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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mpact of Job Strain, Life Satisfaction, and the Division of Household Labor on Fertility Rates across OECD Countries

직무긴장, 삶의 만족도, 그리고 가사노동 분배가 OECD 국가들의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

  • 전승봉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양학부 조교수)
  • Received : 2020.07.03
  • Accepted : 2020.07.21
  • Published : 2020.08.28

Abstract

This study aims to suggest a new perspective that can account for variations in fertility rates across OECD countries. Most previous literature has highlighted the influence of government policies on fertility rates. This study focuses the role of job strain, unequal division of household labor, and life satisfaction on fertility rates. These factors are related to work-life balance, and play a crucial role in understanding variations in fertility rates across OECD countries. Using fuzzy set qualitative comparative research analysis (fsQCA), this study tests whether fertility rates can be explained by differences in the levels of job strain, gender equality at home, and life satisfaction across countries. The results are as follows: First, high fertility-countries show low levels of job strain, equal division of household labor, high levels of life satisfaction, and high levels of GDP. Second, a high level of GDP is not crucial for achieving high fertility rates. This study suggests that changes in working conditions and organizational culture are required to increase the fertility rate in Korea, since this can influence work-life balance, life satisfaction and equal division of household labor.

본 연구에서는 OECD 국가들 간 출산율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출산율과 관련된 기존 연구들은 대체로 저출산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직무긴장이라는 요인, 일-가정 갈등을 중심으로 직무긴장과 연관된 수 있는 삶의 만족도, 그리고 가정 내에서 가사노동의 균등한 분배와 출산율 간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았다. OECD에서 제시한 자료를 바탕으로 퍼지셋 질적비교분석을 시행하여 다음과 같은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낮은 수준의 직무긴장, 높은 수준의 삶의 만족도, 가사노동의 균등한 분배 및 높은 수준의 GDP를 특징으로 하는 국가들이 대체로 높은 수준의 출산율을 보인다. 둘째, 직무긴장과 삶의 만족도, 그리고 가사노동의 측면에서 좋은 수치를 보이는 경우 GDP가 높은 수준의 출산율과 반드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는, 한국의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 일-가정 양립 및 가사노동의 균등한 분배를 가능하게 하는 노동환경 및 조직문화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삶의 만족도를 증진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제안하였다.

Keywords

I. 서론

한국의 저출산 현상은 국가적으로 큰 화두이며, 이에 대해 지난 20여 년간 언론, 학계, 그리고 일반 시민들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다. 1960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6.0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었으나 1980년대 중반에 인구 대체수준인 2.1명에 이르렀고, 2002년 이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1.3명 이하인 초저출산 국가가 되었다[1]. 물론 저출산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며 대부분의 OECD국가들에서 인구 대체수준 이하의 출산력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2].

하지만 모든 OECD국가들이 우리와 같은 수준의 저출산 상황에 봉착한 것은 아니다. 1960년대와 비교하면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합계출산율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OECD국가들 사이에서도 합계출산율의 추이는 큰 차이를 보인다. 북유럽, 그리고 영미권 국가의 경우 합계출산율 감소가 비교적 이른 시기에 시작된 이후 감소세가 안정되거나 오히려 반등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반면, 남유럽, 그리고 몇몇 중부유럽 국가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합계출산율 감소는 늦게 시작되었지만 그 감소세가 지속되거나 오히려 빨라지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3][4].

합계출산율 변동의 국가 간 차이는 크게 두 가지를 시사하고 있다. 첫째, 출산율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데 있어 국가 수준의 맥락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출산과 양육은 사적인 영역에서 이뤄지는 결정이지만, 국가별 출산율의 편차가 의미하는 것은 개인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맥락적인 요인이 개인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출산율의 국가 간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노동시장의 성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OECD국가에서 합계출산율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여성의 돌봄 역할과 경제활동 참여자로서의 역할은 양립 불가능하다는 논의가 진행되어 왔지만(the maternal role incompatibility hypothesis), 90년대 이후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와 출산율은 긍정적인 관계로 전환되었고, 오히려 저출산 국가들일수록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2][5][6]. 즉, 두 가지의 서로 충돌하는 역할을 중재하는(mediating) 다양한 요인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가 간의 출산율의 차이를 설명하는 종합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OECD국가 내에서도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는 합계출산율에 대해서 지금까지 다양한 이론적 논의들이 진행되어 왔다. 이 중 본 연구에서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수월하게 만드는 노동시장 조건[7], 그리고 이와 연관된 요인들을 중심으로 국가 간 출산율의 차이를 파악하고자 한다.

