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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五勞)·육극(六極)·칠상(七傷)의 분류에 관한 고찰

A Study on Classification of Wulao(五勞)·Liuji(六極)·Qishang(七傷)

  • 김종현 (가천대학교 한의과대학 원전의사학교실)
  • Kim, Jong-hyun (Dept. of Medical Classics and History, College of Korean Medicine, Gachon University)
  • 투고 : 2019.04.29
  • 심사 : 2019.05.03
  • 발행 : 2019.05.25

초록

Objectives : This study examines the grounds on which Wulao(五勞) Liuji(六極) Qishang(七傷) which are categories of Xulao(虛勞) are differentiated, along with standards by which each category is further classified. Methods : Based on "Zhubingyuanhoulun(諸病源候論)", the first text to sort the different types and symptoms of Wulao(五勞) Liuji(六極) Qishang(七傷), each classification and its symptoms were analyzed. Texts which were written relatively close in time to "Zhubingyuanhoulun" were referenced in the process. Results & Conclusions : The differentiation of Wulao(五勞) Liuji(六極) Qishang(七傷) is based on the cause of illness. Wulao(五勞) is caused by mental activity which fatigues the Five Zang, Liuji(六極) is caused by exterior pathogens that damage the Five Body Elements, and Qishang(七傷) is caused by emotional factors as well as damaging practices. In close examination, Wulao(五勞) was further classified according to the different layers of mental activity, described in terms of taxation illness of the damaged Zang. Liuji(六極) is damage of the Five Body Elements by exterior pathogens, which was put into the spacial structure of nature and explained in six. Qishang(七傷) refers to the collective of representative symptoms and representative causes of Xulao.

키워드

Ⅰ. 序論

五勞, 六極, 七傷은 虛勞에 범주에 속하는 병증을 5,6,7가지 종류로 나누어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문헌들에서는 이처럼 병증을 분류한 기준이 무엇인지 명시하기보다는 명칭과 증상을 위주로 서술하였으며, 그 증상들은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서로 겹치는 경우마저 존재한다. 여기에 五勞七傷, 五勞六極 등이 虛勞를 통칭하는 표현으로 뒤섞여 사용됨에 따라 虛勞를 세 가지로 구분한 근거와 각각의 분류 기준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이에 관해서는 현대에 보고된 연구들에서도 별다른 견해를 얻을 수 없었다.1)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한의학 문헌에서 虛勞를 5,6,7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설명한 까닭이 무엇이며, 각각은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병증을 분류했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러한 연구는 五勞, 六極, 七傷 각각의 내용 뿐 아니라 그것들의 상위 개념인 虛勞의 전반적 이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五勞, 六極, 七傷에 대한 언급은 馬王堆에서 출토된 『十問』이나 『神農本草經』 등 고대의 문헌에서부터 발견된다. 그러나 처음으로 각각의 종류를 밝히고 증상을 설명함으로써 虛勞證治의 기준을 마련한 것은 『諸病源候論·虛勞候』로 볼 수 있다.2) 따라서 『諸病源候論』에 언급된 종류와 각각에 속한 증상들을 위주로 분석을 진행하였으며, 비교적 가까운 시대로 볼 수 있는 『備急千金要方』, 『外臺秘要』, 『三因極一病證方論』 등을 분석에 참고하였다.

Ⅱ. 本論

1. 五勞

(1) 黃帝內經

五勞所傷, 久視傷血, 久臥傷氣, 久坐傷肉, 久立傷骨, 久行傷筋, 是謂五勞所傷.(素問·宣明五氣)3)

五勞, 六極, 七傷의 종류와 증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虛勞證治의 기준을 마련한 것은 『諸病源候論·虛勞候』이나 이보다 앞서 勞를 다섯으로 나누어 설명한 것이 『黃帝內經』에 보인다.4) 『素問·宣明五氣』와 『靈樞·九鍼論』5)에서는 특정 행위의 지속에 의한 손상을 설명했는데 보기, 눕기, 앉기, 서기, 걷기를 오래하는 것은 각기 血, 氣, 肉, 骨, 筋 손상의 원인이 된다.

