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칼럼 - 주먹구구식 AI 가축 매몰지 소멸화 사업, 믿을 수 있을까?

  • Published : 2019.02.01

Abstract

Keywords

지난 2010년~2011년 당시 역사상 유례가 없는 최악의 가축전염병(AI, 구제역)으로 전국적으로 4천여개의 살처분 가축 매몰지가 존재하고 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농가와 국민 피해를 줄이고자 5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잔존하는 매몰지 소멸사업을 시작하였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가 시작하기 좋은 시기라는 말처럼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지만, 준비 없는 사업 시작으로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개선하여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먼저 지자체별로 발주하는 가축매몰지 소멸화사업의 발주 기준을 보면 동물성 퇴비에 대해 조금이라 아는 사람들은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중구난방식 무분별한 사업 발주는 기술력이 부족한 업체의 난립을 조장하고, 난립한 능력 부족 업체는 사업의 품질을 저하 시키는 악순환을 만들게 된다.

현재 농림부에서는 미부숙 가축사체 소멸처리 방법으로 호기호열성 발효 방식과 랜더링 방식 2가지를 지정하여 각 지자체별로 지역 여건에 맞는 방식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는데, 그 용어의 의미 자체도 모르고 있다. 농림부와 지자체에서 말하는 호기호열성 발효 방식은 호기호열(呼氣好熱)성 미생물, 즉 산소와 일정 수준 이상의 온도 조건에서 사체를 분해할 수 있은 미생물을 이용한 발효방식으로 다양한 생물학적 발효 분해 공법 중 한 가지에 불과하다. 호기호열성 미생물은 일반적인 동물성 유기질 퇴비 생산에 가장 유용한 미생물이기는 하지만 동절기에는 온도 유지와 보상에 많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고 비교적 오랜 시간 동안 주기적인 교반을 수반하여, 최근에는 가 축사체 분해 성능을 가진 효소와 혐기(嫌氣) 성 미생물을 병행하는 방식이 효과적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정부는 ‘호기호열성 처리 방식’이란 말로 명확한 기준 없이 사업을 발주하고 있다. 또한 미생물 발효공법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지만, 현재 가축사체처리업을 수행하는 업체 중 극소수의 업체를 제외한 절대다수의 업체는 전문적인 설명 없이 그들이 보유한 미생물은 접종만 시키면 어떤 조건에서도 액화되거나 뼈만 남는다고 하고 있으며, 사업을 발주하는 지자체는 검증 없이 해당 공법을 채택하고 있다. 두 번째 ‘랜더링 방식’이란 용어는 더욱 귀를 의심하게 만든다. 랜더링이란 고열 또는 고온·고압의 조건에서 미부숙 사체를 고형 잔존물(살, 뼈 등)과 액상 잔존물(지방, 수 분)을 분리하는 고액분리를 통한 사체 처리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 공공용역 입찰 조건을 보면 ‘랜더링’이란 이름만 사용할 뿐, 습열처리와 건열처리가 가능한 이동식 사체 열처리장치를 이용하도록 하고 있고, 그나마 결과물에 대한 검증 시스템조차 없는 상태이다. 이동식 사체처리기란 고온으로 미부숙 사체에 잔존하는 유해균을 멸균하고 유기물과 교반하여 동물성 퇴비원료를 만드는 장치로써 랜더링과는 그 개념이 고온을 이용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서로 다른 개념이다. 급기야 수준 미달 업체의 난립과 이를 규제하지 못하는 지자체 당국은 주객이 전도된 입찰참가 자격과 처리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일례로 일부 지자체는 저장조 매몰 방식의 매몰지 소멸처리 기준으로 ‘사업장 생활 폐기물 수집운반업, 처리업’을 입찰 참가 자격으로 규제하기도 한다. 미부숙 가축사체는 폐기물관리법에서 가축전염병 관리법에 의해 살처분된 동물의 사체는 폐기물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매몰지 소멸 후 발생하는 저장조 중 PE 저장조는 재활용 자재로서 폐기물이 아닌 재활용 대상이고, FRP 저장 조의 잔해는 사업장 생활폐기물이 아닌 특정 폐기물로 특별히 관리되어 지정폐기물 처리 업자를 통해 처리되어야 한다. 대체 사업장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과 처리업 면허 소지 업체를 입찰 참가자격으로 선정한 근거를 알고 한 것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발주한 것인지 대한민국 국민이 모르는 법이 따로 있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매몰지의 미부숙사체를 소멸시키는 것이 주목적인지, 사체를 담아 놓았던 통을 없애는 것이 주목적인지 알 수 없는 말 그대로 주객이 전도된 사업 기준이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로 일부 지자체에서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한 ‘자율안전검사’를 받지 않은 이동식 가축사체 열처리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규제하고 있다. 얼핏 보면 산업안전 차원에서 당연한 조치로 보이지만 그 내막은 참으로 비현실적인 탁상공론에 불과한 불필요한 규제에 불과하다. 이동식 가축사체 열처리기는 가금류 사육 농가에서 사용하는 폐사체, 부하부산물 열처리기를 대형화하여 대량 살처분된 가축사체를 처리하는 농기계에 가까운 기계이다. 즉, 열처리기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자율안전검사 대상 품목이 아니므로 업체가 보유한 대부분의 기계장치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잘못된 행정이다. 그러나 발주기관에서는 대부분의 가축사체 열처리기에 파쇄기와 컨베이어가 내장되어 있는데 이 부품이 자율안전검사 대상이라는 근거로 이 2개 부품에 대한 자율 안전검사를 필한 부품이 내장된 열처리기는 열처리기가 자율안전검사를 받은 것으로 보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장에 사용되는 제품의 2/3는 파쇄기와 컨베이어가 내장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정한 규제이고, 그 어느 정부 기관과 지자체에서 시장 장비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채 결정한 기준이다.

