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스포츠의 거대 산업화 및 양적-질적 팽창화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영향을 미쳤지만, 과거 스포츠 발전의 디딤돌이자, 현재 스포츠산업 유지의 기제이며, 미래 스포츠 융복합의 핵심요소가 미디어라는 것에는 큰 이견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미디어의 역할은 스포츠 콘텐츠의 유통 도구로서, 스포츠의 대중화, 스포츠의 산업화 및 스포츠의 상업화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쳐왔다. 특별히 스포츠와 미디어의 강한 공생관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스포츠산업의 선진국에서 주로 나타났는데, 그 시작은 19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Pedersen, Miloch, & Laucella, 2007). 예를 들면 당시 미국에서는 식민시대, 남북전쟁 및 세계대전과 대공황 등을 겪으면서, 미디어가 스포츠정보의 유통도구로서 그 존재감을 증대시켜 왔다. 즉 미디어는 여가활동의 단순 보도에서 벗어나, 스포츠전문 잡지나 신문의 전용 섹션의 등장으로 스포츠의 생활화 및 스포츠 스타들의 영웅화를 통한 사회 통합의 기제가 되곤 했다. 이후 스포츠의 영향력과 상업화의 가능성을 발견한 미디어는 프로스포츠와의 장기계약을 통해 자체 시청률의 안정적인 확보는 물론, 스포츠 중계권의 확보로 광고 수입의 증대 효과를 경험하게 되었다.
스포츠 역시 미디어와의 관계를 통해 대중과의 다양한 접점확보는 물론, 중계권료의 계약으로 인한 재정 건전성 및 수입성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예를 들면, NFL 초창기시절 NFL의 커미셔너인 Pete Rozelle은 NFL의 브랜드 파워 강화 및 방송사와의 리그계약 일괄추진으로 NFL의 발전에 매우 큰 공을 세웠다(Carter, 2000). 뿐만 아니라 IOC 역시 전체 마케팅 수입원의 47%가 중계권 판매에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IOC, 2014), 미디어와 미디어로부터 파생되는 유형적-무형적 효과들이 스포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쳐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스포츠는 미디어와의 관계를 통해 대중화 및 상업화에 큰 혜택을 받았고, 미디어는 안정적인 시청률 확보를 통한 여타 프로그램의 동반 인기 상승 및 광고권 판매로 인한 수입 증대를 추구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방송 기술의 진화는 스포츠 콘텐츠의 유통기술이라 할 수 있는 중계기술의 발달에 의해서 견인되어 왔다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즉, 스포츠 중계기술과 관련 경험의 축적이 방송사의 일반 중계 및 방송 기술자체의 발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스포츠 미디어 분야는 각종 뉴미디어 기술이 가장 빨리, 또한 가장 적극적으로 적용되어온 분야이다. 이와 같은 뉴미디어의 적극적 수용은 스포츠 산업에서 미디어의 중요성을 재부각시킨 것은 물론, 이는 궁극적으로 소비자와 미디어간의 상호 작용성을 향상시켜 스포츠 콘텐츠의 유통 방법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왔다. 따라서 스포츠와 미디어는 긴밀한 공생관계를 통해 상호간의 이익 극대화하였고 최근 뉴미디어의 도입으로 이와 같은 서비스 공급자간의 헤게모니 역학에 소비자의 개입과 그 영향력이 증대하는 변화의 출발이 되었다(Park, 2007).
