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1. 연구의 필요성
매년 80만 명의 사람들이 자살로 목숨을 잃고 있으며, 이는 40초에 1명꼴로 자살을 하는 것이다[1].OECD 국가 간 자살률(OECD 표준인구 10만 명당) 평균은 12.5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9.1명으로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2], OECD에 가입된 국가 중 수년간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자살률은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높은 경향이 있어, 이로 인해 여성의 자살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부족한 경향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전체 자살 인구의 37%가 중년기에 발생하며[2], 중년 남성의 실직, 명예퇴직 등의 사회문제와 연계해 자살 사건에 대해서는 매스컴 등을 통해 사회적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중년여성에 대한 자살 관련 기사와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중년기는 직장에서의 승진이나 퇴직과 같은 사회적 변화나, 자녀의 결혼과 같은 가족관계의 변화가 크게 나타나는 시기이며, 이러한 변화는 심리적인 위기감을 느끼게 한다[3]. 중년기에는 삶의 많은 부분을 성취하고, 행복한 노년기로 이어지기 위해 새로운 준비도 시작해야 하는 시기이지만, 경제적 곤란이나 급변하는 사회에 대한 적응 등, 다양한 문제를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극심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한 명쾌한 대답을 찾지 못하는 중년기의 혼란은 자칫 위험한 선택을 불러올 수 있다. 2018년 인구 10만명당 사망원인 통계 보고에 의하면 40대와 50대 모두 주요 사망원인은 암과 자살로 나타나고 있었다[4]. 이처럼 중년기 자살의 위험성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며 사회적 관심을 기울여야 할 문제이다. 특히 중년여성의 경우 노화로 인한 신체적 증상과 함께 우울, 스트레스와 같은 정서적 위기감을 강하게 경험한다[5]. 자살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우울 증상의 경우,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더 강하게 경험하고 있으며, 여성들이 우울증에 노출될 가능성은 평생 20% 이상으로[6], 유병률 또한 남성보다 2배 이상 높다[7]. 중년 여성들의 우울과 스트레스 사건 등을 고려할 때, 중년여성들이 삶의 이유를 잃는다면 이는 자살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적 성취와 생산력을 왕성하게 보이는 중년기 남성과는 달리, 전업주부나 자녀 양육 등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경우 중년기 위기감을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자기계발이나 성취 등에서 멀어질수록 내가 무엇을 원했고, 내가 누구인지를 명료하게 아는 자아정체감 수준은 더욱 낮아지게 된다. 자아정체감은 흔히 청소년기의 주요 발달과제로 생각할 수 있으나, 양육 등의 이유로 경력 단절을 경험하거나 사회적 활동에서 유리 천정의 경험 등 다양한 이유로 중년기 여성의 자아정체감은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중년여성들의 자아정체감은 우울이나 위기감과도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8], 중년기 여성의 자아정체감이 우울 등의 위기 요인과 관련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었다. 이러한 우울감과 위기감은 살아야 하는 이유를 경시할 수 있어 더욱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중년기는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으로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스트레스 상황으로 경험하는 우울감 등은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상실하게 만들 수 있다. Baumeister(1990)는 고통스러운 감정이나 생각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자살을 선택하며, 이러한 부적응적인 대처는 인지적 몰락의 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9]. 자살과 관련된 행동들이 주로 우울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다수의 선행연구에서 보고하고 있다는 점에서[10-14], 중년기에 경험하는 위기감으로 인해 인지적 몰락의 상태를 경험할 수 있고, 이는 우울과 자살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었다.
중년여성의 위기감에 대한 보호 요인으로써 사회적 지지를 들 수 있으며, 특히 배우자와의 관계는 매우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기혼여성의 부부갈등은 생활사건의 의미를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역기능적 태도를 통제해도 우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15], 가족생활만족도가 높을수록 우울을 감소시킨다는 보고도 있었다[16].
중년여성의 위기와 관련된 선행연구들을 정리해보면, 중년기 여성들의 적절한 자아정체감 형성은 부부관계에 대한 만족도나 우울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자아정체감뿐만 아니라 부부관계 및 우울과 같은 요인들은 삶의 의미와 목적을 탐색하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높이는 데에도 중요한 변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중년여성의 자아정체감과 삶의 이유 간의 관계에서 부부관계 만족도와 우울의 매개효과를 분석하여, 중년기 여성의 위기를 낮추고 삶의 중요성과 살아갈 이유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수립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2. 연구 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중년여성들의 자아정체감이 삶의 이유에 미치는 영향에서 전반적인 부부관계 만족도와 우울의 매개효과를 검증하는 것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도식화한 연구모형은 [그림 1]과 같다.
