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일상에서 서비스를 받기 위해 대기해야 하는 상황은 매우 흔한 경험이 되었다. 예를 들어, 예약하지 않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혹은 파일을 다운로드 받거나, 콜센터와의 통화 대기등 소비자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를 받기 위해 대기를 한다. 이러한 대기는 고객에게 경제적 비용(Becker, 1965; Shortle, Gross, & Harris, 2018)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경험과 같은 심리적 비용(Bateson & Hui, 1992; Carmon, Shanthikumar, & Carmon, 1995; Larson, 1987)이 된다. 이와 더불어 대기를 경험한 고객들은 실제 기다린 시간보다 더 과도하게 대기시간을 지각하므로써(Hornik, 1984), 서비스 품질을 낮게 평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Baker & Cameron, 1996; Hui & Tse, 1996; Taylor, 1994).
따라서 서비스 제공자들은 고객의 지각된 대기시간의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며 효율적으로 대기시간을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여왔다. 대부분의 서비스 기업에서 쉽게 이용 가능한 대기시간 관리 방법은 고객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이었다. 대기공간에 신문, 잡지, 또는 TV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이 대기시간에 집중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Katz, Larson, & Larson, 2003; Cameron, Baker, Peterson, & Braunsberger, 2003). 또한 서비스 접점에서 고객에게 예상 대기시간이나 대기인원을 알려주는 것 또한 고객이 대기시간을 짧게 인식하도록 하는 방법이다(Yoon & Kim, 2003). 최근에는 레스토랑 고객에게 시식용 메뉴와 음료를 제공하거나 메뉴를 주는 방법을 통해 서비스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느끼도록 하여 대기시간을 관리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대기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요인들을 밝힌 연구들이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대기하는 위치가 고객의 대기시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연구는 아직 없다. 본 연구는 고객의 대기장소(혹은 대기실)의 위치가 고객의 대기시간 지각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는 식사시간이 임박하여 예약을 하지 않고 레스토랑에 방문할 경우, 대기해야 하는 경우를 흔히 경험한다. 이때 고객의 대기장소은 레스토랑의 안에 있기도 하고 출입문 바깥쪽에 마련되어 있기도 하며 때론 별도의 대기실이 마련되어 있기도 하다. 동일한 프랜차이즈의 패밀리 레스토랑 조차도 동일한 메뉴와 고객 응대 서비스, 유사한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갖추고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대기하는 장소의 위치는 각기 다르다. 본 연구는 레스토랑의 안쪽에 대기장소가 있는 곳과 밖에 있는 곳 중에서 어디서 고객이 대기를 할 때 대기시간이 더 짧게 느낄 것인지의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즉 레스토랑의 대기장소의 위치의 차이가 고객의 대기시간 지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더불어 고객의 대기 시간 지각에 대한 대기장소의 위치 영향이 왜 나타나는지 심리적 메커니즘을 파악하고자 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레스토랑의 대기장소의 위치 효과 및 이에 대한 새로운 메커니즘을 발견하고, 대기시간 지각에 영향을 미치는 대기장소이라는 새로운 요인을 제안하였다.
이러한 연구 문제를 다루기 위해 본 연구는 패밀리 레스토랑 두 곳에서 실제 현장 조사를 통해 이루어졌다. 레스토랑은 대기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대표적인 서비스 장소이다. 특히 레스토랑의 경우 대부분 대기하는 곳이 마련되어 있지만, 대기장소의 위치는 매장마다 다르다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대기장소가 각기 다른 레스토랑 두 곳을 선정하여 실제로 식사를 위해 대기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레스토랑의 대기장소의 위치에 의해서 고객이 대기시간을 다르게 경험할 수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2. 선행연구 고찰
2.1. 서비스 제공 전 단계에서의 지각된 대기시간
대기는 일상에서 누구나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일이다. 예를 들면 백화점이나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계산할 때, 병원에서 검사나 진료를 받을 때, 극장에서 매표를 할 때, 자동차 정비소에서 정비를 받을 때 등 다양한 곳에서 경험할 수 있다. 고객이 서비스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대기는 빈번하게 발생하며 특히 서비스 이용 고객 중 70% 이상이 대기를 경험하는 등 다른 유형재의 구매에 비해 서비스 산업에서 대기시간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Larson, Larson, & Katz, 1991). 일반적으로 대기시간은 고객이 서비스를 제공받을 준비가 된 시점에서부터 서비스가 시작될 때까지를 말하며 고객이 기다리는 동안 지각하는 준비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Taylor, 1994), 객관적인 대기시간이라고 한다. 반면 지각된 대기시간은 고객이 서비스를 기다리는 동안 주관적으로 인지하는 시간으로 정의하며, 본 연구는 고객의 지각된 대기시간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대기상황에서는 실제 대기시간 보다 지각된 대기시간이 더욱 부정적으로 고객의 서비스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Pruyn & Smidts, 1998).
