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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udy on the Refusal of National Examination for Medical Students: Focusing on the Signaling Game Theory

의과대학생 국가시험 거부 사태에 대한 고찰: 신호게임 이론을 중심으로

  • Hyeon, Seung Hyo (Department of Public Administration, Chungbuk National University Graduate School) ;
  • Kim, Da Young (Department of Public Administration, Chungbuk National University Graduate School) ;
  • Lee, Min Kyu (Department of Public Administration, College of Social Sciences, Chungbuk National University)
  • 현승효 (충북대학교 대학원 행정학과) ;
  • 김다영 (충북대학교 대학원 행정학과) ;
  • 이민규 (충북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행정학과)
  • Received : 2021.03.29
  • Accepted : 2021.12.10
  • Published : 2021.12.31

Abstract

Background: Conflict in the medical world in 2020 led to the rejection of the national examination for doctors. This study explained the process until the end of the national test refusal situation triggered in 2020 through the signaling game theory. The government has succeeded in requiring medical students to take the national exam. Methods: To explain the rejection of the national examination, we first compose and show an example of two small non-signaling games where medical students know which type the government is of, then combine them to play a signaling game. Results: The behavior of the government and medical students was examined through the signaling game model. In the context of the 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 pandemic, the government makes an ultimatum, whatever the type. And the medical students accept it. They judged that the government could not be expected to abolish the policy. If COVID-19 had not occurred, medical students would have been able to continue the confrontation. Conclusion: The government instilled in the other party the perception that the government would not bend its policies because it was the surly type and would not be afraid of a strong confrontation. Through the image created in this way, the government was forced to accept the ultimatum by medical students. Academically, this study is to deal with the policy-making process through the signaling game theory. In the area of health care policy, this study suggests that various situations such as the type of government or the spread of COVID-19 can become important in addition to the rationality of the policy itself.

Keywords

서 론

1. 연구의 개요

  2020년 의료계와 정부 간의 갈등은 의사 국가시험 거부라는 사태를 초래하였다. 그해 11월, 의사 국가시험(85회) 실기시험의 전체 응시 대상 중 86%가 시험을 치르지 않은 채로 종료되었다. 본래 3,172명의 의과대학생(의대생)이 실기시험을 보고 이듬해 1월 필기시험을 치러 의사면허를 획득해야 하지만,1) 약 2,700여 명이 의사로 배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이 의사가 되지 않으면 이듬해부터 수련병원의 인턴 의사가 부족하게 되고, 공중보건의와 군의관을 모집하기 어렵게 되므로 국가의료체계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1].
  정부는 한동안 ‘국가시험에는 형평성과 공정성이 중요하다’라는 이유로 구제2)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2020년 12월 재시험 가능성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는 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재확산으로 인한 의료인력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2].
  이후 정부가 내놓은 대안은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는데, 2020년도의 시험(85회)을 재응시하는 것이 아니라 2021년도 시험(86회)을 상 · 하반기로 나누어 두 번 치른다는 것이었다. 86회의 두 번의 시험이 동차이므로, 상반기(1월)3) 불합격자는 하반기(9월)4)에 응시할 수 없다5)는 규칙이 생긴 것이다[3]. 그렇다고 의대생들이 1월 국가시험 을 거부하고 9월에 응시하는 것도 부담이 되었는데, 하이브리드라고 하는 새로운 실기시험방식을 도입해 시험준비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4].
  결과적으로 의대생들은 1월에 국가시험을 응시하는 것을 선택했다. 2,744명의 의대생들이 실기시험에 접수한 것이다[5]. 이 중 2,709 명이 최종 합격했다[6].
  이렇게 강대강으로 치닫던 의대생 국가시험 거부 사태는 종착을 맞았다. 정부는 국가시험 응시 거부자들에게 특혜를 주었다는 비난을 받았지만[7], 의대생들이 국가시험을 거부하면서 요구했던 조건들을 하나도 들어주지 않음으로써 정부의 실리적 손해는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의대생들에게 자신들이 주장하는 안건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면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불이익이 생길 것이라는 ‘위협’을 하고, 의대생들은 이러한 위협이 진실인지 허풍인지를 자신들이 아는 범위 내에서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어야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다. 이때 등장하는 개념이 정부의 타입(type)이다. 정부가 강경한(surly) 타입인 지 유약한(wimpy) 타입인지에 따라 그 위협이 진실인지 허풍인지가 결정된다. 이러한 가정을 핵심으로 하는 모델이 우리가 본 연구에서 다루고자하는 당나귀(donkey) 모델이다.
  본 연구에서는 의대생들의 요구가 왜 실패했고, 어째서 정부는 의료공백이라는 사태를 피할 수 있었는지를 신호게임 이론을 통해 살펴 본다. 본 연구에서는 신호게임 이론을 바탕으로 정부와 이해당사자 (의대생들)가 어떤 안건을 놓고 협력하거나 대립하는 양상을 다룬다. 신호게임 이론은 본 연구의 주제가 되는 의대생 국가시험 거부뿐만 아니라 향후 정부와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이 존재하는 다양한 사회문 제들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틀이 될 것이다.