특히 본 연구에서 중점적으로 다룰 요인은 직무긴장(job strain)이다. 직무에서 오는 긴장은 노동자들의 건강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는 주요한 요인일 뿐 아니라, 일-가정 양립을 유지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8-10]. 이러한 기존 논의를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는 직무긴장이 출산율과 연관성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가정하였다. 또한 직무긴장과 함께 특히 여성들에게 일과 가정의 영역에서 이중고를 경험하게 하는 요인으로서의 가사노동 불균형 분담, 그리고 삶의 만족도를 출산율과 관련지어 살펴보고자 한다. 직무긴장 및 가사노동분담은 일과 가정이라는 두 가지 영역의 균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며, 삶의 만족도는 이들 요인에 영향을 받는 결과로 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11]. 결론적으로 본 연구의 목적은 직장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역할들을 사이에 두고 펼쳐지게 되는 일종의 저글링[10]이 삶의 다양한 측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출산율도 이에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다.

본 연구는 일-가정 양립(work-life balance)의 관점에서 출산율을 바라보고자 하며 다음과 같은 순서로 구성된다. 다음 장에서는 OECD국가들 간 출산율 차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다양한 변수들 중에서 일-가정 양립을 저해할 소지가 있는 직무긴장에 대한 논의, 그리고 이와 함께 가사노동의 균등한 배분과 삶의 만족도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진행할 것이다. 다음으로 퍼지셋(fuzzy-set)모델을 이용하여 앞서 언급한 요인들을 중심으로 OECD국가들의 유형화를 시도하고 그 특징을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낮은 수준의 직무긴장과 가사노동의 균등한 분배, 그리고 높은 수준의 삶의 만족도가 집합적인 수준에서 출산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적인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Ⅱ. 출산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 이론적 배경

OECD국가들의 저출산 현상은 교육받은 여성의 증가 및 경제적 자립 기회 증가에 따른 출산 기회비용의 증가[12], 또는 경제적인 불확실성과 출산에 따른 기회비용의 증가[13]라는 관점에서 설명되어 왔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분석은 90년대 이후 OECD국가들의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와 출산율 사이에 나타나는 정적인 관계를 설명하지 못할 뿐 아니라, 국가 간 출산율 추이의 차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인다.

이에 따라 성평등적 접근을 바탕으로 일-가정 양립을 원활하게 하는 국가의 정책적인 대응들을 주요한 변수로 설정하여 국가 간 출산율의 차이를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지속되어 왔다. 예를 들어 많은 선행연구에서 가족 친화적인 공공정책은 출산율 증대에 기여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2][3][14]. 특히 국가 차원의 정책들 중에서 자녀양육에 대한 지원, 부모의 출산·육아휴직 제도가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5].

일-가정 양립을 가능하게 만드는 정책적 대응과 함께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일-가정 양립을 어렵게 만드는 노동시장의 조건이다. 정책적인 요인들과는 달리 노동시장의 조건이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직무긴장과 관련된 부분이다. 일-가정 양립이라는 측면에서 직장생활이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요인들도 국가 간 출산율을 설명하는데 있어 고려되어야 할 지점이다.

직무긴장은 직장 내에서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자원에 비해 더 많은 요구사항들에 직면하게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직무긴장과 유사한 개념인 직무과부하는 조직 구성원의 능력이나 시간, 상황에 비해 기대된 책임이나 업무가 과도한 상황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15][16]. 직무긴장이나 직무과부하는 자녀와의 관계악화 및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17][18], 나아가 개인의 심리적인 건강 및 삶의 만족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15][19]. 직무긴장이나 직무과부하가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개인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직무긴장이 일-가정 양립을 저해하여 출산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가정할 수 있다.

