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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의 공간에 관한 연구 - 히치콕의 영화를 중심으로 -

A Study on the Space of Film - Focused on Hitchcock's Film -

  • Zhang, Shu (Dept. of Visual Contents, Graduate School, Dongseo University, Lecturer of Weifang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
  • Choi, Won-Ho (Division of Digital Contents, Dongseo University)
  • 투고 : 2020.01.13
  • 심사 : 2020.01.30
  • 발행 : 2020.02.29

초록

In the 1970s and 1980s, space installations in films became a new approach to film research. Many film directors and theoretical scholars believe that the space setting in films, other than textual stories, is an important core of film narrative research. Early film scholars have proposed that the film space with sensory narrative mode as the core motive force can promote people's in-depth understanding of the film content. Therefore, many researchers have tried to emphasize the importance of space in films through Hitchcock's films, but have not analyzed the elements and techniques of film space performance in detail. Reviewing the Hitchcock's classic crime film, through the space set in the traditional film, we can discover the movie techniques and concepts related to space. Therefore, this study takes Hitchcock's classic crime film as an example, and through analysis of film space expression techniques, attempts to propose factors for film space creation and bring new spatial perception effects to the audience.

키워드

1. 서론

영화는 흐르는 예술이고, 영화 서사는 영상 서사, 텍스트 서사, 언어 서사라는 독특한 특징에 기반을 두고 있다. 또한, 영화는 이미지로 스토리텔링을 전달하는 예술로서, 다른 텍스트의 서술과는 큰 차이가 있다. 영화 서사의 발전은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는데, 초기의 영화는 단일 시점에서 출발했다. 즉 전통적인 희극의 '삼일치 법칙'인 장소, 시간, 사건을 일치시켰던 것이다. 이러한 서사 장면들은 매우 단순한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예로서 뤼미에르 형제(Les frères Lumière)가 제작한 <물 뿌리는 정원사>, <공장의 출구> 등이 있다. 그러나 오늘 날의 영화는 다양한 장소, 시간, 사건으로 이루어진 서사를 연출하고 있다. 이때 관객은 장면 속의 공간에 근거를 두고 서사에 몰입하게 되는데, 영화의 공간은 감독의 선택과 설계에 따라 창조되며, 필연적으로 사회적 배경과 문화적 의미를 내포하게 된다. 바로 영화가 공간을 통해 창조의 예술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스릴러 영화의 대가인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은 몽타주를 통해 영화의 공간을 상징적으로 창조했다. 공간적 구성과 장면을 통해 영화적 가능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이에 연구자는 영화 속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분석하여 영화 속 공간의 의미와 가능성에 대해 연구하고자 한다.

2. 영화 공간의 위치

시간과 공간은 인류가 존재하고 있는 두 가지 차원이다. 양자의 우열은 구분할 수 없지만, 언제나 인간의 사회를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구조의 영향에 따라 시간은 그 선재성과 불가역성에 따라 공간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1].’미셀 푸코(Michel Foucault)에 따르면 ‘시간은 항상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역사는 과거로부터 축적된다. 세계는 선인들의 지혜로 인해 나아가며 발전한다’[2]고 하였다. 시간을 통해 축적된 역사가 인류에게 주도적으로 영향을 끼치기에, 공간이 부수적으로 인식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학자인 뉴턴(Sir Isaac Newton)은 공간이 시간보다 우위에 있다는 관념을 보여주었다. 그는 공간을 정지된 용기로 간주하면서 공간이 어떤 사물과도 관련되지 않으며, 공간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분리되어 있다고 주장하였다.

영화는 ‘움직이는' 예술로서, 외부와의 소통을 위해 시각에 의존했던 인류가 회화, 사진, 영화로 이어지는 시각매체를 창조하면서 성취되었다[3]. 영화 속의 시공은 영화 탄생의 초기부터 관객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원근법의 과학적 원리에 따라 3차원으로 표현된 영화의 장면이 살아있는 것과 같은 움직임으로 관객의 호기심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그러나 초기의 영화는 연극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공간을 하나의 배경으로만 인식하였다.