이에 대한 注家들의 설명을 살펴보면, 王冰은 “勞於心也.”, “勞於肺也.”, “勞於脾也.”, “勞於腎也.”, “勞於肝也.”6)라 하여 血, 氣, 肉, 骨, 筋을 心, 肺, 脾, 腎, 肝에 대응시켜 五勞의 본질적인 손상부위를 五臟으로 이해했다. 『黃帝內經太素』와 『靈素節注類篇』에서는 五勞의 손상을 五臟에 배속함과 동시에 病機의 선후를 설명하였다. 楊上善은 “夫爲勞者, 必內有所損, 然後血等有傷. 役心注目於色, 久則傷心, 心主於血, 故久視傷血.”7)이라 하여, 勞는 五臟의 虛損을 일으키며 그 결과 血, 氣, 肉, 骨, 筋의 손상이 속발한다고 보았다. 반면 章楠은 “始而傷血氣肌肉骨筋, 久則傷及五藏, 是謂五勞所傷者也.”8)라 하여 먼저 血, 氣, 肉, 骨, 筋을 상하고, 지속되면 五臟에 미친다고 설명했다. 五勞가 五臟을 손상한다는 견해는 일치하나 선후관계를 달리 파악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비해 張介賓은 五勞를 五臟에 직접 대응해 기술하지 않았다. 오래 보면 神을 지치게 하여 血을 상하며, 오래 누우면 陽氣를 펼쳐지지 못하게 하여 氣를 상하며,9) 오래 누우면 四肢血脈이 정체되어 肉을 상하게 한다고 보아 다섯 가지 행위와 血, 氣, 肉, 骨, 筋의 관계를 설명하였다.10) 하지만 설명 중에 나타나는 神, 氣, 四肢, 骨, 筋 역시 五臟이 주재하는 부위로 구분될 수 있으므로, 앞서 언급한 주석들과 완전히 다르다고는 보기 어렵다.

이상의 견해들을 종합해 볼 때 『黃帝內經』에서 설명한 五勞는 행위의 지속에 따른 피로의 누적을 뜻하며, 五臟을 기준으로 분류된 것이라 이해할 수 있다.

(2) 諸病源候論

五勞者, 一曰志勞, 二曰思勞, 三曰心勞, 四曰憂勞, 五曰瘦勞.

又肺勞者, 短氣而面腫, 鼻不聞香臭.

肝勞者, 面目乾黑, 口苦, 精神不守, 恐畏不能獨卧, 目視不明.

心勞者, 忽忽喜忘, 大便苦難, 或時鴨溏, 口内生瘡.

脾勞者, 舌本苦直, 不得咽唾.

腎勞者, 背難以俯仰, 小便不利, 色赤黃而有餘瀝, 莖内痛, 陰濕, 囊生瘡, 小腹滿急. (卷三·虛勞候)11)

『諸病源候論』에서는 五勞의 종류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였다. 하나는 志勞, 思勞, 心勞, 憂勞, 瘦勞로 분류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肺勞, 肝勞, 心勞, 脾勞, 腎勞로 분류한 것이다. 후자의 경우는 명칭을 통해 五臟이라는 분명한 기준을 파악할 수 있고, 증상이 병기되어 분류 체계가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난다. 반면, 전자는 전체 집합의 속성이 불분명하고 病名 외에 추가적인 설명이 없기 때문에 기준이 무엇인지 모호하다.

첫 번째 분류에서 부여한 명칭 중 瘦를 제외한 志, 思, 心, 憂는 주로 정신 활동이나 감정 상태를 가리킬 때 사용되며 腎, 脾, 心, 肺에 각각 배속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勞病을 정신적 요인에 따라 五臟에 배속한 것이라 판단한다면 『諸病源候論』에 제시된 두 가지 분류는 별개가 아니라고 볼 수 있으며, 때문에 따로 증상을 기술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설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로 육체의 파리함을 뜻하는 瘦가 정신적 요인으로서 설명되어야 하며, 그 속성이 肝에 배속될 수 있어야 한다. 위의 문장을 인용한 『備急千金要方』과 『千金翼方』에서는 瘦勞가 疲勞로 바뀌어 있는데,12) 이를 통해 瘦와 疲가 의미상 서로 통한다고 볼 수 있다. 瘦의 의미를 지치고 피곤한 것으로 확장시켜 볼 때, 瘦와 肝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예는 罷極之本이다. 罷極之本은 피로를 극복하고 운동을 일으키는 작용으로, 주로 肝이 筋을 주관하는 기능과 관련되어 해석된다.13) 하지만 罷極之本이 처음 언급된 『素問·六節藏象論』을 살펴보면 “肝者, 罷極之本, 魂之居也”라 하여, 肝이 罷極의 本이 될 수 있는 까닭을 魂이 머물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피로를 극복하는 肝의 작용이 근본적으로 魂에 기인한 것이라면, 그 대상을 비단 육체에 한정할 이유가 없으며 정신적 피로를 극복하고 활동을 추동시키는 작용 역시 肝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으로 판단해볼 때 瘦는 정신적 차원에서 肝에 배속되어 설명될 수 있으며, 그 결과 『諸病源候論』에서 제시한 五勞의 두 분류는 서로 명칭을 달리할 뿐 같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志, 思, 心, 憂, 瘦가 五勞의 원인을 가리키는 것인지, 혹은 증상의 특징을 표현하는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五臟勞病에는 鼻不聞香臭, 目視不明, 口内生瘡, 不得咽唾, 小便不利와 같은 증상들이 기록되었는데, 각 臟에 배속된 九竅의 不利로 볼 수 있다. 九竅는 五臟이 밖을 감각하고 氣의 출입을 조절함으로써 內外로 소통하는 통로이다. 감각과 소통은 五臟이 간직한 五神의 활동에 의지하는데, 九竅가 不利한 증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五勞가 五神의 문제를 야기하는 병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3) 外臺秘要