직무긴장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광범위한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전치 혹은 파급(spillover)이라는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파급이란 “삶의 한 영역에서 경험하는 스트레스를 (동일한 개인이) 삶의 다른 영역에서도 경험하게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20]. 어느 한 영역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개인에게 요구되는 다양한 역할들을 제대로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직장생활이라는 영역과 가정이라는 두 가지 영역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전자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일-가정 갈등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9][15]. 여기서 말하는 일-가정 갈등(work-family conflict)이란 “직장이라는 영역과 가정이라는 영역에서 요구되는 역할에서 오는 압력으로 인해 양자 간 역할이 상호 양립할 수 없는 경우”를 의미한다[8]. 특히 여성의 경우 두 가지 영역에서 오는 갈등이 높아지면 여러 가지 문제점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예를 들어 장시간 근무는 취업모의 일-가정 양립의 만족도를 낮추고 자녀 양육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으로 알려져 있으며[21], 장시간 근무도 OECD가 제시한 직무긴장의 하위영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직무긴장은 결국 일-가정 양립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직무긴장은 일-가정 갈등을 촉발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며, 일-가정 갈등이 맞벌이 부부가 가장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스트레스이면서 동시에 삶의 만족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11][19][22], 저출산은 직무긴장으로 인한 일-가정 갈등의 심화 및 삶의 만족도 저하가 표현된 상황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직무긴장을 출산율과 연관된 가장 핵심적인 변수로 설정하였다.

직무긴장이라는 요인과 함께 저출산과 관련하여 살펴볼 요인은 가정 내에서 어떤 식으로 가사노동이 분배되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부의 양육참여는 취업모의 일-가정갈등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23]. 즉 가정 내에서 성별에 따른 가사노동의 공정한분배가 일-가정 양립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는 출산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만일 성평등적 관점을 바탕으로 일-가정 양립 지원정책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수립되고 있더라도, 가정 내에서의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지 않는다면 출산율이 높아지는 것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여성들이 직장에서 임금노동을 하고 가정에서는 무급노동을 과중하게 수행하는 이중노동의 상태에서[24], 여성들은 일-가정 양립에 대한 부담과 노동시장에서의 자신의 입지 축소에 대한 우려로 인해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이나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가사노동 분담과 출산율은 일정한 연관성을 보이고 있다[25]. 가정 내에서 가사노동 분담이 남녀 간 평등하게 이뤄지는 사회일수록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서 중점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점은 남성의 무급노동 시간의 경우 국가 간에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OECD국가들 중 완전하게 남녀 간 무급노동시간이 동일한 경우는 없으며, 유급노동의 경우 남성이 예외 없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지만, 유럽 내에서도 저출산이 두드러지는 남부유럽 국가들, 한국, 그리고 일본의 경우 남성의 무급노동 시간이 여성의 무급노동 시간에 비해 현저히 짧은 반면,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 남성의 무급노동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것으로 나타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남성들의 가사노동 참여가 취업여성들의 일-가정 양립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이 변수가 OECD국가들 간 큰 편차를 보인다는 점에서 남성의 무급노동 참여율은 국가별 출산율의 편차를 설명하기 위해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노동시장의 조건, 그리고 가정 내에서의 성평등과 함께 본 연구에서는 출산율을 설명하기 위해 주관적 안녕(subjective well-being, SWB)을 살펴보고자 한다. 주관적 안녕은 삶의 만족도, 행복 등과 교차사용이 가능한 용어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주관적 안녕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나타낸 것이며 인지적인 부분과 감정적인 부분을 포함하고 있다[26].