2. 신호게임 이론 도입의 필요성과 관련 연구

  본 연구에서의 관심사는 의대생 국가시험 거부와 관련해서 정부와 의대생들 중 어느 쪽의 의견이 타당한지가 아니라, 이들 당사자들의 갈등 양상이 어떻게 해결되는지에 있다. 이러한 연구의 의문을 해결하는 데에는 게임이론을 그 방법론으로 도입할 수 있다. 의대생들은 이른바 ‘4대악 의료정책’ 6)의 부당함을 호소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후술하게 될 정부와 의대생들의 갈등 양상은 이 정책들의 타당성 여부를 합리적으로 검토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 아니다. 2020년 하반기에 있었던 COVID-19의 확산과 의대생들이 거부한 국가시험의 시행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었고, 이러한 상황 변화가 갈등 양상의 해결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신호게임 이론은 경제학 분야에서 Akerlof [8]가 최초로 제시하였다[8]. 정부 정책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이해당사자와의 협력이나 갈등을 다루는데, 정부가 두 가지 이상의 타입이 있으며, 이해당사자가 정부의 타입을 정확히 모르는 경우 나타나는 선택에 대해 주로 다룬 다. 이와 관련된 국내 · 외 주요 연구는 다음과 같다.
  Calub [9]은 필리핀이 COVID-19로 인하여 락다운(rockdown) 정책을 1년간 계속해 왔고, 백신이 도입되는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2021년 3월 기준으로 매일 환자가 1천 명씩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신호게임 이론을 통해 분석하였다. 정부는 여가 등 불필요한 외출을 하는 주민들을 계속해서 비난하고 있었지만, 성공적인 방역은 이루 어지지 않고 있다고 하였다. Calub [9]은 신호게임 모델을 통하여 두 가지 타입의 정부를 제시하였다. 방역에 유능한 정부와 방역에 무능한 정부가 그것이다. 정부와 주민들 간의 이 게임에서 정부가 어떠한 타입이든지 그리고 정부가 어떠한 노력을 하든지 간에, 주민들은 정부에 대한 정보보다도 다른 사람들이 불필요한 외출을 하는지 여부에 따라 자신이 외출을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는 것으로 다른 사람들이 불필요한 외출을 하지 않으면 COVID-19가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불필요한 외출을 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불필요한 외출을 하면 COVID-19가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불필요한 외출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행하게도 필리핀 정부가 방역을 잘할 능력이 있어서 최선의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방역에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다[9].
  Mohtadi 등[10]은 준폐쇄 경제에서 무역을 보호하면서 이득을 뽑아내려는 부패한 정부와 그렇지 않은 정직한 정부라는 두 가지 타입을 제시한다. 이때 무역의 당사자들은 부패한 정부를 상대로는 법을 어기면서 이득을 취하려고 하나, 정직한 정부의 경우에는 “정부는 법 을 반드시 준수한다”는 노력을 하여 성공적인 신호를 보내서 시민들 이 정직한 무역을 하고 정당한 세금을 납세하게 된다고 하였다[10].
  Griebeler와 Wagner [11]는 국가 재정에서 포퓰리스트 정부와 보수적인 정부의 두 가지 타입을 상정하였다. 이때 외국인 투자자는 외국인 직접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를 해야 할지 그렇지 않을지를 결정해야 한다. 보수적인 정부일 때에는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를 하려는 경향이 강하지만, 포퓰리스트 정부인 경우는 그렇지 않다. 이때 포퓰리스트 정부는 보수적인 정부인 척하면서 ‘거짓 신호’를 보내려고 하고, 외국인 투자자는 이를 믿고서 투자를 할 것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퓰리스트 정부는 정권 초기에 보수적인 정책을 채택하 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이러한 이론이 설명해줄 수 있다고 한다[11].
  Dovis와 Kirpalani [12]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에서 지방정부로 재정 이전을 잘 해주는 중앙정부와 그렇지 않은 중앙정부를 제시하였다. 재정 이전을 잘 해주는 타입의 중앙정부가 있다면 지방정 부는 과도한 부채를 지려고 할 것이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과도 한 부채를 지는 것을 싫어하므로, 재정 이전을 잘 해주지 않는 타입인 척하려고 한다. 만약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타입을 잘 모르는 경우에는 중앙정부의 평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중앙정부의 평판이 좋다면(지방정부에 재정 이전을 잘 해주지 않는 중앙정부 타입일 가능성이 크다면) 지방정부는 과도한 부채를 지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과도한 부채를 지려고 한다는 것이다[12].
  국내에서는 안보 분야에서 신호게임 이론연구가 진행되었는데, Song [13]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에 관하여 북한의 타입은 공격적 유형과 비공격적 유형이 있고 한국은 강경대응하는 전략과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키는 신중대응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하였다.
  국외에서 진행된 사례연구들에서 정부는 두 가지 타입이 있으며, 정부는 자신이 어떠한 타입인지 때로는 진실되거나 때로는 거짓되게 신호를 보낸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이 속에 이해당사자들은 신호를 인지한 후에 자신의 행동을 결정한다는 하는 것을 밝혀내며 갈등 양상의 해결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둘 이상의 당사자가 협력 하거나 갈등하는 양상을 학문적으로 고찰하는 데는 신호게임 이론이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신호게임 이론을 통하여 강경한 타입의 정부와 유약한 타입의 정부라고 하는 두 가지 타입이 있고, 이해당사자들인 의대생들이 정부의 타입을 정확히 알지 못할 때 일어나는 사건의 결과를 분석하고자 한다. 정부와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은 끊임없이 나타나며, 이때마다 정부의 ‘타입’과 그 ‘신호’는 갈등의 양상과 해결 방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이러한 갈등은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으므로 해결 양상에 대한 고찰을 통해 갈등상황으로 야기되는 불확실성 및 부작용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방 법