유통채널로서 미디어가 지닌 기능과 역할에 관한 고찰은 우리 사회문화의 각 영역에서 스포츠의 역할과 그 정체성을 탐색하는데 있어서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해줄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최근 융복합 산업의 블루칩인 스포츠 컨텐츠의 유통채널로서 뉴미디어의 역할에 대한 논의는 스포츠 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방향을 제시해 줄 것으로 사료된다. 하지만 스포츠산업에서 미디어 역할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환경에서 뉴미디어의 활용에 대한 심도있는 이론적 고찰과 논의가 미진한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는 스포츠 콘텐츠의 새로운 유통채널로서 뉴미디어 현상을 미디어 이론을 적용하여 고찰하였다. 특히 뉴미디어로 야기된 생산-유통-소비영역간의 모호한 경계가 스포츠 콘텐츠의 유통에 미치는 영향을 논하기 위해 미디어의 고전 이론인 McLuhan(1964)의 매체이론, Bolter and Grusin(1999)의 재매개이론, 뉴미디어 이론의 선구자인 Manovich(2002)의 이론을 고찰하고 스포츠로의 적용을 통해 스포츠를 뉴미디어의 확장된 미디어로 바라보는 스포츠의 뉴미디어화 현상에 대해 논하였다. 이러한 논의는 콘텐츠 유통채널로서 뉴미디어의 활용과 스포츠 환경으로의 적용에 관한 실증연구를 위한 이론적, 철학적 담론과 지적토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2. 스포츠 유통채널로서의 뉴미디어: 스포츠 미디어 기존연구의 한계
기술과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에 따라 물리적 제품을 위한 유통채널은, 물리적 유통채널에서 온라인 매장 등과 같은 유통채널을 포함하여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Kotler, Keller, & Burton, 2009). 또한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제품 역시 물리적 제품에서 지식 정보 서비스까지 다양해지고 있다(Back & Park, 2015; Choi & Choi, 2010; Wu & Lee, 2017). 따라서 최근 들어 유통 채널의 정의는 SNS와 같은 비정형적 유통채널까지 포함되며(Xiang & Gretzel, 2009), 이를 통해 유통되는 제품 역시 미디어 콘텐츠까지 다양하게 확장될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미디어는 ICT(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와의 융합을 통해 콘텐츠 및 정보의 제공자에서, 페이스북, 트위터 등으로 대변되는 SNS 등으로 그 형태와 기능이 진화하고 있으며 미디어 소비자를 수용하고 이들에게 생산적 소비자(prosumer)로서의 역할을 부여해주는 가히 혁명적인 기능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즉, 전통적인 미디어산업의 가치사슬은 생산-유통-소비의 영역으로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었던 반면, 디지털 융합시대로 접어든 오늘날 이러한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전통 미디어들의 스포츠 유통시장 점유율 또한 감소하고 있다(Park, 2010). 사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위계구조를 유지해오고 정보를 권력의 필요충분조건으로 발전시켜온 것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정보의 차이였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 Aboody & Lev, 2002)이 낳은 불평등이 사회의 기득권과 헤게모니 유지에 영향을 미쳐온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 그리고 이와 같은 기술의 진보를 가능케 한 뉴미디어의 등장은 그동안 유지되어 왔던 정보의 비대칭성과 불평등성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고, 전통 미디어의 사회적 영향력은 약화되었다.
Bolter and Grusin(1999)은 기존의 미디어가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로 발전해가고 변화해하는 과정이 뉴미디어의 특성이라고 주장하였다. 카메라와 다이어리, 수첩과 같은 소소한 일상의 미디어들이 빠른 속도로 스마트폰으로 흡수되고 있다. 우리의 삶에서 가장 밀접하게 사용되고 있는 뉴미디어는 스마트폰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휴대전화 사용인구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인구는 2012년 기준 80%을 넘어섰고, 대한민국 인구대비 스마트폰의 보급률은 67.6%로 세계 1위이며 스마트폰 이용자 중 60.3%가 스마트폰을 통해 SNS에 접속하고 있는 현실은 뉴미디어가 일상의 필수 아이템이 되었음을 말해준다(Lee, 2013).