일반적으로 개인적인 행복감이나 삶에 대한 만족감은 출산에 대해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7][28]. 앞서 언급한 직무 긴장, 그리고 가정 내에서의 가사노동의 공정한 배분과 주관적 안녕을 출산율과 함께 살펴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일-가정이라는 두 가지 영역에서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위 두 영역에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의 균형적 배분이 중요하며, 따라서 근로환경은 삶의 만족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11]. 둘째, 가사노동의 공정한 분배는 일-가정 양립을 수월하게 하는 요인일 수 있으며, 일-가정 갈등을 줄이는 것이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남성들의 가사노동 분담도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직무긴장, 공평한 가사노동 분담, 그리고 삶의 만족도는 서로 밀접한 연관성을 지닐 가능성이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직무긴장 및 과부하는 일-가정 양립을 저해하여 삶의 만족도를 낮출 수 있으며, 삶의 만족감이 출산에 대해 미치는 영향, 그리고 가사노동 분담이 일-가정 양립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고려하면 본 연구에서 다루는 요인들의 결합이 출산율에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사노동 불공평성의 원인은 남편의 직장이 주된 사유로 언급되고 있는데[11], 가사와 육아를 위한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근로환경에서는 일-가정 양립이 보다 수월해지고 삶의 만족도 역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직무긴장, 남성의 가사노동 분담정도, 그리고 삶의 만족도는 OECD국가들의 출산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는 가설을 설정하였다.

본 연구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변수들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선행연구는 직무 긴장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거나[15][16], 일-가정 양립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11][21][29], 이를 출산율과 연결 짓는 선행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직무긴장, 가사노동의 균등한 분배, 삶의 만족도를 종합하여 출산율과 함께 살펴보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Ⅲ. 연구방법

1. 분석방법 및 변수들

위에서 살펴본 노동시장의 조건, 가사노동 분담, 그리고 삶의 만족도가 집합적인 수준에서의 출산율의 차이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기 위해 본 논문에서는 퍼지셋 질적비교분석(FsQCA: Fuzzy-set/Qualitative Comparative Analysis, 이하 퍼지셋 분석으로 표기)을 사용하였다. 퍼지셋 분석은 사례중심의 질적방법론과 변수 중심의 양적 방법을 결합한 방식으로 집합의 속성을 이용하여 기존의 전통적 집합에서 2가지 소속점수 (0 또는 1)만 허용하는 것을 넘어서, 0과 1사이에서 다양한 소속점수를 가지는 퍼지 집합을 활용해 부분적인 소속 뿐 아니라 정도의 차이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다[30]. 퍼지셋분석방법은 기존의 사례중심 연구의 한계와 변수중심연구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례를 일반화한 후 비교연구를 시행할 수 있으며 일반적인 양적방법 중심연구가 다룰 수 없는 15-25 케이스 정도의 비교분석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퍼지셋 분석에서는 다른 독립변수들이 일정하다고 간주하고 한 가지 변수가 종속변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기보다는, 사례 내 각각의 특성 간 상호작용 효과를 허용하는 결합적 인과성구조에 초점을 둔다[31]. 즉 다양한 변수들 간의 결합된 조건들(configurational conditions)과 종속변수의 관계를 분석하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 퍼지셋 분석을 이용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에서는 출산율 추이에 대한 비교를 OECD 주요국가로 한정하여 19개국을 분석대상으로 하고 있다. 케이스 숫자가 많지 않은 경우에 기존의 양적 분석으로는 제대로 된 추정과 신뢰성 있는 통계적 검증이 어렵다. 둘째, 다중 공선성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 현재 본 연구에서 다루고자 하는 변수들의 상당수가 서로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본 연구에서 다루고자 하는 변수들 중 직무긴장과 삶에 대한 만족도의 경우는 서로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변수들을 일반적인 회귀분석에 투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퍼지셋 분석을 통해서 앞서 제시한 다양한 변수들이 어떤 방식으로 결합되어야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즉, 본 연구에서는 출산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단일의 독립변인보다는 노동시장의 조건과 가사노동시간의 분배, 삶의 만족도와 같은 요인들 간의 결합의 결과를 확인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 퍼지셋 분석에 투입한 변수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직무긴장의 정도를 사용하였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높은 수준의 직무긴장은 일-가정 양립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인의 삶의 만족도와 가사노동 분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직무긴장이 의미하는 것은 (직장인들이)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자원에 비해 더 많은 요구사항들에 직면하게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OECD의 경우 1) 시간에 대한 압력, 2) 물리적인 위험, 3) 자율성과 학습기회, 4) 동료나 상사로부터 얻을 수 있는 지원정도를 합하여 직무긴장을 측정하고 있다. 둘째, 자신의 삶에 대한 평가가 출산율에 대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주관적 안녕을 구성하는(혹은 동일한 것으로 간주되는)요소 중 하나인 ‘삶의 만족도(life satisfaction)’를 살펴보았다. 주관적 안녕이라는 개념에서 삶의 만족도부분은 인지적인 부분에 해당되며 본 연구에서는 삶의 만족도를 0에서 10점 사이로 측정하고 있는 OECD자료를 활용하였다. 셋째, 가정 내 무급노동의 남녀 간 할당비율을 살펴보기 위해서 OECD에서 제시한 성별 유급/무급노동시간 자료를 활용하여 여성들의 무급노동시간에 대한 남성들의 무급노동 시간의 비율을 계산한 후 변수로 사용하였다. 이상의 3가지 변수들이 어떤 식으로 결합되어 종속변수인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지 퍼지셋 분석을 이용하여 확인하였으며, 앞서 언급한 변수들에 대한 자세한 수치는 위 [표 1]에 제시되어 있다.