1. 국가시험 거부의 경과

  2020년 사상 초유의 국가시험 거부 사태는 여러 언론에서 ‘2020년 의료계 주요 뉴스’로 다루었는데, 여기서는 그 경과를 간단히 정리하고자 한다.

1) 1기: 의사 총파업부터 9·4 의정합의까지

  2020년 9월부터 본격화된 의대생들의 국가시험 거부 사태의 발단은 그해 8월에 있었던 의사들의 총파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의 사협회는 이른바 ‘4대악 의료정책’의 철회를 요구한 것이다. 최대집 회장은 7월 15일 “어려운 의료기관의 현실을 토로하고, 코로나에 대한 기여도를 평가해줘야 한다는 절박한 외침에도, 정부의 실질적 지원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우리에게 돌아온 건 한 방첩약의 급여화, 의과대학 정원 4,000명 증원, 공공의대 신설, 원격의료”라고 말했다. 따라서 “전국 의사 무기한 총파업을 포함한 모든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해 역대 가장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14].
  의사 총파업의 신호탄은 전공의와 의대생들로부터 나왔다. 젊은 의사들의 가세는 총파업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대한전공의협회는 당초에 응급실 · 중환자실 · 수술실 · 분만실 · 투석실 등 필수유지 업무 진료과는 제외한 파업을 하기로 했으나 갑작스럽게 입장을 선회하여 전면적인 업무 중단을 예고한 것이다. 전국 40개 대학의 의대생 들도 7일부터 수업 및 실습을 거부했다[15].
  의대생들은 9월 1일부터 실시하기로 되어 있었던 국가시험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8월 28일 기준으로 실기시험 응시대상 중 약 89.5%가 응시를 취소해 버린 것이다. 정부는 9월 8일부터 실기시험을 시행하는 것으로 일정을 1주일 연기하였다[16].
  8월 7일 전공의와 의대생을 중심으로 한 젊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시작한 의사 총파업은 9월 4일 의정합의를 통해 종식되었다[17]. 그러나 의료계와 더불어민주당이 단체행동 중단에 합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의대생들의 시험 거부는 계속되었다[18].