Fig. 1의 <공장의 출구 (Exciting the Factory)>에서 근로자들이 퇴근하는 모습은 사실적으로 기록되었지만, 여기에서 공장의 출구는 단지 배경으로만 존재할 뿐이었다. 초기 영화에서 공간에 대한 시도는 끊임없이 모색되었지만, 서사에서의 기여도를 높이지 못했다. 공간이 풍경이나, 이야기의 배경으로 인식되면서 서사적 표현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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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 Exciting the Factory.

그러나 시간이 강조되고 공간의 중요성이 간과하던 현상은 차츰 변화하였고, 공간의 역할과 영향력은 확장되어 나갔다. 데이비드 그리피스(D.W. Griffith) 에서부터 공간의 특성에 대한 인식이 깊어진 것이다. 모리스 실러(Morris Schiller)는 ‘영화가 하나의 시각예술이라면, 공간은 전달 형식으로서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4]고 한 바 있다. 영화 공간이 부각 되고,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나가면서 공간은 서사에서 대체 불가능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영화 공간이 스크린에서 구현되는 세계로서 영화의 전재이기 때문이었다. 나아가 창조적 공간으로서, 즉 산발적으로 촬영된 일련의 장면들이 몽타주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게 되면서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었다.

특히 1970년대에서 1980년대의 할리우드는 공간 혁명을 주도했고, 현대의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내는 가상의 공간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할리우드의 고전적 서사가 시간을 중심으로 세밀하게 진행되었다면, 현대의 영화에서 시간은 부속물로 전락하게 되었다. 이야기의 전환이 공간의 변화에 더많은 영향을 받아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1].

히치콕의 영화는 탁월한 스릴러로서 다양한 측면에서 연구되었으나, 공간의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히치콕이 인물의 동작을 멈춘 후 묵묵히 먼 곳을 응시하게 하거나, 카메라를 고정시키면서 인물의 위치와 공간의 관계를 강조 했던 사례 등이 그것이다. 이에 영화에서의 공간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바탕으로 히치콕의 사례를 통해 공간에 대해 분석, 연구하고자 한다.

3. 영화 공간의 표현

영화 공간은 컬러, 구도, 빛, 사운드, 편집 등의 코드화된 기호를 통해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의미를 가지게 된다. 영화의 공간에 대한 연구는 가브리엘 마르셀(Marcel, Gabriel)과 루이스 자네티(Louis, Giannetti)가 선도적으로 이끌었다. 가브리엘 마르셀은<영화 언어 (The Film Language)>에서 ‘영화는 공간을 완전히 통제 할 수 있는 첫 번째 예술’[4]이라고 주장하면서, 몽타주를 ‘공간 조형'에서의 독특한 표현이라고 하였다. 루이스 자네티는 <영화의 이해(Understanding movies)>에서 공간의 서사적 기법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화면 분할과 ‘거리 양식’에 대한 연구를 통해 영화의 공간적 표현의 효과를 체계화하였다. 두 학자의 논의가 현재까지 주요한 이유는 영화에서 시간이 중요했던 시기에서, 영화의 공간에 대한 인식을 확장시켰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학자인해활(海阔)은 공간과 빛의 역할을 분석함으로써, 앞선 두 학자의 이론을 더욱 풍부하게 하였다.