표 1. 퍼지셋 분석에 사용된 주요 변수들의 국가별 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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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출산율: OECD total fertility rate 2017

직무긴장: OECD job strain index 2015

삶의 만족도: OECD Society at a Glance 2016 (14-15년 수치)

남성무급노동시간 비율: OECD Employment: Time spent in paid and unpaid work, by sex (age 15-64)

GDP per capita, PPP: World Bank, 2015

OECD 국가들 중 19개 국가만을 분석대상으로 선정한 것은 지나치게 이질적인 국가들이 퍼지셋 모델에 포함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동구권 국가들의 경우는 과거의 정치 시스템 및 GDP의 차이가 다른 OECD국가들과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때문에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19개 국가들 사이에도 경제력은 편차가 큰 편이고, 이와 같은 경제력의 차이는 구매력평가기준 인당 GDP(GDP per capita, PPP)를 이용하여 반영하였다. 또한 [표 1]은 퍼지셋 분석을 위한 각 변수들의 퍼지 변환점수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퍼지셋 분석을 위해서는 집합의 소속정도(set membership)에 대한 눈금매기기(calibration)를 실시해야 한다. 어떤 유형에 완전히 속하는 지점(full-in), 완전히 속하지 않는 지점(full-out), 그리고 그 중간의 교차되는 지점(cross-over)을 정해야 한다. 간단히 말해 각각의 변수가 0과 1사이 어느 정도 수치를 나타내는지에 대한 기준을 정해야 하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각 변수들의 표준편차를 활용하여 완전히 속하지 않은 지점은 평균보다 1 표준편차 이하인 경우로 설정하고, 반대로 평균보다 1 표준편차 이상인 경우를 완전히 속하는 지점으로 설정하였다.

이와 같은 눈금매기기에 따라 위의 [표 1]에서 보여주고 있는 값은 모두 1에 근접할수록 그 해당항목이 많은 것, 그리고 0에 근접할수록 그 항목은 적은 경우라고 해석할 수 있다.

2. 분석결과

본 연구에서 사용된 변수들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는 [표 2]와 같다. 본 연구를 통해 가장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하는 직무긴장과 출산율의 경우는 부(-)의 관계를 보이고 있고, 남성 무급노동시간의 비율, 삶의 만족도와는 정(+)의 관계를 보이고 있다. [표 2]의 상관관계로 미뤄볼 때, 본 연구에서 설정한 가설적 관계는 대체로 지지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직무긴장, 삶의 만족도, 그리고 남녀 간 가사노동의 분배는 최초 예상한 것처럼 서로 높은 수준의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는데, 예를 들어 직무긴장은 삶의 만족도, 그리고 남녀 간 가사노동의 균등한 분배와 부(-)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앞서 언급한 직무긴장의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 확인할 수 있다.

표 2. 변수들 간 상관관계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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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p < 0.05, **p < 0.01

위 [표 1]에 제시된 변수들을 이용하여 퍼지셋 분석을 할 경우 아래의 [표 3]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진리표(truth-table)를 이용한 퍼지셋분석을 실시하였으며, 2개보다 적은 수의 case가 나오는 경우는 표에서 제외하였다. 위 진리표를 통해서 퍼지 점수로 변환된 원인변수들의 논리적 배열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1은 그 변수가 분기점 이상으로 큰 값을 가지는 경우를 의미하며, 0은 분기점 미만으로 작은 값을 가지는 경우를 의미한다.