2) 2기: 9월부터 12월까지의 대치상황

  정부는 9월 6일 24시까지 의사 국가시험 실기 접수기한을 연장했지만, 의대생의 86%가 시험 거부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재접수 마감 전날 전국 40개 의과대학 응시자대표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의사 국가시험 거부 유지 안건을 의결했다. 응시대상의 약 14%만이 실기시험에 응시해, 이듬해부터 응급실 인턴 등에서 약 2,700명의 의료인력 수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정부는 올해 의사 국가시험 의 실기시험 일정 변경이나 시험 접수기한의 추가 연장이 없다7)고 못 박았다. 보건복지부 손영래 대변인은 “법과 원칙에 대한 문제이며, 국가시험은 의사 국가시험뿐만 아니라 수많은 직종과 자격에도 공통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19].
  야당 등에서 의대생들을 구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의대생들이 스스로 국가시험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구제는 없다”라는 입장이 계속되었고. 의대생들도 “구제는 필요없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본과 4학년들의 시험 거부는 곧 2021년도 부터 인턴과 전공의들의 순차적인 공백을 야기하기 때문에 대한병원 협회 정영호 회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대생 국가시험 문제를 언급하며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8) 보건복지부는 의대생 국가시험 거부로 부족해지는 인턴, 공중보건의사 등의 문제를 대체 인력 투입, 의료 인간 업무범위 조정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 았다. 박능후 장관은 입원전담전문의를 투입하면 인턴이 없어도 된 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의료계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18].

3) 3기: 12·31 상·하반기 실기시험 시행 발표부터 응시까지

  정부는 12월 31일에 방향을 선회했다. 보건복지부는 정례 브리핑을 통해 2021년도 의사 국가시험 시행방안 관련 “내년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상 · 하반기로 나눠 2회 실시하기로 하고, 상반기 시험은 1 월 말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입장 선회는 COVID-19 유행이 장기화됨에 따른 것이었다. 보건복지부 이기일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공공의료 강화대책의 차질 없는 시행, 필수 의료인력에 대한 의료 계와의 협의 진전, 의료취약지 지원 등을 위해 내년도 시험을 조속히 시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20].
  당장 3월 초 진료를 담당할 인턴과 공중보건의, 군의관 등이 부족하므로, 두 차례에 걸쳐 시험을 시행하게 된 것이다. 보건복지부 이기일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국민 건강과 환자안전이라는 대원칙을 지키기 위해 이번 방안을 마련하게 되었다”며, “의사 국가고시로 인하여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드리게 된 데 매우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 린다”고 전했다. 의대생들의 공식적인 사과가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의료대란을 피하기 위해 다른 국가시험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의대생들에게 특혜를 줬다는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21].
  서론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국가시험을 거부하던 의대생들의 대부분은 1월 상반기 실기시험 응시를 선택했고 정부는 소위 ‘4대악 의료 정책’에 관한 의대생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도 되었다. 정부는 ‘상하반기 실시’라는 창의적인 방법을 통해 최후통첩(ultimatum)을 한 것이며 의대생들은 이를 수용한 것이었다.

2. 분석의 틀: 게임 이론 적용

1) 게임 이론의 개관

  어떤 의사결정에서 여러 경쟁 주체가 있는 경우에 이를 경제학에서는 게임상황(game situation)이라고 한다. 게임상황에서 각 주체는 자신의 의사결정뿐만 아니라 다른 주체의 의사결정도 자신의 효용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다른 주체의 의사결정까지 생각한 전략적 고려(strategic consideration)을 하여야 한다[22].
  게임 이론에서 의사결정의 주체들이 연합을 이루는 것을 협조적 게임(cooperative game)이라고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협조적 게임(non-cooperative game)이라고 하는데, 본 연구에서 다루는 게임들의 두 주체(플레이어)는 정부와 의대생들이고, 이 두 플레이어는 연합을 이루지 않으므로 비협조적 게임에 속한다. 비협조적 게임 중에서도 본 연구에서는 전개형 게임(extensive form game)을 다루게 되는데, 먼저 의사결정을 하는 플레이어가 있고 나중에 의사결정을 하는 플레 이어가 있는 게임을 뜻한다. 나중에 의사결정을 하는 플레이어는 먼 저 의사결정은 한 플레이어가 어떤 결정을 했는지 인지한 다음에 의 사결정을 하게 된다[22].

2) 게임모델의 구성

  우리는 신호게임을 구성하기 위하여 정부가 어떤 타입인지 의대생들이 알고 있는 경우의 2개의 작은 비신호게임을 우선 구성하여 예시를 확인 후, 이를 조합하여 신호게임을 구성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본 절에서는 2개의 작은 비신호게임을 구성하고 그 해(解)를 구하는 방법에 대하여 설명하고, 다음 장인 “결과”에서 본 연구의 신호게임 들과 그 해를 다룰 것이다9).

