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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thnography Research about the Electronics Panopticon Experience of the Temporary Position Man Laborer and Possibility for the Profanazion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의 전자 파놉티콘 경험과 세속화 가능성에 대한 문화기술지 연구

  • 노은청 (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박사 재학) ;
  • 성동규 (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이사) ;
  • 장성원 (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대표)
  • Received : 2019.12.23
  • Accepted : 2020.02.14
  • Published : 2020.02.28

Abstract

This research tries to examine the possibility of non-regular workers' electronic panopticon experience and the possibility of secularization, and get which meaning of life through that. Seven participants were selected for this Ethnography Research; Five young workers and two self-employees. The research is as follows. First, the media system and medium such as the smartphone and social media operate as the electronics panopticon device which constantly being watched. Second, this kind of electronics panopticon experience tries to observe the discipline of itself and experiencing de-extermination which lost its diversity by intended to internalize the actions demanded by the employer. Finally, the participants performed secularization by resisting power devices through smart devices and media and seeking workers' rights and interests through the community. Therefore, this research confirms the media could function as electronic panopticons device and as a device for the possibility of secularization.

본 연구는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들의 전자 파놉티콘 경험과 세속화 가능성에 대해 알아보고 이를 통해 어떠한 삶에 의미를 획득하였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청년노동자 5명, 자영업자 2명의 연구참여자를 선정하여 문화기술지 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스마트폰, SNS 등과 같은 미디어 기기 및 매체가 전자 파놉티콘 장치로서 작동하고 있었으며, 끊임없는 감시를 당하고 있었다. 둘째, 이러한 전자 파놉티콘의 경험은 고용주가 요구하는 행동을 내제화하여 스스로 규율을 지키고자 하였으며, 다양성을 상실한 탈주체화를 경험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연구참여자들은 스마트 기기와 미디어 매체를 통해 권력 장치에 저항하고 커뮤니티를 통해 노동자 권익을 찾는 행위를 함으로서 세속화 실천을 행하고 있었다. 본 연구를 통해 미디어가 전자 파놉티콘의 장치이자 세속화 가능성의 장치로 작동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Keywords

I. 서론

2017년 12월, ‘77만 원 세대’라는 표현의 기사 제목이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1인 청년 가구의 증가와 비정규직 문제로 인해 30세 미만 저소득 청년 가구가 벌어들이는 월 평균 수익이 78만원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1]. 이로 인해 ‘88만 원 세대’에서 ‘77만 원 세대’의 출현이 머지않았다는 우려와 함께 청년층의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사회에 큰 이슈가 되었다. 하지만, 청년 세대의 비정규직 문제는 비단 오늘날의 문제는 아니다. 1990년대 말 금융 위기 이후 한국 경제는 노동 인구의 대량 해고를 통해 기업의 자본비용을 효과적으로 절감하였다[2]. 그 결과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늘어났으며, 당시 청년층 역시 일용직 또는 아르바이트 등의 비정규직 상태로 내몰려 현재까지 사회적 문제로 고착화 되고 있다.

통계청의 2019년 6월 기준 ‘경제활동인구조사’[3]에 따르면 국내 실업자는 113만 명을 돌파했으며, 청년실업자는 2013년 8.0%에서 2.4%가 증가한 약 45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실업률은 2013년 8.0%에서 2019년 6월에 10.4%로 지속적으로 악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 청년들의 첫 일자리 근로형태 비중을 살펴보면, 계약기간이 1년 이하인 일자리의 비중이 24.1%로 2008년 이래로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시간제 형태의 일자리 비중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추세를 보여 2019년에는 19.3%를 달성했다.

나아가 100만원에서 150만원 미만 임금을 받는 청년층 인구는 27.7%로 나타났다[3]. 즉, 청년들의 첫 일자리는 근로형태로 살펴보아도 매우 취약함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청년층이 가장 많이 취업하는 산업은 서비스, 판매업으로 취업자의 22.6%인 79만 6천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부분이 시간제 직종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음을 알 수 있었다.

‘노력’을 해도 정규직 취업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와 같은 스마트기기를 상시적으로 동반하는 모바일 문화는 청년세대의 중요한 활력이자 놀이로서 작동해왔다. 이광석[2]에 따르면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1들은 장시간 근무와 업무 스트레스 등과 같은 열악한 근무 환경에 속에서도 스마트폰, 태블릿PC와 같은 스마트기기들을 유희와 휴식의 공간으로 사용한다. 인터넷과 모바일 미디어의 가상공간은 청년 노동세대들의 각박한 현실에서 벗어 날 수 있는 공간이며, 스마트기기는 오아시스와 같은 휴식의 공간을 매개하는 존재인 것이다.

다만 유희와 휴식의 도구로 사용된 스마트기기가 때로는 노동자를 감시하고 관리하는 일망 감시가 가능한 전자 파놉티콘(electronic panopticon)으로 작동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전자 파놉티콘이란 디지털 환경에서 전자 정보, 미디어, 디지털 기기들을 통한 감시자와 피감시자의 감시체계를 의미한다[6]. 예컨대, CCTV, 블로그, SNS, 카카오톡 등과 같은 미디어 환경을 통한 감시 체계 역시 전자 파놉티콘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전자 파놉티콘의 감시 환경은 노동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다[7]. 예를 들어, CCTV를 통해 노동자의 행동을 파악할 수 있고, 모바일 카카오톡을 통해 즉각적으로 규제하거나 지시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사회적 문제에 따라 학술계에서도 전자 판옵티콘과 노동자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앞서 살펴본 이광석[2]의 연구 역시, 청년 노동자를 실시간으로 통제하고 업무를 지시하는 장치로 스마트기기 가 사용되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스마트기기가 비정규직종에서 근무하는 청년들을 구속하고 통제하고 관리하여 감정노동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김영욱[6]은 디지털 환경에서 감시자와 피감시자의 착취 구도를 살펴보았다. 연구 결과 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은 전자 파놉티콘으로 작동하여 피감시자로 하여금 몰인간화와 함께 자발적으로 정체성을 감시하도록 만들었다. 나아가 이러한 능동적 감시 행태는 소비문화를 고착화 시키고 기존 권력과 자본의 논리를 강화하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하였다.

또 최현경[8]은 보육시설이라는 특수한 장소 속에서 CCTV가 어떻게 전자 파놉티콘으로 작동하는지 살펴보았는데, CCTV가 보육 교사에게 즉각적인 피드백이나 요청과 보육교사에게 자기검열을 진행하고 있어 테크노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것을 경험하였다. 이밖에도 노동과 전자 파놉티콘의 관계에 대한 연구들이 존재한다[9-12].

하지만 앞선 선행 연구들은 스마트기기를 단편적으로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들의 놀이와 통제의 도구로 분석하는데 그치거나, 전자 파놉티콘이 노동자에게 미치는 테크노 스트레스와 같은 부정적 영향에만 초점을 맞출 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미시적인 해결책마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는 이러한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들의 전자 파놉티콘 경험과 세속화 가능성에 대한 문화 현상을 분석하기 위하여 프랑스 사상가 Foucault의 파놉티시즘 개념을 통해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파놉티시즘이란 Bentham이 설계한 원형감옥을 뜻하는 파놉티콘에서 파생된 말로써, 감시가 있는 환경과 피감시자의 자기 통제적 권력의 형태를 일컫는다[13]. 이를 통해 Foucault는 권력의 감시가 피 지배자들에게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하였다.

나아가 통제와 감시 권력으로부터 해방적 차원으로 디지털 미디어를 살펴보기 위해 이탈리아 정치학자 Agamben의 ‘세속화’(profanazion)에 대한 사유를 사상적 자원으로 사용하고자 한다. 세속화란 Agamben이 권력으로부터 예속된 생명체를 해방시키기 위한 실천적 행위를 의미한다[14]. Foucault의 파놉티시즘 사유와 Agamben의 세속화 사유를 통해 감시 권력의 작동 원리와 해방 가능성을 본 논문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본 연구는 이상의 문제의식과 사상적 자원을 통해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들의 전자 파놉티콘 경험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해방의 가능성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문화기술지 연구방법론을 채택하였다.

Ⅱ. 문헌고찰

1. 파놉티시즘과 세속화 전략

파놉티시즘을 알기 위해서는 Bentham의 설계도 파옵티콘(panopticon)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파놉티콘은 그리스어로 ‘모두’를 뜻하는 ‘pan’과 ‘본다’를 뜻하는 ‘opticon’의 합성어이다. 파놉티콘은 흔히 ‘일망 감시시설’ 또는 ‘원형감옥’이라 불리며, 중앙의 감시탑을 중심으로 수감자들을 원형으로 둘러싼 듯 배치하여, 수감자들에게만 조명을 비추고, 감시탑은 어둡게 하여, 감시의 효율성이 높은 건축물이다[15].