3.1 가브리엘 마르셀(Marcel,Gabriel)의 몽타주

가브리엘 마르셀은 <영화 언어>에서 영화공간을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영화 공간을 다룰 때에는 두 가지의 방법이 있다. 하나는 한정된 재현 공간에서 장면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4].’ 벨라 바라즈(Béla Balázs)도 <영화의 이론 (Theory of the film)>에서 ‘촬영 공간은 그 자체로 파악될 수 있다. 이것은 사진을 투시하여 배경을 설정하는 것이 아니다’[5]고 하였다. 두 번째는 공간을 복합적으로 구성하여 단락된 공간을 병렬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는 공간에 대한 몽타주의 역할을 논증하기 위해 레프쿨레쇼프(Lev Kurichov)의 실험 영화를 인용하면서, ‘창조적 지리학(Creative Geography)'이라고 하였다[4].’ 공간에 대한 쿨레쇼프의 실험(Kuleshov Effect)은 다섯 장면으로 집약된다. 장면1. 한 남자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간다. 장면2. 한 여성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간다. 장면3. 남자는 여자와 만나 악수를 한다. 4. 흰색 빌딩 앞에는 높은 돌계단이 있다. 장면5. 두 사람은 함께 계단을 올라간다. 쿨레쇼프의 실험에서 각각의 장면은 다른 장소에서 촬영되었지만, 우리는 이를 통일된 공간으로 인식한다. 나아가 쿨레쇼프는 서로 다른 공간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키는 등 영화에서의 공간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였다. 대표적으로 두 장면을 연결한 몽타주는 두 장면의 합이 아니라 곱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공간의 변화에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Fig. 2의 <전함포템킨 (Bronenosets Potemkin)>에 유사한 효과가 있는데, 함포, 조각상, 폭격당한 문, 돌사자 등 관련이 없는 공간의 장면을 몽타주로 연결 하여 각성, 저항 등의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개별적 공간이 복합적 의미를 형성하는 공간으로 작용한 사례이다.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Sergei Eisenstein)은 공간을 구성하면서 가상의 ‘창조적 공간'을 형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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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2. Bronenosets Potemkin

가브리엘 마르셀은 ‘몽타주는 두 개의 인과적 장면 사이에 순수한 가상의 공간을 창조한다. 이러한 결합의 합리성은 첫째, 내용의 호응으로 달성된다. 둘째, (내적)시선을 통해 내면의 활동과 몽타주를 연결한다’고 하였다.

Fig. 3은 <인톨러런스, (Intolerance)>의 장면이다. 카메라에 비춰진 한 여성의 놀란 장면은 교도소에 갇힌 그녀의 남편으로 연결된다. 영화의 공간이 우리를 어떻게 영화 속으로 불러들이며, 매혹시키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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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3. Intolerance.

가브리엘 마르셀은 영화 공간에서 몽타주가 창조하는 역할을 설명하면서 ‘공간을 도식화해서 어떤 장소를 가리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자막을 사용하거나, 다양한 표현적 요소(경관, 잘 알려진 건물)로 장소를 창조할 수 있다고 하였다[4].’ 공간이 결코 단순한 환경이 아니라, 특수한 용적(Volume)임을 강조한 것이다.

3.2 루이스 자네티(Louis, Giannetti)의 구도

루이스 자네티는 연극에 기초하여 영화 공간을 분석하였다. 그는 영화 공간이 연극적 무대의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면서 ‘영화가 항상 파노라마 장면과 플래시백을 사용하는 것이 아님’[6]을 강조하였다. 즉, 영화 공간이 회화적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영화 속의 피사체는 3차원의 공간에 있지만, 감독이 직면한 문제는 화가가 고민과 동일하다고 하였다. 바로 직사각형의 프레임 속에 피사체들을 효과적으로 배치해야하기 때문이다. 구도를 통한 피사체의 배치는 평온함, 균형감, 파괴감 등을 전달하게 된다.

회화, 사진과는 다르게 영화에서는 좋지 않은 구도가 효과적일 수도 있다. 감독이 시각적 안정감을 버리고, 서사에 부합하는 장면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완벽하게 독립된 장면은 부자연스럽고, 굳어진 순간이다. 즉, 장면과 공간은 언제나 전후의 서사에 따라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화가나 사진작가는 화면의 구도로 이미지를 창조하지만, 감독은 구도를 통해 영화의 공간을 창조한다[7].’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속에 나타난 공간은 연극의 ‘무대'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의 영화 공간은 상황을 정의하면서 영화의 분위기를 부각시켰다. 일반적으로 영화 속 장면의 중앙부는 시각의 중심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이미지를 배치하지만, 윗부분, 아랫부분, 가장자리 등도 모두 상징적이거나 은유적인 효과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이다. 공간이 소통의 매개이기에 피사체들의 배치에 따라 사회적, 심리적 관계를 엿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루이스 자네티는 감독이 배경, 구도, 빛 등의 공간적 요소를 통해 영화의 분위기를 부각시킬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공간이 디자인됨으로써 메시지가 전달된다는 것이다.