(1) 게임 이론 모형을 읽는 방법

  Figure 1A는 이 상황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인데, 먼저 이 게임의 트리구조(tree structure)를 설명하겠다. 게임의 가장 가운데 있는 원형(○)이 이 게임의 시작 지점을 나타낸다. 이 게임 플레이어 1(정부)은 먼저 ‘위협’을 할지(C) 그렇지 않을지(D)에 대하여 결정한다. 이러한 결정을 먼저 하는 쪽은 플레이어 1이므로, 이 게임 트리의 시작 노드(node)에 플레이어 1이 위치한다. 플레이어 1의 이러한 행동은 화살 표가 있는 선(arrowed edge)으로 나타낸다. 이제 플레이어 2의 행동을 그림으로 나타낼 차례인데, 플레이어 1이 D를 선택한 경우는 아무것 도 할 것이 없지만, 플레이어1이 C를 선택한 경우는 플레이어 2가 이를 거부할지(c) 아니면 이 상황을 수용할 것인지(d)를 선택해야 한다. 이러한 선택도 플레이어 1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화살표가 있는 선(arrowed edge)으로 나타낸다.
  트리구조에 따라 이 게임은 세 개의 종착지(terminal node)가 나타나는데, 이 종착지들에 각각 플레이어가 얻는 보수(payoff)를 결정한다. 보수는 수치(數値)로 나타내는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절대적인 숫자가 있는 것은 아니며 상대적으로 높고 낮음을 표시하는 것이다. 이 게임의 경우에 플레이어 1이 회피하면(D) 5의 보수를 얻고, 플레이어 2는 10의 보수를 얻는다는 의미이다. 만약 플레이어 1이 C를 선택한 경우는 두 갈래로 나뉘는데, 플레이어 2가 거부(c)를 하면 각각 0과 10의 보수를 얻는다는 의미이다. 반면, 플레이어 2가 수용(d)하면 10과 5의 보수를 갖는다. 요약하자면 각 플레이어가 얻는 보수는 절대적인 수치라기보다는 상대적인 높낮이이며, 플레이어 1의 보수는 위에 플 레이어 2의 보수는 아래에 나타내어 세로로 적는다는 것10)이다 (Figure 1A). 이 게임이 본 연구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사례에서 의미하는 것과 보수의 값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2) 비신호게임 1: 유약한 타입의 정부

  유약한(wimpy) 타입의 정부는 강대강 대치가 계속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정부는 의대생들에게 국가시험을 응시하라고 제시하는 최후 통첩(C)과 의대생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회피(D)라는 두 가지 행동을 할 수 있다. 의대생들은 정부가 회피를 하면 더없이 행복하겠으나, 만약 최후통첩을 받으면 거부(c)하거나 수용(d)하는 행동 중 하나를 취 해야 한다. 유약한(wimpy) 타입의 정부가 회피(D)를 선택할 때 얻을 수 있는 보수를 5라고 하자. 정부가 최후통첩(C)을 하고 의대생들이 수용(d) 하면, 국가시험을 무사히 치르고 정책도 굽히지 않아도 되므로 더 큰 10의 보수를 얻는다11). 그러나 의대생들이 거부(c)하면 강대강 대치가 계속된다. 이때에는 의료공백이 현실화되는데, 유약한 정부는 그러한 상황을 감수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므로 그 보수는 0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유약한 타입의 정부를 상대로 하는 의대생들의 보수를 살펴보자. 의대생들은 정부가 회피(D)를 선택하면 정책 폐기라는 소원을 이룬 것이므로 10의 보수를 얻는다. 정부가 최후통첩(C)을 선택하면 의대생들은 거부(c)하거나 수용(d)해야 하는데, 수용의 경우에는 강대강 대치를 피하지만 정책 폐기는 이루지 못하므로 5라는 보수를 얻는 다. 만약 의대생들이 거부(c)한다면 강대강 대치는 지속되는데, 이때에는 언젠가는 정부가 의지를 꺾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10의 보수를 얻는다고 하겠다(Figure 1A).
  이 게임의 균형12)은 정부가 회피를 선택해서 5의 보수를 받는 것이다. 정부가 괜히 최후통첩(C)을 선택하면 정부가 유약한 타입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의대생들은 거부(c)할 것이 예상되는데, 유약한 타입의 정부는 이를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Figure 1B).

