의 그림자와 세대·계층 갈등을 보여주며, 도시의 급격한 근대화·서구화로 인한 ‘광활함’과 동시에 욕구·부· 권력에서의 소외·모순으로 인한 ‘답답함’을 드러내는 공간이다.

Ⅲ. 1970-1990년대 명동·종로(남촌·북촌) 와서 촌·동촌: 공적 복수와 사적 소외의 공간

1. 1970-1990년대 명동·종로(남촌·북촌)와 액션 영화: 자유/악의 이분법과 원한의 공간

1970-1990년대 명동·종로(남촌·북촌)와 서촌·동촌은 공적 복수와 사적 소외의 공간이다. 첫 번째, 1970-1990년대 액션영화에서 명동·종로(남촌·북촌)는 자유/악의 이분법과 원한의 공간이다.

첫째, 1970년대 명동액션영화에서 명동(남촌)은 주먹세계 1인자의 가족 학살, 출생의 비밀, 화해·사죄·방랑, 반공의식 고취를 통해 과거 청산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원한과 복수의 실존 공간이다. [명동사나이와 남포동 사나이](김효천, 1970)에서 장룡과 황추는 긴 싸움 끝에 화해한다. [동경사자와 명동호랑이](이장호, 1970)에서 암흑가 보스 황동필은 배신자 한동근의 가족을 학살하고 그 딸들에게 사죄하고 자살한다. [명동의 왕과 박](변장호, 1970)에서 명동 보스 왕은 자신을추방시킨 박에게 복수하려고 하지만, 박의 아들 영이 자신의 아들로 밝혀지자 용서한다. [찾아온 명동 4번지](김 연파, 1970)에서 권동철은 배신자 박경오에게 복수하려고 하지만, 박경오의 여동생의 아들이 자신의 아들로 밝혀져 함께 떠난다. [명동부르스](김기덕, 1970) 에서 왕년의 보스 박동철은 나이트클럽 가수 선희에게 아버지라는 사실을 밝히고 못하고 떠나간다. [명동 사나이 따로 있더냐?](변장호, 1971)에서 깡패 박만길은 구두닦이 소년 갑돌이와 함께 포장마차식 스탠드빠를 차린다. [명동의 12 사나이](고영남, 1971)에서 한국인 청년들이 결의형제를 맺어 일본인들에게 대항한다. [명동 삼국지](임권택, 1971)에서 왕대룡파의 인태와 동열은 적대세력들을 제거하고 숨을 거둔다. [명동잔혹사] (변장호·최인현·임권택, 1972)는 깡패들의 대결과 복수, 희생, 죽음을 다룬다. [명동노신사](김효천, 1970) 에서 명동 보스 강룡은 가족을 학살한 남로당 덕팔 일당을 소탕한다. [명동에 흐르는 세월](김효천, 1971)에서 특공대 강룡과 천달은 자신의 가족을 살해한 빨치산 딱부리 일당을 죽인 뒤 자살한다.

둘째, 1970-1980년대 종로액션영화에서 종로(북촌) 는 개심한 건달, 거지, 박치기왕 등 조선인 협객이 일본 야쿠자를 소탕한다는 점에서, 민족 대결과 원한의 실존공간이다. [종로 444번지](이정호, 1971)에서 건달 신정수는 모범수로 복역한 뒤 미원을 사이에 두고 의리의 결판을 벌인다. [김두한형 시라소니형](김효천, 1981) 에서 협객 김두한과 박치기왕 시라소니는 합심해서 일본 야쿠자를 소탕한다. [종로 부루스](김효천, 1982)에서 김두식은 시게마스와 대결하여 팔도 형제들의 원한을 갚는다.

셋째, 1990년대 종로액션영화에서 종로(북촌)는 신체적 강인함을 갖춘 영웅, 조선과 일본 무술인의 대결을 통해 폭력적인 제국주의에 대한 대항, 식민지와 제국의 인종적 헤게모니 투쟁, 대중 관객의 감성적 민족주의를 통해 청산하지 못한 공적 과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사적 회한과 억울한 죽음의 지각 공간이다. 임권택 감독의 [장군의 아들] 3부작은 종로액션영화의 전통을 이어 김두한을 중심으로 종로 주먹계를 다룬다. [장군의 아들](임권택, 1990)에서 독립군 김좌진 장군의 아들인 각설이 김두한은 종로 주먹계의 우두머리가 된 후 하야시패와 결전을 벌인다. [장군의 아들 2](임권택, 1991)에서 감옥에서 나온 김두한이 구라모토 형사 일당, 헌병대와 대결한다. [장군의 아들3](임권택, 1992)에서 김두한은 만주 마적단과 물리치고, 하야 시와 최후의 대결을 벌인다.