3.3 Hai Kuo(海阔)의 빛

Hai Kuo(海阔)는 ‘영화 속의 빛이 공간을 형성하며, 빛이 단지 배경과 인물을 비추는 데만 국한되지 않는다[1]’고 하면서 피사체들의 진실성이 빛에 의한 공간과 관계에 있음을 지적하였다. Hai Kuo는 공간을 조성하는 미장센과 장면의 중요성에서 나아가 공간의 형성에 대한 빛의 작용에 주목했다. 영화 속의 빛이 일상생활에서의 그것처럼 단순한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초기의 영화들은 고정된 위치에서 촬영되었고, 비교적 단순한 편집을 통해 완성되었다. 이 시기의 공간은 연극적 공간으로 국한되었다. 그러나 할리우드가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세트, 도구 등의 요소와 함께 빛, 색채를 통한 서사의 전개가 중요한 전재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보면서 Hai Kuo는 빛에 대한 인식이 촬영과 후반 작업 등의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생각했고, 때문에 빛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세 이론가의 영화 공간에 대한 관점은 히치콕의 고전영화에서 효과적으로 보여진다. ‘영화를 본 후, 기억에 몇몇 장면들이 남는데, 이 장면들이 바로 특정한 공간에 대한 기억이기도 하다[8].’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공간은 표의와 상징을 통해 서사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히치콕은 인간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한 감독으로써 정신의 영역을 공간에 투사하는 작업을 통해 영화의 예술적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추상적이고 혼란스러운 인간의 마음을 공간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영화의 표현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4. 히치콕의 영화 공간

4.1 몽타주와 서사

‘총체적 구조에서 영화의 서사 구조와 몽타주는 영화의 전개 구성 방식을 보여 주고 있다[9].’ 그것은‘시간의 변형, 공간의 구성, 서술 방식 등의 측면에서 통일된 전체 구조를 분해, 배치, 대응, 통합한다[9].’ 히치콕의 몽타주와 영화 공간에 대한 미학은 아이젠슈타인, 쿨레쇼프로 대표되는 몽타주의 구성주의 미학과 할리우드의 관점에서 이어지고 있다. 영화에서 서사를 위한 공간 구조는 ‘인물행위, 사건동작 등에 따라 정해진다. 공간을 선택하고 활용하는 것은 스토리와 캐릭터의 정서적 표현을 위한 것이다[10].’ 교차 편집, 평행 편집, 반복 편집, 연속 편집 등은 공간 서사의 수단으로써, 근본 목적은 서사에 근거하여 공간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히치콕은 1929년의 [Blackmail]에서 은유적 공간인 경찰서, 화장실, 아파트 등의 공간을 통해 서사를 전개했다. 각각의 공간은 도덕적 과오, 개인적 욕망, 신체적 피로 등을 전달하면서 공간에 따른 서사를 보여주었다. 특히 경찰서, 아파트, 경찰서로 이어지는 공간은 오프닝의 경쾌함을 결말에서의 죄책감과 대비시키면서 공간에 따른 서사를 극대화하였다. 또한 1938년의 <레베카(Rebecca)에서는 꿈속의 장면, 음습한 정원 등의 공간을 통해 인물의 음울함과 두려움을 표현하였다. 한편 1960년의 <싸이코 (Psycho)>에서는 카메라가 창문을 통해 연인이 밀회하는 호텔의 침대 위로 이동하면서 관객의 관음증을 자극하기도 했다. 카메라 렌즈와 관객의 동일시 그리고 몽타주를 통해 히치콕은 관객을 서사를 위한 공간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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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4. Black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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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5. Rebecca.