이러한 건축의 구성과 형태는 수감자들로 하여금, 감시자의 유무 자체를 전혀 파악할 수 없어 늘 감시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며, 결국 무형의 감시자를 스스로 내제화하여 끊임없이 자발적으로 사회 권력이 요구하는 규범을 준수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즉 감옥 내 구조화 된 감시와 규율, 규범을 통한 훈육은 사회에 순종적인 개개인의 주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Foucault는 이러한 내재화된 자기 통제적 권력 형태를 비판하며, 이를 총체적으로 ‘파놉티시즘’으로 정의하였다[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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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Bentham의 파놉티콘 설계도[12]

이처럼 Foucault는 파놉티콘을 사례로 들며, 근대 이후 서양사회가 파놉티시즘에 근거해 있다고 비판하였다. 즉, 권력은 한 개인 또는 생명을 사회화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 존재하며, 학교, 병원, 공장, 병영, 수도원들이 파놉티콘의 권력 시스템과 닮아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최연희[17]의 ‘파놉티콘에서 본 학교의 모습 비판’의 연구를 살펴보면, Foucault가 지적한 권력 장치가 어떻게 현시대에 적용되어 작동하는지 확인 할 수 있다. 최연희[17]는 학교에 존재하는 파놉티콘의 모습을 찾아보고자 하였으며, 연구 결과, 학교에서는 시험, 상벌제도의 이용, 공간의 배치를 통해 아동을 통제 하고 있었으며, 규율을 통해 아동의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까지도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이러한 권력 장치의 작동은 시험 성적으로 학생 스스로를 평가하게 만들어, 한 사람의 고유한 주체를 인정하기보다 권력의 입장에서 스스로를 판단하게 만들어버리는 결과를 도출하게 된다.

오늘날에도 파놉티시즘은 사회의 안전과 질서를 담보해주는 이념의 위상을 잃지 않으며, 이 이념의 건축학적 결과물인 파놉티콘은 사회저변에서 발견된다[15]. 파놉티시즘은 지나간 과거의 문제뿐만 아니라 현재의 문제이자 근대화된 현대사회에서 도덕적 규범, 사회정치적 권력, 과학적 지식의 관계와 상호작용이 드러나는 나는 이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이다.

권력 장치가 순종하는 개인과 주체를 형성시킨다면, 권력 장치에 저항하고 새로운 주체를 형성할 수는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이탈리아 철학자인 Agamben은 Foucault의 장치의 사유를 확장시키며 세속화 전략을 제시한다[18]. Agamben은 ‘존재자’를 생명체들과 장치로 분류하며, 현실세계에는 인간과 사물, 존재하는 것들과 이들을 포획하려는 장치들이 존재한고 설명한다. 덧붙여 “생명체들의 몸짓, 행동, 의견, 담론을 포획, 지도, 규정, 차단, 주조, 제어, 보장하는 능력을 지닌 모든 것”을 장치라고 정의했다[14].

그렇기에 Foucault가 말한 감옥, 팝옵티콘, 규율뿐만 아니라 컴퓨터, 휴대전화, 철학, 펜, 글쓰기 그리고 가장 중요한 언어 그 자체도 장치이자 권력에 접속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나아가 생명체와 장치들이 맺는 관계의 결과물이 바로 ‘주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장치를 만나 주체성을 형성하는 것이다.

장치와 생명체의 만남은 꼭 하나의 주체만 형성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몸짓’마저 장치가 될 수 있는 Agamben의 주장에서 비추어 볼 때, 무한한 장치가 생명체와 만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주체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장치가 분화되고 무한히 증가하는 만큼 주체화 과정 역시 그에 대응한다. 장치가 아무리 ‘인간다움’의 근원이라 하더라도 장치에 포획된 생명체의 상태를 낙관적으로 볼 수 있을까?

Agamben은 ‘탈주체화’ 개념을 제시하며 그와 같은 질문에 대답을 대신한다. Agamben은 탈주체화를 설명하기 위해 휴대폰 사용자를 예를 든다[14]. 휴대폰 사용자는 휴대폰이라는 장치를 만나 주체를 형성하고 휴대 번호로 탈주체화 한다. 여기서 우리가 획득한 것은 오직 휴대 번호 뿐이다. 이처럼 Agamben은 탈주체화를 통해 인간이 독특성과 다양성이 상실된, 오직 휴대 번호로 존재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14].

그렇다면 포획된 장치로부터 해방되어 새로운 주체를 형성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를 위해 Agamben은 로마의 종교와 법에서 유래한 단어인 “세속화” 전략을 제시한다[18]. 로마법에 따르면 종교적인 것과 성스러운 것은 신들의 고유 영역이었다. 그것은 그 자체로 신성시되며 절대시 되었다. 인간들이 자유롭게 사용하거나 사고 팔수도 없는 존재로 여겨졌기 때문에 종교와 귀결된 성스러운 것이 가지는 신성한 “이용불가능성”을 위반하거나 침해하는 모든 행위는 “신성모독적”(sacrilegious) 행위로 치부했다[18]. “세속화하다”(profanare)라는 용어는 인간들이 신들의 영역과 존재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되돌린다는 뜻이다 [18].

다시 말해 세속화란 장치의 권력을 중지시키고 억압되었던 영역을 공통의 것으로 되돌리는 것을 뜻한다. Agamben은 세속화의 실천 형태에 대해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한다[18]. 첫째로 세속화의 가장 단순한 형태 중 하나인 “접촉”이다. Agamben은 인간이 신을 위해 제물을 바치는 희생제의 동안에 의례 참가자들이 신에게 바쳐진 고기를 건드리는 행위, 즉 접촉하는 순간 신에게 바쳐진 음식들은 세속적이고 먹을 수 있는 것이 되어버린다. 의례를 통해 분리되었던 인간과 성스러운 영역이 접촉하는 순간 성스러운 것을 분리해내어 공통의 것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둘째로 신과의 관계에서의 “소홀함”(negligenza)이다[18]. 이는 종교에서 신과의 주체의 관계, 즉 세심함, 정중한 태도, 성스러운 것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만 되는 형식들 앞에서 산만한 행태를 뜻한다. 산만한 행태는 종교의 규범 앞에서 자유롭게 되는 소홀함 행위이자 세속화 가능성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놀이”를 통해 세속화를 실천할 수 있다. 본디 몇몇 놀이 형태의 기원은 성스러운 영역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공놀이와 도박, 팽이, 체스판이 그 예이다. 먼저 공놀이는 본디 태양을 소유하기 위한 신들의 싸움을 본뜬 것이며, 도박은 신탁 풍습, 팽이와 체스판은 점술 도구였다[18]. 성스러운 영역에서 유래한 놀이는 신의 영역에서 인간을 자유롭게 떼어내는 것을 뜻한다. 놀이는 인간의 자유로운 행위로서 기능하며 세속화 한다.

그렇다면 세속화는 항상 긍정성만을 내포하고 있는가? 만약 법과 제도로 유지되고 있는 사회 질서를 세속화 시킨다면 어떻게 될까? 사실 현대의 장치를 세속화하는 것은 어쩌면 많은 문제를 야기 시킬 수 있는 일이다. Agamben은 모든 장치가 주체화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주체화 과정이 없는 장치는 제대로 기능할 수 없는 그 폭력 행사가 될 뿐이라고 지적한다[14]. Foucault 역시 규율 속에 장치가 일련의 담론, 훈련, 실천을 통해 순종적이지만 그 속에서 자유롭다라고 인지 할 수 있는 유순한 신체를 만들 수 있음에 주목했다. 장치를 통해 예속 된다 하더라도, 주체는 그 안에서 ‘자유’라 믿으며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러한 매커니즘 때문에 비로소 통치 기계로 작동 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법과 제도라는 장치가 있기에 시민들은 그 속에서 자유로운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장치들이 삶의 모든 영역에서 권력을 침투시키고 분산시키는 상황은 Agamben의 입장에서는 매우 불완전한 상황이다. 중요한 부분은 우리가 언제든 장치에 포획되고 분리된 것을 공통으로 사용 할 수 있도록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다. 이는 언제든 주체화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며 “통치될 수 없는 것”(Ingovernabile)에 빛을 비추게 되는 순간이다[14].