고객의 서비스 이용 단계는 세 단계, 즉 서비스 제공 전 단계(pre-process phase), 서비스 제공 단계(in-process phase), 그리고 서비스 제공 후 단계(post-process phase)로 나눌 수 있다(Dube-Rioux, Schmitt, & Leclerc, 1989). 고객은 매 단계마다 짧거나 혹은 길게 대기를 경험한다(Park, 2010). 대기시간으로 인해 발생되는 부정적이거나 혹은 긍정적인 감정은 다음 단계 서비스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소비자들은 서비스 제공 중의 대기보다 서비스 제공 전과 후에 발생하는 대기에 대해 지루해 한다(Leclerc, Schmitt, & Dube, 1995). 특히, 서비스를 제공받기 전부터 대기로 인해 불만족한 고객은 그 서비스 장소를 떠날 수 있고(Zhou & Soman, 2003), 이는 고객의 상실로 이어져 결국 서비스 제공기업의 이미지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업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Haksever, 2000). 따라서 고객의 대기시간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서비스제공 전 단계에서 발생하는 대기시간에 대한 관리가 중요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Hui & Tse, 1996).
선행연구를 통해 살펴본 서비스 제공 전 단계의 대기시간 관리를 위한 전략은 다음과 같다. 먼저, 대기시간 동안 고객의 주의를 분산하는 방법이다. 시간의 경과에 대한 집중을 방해하면 지각된 시간이 짧아진다(Zakay, 1989). 따라서 대기공간에 tv, 잡지 등을 제공하는 것은 시간에 집중하는 방해요소로 작동하므로, 고객의 지각된 대기시간을 짧게 만들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서비스 제공자인 직원들의 인적 배려이다. 서비스접점에서 직원들이 고객에게 예상 대기시간이나 대기인원을 알려주거나 인간적 관심을 보이는 등의 배려는 고객이 대기시간을 짧게 인식하고 고객의 부정 감정을 감소시킬 수 있다(Kim, 2018; Yoon & Kim, 2003; Park, 2008; Chen & Kim, 2018). 마지막으로, 서비스의 제공이 시작된 것으로 인식하게 하는 방법도 기다리는 시간을 짧게 느끼게 한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의 메뉴와 시식용 음료 및 음식을 제공하는 것은 고객이 서비스를 위해 기다린다는 인식보다는 이미 서비스가 시작된 것으로 인식하게 되어 대기시간의 지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Kim & Oh, 2010).
이처럼 고객의 대기시간을 적절하게 관리한다면 길어진 대기시간으로 인해서 발생되는 다양한 부정적인 영향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패밀리 레스토랑의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대기공간의 위치에 따라 고객이 대기시간을 다르게 지각할 수 있음을 제안하고자 한다.
2.2. 대기장소의 위치 효과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대기를 할 때 줄을 서서 기다리며, 시간이 지날수록 대기줄에서 자신의 위치는 서비스 제공자와 가까워진다. 이때 대기줄에서의 자신의 위치는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Koo & Fishbach, 2010; Zhou & Soman, 2003). Koo and Fishbach (2010)는 대기줄에서 자신의 앞쪽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고객들은 여전히 더 기다려야 됨을느끼는 반면, 대기줄에서 자신의 뒤쪽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서비스의 가치가 높다는 시그널로 여긴다고 하였다. 결국 대 줄에서 자신의 뒤쪽에 기다리는 사람들의 존재는 줄서기를 포기할 가능성을 줄여주기도 하였다(Zhou & Soman, 2003).
