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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on Performativity and Technology Use of Performance "Lost Missing and Forgotten" and "Trailer"

"Lost Missing and Forgotten"과 "Trailer"에 나타난 수행성과 테크놀로지 사용에 관한 연구

  • Park, Na-Hoon (Dept of Act&Performing art Young San University)
  • Received : 2020.04.29
  • Accepted : 2020.05.11
  • Published : 2020.06.30

Abstract

A site-specific performance is a genre and a phenomenon that has recently emerged as a recent paradigm of performing arts: a communality. It involves the performativity of the audience and has various phenomena of contemporary performing art. This study aims to figure out methods of performativity. "Lost Missing and Forgotten," which is a collaboration from Finland and Korea created in 2012 and "Trailer," which is held in Copenhagen Denmark in 2010 by Kitt Johnson. Three principles of performativity which have borrowed as critical tools for this study are role reversal, community building, and contact, which based on "The Aesthetics of Performativity," written by Erika Fischer-Lichte in 2017. The study results show that performativity in the vertical structure and horizontal structure of site-specific performance can act as an environmental factor through the audience's body. Additionally, it turned out that role reversal principle was transformation audience to a creator; community building principle led to an interest in neighbors. Lastly, the contact principle was one of the methods to watch the performance.

Keywords

1. 서론

최근 극장공연을 벗어나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는 공연 중의 하나인 장소 특정적 공연은 단순히 실내공연을 외부로 옮겨 놓는 형태의 개념이 아니다. 이 공연은 거리예술이나 상업예술과 구별되며 특정한 장소에서 그 장소를 위한 그리고 장소에 대한 공연형식이다. 이에 장소 특정적 공연은 크게 특정한 건물을 투어하는 형식의 공연구조와 특정한 건물을 벗어나 도시를 산보하며 만들어가는 형태의 공연 등이 있다. 연구대상으로서 2012년 대한민국-핀란드 공동제작 작품 'Lost missing and forgotten'과 덴마크 밀렐럼 축제의 작품 “Trailer”를 중심으로 장소 특정적 공연이 내재하고 있는 수행성의 원리를 분석하고자 하며 작품 'Lost missing and forgotten'과 “Trailer” 공연분석을 통해 작품에 내재된 관객의 참여의 핵심인 수행성이 어떻게 실현되는지 살피는 것을 연구 목적으로 정의한다.

연구방법으로서 에리카 피셔 리히테의[1](ErikaFischer Lichte) 수행성의 원리 중에서 역할 바꾸기, 공동체, 접촉이라는 세 가지 원리를 바탕으로 작품'Lost missing and forgotten'과 “Trailer”에 내재된 수행성 원리가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분석하고 나아가 일반 거리예술과 다른 도심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장소 특정적 공연에서 관객이 어떤 방법으로 작품에 참여하고 또한 상호 텍스트적 관점에서 작품을 재해석하고 분석한다.

구체적으로는 이와 같은 공연 사례분석을 통해 육체를 근간으로 하는 수행성이 역할 바꾸기와 공동체 그리고 접촉이라는 핵심원리 등을 통해 작품의 모든 단계에서 관객의 육체와 어떻게 협업하는지 살핀다.

역할 바꾸기가 관객을 어떠한 존재로 위치시키는지, 공동체 원리가 관객들끼리의 소통을 통해 창조해 내는 것은 무엇이며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 나아가 접촉을 통한 새로운 관람 감각의 실험 등은 어떠한지를 살핀다.

작품 속에 내재된 테크놀로지의 사용과 관련하여 육체라는 본연의 재료가 테크놀로지와 어떻게 만나는지도 살피게 될 것이며 본 연구는 동 시대의 다양한 공연 양상 중에서도 장소 특정적 공연이라는 특정한 형식 연구를 통해 동시대 공연예술에서 관객의위치가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하는지에 대한 점검과 아울러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지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공연예술과 어떻게 협업할 수 있는지를 살피는데 연구 의의가 있다.

