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계 품목농협 설립을 위한 제언
국내 농업은 주 작목을 쌀로 하고 축산, 원예, 인삼 등 부 작목으로 보완된 복합영농 체제를 근간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비농업 부문의 전문화 추세에 발맞춰 농업부문도 품목별로 발 빠르게 전문화·규모화되어가고 있으며, 이러한 여건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농업구조가 지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축산부문, 특히 양계부문의 전문화·규모화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종계의 경우 2006년 말 현재로 255가구 종계 농가가 6,568천 마리를 사육하여 호당 평균 종계사육 마릿수가 25.8천 마리이던 것이 2017년 말 현재로 336가구 종계 농가가 12,405천 마리를 사육하여 호당 평균 종계 사육마릿수가 36.9천 마리에 달해 12년 사이에 1.4배로 늘어났다. 종계산업의 규모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비농업 부문의 규모화·전문화 추세에 발맞춰 농업 부문도 품목별로 발 빠르게 전문화·규모화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러한 여건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농업구조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양계산업의 전문화·규모화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전문화·규모화가 이루어지면 당연히 이를 지원하는 기관도 전문화 되어야 함에도 기존의 지역 축협으로는 종계 농가를 지원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육계, 또는 종계 협동조합 설립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농업협동조합 성공국가로 높이 평가되고 있음에도 유독 양계부문만은 협동조합설립이 “깜깜이”상태인바, 이는 육계 94%, 종계 70%가 계열화 체계에 의하여 사육되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육계, 종계 사육이 계열화 체계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사육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갈등관계를 개별농가가 단독으로 계열업체에 대항하기는 버거운 입장일 것이므로 사육농가가 공동으로 대처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생존의 전략상 당연한 욕구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욕구는 이번 종계농가들이 처음으로 발의하는 것이 아니다. 1900년대사육농가 중심 협동조합형 육계 계열화 업체가 서울·경기의 서울 인티, 대구·경북의 대경, 부산·경남의 부경, 충북양계농협, 전북양계농협 등 양계 관련 협동조합이 조직되어 사업을 수행하였으나, 육계 계열화 초기 단계 사업 능력 부족 등의 이유로 모두 도산하고 말았다. 최근에는 육계 품목농협이 설립허가는 받았으나 사업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스스로 문을 닫았으며, 오리농협은 출범조차도 못하고 무산된 경험이 있다.
종계 품목농협 설립을 꺼려하는 측에서는 이러한 실패사례를 들고나오면서 반대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종계분야에는 아직 협동조합 설립과 관련하여 거론조차 된 적이 없었다. 현재 전국에는 양봉, 양토/양록, 치즈 농협 등이 설립되어 있음을감안하면 국내 육계·산란계 농협 발전에 중추적인 뒷받침을 하고 있는 종계산업발전을 도모하여야 할 종계 품목농협의 설립은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으나 관심을 가질때인 것은 분명하다.
설립 구상 중인 종계 품목농협은 사업영역이 광역화될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협동조합이 지향하는 협동조합의 인적 결합체적 성격이 훼손된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 협동조합에서는 인적결합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쌀 생산자 협동조합인 라이스 랜드 푸드(Rice Land Food)는 미국 아칸소, 미시시피 등 5개 주를 거쳐 설립되어 있어도 아무 문제 없이 운영되고 있다. 심지어는 언어가 서로 다른 덴마크의“엠디푸트(MD Foods)”협동조합과 스웨덴의“알라(Alra)”협동조합이 합병되어 초대형 규모의“알라푸드(Arla Foods)”협동조합으로 새롭게 탄생된 것을 볼 때, 고전적인 인적결합을 지나치게 고집할 일은 아닐 것이다.
농협은 그 설립과 관련하여 인가주의를 택하고 있다. “인가주의”라 함은 법인 설립시 법률이 정한 요건을 갖추고 관할 행정관청의 인가를 얻음으로써 법인으로서 성립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법률이 정한 요건을 갖추고 설립인가 신청이 있는 때에는 인가권자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를 인가하도록 되어있다.
품목조합 설립 인가 기준은 다음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로, 조합원 자격이 있는 설립동의자의 수가 200명 이상이어야 하고, 둘째로 조합원 자격이 있는 설립동의자의 출자금 납입 확약 총액이 3억 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걸려 있다.
그런데 현재 대한양계협회에서 파악하고 있는 종계농장은 300여 개로 되어있으나 그중 100여 개는 계열업체 직영농장으로 추정되므로 이를 제외하면 나머지 200여 종계농장만이 종계 품목농협 가입 가능 대상자가 된다는 계산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종계농가의 100%가 종계 품목 농협에 가입해야 200명 조합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100여 농가가 복수조합원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복수조합원 제도는 2000년에 도입된 제도로 가구당 조합원 수를 제한하지 않는다.
또한 종계 농가의 축산업허가도 가족 명의로 가능하도록 유권해석을 받아내야 한다. 종계농가가 종계 품목농협 설립에 동의할 경우 1인당 150만원 이상 출자하여야 하고, 복수조합원을 택한 경우는 가족 당 300만원을 출자해야 하는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그러나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종계농가들이 종계 품목 농협 결성의 필요성을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는가에 달려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