사람들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동안, 앞줄이 점점 짧아지는 것이 서비스를 곧 받을 수 있다는 것임을 경험적으로 알게 된다. 이렇듯 사람들은 경험을 통해 가지고 있는 암묵적인 이론(Lay theory)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 받는 곳까지의 물리적 거리가 짧아진 것을 서비스 제공 단계에 접근한 것으로 해석하며, 서비스 제공까지 대기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추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의 대기실이 식사공간과 가까운 곳과 식사공간과 먼 출입문 바깥에 있다고 가정할 경우, 고객은 안쪽의 대기장소가 식사공간과 가깝기 때문에 서비스 제공 단계에 곧 접근한다고 해석할 수 있어, 멀리 위치한 곳보다 대기시간을 짧다고 인식할 것이다. 이와 같은 논리에 의해 도출된 가설은 다음과 같다.
H1: 대기장소의 위치가 서비스 제공 공간에서 가까울수록 (vs. 멀리 위치한 대기 장소) 대기시간을 짧게 지각할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람들은 서비스를 제공 받는 곳까지의 물리적 거리가 짧아진 것을 서비스 제공 단계에 접근한 것으로 인식한다. 목표 단계에 가까워지게 되면, 사람은 마음가짐이 달라지게 되는데, 이를 “준비 마음가짐(get ready mind-set)”이라고 한다(Bosmans, Pieters, & Baumgartner, 2010). “준비 마음가짐”이란 이전 경험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마음가짐을 준비하는 상태로, 지각(perception)과 인지(cognition)의 결합을 의미한다(Elder & Krishna, 2012). 사람들은 미래의 과제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래의 과제 수행에 필요한 자원을 동원하는 준비 마인드를 활성화시킨다(Bosmans, Pieters, & Baumgartner, 2010). “실행 마음가짐(implementation mind-set)”과 관련된 연구에서도 이와 유사한 과정이 나타난다. Gollwitzer와 그의 동료들(Gollwitzer, 1999; Gollwitzer, Heckhausen, & Steller, 1990)에 따르면, 목표를 실행할 때 "실행 마음가짐"라 불리는 특정한 인지적 지향이 나타나는데, 이는 미래의 과제를 효율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기 위한 특별한 마음의 준비를 만든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논리에 따라, 레스토랑의 대기고객의 경우, ‘서비스 제공 전 단계’의 고객은 다음 단계인 ‘서비스 제공 단계’를 준비하는 “준비 마음가짐(get ready mind-set)”이 활성화될 것이다(Bosmans, Pieters, & Baumgartner, 2010). 레스토랑의 대기상황에서 다음 단계에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 가능한 사건은 ‘서비스 제공 단계’의 메뉴를 주문하고 식사를 하는 것이다. 곧 다가올 서비스 제공 단계를 위해 고객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안내에 따라 착석한 후, 메뉴를 주문하고 음식을 먹고 마시는 등 서비스 제공 단계에서 발생될 일에 대해 미리 상상할 수 있다. 이렇듯 다양한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에 발생가능한 사건을 상상함으로서 사전 경험을 하는 것을 ‘심적 시뮬레이션(mental simulation)’이라고 한다. 이와 유사하게, ‘어떤 사건에 대한 모방적 표상(imitative representation)’으로 정의한 Taylor and Schneider (1989)는 심적 시뮬레이션을 가상의 시나리오를 재구성하는 인지적 과정이라고 하였다. 가상의 시나리오에는 현실 가능성이 높은 상상, 현실 가능성이 낮은 몽상, 과거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자전적 기억에 대한 상상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있다(Taylor & Schneider, 1989).
심적 시뮬레이션 관련 연구에 따르면, 경험할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을 미리 상상하는 것은 잠재적 결과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이후 개인의 의사결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혔다(Addis, Wong, & Schacter, 2007; Gibert & Wilson, 2007; Mac, rae, Christian, Golubickis, Karanasiou, Troksiarova, McNamara, & Miles, 2014). 레스토랑 대기고객들이 서비스 제공 단계에 일어날 일련의 일들을 상상하는 심적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은 대기시간 지각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시간 경과에만 주의를 기울이면 실제 시간보다 더 길게 시간을 지각하지만, 시간 경과에 대한 집중을 방해하면 시간을 짧게 지각한다(Zakay, 1989). 결국 서비스 제공 전 단계에서의 고객의 심적 시뮬레이션은 대기시간 경과에 대한 집중을 방해하므로 고객은 대기시간을 짧게 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말해, 고객의 대기시간 지각에 대한 대기장소의 위치효과는 심적 시뮬레이션이라는 심리적 메커니즘에 의해 나타날 것이다. 이와 같은 논리에 따라 도출된 가설은 다음과 같다.
