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육계와 필수아미노산(알지닌)

  • 구은지 (CJ제일제당 BIO사업부문 기술마케팅팀)
  • Published : 2018.05.01

Abstract

Keywords

육계 내 알지닌(Arginine)의 필요성 및 생리적 기능

1998 년 10월, 새로운 노벨 생리의학상(Nobel Prize in Physiology or Medicine)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일산화질소(NO, nitric oxide)에 의한 혈관 이완조절’이라는 연구주제로 3명의 연구자가 공동수상을 하게 되었다. 이들의 연구 업적이 이와 같은 평가를 받게 된 배경은, 혈관의 이완이 호르몬과 같은 고분자 물질에 의한 것이라는 기존의 가설에서 벗어나 작은 분자량을 지닌 일산화질소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밝혔기 때문이다. 또한, 일산화질소는 체내에서 일련의 신호 과정을 거쳐 혈관 주변의 근육을 이완시킨다는 점을 밝혀낸 최초의 연구 성과로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현재까지 다양한 분야에서의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일산화질소와 관련하여 약 15만건 이상의 연구논문들이 보고되고 있다(Pubmed 기준). 또한, 이러한 연구들은 우리 실생활에서 쉽게 적용되어 활용되고 있다. 그중 처음에 심장질환 치료제로 개발되어 전혀 다른 분야에서 높은 효과가 인정되고 있는 ‘비아그라’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렇게 중요한 일산화질소는 체내에서 알지닌(arginine)이 시트룰린(citrulline)과 일산화질소로 전환되는 과정을 통해 생성된다. 알지닌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이며, 그 외에도 체내에서 일산화질소를 비롯한 폴리아민(polyamine), 크레아틴(creatine), 글루타메이트(glutamate) 등 다양한 물질을 생합성 하는데 관여한다. 알지닌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한 Guoyao Wu는 본인의 논문에서 알지닌을 가장 다재다능한 아미노산 중 하나로 칭하기도 하였다.(Guoyao Wu, 1998)

알지닌의 대사산물인 폴리아민은 체내에서 세포 분화/증식에 도움을 주고, 크레아틴은 근육에서 에너지 이용과 연관된다. 또한, 글루타메이트는 아미노산으로, 뇌에서 신경전달물질로 작용한다.

1. 육계에서의 알지닌의 필요성

닭과 같은 조류(鳥類)는 알지닌을 체내에서 생합성 할 수 없기 때문에 알지닌은 필수 아미노산에 속한다. 또한, 육계에서 알지닌은 메치오닌, 라이신, 쓰레오닌에 이어 제4제한 아미노산으로 거론된다.

사람이나 돼지와 같은 포유류에서는 조건적 필수 아미노산에 해당하는 알지닌이, 조류의 성장과 유지를 위한 필수 아미노산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포유류에는 알지닌의 생합성과 연관되는 요소회로(urea cycle)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동물들은 진화 과정에서 각각의 환경에 맞는 질소 배출 방식을 갖게 되었는데, 특히 조류는 요산(uric acid, C5H4N4O3)의 형태로 질소를 배출하고, 포유류는 요소(urea, CH4N2O)의 형태로 배출한다. 포유류에서 이 요소를 생성하기 위한 요소 회로가 작동하는데 이 과정에서 알지닌이 체내에서 생성이 된다. 하지만, 조류에서는 <도표 1>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일부 효소(carbamoyl-phosphate synthetase, ornithine carbamoyl transferase)의 부재로 요소 회로가 작동할 수 없고, 이로 인해 조류는 알지닌을 생합성할 수 없다(Fernandes et al., 2010).

<도표 1> 요소 회로 (urea cycle)

또한, 품종이 개량되면서 점점 육계 내 알지닌의 요구량이 늘어나고 있다. (Aviagen, 2007, 2014) 이는 최근 육계들이 점점 더 빠르게 자라도록 개량되고 있어서 체내 단백질 축적률이 높아지고 있고 이에 따라 라이신 요구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이신과 알지닌 간에는 길항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라이신만 높여서는 이상적인 성적을 얻을 수 없어서 알지닌의 요구량도 따라서 증가하고 있다(Fernandes et al., 2010). <표 1>은 대표적인 육계 종계 품종인 ROSS308의 아미노산 요구량을 보여준다. 2007년 대비 7년 뒤 개정된 2014년 권장량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증가한 아미노산은 알지닌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닭의 형질이 개선됨에 따라 알지닌의 요구량이 크게 증가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표 1. ROSS308 (Aviagen) 아미노산 요구량

한편, 알지닌의 라이신 대비 적절 비율을 연구하기 위한 CJ BIO와 스페인 연구기관인 IRTA의 공동연구에서 개량된 현대 육계에는 사료 내 115% (알지닌%/라이신%) 수준으로 알지닌을 급여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는 기존에 일반적으로 제안되어 있는 사료 내 알지닌:라이신=106%보다 더 높은 수준의 알지닌이 필요할 수 있음을 <도표 2>에서 보여준다.

<도표2> 육계 내 알지닌 요구량 (IRTA) ​​​​​​

2. 육계에서의 알지닌의 기능

알지닌은 양계에서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지만, 특히 주목할 만한 기능으로 아래의 네 가지 기능을 들 수 있다.