4.2 소품과 공간의 배치

소품의 배치는 히치콕의 미학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도구, 공간의 구성, 인물의 위치, 그리고 시선 등이 관객을 영화적 공간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Fig. 6의 <싸이코(Psycho)> 장면에서는 저녁식사 장소에 배치된 여러 동물들의 박제를 볼 수 있다. 특히, 벽에 있는 부엉이와 까마귀는 강열한 조명으로 강조되었다. 박제들은 사냥에 대한 욕망으로써 잠재적인 ‘위험'에 대한 상징이었다. 그리고 샤워장면에서 샤워 커튼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샤워 커튼으로 인해 시선은 한정되고, 폐쇄적 공간을 형성하면서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실내의 공간은 감정적 의미를 내포하면서 심리적 단계와 상응하게 배치된 것이다. 계단은 심리적 가림막으로써 긴장과 공포의 분위기를 강화시켰고, 침대에 깊게 패인 자국은 죽음을 암시했다. 양면으로 마주하고 있는 거울은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전달함으로써 공간의 의미를 극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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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6. Psycho.​​​​​​​

Fig. 7에서 보이는 장막은 일상적 소재이지만, 마치 연극 무대의 막처럼 극적인 공간으로 변화하는 장치이기도 했다. 또한 얼굴을 덮은 신문지는 ‘가림막’이 되어 내면적 공간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다. 이처럼 히치콕은 소품과 공간의 배치를 통해 의미 있는 영화적 공간을 창조해나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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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7. Blackmail.​​​​​​​

4.3 빛과 심리

히치콕의 빛에 대해 특별한 인식은 이미지들의 대비와 그림자 등을 통해 실천적으로 드러났다.

Fig. 8의 <서스피션(Suspicion)>에서는 독이 든 우유를 부각시키기 위해 히치콕은 우유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었다. 우유의 흰색과 인간의 검은 인성을 빛과 어둠의 대비를 통해 재현한 것이다. 또한 <싸이코(Psycho)>에서는 주인공의 심리를 비 내리는 밤의 도로와 깜빡이는 조명을 통해 초조하고 두려운 분위기를 표현했으며, Fig. 8의 오른쪽 이미지처럼 얼굴을 조명으로 양분하여 인격적 분열을 암시함으로써 증폭된 갈등과 초조함을 전달하고자 했다. 1958년의 <현기증(Vertigo)>에서도 히치콕은 심리 묘사를 위해 의미 있는 조명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호텔 밖의 거대한 녹색 네온사인으로 인물을 표현함으로써 신비로운 분위기와 함께 심리적 공간을 빛으로 드러내고자 했던 것이다. 물리적인 측면에서 빛은 강약의 차이일 뿐이지만, 히치콕은 ‘색채는 없고 빛만 존재한다’는 인식으로 빛을 경이롭게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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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8. Suspicion and Psycho.​​​​​​​

5. 결론

브루스톤(Georges Brouston)은 ‘소설의 구조는 시간, 영화의 구조는 공간에 있다’[11]고 한 바 있다. 다른 서사담체와는 달리, 영화는 서사의 기본 단위인 장면에 의존하기에 영화 속의 공간이 지시하는 요소 들의 가능성이 크다. 영화에서 ‘날짜, 밤 또는 낮 등의 시간대와 같은 기본 설정과 이야기의 주요 무대가 되는 공간적 배경(장소)[12]’은 예사로운 일상성에 내재적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관객과 감정을 공유하는 통로로서 역할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가 말하는 특징은 시간보다 공간에 우선하는 형식을 부여한다. 시간이 영화의 토대, 본질적 파라미터라면 공간은 어떤 식으로든 시간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다[13].’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히치콕의 공간 구성은 일상적 공간 속에 숨겨진 욕망과 심리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몽타주와 서사’, ‘소품과 공간’ 그리고 ‘빛과 그림자’를 통한 은유로써 심리와 서사를 창조해나간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히치콕의 영화 공간에 대한 탐구를 통해 영화 공간이 은유적, 상징적 장치로서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으로써 디지털 제작이 보편화된 오늘날, 공간의 창조와 예술적 표현에 대한 영화의 가능성을 재조명하고자 하였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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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W.H. Choi, "A Study on the Subject of Unconscious and Image," Journal of Korea Multimedia Society, Vol. 17, No. 9, pp. 1134-1140, 2014. https://doi.org/10.9717/kmms.2014.17.9.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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