(3) 비신호게임 2: 강경한 타입의 정부

  강경한(surly) 타입의 정부는 다른 상황에 놓이게 된다. 강대강 대치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강경한(surly) 타입의 정부가 회피(D)를 선택할 때 얻을 수 있는 보수를 5라고 하자. 정부가 최후통첩(C)을 하고 의대생들이 수용(d)하면, 국가시험을 무사히 치르고 정책도 굽히지 않아도 되므로 더 큰 10의 보수를 얻는다. 여기까지는 앞서 설명한 유약한 타입의 정부와 같다. 강대강 대치가 되면 달라진다. 의대생들이 거부(c)하 면 의료공백 사태가 현실화되는데, 강경한 타입의 정부는 국가적인 손실과 국민들의 비난에 대한 책임을 의대생들에게 돌려버릴 수 있는 것이다.13) 이 경우에도 정부는 정책을 굽히지 않고 대치의 부담도 없 어서 10의 보수를 얻는다고 하자.
  강경한 타입의 정부를 상대로 하는 의대생들의 보수를 살펴보자. 의대생들은 정부가 회피(D)를 선택하면 정책 폐기라는 소원을 이룬 것이므로 10의 보수를 얻는다. 정부가 최후통첩(C)을 선택하면 의대 생들은 거부(c)하거나 수용(d)해야 하는데, 수용의 경우에는 강대강 대치를 피하지만 정책 폐기는 이루지 못하므로 5라는 보수를 얻는다. 여기까지도 유약한 정부를 상대할 때와 같다.
  만약 의대생들이 거부(c)한다면 강대강 대치는 지속되는데, 유약한 정부의 경우와는 달라서 정부의 의지가 꺾이지 않고, 의대생들은 국민적인 비난을 감수하며 정책 폐기도 얻지 못해서 0의 보수를 얻는다(Figure 2A). 이 게임의 균형은 정부가 최후통첩(C)을 하고 의대생들은 수용(d)하는 것이다. 의대생들이 강대강 대치를 피할 것이므로 정부는 마음 놓고 국가시험 응시를 요구해도 된다(Figure 2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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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 과

  이제 게임 이론을 통하여 정부는 어떻게 의대생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서도 국가시험에 응시하도록 요구할 수 있었고, 의대생들은 이를 수용할 수 없었는지에 관해 설명하고자 한다. 게임모델은 Cho와 Kreps [23]의 신호게임(signaling game) 모델을 새롭게 변형한 것이다.14) 변형된 최종 모델은 그 모양을 따라서 당나귀 모델(donkey model)이라고 한다. 신호게임은 두 경우를 구성하였는데, COVID-19 유행이 있는 상황을 첫 번째 신호게임으로 설명한다. 이 첫 번째 신호 게임이 본 연구에서 중점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두 번째 신호게임은 COVID-19 유행이 없는 상황을 가정한 것으로, 첫 번째 게임과 비교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정부(player 1)15)는 강경한(surly) 타입과 유약한(wimpy) 타입의 두 종류가 있다. 각각의 타입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후술한다. 의대생들(player 2)은 정부가 어떤 타입인지 모른다. 따라서 정부가 보내는 ‘신호’를 통해서만 의대생들은 어떤 타입의 정부인지를 파악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자신들의 행동을 결정한다. 정부가 유약한 타입이면 정부의 최후통첩을 거부(c)하고, 강경한 타입이면 수용(d)하는 것이 다(Figure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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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 번째 신호게임: COVID-19 유행이 있는 경우

1) 신호게임의 구성

  정부가 어떤 타입인지 의대생들이 모르고 있는 경우에는 신호게임을 구성해야 한다. Figure 3은 앞서 설명한 두 개의 게임을 합성한 것이다. 달라진 점은 강경한 타입의 정부가 회피(D)를 선택할 리는 없다고 보고 그쪽의 가지(branch)를 생략한 것이다. 그렇게 완성된 그림은 당나귀를 닮았다.
  신호게임에서는 정부(player 1)의 타입이 우연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본다.16) 정부는 자신의 타입이 강경한지(surly) 유약한지(wimpy)알고 있지만, 의대생들은 알지 못한다. 확률적으로만 인식할 수 있을 뿐인데, 여기서는 강경한(surly) 타입일 가능성이 0.9로 높고, 유약한(wimpy) 타입일 가능성이 0.1로 낮다고 추측17)한다고 가정할 것이다.
  게임은 가운데 원으로부터 시작해서 자연(nature)이 정부의 타입을 우연에 의해 결정한다. 타입이 결정된 정부(player 1)는 유약한(wimpy) 타입일 경우는 그림의 왼쪽에서, 강경한 타입일 경우는 그림의 오른쪽에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한다. 정부는 자신의 타입을 알고 있다. 정부가 행동한 다음에 의대생(player 2)들이 행동을 결정해야 하는데,18) 정부의 타입을 모른다.19) 이것을 그림에서는 점선으로 연결하여 표현하였다. 의대생들은 점선 어딘가에 있지만, 왼쪽 끝점에 있는지 오른쪽 끝점에 있는지는 모른 채로 행동을 결정해야 한다. 의대생들의 행동까지 결정되면 게임이 끝나고 정부와 의대생들은 각각 의 보수를 얻는다(Figure 3).