刪繁論曰 夫五藏勞者, 其源從藏腑起也. 鼓生死之浮沉, 動百病之虛實, 厥陰陽, 逆腠理, 皆因勞瘠而生, 故曰五藏勞也.(卷第十六·五臟勞論)14)

五勞, 六極에 관한 『外臺秘要』의 설명들은 대부분 『刪繁方』15)을 인용한 것이며 내용이 비교적 자세하다.16) 위의 내용은 五勞를 설명한 논술 중 도입에 해당하는 것으로 五勞의 대체를 설명하고 있다. 五臟勞는 그 근원이 臟腑를 따라 일어나는데, 生死의 부침을 고동하고, 百病의 虛實을 요동치게 하고, 陰陽이 끊어지게 하고, 주리를 거스르는 것은 모두 지치고 파리한 것에 인하여 생하므로 五臟勞라 한다. 여기서 五勞는 곧 五臟의 勞를 뜻하며, 모든 증상들이 五臟을 지치게 함으로써 유발됨을 알 수 있다.

人逆春氣, 則足少陽不生, 而肝氣內變. 順之則生, 逆之則死. 順之則治, 逆之則亂. 反順爲逆, 是謂關格, 病則生矣. (卷第十六· 肝勞論)17)

위 문장은 五臟勞證 중 肝勞의 발생을 설명한 부분이며, 나머지 四臟의 勞病에도 같은 형식의 문장들이 나타난다. 내용 중 “人逆春氣, 則足少陽不生, 而肝氣內變.”라 한 것은 『素問·四氣調神大論』의 문장과 일치하며,18) 이어서는 계절 변화에 순응하지 않으면 陰陽이 끊어지고 關格이 되어 병을 생한다고 하였다. 五勞의 원인을 계절에 맞는 섭생의 실패에서 찾은 것으로 때에 마땅한 기운을 기르지 못한 것이 五臟을 지치게 하는 원인임을 알 수 있다.

(4) 三因極一病證方論

五勞者, 皆用意施爲, 過傷五臟, 使五神不寧而爲病, 故曰五勞. 以其盡力謀慮則肝勞, 曲運神機則心勞, 意外致思則脾勞, 預事而憂則肺勞, 矜持志節則腎勞. 是皆不量稟賦, 臨事過差, 遂傷五臟. (卷之八·五勞證治)19)

陳無擇은 五勞證治를 설명하기에 앞서 “五勞는 뜻을 사용하고 베풀어 함이 五藏을 지나치게 傷하여 五神으로 하여금 편안하지 못하도록 하여 병이 된 것”이라 하였다. 다섯 가지 정신적 요인이 병의 원인이며, 五臟은 병이 발생한 장소이고, 五勞의 병증은 五神의 문제임을 밝힘으로써 五勞를 체계적으로 정의했다. 또한 문장 말미에는 五臟을 상하는 요인으로서 품부가 부족한 것을 언급했는데, 五勞의 발병에 선천적 요인이 있음을 밝힌 것이다.

병인으로서 제시한 정신적 요인과 五臟의 관계를 하나씩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힘을 다해 謀慮하면 肝勞가 된다고 말했는데, 謀慮는 일을 궁리하고 도모하는 것이며 肝이 주관한다. 따라서 일을 해결하기 위해 지나치게 애를 쓰는 행위는 肝의 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 둘째로 神機를 어지럽게 하면 心勞가 된다. 神機는 神이 升降, 出入과 같은 氣의 움직임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체계이다. 생각과 감정의 급격한 변동이나 크게 놀라고 두려워하는 등의 상황은 神機를 어지럽히므로 心을 지치게 한다. 셋째로 뜻을 밖에 두어 생각이 너무 많으면20) 脾勞가 된다. 뜻을 밖으로 둔다는 것은 밖으로 일을 벌이려는 意圖로 볼 수 있으며, 그 결과 생각이 많아지면 意와 思를 주관하는 脾가 피로하게 된다. 넷째로 일에 앞서 걱정이 지나치면 肺勞가 된다. 預事는 아직 닥치지 않은 일을 말하며 이에 대한 근심은 肺를 지치게 한다. 마지막으로 지조와 절개를 너무 고집하면 腎勞가 된다. 지조와 절개는 뜻을 지키려는 속성이 강한데 이것이 지나칠 경우 腎이 지치게 된다.

『三因方』에서 설명한 五臟을 지치게 하는 정신적 요인은 기쁨, 슬픔과 같은 감정 반응과는 달리 이성적 활동에 가까우며, 일종의 정신노동이라 할 수 있다. 본문 중에 보이는 ‘用意施爲’와 ‘臨事過差’는 이러한 측면을 더욱 분명히 드러낸다. 정신노동의 종류에 따라 五臟의 勞를 구분한 것은 마치 육체노동의 종류에 따라 다른 부위의 신체가 상하는 것과 같다.