표 3. 퍼지셋을 활용한 국가 유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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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 3]은 퍼지셋 분석을 통한 국가 유형화의 결과를 의미한다. 우선 [표 3]에서 사례수가 가장 많은 첫번째 유형을 살펴보자. 이 유형의 경우 현재 연구대상국가 중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집합적 출산율을 보이고 있는 국가군에 해당한다. 이 유형에 속하는 국가들은 낮은 수준의 직무긴장과 남녀 간 가사노동의 (상대적으로)균등한 분배, 그리고 높은 수준의 삶의 만족도와 높은 수준의 GDP를 그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 유형에 속하는 국가들은 본 연구에서 설정한 출산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가정한 세 가지의 요인들, 그리고 OECD국가 내에서도 높은 편인 구매력평가기준 인당 GDP의 조합이 높은 수준의 출산율과 연관되는 사례이다. 즉, [그림 1]에서 제시한 모델과 일치하는 국가들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유형의 국가는 첫 번째 유형의 국가들과 직무긴장, 가사노동의 균등한 분배, 높은 수준의 삶의 만족도라는 점에서는 유사성을 보이지만, 다른 연구대상 국가들에 비해 GDP가 낮은 국가들에 해당한다. 세 번째 유형의 국가들은 낮은 출산율과 함께 높은 수준의 직무긴장, 낮은 수준의 삶의 만족도, 여성에 대한 가사노동의 부담과 함께 비교적 낮은 수준의 GDP를 그 특징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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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퍼지셋을 이용하여 OECD국가들의 특성을 유형화한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논문에서 설정한 가설은 OECD국가들 간의 출산율의 차이를 설명하는데 있어 유의미한 결과를 보인다. 출산율이 높은 국가들은 낮은 수준의 직무긴장, 높은 수준의 삶의 만족도와 함께 가사노동의 균등한 분배가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퍼지셋 질적비교는 각각의 독립변수들이 종속변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각 조건이 결합되어 어떻게 종속변수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즉 직무긴장, 삶의 만족도, 가사 노동의 균등한 분배를 국가들 간 출산율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가설적 조건으로 채택하는 경우, 높은 수준의 출산율 = 낮은 수준의 직무긴장*가사노동의 균등분배*높은 수준의 삶의 만족도*높은 수준의 GDP로 표현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일-가정 양립, 직무긴장과 연관된 파급이론(spillover theory), 삶의 만족도가 개인의 삶에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영향 및 가사노동의 부담 저하가 특히 여성의 일-가정 양립 및 삶의 만족도를 증대시킨다는 이론적 논의에 비춰보면 [표 3]의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

둘째, 상관관계 분석이나 위 [표 3]의 첫 번째 유형국가들을 고려할 때 경제적인 번영이 출산율과 일정 부분 연관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예외적인 두 개의 국가를 고려하면 (한 국가의) 경제력과 출산율이 반드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즉, 낮은 수준의 직무긴장과 높은 수준의 삶의 만족도, 그리고 가사노동의 균등한 분배가 이뤄지는 경우에는 GDP의 수준과는 상관없이 비교적 높은 수준의 출산율에 대한 조건이 성립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에서 중점적으로 살펴본 세 가지 요인의 결합이 출산율을 설명하는 핵심적인 부분이다.