결국 주체는 장치를 벗어나서는 존재 할 수 없으나 세속화가 존재하는 한 비극적 결말에서 능동적으로 장치를 분석하고 되돌릴 수 있는 가능성을 뜻한다. 이는 곧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로서의 탈주체화 된 현실에서 벗어나 세속화를 통한 장치와 생명체 간의 관계 재정립을 통해 새로운 주체성을 획득할 수 있는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2. 전자 파놉티콘에 대한 논의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개인들은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습득할 수 있고 빠르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이 업무수행이 가능해졌으며, 우리 생활과 노동 현장에도 많은 측면을 변화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의 진화는 직장인들이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업무가 가능하도록 업무의 접근성을 높였다[19][20].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해 정보테크놀로지가 표면적으로는 사람들에게 무수한 혜택과 편익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사회적 구성원들의 사적 정보를 수집하여 가공하고 재처리하는 과정을 통해 그들의 사생활을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이른바 전자감시(electronic surveillance)의 위험성이 존재한다[21]. 예컨대 인터넷, CCTV, GPS, 전자지문 데이터베이스, SNS 등을 통해 국가기관이나 기업에서 손쉽게 개인 정보를 얻거나 감시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전자 정보들을 통한 감시 체계는 전자 파놉티콘, 혹은 정보 파놉티콘이라고 명명되었다[6]. 여기서 정보는 Bentham의 파놉티콘에서의 시선을 대신해서 규율과 통제의 기제로 작동한다. 정보를 통한 감시는 시선에 근거한 감시 메커니즘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7]. 파놉티콘에 갇힌 죄수가 자신의 감시를 당하는지 아닌지 모르듯, 전자 파놉티콘의 정보망에 노출된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국가나 기업 또는 직장의 상관에게 열람될지 아닐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이나 작업에 주의를 기울 수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 전자 파놉티콘의 대표적인 장치로 볼 수 있다. 먼저 스마트폰의 위치기반서비스는 사용자의 위치정보는 통신회사의 기지국 등에 노출되기 시작하고 이러한 위치정보는 통신사에서 통신망 등을 거쳐서 통신사에서 운영하는 자동저장장치 등에 일정기간 동안 혹은 장기간 저장된 한다[22]. 이러한 정보들은 사용자의 이동 경로, 시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준거가 될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을 통한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와 SNS 사용은 각 기업에 정보가 축적되어 감시와 추적이 가능해진다[23]. 이러한 네트워크는 소수의 권력자가 효과적인 감시시스템으로 피감시자 를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전자 기기를 통한 직접 감시의 대표적인 예로 CCTV(Closed-Circuit Television)를 들 수 있다. CCTV는 파놉티콘의 일망감시 체계를 담고 있다. 국내에 설치된 CCTV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움직임과 위치, 동선을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사람들의 일상을 일거수 일투족 확인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CCTV는 Foucault의 파놉티콘의 일망감시체계와는 유사성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측면을 보인다[12]. 파놉티콘의 경우 감시자가 피감시자의 눈에 보이지 않지만 피감시자가 감시체계를 내재화하여 스스로를 규율에 속박 시킨다. 도심 속의 CCTV는 사람들 눈에 드러나 있지만 이것이 일상화 되어 사람들은 더 이상 CCTV를 외면적으로 인식하지 않게 되면서 권력이 내재화 되는 것이다.

전자 파놉티콘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9]. 첫 째로 파놉티콘의 경우 죄수를 감시하는 간수가 ‘중앙’에서 주변을 감시했지만, 전자 감시의 경우에는 이러한 ‘중앙’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예컨대 모든 CCTV가 한 곳의 중앙에 관장되는 것도 아닐뿐더러, 피감시자는 자신이 찍히고 있는지도 모를 때가 있다. 나아가 Bentham의 감옥이라는 제한된 공간을 뛰어넘어 국가, 세계로 그 관장영역을 넓혔다. 둘째로 전자 파놉티콘은 피감시자의 자발적 협조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인터넷을 통한 개인정보 수집 동의와 같은 사례가 그 예다. 이는 감시당하는 사람이 감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자 파놉티콘의 경우 종종 역감시가 가능하다. SNS의 경우 자신의 정보가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 될 수 있지만 반대로 타인의 정보 또한 획득이 가능하다.

이러한 전자 파놉티콘의 특성은 기존의 파놉티콘에서 보이는 가시성의 원리에서 넘어서 가시적인 곳과 비가시적인 곳의 구분불가능성 속에 생명체를 노출시킨다[9]. 따라서 생명체는 감시받는 위치에 있음을 알 수 없으며, 이는 곧 Foucault가 우려하는 “개인들의 신체를 둘러싼 절대적이고 항구적인 가시성”이라는 파놉티콘의 과제의 완성을 뜻한다[14].

3. 비정규직 청년노동 선행연구

최근 노동시장 구조와 관련하여 중요한 이슈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청년실업 문제다. 청년실업 문제는 이미 1970년대부터 제기되었지만 베이비부머 세대(baby boom generation)들이 노동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에 나타는 일시적 현상으로 간주되었다[24]. 1978년, ‘OECD 청년실업 보고서’에 의하면 이러한 문제들은 베이비 부머 세대가 은퇴하는 순간부터 자연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25]. 나아가 당시 청년들의 교육수준은 다른 어느 세대보다 높았기 때문에 청년실업과 고용 문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러나 예상과는 반대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내, 외 청년실업과 고용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심화되어 왔다[26].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청년실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됨과 동시에 각국은 청년실업을 줄이고 고용을 창출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국내 역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의 많은 변화가 있었다. 먼저 청년실업률이 2012년 이래로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2012년 7,5%에서 2019년 6월에는 10.4%를 기록하였다[3]. 이는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의 청년실업률이 감소추세에 있는 것과는 확연히 대비된다[27]. 주목해야할 부분은 변화의 중심인 청년의 노동력이 아르바이트, 일용직 또는 비정규직 상태로 내몰렸는데, 무엇보다 고학력의 교육을 마치고 고용시장으로 진출해야할 청년층의 비정규직 노동의 환경이 매우 열악한 상태라는 점이다. 이는 노동법상 파견 및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있어 기업들이 기존의 인력을 비정규직화하거나 신규인력의 전환함으로서 비정규직으로 채용의 비중이 증가하기 때문이다[28].

이처럼 국내 비정규직 청년층의 증가로 청년 비정규직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먼저, 조문경[29]는 국내 청년노동시장의 변화와 특징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그 결과, 임시·일용직과 같은 불안전한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청년층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보고했다. 이는 정규직과 같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단기간 또는 임시적으로 직장을 유지하는 상태로 볼 수 있다. 비정규직과 같은 고용 안정성이 낮은 직장의 경우 청년 노동자의 스트레스, 불안을 경험할 수 있는데, 최길용과 김호현[30]은 국내 비정규직 청년들이 장시간 근무와 불안한 고용상태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불면증,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요통 및 근육통과 같은 신체에 직접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증상도 나타나고 있어 비정규직 청년 근로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건강상태가 나빠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나아가 김정숙[31]은 비정규직의 불안한 고용 환경으로 인해 청년 노동자들의 자존감이 저하되고 대인 관계 기피, 그로 인한 사회적 고립감을 경험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반복된 정규직 구직 실패 경험으로 인해 구직 활동 자체를 포기할 수 있는 상황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학력과 성별을 중심으로 한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에 대한 선행연구들을 찾아볼 수 있다[32-36]. 선행연구들을 살펴보면, 고졸 청년 근로자들의 문제는 대부분 가정환경에서 시작되는데 원가족의 경제적 상황이 비진학 의사결정에 주된 영향으로 작용한다. 대학 진학 포기와 같은 비진학을 결정한 이후에는 스스로에 대한 장기적 진로를 모색하거나 인적자원에 투자할 기회 및 진로 탐색에 대한 시간적 여유나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떠밀리듯 노동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선택하는 일자리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이며 저임금·비숙련 일자리로 장시간 노동을 통해 낮은 소득을 보충한다. 또한 비정규직 고졸여성의 경우 가사와 양육 형태까지 겹쳐저 복잡한 노동환경에 처해있다고 밝히고 있다[36].

진형익과 이미숙[38]은 제조업을 산업경제의 기반으로 두고 있는 창원시내에 100인 미만의 제조업 사업장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청년노동자를 대상으로 실태분석을 하였다. 연구 결과, 대부분의 청년 노동자들은 150~250만원의 임금을 받고 있었으며,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교하여 부당한 대우에 사직을 선택하였으며, 근로 환경을 개선하고 사업장 감독을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나아가 많은 청년 노동자들이 자기 개발의 욕구를 지니고 있지만, 근로환경으로 인해 실행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밝혔다.