앞서 살펴본 『諸病源候論』에서는 五勞의 종류 중 하나로 志勞, 思勞, 心勞, 憂勞, 瘦勞를 말했다. 원문의 설명이 소략한 까닭에 그 명칭들이 정확하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지 못했는데, 이를 『三因方』의 五勞와 대응시켜보면 의미가 보다 뚜렷해진다. 脾勞, 肺勞, 腎勞의 원인인 意外致思, 預事而憂, 矜持志節의 경우 포함된 글자들을 통해 思勞, 憂勞, 志勞와 대응됨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 밖에 瘦勞(疲勞)는 일을 해결하기 위해 힘을 다해 謀慮하는 과정에서 누적된 정신적 피곤을 말한다고 볼 수 있으며, 神機의 불안정에 의한 피곤은 神을 주관하는 心의 勞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諸病源候論』이 언급한 志勞, 思勞, 心勞, 憂勞, 瘦勞는 『三因方』과 마찬가지로 五臟을 지치게 하는 정신노동의 유형을 기준으로 五勞를 구분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함께 언급한 五臟勞病과 사실상 한 가지임을 알 수 있다.

2. 六極

(1) 諸病源候論

六極者, 一曰 氣極, 令人内虛, 五臟不足, 邪氣多, 正氣少, 不欲言.

二曰 血極, 令人無顔色, 眉髮堕落, 忽忽喜忘.

三曰 筋極, 令人數轉筋, 十指爪甲皆痛, 苦倦不能久立.

四曰 骨極, 令人酸削, 齒苦痛, 手足煩疼, 不可以立, 不欲行動.

五曰 肌極, 令人羸瘦, 無潤澤, 飲食不爲肌膚.

六曰 精極, 令人少氣吸吸然, 内虛, 五臟氣不足, 髮毛落, 悲傷喜忘.(卷三·虛勞候)21)

『諸病源候論』에서는 六極의 종류를 氣極, 血極, 筋極, 骨極, 氣極, 精極으로 분류하고 증상을 설명했다. 이 문장들은 『備急千金要方』에도 인용되었는데, 血極은 脈極으로, 肌極은 肉極으로 바뀌어져 있으며 五臟을 설명한 각 篇에 나뉘어 수록되어 있다. 예를 들어 「脈極」은 「卷十三」의 「心臟脈論」, 「心虛實論」, 「心勞」에 이은 네 번째에 위치한다.22) 따라서 孫思邈은 五臟에 배속된 五體를 기준으로 六極을 구분했던 것이라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三因極一病證方論』에서는 “無以養筋脈皮肉骨髓, 故六物皆極”23)이라하였고, 『醫學綱目』에서는 “六極, 謂筋脈肉皮毛骨瘁損, 是謂六極.”24)이라 한 것을 볼 수 있는데, 五行순으로 五體를 열거한 것을 볼 때 陳無擇과 樓英 역시 五臟을 기준으로 六極을 해석했던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五體를 중심으로 六極을 이해하려 할 때 생기는 의문점은 肺에 대응되어야할 極病이 皮極이 아닌 氣極이라는 것이다. 『四庫全書』를 기준으로 검색해본 결과 氣極이 皮極이 쓰인 예는 발견할 수 없었다.25) 肺가 氣를 주관하므로 氣極이라 명명한 것이 큰 문제라고 볼 수 없고, 단순한 반복 인용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脈極이나 肉極처럼 명칭이 다르게 사용된 예시가 있는 것과 달리 氣極으로만 쓰였다는 점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을 갖게 한다.

六極의 증상을 살펴보면 血極(脈極)은 안색이나 눈썹, 터럭 등에 병변이 나타나고, 筋極은 근육 경련이나 손톱의 통증이 나타난다. 骨極은 시린 감각과 치아의 통증이 있으며, 肌極은 살이 여윈다. 이처럼 六極의 대부분에서는 五臟과 五體로 설명 가능한 신체 부위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氣極에는 皮와 관련된 증상이 보이지 않고, 외형적 증상보다는 內虛, 五臟不足, 精氣少 같이 인체의 正氣가 부족한 정황 표현을 위주로 기술되었다26). 이러한 표현은 精極에도 중복되어서 마치 가장 위쪽의 氣와 가장 아래의 精의 極病이 本末로서 서로 호응하는 것 같은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점들을 통해 肺의 極病을 皮極이 아닌 氣極이라 한 것에 어떠한 의도가 있으며, 五體라는 기준 외에 또 다른 관점에서 六極을 서술했을 가능성을 짐작해볼 수 있다.