셋째, 높은 수준의 직무긴장, 가사 노동의 불균등한 분배, 그리고 낮은 수준의 삶의 만족도 및 OECD국가 중에서 낮은 GDP의 결합은 저출산의 경향을 불러오는 요인이다. 이와 같은 결과가 한국사회의 저출산 현상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한국의 경우는 2005년 이후로 직무긴장에 대한 정확한 수치가 유효하지 않아 본 연구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2005년을 기준으로 할 때, 38.69%의 응답자가 직무긴장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이는 OECD 33개국 중 10위에 해당되는 높은 수치이다. 이처럼 직무긴장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일-가정 양립이 어려워지면서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고, 연쇄적으로 삶의 만족도 역시 높게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OECD국가들 중 항상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여성들의)삶의 만족도나 일-가정 양립의 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인 남성들의 가사노동 참여시간은 다른 OECD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낮다(남성 49분/일, 여성 215분/일).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출산율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결론적으로 위 [표 3]의 퍼지셋 분석을 통해 낮은 수준의 직무긴장, 가사노동의 공정한 배분, 그리고 삶의 만족도라고 하는 세 가지 요소들이 조합될 때 높은 수준의 출산율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을 지닐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결과는 한국의 저출산 현상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Ⅳ. 요약 및 정책적 함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반적으로 OECD국가들의 경우 과거에 비해 합계출산율이 줄어들었지만, 이에 대한 국가 간 편차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또한 경제학적인 관점이나 개인주의 문화의 확산이라는 관점에서 출산율이 감소할 것이라는 견해 역시도 1990년대 이후에는 모든 OECD국가에 적용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일-가정 양립을 수월하게 하는 요인과 그 결과(높은 수준의 삶의 만족도)가 출산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제로 설명을 시도하였다. 직무에 대한 압박이 적다면 일-가정 갈등이 줄어들 여지가 있고[32] 가사노동도 상대적으로 균등하게 분배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따라 개인이 자신의 삶을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며 이러한 상황이 복합적으로 출산의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표 3]과 같은 결과가 도출되는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가족 친화적인 근로환경, 이를 통한 일-가정 갈등의 감소와 남성의 가사노동 참여 가능성 증대, 최종적으로 일-가정 양립을 통한 삶의 만족도 증가가 출산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본 연구를 통해 확인하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금까지는 일-가정 갈등과 삶의 만족도, 남성의 가사노동 참여와 일-가정 갈등 및 삶의 만족도 등이 별개로 연구되어 왔지만, 이와 같은 요인들이 서로 결합하여 출산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는 점이 본 연구의 이론적인 의의라 할 수 있다.

끝으로 이와 같은 연구결과에 따라 한국의 출산율 제고에 대한 정책적 함의를 간략히 제시하고자 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출산을 유인하도록 고안된 한정적인 정책으로 실현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보다 핵심적인 부분은 직장-가정의 갈등을 완화하는 방안을 실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8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는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나 그 실효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저출산 극복을 국가적 과제로 간주한다면 노동시간의 감소는 출산율 부분에 있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와 같은 정책은 적극 시행할 필요가 있다. 시장노동 시간에 대한 사회적 규제와 조직에서의 변화는 일-가정 양립의 가능성과 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노동시간을 감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형태로 단축하는가이다. 근로시간의 길이 뿐 아니라 근로자의 근로시간 선택권을 높이는 방안은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 뿐 아니라 배우자의 일-가정 양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9]. 하지만 근로시간의 유연화가 기존의 남성 가장 중심의 장시간 노동을 강화하고 여성에게 단시간 노동을 집중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이는 여성의 취업 및 일-가정양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뿐 아니라, 가사노동의 불균등한 분배를 초래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출산율 제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남녀 모두에게 일-가정 양립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 방향으로의 시장노동 시간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이와 같은 제도적인 차원의 변화 뿐 아니라 제도의 실천을 담보할 수 있는 조직문화의 개선이 더욱 절실하다. 실제로 한국의 기업문화에 대한 키워드로 버티기(야근문화), 눈치주기(정시퇴근 및 휴가 사용)가 나타나고 있을 뿐 아니라, 자기계발 기회의 허용과 같은 것도 기업의 신입사원들이 바라는 점으로 꼽히고 있다[33]. 앞서 살펴본 직무긴장 개념에 대한 OECD의 정의를 고려하면, 결국 많은 한국의 직장인들은 직무긴장의 경감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의 남성육아휴직의 경우도 1년이라는 휴직기간의 측면에서 본다면 관대한 특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현실적으로는 대다수 기업의 조직문화로 인해 사용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34], 일-가정 양립을 원활하게 하는 제도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절실하다. 즉, 남녀 모두 일-가정 양립을 실천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방향으로 조직문화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직장에서 오는 문제점들을 경감할 수 있는 제도,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조직문화의 지원이 일-가정 갈등을 줄이고 삶의 만족도를 높여 저출산 문제를 완화하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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