한편,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와 미디어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도 존재한다. 이광석[2]은 국내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들과 모바일기술과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그 결과 스마트폰이 권력 장치로 작용하여, 노동 현장에서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들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통제하며, 감정노동 강화를 위한 ‘유리감옥’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모바일 미디어가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들을 적절히 원격으로 관리하는 통제능력을 크게 신장시키고 있었다. 즉 스마트폰은 온·오프라인에서 노동하는 청년 신체의 관리장치로 작동되고 있었다. 이는 곧 신체를 훈육하고 통제하여 자동 기계적으로 유순한 신체 로 되어가는 Foucault의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본 연구가 미디어 연구, 비정규직 청년노동연구, 청년과 세대문화 연구가 중첩적으로 연동하는 학제 간 연구의 영역이기 때문에 미디어와 노동문화를 총괄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선행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나아가, 전자 파놉티콘에 포획된 청년노동자들의 미디어를 통한 저항 가능성까지 제시하고 있는 연구는 찾기가 힘들었다. 따라서 본 연구는 비정규직 청년노동자들의 전자 파놉티콘 경험과 세속화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Ⅲ. 연구문제와 연구방법

1. 연구문제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연구문제를 설정하였다.

연구문제 1. 연구 참여자들은 전자 판옵티콘을 통하여 어떠한 경험을 하였는가?

연구문제 2. 연구 참여자들은 전자 판옵티콘을 통해 어떻게 주체화되었는가?

연구문제 3. 연구 참여자들은 전자 판옵티콘을 벗어나기 위해 어떠한 세속화 시도를 하였고 그 의미는 무엇인가?

2. 연구방법

2.1 문화기술지 연구의 방법론적 특징

문화기술지(ethnography) 연구는 민족, 종족을 뜻하는 ‘etno’와 기록, 기술을 뜻하는 ‘graphy’가 합성된 말로 문화인류학을 바탕으로 이론과 방법론의 체계가 정립된 질적 연구의 한 유형으로 다루어지고 있다[39]. 초기 문화기술지는 1920년대 초 Brown, Malinowski, Boas 등 인류학자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제기었으며, 자연과학을 바탕으로 두고 있었다. 이 때문에 학자들은 자연과학의 원리를 찾는 방법과 유사하게 인간의 행동 패턴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였으며, 이로 인해 문화기술지는 비교, 분류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40]. 문화기술지의 대표적인 예로는 Malinowski가 진행했던 트로브리앤드 제도(Trobriand island)에 사는 원주민들에 관한 연구를 들 수 있다. 이 연구는 섬에 사는 주민들의 일상적 삶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 그대로 기록하였으며, 이는 과학적 접근 방법에 탈피해 주민들의 문화와 생활을 연구 자료로 수집하려는 최초의 방법이었다[41]. 하지만 여전히 자연과학적 접근 방법에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그 이후 Spredley에 의해 연구 방법론은 체계화 되었는데, 그에 따르면, 문화기술지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함의를 제공한다. 먼저 문화기술지는 이론을 검증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이론의 근거를 발견하는 연구 방법이다. 둘째, 현대의 복잡한 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여러 계열의 문화적 부호를 통해 살아가며, 문화기술학은 이러한 복합 성질을 이해하는데 적합한 방법을 제시한다. 셋째, 문화기술지는 행위자의 행동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으며 분석하는 방법으로 의미를 지닌다[42]. 이러한 실천적 함의를 통해 비추어볼 때, 앞서 주지한바와 같이 문화기술지 연구는 사회적 삶에 대한 일상적인 기록으로, 문화생산, 특정 사회갈등, 실천행위를 기록하고 분석하는 연구방법이다[39]. 또한 Spredley는 문화기술지의 연구방법을 총 12단계로 설정하여 구체적인 연구방법을 제시하고 있다[39]. 이를 요약하면 아래 [표 1]과 같다.

표 1. Spredley의 12단계 문화기술지 연구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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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으로 문화기술지는 연구자가 참여관찰이나 집단 구성원들과의 면접을 통해 이루어짐으로써 문화공유 집단의 행동, 언어, 상호작용의 의미를 연구한다[43]. 나아가 연구자가 문화를 공유하는 집단 속에 참여하여 수집한 인터뷰 자료를 바탕으로 특정 문화와 집단을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39]. 이는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들의 전자 판옵티콘 경험과 문화를 살펴보기에 적합한 연구 방법이다.

2.2 연구참여자 선정 및 자료수집 방법

본 연구는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를 중심으로 연구 참여자의 전자 판옵티콘 경험을 분석하고자 질적연구 방법을 채택하였다. 질적 연구는 인간과 사회, 사물을 깊이 있게 기록하고 관찰하면서 현상을 이해하고 문제를 찾아내는데 적합한 연구방법이다[43]. 변인 간 인과관계나 영향관계를 설명하는 양적연구와는 다르게, 질적 연구는 연구 참여자의 정서와 주관성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이 가능하며, 통제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연주의적이고 해석적인 접근이 가능하다[39]. 또한 질적 연구의 경우 의미 있는 개인과 집단을 조사하는데, 연구자는 현장에 중심을 둔 자연스러운 상황 속에서 연구 참여자 와 밀접한 상호 작용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순환적이고 귀납적으로 자료를 분석해야 한다[43].

본 연구에서는 비정규직 청년 남녀 5명과 자영업을 운영하고 있는 연구참여자 2명을 의도적 표집 방법과 눈덩이 표집 방법으로 최종 선정하였다. 인터뷰는 반구조화 된 문항을 토대로 일대일 심층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또한 연구 참여자와의 라포(rapport) 형성과 충분한 문화기술지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2019년 5월 24일부터 6월 3일까지 6회, 2020년 1월 20일부터 23일까지 4회, 총 10회의 참여관찰 및 심층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또한 연구 참여자들이 편하게 인터뷰에 응할 수 있도록 직장 주변 카페에서 약 2시간에 걸쳐 진행하였다. 인터뷰 내용은 사전에 연구 참여자의 동의를 받은 뒤 스마트 폰으로 녹취하고 문서화하였다. 이후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질문은 추가 인터뷰 또는 이메일을 통해 보충하였다. 연구 참여자의 일반적 특징은 아래 [표 2]과 같다.

표 2. 연구 참여자의 일반적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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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분석방법 및 신뢰성 검증

수집된 자료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Spredley의 방식을 토대로 분석하였다. 다만,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Creswell이 제시한 연구 전략 중 하나인 연구 참여자, 연구자, 이론에 대한 삼각검증법을 실시 하였다[43]. 먼저 연구자 스스로 수집한 인터뷰 녹취록과 자료를 바탕으로 사실 관계를 재검토하였다. 다음은 연구자의 분석이 적합한 재현인지를 연구 참여들로부터 직접 확인을 받는 작업을 통해 심층인터뷰 내용에 대해 신뢰성을 검증하였다. 이를 위해 연구 참여자에게 인터뷰 분석결과를 직접 메일로 발송하여, 연구 참여자 본인의 의도가 적절한 것인지 또는 다르게 해석 된 부분이나 삭제, 수정을 원하는 부분이 있는 지 확인 요청하였다. 마지막으로 질적 연구의 전문가를 통해 신뢰성을 검증받는 단계[43]를 통해 요구된 수정, 삭제 사항을 보완하는 작업을 실시하였다.