2) 신호게임 모델의 해(解) 및 그 해석

  신호게임에서 정부의 행동은 공용전략(polling strategy)과 분리전략(separating strategy)의 두 가지가 존재할 수 있다. 공용전략은 어느 타입이든 같은 행동을 해서 의대생들에게 어떤 타입의 정부인지를 숨기는 것이다. 반면에, 분리전략은 타입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해서 의대생들에게 어떤 타입의 정부인지를 알게 하는 것이다.

(1) 정부의 공용전략

  정부의 공용전략은 Figure 4와 같다. 강경한 타입의 정부가 최후통첩(C)을 하는 것은 당연한데, 유약한 타입의 정부도 최후통첩(C)을 해서 강경해 보이려고 하는 것이다. 이때 의대생들의 최선의 행동은 수용(d)하여 강대강의 대치상황을 피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공용전 략에서 의대생들은 정부의 행동만으로는 어떠한 타입인지 알 방법이 없기에, 강경한(surly) 타입일 가능성이 0.9로 높고, 유약한(wimpy) 타입일 가능성이 0.1로 낮다고 추측하던 생각이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20) 의대생들은 강경한(surly) 타입의 정부를 상대로는 강대강 대치를 피한다. 이 그림은 이 게임의 균형이다(Figure 4).21)

(2) 정부의 분리전략

  정부의 분리전략은 Figure 5와 같다. 강경한 타입의 정부가 최후통첩(C)을 하고, 유약한 타입의 정부는 회피(D)를 하는 것이다. 의대생들은 정부의 행동에 따라 정부가 어떤 타입인지 알게 된다. 이때 의대생들의 최선의 행동은 최후통첩(C)을 수용(d)하여 강대강의 대치상 황을 피하는 것이다. 정부가 최후통첩(C)을 한 이상 의대생들은 강경 한(surly) 타입의 정부인 것을 알기 때문이다.22) 이 그림은 이 게임의 균형이 아니다.23) 유약한(wimpy) 타입의 정부는 현재 5의 보수를 얻고 있는데, 행동을 최후통첩(C)으로 바꾸면 10의 보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Figure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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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두 번째 신호게임: COVID-19 유행이 없는 경우

1) 신호게임의 구성

  이제 COVID-19 유행이 없는 경우를 가정하여, 앞서 설명한 COVID-19 유행 상황과의 비교를 하고자 한다. Figure 6가 앞서의 Figure 3와 다른 점은 의대생들이 강경한(surly) 정부의 위협(C)에 거부(c)를 택했을 때 0의 보수를 얻는 것에서 10의 보수를 얻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COVID-19 유행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는 책임을 의대생들에게 지울 수 없고 의대생들은 자신들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는 심리적인 부담이나 도덕적인 비난을 가지지 않는다(Figure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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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신호게임 모델의 해(解) 및 그 해석

  앞서와 마찬가지로 신호게임에서 정부의 행동은 공용전략(polling strategy)과 분리전략(separating strategy)의 두 가지가 존재할 수 있다.

(1) 정부의 공용전략

  정부의 공용전략은 Figure 7과 같다. 강경한 타입의 정부가 최후통첩(C)을 하고, 유약한 타입의 정부도 최후통첩(C)을 해서 강경해 보이려고 하는 것이다. 이때 의대생들의 최선의 행동은 거부(c)하는 것이다. 즉 의대생들은 대치상황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것은 이 게임의 해(解)가 되지 않는데, 왜냐하면 유약한(wimpy) 타입의 정부는 자신의 행동을 바꿀 유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분리전략을 사용하려고 한다(Figure 7).

(2) 정부의 분리전략

  정부의 분리전략은 Figure 8과 같다. 강경한 타입의 정부가 최후통첩(C)을 하고, 유약한 타입의 정부는 회피(D)를 하는 것이다. 의대생들은 정부의 행동에 따라 정부가 어떤 타입인지 알게 된다. 이때 의대생들의 최선의 행동은 최후통첩(C)을 수용(c)하여 강대강의 대치상황으로 가는 것이다. 의대생들은 수용하는 얻는 것보다 국가시험 거 부를 계속 이어나가게 된다. 이 그림이 이 게임의 균형이다(Figure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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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소결

  이상으로 정부와 의대생들의 행동을 신호게임 모델을 통해 살펴보았다. 이 게임의 해(解)는 정부의 공용전략에서 나온다. COVID-19 유행상황에서 정부는 타입이 어떠하든 최후통첩(C)을 한다. 즉 국가시험을 치를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상 · 하반기로 나누어 실시하면서 ‘강경한 태도’를 가지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의대생들은 이를 수용(d) 하였는데 정부가 정책을 폐기하기를 기대할 수 없으며 더는 응시를 미루며 대치할 수 없는 시점이 왔다고 판단한 것이다. 만약 COVID-19가 유행하지 않았다면 의대생들은 대치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의대생들이 정부가 강경한(surly) 타입이라고 인식한다고 가정하였다. 신호게임 모델을 통하여 그러한 가정을 한 경우에는 정부의 위협이 성공적이라는 사실을 설명하였다.