이렇듯 1970-1990년대 명동액션영화와 종로 액션 영화에서 명동(남촌)과 종로(북촌)는 주먹세계의 정의 실현, 복수와 청산, 혐오의 반공주의, 우애의 민족주의, 회한과 대결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자유/악 이분법과 원한의 실존 공간이자 정치적·공적 공간이다. 우선, 명동 액션 영화에서 명동은 ‘한국형 갱스터영화로서 건전하고 계몽적인 남성 집단이 품은 우애를 주제화하여, 우애의 민족주의와 극단적 혐오를 동반하는 반공주의를 결합시키는[31]’ ‘반공 이데올로기’의 공간이다. 명동 액션 영화에서 영화 제목마다 나타나는 ‘명동’의 특정한 번지는 근대화의 문명과 비합법적 폭력을 상징한다. 영화적 공간으로서 명동은 ‘식민-해방-냉전의 질서를 재현하는 지정학적 공간이면서, 좌우 이데올로기를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는 이념 과잉지역이며, 전국 각지 건달들이 의리를 나누며 건국 질서 유지에 힘쓰는 유사 형제 집단의 공간이다[31].’ 다음으로, 종로액션영화에서 종로는 ‘정치 1번지’인 종로의 위상과 종로에서 활약한 김두한을 결합시키는 ‘반일 이데올로기’의 공간이다. 종로 액션 영화에서 종로는 ‘일제강점기의 김두한을 중심으로 식민지 조선과 제국 일본의 인종적 헤게모니 투쟁을 깡패들의 무술 대결로 형상화하며, 민족적, 이념적 위계와 갈등을 압축한다[32].’

2. 1970-1980년대 북촌·남촌·서촌·동촌과 깡패· 호스티스 멜로드라마: 부/빈곤 이분법과 결핍의 공간

두 번째, 1970-1980년대 호스티스 멜로드라마 등에서 북촌·남촌·서촌·동촌은 부/빈곤 이분법과 결핍의 공간이다.

첫째, 1970년대 깡패 멜로드라마에서 명동(남촌)은 멜로드라마와 깡패 액션영화가 결합하여 순정파 깡패와 순수한 여성의 사랑을 보여주며, 성폭행과 복수, 집안의 반대, 배신과 질투로 대결을 벌여 대부분 죽게 된다는 점에서, 처절한 욕망과 외로운 혈투의 지각 공간이다. [명동백작](김효천, 1970)에서 깡패 동수는 애인 난주를 능욕한 우식을 죽이려고 하지만 그녀 아버지의 만류로 떠난다. [비 내리는 명동거리](변장호, 1970)에서 철규는 불량배들과의 격투로 숨을 거두면서 아내의 연인이었던 깡패 민석에게 아내를 부탁한다. [명동가시내](전우열, 1970)에서 코스모스는 유학을 떠난 훈의 아이를 낳고 죽는다. [명동을 떠나면서](김효천, 1973) 에서 민정과 정남은 사랑의 도피를 하지만, 오빠 바이킹과 협객 강룡의 일전으로 정남이 죽게 된다. [명동에서 첫사랑을](정인엽, 1974)에서 성희는 형민 아버지의 반대로 동석과 결혼하지만, 형민과 동석이 혈투를 벌여 죽는다.

둘째, 1970-1980년대 호스티스 멜로드라마 등에서 북촌·남촌·서촌·동촌은 멜로드라마와 사회드라마의 결합으로 급속한 경제성장 속에서 도시의 뒷골목에서 몸을 팔아 생활해가는 윤락녀를 중심으로 계층 갈등과 비극적 사랑, 사회의 빈부 격차와 소외계층, 성 의식의 개방화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욕망과 비참한 소외의 지각 공간이다. [별들의 고향](이장호, 1974)에서 호스티스 경아는 첫사랑과 낙태, 중년 남성과 결혼·이혼, 화가와 동거 후 죽음을 맞이한다. [영자의 전성시대](김호선, 1975)에서 시골 출신 영자는 식모, 여공, 버스 안내양, 외팔이 창녀로 전락해 간다. [어둠의 자식들](이장호, 1981)에서 창녀 영애는 다른 창녀의 아기를 정성으로 키우지만 입양으로 빼앗긴다. 이 밖에도 [겨울여자](김호선, 1977)에서 여대생은 자신이 거부한 남자의 자살 후 신문기자, 은사 등 자신을 필요로 하는 남성에게 몸을 맡긴다.