Ⅳ. 연구 결과

1. 전자 판옵티콘을 통한 감시

본 연구는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들의 전자 파놉티콘 경험과 세속화 가능성을 문화 기술지 연구 방법을 통해 심층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먼저 연구 참여자들의 전자 파놉티콘을 통한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 수집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크게 세 가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첫째, 전자 파놉티콘 장치는 CCTV, 컴퓨터 감시프로그램, 생체정보 기기, 스마트폰, SNS, 카카오톡으로 나타났으며, 이를 통해 감시, 관리되고 있었다. 둘째, 카카오톡과 같은 미디어 매체를 통한 영상 공유로, 전자 파놉티콘의 ‘중앙’ 감시 역할의 주체가 뚜렷하지 않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으며, 피감시자는 우울의 정서를 느끼고 있었다. 셋째, 전자 파놉티콘의 감시 형태가 고용형태에 따라 구분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인터넷을 접속할 때, 구글 프로그램인 크롬을 사용해요. 크롬은 회사 통합아이디로 사용하여야 하는데, 이럴 경우에는 접속기록을 확인할 수 있어요. 고유 식별 컴퓨터 ip를 통해서 어떤 것을 검색했고, 어떤 사이트를 접속했는지 알수 있어요.” (연구참여자 1, 여성)

“회사 컴퓨터에 원격 조정 프로그램이 각 컴퓨터마다 설치되어 있어요. 부장, 팀장님이 원하면 언제든지 회사 동료 컴퓨터를 열람하거나, 조종이 가능합니다. 팀뷰어의 경우는 상대방 컴퓨터를 원격으로 접속할 때 승인 절차가 필요한데, 우리 같은 경우에는 그런 게 없어요. 일방적으로 원격 조정이 가능합니다. 회사내에서 업무 효율을 위해 원격조정을 한다는데 사실상 감시와 같아요.” (연구참여자 2, 남성)

<연구참여자 1, 2>는 사용하는 회사 컴퓨터내에 설치되어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원격으로 감시당하고 있었다. <연구참여자 1>의 경우는 인터넷을 사용할수 있는 ‘크롬’ 프로그램을 회사내에서 사용 권장하고 있었으며, 그 경우 접속기록이 상세하게 남아 <연구참여자 1>을 실시간 감시할 수 있었다. <연구 참여자 2>의 경우 원격 조종 프로그램을 회사 컴퓨터에 설치하여, 언제 어디서든 관리자의 감시를 받거나, 심지어 컴퓨터를 검열, 관리, 조종을 할 수 있었다.

“지문 인식으로 출근과 퇴근 체크를 해요. 토요일은 격 주로 출근하는데, 주로 선배들은 오전 11시쯤 출근하고 저는 혼자 9시에 출근해요. 너무 아픈 날이었고,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각하거나 휴무를 쓰기가 너무 눈치 보였어요. 그래서 아파도 참고 출근했는데, 30분 정도 지각했거든요. 지문인식으로 출, 퇴근을 체크하니까 팀장님이 알고 계신 거죠. 속일 수가 없거든요. 지문으로 하는 거니까. 일일이 다 체크 안하시는 줄 알았는데.” (연구 참여자 1, 여성)

“오픈조라 오전 7시에 카페 손님을 받아요. 그 전에 출근해서 준비를 해야 되요. 아침잠이 많아서 지각할 때가 종종 있거든요. ···(중략)··· 첫 월급을 받던 날 월급이 안 맞는 거에요. 돈이 모자라란 것 같아서 사장님께 말씀드렸더니, 지각한 부분을 계산해서 월급에서 뺐다는 거예요. 사장님은 항상 오후 3시쯤에 오시거든요. CCTV랑 컴퓨터 접속 시간을 체크해서 지각한 시간을 계산 한 거죠.” (연구 참여자 4, 여성)

<연구참여자 1>의 인터뷰를 통해 전자 파놉티콘 경험을 알아본 결과, 지문 인식을 통해 개인의 정보를 수집, 감시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Agamben은 지문인식과 같은 생체인식 장치는 주체성의 가장 사적이며, 소통 불가능한 요소를 등록하고 데이터로 정리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생체 정보들은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인격과는 연관 없는 생물학적인 정보이며, “인격 없는 정체성”으로 표현하며 비판했다[14].

이러한 생체인식 장치의 주요 기능은 생명체를 감시하는 것과 더불어 “추적가능성”에 있다[14]. 생명체의 동선과 흐름을 파악하여 감시하고 추적하는 것이다.

[연구참여자 4]의 경우, CCTV와 컴퓨터 접속 정보를 통해 감시당하고 있었다. 구윤희[12]에 의하면 CCTV는 현대화된 파놉티콘의 일망감시 체계로써, 이를 통해 사람들의 움직임과 위치, 동선을 면밀히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 감시자는 피감시자의 일상을 상세히 감시할 수 있다.

“새벽에 배가 너무 아픈거에요. 화장실이 내부에 있던 가게라 문을 잠그고 화장실에서 볼일보고 나가려는데, 갑자기 점장한테 전화 오는 거에요. 그때 새벽 2시 좀 넘었거든요. 다짜고짜 어디냐고 해서 화장실이랬더니, 문 밖에 손님 있는거 안보이냐고, 문 잠겨서 클레임 들어왔다고 따지며 뭐라 하길래 부랴부랴 나가서 손님 맞았어요.” (연구 참여자 5, 남성)

“아파트 후문 주차장 게이트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어요. ···(중략)··· 입주민 차량이 지나갈 때는 앉아 있다가 일어서서 안녕하십니까. 좋은 하루 되십시오. 또는 좋은 하루 되셨습니까? 라고 인사 해야 되요. 근데 제가 그때 인사 자세가 구부정했나 봐요. 고개만 살짝 숙인 정도였는데, CCTV로 팀장님이 보시고 전화하셨어요. 일 똑바로 안하냐고. 인사를 왜 그렇게 하냐고. 2시간씩 게이트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는데, 너무 힘들 거든요. 인사 40도로 안했다고 욕먹으니까 비참하죠.” (연구 참여자 3, 남성)

인터뷰 결과 [연구참여자 3, 5] 모두 CCTV를 통해 업무 활동을 감시당하고 있었다. [연구참여자 5]는 생리적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편의점 문을 잠그고 화장실을 다녀왔으나, 점장의 전화 연락을 통해 즉각 행동을 통제 당했으며, [연구참여자 3]의 경우 역시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화를 통해 업무 행동을 교정 받았다. Foucault는 감시와 규율, 훈육을 통해 생 체-권력이 복종할 수 밖에 없는 ‘유순한 신체’를 만들어 낸다고 설명한다[16]. 나아가 감시 권력은 그 의사와 상관없이 신체와 지식에 결부하여 관계를 형성한다고 주장하였다[16]. 이와 같은 Foucault의 관점에서 보면, CCTV을 통해 즉각적 감시와 스마트폰을 통한 훈육으로 연구참여자를 통제하고 관리한다. 여기서 CCTV와 스마트폰은 감시와 훈육을 담당하는 생체-권력 장치로 작동했음을 알 수 있다.

“글라인더 쪽은 가게 구석에 있어서 CCTV에 나오지 않는 공간이거든요. 그래서 거기서 폰 하거나 기대서 쉬고 있는데, 카톡으로 사장한테 전화 올 때가 있어요. 안보이는 곳에 있지 말고 앞에 나와 있으라고. 그래서 실제론 사각지역이 없어요. CCTV에 안보이면 사각지역에 있다는 뜻이니까.” (연구참여자 4, 여성).

<연구참여자 4>는 CCTV에 찍히지 않는 사각지역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으나, 감시자에 의해 즉각적으로 제지당했다. 실제로 사각지역은 CCTV촬영 범위 밖의 공간이지만, 감시 공간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감시대상자의 상태를 유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명백한 사각지역은 아닌 공간으로 확인되었다. 즉 전자 파놉티콘을 통해 감시자는 감시대상자의 모든 영역을 감시하고 통제 할 수 있다.

“아니 노는 것도 아니고 생리 현상가지고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게 너무 화가 나고 자존감도 떨어지고 ···(중략)··· 기분 너무 불쾌했어요.” (연구참여자 5, 남성)

“단톡방이 있거든요. 사장님랑 알바생들이 있는 단톡방인데, 사장님이 동영상을 올렸어요. 알바생들은 그 동영상보고 웃고 있고. 다운 받아서 영상 봤는데, 제가 입구에서 넘어지는 동영상이더라고요. 그날 지각할까봐 급하게 뛰었는데, 주차금지 라인에 걸려 넘어졌어요. 그게 CCTV에 찍혀서 사장이 올렸더라고요. 웃자고 올린 영상이지만 너무 기분 더러웠어요. 지각하면 월급에서 깎이니까 뛰었더니 놀림거리나 되고.” (연구참여자 4, 여성)

<연구참여자 4>의 경우 CCTV로 촬영된 영상은 데이터로 저장되어 카카오톡을 통해 공유되고 있었다. 홍석욱[6]에 의하면 전자 파놉티콘의 경우 Bentham의 파놉티콘과 같은 ‘중앙’의 감시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존재한다. 카카오톡을 통한 영상 공유는 감시 대상자로 하여금, 누구에게든 감시당할 수 있음을 내재화 시킨다. 나아가 이러한 감시된 정보 공유로 인해 <연구참여자 4, 5>가 우울의 정서를 느끼고 있었다. 즉, 생체-권력은 생명체의 감정에도 영향을 미쳐 우울과 슬픔의 정서를 유발할 수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기가 조심스러워져요. 늦은 시간에 친구를 만날 수도 있고 클럽을 갈 수도 있는데 ···(중략)··· SNS를 보고 다음날 말 할 때가 있거든요. 밤 늦게까지 밖에 있으니 업무시간에 집중을 못한다던지, 업무를 잘 못한다던지. 그런 식으로 말하죠. 괜히 위축되고, 인스타그램에 사진 올리는 게 조심스럽죠.” (연구참여자 1, 여성)