H2 : 대기시간 지각에 대한 대기장소의 위치 효과는 심적 시뮬레이션에 의해 매개될 것이다.
3. 연구방법
3.1. 연구모형
본 연구의 목적은 고객이 레스토랑의 서비스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경우, 대기장소의 위치가 고객의 대기시간 지각에 어떤 영향을 주며, 이러한 영향이 왜 나타나는지 심적 시뮬레이션이라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밝히는데 있다. 연구모형은 <그림 1>과 같다. 지각된 대기시간에 대한 대기장소의 위치효과와 심적 시뮬레이션의 효과를 살펴보기 위해 SPSS 20.0을 이용하여 ANOVA(일변량 분산분석)을 이용하였고, 매개 검증을 위해서 Hayes (2013)의 PROCESS Model 4를 실시하였다.
Figure 1: Research Model
3.2. 자료의 수집방법
본 연구는 실제 패밀리 레스토랑에 방문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였다. 대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 중 대기장소가 레스토랑 안쪽에 위치한 곳(서비스 공간과 가까운 조건)과 바깥쪽에 위치한 곳 (서비스 공간과 먼 조건)을 두 곳 선정한 후, 레스토랑 점장과 사전 연락하여 대기고객이 많은 주말 점심시간(12~2시)에 해당 패밀리 레스토랑을 방문하였다. 대기장소가 식사공간과 가까운 조건(성남 소재)과 먼 조건(서울 소재)의 두 레스토랑은 동일한 프랜차이즈의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실내 인테리어와 메뉴, 레스토랑의 규모 등이 매우 유사하고 특히 대기장소인 대기실의 위치의 차이를 제외하고 대기실의 환경과 규모 등 많은 부분이 유사했다. 더불어 두 레스토랑의 대기관리 서비스도 역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두 곳 모두 대기실에 TV나 서적 등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고 시식용 음료나 음식을 제공하지 않았으며, 기다리는 고객에게 미리 메뉴판을 제공하는 등의 대기관리 서비스를 행하지 않았다. 다만 대기실에 배경음악을 제공하고 대기고객에게 대기순서를 알려주는 서비스는 동일하게 제공되고 있었다. 이는 두 레스토랑이 대기장소의 위치를 제외하고 다른 환경적 요인 등은 큰 차이가 나지 않아 레스토랑의 선정이 적합함을 의미한다. 대기장소의 위치는 본 연구의 독립변수로서 분석에 이용되었다.
설문에 참여한 95명의 고객 중 불성실 응답을 제외하고 총 88명, 대기장소가 식사공간과 가까운 조건과 먼 조건에서 각각 40명, 48명의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였다. 설문지는 총 1장이었으며 설문을 끝낸 고객에게는 감사인사와 함께 소정의 선물을 제공하였다.
3.3. 측정항목
설문지의 설문항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설문 참가자들은 지각된 대기시간에 대한 항목에 응답하였다. 레스토랑의 고객이 지각하는 대기시간은 예약하지 않고 레스토랑을 방문하여 서비스를 받기 위해 기다리기 시작한 시간부터 개시되기까지의 시간으로 정의하였다(Kim & Oh, 2010). ‘귀하가 식사를 하기 위해 기다린 시간은 얼마나 길게 느껴집니까?’와 ‘식사를 하기 위해 지금까지 기다린 시간은 어땠습니까?(1=매우 짧게 느껴진다, 7=매우 길게 느껴진다)로 총 2개 문항을 7점 척도로 측정하였다. 다음으로 심적 시뮬레이션은 Elder and Krishna (2012)의 연구에 사용되었던 측정항목을 본 레스토랑 대기상황에 맞게 수정하여 두 개의 항목으로 측정하였다. 즉 ‘서비스를 기다리는 동안 식사를 하는 상상을 해 보았다’와 ‘서비스를 기다리는 동안 식사에 대한 생각을 미리 해보았다’(1=전혀 그렇지 않다, 7=매우 그렇다)로 측정하였다. 이후 대기시간에 대한 감정 반응을 측정하였는데, 특히 대기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느끼게 되는 고객의 부정 감정을 측정하였다. Kim and Oh (2010)의 연구에서 사용했던 부정감정의 항목에 따라, 부정 감정을 대기시간 동안 고객이 짜증이나 화가 나는 등 부정적인 감정반응으로 정의하고, 서비스를 기다리는 동안 느낀 감정으로 ‘지루함’, ‘화’, ‘불쾌함’, ‘힘듦’으로 총 4문항을 측정하였다(1=전혀 그렇지 않다, 7=매우 그렇다).
