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살충제 성분 검출 계란에 대한 소고

  • 정대이 (광주시농업기술센터 농업정책과 가축방역팀)
  • 발행 : 2017.12.01

초록

키워드

살충제 성분 검출 계란, 동물복지가 답인가?

1. 살충제 오염 계란의 대처

유럽에서 피프로닐 오염 계란 사태가 크게 불거지자 한국농산물품질관리원은 2017년 8월 무항생제 인증 농가에 대한 계란 검사에 살충제 항목을 추가했다. 무항생제 인증 농가는 1년에 1회 이상 생산물에 대한 항생제 검사를 하는데, 8월 수거된 계란에 대해 일차적으로 살충제 검사를 해 본 것이다. 무항생제 계란의 안전성 파악을 위해 실시한 이 검사 결과 두 농장에서 살충제가 검출되었다.

남양주시 농장은 국내에서 사람이 소비하는 식품에 사용이 금지된 피프로닐이, 광주시 농장은 진드기 방제용 약제에 흔히 사용되는 비펜트린이 나왔다. 검사 결과가 농림축산식품부에 보고되자 8월 14일 장관은 긴급회의를 개최하여 이 사실을 숨김없이 국민에게 알리기로 하고, 바로 언론 보도를 통해 국내 계란에서도 살충제가 검출되었음을 알렸다.

농림부는 8월 15일부터 계란의 유통을 전면 금지하고, 국내 산란계 농장 전수 검사를 마친 후 계란 유통을 한다고 밝혔다. 이전에도 살충제 오염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었던 것을 생각하며,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대규모의 빠른 조치였다. 축산물 식품 안전에서 이만큼 신속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적이 또 있을까 싶은 행동력이었다. 그러나 많은 종류의 살충제를 동시에 분석하는 일은 장비와 인력, 숙련도가 필요한 작업이다. 경험도 없이 이른 시간에 1,200여 농가를 능숙하게 검사하고 정리하여 대중에게 알리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런 탓에 농장명이 바뀐다거나 잘못된 검사결과를 발표하는 혼선을 빚기도 했다.

계란의 살충제 오염 가능성에 대한 농림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지하고도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지적하고 개선을 독려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살충제 검출을 확인한 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대처 자세는 유럽 어느 나라보다 훌륭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산란계 농장을 3일 내 전수 검사하고, 오염된 계란은 가능한 한 모두 찾아 폐기하였다. 이제 산란계 농가는 살충제를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도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로 조건 없는 공포감을 유발한 국내 언론은 유럽 언론의 차분한 대처와는 사뭇 달랐다. 유럽에서 검출된 피프로닐의 최고농도는 1.2ppm으로 우리나라 계란 허용 기준치 0.02ppm의 6,000배에 이른다. 이렇게 엄청난 농도에도 사건의 발생 경위와 현재 대처 상황, 1인당 섭취 허용한계치 등 객관적인 상황을 보도했다. 공포를 조성하기보다 발생 원인과 대처방안에 대한 문제해결식 보도로 차분한 시민 대응을 이끌었다.

2. 동물복지와 살충제 검출 계란

산란계는 자연 상태에서 횃대 오르기, 모래 목욕, 산란상(産卵床)에 알 낳기, 날갯짓 등 특유의 행동을 한다. ‘동물이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수 있고 불편함을 겪지 아니하도록 할 것’은 동물보호의 기본원칙 중 하나이다. 독일은 2008년부터, EU는 2012년부터 이러한 동물보호의 기본원칙에 충실히 하고자 산란계의 케이지 사육을 전면 금지 하였다. 케이지 사육의 대안으로 최소한 산란계 행동을 보장하는 횃대, 모래 상자, 산란상 등을 갖춘 엔리치드 케이지나 개방 평사형 또는 방사형 사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가구를 갖춘 엔리치드 케이지가 유럽 산란계 사육방식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지만, 이 또한 케이지 사육의 완화된 형태라는 비난이 커지고 있고, 일부 유통업체나 외식업체에서 이러한 사육방식에서 생산된 계란의 유통과 사용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있어 점점 줄고 있는 추세다.