이와 같이 스마트폰의 등장과 대중화는 소비자로 하여금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한 정보의 소비, 생산 및 재확산을 가능케 했다. 즉 현대사회에서 소비자의 정보 소비는 뉴미디어를 통한 새로운 유통채널의 활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마치 TV의 등장이 유통의 혁명적 변화의 시발점이었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Curtin, Holt, & Sanson, 2014; Fickers, 2012). 하지만 전통적 공급자 중심의 매체인 TV와 스마트폰과 같은 뉴미디어 기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앞서도 언급했듯이 뉴미디어를 소비하는 소비자는 정보의 소비자이자 창출자로 프로슈머의 역할을 동시에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뉴미디어의 등장은 서비스와 제품의 공급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공급자는 위치기반 서비스제공이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구매이력 파악 등으로 소비자의 소비를 예측할 수 있고, SNS와의 결합을 통해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Song, 2013).이는 뉴미디어 플랫폼인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ICT의 결합을 통한 활성화로 미디어의 유통기능이 정보와 사회를 잇는 고전적인 방식에서, ‘삶의 일부’인 새로운 방식으로, 또한 삶과 사회를 잇는 매개방식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뉴미디어라는 라는 용어와 그 의미가 소개된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뉴미디어의 개념과 그 기능에 관한 연구들은 지나치게 현학적이고 관념적으로 진행되어왔다(Park, 2012). 또한 스포츠와 비스포츠 영역 모두 뉴미디어를 단지 ‘새로운 도구’나 ‘유행’의 확장이라는 도구적-기능적 성격으로 규정짓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스포츠 환경에서의 뉴미디어의 영향력 및 존재에 대한 고찰은 스포츠 환경에 단지 새로운 디지털 매체가 추가되거나, 새로운 방송 기술 및 장비 등의 발전과 같은 단편적 변화의 인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스포츠와 미디어 관련 선행연구는 미디어가 스포츠소비자와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력과 함께, 스포츠미디어의 개념과 정의에 대한 학문적 담론을 중심으로 꾸준히 진행되어왔다(Kim, 2010; Lee, 2009; Lim, 2008; Lim, 2009; Pedersen et al., 2007; Wenner, 1989). 하지만 스포츠미디어에 대한 연구의 역사가 비교적 짧은 것은 물론, 그동안 ‘스포츠미디어’와 ‘미디어스포츠’와 같은 유사 용어간의 혼동 및 혼용이 있어오는 등 스포츠미디어의 개념에는 다양한 견해들이 존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스포츠미디어는 미디어스포츠와는 차별된 개념으로, Wenner(1998)는 미디어스포츠란 매체를 통해 유통되는 스포츠에 대한 메시지라고 주장하였고, Rowe(1999)는 미디어에 적합하고 수용 가능한 컨텐츠를 스포츠미디어라고 강조하였다. 또한 이후 연구들에 따르면, 미디어스포츠는 미디어의 의해 각색되고 편집된 프로그램이라는 주장과, 스포츠미디어는 생산자의 역할을 담당하는 매체 자체나 프로그램 등의 분석에 중점을 둔 것이라는 견해 역시 존재하고 있다(Lee, 2009). 하지만 여전히 스포츠미디어와 미디어스포츠의 명확한 구분이 쉽지는 않다. 예를 들면, Pedersen et al.(2007)은 스포츠미디어를 ‘스포츠매스미디어’ 관점으로 접근하면서, 스포츠 뉴스나 각종 정보를 유통시키거나 스포츠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 활동들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동시에 ‘TV에 의해 매개된 스포츠’라는 전혀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즉 대부분의 선행 연구들은 스포츠미디어와 미디어스포츠에 대한 명확한 분류보다는 이를 상호보완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결국 이는 스포츠와 관련된 컨텐츠의 중요성과 컨텐츠를 유통하는 매체 및 이 둘의 연관성으로 요약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스포츠미디어나 미디어스포츠의 개념은 본 연구에서 다루고자 하는 ‘스포츠의 뉴미디어화’의 내용과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첫째, 형태 분류이다. 기존의 연구들이 스포츠미디어와 미디어스포츠를 상호 연관성이 높은 개념으로 분류하였지만, 결국 이는 앞서도 언급했 듯 컨텐츠와 컨텐츠를 유통하는 매체의 이분법적 분류로 제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분류는 ICT 기술의 폭발적 발전은 물론, 우리 사회 문화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대중적인 뉴미디어의 정체성과 기하급수적인 변화의 속도를 고려할 때 제한점으로 존재한다.