4. 연구 결과
4.1. 표본의 특성
본 연구 대상인 표본들의 인구 통계적 특성은 <표 1>과 같다. 먼저 남성과 여성은 각각 34명(38.6%), 54명(61.4%)이었으며, 연령별로는 10대가 14명(15.9%), 20대가 36명(40.9%), 30대가 32명(36.4%)으로 20대와 30대가 대부분이었고, 40대 4명(4.5%), 50대 2명(2.3%)으로 평균나이는 28.5세이다. 설문 참여자의 최소나이는 12세, 최고 나이는 54세로, 주말 점심시간대에 패밀리 레스토랑을 방문한 고객은 대부분 가족 단위 고객이었다. 레스토랑이 선정된 지역별로 살펴보면, 성남시 지역은 남자 16명(40%)과 여자 24명(60%)이며, 서울 지역은 남자 18명(37.5%), 여자 30명(62.5%)이다. 테이블 당 고객수를 살펴보면 2명(45.5%)인 경우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4명 (31.8%)인 경우가 많았으며, 3명이 함께 온 경우는 13.6%였다. 5명 혹은 6명은 모두 4팀(4.5%)으로 구성되었다(<표 2> 참고). 패밀리 레스토랑을 주로 이용하는 고객은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이며 남성보다는 여성이 주를 이루었고, 선정된 두 레스토랑의 연령별 및 성별 구성 분포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Table 1: Demographics of the sample according to gender
Table 2: Demographics of the sample according to city
4.2. 신뢰성 및 타당성
본 연구에서는 측정 변수의 신뢰성 및 타당성을 확인하고자 먼저 탐색적 요인분석과 신뢰도 분석을 실시하였다. 탐색적 요인분석은 주성분 분석 및 배리맥스회전 방식을 이용하였고, 그 결과는 <표 3>과 같다. 먼저 지각된 대기시간의 두 문항은 높은 신뢰도를 보여(Cronbach’s α= .981) ’지각된 대기시간’이라는 단일항목으로 최종분석에 사용하였다. 멘탈 시뮬레이션 역시 두 항목에 Cronbach’s α 계수를 이용한 신뢰도를 검증한 결과 .826로 높게 나타나 단일 변수화하였다. 마지막으로 부정 감정 역시 단일 변수화(Cronbach’s α= .861)하여 최종분석에 활용하였다.
Table 3: Exploratory factor analysis and Reliability Test
4.3. 주효과에 대한 가설검증
고객의 대기시간 지각에 영향을 미치는 대기장소의 위치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2(대기장소의 위치: 서비스 공간와 가까운 조건 vs. 서비스 공간와 먼 조건)를 –1과 1로 변수화 하여 일변량 분산분석(ANOVA)을 실시하였다. 예상했던 바와 같이, 지각된 대기시간에 대한 대기장소의 위치의 주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F(1,86)=8.179, p=.005). <표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기장소가 가까운 조건(M=4.40)의 고객들이 대기장소가 먼 조건(M=4.96)보다 대기시간을 더 짧게 지각하였다. 즉 레스토랑에서 고객이 대기하는 상황에서, 대기장소가 서비스 제공 공간과 가까울수록 고객은 대기시간을 더 짧게 지각한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가설 1을 지지한다.