(2) 外臺秘要

刪繁論曰 夫六極者, 天氣通於肺, 地氣通於嗌, 風氣應於肝, 雷氣動於心, 穀氣感於脾, 雨氣潤於腎. 六經爲川, 腸胃爲海, 九竅爲水, 注之於氣. 所以竅應於五藏, 五藏邪傷則六腑生極. 故曰五藏六極也.(卷第十六·六極論)27)

위 단락은 六極의 총론 부분으로 병의 발생을 설명하고 있다.28) 이중 ‘天氣通於肺’부터 ‘注之於氣’까지는 『素問·陰陽應象大論』의 문장과 같다.29) 내용을 살펴보면 天, 地, 風, 雷, 穀, 雨의 氣는 인체와 각각으로 상응하는데 六經은 川이오, 腸胃는 海이며, 九竅는 물이 되어 氣를 댄다. 이어서 말하길, 五臟은 九竅를 통해 外氣를 감응하는데, 五臟이 邪氣에 상하면 六府의 極을 생하므로 五臟六極이라 한다고 하였다. 정리해보면, 天地間에 운행하는 氣는 五臟이 感應하는 통로인 九竅를 통해 인체로 들어와 六經을 흘러 腸胃에 모이는데, 邪氣가 들어 五臟이 傷하면 六腑의 極病이 생한다.

위의 내용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六極의 가장 큰 특징은 外氣가 인체에 들어옴에 따라 발생한 병이라는 것이다. 六極은 자연계의 여섯 가지 氣가 六經을 흘러서 六腑의 病을 일으킨 것이므로 역시 六數를 따라 분류되었다. 병의 원인은 五臟이 邪氣에 상한 것인데, ‘竅應於五藏’이라는 설명이 앞서 나온 것을 볼 때 五臟이 外氣의 관문인 九竅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결과임을 알 수 있다.

刪繁論曰 凡筋極者, 主肝也. 肝應筋, 筋與肝合, 肝有病從筋生. 又曰 以春遇病爲筋痺, 筋痺不已, 復感於邪, 內舍於肝.…… 善療病者, 病在皮毛肌膚筋脈而療之, 次療六腑, 若至五藏, 則半死半生矣.(卷第十六·筋極論)30)

六極의 각론을 살펴보면, 筋極은 肝에서 주관하는데 肝은 筋에 응하므로 筋을 따라 병이 발생한다. 이와 같은 설명은 精極을 제외한 나머지에서도 일괄적으로 나타나는데 六極이 五臟과 五體의 관계를 따라 파악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어서는 봄에 병을 얻으면 筋痹가 되고, 낫지 않으면 肝으로 들어간다고 하였다. 이 부분은 精極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공통적으로 보이는 설명으로 『素問·痺論』의 문장과 일치한다31)32). 병의 발생을 계절에 따라 구분했다는 것은 병의 근본적 원인이 五臟에 있음을 말하며, 五體의 痺證이 발생했을 때 邪氣에 거듭 감하면 五臟에까지 영향이 미침을 알 수 있다.

마지막 문장은 六極의 각론에 반복해서 기술되었다. 병의 위치를 크게 皮毛肌膚筋脈, 六腑, 五臟으로 나누고 병을 잘 치료하는 사람은 병이 腑와 臟에 미치기 전에 다스린다고 말했다. 이는 病이 深部에 이르기 전에 치료해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六極이 밖으로부터 안을 향해 진행되는 病임을 알 수 있다.

千金論曰33) 凡氣極者, 主肺也. 肺應氣, 氣與肺合. 又曰 以秋遇病爲皮痺, 皮痺不已, 復感於邪內舍於肺, 則寒濕之氣客於六腑也. (卷第十六·氣極論)34)

氣極에 대한 설명은 나머지 부분들과 같은 형식을 따랐는데, 유독 “寒濕之氣가 六腑에 客한다.”는 설명이 추가되었다. 앞서 총론 부분에서 六腑는 極病이 발생하는 病所로 지목되었다. 따라서 寒濕之氣가 六腑로 客한다는 것은 痺證이 極病으로 轉化함을 말하며, 肺가 이 과정의 關門이 됨을 나타낸다.

刪繁論曰 凡精極者, 通主五藏六腑之病候也. 若五藏六腑衰則形體皆極, 目視無明, 齒焦而髮落, 身重則腎水生, 耳聾, 行步不正…… (卷第十六·精極論)35)

精極에 관한 부분에서는 나머지 부분들과 달리 五臟과 五體의 상응관계 및 痺證과의 연관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精極은 五臟六腑의 病侯를 두루주하며, 五臟六腑가 모두 衰하면 形體가 모두 極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精極은 五臟六腑가 모두 衰했다는 점에서 나머지 極病에 비해 더욱 악화된 상태이며 六極病의 종착지로 이해될 수 있다.

이처럼 氣極과 精極은 나머지 四極과 다른 설명이 보이는데, 그 특성은 極病의 시작과 끝으로 비유할 수 있다. 이는 『諸病源候論』에서 氣極과 精極이 처음과 끝에 서술되고 그 증상들이 호응하는 것과 흡사하다.