“아프다고 하고 결근했어요. 다음날 사장님이 아픈데 페이스북 할 시간은 있었냐고 말하더락고요. 아마 상태표시 창에 로그인할 걸 보고 그런 말 하는 것 같아요. 진짜 그 날 아팠는데, 억울하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할 말은 없더라고요. 사장님도 출근시간에 딴 짓하거든요. 페이스북 보면 딴 짓하면서.” (연구참여자 4, 여성)

SNS와 같은 네트워크는 소수 권력자가 효과적인 감시시스템으로 피감시자를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7]. SNS는 한정된 공간에서 벗어나 무제한적 전자 감시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연구참여자 1, 4>의 경우 업무 외 시간에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사용하였고, 이를 통해 관리자 또는 고용주는 연구참여자를 감시, 관리하고 있었다. 이러한 감시 경험으로 인해 SNS 사용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나아가 SNS 사용 행위에도 영향을 미쳐 SNS 활동시 자기검열을 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즉, SNS 전자 파놉티콘이 연구참여자로 하여금 감시체계를 내재화하여 스스로를 규율에 속박 시킨다. 예컨대, 피감시자는 SNS 접속이나 사진, 문자 전송과 같은 행위를 스스로 검열하고 통제한다. 흥미로운 부분은 SNS를 통해 피감시자가 감시자를 감시하는 역감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연구참여자 4>는 페이스북을 통해 관리자, 고용주의 상황을 확인하고 있었으며, 이는 선행연구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전자 파놉티콘 특징 중 역감시의 가능성을 확인 할 수 있었다[6]. 연구참여자들을 그룹별로 분류하여 전자파놉티콘의 감시 형태를 정리하면 [표 3]과 같다.

표 3. 전자 파놉티콘의 감시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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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자 파놉티콘 경험을 통한 탈주체화

본 연구에서는 전자 파놉티콘 경험을 통한 주체화를 알아보았다. 그 결과 연구참여자들은 관리자 또는 고용주에게 감시당할 수 있다고 인지하였으며, 훈육된 규율을 내재화하여 스스로 알바생, 부하 직원, 아파트 관리인 등으로 개개인의 다양성을 상실해버린 탈주체화 상태에 놓여 있었다. 또한 나아가 고용주, 관리자인 [연구참여자 6, 7]는 미디어를 통한 업무 감시와 지시를 당연하게 느끼는 감시자로서 주체를 형성하고 있었다. 또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따라 전자 파놉티콘의 감시에 대한 대응 차이도 드러났다. 정규직의 경우 노조 가입을 통해 감시 권력에 적극적으로 대항하고 있었지만, 비정규직의 경우 실질적으로 노조 가입할 수 없어 전자 파놉티콘을 통한 감시에 저항하지 못하고 순응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행동을 함부로 할 수 없어요. 손님 없을 때는 편하게 쉬어도 되거든요. 불편하니까 재고 정리나 하는 거죠. 아니면 진열 된 상품 확인한다거나. 다 끝나면 카운터에 앉아 있어요.” (연구참여자 5, 남성)

“가만있으면 일 안하는 것 같이 보이나 봐요. 그래서 괜히 할 일도 없는데, 복사기 옆에 붙어 있거나. 책 상 위에 서류를 쌓아 놓고 찾는 척 하거나. 비품 서랍 앞에 괜히 있는 거죠. 컴퓨터에는 보지도 않는 엑셀 파일을 켜놔요. 그래야. 일 열심히한다고 생각하고, 괜히 마음도 편하고.” (연구참여자 1, 여성).

“게이트(입구) 업무를 볼 때는 자세를 바르게 앉아요. 솔직히 편하게 앉아도 되는데, 업무 지적 당하고 싶지 않아서 ···(중략)···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해도 되는데 하지 못해요.” (연구참여자 3, 남성)

<연구참여자 5>는 CCTV를 통해 근무 상황을 감시당할 것을 우려하여 근무 시 행동에 제약을 받는 것으로 확인 할 수 있었다. <연구참여자 1>는 정해진 해당 업무를 다하여 휴식을 취해도 충분하나, 불안한 마음이 들기 때문에 복사기, 비품 서랍 앞에 서 있거나, 사용하지 않는 엑셀 파일을 컴퓨터 모니터에 띄어 놓고 업무 활동을 하였다. <연구참여자 3>은 편한 자세로 앉지 못하고 바른 자세로 업무활동을 장시간 지속하였다. Foucault는 Bentham의 파놉티콘 구조를 통해 생체권력에 예속화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16]. 파놉티콘 감옥에 갇힌 수용자가 가시성에 의해 스스로 감시당하는 존재로 내재화하여 상상을 통해 규율에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고, 내면화 시킨다[16]. 즉, 끊임 없이 자기검열을 통해 파놉티콘이라는 권력 장치를 규칙적으로 작동하게 만든다. 이러한 Foucault의 관점에서 보면, <연구참여자 1, 3, 5>는 관리자 또는 고용주에게 감시 당할 것을 우려하여 훈육된 규율을 내재화하여 스스로 규율을 지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파놉티콘의 가시성 원리를 통해 <연구참여자 1, 3, 5>은 훈육, 통제되어 ‘유순한 신체’를 만들어내고 예속화 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현장에 계속 있을 수 없어요. 현장이 위험하기도 하고 계속 봐줘야 해요. 직원들이 자칫하면 다칠 수도 있으니까 계속 감시하는 거죠. 스마트폰 이런거 하고 있으면 현장에서 바로 사고 날 수도 있거든요. 그때그때 확인하고 바로 지시하고 하면 문제 안생기고 그게 더 효율적이고. 사장으로서 당연하잖아요. 사업장을 관리 감독하는건” (연구참여자 6, 남성)

“신문이나 뉴스에서 CCTV를 통한 감시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직접 업장을 운영해보면 그런 말이 나올 수 없어요. 업장 내에서 분실, 안전 사고와 같은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업무 효율을 위해서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연구참여자 7, 남성)

인터뷰 결과 [연구참여자 6, 7]은 CCTV, 스마트폰을 이용한 전자 감시와 통제, 훈육에 대해 효율적인 방법으로 느끼고 있었다. 전자 파놉티콘의 전자 감시체계는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감시, 통제, 훈육할 수 있었다. 나아가 연구참여자는 업무 감시와 미디어를 통한 업무 지시를 당연하게 느끼는 감시자로서 주체를 형성하고 있었다. Agamben은 존재자를 생명체들과 장치로 분류하였다. 나아가 생명체와 장치들이 맺는 관계의 결과물을 주체라고 설명한다. 즉, 생명을 포섭한 장치의 결과물이 주체라는 것이다[14]. 이러한 Agamben의 관점에서 보면, [연구참여자 6, 7]은 전자 감시 기기라는 장치를 통해 ‘감시자’로 주체화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감시자’로서 ‘당연히’ 피감시자들을 관리, 감독해야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또 <연구참여자 7>을 인터뷰한 결과,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CCTV 감시 행태에 대해 정당하다는 입장을 지니고 있었다. 언론에서 전자 파놉티콘과 관련된 전자 감시에 대해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윤리적 문제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파견직이고 계약 기간이 1년이기 때문에 노조에 가입할 수 없어요. 정직원들은 노조에 가입해서, 감시나 업무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가 있으면, 노조 차원에서 도움을 받는데, 노조 가입을 할 수 없으니까요. 어쩔 수 없죠.” (연구참여자, 2).

한편,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따라 전자 파놉티콘의 감시에 대한 대응 차이가 나타났다. 정규직의 경우, 노조 가입을 통해 적극적으로 감시 권력에 대항할 수 있었으나, 비정규직의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노조가입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감시 권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순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각할 수도 있고, 일을 제대로 하는지 확인하려면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또 시급도 늘어서 사장님 입장에선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에요. 이젠 혼날만한 짓을 웬만하면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손님 많이 올 시간이면 화장실도 안가요. 좀 참았다가 가거나.” (연구참여자 5, 남성).