이처럼 1970-1980년대 깡패 멜로드라마와 호스티스 멜로드라마에서 명동(남촌)과 북촌·서촌·동촌은 깡패·호스티스 등 하층계급의 욕망과 좌절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부/빈곤 이분법과 결핍의 지각 공간이자 도시적·사적 공간이다. 1970년대 깡패 멜로드라마에서 명동(남촌)은 권력을 욕망하는 깡패 남주인공과 정신적으로는 순수한 호스티스 여주인공이 사랑하지만, 갈등, 배신, 혈투, 소외 등으로 끝난다. 그리고 1970-1980년대 호스티스 멜로드라마에서 북촌·남촌·서촌·동촌(강북 도심지)은 ‘하층계급 여성들의 몸을 유순한 몸으로 치환· 포섭하여 국민 만들기 프로젝트에서 배제시킨다는 점에서 유교적이고 권위적인 개발독재 국가의 생체정치, 성별정치를 드러낸다[33].’ 또한, ‘한국의 산업화 시기에 정당한 노동에 참여하지 못한 채 성 노동자로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욕망과 비극적 정서를 보여주며, 가부장제의 목소리와 여성의 목소리가 섞여 있는 이중성을 드러낸다[34].’ 호스티스와 깡패는 근대화 도시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부를 획득하거나 생계를 꾸리기 힘들어지는 상황을 대변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부/ 빈곤의 이분법을 드러내는 존재이다.

요컨대, 1970-1990년대 한국영화에서 명동·종로(남촌·북촌)와 서촌·동촌은 이념·민족의 대립을 통해 자유/ 악의 이분법과 공적 원한을 보여주고, 소득분배의 불평등을 통해 부/빈곤의 이분법과 사적 결핍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공적 복수와 사적 소외의 실존·지각 공간이 자정 치적·도시적·공적·사적 공간이다. ‘정치적 공간은 언제나 일정한 장소에서 이루어지며 자유/악의 이분법 과부/빈곤의 이분법을 보여준다[35].’ 우선, 1970-1990 년대 액션영화에서 명동·종로(남촌·북촌)는 좌/우 이데올로기의 이념 대립과 조선/일본의 민족 대립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자유/악의 이분법 공간이다. 다음으로, 1970-1980년대 멜로드라마에서 명동(남촌)은 공적·사적 욕망이 좌절되는 깡패의 죽음, 이루어질 수 없는 욕망을 꿈꾸는 호스티스의 비극을 통해서 계층갈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부/빈곤의 이분법 공간이다.

Ⅳ. 2000-2010년대 광화문(서촌)과 북촌·남촌·동촌: 시민사회 에토스와 암울한 진혼곡의 공간

1. 2010년대 광화문(서촌)과 다큐멘터리·사회·정치 드라마: 국민의제와 저항운동의 공간

1990-2010년대 한국영화에서 광화문(서촌)과 북촌· 남촌·동촌은 시민사회 에토스와 암울한 진혼곡의 공간이다. 첫 번째, 2010년대 다큐멘터리·사회·정치 드라마에서 광화문(서촌)은 국민의제와 저항운동의 공간이다.

첫째, 2010년대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광화문(서촌) 은 광화문광장, 시청광장, 청계광장에서의 촛불집회 규탄 시위를 보여주며, 정부 비판, 대중여론 표출, 시민 평화 시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비판과 저항의 실존 공간이다. [다이빙벨 그 후](이상호, 2018)는 세월호 침몰 사건을 다룬 [다이빙벨](이상호·안해룡, 2014)의 속편이다. [더 블랙](이마리오, 2018)은 국가정보원 블랙 요원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문제를 다룬다. [416 프로젝트 “망각과 기억”](정일 건·태준식·김재영·박종필·손경화·박정미·최종호, 2016), [모든 날의 촛불](김환태·최종호·김수목, 2017), [광장](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미디어팀, 2017), [나의 촛불](김의성·주진우, 2019), [나쁜 나라](김진열·정일건·이수정, 2015) 등 많은 극장미개봉 다큐멘터리 영화들도 광화문 촛불집회를 다루고 있다. 이밖에도 실험영화 [시간위(示間威)](한솔, 2017) 에서도 광화문 촛불집회를 다루고 있다.

둘째, 2010년대 사회드라마에서 광화문(서촌)은 한일 월드컵의 거리 응원, 남북한 연평해전, 민주항쟁을 통해 보수/진보 이념의 충돌, 열광적 축제와 비극적 전투의 대비, 군부독재의 억압과 민중의 시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탈과 저항의 실존 공간이다. [꿈은 이루어진다](계윤 식, 2010)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중계방송과 관련하여 남북한 병사들의 은밀한 교류를 다룬다. [연평해전](김학순, 2015)은 2002년 격전의 연평해전과 한일 월드컵 경기를 대비시킨다. [1987](장준환, 2017)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이한열 최루탄 피격 사건을 다룬다.