2. 작품 ‘Lost missing and forgotten’의 수행성 연구

예술 경영 지원센터와 댄스 인 포 핀란드의 공동 제작, 2012년 대한민국-핀란드 커넥션 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진 ‘Lost missing and forgotten’[2] 작품은 국제교류 공동 제작품으로서 두 명의 각기 다른 국가 출신의 창작자들이 서울의 대림상가에서 한 달간 상주하면서 이웃과 친해지고 이웃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대본화 하며 서울이라는 거대한 자본 도시에서 소외된 이면을 장소 특정적 공연의 형태로 해석하였다.

서울에 위치한 대림상가는 종로에서 남산까지 연결되는 케이블카 설립 정책에서 소외되면서 마치 유령 건물처럼 남아있는 서울시 도시정책의 부산물이다. 이러한 사회적 이슈를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공간 구조이기에 창작자들에게 사회적, 예술적 영감을 주기에 충분하였고 이에 장소 특정적 공연의 대상으로 삼게 되었다.

서울 한복판의 대림상가라는 특정한 공간을 중심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건물 자체를 공연 공간으로 사용하며 관객은 그 건물 전체를 투어하면서 관람을 하는 수직적 공간 구조 형태의 작품이다. 먼저 건물 앞에서의 관객을 특정한 시각에 만나 전체 작품을 관람하는 방식을 가디언(Guardian)을 통해 알려주고 나아가 가디언을 따라 건물 전체를 투어하며 작품을 관람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는 감독의 설계와 선택이라는 주도하에 이뤄지는 영화와 같은 장르와는 달리 장소 특정적 공연은 우리의 공간을 우리의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재생산하는 관객의 참여가 필수적이다[3]. 이에 각 층 마다 미리 연출된 상황에 따라 미디어 테크놀로지, 영상 그리고 관객의 참여 등의 다양한 연출이 미리 설정되어 있었고 관객은 자유롭게 가디언 따라 이동하고 나아가 관객 본인의 의사에 따라 이동을 멈추는 것도 모두 허용되었다.

2.1 역할 바꾸기 원리

특정한 장소가 가진 속성에 대한 연민이라는 철학으로 제작된 이 공연은 먼저 역할 바꾸기라는 명제로부터 출발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현대예술의 인식론적 배경으로서 롤랑 바르트의(Roland Barthes)나 브레히트((Bertolt Brecht), 슈클로프스키(Shkolvsky, V) 이외에도 현대예술의 탄츠 테아터(Tant Theater)라는 양식으로 유명한 고 피나 바우쉬(Pina Baush)의 작품 등은 기본적으로 작품의 미결정성을 주된 철학으로 삼는다. 즉 작품에 대한 정의를 창작자가 내리는 것이 아닌 결론은 관객에 맡기고, 정의에 대한 결론을 열어놓는 것이다.

이러한 작품의 미결정성은 궁극적으로 관객의 작품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일종의 인식론적 배경 장치가 되어준다. 또한 이런 인식론적 토대는 더 이상 행위자의 주도 아래 공연이 이뤄지지 않고 관객과의 상호작용 아래에서 사건의 미학으로 펼쳐진다는 내용으로서 역할 바꾸기의 이론적 토대가 되어준다. 그리고 이것은 관객의 상호작용을 끌어내는데 주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역할 바꾸기는 기존 공연의 소통방식이 행위자의 표현 행위를 관객이 수용하는 일방적인 방법이 주를 이뤘다는 점에서 관객의 능동적이고 참여적인 작품의 구조로 바뀌었다는 점을 반증하며, 이것으로 관객의 일방적 수용 미학 시대는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역할 바꾸기는 그런 의미에서 공연행위의 상호작용의 전형적인 사례로서 관객참여의 대표적인 양상이 될 수 있다.