그림 1. 연구모형
Ⅱ. 문헌고찰
1. 중년여성의 자아정체감과 위기
중년기에 대한 구분은 학자마다 다르지만 대략 40세 정도에 시작되어 60세까지를 중년기로 보고 있다[3]. 이 시기의 중년여성에 대해 한국의 유교 문화는 여성의 자유의지보다는 가족이나 남편을 위한 헌신을 더욱 요구하는 경향이 많았다. 그러나 남편과 자녀가 사회적 위치를 확보해 가는 동안 중년여성들에게는 신체적인 노화와 폐경, 사회적 미성취 및 자기 자신에 대한 정체감의 혼란과 자기 비난 같은 문제들이 남게 된다. 특히 누구의 아내와 어머니로 살아가는 삶은 그녀 자신의 자아정체감마저도 흔들리게 하고 있었다. 중년여성을 대상으로 자아정체감과 중년기 위기감 및 우울 간의 관계를 분석한 선행연구에서 중년여성의 자아정체감은 우울 및 위기감과 강한 부적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특히 위기감 중 삶의 의지를 상실하는 상실감과도 유의한 부적 상관관계를 보여, 중년여성의 자아정체감이 중년기 위기 및 삶의 이유와도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8]. 박아청(1990)은 자아정체감을 사회적, 문화적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일관성을 형성해 나가는 것으로, 평생 연속적으로 발달하는 개념으로 보았다[17]. 청소년기와 성인기를 거치면서, 자신의 삶의 목표를 그리며 꿈을 꾸던 청년은 이제 자신의 이름보다는 타인의 아내와 어머니로 불리며 내가 누구인지를 명료하게 인식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시기를 경험하게 되고, 이는 자아정체감의 혼란과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Marcia(1966)는 위기(crisis)와 관여(commitment)의 두 개념을 사용하여 자아정체감을 성취, 유예, 유실, 혼미의 4단계로 분류하였다[18]. 이를 통해 청소년기에 자아정체감을 형성하였다 하여도, 연속선상에서 성인기에 자아정체감을 유실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Baumeister(1990)의 연구에서 자살의 선행 요인으로 낮은 자아정체감이 자살생각을 유발한다고 보고하고 있으며[9], 이경혜(1997)의 연구에서는 중년기의 위기감이 자아정체감과 유의한 부적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하여, 중년 여성의 자아정체감은 중년기 우울 및 자살생각과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19]. 따라서 긍정적인 자아정체감의 확립은 중년기의 심리적 위기감을 극복하기 위한 중요 과제라고 볼 수 있다.
2. 중년여성의 위기와 삶의 이유
자살은 한 개인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주변인과 사회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 자살에 대한 연구는 주로 자살생각을 통해 연구되는데, 자살생각은 자살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직접 조사하고 연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자살하지 않고 현재 삶을 살아가는 이유를 측정하여 자살생각 대신 삶의 이유를 분석하도록 설계하였다. 중년기 위기감을 통해 나타나는 자아정체성의 유실과 우울, 결혼생활에 대한 불만족 등의 다양한 위험요인에도 불구하고 자살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유를 조사하는 것은 중년여성의 생존에 필요한 요인을 밝히는 것을 더 중요하게 고려했기 때문이다.
류현미(2006)는 기혼여성들의 생활사건 스트레스와 자살생각 간의 관계를 분석하여 부부간의 별거, 남편의 정년퇴직, 가족과의 사별 같은 가족문제가 자살생각을 높인다고 보고하였다[20]. 특히 부부간의 별거와 같은 부부관계 문제는 중년여성의 위기감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며, 결혼만족도가 심리적 웰빙에 유의한 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선행연구도 고려할 때[21], 중년여성들의 우울이나 삶의 이유와 부부관계만족도는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중년기 여성의 우울을 연구한 선행연구에서 사회적 지지가 우울에 유의한 부적 영향을 미치고 있었고[22], 자살을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를 고려한다면[23], 중년여성의 중요한 사회적 지지자인 남편과의 부부관계만족도는 우울 및 삶의 이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우울이 상당히 많은 선행연구들에서 자살생각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하고 있으며[10-14], 중년기 여성들이 우울에 취약하고 발현율이 높다는 보고가 많다[22].
