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수입 계란이 주는 교훈

  • Published : 2017.05.01

Abstract

Keywords

금년은 식란이 우리나라에 공식적으로 처음 수입된 해로 기록되게 된다. 말 그대로 수출국에서 하루아침에 수입국으로 입장이 바뀐 모습이다. 물론 원인은 두말할 나위 없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발생에 의해서이다. 대형마트의 가판대에 자리를 차지하고 손님을 맞았던 하얀 계란, 이름 하여 ‘미국산 수입 계란’이 버젓이 상표를 달고 팔렸지만 반감을 나타내는 손님들은 거의 없었다. 이를 바라보면서 현실이 얼마나 냉혹한가를 실감하였다. 그러므로 두 번 다시 이 같은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재발방지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발생되고 있는 HPAI는 어찌 된 영문인지 여느 해와 달리 산란계에 발생이 집중되어 대거 매몰되는 바람에 계란 품귀현상이 빚어졌다. 산란계의 대량 매몰, 이동중지 명령에 의한 계란 반출 통제, 인상 기대심리에 의한 매점매석 등의 요인들이 겹쳐 작용하면서 그간 과잉 때문에 골머리였던 계란이 일시에 자취를 감추어 물량 부족으로 몸살을 앓았다. 그동안 호·불황은 서서히 다가왔다가 서서히 걷히는 현상쯤으로 생각해왔는데 알고 보니 이번처럼 일순간에 올 수도 있음을 경험하게 하였다. 지난해 추석 전에는 계란 개당 할인 폭이 음성적으로 60원선을 넘나들 만큼 만성적인 과잉생산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갑자기 공급 부족 현상으로 입장이 바뀌자 계란을 수입하여 치솟는 가격을 진정시키려는 분위기로 급변하였다.

우리나라의 연도별 산란계 사육 수 변동 추이를 보면 4분기 기준 2012년 61,344,004수, 2013년 64,824,106수, 2014년 67,674,077수였는데, 2016년에 들어서는 71,043,000수를 기록함으로써 말 그대로 마의 벽이라 일컬어지던 7천 만수 사육 시대를 열고 말았다. 결과는 두말할 나위 없이 저 난가를 불러와 계란을 출하할 때 규모, 지역 구분 없이 고통에 시달렸다. 이는 농가들이 자동화 시설을 할 때 규모를 늘려온 데서 기인된 것으로 보는 견해들이 많다. 농가 수는 감소하는 반면 사육 수는 증가하여 대조된 모습을 보여 오다가 최근에는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진단하고 있다. 여기에는 HPAI가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견해도 있다. 격년마다 발생하는 바람에 산란계 농장들의 피로도 급증으로 호흡기성 질병이 증가하는 양상임이 여러 차례 지적되기도 하였다. 특히 2014년에 발생한 HPAI의 여파가 만만치 않아 2015년 난 가를 수직 상승시켰고, 이 결과로 인하여 2016년까지 입추가 대폭 증가하는 바람에 끝내 과잉생산의 계곡에 갇히고 마는 결과를 불러들인 정황이 여러 가지 통계자료를 통해서 나타난다.

이번에 유입된 HPAI는 종전과는 좀 다른 종의 바이러스로 4월 4일 기준 총 3,787 만수 정도의 가금류가 매몰되었는데, 이중에 산란계가 약 2,518만 수대에 이르러 2016년 4분기 기준 약 36% 정도를 일시에 감소시켰다. 계란 같은 축산물은 약간의 생산 증감 현상만 나타나도 가격 변동 폭이 매우 큰데 이번에는 닭이 평균 20.3%가 2개월 전후로 매몰되어 마치 산업이 붕괴될 때 나타나는 초기현상과 맞먹는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재 남아있는 산란계는 대략 4,900 만수대 전후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수준은 과잉생산의 영향이 없었던 2012년 수준에 비해서도 약 20% 정도가 적은 양이다. 그러므로 환우를 최대한 감안하더라도 최소 6개월 이상은 공급이 불안정한 상태에 놓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만일 산란 실용계 병아리의 입식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에는 기간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산업 구조를 감안해 볼 때 종계 입식이 늦어진다면 1년 이상이 늦추어지는 특성 때문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먼저 실용계 병아리 공급이 원활해지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어찌 됐건 계란은 국내산으로 전량 대체하려고 애써왔지만 이처럼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하여 물가 안정 차원에서 식란이 수입되어 산란계 업계로써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우리나라의 계란 소비형태를 2010에 발표된 국내 가공산업 현황조사 자료를 참고하면 가정용이 33%이고, 나머지는 47%가 업소용이며, 가공용은 20%에 이른다. 이에 비해 미국은 59% 가정용 소비 위주이다. 일본 역시 49%이다. 그러므로 계란이 직수입되면 가정용 소비가 적고 업소용이나 가공용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시장은 식란 보다 가공용의 시장 침투력이 매우 높아질 수 있는 여지가 큰 소비구조라서 가정용 소비 비중을 끌어올려야 한다. 차후 국내 산란 업이 정상화되더라도 수입 대체 비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난가 관리가 어려워진다. 소비는 감소하고 사육수는 증가하여 HPAI 발생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다면 산란업은 심각한 과잉생산의 후유증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이번에 식란은 물론 가공 난에 이어 실용계 부화용 종란까지 긴급 공수된 터라 청정화 선언 이후에 어떤 경기가 전개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공급이 감소했다 하여 너무 고난가를 기대해서도 안 된다. 수입 계란의 국내 도착 가격 여하에 따라 수입 가능성이 결정되므로 고난가를 유지시켜 내부에서 계란 수입을 부추길 필요는 더더욱 없다. 이미 3월 31일 기준 신선란이 1,197.33톤, 냉동 전락액을 포함한 난 가공품이 1,965.9톤이 수입된 점이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일시적인 공백기에 입추 열기가 고조되면 HPAI가 종식 선언된 이후에 저난가 또한 피하기 어려워진다. 산란계의 적정량을 유지하여 산업구조를 튼튼히 하는 것이야 말로 수입 계란을 원천 봉쇄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