작품 'Lost missing and forgotten은 역할 바꾸기 원리의 측면에서는 작품의 초반부터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와 역할 바꾸기를 시행한다. 공연 앞에 모인 관객을 대상으로 헤드셋을 나눠주며 설명하는 가디언들에 따라 어떻게 작품을 관람하고 작품에 참여하게 되는지 관객들은 배우게 된다. 이를 통해 관객은 기존의 수동적인 관객의 입장에서 적극적인 작품의 참여자로 변화를 가지게 된다.

특정한 건물의 특정한 공간에서 헤드셋의 기능을 작동시키는 요구로 인해 건물 1층에서 요구되는 사운드와 각 층에서 요구되는 각각의 음악 및 다양한 사운드를 직접 실행시키는 이러한 역할 바꾸기는 기존 프로시니엄 무대 혹은 전형적인 극장 공간에서는필요 없는 관객의 새로운 역할을 요구하며 관객의 현존을 환기 시킨다[4]. 특히 이 부분에서 현대 사회의 주된 환경적 요인으로서 테크놀로지의 개입은 작품 전반에 걸쳐 역할 바꾸기의 요소를 적용하기 위한 주요한 기제이기도 하며 작품의 전반에 걸쳐 개입과 이탈을 주도한다.

역할 바꾸기는 관객 스스로의 운동성 즉, 수행성을 요구하며 테크놀로지 이용으로 기존 수용자의 모습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작품을 해석하고 작품에 개입하는 수용자의 미학을 실현한다. 한 개의 작품이지만 관객의 수만큼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낳을 수 있고 다양한 감상평이 존재할 수 있다.

2.2 공동체의 원리

수행성의 원리 중 두 번째 원리인 공동체는 관객과 행위자의 분류를 넘어서 관객과 관객, 행위자와 관객이 공연장소라는 공간에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의 성격을 의미한다. 장소 특정적 공연은 무엇보다 행위자 중심에서 관객의 참여와 수행성이 중요한 예술적 특성으로 사용되기에 관객참여의 양상이 두드러지는바 작가의 의도 혹은 의도를 벗어나 진행되는 관객들끼리의 공동체는 공연의 이분법적 소통구조에서 관객을 해방시켜 준다. 즉, 관객이 같은 관객과 나누는 행위 혹은 관객과 관객이 함께 어우러지는공동체의 특성으로 인하여 다양한 작품의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행위자의 역할이 작품 주체자로부터 벗어나 관객으로 전이되면서 하나의 예술기호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예술기호가 관객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공동체의 원리가 여실히 드러나게 된다. 공동체는 관객들끼리 만들어내는 공연의 주체자로서 역할 수행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Fig. 2와 같이 조명 역할을 하는 풍등을 서로 들면서 작품을 비춰주는 관객들의 행위는 서로가 서로에게 관객 그이상의 행위자 역할을 하게 만들며 관객들끼리의 작품을 즉석에서 생산해내기도 한다. 아울러 작품 속에서 요구되는 투어 형태의 진행을 위해 서로 앞사람들과 함께 걷거나 따로 걸음을 진행하면서 산보를 통한 공동체의 속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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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 They are changing the role of the audience to the performer through an explanation of how to work head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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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2. Audiences are walking with Korean light.

산보의 미학은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이 도시를 해석하는데 있어서 주요한 미학 중의 하나로서 장소 특정적 공연의 주된 철학 요소가 되며 몇 년 전부터 미국에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이머시브(Immersive) 연극, 극단 펀치 드렁크(Punchdrunk)의 "Sleep no more"의 경우에서도 마찬가지로 건물 자체만을 투어하면서 공동체 즉, 같은 관객의 행위를 나누고 공유하는 형태를 취하고 또 각기 다른 층에서 보여주는 산보의 행위로 다양한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준다[5]. 이처럼 장소 특정적 공연의 작품들 속에서의 산보는 익명의 다수와 서로가 서로에게 관객의 입장과 행위자의 입장을 산보를 통해 실현시키고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산보는 장소 특정적 공연의 주요 특성이며 공동체의 요소를 여실히 드러내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2.3 접촉의 원리