이러한 선행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중년여성의 개인적 변인인 자아정체감의 상실은 부부관계나 우울, 살아야 할 이유를 감소시키며, 이러한 과정에서 부부관계만족도와 우울도 살아가는 이유의 변동에 중요한 매개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므로 본 연구에서는 중년여성을 대상으로 자살하지 않고 살아가는 삶의 이유를 측정하고, 이를 증진시킬 수 있는 예측변인으로 자아정체감과 부부관계만족도 및 우울의 역할을 검증해 보고자 한다.
Ⅲ. 연구 방법
1. 연구 대상
본 연구는 만 40세에서 60세 사이의 건강한 성인 중년여성 2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였으며, 불성실하게 응답한 질문지를 제외하고, 최종 200명의 자료를 분석하였다. 연구 대상자의 일반적 특성을 살펴보면, 평균 연령은 49.1세(SD=6.7)였으며, 40대가 106명 (53.0%), 50대가 94명(47.0%)이었다. 학력대는 고졸 이하가 81명(40.5%), 대졸 이상이 119명(59.5%)이었고, 여성 본인이 가정주부 외의 직업이 있는 경우가 126명(63.0%)이었고, 배우자가 직업이 있는 경우가 160명(80.0%), 배우자 직업이 없는 경우가 40명(20.0%)이었다. 결혼형태는 연애결혼이 102명(51.0%),중매결혼이 54명(27.0%), 연애와 중매의 절충혼이 41명(20.5%)이었으며, 기타 3명(1.5%)이 있었다.
2. 연구 절차
설문조사의 목적이 중년여성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연령이 40세에서 60세 미만의 중년여성만을 대상으로 조사하였다. 설문조사를 하기 전에 조사된 정보와 설문 내용에는 개인 신상정보가 기록되지 않으며, 자료는 연구 외의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음을 분명히 밝혔고, 언제든지 원하면 설문 응답을 포기할 수 있다고 공지하였다. 이에 설문지 응답에 자발적으로 동의하는 경우 구두로 동의를 표하고 설문지를 작성하도록 하였다.
3. 연구 도구
3.1 자아정체감
중년여성의 자아정체감은 박아청(2003)의 한국형 자아정체감 검사를 이경혜(1997)가 수정 보완한 척도를 사용하였다[17][19]. 총 20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위요인은 친밀성, 주도성, 목표지향성, 정체감 유예, 정체감 혼미, 자기수용성의 6개 요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위요인별 문항 수가 적은 척도이므로 하위요인별 분석은 수행하지 않았다. 각 문항은 “전혀 그렇지 않다” 1점에서 “매우 그렇다” 5점의 Likert식 5점 척도를 적용하여 측정하였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자아정체감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의 신뢰도 (Cronbach's α)는 .78이었다.
3.2 부부관계 만족도
부부관계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한국판 결혼만족도 척도 중 부부관계 불만족 척도를 사용하여 측정한 후, 역 채점하여 사용하였다[24][25]. 총 8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문항은 “전혀 그렇지 않다” 1점에서 “매우 그렇다” 5점의 Likert식 5점 척도로 측정하였다. 각 문항을 역 채점하였으며, 척도의 점수가 높을수록 부부관계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스럽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신뢰도(Cronbach's α)는 .92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3.3 우울
중년여성의 우울은 미국 국립정신보건연구원에서 개발한 CES-D(The Center for Epidemiological Studies-Depression Scale) 척도를 사용하여 측정하였다[26]. 총 20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문항은 “극히 드물었다” 1점에서 “대부분 그랬다” 4점의 Likert식 4점 척도로 측정하였다. 총 20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부 문항을 역 채점하여, 점수가 높을수록 우울 증상이 심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의 신뢰도(Cronbach's α)는 .92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3.4 삶의 이유
삶의 이유는 삶의 이유 척도(The Reasons for Living Inventory: RFL)를 사용하여 측정하였다 [27][28]. 총 48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위요인은 생존과 대처 신념, 가족에 대한 책임감, 자녀에 대한 걱정, 자살에 대한 두려움, 사회적인 비난에 대한 두려움, 도덕적 금기이다. 피검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자살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유로 설명문을 구성하여 측정하였으며, 하위요인은 원판의 요인구조를 사용하여 채점하였다. 각 문항은 “전혀 그렇지 않다” 1점에서 “매우 그렇다” 5점의 Likert식 5점 척도를 사용하여 측정하였다. 척도의 점수가 높을수록 살아야 할 이유 점수가 높은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의 신뢰도(Cronbach's α)는 .86이었다.
