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살충제 검출 파동 이후 - 농가 시각에서 바라본 계란 살충제 검출 파동

  • 발행 : 2017.10.01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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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여지없이 농장만 봉이다

유난히 더웠던 긴 여름, AI 사태가 한바탕 불고 난 후 이제는 모든 것을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려는 찰나 때 아닌 살충제 파동에 또 한 번 농가는 눈물짓는다.

정부의 발표를 두고 농가 입장에서는 아이러니한 생각만 가득하다. 탁상공론과 정경유착, 대기업 중심의 정책이 관행처럼 이어오다 결국 오른 물가에 살충제 검출 계란이 그 희생양으로 내몰린 일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일이 한두 번도 아니니, 이제는 ‘또 결국 그렇지’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이에 대한 정부의 처사 또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진정한 무항생제 농장이란 무엇인가?

농장의 환경이란 몇 백만 원의 서류 한 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몇 년에 걸친 노력과 경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정부는 농가인증만 앞세우고 있는데, HACCP과 무항생제 농장들, 계열사, 유통이 제대로 시행된다고 말할 수 있는가? 친환경 농장이라 하여 거액을 들여 만들고 있지만 결국 부패한 관련 인증기관 고위직들에 이용되며 정부자금에 쓰이고 있지는 않은가. 서류에서만 지워버리고 항생제 검사에서 검출되지 않았다고만 한다면 그것이 진정한 무항생제인가? 도계장 도계 시 항생제 검사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심 또한 저버릴 수 없다.

무엇이든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농가는 정부 정책대로 시행해야만 하고 정부 정책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그 주위만 겉도는 식이니 농가는 농가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그 피해를 떠안고 있다. 양계 농가를 이해할 수 있는 자로 정부의 관리직부터 바뀌어야 한다. 농가를 계획하고 생산과 사육의 경험이 있는 자가 행정력을 더하여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

농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 단순히 그들의 이해관계만 따져 고위직을 임명하고 농가 문제를 해결하려 드니 근본적인 대책이 나올 수가 없다. 진정한 무항생제 농장을 이루려면 정부는 서류니 인증이니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대책이 아니라 무항생제 농장을 위한 진실하고 실질적인 대책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소비자를 속이는 것도 그만!

닭고기와 계란만 봐도 우리나라처럼 품명과 제품이 많은 나라는 없다. 닭고기는 닭고기이고 계란은 계란일 뿐이다. 무슨 닭은 어디에 좋고 어떤 계란이 어디에 좋고 하는 식의 홍보는 소비자만 속이는 꼴이다. 왜 자꾸만 상품이 세분화 되는가? 똑같은 계란과 닭고기를 등급화시켜 가격만 오르고 소비자는 소비자 대로 속고 농가는 그것에 맞게 부담을 떠안다 보니 더욱 괴로움이 생긴다. 세분화와 가격 차등은 결국 그사이 계층을 위한 이득 수단일 뿐이다. 진정으로 소비자, 국민을 위한다면 깨끗하고 안전한 생산에만 주력할 것이지, 겉 포장만 그렇게 하여 이득을 누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만 봐도 정부는 살충제 검출 계란 파동만 툭 하니 던져놓고 그에 대한 확실한 답변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의사협회든 관련 기관이든 아직 정리된 것이 아니라고만 하여 국민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조용히 근본적인 문제부터

지금처럼 문제만 크게 일으켜놓고 근본적인 대책은 나 몰라라 하는 식의 태도는 국민의 불안감만 일으킬 뿐 아무런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확실한 문제 파악에 앞서 언론은 취재 경쟁에 눈멀어 앞다투어 나서니 소비자의 불안감만 확산시킬 뿐이다. 또한 ‘아니면 말고’ 식으로 그 결과 또한 책임지지 않으니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에만 남는다. 실질적인 문제부터 파고들어 차근차근 조용히 처리해 나가야 한다.

유럽과 같이 보험제도를 받아들여 정부는 정책과 설계를 하고 농가는 생산만 하여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정부가 이번 살충제 문제를 일으킬 자격이 있는가? 살충제 사용이 문제라면 정부는 살충제 사용을 막기 위한 그 대처약 또한 준비해 놓았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지금 현재 야기된 문제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있는 문제점이다. 그러한 문제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대책도 준비해 놓지 않은 채 지금 이 시점에서 살충제 문제를 터트려 논한다는 것은 농가 입장에서 이해될 리 만무하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이러한 파장은 1차 생산자에게 직격탄이다. 물론 농장들도 욕심을 부릴 것이 아니라 적정량만 산란하고 사육하여 살충제, 항생제 없는 깨끗한 농장을 만들어나아가야 한다.

사육방법이 이번 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는 그 시작요인이 무엇이었는가에 대해서 분명한 의구심이 생긴다. 이번 살충제 파동이 고가의 계란 가격을 끌어 내리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면 정부는 그 책임을 확실히 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