접촉은 모든 공연행위 소통의 방법 중 시각이라는 부분을 벗어나서 관객의 참여와 상호공존의 미학을 실행시키기 위한 주요 명제이다. 접촉은 시각 중심의 논리에서 벗어난 현대예술의 주된 철학중의 하나이다. 포스트모던 댄스의 접촉 즉흥에서부터 현대연극의 비언어적 요소 나아가 관객과 행위자의 시각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 벗어나 소통의 다양한 감각을 일깨우는데 절대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여기 장소 특정적 공연의 관객들에게도 접촉의 미학은 역할 바꾸기와 공동체 원리가 전반에 걸쳐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요소이다.

'Lost missing and forgotten'에서 작품의 후반부에서 보이는 옥상 옆의 마지막 공간은 접촉의 요소를 여실히 드러내는 장소이다. 이 공간에서 관객은 모두 바닥에 누워야 하는 수행성을 실현한다. 미리 준비된 바닥의 매트위에 모든 관객은 서로의 접촉에 의지하여 바닥에 눕게 되고 누운 후에도 심리적 혹은 물리적으로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접촉의 요소를 실현하고 이것은 이제껏 작품의 시각선 즉 서거나 앉는 자세를 벗어나 누워서 천장을 보는 새로운 시각 선을 경험함은 물론이며 주변에 함께 누운 다른 관객과접촉의 요소를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접촉은 위에서 언급한 역할 바꾸기와 공동체 요소의 완성체로 정의할 수 있다. Fig. 3과 같이 관객 서로가 주체적인 시각 선을 사용하여 역할 바꾸기 요소를 실행하고 나아가, 같은 공간에 함께 눕는다는 행위를 통해 공동체를 수행하며 끝으로 접촉이라는 물리적인 행위를 통한 수행성을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수행성의 미학에서 역할 바꾸기와 공동체, 접촉은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주된 요소로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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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3. It was changed the audience’s perspective through the physical contact.

3. 작품 Trailer 연구

작품 ‘Trailer’는 덴마크의 유명한 장소 특정적 안무가 Kitt Johnson의 Mellemrum Festival 축제 작품이다[6]. Mellemrum Festival은 기본적으로 장소 특정적 공연의 양상에서 볼 수 있듯이 장소의 특정성을 기반으로 한다.

이 축제는 기존의 극장 중심의 축제에서 볼 수 없는 특정한 장소를 찾아다니는 이른바 노마디즘의(Nomadism) 형태를 취하는 바 이 축제는 북유럽 덴마크의 도시 코펜하겐을 넘어서 아시아와 세계 각국의 장소를 찾아다니며 곳곳의 다양한 장소성과 이웃의 이야기를 작품화시키는 축제의 성격을 이어오고 있다. 작품 ‘Trailer’는 2010년에 초연된 작품으로서 키트 존슨의 멘토링 아래 다양한 예술가들이 서로 협업하여 코펜하겐 도시를 분석하고 해석한 작품이다. 크게 도시의 길거리와 공원 그리고 뒷동산, 체육관, 카페 등을 오가며 이뤄진 작품은 도시라는 공공의 장소에 숨겨진 공공성과 사유화 그리고 금기와 위반 등에 대한 사유들이 포함되어있다. 작품 ‘Trailer’는 앞서 언급한 건물을 투어 하는 수직적 공간[7] 사용의 ‘Lost missing and forgotten’과 달리 도시를 해석하고 도시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파편 등을 해석하고 분석하는데 목적을 두며, 수평적 구조의 형태이다. 수평적 구조의 주요 무대로 사용되는 길거리와 공원, 마을 공원 그리고 특정한 카페와 식당 등을 상당 기간 오가며 그들의 이야기를 청취하고 공공의 장소에서 금기시되는 양식과 이웃들의 깊은 속내를 대본으로 만들어 작업을 진행한다. 공연 시간도 아침 7시부터 시작하여 정오와 저녁까지 만 하루를 온전히 공연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도시에 대한 맵핑(Mapping) 즉 참여 예술가들에게 도시를 일정한 구획으로 정리하여 돌아다니게 하여 각기 흥미롭고 영감을 받은 곳에 자신의 예술적 방법론을 장소의 특징과 잘 조화시키고 공동체의 이야기를 대본으로 만드는 방법을 활용한다.