4. 분석 방법
자료 분석은 SPSS 25.0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연구 대상의 빈도와 백분율, 평균, 표준편차를 제시하였고, 연구 도구의 신뢰도는 Cronbach’s α 계수를 산출하여 분석하였다. 일반적 특성에 따른 연구 변수들의 차이를 검증하기 위해 분산분석(ANOVA)을 하였고, Scheffe 방법을 통해 사후검정을 실시하였다. 연구 변수 간의 상관관계는 Pearson의 적률상관관계 분석을 하였고, 매개효과는 SPSS Macro를 활용하여 95% 신뢰수준에서 분석하였다[29].
IV. 연구 결과
1. 자아정체감, 부부관계 만족도, 우울 및 삶의 이유에 대한 기술통계
중년여성의 자아정체감, 부부관계 만족도, 우울 및 삶의 이유의 평균 및 표준편차는 [표 1]에 제시되어 있다. 삶의 이유의 하위요인들을 살펴보면 ‘자녀에 대한 걱정’이 가장 높은 평균값을 보였고, ‘생존과 대처신념’, ‘가족에 대한 책임감’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 변수들의 왜 도와 첨도 값은 모두 ±2 범위 이내로 나타나 연구변수들의 정규성을 가정하였다.
표 1. 주요 연구 변수들의 평균 및 표준편차
2. 일반적 특성에 따른 자아정체감, 부부관계 만족도, 우울 및 삶의 이유의 차이
중년여성들의 일반적 특성에 따른 자아정체감, 부부관계 만족도, 우울 및 삶의 이유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는 [표 2]와 같다. 연령대에서는 50대의 중년 여성이 40대보다 유의하게 삶의 이유가 높았고(F=7.60, p<.01), 학력대에서는 고졸 이하의 집단보다 대졸 이상의 집단이 부부관계 만족도(F=5.60, p<.05)와 삶의 이유(F=10.26, p<.01)가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년여성 본인의 직업 유무 간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나, 배우자가 직업이 있는 경우 부부관계 만족도(F=17.03, p<.001)와 삶의 이유(F=11.60, p<.001)는 유의하게 높았고, 우울은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F=5.57, p<.05). 가구 월수입별로 살펴보면, 월 300만원 미만의 집단이 300-500만원 미만의 집단보다 유의하게 부부관계 만족도는 낮고(F=3.65, p<.05), 우울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F=4.68, p<.05), 삶의 이유는 가장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보고되었다(F=8.77, p<.001). 한편, 결혼 유형에 따른 유의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표 2. 일반적 특성에 따른 자아정체감, 부부관계 만족도, 우울 및 삶의 이유의 차이
주. 알파벳은 Scheffe의 사후검정 결과임. *p<.05, **p<.01, ***p<.001
3. 주요 연구변수 간의 상관관계
중년여성의 자아정체감, 부부관계 만족도, 우울 및 삶의 이유 간의 상관계수는 [표 3]에 나타나 있다. 자아정체감은 부부관계 만족도(r=.33, p<.001) 및 삶의 이유(r=.37, p<.001)와 유의한 정적 상관관계를 보였고, 우울과는 유의한 부적 상관관계를 보였다(r=-.49, p<.001). 부부관계 만족도는 우울과 유의한 부적 상관을 보였고(r=-.51, p<.001), 삶의 이유와는 유의한 정적 상관관계가 나타났으며(r=.38, p<.001), 우울과 삶의 이유 간에는 유의한 부적 상관관계가 있었다(r=-.43, p<.001).
표 3. 자아정체감, 부부관계 만족도, 우울 및 삶의 이유 간의 상관관계 행렬
***p<.001
4. 자아정체감과 삶의 이유 간의 관계에서 부부관계 만족도와 우울의 매개효과
중년여성의 자아정체감과 삶의 이유 간의 관계에서 부부관계 만족도와 우울의 이중 매개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SPSS Macro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29].