3. 七傷

七傷者, 一曰陰寒, 二曰陰萎, 三曰裏急, 四曰精連連, 五曰精少, 陰下濕, 六曰精清, 七曰小便苦數, 臨事不卒.(諸病源候論·卷三·虛勞候)36)

『諸病源候論』에는 두 종류의 七傷이 보이는데, 그중 첫 번째는 남성의 생식기능과 관련된 증상들이다. 五勞와 六極이 五臟이나 五體를 기준으로 구분된 證들의 집합으로 파악될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七傷은 원인이나 기전을 구분하기 힘든 각각의 증상들이어서 전체가 하나의 證을 이룬 것에 가깝다. 다른 문헌들에서는 七傷의 증상을 약간씩 다르게 기록하기도 하였지만 陰部의 감각이나 기능의 이상을 설명했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비슷하다.37)

『素問·上古天眞論』에서 有子와 無子의 까닭을 묻는 질문에 연령에 따른 인체의 변화로써 대답한 것을 상기해볼 때, 생식기능은 생명력의 盛衰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七傷은 虛勞에 의한 생명력의 衰弱을 보여주는 대표적 증상들이라 할 수 있다.

又, 一曰 大飽傷脾, 脾傷, 善噫, 欲卧, 面黃.

二曰 大怒氣逆傷肝, 肝傷, 少血目暗.

三曰 强力舉重, 久坐濕地傷腎, 腎傷, 少精, 腰背痛, 厥逆下冷.

四曰 形寒寒飲傷肺, 肺傷, 少氣, 咳嗽鼻鳴.

五曰 憂愁思慮傷心, 心傷, 苦驚, 喜忘善怒.

六曰 風雨寒暑傷形, 形傷, 發膚枯夭.

七曰 大恐懼不節傷志, 志傷, 恍惚不樂. (諸病源候論·卷三·虛勞候)38)

七傷의 두 번째 분류는 병을 유발하는 일곱 가지 원인, 손상 대상, 증상을 함께 서술하였다. 병의 원인은 大怒, 憂愁思慮, 大恐懼 같은 심리 요인들과 大飽, 强力舉重, 形寒寒飲, 風雨寒暑 같은 행위 요인들로 구분될 수 있다. 여기서 언급된 심리 요인은 五勞에서 나타난 정신활동과 달리 화나거나, 우울하거나, 두려워하는 등의 氣分에 해당한다. 風雨寒暑는 일상적으로 겪는 온도조절과 비바람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七傷의 두 번째 분류는 감정이나 행위들 중 지속되었을 때 虛勞를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요인들을 나열한 것이며, 그로 인한 손상 부위를 五臟과 形志로 구분했다고 볼 수 있다.

후대의 문헌에 보이는 七傷을 몇 가지 살펴보면, 『醫學入門·內傷』에서는 七傷을 久視傷血, 久臥傷氣, 久坐傷肉, 久立傷骨, 久行傷肝, 房勞思慮, 勞役饑飽로 구분했는데39), 이는 『黃帝內經』에서 볼 수 있었던 五勞所傷에 陰血虛를 유발하는 房勞思慮와 陽氣虛를 유발하는 勞役饑飽를 더한 것이다. 따라서 李梴이 제시한 七傷은 모두 虛勞를 유발할 수 있는 행위들이라 할 수 있다. 『醫宗金鑑·虛勞總括』에서는 恐懼, 怵惕思慮, 喜樂, 悲哀, 憂愁, 盛怒와 같은 감정상태의 지속과 勞倦을 원인으로 七傷을 구분했다40). 이들은 각각 精, 神, 魄, 魂, 意, 志, 氣를 상한다고 보았는데, 五神을 말한 것은 손상 대상을 五臟을 기준으로 분류한 것이라 볼 수 있고, 傷精과 傷氣는 李梴이 陰血虛와 陽氣虛를 제시한 것과 흡사하다.

Ⅲ. 考察

이어서는 문헌의 검토과정에서 드러난 사실들을 비교함으로써 五勞, 六極, 七傷이 어떠한 속성을 기준으로 구분되었는지 고찰해보고자 한다.

1. 五勞·六極·七傷의 病因

본론에서 검토한 결과에 근거할 때 五勞, 六極, 七傷의 가장 큰 차이는 병의 원인이다. 五勞의 病因은 크게 두 가지가 언급되었는데, 첫째는 五臟을 지치게 하는 정신적 요인이다. 『諸病源候論』에서 병명으로 사용된 志, 思, 心, 憂, 瘦는 五臟과 五神을 피곤하게 만드는 정신 활동을 가리키며, 五臟의 勞病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둘째는 계절에 맞는 섭생의 실패로 天時에 변화에 따라 五臟이 길러지는 것을 가로막는 원인이 된다. 무리한 노동과 휴식 부족이 몸을 지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나친 정신 활동과 섭생의 실패는 五臟을 지치게 하며, 그것이 五臟에 직접적으로 작용한다는 측면에서 內因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六極은 인체가 六氣와 감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며, 외부에서 들어온 邪氣가 병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六極은 痺證과 매우 밀접하게 설명되었는데, 痺證은 風寒濕이 섞여 들어옴에 따라 발생하고,41) 五體에서 五臟으로 진행되는 病程을 나타낸다. 때문에 병을 잘 치료하는 사람은 병이 深部로 들어가기 전에 치료해야 한다는 설명이 여러 차례 언급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六極은 外因으로 촉발되어 內로 진행되는 병이라 할 수 있다.