“그냥 시키는 일만 하면 욕 먹을 일이 없어요. 점심시간이 휴식시간이니까 그때 최대한 쉬고 ··· (중략)··· 업무 시간에 SNS 잘 안하고, 접속도 잘 안하고, 시킨 일 최대한 실수 없게 잘하려고 노력하고 ···(중략)··· 예전에는 업무 외 또 일 시킬 수 있으니깐. 퇴근할 때, 컴퓨터 켜고 퇴근하고 팀뷰어로 연결시켜 놓고 ···(중략)··· 부하 직원이니까 근무 지시를 따른거죠. 직장이니까” (연구참여자 1, 여성).

“솔직히 어딜가나 다 그렇다고 생각해요. 연봉만 다를 뿐이지. 다른 곳이라고 대우가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더하면 더 했지. 아파트 관리인이 싫으면 다른 곳으로 이직하면 되는데 아직 그럴 수 없으니까. ···(중략)···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집단에 섞이려고 노력해요. 군대도 다녀왔으니까.” (연구참여자 3, 남성).

Foucault는 외부의 영향으로 특정한 목적에 따라 획일적으로 주체화되어 생물체가 예속적 주체화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16]. 예컨대, Foucault가 우려하는 상황이란 한 국가의 국민, 정상인 혹은 비정상인, 정신병자와 같은 획일적으로 특정 목적에 따라 예속화 되는 상황이다. 또한 Agamben은 장치에 포획된 생명체가 개개인의 독특성과 다양성이 상실된 탈주체화 상태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11]. 이는 언제든지 외부 권력을 통해 생명체의 제어가 가능함을 뜻한다. 이와 같은 Foucault와 Agamben의 관점에서 보면, [연구참여자 1, 3, 5]은 알바생, 부하 직원, 아파트 관리인으로 행동하고 인식하고 행동함으로서, 개개인의 다양성을 상실해버린 탈주체화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언제든 고용주 또는 관리자가 외부 생체-권력 장치를 통해 연구 참여자를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3. 세속화 가능성

본 연구에서는 연구참여자들이 전자 파놉티콘을 벗어나기 위해 어떠한 세속화를 시도 하고 있었으며 그 의미는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연구 결과, 세속화 가능성을 위한 실천 행위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기존의 전자 파놉티콘 장치로 작동 되었던, 스마트폰, SNS를 놀이와 휴식, 유희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둘째, SNS 차단, 업무 외 이메일 확인을 하지 않는 등의 차단 행위를 통해 사생활과 업무 시간을 구분하고 대학원 진학 및 자기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셋째, 온라인 사이트나, 게시판을 통해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고, 취업 정보를 얻고 소통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온라인 커뮤니티와 같은 미디어 매체가 꿈과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세속화 가능성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야간이고 손님 없을 때는 스마트폰 해요. 인스타그램에서 재밌는 영상이나 사진을 본다거나. 사람들 사는 것도 보고, 폰 게임 할 때도 있어요. 손님 오면 자동기능 켜놓고 ···중략··· 친구들이랑 카톡을 하거나 여자친구랑 톡해요. 쉬는 시간은 제가 그냥 정해 놓고 웬만하면 맞춰서 쉬려고 해요. 주로 담배피고.” (연구참여자 5, 남성)

“폰 해요. 검색도 하고 게임도 하고 친구들이랑 카톡도 하고. 손님 없고 할 일이 없을 땐 폰할 때가 제일 많은 것 같아요. 사장님이 몇 번 뭐라했는데, 준비 다했고 손님도 없을때만 하는 거니까. 그리고 사장님 연락도 카톡으로 오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안볼 순 없어요.” (연구참여자 4, 여성)

인터뷰 결과 <연구참여자 4, 5>에게 스마트폰은 전자 감시 장치이자 반대로 유희를 즐기는 도구이자 소통의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업무가 없을 때는 스마트폰을 통해 게임을 하거나 카카오톡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Agamben에 따르면 권력 장치에 포획되어 인간의 가능성을 잃어버린 상황을 탈주체화로 규정하고, 이는 세속화를 통해 되돌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신들의 영역과 존재를 인간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본래의 것으로 되돌릴 수 있는 역 장치다[18].

이와 같은 Agamben의 사유를 통해 보면, 스마트폰은 전자 감시와 훈육의 생체-권력 장치로 연구참여자를 예속하고 탈주체화 하였으나, 놀이와 소통의 도구로 사용함으로서 유희와 휴식의 장치로 탈바꿈하였다. 이는 업무 시간 중 만질 수 없었던 스마트폰을 ‘접촉’과 ‘놀이’를 통해 본래의 것으로 되돌리는 세속화를 위한 저항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은 팔로우, 팔로워 끊었어요. 페이스북은 그냥 제 계정을 볼 수 없게 했어요. 예전에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조심조심하면서 사진을 올렸는데 정말 그럴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연구참여자 4, 여성)

“퇴근하면 웬만하면 이메일을 확인 안해요. 그리고 정말 중요한 일 아니면 카톡 확인도 잘 안하려고 해요. 예전에는 회사 컴퓨터 매일 켜놓고 퇴근했거든요. 팀뷰어로 연결해서 업무 처리해주려고. 그렇게 안하면 큰 일 나는 줄 알았는데, 시각을 다투는 일을 하는 업무가 아닐뿐더러, 업무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차장님이 늦게 보내 준 거니까.” (연구참여자 1, 여성)

<연구참여자 4>은 고용주와 SNS를 끊거나 차단하였고, <연구참여자 1>는 업무 외 시간에 이메일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았다. 앞서 확인한 바와 같이 SNS는 무제한적 전자 감시의 도구이자 효과적인 감시시스템으로 작동했다. 또한 SNS의 전자 감시로 인해 연구참여자들은 SNS 사용에 대해 불안감과 불편함을 느끼고 나아가 SNS 사용행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즉, SNS는 전자 파놉티콘이자 연구참여자들을 예속하는 권력 장치로 작동했었다. 하지만 <연구참여자 1, 4>는 피감시자와의 연결을 차단하거나 무시하는 행위를 통해 개인의 사생활 보호하고 업무 외 시간을 방해받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Agamben에 따르면 신과의 관계에서 ‘소홀함’을 통해 세속화를 실천할 수 있다.

본디 신과 주체의 관계는 성스러운 것을 위해 반드시 정중하고 세심한 태도를 요구한다. 하지만 산만한 행태는 종교 규범 앞에서 자유롭게 되는 소홀함 행위이자 세속화 가능성이다. 이러한 Agamben의 사유를 통해 살펴보면, 고용주·관리자와의 연결을 차단, 해제, 무시하는 ‘소홀함’ 행위를 통해 업무 외 시간을 보장 받고,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즉, 감시 받았던 연구참여자의 사생활을 본래의 피감시자의 것으로 되돌리는 저항 행위이다.

“업무는 업무니까 업무 외 시간에서 방해 받고 싶지 않아요. 직장은 직장이고 저는 저죠. ···(중략)··· 지금은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석사학위 논문도 준비 중이고, 졸업하면 좀 더 나은 직장으로 옮기고 싶어요.” (연구참여자 4, 여성)

“예전에는 아파트 경비라고 말하기가 좀 그랬어요. 실제로 업무 환경이 2교대로 엄청 힘들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 ···(중략)··· 지금은 그러려니해요. 부모한테 돈 받는 게 부끄럽지 알바 하는 게 부끄러운 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중략)··· 지금은 토익 공부 중인데 원하는 곳에 취업하는 게 목표에요.” (연구참여자 3, 남성)

<연구참여자 4>는 업무와 사생활을 구분하고자 노력하고 있었으며, 대학원에 진학하여 자기 개발에 힘쓰고 있었다. <연구참여자 3>는 과거에 아파트 경비 업무가 주변 사람들에게 부끄러운 직업이었으나, 수익을 얻기 위한 노동 행위로 인식하고 있었다. 인터뷰 결과 흥미로운 부분은 현재의 직장에서 벗어나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Agamben은 세속화 행위를 통해 언제든 포획된 장치로부터 분리 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16]. 포획된 장치와의 분리된 생명체는 새로운 장치를 만나 주체를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즉, 연구참여자들은 생체-권력 장치에 예속되어 탈주체화를 경험하였으나, 세속화를 위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취업 사이트에 가면, 커뮤니티 게시판이 있어요. 서로의 생각이나 경험을 쓰고 그 글을 본 다른 사람들이 댓글이나 게시글을 올려요. 대부분 힘든 상황을 올려요. ···(중략)··· 경험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알려줘요. 고용노동부에 신고를 하는 절차, 그런 처우는 불법이나 부당하기 때문에 어떻게 행동하라든지 ···(중략)··· 새로운 직장에도 어떤 것이 정당한 대우인지, 아닌지를 알고 있으니까 행동이 다르죠. 예를 들어, 근무 외 시간에는 업무 지시는 부당하다고 노조 게시판을 활용하면 되니까요.” (연구참여자 5, 남성)