연구모형을 분석하기에 앞서 학력과 배우자 직업 유무, 그리고 월 소득 수준을 가변수(Dummy variable)화 하여 모형에서 통제하였다. 연구모형의 경로계수를 살펴보면[표 4], 중년여성의 자아정체감은 부부관계 만족도에 유의한 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었고, 우울에는 유의한 부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관계 만족도는 우울에 유의한 부적 영향을 미쳤으며, 삶의 이유에는 유의한 정적 영향이 나타났다. 우울은 삶의 이유에 유의한 부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도식화하여 [그림 2]에 제시하였다.
그림 2. 자아정체감과 삶의 이유 간의 관계에서 부부관계 만족도와 우울의 매개효과 모형
자아정체감과 삶의 이유 간의 관계에서 부부관계 만족도와 우울의 매개효과를 Bootstrapping 방법으로 분석하여 [표 5]에 제시하였다. 자아정체감이 부부관계만족도를 통해 삶의 이유에 미치는 매개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했으며(95% CI: .002~.084), 우울을 통한 매개효과도 유의하게 나타났다(95% CI: .011~.116). 자아정체감이 부부관계 만족도와 우울을 통해 삶의 이유에 미치는 이중 매개효과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95% CI: .004~.067).
표 4. 자아정체감이 삶의 의미에 미치는 영향에서 부부관계만족과 우울의 매개효과 모형의 경로계수
*p<.05, **p<.01, ***p<.001
표 5. 매개효과의 Bootstrapping 분석 결과
V. 논의
본 연구에서는 중년여성의 자아정체감이 삶의 이유를 증진시키는 과정에서 부부관계 만족도와 우울의 매개효과를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다음과 같이 논의하고자 한다.
첫째, 중년여성의 자아정체감은 삶의 이유를 유의하게 증진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아정체감이 중년여성의 주도적이며 목표지향적인 삶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년여성의 자아정체감은 자살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유를 높이는 것으로 이해해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서울과 경기지역의 중년여성 596명을 대상으로 중년기 자아정체감이 자살생각에 유의한 부적 영향을 미쳤다는 선행연구 결과와 유사한 것을 알 수 있었다[30]. 중년여성의 높은 자아정체감은 생존과 대처 신념을 높이고 가족 및 자녀에 대한 책임감을 증가시키며, 자살에 대한 사회적 비난을 고려하는 등의 살아야 할 이유를 높이고 자살을 예방하는 보호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중년기의 위험요인은 개인 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갱년기 등 신체적 변화와 육아, 직업 등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다양한 외부적 압력으로 인해 발생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중년여성들은 자신에 대한 성찰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져가게 된다. 자아정체감의 확립을 청소년기에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자아정체감을 유실하거나 혼미한 경우 직접적인 자아정체감 확립을 위한 프로그램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중년기 여성의 자아정체감 확립을 위한 프로그램은 매우 제한적인 실정이다. 내적 가족체계치료 활용한 자아정체감 증진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효과를 보고하였으나[31], 후속 연구가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둘째, 중년여성의 자아정체감과 삶의 이유 간의 관계에서 부부관계 만족도는 유의한 매개효과가 있었다. 중년여성의 자살생각과 관련된 선행연구에서 사회적 지지가 자살생각의 유의한 예측변인이었으며[22], 중년여성의 운동과 식생활, 성생활 등의 폐경 관련 활동보다 결혼만족도가 더 삶의 질을 잘 설명하는 유일한 변인이었다는 선행연구도 본 연구결과를 간접적으로 지지하고 있었다[32]. 출산과 양육 등 다양한 상황으로 인해 중년기 여성이 경력이 단절되거나, 사회적 활동의 제약 등을 경험했을 때 낮아진 자아정체감으로 인해 삶의 이유를 잃어가고 있지만, 남편의 지지와 같은 부부관계 만족도의 유지는 삶의 이유를 감소시키는데 완화 효과를 보이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가부장적 가정구조의 특성상 아내가 당면한 과제에 대해 남편의 도움을 받는 일이 쉽지는 않으나, 남편은 아내에게 가장 중요한 타자 중 한 명이고, 그의 지지와 결혼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중년여성의 위기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중년여성의 자아정체감과 부부관계 만족도는 우울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으며, 자아정체감과 삶의 이유 간의 관계에서 부부관계 만족도와 우울은 유의한 이중 매개효과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선행연구에서 우울이 자살 행위 및 자살생각을 예측하는 매우 중요한 변인이었다는 다수의 연구결과와 유사하게 나타났다 [10-14]. 자아정체감과 부부관계 만족도가 우울에 유의한 부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점은 남편이나 자녀들의 충분한 배려와 공동 가사 분담을 통한 가족의 지지, 그리고 부부가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은 우울을 낮추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었다. 