七傷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생식기능과 연관된 증상들이다. 이들은 증상들을 나열한 것이므로 각각의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 七傷의 두 번째 종류에서 보이는 병의 원인은 大怒, 憂愁, 大恐 같은 심리 요인과 大飽, 强力舉重, 形寒寒飲, 風雨寒暑 같은 행위 요인으로 나뉜다. 심리적 요인의 경우 감정이나 기분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五勞를 유발하는 정신노동과 구별되며, 행동 요인들 역시 五勞, 六極의 病因과 구별된다. 『黃帝內經』에 나타난 五勞所傷은 보거나 눕는 등 지속적 행동에 의한 손상으로서 『諸病源候論』의 기준에 의하면 七傷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들로 미루어볼 때 본 연구에서 살펴본 문헌들은 內因, 外因, 不內外因이라는 三因의 관점에 따라 虛勞를 五勞, 六極, 七傷으로 구분하여 정리했던 것이라 추론할 수 있다.

2. 五勞·六極·七傷의 서술 구조

醫書의 저자는 자신이 파악한 속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방식으로 病을 서술한다. 따라서 서술구조는 해당 질환에 대한 저자의 관점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巢元方이 『諸病源候論』에서 五勞, 六極, 七傷을 제시한 방식은 그것들을 五臟에 따라 순차적으로 나열한 대부분의 서술 방식과 다르다. 때문에 그 기준이 무엇인지 쉽게 파악되지 않는데, 이를 분석하여 巢元方이 설명하고자 했던 五勞, 六極, 七傷의 속성을 파악해보고자 한다.

(1) 五勞

살펴본 바와 같이 『諸病源候論』의 志勞, 思勞, 心勞, 憂勞, 瘦勞는 병을 촉발하는 정신적 요인을 기준으로 명명한 것이며, 『三因方』이 제시한 矜持志節, 意外致思, 曲運神機, 預事而憂, 盡力謀慮와 대응된다.

이들의 속성을 비교해보면, 瘦와 憂는 일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거나 걱정의 결과로, 외부의 사건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다. 그중 瘦는 맞닥뜨린 일을 해결하기 위해 謀慮한 결과이며, 憂는 아직 닥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한 결과이다. 이 둘에 비해 思와 志는 자기중심의 思考라 할 수 있는데, 思가 외향적인 방향성을 가지는 것과 달리 志는 자신의 것을 지키려는 속성이 강하다. 心은 五神의 활동 전반에 관여하여 정신적 활동의 차원에서는 중앙의 속성을 갖는다. 이처럼 다섯 가지 정신 활동은 內外를 기준으로 층차를 구분할 수 있으며, 이는 志, 思, 心, 憂, 瘦의 순서와 일치한다. 巢元方은 이러한 차이를 기준으로 五勞를 제시함으로써 이 병이 본질적으로 정신 활동에 의한 손상이라는 관점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후대의 문헌들을 검토해본 결과 巢元方이 열거한 순서가 바뀌어 인용된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42), 五臟을 기준으로 五勞를 분류한 경우에 五行의 순서를 따라 원문을 재배치한 경우가 많아 이와 대비된다.

(2) 六極

『諸病源候論』에서는 육극을 氣極, 血極, 筋極, 骨極, 肌極, 精極으로 분류했으며, 『千金方』과 『外臺秘要』를 참고할 때 五體가 六極病의 속성을 규정하는 기준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極病은 다섯 가지가 아닌 여섯 가지로 구분되었는데, 이는 인체를 하나의 공간으로 상정하고 각 부위의 손상을 설명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Fig. 1.은 張元素가 저술한 『醫學啓源』43)과 張子和가 저술한 『儒門事親』44)에 수록된 「天地六位臟象圖」이다. 이 도표에서는 자연계의 공간을 여섯으로 나누고 그것을 인체에 대응시켰는데 이는 『諸病源候論』에 보이는 六極의 서술 구조와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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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 「Tiandi Liuwei Zangxiang tu (天地六位臟象圖)」

「天地六位臟象圖」에서 太虛와 黃泉은 전체 공간의 上下를 형성하고 인체에서는 肺와 腎에 속한다. 肺와 腎의 極病은 氣極과 精極으로 각각 대응될 수 있다. 또한 天面, 風雲之路, 萬物之路, 地面의 공간은 인체의 心包絡, 肝, 膽45), 脾의 臟象에 속하여 血極, 筋極, 骨極, 肌極과 대응된다.

巢元方은 氣極과 精極이 首尾로 배치하고 五體에 나타나는 증상을 설명한 나머지와 달리 内虛와 五臟不足을 언급하였는데, 精과 氣가 인체의 공간을 형성하는 本末임을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精極은 發源하는 위치의 正氣不足을 의미하며, 氣極은 表部로서 外邪의 침입에 대응하는 측면의 正氣不足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氣極에서는 ‘邪氣多, 正氣少’라는 설명이 추가적으로 서술되었다. 이처럼 六極의 서술 구조는 자연의 공간을 대입하여 外氣에 의한 인체 공간의 손상을 설명한 것이다.