셋째, 2010년대 정치드라마 영화에서 광화문(서촌) 과 남촌은 광화문광장, 시청광장, 청와대, 시청이라는 정치 중심지를 배경으로 정치 선거의 혼란과 모순, 남북한 핵전쟁의 위기, 국가적 테러 사건, 남북의 냉전/교류, 정치 이념의 차이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대립과 협력의 실존 공간이다. [댄싱 퀸](이석훈, 2012)에서 전업주부는 서울시장 후보 남편의 내조와 오랜 꿈인 댄스 가수 사이에서 갈등한다. [특별시민](박인제, 2017) 은서울시장 선거를 둘러싼 정치판의 혼란과 모순을 보여준다. [강철비](양우석, 2017)에서 북한의 선전포고와 남한의 계엄령으로 한반도가 핵전쟁 위기에 처한다. [골든 슬럼버](노동석, 2017)에서 택배기사는 대통령 후보 폭탄테러 사건의 용의자 누명을 쓰고 도망친다. [공작](윤종빈, 2018)은 북한에 침투한 스파이와 남북수뇌부의 공작을 다룬다.

이렇듯 2010년대 다큐멘터리, 사회드라마, 정치 드라마에서 광화문(서촌)은 축제의 일탈 정신, 정치 이념의 대립/협력, 상징적 대리 공간, 민주주의의 열린 공간이라는 점에서, 국민의제와 저항운동의 실존 공간이자 정치적·공적 공간이다. 메를로-퐁티는 ‘폭력이 인간의 육체적 존재성 때문에 발생하며, 순수함과 폭력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폭력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36]’이라고 주장한다. 현실의 모순과 폭력의 독점화를 보여주는 블랙리스트 시대 한국 영화의 사회적 상상력에서 광장은 ‘상징적 대리 공간, 민주주의의 열린 공간[37]’이다. 광화문은 한일월드컵 이후 대중이 참여하는 자발적인 길거리 응원문화의 공간이면서, 세월호 참사 규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시위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권력과 폭력의 문제를 제기한다.

2. 2000-2010년대 북촌·서촌과 로맨틱 코미디·멜로드라마: 욕망과 상실의 공간

두 번째로 2000-2010년대 로맨틱 코미디·멜로드라마에서 북촌·서촌은 욕망·상실의 공간이다.

첫째, 2000-2010년대 로맨틱코미디에서 북촌·서촌은 탑골공원, 시청광장, 광화문광장, 사직동, 삼청동, 정동길을 배경으로, 경제적 빈곤과 연애·결혼의 위기, 일부일처제 결혼제도의 모순, 낭만적 사랑과 열정적 사랑의 관계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욕망과 젠더 갈등의 지각 공간이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민규동, 2005)은 여섯 커플의 사랑과 역경을 보여준다. [다세포 소녀](이재용, 2006)는 고교생의 가난과 왕따 이야기를 다룬다. [아내가 결혼했다](정윤수, 2008)에서 특별한 매력을 가진 아내는 두 명의 남편과 결혼하여 일처다부제의 가정을 이룬다. [순정만화](류장하, 2008)는 네 남녀의 연애 이야기를 그린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임찬상, 2014)는 신혼부부의 오해와 갈등을 다룬다. [극적인 하룻밤](하기호, 2015)은 옛 연인의 결혼식장에서 만난 남녀가 원나잇 쿠폰 열 번을 찍는 색다른 만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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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극장전] 안국동(북촌)에서 전상원이 중학교 ‘첫사랑 최영실’을 우연히 만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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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극장전] 안국동(북촌)에서 김동수가 ‘여배우 최영실’을 우연히 만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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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북촌방향] 북촌마을에서 유성준이 선배, 그의 후배 교수, 술집 여주인과 만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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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북촌마을에서 해 원이 이민 가는 어머니와 이별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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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자유의 언덕] 북촌마을 게스트하우스에서 모리가행선지를 고민하는 장면

