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칼럼 - 작은 차이가 승패를 가른다

  • 문홍길 (국립축산과학원 가금연구소)
  • 발행 : 2017.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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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차이가 승패를 가른다

이 땅의 가금인에게 2016~2017년 겨울만큼 잔인한 시기가 또 있었을까?

전국적으로 발생한 고병원성 AI로 인해 3,787만수의 가금류를 살처분 하였으며, 직간접적인 피해규모가 1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재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차원에서도 다양한 개선대책을 마련하였다. 초동대응 강화, 방역 지원체계 강화, 해외정보 수집 및 예찰체계 강화, 농장 내 바이러스 유입 차단, 평시 책임방역 정착, 방역에 따른 안전성 확보 및 추가발생 방지 대책에 대하여 세부적인 실천방안까지 마련한 것이다. 이러한 정부대책의 실효성 등에 대한 찬반양론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나, 필자는 본고에서 작아 보이지만 실질적인 실천방안에 대해 얘기를 하고자 한다.

닭과 오리에 조류인플루엔자가 있다면, 사람에게도 독감이라고 불리는 인플루엔자가 있다. 독감이 유행할 때 흔히 접하는 독감 예방수칙을 한번 살펴보자. ① 예방접종 실시, ② 마스크 착용, ③ 기침예절 준수, ④ 비누를 사용하여 30초 이상 손을 자주 씻고 개인 위생수칙 준수, 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 방문금지, ⑥ 의심증상이 있을 경우 즉시 의사의 진료 등이다. 전파 원인이나 경로 등이 달라서 적절한 비유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조류인플루엔자 방역대책에 비하여 언뜻 보기에 훨씬 허술하고 미미해 보인다. 닭이나 오리가 우리에게 소중하기는 하나, 냉정하게 얘기해서 사람이 훨씬 귀한 존재인데 말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람이 무균실에 들어가 아무 활동도 하지 않는 한, 위에서 언급한 사항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어 보인다. 다시 말해 작지만 기본적인 원칙의 실천이 최고의 예방대책이라는 것이다.

세계 3대 과학학술지인‘싸이언스’가 발표한 바와 같이 AI의 주요 발생원인은 야생조류이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해도 우리나라로 날아오는 철새를 막을 방도는 없으며, 또한 아무리 국가 차원의 방역시스템을 강화한다 하더라도 그들이 거의 전 국토에 배설하는 분변을 모두 소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철새의 분변을 통해 살포되는 바이러스가 축사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만 한다면, AI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답답한 점은 이놈의 바이러스가 워낙 작아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코털에 묻어서도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며,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바람으로는 전파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가차원의 방역체계에 대해서는 당국자, 학자, 양축가 등 많은 사람들이 갑론을박하며 지혜를 모으고 있으니, 필자는 의료인들이 최선의 예방대책으로 제시하고 있는 독감 예방수칙에 준하여 농장주인 차원의 방역 실천수칙을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백신접종에 대해서는 최종 결론이 나올 때까지 좀 더 기다려 보자. 둘째, 코나 입을 통하여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하여 마스크를 쓰듯이, AI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쥐나 새가 축사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작은 틈도 꼼꼼히 틀어막아야 한다. 셋째, 다른 사람에게로의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기침예절을 지키듯이, 축사에 들어가기 전에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 가래도 뱉고 코도 풀어야 한다. 넷째, 손에 묻어 있는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 30초 이상 손을 자주 씻고 개인 위생수칙을 준수 하듯이, 축사에 들어가기 전에는 반드시 손을 소독하고 신발과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다섯째, 독감에 걸리지 않기 위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듯이, AI를 옮기지 않기 위해 양축가가 많이 모이는 장소는 피해야 한다. 여섯째, 의심증상이 있을 경우 즉시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하듯이, 의심증상이 있을 경우 즉시 당국에 신고를 하여서 이웃농장으로의 전파를 사전에 차단하여야 한다. 끝으로, 위에서 언급한 손을 씻고 코를 풀며 신발과 옷을 갈아입는 행위는 닭이나 오리를 접촉하기 바로 직전에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따라서 축사 입구에 반드시 전실을 두어야 한다. 샤워시설 등 별도의 공간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으나, 현실을 감안한다면 최소한 축사입구 바닥에 선이라도 그어서, 그 선 안쪽과 바깥쪽을 확실히 구분하여야 한다. 단 1초, 한 발자국도 벗어나서는 안 된다. 그럴 마음이 없다면 축산을 접어야 한다. 나뿐만 아니라 이웃 농가에게 씻을 수 없는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전실은 천당과 지옥을 가르는 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감 예방수칙을 잘 준수하여도 독감에 걸릴 수 있듯이, 위에서 언급한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도 AI는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확률은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다.

20세기 최고의 건축가‘루드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는 성공비결을 묻는 질문에 ‘신은 디테일에 있다’라고 하였다. ‘디테일’ 즉 세밀함을 강조한 말이다. 국가차원의 거시적인 방역대책이나 농장 전체를 허옇게 석회석으로 뒤덮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고리를 잡는 작은 손을 소독하고 작은 발자국 하나에도 신경을 쓰는 세밀함이 더욱 중요하다.

평발과 작은 덩치를 극복하고 한국인 최초의 프리미어리거가 된 박지성 선수는 자신만의 성공비결을 묻는 질문에 ‘작은 차이가 승패를 가른다’고 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