六極을 五行의 순서로 배치하기는 했으나 이러한 관점은 『外臺秘要』에도 녹아들어있다. 총론 부분에 인용한 『素問·陰陽應象大論』의 문장은 天, 地, 風, 雷, 穀, 雨의 여섯 가지 氣가 인체에 상응함을 설명하는데, 이를 근거로 極病의 진행은 六經, 六腑, 六極과 같이 六數로서 설명되었다. 또한 氣極과 精極에서 極病이 시작되는 관문과 종착지의 성격이 설명되었던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3) 七傷

『諸病源候論』에 나타난 七傷은 두 가지 분류 중 어떤 것에 속하든 일정한 구조를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경향은 후대의 문헌들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난다. 그 까닭은 五勞와 六極이 五臟, 五體, 六腑 등 인체의 구성 요소를 단위로 병을 구분한 것인데 반해 七傷은 대표성을 가지는 증상이나 원인을 제시한 것에 가깝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3. 五勞·六極·七傷의 공통점

『諸病源候論』은 “夫虛勞者, 五勞, 六極, 七傷是也”라 하여 虛勞를 세 가지로 구분하였다. 따라서 五勞, 六極, 七傷은 각각으로 구별되는 특성을 가짐과 동시에 虛勞라는 상위 범주의 속성을 공유한다고 말할 수 있다.

앞서 五勞는 정신적 피로를 유발하는 원인을 五臟을 기준으로 구분한 것이며, 六極은 外因에 따른 신체의 고달픔이 五體와 연관되어 설명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七傷은 虛勞病證의 상징적인 증상 혹은 원인들을 나열한 것인데, 五臟 및 形과 志에 배속하여 설명되었다. 이처럼 五勞, 六極, 七傷은 공통적으로 五臟이라는 체계를 중심으로 분류되었다.

또한 五勞는 五神을 갈무리하는 五臟에서 시작된 병이며 五臟 자체가 病所가 된다. 六極은 外邪에 감응해 신체가 손상되지만, 최초에는 五臟이 九竅를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작된다. 또한 五勞와 六極의 발병 원인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공통적으로 계절적 요인을 언급하여 五臟이 길러지지 못한 것이 바탕에 깔려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문헌에 나타난 五勞, 六極, 七傷은 모두 五臟을 중심으로 기전이 설명되고 분류되었다. 虛勞가 五臟을 기준으로 설명된 병이라는 것은 병을 지칭한 표현들에서도 드러난다. 허로를 칭할 때 ‘五勞六極’이나 ‘五勞七傷’과 같이 표현한 경우는 많지만 五勞를 제외하고 ‘六極七傷’을 언급한 경우는 찾아 보기 어렵다. 이러한 점들로 판단할 때 五臟의 손상은 虛勞라는 전체집합에 적용될 수 있는 공통적 속성이다. 五臟의 손상은 本體의 손상이라는 점에서 일반적 의미의 虛證과 구별될 수 있으며, 五神과 관련된 증상이 虛勞를 판단하는 핵심적 요소라 추론할 수 있다.

Ⅳ. 결론

본 연구는 五勞, 六極, 七傷의 구분 기준을 파악하기 위해 체계적 분류를 처음 제시한 『諸病源候論』과 가까운 시대의 문헌들을 위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五勞, 六極, 七傷을 구분하는 기준은 病因이다. 五勞의 원인은 內因으로서 五臟을 지치게 하는 정신 활동이며, 六極의 원인은 外因으로서 五體를 손상시키는 外邪이다. 七傷은 不內外因에 속하는 감정적 요인과 행위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 『諸病源候論』은 병의 원인과 그에 따른 손상을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한 서술 방식을 채택하였다. 五勞의 경우 정신 활동의 내외적 층차를 기준으로 志勞, 思勞, 心勞, 憂勞, 瘦勞를 나열하였으며, 그에 따른 손상부위인 五臟의 勞病을 서술하였다. 六極의 경우 외사에 의한 오체의 손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연계의 공간 구조를 인체에 대입해 氣極, 血極, 筋極, 骨極, 肌極, 精極의 순으로 서술하였다. 七傷은 虛勞에 의한 대표적 증상과 원인들의 집합으로 특정한 서술 방식이 보이지 않는다.

3. 五勞, 六極, 七傷이 설명된 기전과 분류 내용을 기준으로 볼 때, 虛勞는 공통적으로 五臟의 손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문헌에서 虛勞를 五勞, 六極, 七傷으로 구분한 것에는 분명한 기준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그것이 체계적으로 서술되었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이는 虛勞病 인식의 원형을 확인한 것에 해당하며, 후대 의가들이 발전시킨 이론과 치법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감사의 글

본 논문은 한국연구재단 신진연구지원사업(생애 첫 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연구되었음. (No2017R1C1B5076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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