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동물의 동물복지는 유럽에서부터 미국, 브라질 등 전 세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국내 양계 동물복지는 2012년 산란계를 시작으로 2014년 육계로 범위가 확대되었으며, 2018년 6월 기준 전체 육계 농가 1,605개소 중 동물복지 농가는 34개소로 2%를 약간 넘고 있다. 국내에서도 양계 동물복지를 정착시키기 위한 정책 및 연구들이 추진되고 있는데 대부분 산란계에 초점이 맞추어져 육계와 관련한내용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육계도 동물복지를 적용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육계의 동물복지는 사육, 포획, 운송, 계류, 도축까지의 전 과정을 포함한다. 각 분야에 적용되는 인증기준은 국가 혹은 기관마다 차이가 있다. 이번 글에서는 육계 동물복지 개선을 위한 국내·외 동물복지 인증기준의 차이점을 보고 육계 동물복지의 필요성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주로 국내 인증기준과 세계 최초로 영국의 동물보호단체인 RSPCA(Royal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에서 제시한 인증기준을 비교하고자 한다. RSPCA 규정은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하였으며, 동물복지를 실천하는 여러국가들의 지침서가 되고 있다. 표1은 사육단계에서의 동물복지 인증기준에 대한 공통점과 차이점이다. RSPCA의 경우, 사육시설에서 깔짚은 최소 5cm로 규정되어 있으며 홰에 대한 규정 중 높이는 닭의 크기와 품종에 기반하여 국내와 RSPCA가 다르게 제시되고 있다. 사육밀도는 33kg/m2이하를 제시하고 있는 EU 규정(Council Directive 2007/43/ EC)보다 높은 수준인 30kg/m2이하로 기준이 같으며, 계사 내 공기 오염도는 국내기준보다 RSPCA가 더 엄격하다. 사육환경에서 조명시간 및 조도는 동일하다. 사육밀도와 더불어 기준이 같은 몇 가지 사항들의 경우 RSPCA 규정을 그대로 기재한 것이기 때문에 국내에 적용하기에 적합한 지별도의 연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현재 유럽 28개국 내에서 EU 규정인 33kg/m2이하에서 사육되는 육계는 34%뿐이며 나머지 66%는 그 이상의 밀도에서 사육되고 있다.
<그림1> RSPCA 인증마크
표 1. 사육단계에서의 국내·외 동물복지 인증기준 차이점
국내의 경우, 일반농장이 동물복지 축산농장으로 전환하거나 일반농장에서 사육된 닭을 입식하여 동물복지 축산물을 생산·판매하려는 경우에는 입식 후 4주 이상을 동물복지 육계농장 인증기준에 따라 사육하여야 한다.
이 외에도 유럽에서는 육계의 성장속도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성장속도가 빠른 닭의 경우 잘 움직이지 않아 다리와 관련된 문제들뿐만 아니라 Sudden Death Syndrome으로 알려진 심부전 발생, 면역력 저하 등의 문제가 생길 확률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들이 있다. 프랑스 최초의 식품인증으로 우수한 품질을 보장하고 있는‘라벨루즈(Label Rouge)’인증기준에는 완숙종(일 50g이하 성장, 최소 75일 사육)을 사용하여 사육일령을 84일로 규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완숙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편이지만 동물복지 측면에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림2> 완숙종(Slow-growing Broiler)와 라벨루즈 인증 마크
산란계와 달리 육계에서는 농장에서의 사육뿐만 아니라 운송과 도축과정도 중요한 동물복지 요소에 속한다. 국내에서는 2013년에서야 동물운송 및 도축에 대한 세부규정이 제정되어 의무화 되었다. 표2는 운송 및 도축단계에서의 인증기준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일부내용이다.
표 2. 운송 및 도축단계에서의 국내·외 동물복지 인증기준 차이점
운송 및 도축과정에는 닭에 직접적으로 스트레스를 주고, 품질을 손상시킬 수 있는 영향력이 큰 요인들이 많지만 국내의 경우 이러한 주요 원인들에 대한 규정이 미흡하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인 포획방법에 대한 규정이 제시되어 있지 않으며, 운송소요 면적의 경우 밀도설정에 기준이 되는 온도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다. 또한, RSPCA는 운송시간을 4시간 이내로 규정한 반면 국내는 없으며, 계류시간도 국내의 경우 12시간 이내로 매우 길다. 규정이 엄격한‘라벨루즈’의 운송거리 및 시간에 대한 인증기준은 2시간 또는 64마일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걸기작업(shackle) 시조도에 대한 규정은 RSPCA가 닭들의 안정을 위해 낮은 조도인 5lux로 명시하고 있으며 쇄클(shackle)에 건 후 기절 전까지 이동시간은 30초로 국내기준에 비해 짧다. 특히, 걸기작업(shackle) 시 가슴지지대 설치를 의무화해 닭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동물복지로 인증된 농장에서 자란 닭이 위의 규정들을 준수하여 동물복지로 인증된 운송차량과 도축장을 거쳐야만 최종적으로 동물복지 인증 닭고기가 생산되는데, 현재 운송 및 도축 세부 규정을 바탕으로 운송차량은 93개, 도축장은 2개가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상태이다.
<그림3> 동물복지 인증 닭고기
맺음말
미국과 유럽 등 동물복지를 확대하기 위한 닭고기 최대 생산국들의 움직임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내 일부 국가들은 동물복지를 구축하기 위해, EU가 제시하는 동물복지 규정사항을 넘어 더 높은 수준의 인증기준을 자체적으로 제시하여 준수하고 있다. 올인-올아웃방식으로 출하하는 육계의 경우, 산란계에 비해 질병발생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동물복지의 필요성을 덜 인식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향후 식품산업의 방향은 고품질, 안전성 및 건강 측면으로 꾸준히 흘러갈 것이다. 육계 동물복지 적용은 닭고기의 품질, 위생 및 안전성 향상과 직결되는 문제로 장기적으로 가금산업이 주목해야 할 사안이다. 비싼 판매가격과 동물복지인증 닭고기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인해 동물복지 확대가 더디지만, 국내 육계산업의 경우 닭고기 생산의 전반적인 과정에 계열업체가 관여하고 있다는 점이 육계 동물복지를 확대하기에 긍정적인 측면으로 보인다. 육계의 복지를 최적화시키는 사육방식, 수송, 도축과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농장주뿐만 아니라 운송팀, 도축팀이 함께 복지를 실천해야 하며, 현장과 현실에 맞는 정책으로 개선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