3.1 역할 바꾸기의 원리

Fig. 4와 같이 역할 바꾸기는 공연예술품이 인공 기호로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행위자와 관객의 공동 주체자들에 의해서 행해진다는 점을 놓고 볼 때 구체적인 움직임의 미션 제시와 해당 미션을 수행하는 관객의 수행성 모두를 공연의 한 부분으로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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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4. They are transforming from audience to performer through the performer.

작품 ‘Trailer’는 아침 7시를 시작으로 정오와 저녁까지 코펜하겐 도시를 투어하는 수평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관객은 정해진 시간과 도시의 특정한 장소에 스스로 당도하여 작품의 컨셉을 따라야 하며 여기에 관객의 참여 역할은 작품의 중요한 필요조건이된다. 역할 바꾸기 원리에서 도시를 순회하는 산보객의 역할은 비단 도시를 서성이는 역할을 넘어서 창작자에 의해 주어진 동작 미션을 수행하는 역할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Fig. 4는 창작자에 의해 주어진 움직임을 수행하는 모습이다. 이는 단순히 동작 기술 흉내 내기에서 볼 수 있는 수행성을 넘어서 도시의 한복판에서 과연 이 도시의 주인공은 누구인가를 묻는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를 동작 흉내 내기와 주어진 미션 수행하기, 즉 음식물인 파를 잡고 자르는 등의 행위를 통해 작품의 시작을 알리게 된다.

3.2 공동체의 원리

작품 ‘Trailer’의 정오는 식사로 시작된다. 우리에게 먹는다는 행위, 즉 음식을 나눈다는 것은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공동체의 상징으로서 이웃과 도시의 축제나 삶 속에서 항상 함께 하는 행위들이다.

작품 ‘Trailer’는 관객의 참여에 있어서 훨씬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미션 수행을 요구한다. 관객 중 한 명이 자진해서 고기를 굽고 이렇게 요리된 음식을 함께 나누는 것은 앞서 언급한 도시라는 공적인 영역의 주인공이 곧 관객이며 음식과 요리라는 사적인 영역의 상징물을 공적 영역에[8] 배치하면서 관객의 역할 바꾸기 원리를 더 확장 시키게 되며 나아가 자연스럽게 공동체의 원리로 들어내게 되는 것이다.

공연자가 떠난 자리에서 관객들끼리의 산보와 같은 형식으로 차려진 음식을 요리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공연자이며 동시에 관객이 된다는 일종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은 바로 롤랑 바르트의 “저자의 죽음”이래로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수용자 중심의 변화를드러내는 것이다.

다른 공연 사례로서 호주의 극단 One step at a time like this의 "En Route" 작품과 브레히트의 정신을 이어받은 “라디오 발레”[9] 등은 테크놀로지 기술 활용과 함께 모두 도시와 공공의 장소에서 개인의 노출과 사적 영역의 확대를 통해 관객의 공동체를 실현한다. 미국 시카고의 "En Route" 작품에 대한 일간지의 리뷰를 보면 “What if you did a show and one person came?”[10], 즉 당신이 공연을 할 때 누군가가 다가선다면?”이다. 프리뷰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공공의 장소에서 불특정한 다수의 관객들이 알게 모르게 공연을 진행하고 참여하게 되면 넓은 의미의 공동체적 특징을 장소 특정적 공연은 선택할 수 있다.