중년여성의 위기감과 우울에 관한 선행연구에서 자아정체감은 우울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고, 위기감과 우울 사이에서 유의한 조절효과도 보이고 있었다[33]. 이러한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중년기 여성의 자아정체감의 저하는 부부관계 만족도를 낮추고 우울을 증가시키며 궁극적으로 삶의 이유를 저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중년여성의 삶의 이유를 증진키시기 위한 방안으로 일차적으로는 중년여성의 현재 삶에서의 자아정체감을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 변외진과 김춘경(2007)은 중년여성의 자아정체감을 증진시키기 위해 내적가족체계치료 프로그램을 제안하기도 하였다[31]. 이는 중년여성이 경험하는 자아정체감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들의 내적 체계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켜, 고유한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신뢰하며, 성장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의미요법을 적용한 원예치료 프로그램과 같은 방안도 제안되고 있다[34]. 이처럼 중년여성이 진정한 자신을 찾고 자아정체감을 형성하는 것은 중년여성의 위기를 극복하고 삶의 이유를 증진시키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수행할 과제이다.
중년여성의 자아정체감은 부부간의 만족도를 증진시키며, 또한 남편과의 전반적인 관계만족도는 중년여성의 우울과 삶의 이유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므로, 부부관계 증진을 위한 다양한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부부관계 만족도는 중년기 위기감이나 중년여성의 자아 정체감의 하락에도 우울과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에서는 “5060 부부관계증진프로그램”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도 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관계훈련을 중심으로 의사사통, 공유가능한 현실적 기대, 연결감과 헌신 등의 내용을 반영하여 개발되었고, 이야기치료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중년 부부들의 관계건강성지수의 유의한 증가가 나타나 효과를 입증하였다[35]. 이처럼 부부관계 증진을 위한 노력은 부부관계에 내에서 지속적으로 수행되어야 하며, 부부관계의 증진은 중년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이나 가정의 위기를 극복해가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본 연구에서는 중년여성의 자아정체감이 삶의 이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으며, 부부관계 만족도와 우울을 통한 변화과정과 부부관계 증진의 중요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중년여성의 자살을 예방하고, 다양한 위기감을 극복하기 위한 개인의 자아정체감 증진과 부부관계 만족도의 향상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의 개발과 사회적 적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본 연구와 관련하여 연구자는 다음과 같이 제언하는 바이다.
첫째, 본 연구는 서울․경기 지역의 40∼59세의 중년여성들을 대상으로 하였으나, 취약계층의 중년여성들을 직접적으로 연구설계를 통해 포함하기에는 표집에 어려움이 많아 일반적인 중년여성들을 대상으로 조사하였다. 추후 사회적으로 취약계층의 중년여성을 중심으로 심층적인 중년기 위기감과 삶의 이유에 대한 연구가 수행될 필요가 있다.
둘째, 본 연구는 중년여성들만을 연구대상으로 하였다는 점에서 특정한 계층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으나, 대부분의 중년여성이 가족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가족변인에 대한 고려도 후속연구에서는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현재는 부부관계 만족도에 한정하여 부부관계를 중심으로 가족변인을 다루었으나, 후속 연구에서는 중년남편의 자아정체감이나 부부간 차이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것도 의미있다고 보여진다.
셋째, 중년여성들의 위기 극복을 위한 자아정체감 프로그램 개발 등의 연구를 제안한다. 청소년들에 대한 프로그램은 많이 있지만, 중년여성들을 목표로 개발된 프로그램이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추후 사회적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개발할 필요가 있다. 중년여성의 특성과 시간대, 가족과 사회적 관계를 고려하여 프로그램의 개발에 적극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에서는 중년여성을 대상으로 자아정체감의 수준과 삶의 이유로 이어지는 과정을 검증하였다는 의의가 있으며, 추후 중년여성을 위한 자아정체감 프로그램 개발과 부부관계 증진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는데 의의가 있다.
* 본 논문은 제1저자 박희숙(2014)의 석사학위논문을 재분석하고 발췌하여 작성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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