Table 4: The results of ANOVA on perceived waiting time
가설을 수립하지는 않았지만, 본 연구자는 고객의 대기장소 위치가 심적 시뮬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추가 분석하였다. ANOVA 분석 결과, 대기시간 지각에 대한 결과와 유사하게 대기장소가 가까운 조건(M=4.13)일 때가 대기장소가 먼 조건(M=3.15)일 때보다 심적 시뮬레이션이 더 높게 나타났다(표 5 참고). 이 결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였고(F(1,86)=6.805,p=.011), 이를 통해 레스토랑에서 대기하는 상황에서, 고객의 대기장소가 서비스 제공 공간과 가까울수록 고객들은 서비스 제공 단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미리 상상하거나 생각해보는 심적 시뮬레이션이 더 활발히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심적 시뮬레이션이 대기시간 지각에 대한 대기장소의 위치효과를 매개하는지 분석하였다.
Table 5: The result of ANOVA on mental simulation
4.4. 매개효과에 대한 가설 검증
매개 효과 분석을 위해 Hayes(2013) PROCESS 매크로의 Model 4를 이용하여 부트스트래핑 분석을 실시하였다. 대기장소의 위치는 독립변수로, 지각된 대기시간은 종속변수로, 심적 시뮬레이션은 매개변수로 지정한 후, 지각된 대기시간에 대한 대기장소의 위치의 영향을 심적 시뮬레이션이 매개하는지 살펴본 결과, 직접효과와 간접효과 모두 유의한 결과를 보였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직접효과는 .415(SE=.196, t=2.12, p=.037)로 95% 신뢰수준에서 [.026, .804]으로 나타났고, 간접효과는 .143 (SE=.097)로 95% 신뢰수준에서 [.009, .389]으로 확인되었다. 95% 신뢰수준 구간에 0이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간접효과가 유의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대기장소의 위치와 지각된 대기시간간의 관계는 심적 시뮬레이션에 의해 매개됨을 확인하였다(그림 2 참고). 이 결과는 가설 2를 지지한다.
Figure 2: Result of the mediation test of mental simulation between the location of waiting place & perceived waiting time
*p< .05, **p< .01
4.5. 부정 감정에 대한 추가 분석
선행 연구에서 지각된 대기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중요하게 다루어진 부정 감정에 대해 추가 분석해보았다. 그 결과, 부정 감정에 대한 대기장소의 위치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F(1, 86)= 15.406, p=.000). 즉 고객의 부정 감정은 대기장소가 가까운 곳(M=2.99)이 먼 곳(M=4.07)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하였다. 다시 말해서 고객들은 대기장소가 식사공간과 가까울수록 부정적인 감정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대기장소의 위치와 고객의 대기시간 지각간의 관계에서 심적 시뮬레이션과 부정 감정간의 직렬매개효과 (serial mediation effect)를 살펴보기 위해 Hayes(2013) PROCESS 매크로 (Model 6)를 이용하여 부트스트래핑 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직접효과는 .130(SE=.187, t=.692, p=.491)으로 95% 신뢰수준에서 [-.242, .501]로 나타났고, 간접효과는 .052(SE=.036)로 95% 신뢰수준에서 [.005, .152]으로 확인되었다. 95% 신뢰수준 구간에 0이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간접효과가 유의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대기장소의 위치 → 심적 시뮬레이션 → 부정 감정 → 지각된 대기시간간의 관계를 확인하였다.
5. 토론 및 시사점
5.1. 연구의 요약 및 시사점
본 연구는 레스토랑의 대기장소의 위치가 고객의 대기시간 지각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았다. 현장 연구를 통해 분석한 주요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고객의 지각된 대기시간은 레스토랑의 대기장소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밝혔다. 특히 대기 장소가 식사공간과 가까이 위치한 레스토랑의 고객들이 멀리 위치한 레스토랑의 고객보다 대기시간을 더 짧게 지각하였다. 이 결과는 고객이 레스토랑에서 대기하는 상황에서, 식사가 제공되는 공간과 가까운 곳에서 기다릴 때가 먼 곳에서 기다릴 때보다 서비스 제공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짧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둘째, 고객의 지각된 대기시간에 대한 대기장소의 위치효과는 심적 시뮬레이션에 의해 매개됨을 확인하였다. 서비스를 받기 전 대기를 하는 시간은 ‘서비스 제공 전 단계’이며 이후 ‘서비스 제공 단계’로 연결된다. 줄을 섰을 때의 경험에 비추어, 서비스 공간과 가까울수록 고객은 곧 ‘서비스 제공 단계’가 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이러한 추측은 고객을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준비 마음가짐(get ready mind-set)을 만들고 그 결과 서비스 단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미리 상상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를 심적 시뮬레이션이라고 하며,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주문하거나 식사를 하는 상상 등으로 인해 대기시간의 흐름에 집중하지 않게 되어, 결국 대기시간을 짧게 지각할 수 있다.