둘째, 공급자와 수용자의 명확한 분리이다. 스포츠미디어와 미디어스포츠의 주요 개념차이가 존재한다고 할지라도, 결국 이와 같은 분류는 공급자 및 유통자와 수용자의 이분법적 논리에 기인한다. 즉 정보의 생산주체와 이를 유통해주는 공급자, 그리고 이를 수용하고 소비하는 매체 소비자가 존재한다는 가정이 이와 같은 분류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관계에서 소비의 주체보다 공급과 유통의 주체인 미디어가 다른 이해관계자들 보다 강한 영향력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앞서 논한바와 같이 현대사회에서 미디어의 역할은 단순한 정보의 유통에 국한되지 않는다. 특히 인터넷을 중심으로 등장한 뉴미디어와 SNS의 출현은, 기존의 수동적 정보수용자들로 하여금 기득권이 있는 기존의 강력한 매체들보다 다량의 콘텐츠를 생산하도록 도움을 주었으며 이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나아가 우리 사회의 구조를 뒤바꿔 놓을 만큼의 파급력을 만들어 냈다. 향후 미디어의 가치가 전통적인 생산자-유통자-수용자의 분리적 관점에서 벗어나 생산적 소비로 특징되는 소위 ‘프로슈머’(Toffler & Toffler, 2006)의 관점으로 재편되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셋째, 미디어의 제한된 확장성이다. 스포츠미디어와 미디어 스포츠는 상호보완적인 개념이고 이 모두 컨텐츠와 매체를 제공하지만, 이와 같은 상호보완이 미디어의 확장성의 전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미디어의 확장성은 소위 미디어의 아울렛이나 매체의 다양성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단편적인 형태적 확장일 것이며, 근본적인 확장은 미디어의 외적인 형태뿐만 아니라 내적인 체질에도 확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후에도 언급하겠지만, McLuhan(1964)은 미디어가 “경험을 새로운 형태로 바꾸는 힘을 가진 능동적인 은유”라고 주장하며, 미디어는 메시지이기 때문에 하나의 미디어는 또 다른 미디어의 확장이라는 미디어의 중개자적 매개체 역할을 강조하였다. 즉, 스포츠미디어와 미디어스포츠의 형태 분류, 공급자와 유통자 및 수용자의 분리, 그리고 미디어의 제한된 확장성은 사회 문화의 변화와 미디어 수용자 혹은 소비자의 중요성 환기 및 미디어의 매개적 성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존에 연구된 담론들은 ‘스포츠의 뉴미디어화’를 설명하기에는 이론과 논리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3. 미디어 이론을 통해본 스포츠의 뉴미디어화
3.1. 스포츠와 재매개
Bolter and Grusin(1999)은 재매개의 개념에 대해 “뉴미디어가 기존의 미디어 전체를 흡수하는 재매개를 통해 뉴미디어와 기존의 미디어간의 단절들을 최소화 하는 것”이라 주장하였다. 그들의 재매개이론은 비교적 최근에 확립된 이론이지만, 우리사회에 계속해서 존재해왔던 미디어의 재매개 현상을 체계적으로 이론화하였기 때문에 ‘현대적 고전’이라 평가받고 있다(Park, 2012). Bolter and Grusin(1999)은 재매개(remediation)가 기존의 미디어가 새로운 미디어로 변화 및 대체되거나 변화해 가는 과정이며, 최종형태의 완성물이 아닌 발전과 변화의 과정이라 주장하였다. 그렇다면 뉴미디어의 핵심적 특징은 기존 매체에 대한 학습 및 적용 과정을 통해 미디어가 끊임없는 재매개적 특징을 자연스레 나타내고 발전 과정을 내포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학습 및 적용 과정을 통해 재매개는 투명적 비매개(transparent immediacy)와 하어퍼매개(hypermediacy)로 구성되어 기존 미디어를 모방하고 답습하거나, 스스로의 존재감을 부각시켜 다른 미디어의 메시지로 작용하기도 한다(McLuhan, 1964)
재매개를 구성하고 있는 두 가지 요소 중 하나인 비매개는‘transparent immediacy’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미디어의 투명성을 표방하고 있다. 즉 미디어 수용자로 하여금 미디어의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미디어 스스로가 미디어의 존재감을 최소화시키거나 지워서 미디어의 존재감을 망각하도록 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중세 르네상스 시대의 극사실주의 기법이나 선형원근화법(perspective), 3D기술을 적용한 영화 및 최신 스마트텔레비전, 가상현실기법(VR: virtual reality)들이 비매개에 속하며, 이와 같은 기법이나 장치들은 미디어 수용자가 미디어에 몰입하도록 비매개를 지속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재매개를 구성하는 또 다른 요소인 하이퍼매개는 미디어가 존재 자체를 드러내거나, 재매개 과정에서 적극적인 개입으로 스스로를 나타내는 현상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앞서 르네상스 시대의 극사실주의 화법이나 선형원근화법은 비매개를 표방하지만, 같은 유화라 할지라도 거친 붓 자국이 느껴지는 고흐의 그림이나 20세기 초의 몽타주 기법 및 화려한 액자 프레임으로 그림을 더욱 부각시키려는 장비들은 하이퍼매개의 좋은 예이다(Park, 2012).