3.3 접촉의 원리

접촉의 종류는 기본적으로 물리적인 접촉과 시각적인 접촉 외에도 정신적인 접촉 등 다양한 접촉의 종류가 있다. 그러나 기존의 극장공연이 시각적인 접촉에 주로 의존하였고 이를 탈피하기 위한 실험적인 작업으로 극장이라는 전형적인 공간에서 관객과 행위자의 일대일 구도를 통해 물리적 접촉의 원리를 실험한 작품 Felix Ruckert, “RING[11]”이나 전시관에서 두 명의 행위자를 좁게 세운 뒤 그 사이로 관객을 통해 지나가게 하며 자연스럽게 접촉을 실험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oamovic)[12] 등 다양한 작가들이 시각 위주의 이분법적 공연 구도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였고 그 주요한 원리로서 접촉의 원리를 실행한다. 작품 'Trailer'는 앞선 대림상가의 공연과 또 다르고 펠릭스 루커트(Felix Ruckert)나 아브라모 비치의(Marina Abroamovic) 방법론을 승계하여 다양한 접촉의 감각을 열어 보인다. 점심식사 이후 오후에 도시의 공원에 모이는 관객들은 미리 준비된 헤드셋과 관객 수만큼의 가디언들에 의해서 접촉의 원리를 수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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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5. Audiences are sharing the food and cuisine, which are the community’s things.

작품의 시작은 안대를 모든 관객에게 착용시키고 정해진 공원 안의 넓은 공간에 배치한다. 나아가 이 작품에서 헤드셋에 장착된 바람과 태풍 소리들, 분무기 그리고 바람을 일으킬 부채 등, V R처럼 세련된 장치를 동원하지는 않으나 일상의 기본적인 장치들로서 충분히 새로운 공간의 이동과 공간을 체험하는 감각의 다양성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앞을 전혀 볼 수 없게 만드는 안대는 감각의 새로운 열림을 위해 제작되었고 이를 통해 시각을 배제한 상태에서 상상력과 촉각, 청각 그리고 후각 등에 의해서 또 다른 육체의 접촉을 수행하게 된다.

작품 “Lost missing and forgotten”과 ‘Trailer’ 기본적으로 인간의 신체를 근간으로 하는 수행성의 미학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장소 특정적 공연과 전시 축제 전반을 관통하는 첫 번째 원리로서 역할 바꾸기는 모든 관객들이 기존의 행위자 중심과 수동적인 작품 수용자에서 벗어나 모든 장소와 박물관에서 신체의 수행성을 근간으로 하여 역할 바꾸기를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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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6. They are experiencing a way of different senses through the headset.​​​​​​​

이 원리는 브레히트가 말하는 “소격 효과”를 실현시키는데 필수적인 원리로서 작용하며 작품의 몰입과 해체를 결정하는 주체가 남이 아닌 바로 자신이라는 역할 변경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공동체의 원리 즉 “우리[13]”를 통해서 서로의 동시성을 확인하며 작품의 권력을 창작자 중심에서 관람객으로 위치시켰으며 이를 통해 관람객은 공연과 전시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함께 관람하는 이웃의 반응을 통해 자신을 다시 보게 되는 다양한 관람과 전시 관람 방법을 체험하게 된다.

이전에 제시한 두 가지 원리를 수행하는 절대적인, 신체를 근간으로 하는 원리로서 접촉의 원리는 기존의 시각 중심의 관람과 전시 교육이 가지는 한계와 닫힌 구조를 열게 만드는 가장 핵심적이며 필수적인 원리로서 작용한다. 접촉의 원리 안에는 역할 바꾸기와 공동체의 원리가 포함되어있고 이를 신체라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위에서 세워야하기 때문이다.

3.4 제안하는 작품의 수행성 3가지 원리

작품의 주된 요소인 수행성의 가지 원리를 정리해 보면 Table 1과 같다.