심리학과 마케팅 분야의 연구의 선행연구들이 지각된 대기시간에 대한 연구를 많이 다루었음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선행 연구에서 다루지 않았던 대기시간 지각에 대한 대기장소의 위치효과를 살펴본 첫 연구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또한 대기장소의 위치 효과가 왜 나타나는지 그 심리적 메커니즘으로써 심적 시뮬레이션을 발견하여 지각된 대기시간과 관련된 연구분야를 확장하였다는데 학문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학문적 의의와 함께 본 연구의 결과는 실무적 시사점도 제공한다.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병원, 놀이공원, 극장의 매표소 등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기다리는 상황은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서비스 제공 전 단계에서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고객은 짜증과 지루함 등의 부정 감정으로 인해 대기를 포기하거나 서비스 이용 이후의 서비스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Bateson & Hui, 1992; Becker, 1965; Larson, 1987). 따라서 서비스 제공 기업은 고객의 대기시간을 관리를 위해 TV나 음악 등 시청각적 자극을 제공하거나 대기시간 동안 음료나 시식 음식을 제공하는 등의 추가 서비스를 마련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기업의 입장에서 추가적인 비용이다. 하지만 본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고객의 대기장소를 변경하는 간단한 방법만으로도 고객의 지각된 대기시간을 감소시킬 수 있다. 레스토랑의 경우, 고객의 대기를 위해 마련한 의자를 최대한 식사공간과 가깝게 배치하고, 병원의 경우, 환자의 대기공간을 진료실과 가까운 곳에 마련한다면, 고객의 지각된 대기시간을 감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본 연구의 결과는 실무자들이 현장에서 손쉽게 활용가능하면서도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 될 것이다.
5.2. 연구의 한계점 및 향후 연구
본 연구는 앞서 언급한 시사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한계점을 가지고 있어 이를 보완하는 향후 연구를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본 연구는 서비스 제공 전 단계에 있는 고객의 지각된 대기시간에 초점을 맞추어 실제 레스토랑에서 대기하고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현장연구이다. 현장연구의 특성상 대기고객의 실제 대기시간은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본 연구에 참여한 고객들의 실제 대기하는 시간은 제각각 달랐다. 고객의 객관적 대기시간이 길어질수록 부정적 감정으로 인해 서비스 평가가 부정적으로 나타나므로(Antonides, Verhoef, & Van Aalst, 2002; Clemmer & Schneider, 1989; Hornik, 1984; Pruyn & Smidts, 1998), 고객의 객관적 대기시간이 주관적 대기시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객관적 대기시간이 통제된 상황에서도 지각된 대기시간이 대기장소의 위치에 따라 영향을 받는지 확인하는 향후 연구가 요구된다.
둘째, 본 연구에서 밝힌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객의 지각된 대기시간이 영향을 받는 이유는 대기장소의 위치가 서비스 제공공간과 가까운 위치에 있을 때 고객은 서비스 단계로 들어가는 ‘준비 마음가짐’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서비스를 상상하는 심적 시뮬레이션을 만들게 되고, 고객은 서비스의 상상으로 인해 대기시간의 흐름에 집중하지 않으므로 기다리는 시간을 짧게 느낀다. 따라서 고객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자극을 통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향후에는 이러한 영향 요인들을 엄격히 배제한 실험 연구가 요구된다.
셋째, 본 연구는 일부 패밀리 레스토랑의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을 수집하였기 때문에 본 결과를 모든 레스토랑 및 일반적인 서비스 제공자에게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가진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종류나 규모에 따라 그리고 지역에 따라 변수들간의 영향 관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Kim & Oh, 2010), 향후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들을 통제한 실험설계를 통해 가설의 재검증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 사용된 데이터는 실제 레스토랑의 대기고객에게 설문조사를 요청하여 수집되었다. 연구자는 고객의 편의를 해치지 않고 설문에 의해 유발되는 부정감정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참여자의 응답을 수집하기 위해 간략하게 변수를 측정하였으나, 측정변수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수의 항목으로 변수를 측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향후에는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한 정교한 실험연구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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