고 찰

1. 연구의 요약 및 한계점

  본 연구는 신호게임 이론을 통하여 2020년에 촉발된 국가시험 거부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의 과정을 설명하였다. COVID-19의 장기화로 의료인력 공백의 부담을 갖게 된 정부는 의대생들에게 국가시험을 응시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의대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여론의 비난은 있었지만, 의대생들이 요구했던 이른바 ‘4 대악 정책’ 철폐라는 요구는 들어주지 않아도 된다는 실리를 얻었다. 의대생들은 장기화된 대치상태로 인한 피로를 해소할 수 있었으나 결국 정부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정부는 평소에 상대방에게 심어 둔, 자신이 강경한(surly) 타입이라는 이미지24)를 활용한 것이었 다. 정부의 최후통첩(ultimatum)을 의대생은 수용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었다.
  본 연구의 한계로는 강경한 타입의 정부를 상대로 9 · 4 의정합의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시험 거부를 4개월이나 이어갈 수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대형병원의 대표들과 봉직의, 개업의, 전공의 등과 의대생들의 복잡미묘한 입장차이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COVID-19의 장기화가 아니었다면 게임의 양상이 바뀌었을 것이라는 점을 게임모델을 들어 추측할 수 있었지만 그러한 상황을 실제로 관측하지 못하였다는 한계가 있다.

2. 연구의 학술적·정책적 의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의 학술적 성과는 첫째, 정부의 정책이 합리적인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은 사례를 분석해 냈다는 것에 있다. 다시 말하자면, 정부와 의대생들의 갈등과정에서 이른 바 ‘4대악 의료정책’은 정부와 의료전문가들이 모여서 면밀히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정부는 의료정책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을 것이고, 의대생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국가시험 거부라는 가장 강경한 저항을 하였을 것이다. 둘째, 학술적으로는 신호게임 이론을 통하여 기존의 연구방법론으로 다루기 어려운 정책 결정과정을 다루는 데 본 연구의 기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보건의료정책의 영역에서는 정책 자체의 합리성 외에도 정부의 타입이나 COVID-19의 확산 등 다양한 상황들이 중요해질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기여가 있다.
  게임 이론은 상술한 바와 같이 정책목표 자체가 합리적인지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당사자들이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지를 다룬다. 분석결과 의대생들과 정부 간의 갈등과정에서 정부의 타입이 중요한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었고, COVID-19의 유행이라는 상황이 갈등의 해결양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양상은 정책의 효과성이나 합리성을 추구하는 것과 달라 기존의 정량분석이나 문헌연구만으로는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게임 이론을 통해 의대생 국가시험 거부라고 하는 사례를 설명해내고, 국내 선행연구에 기여함으로써 학술적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본 연구의 정책적 기여는 다음과 같다. 해결양상에 대한 고찰을 통해 갈등상황으로 야기되는 불확실성 및 부작용에 대응할 수 있을 것 이다. 우리는 정부와 이해 당사자 간의 다양한 갈등을 다루었다. 여러 사례들에서 정부의 타입은 강경하거나 유약한 정도가 다를 것이고, 이에 따라 정부의 평판이나 이해당사자들의 행동도 달라질 것이다. 이 연구는 이러한 사례들 중에서 보건의료 분야 사례를 다루었으며, 향후의 관련 갈등 사례의 정책적 해결방안과 대응방안을 제시하는 데에 기여할 것이다.

3. 향후 연구방향

  COVID-19의 장기화라는 우연한 사건이 없었다면 게임의 양상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왜 12월 말이라는 시점에서야 정부는 최후통첩을 할 수 있었을까?
  향후 연구로는 시간의 변화와 우연한 사건으로 인한 정보의 변화가 게임의 양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한 복잡한 모델의 구축이 가능해진다면 불확실한 세상에서 정부와 이해당사자들의 행동을 설명하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ORCID

Seung Hyo Hyeon: https://orcid.org/0000-0001-8852-6020;
Da Young Kim: https://orcid.org/0000-0001-8497-6809;
Min Kyu Lee: https://orcid.org/0000-0001-5124-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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