공장식 케이지 사육은 아니지만, 유럽의 산란계 사육 방식에도 다양한 기구들이 비치되어 있다. 평사나 방사형 사육장에도 산란상, 횃대 등 케이지 못지않은 복잡한 구조물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틈새, 틈새에 진드기가 있다. 유럽에서도 진드기는 양계농가의 골칫거리 중 하나다. 유럽 양계농가의 진드기 감염률은 80% 이상이다. 동물 복지 사육방식이 진드기 퇴치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계란에서 살충제가 검출되자 많은 사람은 살충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제공한 공장식 축산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동물보호단체는 닭이 모래 목욕을 통해 진드기 숫자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만큼, 방사형 동물복지 농장이 답이라고 의견을 냈다. 이를 의식하여 농림부는 계란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다양한 조치 외에도 선진국형 친환경 동물 복지농장 확대, 친환경 인증제 개선 등 제도 개선 대책을 마련 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도‘밀식 사육 문제와 동물복지 농장 확대를 위해 토론회’를 9월 15일 개최하였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동물복지 농장이 우리나라 축산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는데 이견을 달지 않았다. 그러나 동물복지 농장이 가축전염병을 예방하고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하는 해답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 과장은 전체 산란계 농장 중 14.9%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는데 동물복지 산란계농장은 92개소 중 단 1개소만 발생하였고, 이 한 농장 또한 음성 지역에서 AI 발생이 매우 심각할 때 발생한 경우라며 통계적으로는 동물복지 농장이 전염병 예방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비슷한 통계가 또 있다. 올해 4월 충청남도가 행정안전부 통합전산센터와 공동으로 AI 발생농장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충청남도를 기준으로 AI 발생은 100,000수 이상 산란계농장에서 36.17%를 보였으나 4,000수 이하 소규모로 사육한 닭에서는 0.07%에 그쳤다. 대규모 가금 사육은 집란 차량, 사료 차량, 분뇨 차량, 인부 등 외부와의 접촉이 많아 AI 감염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동물복지 농장은 대부분 소규모 농장이니 이런 위험 요소가 낮다. 동물복지가 전염병 예방의 답이라기보다 소규모 사육이 전염병 발병 확률이 낮다는 해석이 더 타당해 보인다.

가금수의사회 회장의 견해는 다르다. 큰 틀에서 동물복지 축산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지만 동물복지가 질병과 안전의 해답이 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조금 더 넓은 공간에서 닭을 키운다고 면역력이 더 좋아져 바이러스성 질병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는 무리다. 백신 접종을 통한 특이 면역이 필요하지 더 건강한 개체라고 해서 바이러스를 방어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동물복지가 바이러스를 방어할 수 있다면 철새가 AI에 걸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가금수의사회 회장은 방사 사육의 경우 오히려 철새의 분변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져 AI 전파 확률이 높아진다는 유럽의 사례도 소개했다.

동물복지는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이다. 동물복지는 계란의 가격과 연관되어 있다. 닭의 모래 목욕을 위해 기꺼이 비싼 계란 값을 지불할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다. 그러나 진드기는 바로 우리 눈앞에 있다. 닭 진드기 문제의 해결은 사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진드기가 발생하지 않는 농장은 일주일에 한번 에어콤프레셔를 틀고 닭장 구석구석 먼지를 불어내고, 계사 바닥에 소독약을 뿌린다. 주기적으로 진드기 모니터링을 하고, 닭을 출하하고 나서는 계사를 윤이 나게 청소한다. 필요하다면 열풍건조를 시키기도 하고, 실리카제제를 닭장에 도포하는 등 관리에 철저하다. 방역은 축사 위생에서 나온다. 살충제를 쓰더라도 전문 수의사의 컨설팅 하에 진드기 내성 검사를 하고 적정 제품을 적정한 방식으로 사용해야 한다.

진드기 문제는 진드기 관리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진드기는 어떻게 우리 농장에 오는가?’ 외부인 접근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농장 출입 시 의복 교환 등 진드기 유입 요소와 차단 방식을 세운다. ‘유입된 진드기는 어디에서 사는가?’ 진드기가 닭장에 숨지 못하게 실리카를 도포하고, 청소하는 등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진드기나 조류인플루엔자는 동물복지 사육을 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방역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기본에 충실하면 적이 두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