그 첫 번째로 재생산성 향상이다. 먼저, 육용종계(수컷)에 알지닌을 급여할 경우 정액의 양, 정자의 이동성이 개선된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며, 이는 알지닌에서 유래한 폴리아민과 일산화질소의 도움으로 볼 수 있다(Ahangar et al., 2017; Youssef et al., 2015). 또한, 육용종계(암컷)에 알지닌을 첨가할 경우 산란율이 개선되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 이는 알지닌에 의한 황체형성호르몬(LH, luteinizing hormone; 체내 난자 생성에 관여하는 호르몬) 분비 촉진으로 인한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Duan et al., 2015; Bassiouni et al., 2009).

둘째로는, 복강지방 감소 기능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최근 육계 체중의 15~20%는 지방이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85% 이상은 생리적으로 이용되지 않는 불필요한 지방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Choct et al., 2000). 이처럼 육계 내 과도한 지방 축적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특히 복강지방은 도체율 하락에 의한 채산성 감소와 함께 고온 스트레스 내성을 낮추는 등, 생산성 악화에도 영향을 준다(Fouad et al, 2013). 그러나, 알지닌은 체내에서 지방산이 분해되는 과정인 β-oxidation을 촉진시키고, 지방산 생성을 저해시키는 과정에 관여함으로써 육계의 복강지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Jobgen et al., 2006; Fouad et al., 2013).

실제, CJ BIO와 미국 조지아대(University of Georgia)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알지닌 급여에 따른 육계에서 유의적인 복강지방감소가 확인되었다. 실험 사료 내 라이신 대비 알지닌 함량을 74~116%로 조절하여 급여한 결과, 알지닌/라이신 수준이 증가할수록 체중 대비 복강지방의 양이 감소하는 경향이 <도표3>에서 확인되었다.

<도표3> 알지닌 첨가에 의한 복강지방 감소 경향

셋째, 고온 혹은 저온 스트레스를 저감시킬 수 있다. 기후변화와 함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집약적 사육방식은 고온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쉬운 환경요인으로 작용하고, 이에 따라 발생된 산화 스트레스는 사료섭취량, 증체량, 사료효율에 악영향을 준다. 따라서 이러한 스트레스 발생 방지 또는 내성개선에 대한 관심은 최근 주목되고 있는 동물복지의 관점에서도 점차 중요한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 스트레스 저감과 관련된 영양학적 연구들에서 알지닌은 체내에서 활성산소(ROS)와 반응하여 항산화 능력을 높여주고 이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를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Shan et al., 2013). 실제로 저/고온 스트레스 조건에서의 알지닌의 스트레스 저감효과가 보고된 바 있으며(Sharifi et al., 2015; Fouad et al., 2012), 월동기의 사육장 내 환기 부족에 의한 산소 결핍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 또한 시사된 바 있다(Basoo et al., 2012).

마지막으로 넷째, 골격 발달 기능을 들 수 있다. 알지닌은 체내에서 성장 호르몬 촉진에 관여하며, 성장 호르몬으로 인해 콜라겐과 non-collagen matrix 등의 발달을 촉진하여 골격형성에 도움을 주는 것과 함께(Visser and Koekman, 1994; Hock et al., 1988), 알지닌에 의해 합성된 일산화질소는 파골세포(Osteoclast)에 의한 뼈 흡수를 방지함으로써 골격유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Hof and Ralston, 2001; Mancini, 2000). 실제로, CJ BIO와 미국 조지아대(University of Georgia)의 공동 실험 결과에 의하면, 사료 내 알지닌 함량 증가에 따른 골밀도 증가 경향이 <도표 4>에서 확인되었다.

<도표4> 사료 내 알지닌 첨가량에 따른 골밀도 변화

게다가, 골밀도 증가와 함께 눈에 띄었던 점은, 알지닌을 첨가하지 않은 알지닌 75%/라이신 군에서 육계의 생존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관찰되었음을 <도표5>에서알수있다. 사육자의 관찰에 의하면, 유독 알지닌 결핍구(알지닌/라이신=75%)에서 보행능력을 상실한 개체가 다수 관찰되었으며, 그로 인한 사료 섭취 부족이 직접적인 폐사율 증가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즉, 사료 내 알지닌 함량은 골격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부족할 경우 폐사율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본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다.

<도표5> 알지닌 함량에 따른 생존율 변화

<사진> 알지닌 공급부족에 따른 보행력이 상실된 닭​​​​​​​

3. 결론

육계사료에서 알지닌은 사료를 통해 섭취되어야 하는 필수 아미노산에 해당하며, 사료 내 알지닌의 부족은 알지닌으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대사물질의 생성에 악영향을 끼치므로 배합비 설정에 있어서 반드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육계 사료에 있어 알지닌의 요구량은 스트레스 조건, 질병 그리고 연령 등에 의해서 달라질 수 있으나, 최근의 연구 결과를 통해 육계 사료 내 알지닌의 적정 수준은 라이신 대비 115%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해야 하는 육계의 특성상, 기능성 필수 아미노산의 급여는 필수 불가결한 현상일 것으로 보이며, 아미노산 계의 ‘비아그라’인 알지닌의 첨가 여부를 지금부터라도 한번쯤은 고려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