Table 1. The three principles of piece’s performativ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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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1과 같이 종로의 대림상가에서 벌어진‘Lost missing and forgotten’과 덴마크 코펜하겐 도심지역에서 벌어진 ‘Trailer’에서 행해진 수행성의 원리는 작품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신체를 근거로 한 수행성의 원리는 수직적 구조의 건물과 수평적 구조의 도심지역 나아가 건물과 도심지역을 관통하는 복합적 구조로서 현대공연예술의 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4. 결론

예술은 역사적으로 가치 변화의 단계를 거치면서 동시대의 공유라는 예술적 가치에 이르게 되었다. 즉 예술 생산물의 독자성에서 수용자의 미학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예술 생산이 수용자와의 상호 관계 속에서 재정리를 통해 공유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인식론적, 예술적 토대가 되어준 롤랑 바르트의 ‘저자의 죽음’, 브레히트의 소격효과 이론 등은 예술 가치가 저자 중심에서 공유가치로 전환되는데 의미가 있는 이론적 역할을 제시하였고 본 연구에서 다뤘던 공연예술의 원시시대 유래설, 과거 기원설 등과 함께 동시대 관객참여 및 예술 현상의 근거 중 하나가 될 수 있다[14]. 나아가 동시대는 VR(Virtual Reality), AI(Artificial Intelligence)등의 급부상으로 인해 예술의 주체, 범위까지 위협하며 새로운 예술 담론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에 창작의 주체와 수용자 사이의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노령사회로 인한 노인동작치료에 V R을 비롯한 다양한 테크놀로지가 노인의 동작 수행성을 돕는 시도가 목격되고 있다, 본 연구자는 제언으로서 노령화 시대의 수행성과 IT의 협업사례로서 연구의 과제로 남겨두고자 한다. 이에 향후 연구의 주된 명제로서 역할, 공동체, 접촉이라는 수행성 원리는 동시대 예술과 교육의 공유가치를 분석하는데 유용한 명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수행성을 여실히 드러낸 작품 ‘Lost missing and forgotten’, 덴마크의 ‘Trailer’를 분석함에서 있어서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다. 첫째, 에리카 피셔의 수행성의 세 가지 원리인 역할 바꾸기를 통한 창작자와 관객 사이의 역할 변경, 관객들끼리의 산보 행위를 통한 공동체 정서의 확인과 예술권력의 이동 그리고 신체라는 절대적인 토대를 근간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감각의 열림을 실험한 접촉 등이 해당된다. 둘째, 동시대의 다양한 테크놀로지의 기술을 최소화시키고 적절한 적용을 통해 신체라는 본연의 재질을 작품의 안팎에서 지원하고 있다. 두 공연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테크놀로지의 사용은 지극히 단순하며 평범한 헤드셋과 모바일 기기 사용 차원의 접근이 주를 이루고 특정한 공간에서 영상미디어 기술을 통한 환상 제공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현상이다. 이 현상은 예술현장에서 간혹 볼 수 있는 창작력 빈곤을 대치하기 위한 과도한 테크놀로지 사용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향후 공연예술 작품에서 테크놀로지와의 협업 사례로서 의미를 가진다. 셋째, 수직적 구조의 빌딩을 공연하는 형태는 지금도 다양한 건물과 잊혀진 공간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되고 숨겨진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우리 주변의 역사를 찾아 재해석하는 투어 공연이 활발하게 행해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수평적 구조의 공연 형태로서 도심지역을 산책하는 형태의 공연 등은 장소 특정적 공연의 외연을 넓히는 공연으로서 세계 여러 지역에서 예술과 사회가 만나는 커뮤니티 공연예술의 한 분야로서도 유의미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동시대의 공연예술을 고정된 예술 생산물로 보지 않고 관객과 함께 끊임없이 소통하며 상호 텍스트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재생산하는 이런 공연은 예술이 더 이상 특정한 부류에 의해 향유되지 않으며 사회적, 역사적 이슈를 함께 고민하는 이상적인 예술 생산형태의 하나이며 그 자리에 수행성이라는 관객의 육체적 토대를 통한 방법론이 자리잡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향후 다양한 예술 장르 및 동시대 테크놀로지와의 학제 간 연구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수행성이 어떻게 실현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론적 토대로 작용하는데 연구적 의의가 있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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