둘째, 2000-2010년대 멜로드라마에서 북촌은 오래된 골목길과 언덕길을 통해 ‘느림의 미학’과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나는 일상 여행을 보여주며, 과거의 사랑과 현재의 갈망을 기억한다는 점에서, 욕망과 향수의 지각공간이다. [극장전](홍상수, 2005)은 수험생과 첫사랑, 감독 후배와 여배우의 만남 이야기로 과거의 욕망과 현재의 향수를 담아낸다. 전반부에 북촌은 수험생 전 상원이 ‘첫사랑’ 최영실과 마주치고(안국동) 영화를 보는(종로) 공간이다. 후반부에 북촌은 감독 후배 김동수가 ‘여배우’ 최영실을 처음 만나고(종로) 우연히 마주치는 (안국동) 공간이다. [북촌방향](홍상수, 2011)은 만남과 이별의 반복으로 욕망과 후회를 담아낸다. 북촌은 영화감독 유성준이 옛연인 여제자와 만나 하룻밤을 보내고, 선배와 여교수의 불륜을 목격하고, 술집 여주인과 하룻밤을 보내고, 첫눈에 반한 사진작가 여성과의 만남을 기대하는 공간이다.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홍상수, 2012)은 여대생과 유부남 교수의 비밀스러운 관계를 다룬다. 북촌은 해원이 캐나다로 이민하는 어머니와 이별하는 공간이고, 유부남 교수와의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공간이다. [자유의 언덕](홍상수, 2014)은 어학원 강사 권과 일본인 강사 모리의 추억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북촌은 2년 전 모리의 직접적인 사랑 고백, 1주일 전 모리의 사랑 편지 고백, 현재 권의 과거 회상과 편지 읽기 과정을 통해 대과거와 과거의 사랑과 욕망을 향수하는 공간이다.

이처럼 2000-2010년대 로맨틱코미디와 멜로드라마에서 북촌과 서촌은 낭만적 사랑과 열정적 욕망, 과거에 대한 향수, 현재의 상실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욕망과 상실의 지각 공간이자 도시적·사적 공간이다. 이 지역은 ‘과거 기억과 현재가 충돌하고 교차하는 공간, 대상화와 현재화라는 표면적 욕망이 개입하는 공간, 상반된 두 욕망을 전복시키는 공간으로 재현된다[38].’ 북촌·서촌의 영화적 공간은 ‘도시의 풍경, 특정 장소와 연계된 주관적 기억을 환기하며, 이질적인 시공간을 병치, 교차, 중첩함으로써 도시 공간을 헤테로피아적 공간으로 재구성한다[39].’ 북촌의 오래된 한옥마을은 삶의 주거지인 원초적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과거의 향수를 기억하는 지각 공간의 의미를 보여준다. 북촌· 서촌은 로맨틱코미디에서 낭만적 사랑과 열정적 욕망을 보여주며, 멜로드라마에서 잃어버린 과거에 대한 향수와 현재의 상실감을 보여준다.

3. 2000-2010년대 북촌·남촌·서촌·동촌과 사회· 범죄·판타지영화: 비참한 현실과 죽음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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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거인] 영재가 그룹홈 룸메이트의 약점을 잡기 위해 몰래 지켜보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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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우리 손자 베스트] 애국 노인 정수가 다른 노인들과 달리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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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8. [죽여주는 여자] 탑골공원에서 소영이 박카스 할머니로 일하는 장면

세 번째, 사회·범죄영화·판타지영화에서 북촌·남촌·서촌·동촌은 비참한 현실과 죽음의 공간이다.

첫째, 2010년대 사회드라마에서 북촌과 서촌은 시청광장, 경희궁, 탑골공원 등을 중심으로 제시되며, 청소년의 가난하고 고달픈 삶, 보수/진보의 이념 갈등, 청년의 실업 문제, 노후 문제와 안락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고난과 비참한 죽음의 지각 공간이다. [거인](김태용, 2014)은 보호시설 그룹홈 ‘이삭의 집’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무책임한 부모, 나이 제한이 있는 보호시설, 끊임없는 생계 위협 때문에 탈선과 죽음으로 내몰리는 청소년을 담아낸다. [우리 손자 베스트](김수현, 2016)에서 북촌(탑골공원, 종로 뒷골목)은 70대 애국 노인과 20대 백수 청년의 교감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죽여주는 여자](이재용, 2016)에서 북촌·남촌(낙원동, 조계사, 탑골공원, 인사동, 을지로1가)은 성적으로 ‘죽여주는 여자’에서 목숨을 ‘죽여주는 여자’로 변화하는 박카스 할머니의 안락사 사건을 통해 노년의 서글픈 욕망과 씁쓸한 죽음을 보여준다.