“학교 커뮤니티를 통해서 학교 근처 어떤 곳이 알바하기 힘들고, 좋고를 함께 공유해요. ···(중략)··· 경험으로 알려주거나 직접 찾아서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 것 같다고 알려주기도 해요. ···(중략)··· 실제로 못 받았던 알바비를 받은 적이 있어요” (연구참여자 1, 여성)

“아랑이라는 카페가 있어요. 이곳에서 취업에 대한 정보를 얻고, 제가 원하는 직업을 얻기 위해 스터디 정보를 얻어요.” (연구참여자 2, 남성)

연구참여자들은 토익공부와 대학원 진학을 통해 새로운 직장을 얻고자 노력하는 주체화 경험을 확인 할 수 있다. 나아가 구직 정보와 활동을 제공하는 사이트 내의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비정규직 청년노동자들의 어려움과 고충을 들어주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등의 활동을 하였다. 또 <연구참여자 5>는 정규직으로 계약한 새로운 직장에서 노동자 인권을 위해 노조 게시판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흥미로운 부분은 연구참여자들이 커뮤니티 미디어를 매개로하여, 부당한 처우를 스스로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휴대폰, CCTV등과 같은 미디어 디바이스가 전자 파놉티콘으로 작동하였다면, 온라인 사이트와 커뮤니티는 비정규직 청년노동자들이 소통하는 장소로 활동되고 있었고, 댓글은 소통의 도구이자 장치로 작동하고 있었다. 나아가 커뮤니티 이용자들 간에 소통하여 미지급된 급여를 받는 등, 권력 장치에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나아가 <연구참여자 2>의 경우 새로운 직업을 모색하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체념하는 수동적인 모습에서 능동적인 모습으로의 변화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온라인 커뮤니티와 같은 미디어와 이를 연결하는 컴퓨터, 스마트폰 디바이스는 세속화를 실현해 줄 수 있는 장치로 활용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Ⅴ.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들의 전자 파놉티콘 경험과 세속화 가능성에 대해 알아보고 이를 통해 어떠한 삶에 의미를 획득하였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Foucault의 파놉티시즘 개념과 Agamben의 주체화, 세속화에 대한 사유를 사상적 자원으로 하여 심층인터뷰와 참여관찰을 바탕으로 한 문화기술지 연구방법론을 활용하였다. 연구참여자는 의도적 표집 방법과 눈덩이 표집 방법을 활용하여 최종적으로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4명, 자영업 운영하고 있는 2명의 대상을 선정하여 자료를 수집하였으며,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연구문제 1>은 ‘연구참여자들은 전자 파놉티콘을 통하여 어떠한 경험을 하였는가?’였다. 이를 밝히기 위해 참여관찰과 심층인터뷰를 통해 수집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크게 세 가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먼저 CCTV, 컴퓨터 감시프로그램, 생체정보 기기, 스마트폰, SNS 등과 같은 미디어 매체 또는 디지털 기기들을 통해 즉각적이고 원격으로 감시, 관리되고 있었다. 나아가 스마트폰 디바이스와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한 원격적으로 훈육하고 있었다. 셋째, 전자 파놉티콘의 감시 형태가 고용형태에 따라 구분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흥미로운 부분은 지문 인식과 같은 생체 인식 기술이 전자 파놉티콘 장치로 작동 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연구참여자는 감시뿐만 아니라 동선과 흐름을 파악하고 추적하는 “추적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으며, CCTV에 찍히지 않는 사각지역 역시 연구참여자의 행동을 추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명백히 사각지역은 아닌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둘째, 카카오톡과 같은 미디어 매체를 통한 감시 영상 공유 행위로 인해, 파놉티콘의 ‘중앙’ 감시 역할이 뚜렷하지 않을 경우가 존재한다. 이를 통해 감시대상자는 누구에게든 감시당할 수 있음을 내재화함은 물론, 우울의 정서를 느끼게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셋째, 전자 판옵티콘의 감시 형태가 사무직, 비사무직과 같은 고용 형태에 따라 구분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먼저, 사무직의 경우 고용주는 청년노동자들을 감시하기 위해, ‘원격 조종’, ‘인터넷 접속’ 프로그램을 사내 컴퓨터에 설치하여, 인터넷 방문 기록, 원격 감시의 형태를 보이고 있었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상시적으로 감시하는 형태를 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사무직의 경우, 고용주가 CCTV를 통해 영업장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었으며, 카카오톡을 통해 즉각적으로 훈육하고 있었다. 고용주의 경우, SNS에 올린 사진이나 동영상을 통해, 피감시자에게 역감시를 당하고 있었다.

두 번째는 ‘연구참여자들은 전자 파놉티콘을 통해 어떻게 주체화되었는가?’였다. 연구 결과, 연구참여자들은 고용주에게 언제든 감시당할 수 있다고 인지하고 있었으며, 이를 우려하여 고용주가 요구하는 행동을 내재화하여 스스로 규율을 자동적이고 규칙적으로 지키고자 하였다. 나아가 카카오톡, SNS는 연구참여자들을 무제한적 감시하는 전자 파놉티콘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또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따라 전자 파놉티콘의 감시에 대한 대응 차이를 드러냈는데, 정규직의 경우 노조 가입을 통해 감시 권력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항할 수 있는 반면, 비정규직의 경우 노조 가입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전자 파놉티콘을 통한 감시에 저항하지 못하고 순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권력 장치의 감시의 시선과 정규직, 비정규직의 차이는 연구참여자들로 하여금 알바생, 부하 직원, 아파트 관리인 등과 같은 개개인의 다양성이 상실해버린 탈주체화를 경험하도록 작동하고 있었다. 나아가 고용주는 미디어를 통한 업무 지시와 감시를 당연하게 느끼는 감시자로서 주체를 형성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연구참여자들은 전자 파놉티콘을 벗어나기 위해 어떠한 세속화를 시도하였고 그 의미는 무엇인가?’였다. 연구 문제에 대한 결과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연구자들을 억압하고, 감시하였던 전자 파놉티콘 장치인, 스마트폰, SNS, 이메일과 같은 스마트 디바이스와 미디어는 놀이와 휴식, 유희의 공간으로 변모하여 활용하고 있었다.

둘째, 감시자와의 SNS, 카카오톡, 스마트기기의 연결을 차단하거나 끊는 행위, 휴식, 업무와 사생활을 구분 하는 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사이트나 게시판을 활용하여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고, 취업 정보 수집, 자기 개발을 실천하며 자신의 꿈과 목표를 실현시 키려는 주체화를 경험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온라인 커뮤니티와 같은 미디어 매체가 꿈과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장치로 활용 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본 연구는 Foucault와 Agamben의 파놉티시즘과 세속화 사유를 바탕으로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의 전자 파놉티콘 경험과 세속화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기존의 선행 연구들은 스마트 디바이스와 인터넷과 같은 미디어가 노동자에게 테크노 스트레스, 전자 감시와 같은 부정적 영향에만 초점을 두었으나, 미디어가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를 억압, 감시하고 훈육하는 전자 파놉티콘의 존재에서 벗어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하여 노동자의 권익을 찾는 등의 세속화 실천의 장치로서 새로운 주체를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선행 연구와는 차별점을 지닌다.

나아가 본 연구 결과를 통해 살펴 본 바와 전자 파놉티콘의 장치와 형태가 업무 형태와 비정규직, 정규직 간의 차이가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가 있다. 본 연구의 결과를 통해 청년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미디어를 능동적으로 활용함으로서 꿈과 목표를 실현 할 수 있는 장치로 인식하고 새로운 주체를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다만,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한계점을 지닌다. 첫째, 전자 파놉티콘의 각각의 장치들이 피지배자들을 어떻게 감시하고 권력이 침투하고 있는지 차이를 심도 깊게 파악하지 못하였다. 예컨대, CCTV, SNS, 컴퓨터 프로그램, 지문 인식과 같은 생체 정보 기기들이 피감시자들에게 미치는 감시 권력의 특성들을 구분하고 어떻게 작동하는 지 살펴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본 연구의 한계점으로 남는다.

둘째, 연구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충분한 참여관찰 기간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들의 세밀한 환경과 생활을 추출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많은 연구참여자들을 확보하지 못하여 다양한 문화와 경험을 살펴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추후에는 이와 같은 연구의 한계점을 보완하여 심층적인 연구결과를 도출할 것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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