이런 불필요한 규제로 시장을 위축시키면서도 정작 필요한 안전에 관한 법은 그 법이 있다는 사실 자체도 모르고 있다. 열처리기는 고열을 만들기 위해 전기, 가스, 경유 등을 원료로 사용하는데 전력 생산을 위해 발전기를 사용하는 경우 전기안전 관련 자격소지자를, 가스나 경유를 사용하는 경우 위험물 또는 보일러 관련 자격증 소지자를 안전관리자로 선임하여야 하나 이러한 사항을 적용한 입찰은 2018년도에 평창군, 수원시, 강화군을 제외하고 단 한 곳도 없다. 심지어 해당 기술자를 보유한 매몰지 처리 업체는 전국에 5개사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도 나와 있는 상태이다(출처 : JH건설클레인연구소 조사자료).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사체처리 후 잔존물을 자가 농지에서 퇴비로 소비하라고 되어 있는데 퇴비의 성능에 대한 기준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조사 과정에서 평창군의 입찰 기준을 보면 pH(산도)는 5.2~7.6 이내이고, 부패 사체의 악취 척도인 암모니아태질소는 처리 전과 비교하여 70% 이상 감소하도록 하였고, 유기물 함량을 비료규격법에 의한 동물성 퇴비원료 기준을 만족하도록 공인기관 시험을 거친 후 농지에 퇴비로 사용토록 하고 있다. 또한 열처리 과정에서 유해균과 함께 토질개선에 유효한 유익 미생물까지 모두 사멸되는 점을 고려하여 열처리 후 미생물 발효를 진행 하여 양질의 동물성 유기질 발효퇴비를 생성하는데, 그 과정에 필요한 미생물 발효 촉진 공법과 사용하는 함침 및 통기성 유기물의 사용 방법까지 방목이 많은 평창군 지역 특성에 맞춘 구체적인 시방서를 제시한 점이 인상적이다. 말 그대로 농지에 사용 가능한 퇴비로서의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하도록한 것으로, “우리 기계는 돌리기만 하면 양질의 퇴비가 만들어진다.”고 말로만 하는 업체에 계량화된 기술 기준을 제시한 모범 사례라 할 수 있다.

주먹구구식 기준 없는 사업 추진이 불가피한 사유로 각 지자체마다 매몰지 소멸처리 전문가 집단을 구성할 수 없다는 현실을 잘 알고 있기에 이를 비난할 수는 없다. 다만 필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생산자 단체와 축산농가가 공익적 차원에서 앞장설 필요성에 대해 제안하고자 한다. 생산자 단체가 매뉴얼 제정과 같은 방대한 일을 할 수는 없지만, 가금류에 대해 알고 있는 만큼 지자체에 자문도 하고, 사체 처리 후 발생한 퇴비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 정도는 자문할 수 있다. 이러한 최소한 자문만으로도 고구마, 감자 등 뿌리 작물을 많이 생산하는 지역에서 질소 함량이 높은 동물성 퇴비를 농지에 살포하라던가, 중성 토양이 필요한 농지에 강알칼리성 석회질 퇴비를 살포하라고 하는 말도 안 되는 입찰 조건 정도는 개선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생산자 단체와 축산 농가가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지역 특성에 맞는 가금류와 농지에 대해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매몰지 소멸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와의 소통하는 것만으로도 작금의 무분별한 사업 추진을 조금씩 개선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바, 생산자 단체, 축산 농가, 정부와 지자체 간의 소통 네트워크 구축에 지금 보다는 좀 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축 질병 없는 청정한 대한민국을 꿈꾸며 글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