둘째, 2000-2010년대 범죄영화에서 북촌과 남촌은 시청광장, 피맛골, 세운상가, 명동 등을 중심으로, 사기, 복수, 유괴·납치, 협박, 살인, 장기매매 등 범죄 사건의 어두운 세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살인과 잔인한 죽음의 지각 공간이다. [범죄의 재구성](최동훈, 2004) 에서사기전과자 최창혁은 한국은행 사기극을 통해 죽은 형의 복수를 한다. [그놈 목소리](박진표, 2006)에서 뉴스 앵커 남편과 아내는 44일 간의 피 말리는 협박 전화를 받고 유괴범과 정면 대결을 벌인다. [몬스터](황인호, 2014)에서 노점상 복순은 동생을 죽인 냉혈살인마에게 복수한다. [청년경찰](김주환, 2017)에서 두 명의경찰대 학생이 납치 사건과 장기매매 사건을 해결한다. [열두 번째 용의자](고명성, 2019)에서 살인사건 용의자와 수사관이 심리 대결을 한다.

셋째, 2010년대 판타지영화에서 북촌·남촌·서촌·동촌은 광화문광장, 시청, 청계천, 종로, 청계광장, 명동 등을 중심으로, 바이러스 집단 감염, 아내의 죽음과 타임리프, 생체실험과 돌연변이, 종교와 퇴마의식을 통해서 현실 세계의 비극과 초현실적 문제 해결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재난과 끔찍한 죽음의 지각 공간이다. [감기] (김성수, 2013)에서 사상 최악의 바이러스가 한국을 덮친다. [더 폰](김봉주, 2015)에서 살해당한 아내의 전화를 받는 남편이 아내의 죽음을 돌이키고자 한다. [돌연변이](권오광, 2015)는 실험으로 생선인간이 된 청년 이야기를 다룬다. [검은 사제들](장재현, 2015)에서 신부들은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는 소녀에게 퇴마의식을 행한다.

그래서 2000-2010년대 사회드라마, 범죄영화, 판타지 영화에서 북촌·남촌·서촌·동촌(강북 도심지)은 소외계층의 비참한 고통, 끔찍한 살인과 사적 복수, 불가항력적인 재난을 통해 사회의 모순과 공권력의 무능력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비참한 현실과 죽음의 지각 공간이 자도 시적·사적 공간이다. 근대화·경제발전의 상징이었던 강북 도심지는 1970년대 이후 강남 개발로 상대적 빈곤의 지역으로 하락하고, 2000년대 이후 절대적 빈곤과 범죄 지역으로 재현된다. 북촌·남촌·서촌·동촌은 사회드라마에서 소외계층의 육체적·정신적·경제적 고통과 비참한 죽음을 보여주며, 범죄영화에서 범죄사건에 대한 사적 복수를 통해 살인과 잔인한 죽음을 보여주며, 판타지영화에서 현실의 비극과 초현실적 해결을 통해 재난과 끔찍한 죽음을 보여준다. 이 영화들은 대부분 공적 복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사적 복수를 하는 상황을 드러내며, 공동체의 실존 공간이 아니라 비관적인 개인의 지각 공간을 보여준다.

요컨대 1990-2010년대 한국영화에서 광화문(서촌) 과 북촌·남촌·동촌은 폭력의 독점화와 권력의 정당성에 대해 비판하며, 과거에 대한 향수와 현재의 상실감을 보여주며, 공권력의 무능력과 사적 복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민사회 에토스와 암울한 진혼곡의 지각·실존공간이자 정치적·도시적·공적·사적 공간이다. 마르쿠스슈뢰르에 의하면, ‘국가는 폭력의 독점화를 이용해서 자기의 국민들에게 폭력으로부터의 보호를 약속하며, 국가적 폭력을 통해서 폭력을 스스로 내부에서 결속하고 외부경계를 방어하는 데 사용한다[35].’ 북촌·서촌이라는 강북 도심지의 공간적 정체성은 ‘조선시대 지배계층의 거주지역, 민족운동의 시작지, 전통주거지역 등으로 그 상징적 의미가 변화되며, 현재는 비현실적 공간, 고립된 공간, 잃어버린 과거를 상업화하는 공간으로 재현된다[40].’ 2010년대 다큐멘터리·사회·정치 드라마에서 광화문(서촌)은 폭력의 독점화와 권력의 정당성을 비판하고, 2000-2010년대 로맨틱 코미디·멜로드라마에서북촌·서촌은 원초적 공간을 상실하고 잃어버린 과거를 향수하며, 2000-2010년대 사회·범죄·판타지 영화에서 북촌·남촌·서촌·동촌은 공권력의 무능력과 사적 복수· 해결을 보여준다.

Ⅴ. 광화문과 주변지역: 영화적 공간과 공간 유형의 변화

1. 영화적 공간의 의미작용 변화: 시대별 다양성과 공간별 포함/배제

본고에서 1950-2010년대 한국영화를 대상으로 광화문과 주변지역의 영화적 공간에서 나타나는 시대별 의미작용의 변화를 고찰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표 2].

표 2. 광화문과 주변지역의 영화적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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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1950-1960년대 한국영화에서 명동(남촌)과 북촌·서촌·동촌은 강렬한 욕망과 치명적 좌절, 근대화의 그림자와 갈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화려한 도시의 지하세계와 비극적 파토스의 원초적·지각·실존 공간이자 정치적·도시적·공적·사적 공간이다. 둘째, 1970-1990년대 한국영화에서 명동·종로(남촌·북촌) 와서 촌·동촌은 자유/악의 이분법과 원한, 부/빈곤의 이분법과 결핍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공적 복수와 사적 소외의 지각·실존 공간이자 정치적·도시적·공적·사적 공간이다. 셋째, 2000-2010년대 한국영화에서 광화문(서촌)과 북촌·남촌·동촌은 국민의제와 저항운동, 욕망과 상실, 비참한 현실과 죽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민사회 에토스와 암울한 진혼곡의 지각·실존 공간이자 정치적·도시적·공적·사적 공간이다.

1950-2010년대 광화문과 주변지역의 영화적 공간 의미변화에서 공간별로 세 가지 특성이 나타난다. 첫째, 북촌(종로)은 ‘자유/악의 이분법의 공간’에서 ‘욕망과 상실의 공간’으로 변화하며, ‘정치 1번지 종로의 실존·정치적·공적 공간’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지각·도시적·사적 공간’으로 변화한다. 둘째, 남촌(명동)은 ‘강렬한 욕망과 치명적 좌절의 공간’에서 ‘자유/악의 이분법과 원한의 공간’으로 변화하며, ‘개인의 지각·도시적·사적 공간’에서 ‘공동체의 실존·정치·공적 공간’으로 변화한다. 셋째, 서촌(광화문)은 ‘국민의제와 저항운동의 공간’으로 표현되며, ‘실존·정치적·공적 공간’의 역할을 수행하며 현실적 공간과 영화적 공간의 직접적 연관성을 보여준다.

1950-2010년대 광화문과 주변지역의 영화적 공간에서 ‘공간의 포함과 배제’의 세 가지 특성이 나타난다. 공간은 ‘사회적 과정의 원인이 아니라 모든 사건에 틀을 주는 것이며, 공간과 힘, 사회적 불균형 사이의 연관 관계에서 공간적 포함과 배제가 일어난다[41].’ 공간은 권력의 균형/불균형, 뿌리 내림/뽑힘, 애착/추방의 의미를 보여준다. 첫째, 광화문과 주변지역은 한국의 경제·사회·문화의 중심지, 상대적 빈곤의 강북 도심지, 정치적 저항과 범죄·살인·죽음의 공간의 순서로 점차 하락하면서 영화적 공간에서 비중이 감소된다. 둘째, 종로 (북촌)는 개인의 배신과 공권력의 무능력을 비판하는 공적 폭력의 공간이고, 명동(남촌)은 근대화의 중심지로서 문명/좌절의 모순된 공간이고, 광화문(서촌)은 국민 의제와 저항운동 메카의 공간이다. 특히, 영화적 공간에서 명동은 근대화와 자본주의화의 상징이었으나, 강북 개발 후 소외의 공간에서 범죄의 공간으로 급격하게 변모한다. 셋째, 예술인의 공간인 동촌은 모든 시기에 걸쳐 영화적 공간의 재현에서 배제된다.

2. 영화적 공간의 유형적 특성: 도시 문명의 야만 화와 공적 공간의 사적 공간화

1950-2010년대 광화문과 주변지역은 점차 공적 위상이 하락하여 공적 문제를 사적 차원으로 지각함으로써, 공동체의 실존공간이 감소하고 개인의 지각 공간이 증대한다. 첫째, 시대별로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것은 원초적 공간(집)이며, 세대 갈등이 벌어지는 원초적 공간에서 원초적 공간의 상실 및 과거 향수의 공간으로 변화한다. 이-푸 투안에 따르면, ‘집에 대한 애착은 친밀한 보살핌, 내밀한 교류와 만남, 일상의 삶을 경험하는 현장이기 때문에, 원초적 장소, 우주 구조의 중심, 최상 개념의 장소인 집에서의 추방·상실은 최악의 운명이다[42].’ 둘째, 지각 공간과 실존 공간이 상호 배타적으로 양분되는 상보적 반의관계를 형성하며, 공적 공간 의사적 공간화를 보여준다.

1950-2010년대 광화문과 주변지역은 급격한 근대화와 화려한 도시 문명의 발전의 공간, 부/빈곤의 이분법과 결핍의 공간, 범죄·살인·죽음의 공간으로 변화하면서 도시의 어두운 야만성이 점차적으로 강조된다. 도시적 공간의 핵심적 이미지는 ‘도시성/야만성, 공공성/ 내밀성, 단일성/다양성, 중심/주변, 혼합/분리, 이질성/ 동질성이라는 긍정적/부정적 의미를 내포하며, 도시의 위기 진단은 야만화, 사영화, 파편화, 주변화, 분리, 동질화이다[43].’ 첫째, 1950-1960년대 북촌·남촌·서촌· 동촌이 명동(남촌)을 중심으로 서울의 중심지라는 점에서 도시성, 단일성, 문명성, 중심성, 동질성을 보여준다. 둘째, 1970-1990년대 북촌·남촌·서촌·동촌이 모두 강북 도심지로 위상이 하락한다는 점에서 도시성/야만성, 단일성/다양성, 중심/주변, 동질성/이질성의 혼합적 성격을 보여준다. 셋째, 2000-2010년대 광화문(서촌)이 촛불집회로 정치이념과 대중여론의 중심지로 부상하는 반면, 북촌·남촌·동촌은 절대적·상대적 빈곤과 어두운 세계로 재현되면서 야만성, 내밀성, 다양성, 주변성, 이질성을 보여준다. 정치적 공간에서는 대립의 주체가 변화하며, 도시적 공간에서는 도시 문명의 야만화가 발생한다. 한국영화에서 광화문과 주변지역은 도시 성에서 야만성으로, 공공성에서 내밀성으로, 단일성에서 다양성으로, 중심에서 주변으로, 이질성에서 동질성으로 점차적으로 변화한다.

1950-2010년대 한국영화의 영화적 공간의 의미작용에서 공적 공간의 사적 공간화가 나타난다. 도시적 공간은 ‘언제나 공적 공간이며, 도시의 공공성/친밀성의 양극화는 도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며, 공적 공간의 사적 공간화로 통제되지 않는 공간으로 퇴진하며 공공성/친밀성의 엄격한 양극화가 의미를 잃게 된다[43].’ 장소 정체성 이미지에서 ‘‘개인의 장소’는 의도·개성·상황에 따라 다양화되는 이미지이며, ‘집단의 장소’는 기능적·정치적 이익 때문에 집단의 지배적인 이미지에 포섭되는 이미지이며, ‘대중의 장소’는 단순화되고 선택적인 장소 정체성을 대중에게 편리하게 제공하는 이미지이다[44].’ 첫째, 현실적 공간에서 광화문과 주변 지역은 도시적 공간이고, 청와대, 시청은 정치적 공간이라는 점에서 공적 공간이다. 둘째, 영화적 공간에서 광화문과 주변 지역은 정치적 공간, 공적 공간 외에도 다양한 공간의 특성이 나타난다. 셋째, 1990-2000년대 들어 공적 공간의 역할이 점점 줄어들면서 사적으로 향유 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공적 공간의 사적 공간화’가 일어난다. 넷째, 광화문과 주변지역의 영화적 공간은 도시 문명과 경제 발전의 ‘대중 장소’ 이미지, 민족 대결과 이념대립의 ‘집단 장소’ 이미지, 시민사회의 대중 정치이념을 표출하는 ‘집단/개인 장소’ 이미지로 변화한다.

이-푸 투안에 의하면, ‘공간은 생존의 조건이자 부와 권력의 대상이지만, 장소는 고유한 정체성과 정서적 유대감, 친밀감이 축적된 애착의 대상이며, 가치를 부여하고 인간의 경험이 담기게 되면 공간이 장소가 된다 [45].’ 이런 점에서 볼 때, 광화문과 주변지역은 생존의 조건, 부와 권력의 대상의 ‘공간’의 의미를 보여주면서, 고유한 정체성, 정서적 유대감, 친밀감이 축적된 애착의 ‘장소’의 의미를 보여준다. 시간의 흐름이 장소를 낳으며, 장소의 깊이에 가치를 더하는 것은 시간이며, 한 장소를 알려면 시간이 걸린다. 광화문과 주변지역의 영화적 ‘공간’은 70년 동안 주요한 역할을 하며 깊이에 가치를 더하는 ‘장소’가 되었으며, 경험의 질과 강도에서 개인/집단/대중의 미묘하고 다양한 경험들을 함께 하여 의미가 체계적으로 조직되고 애착의 대상이 되는 ‘장소’ 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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