그렇다면 미디어의 존재를 지우고 미디어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비매개와 하이퍼매개의 개념은 서로 상반된 개념으로 공존 불가능해 보이지만, 이 둘은 상호의존적으로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서로를 재매개(remediating)하며 미디어의 정체성을 충실히 구현하고 있다(Park, 1999). 예를 들면, 극사실주의를 경험하기 위해 사용하는 3D 안경이나 가상현실을 경험하기 위해 착용하는 헬멧은 미디어의 존재감을 지워 사실감을 극대화하기 위함이지만, 이와 같은 장비의 착용 및 조작은 오히려 수용자에게 미디어의 존재 자체를 부각시킨다. 또한 긴박감 넘치는 영화의 장면은 영화의 사실감을 부각시키지만, 이를 촬영하기 위한 감독의 치밀하게 계획된 과정 및 새로운 촬영 기업의 적용 등은 하이퍼매개성을 내포한다. 뿐만 아니라 극장에서 영화에 몰입하도록 상영관의 실내를 어둡게 만들고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는 것은 비매개의 좋은 예지만, 어두운 공간에서의 자리를 찾기 위한 과정이나 대형스크린의 밝기로 인한 눈부심은 역설적으로 하이퍼매개를 나타낸다(Park, 2012). 즉, 이와 같은 다양한 매체 및 서로 다른 미디어간의 재매개현상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결국 재매개란 새로운 미디어가 기존의 미디어를 전혀 다른 두 가지 방법으로 매개하는 과정을 통해 뉴미디어의 등장과 그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즉, 뉴미디어가 외형적 속성이나 소비자의 콘텐츠의 유통에 대한 소비자의 수용방식으로는 ‘뉴미디어’일 수 있지만, 미디어의 내재적 특성으로는 ‘기존의 미디어의 연장된 미디어’일 것이며, 이는 미디어의 계보학적 특성에 부합된다(Bolter & Grusin, 1999; McLuhan, 1964). 따라서 재매개를 통
해 설명하고자 하는 뉴미디어의 특징은 비매개나 하이퍼매개의 구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디어가 “신-구미디어와 같은 시간적 개념이나 미디어의 다양한 종류 및 형태와 같은 물리적 개념과 같은 구분과는 상관없이 매개적 성향과 역할을 공통적으로 내포”한다는 ‘매개성’ 그 자체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매개성의 중요성은 정보수용자가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수용하는 결과 자체보다는, 매개성이 발현되고 부각되는 ‘유통의 과정자체’가 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뉴미디어의 재매개이론에서 더욱 부각되는 매개성의 특징은 ‘스포츠’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위의 [Figure 1]은 2013년 일본시리즈 경기 중 촬영된 영상이다. 이와 같이 투수를 타자의 관점에서 현실감 있게 촬영하는 영상은 종종 심판이나 포수의 마스크에 부착된 카메라로 촬영되며, 이는 정보수용자로 하여금 실제 포수석에 앉아 투수의 투구를 지켜보는 것 같은 극사실주의적 체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를 촬영하기 위해서는 [Figure 1]의 하단 사진과 같이 소형 카메라를 마스크에 부착하여야 한다. 즉 현실적인 사실주의는 비매개를 추구하지만, 포수의 시야를 가리고 불편함을 초래하는 카메라를 장착하는 ‘과정’은 자연스레 하이퍼매개를 강조하게 된다.
[Figure 1] Remediation in sports
스포츠가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유통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재매개 현상은 위 사진과 같이 단지 경기의 시청이나 중계와 같은 관람스포츠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참여 스포츠의 직접적인 참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개발되고 있는 수많은 웨어러블기기나 장비들은 궁극적으로는 경험의 질을 확대시키고 미디어 수용자를 도와 편리함과 유용성을 추구하고 있지만, 미디어 수용자는 이를 위해 역설적으로 각종 장비나 기기들을 착용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는 때때로 여러가지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다. 스포츠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에서 미디어적 재매개가 나타나는 현상은 참여스포츠는 물론이고 확장된 의미의 참여스포츠인 활동인 스포츠관련 비디오게임 활동 등에서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위의 [Figure 2]는 닌텐도사가 제작한 Wii Sports라는 비디오 게임기에서 스포츠와 관련된 게임타이틀을 실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상단의 사진은 타이거 우즈가 플레이를 하는 사진으로 비디오게임의 특성을 살려 최대한 미디어의 존재를 약화시키는 사실주의를 표방하며 비매개를 구현하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 하단의 사진은 같은 Wii Sports의 게임 타이틀이지만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주인공이 테니스를 치고 있으며, 이는 누가 봐도 의도된 과장된 모습임을 직감할 수 있다. 이는 곧 게임을 통해 미디어수용자에게 미디어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하이퍼매개를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Wii Sports의 게임 타이틀이기 때문에 두 개의 게임은 상호연관성이 높지만, 구현하는 방식은 정 반대의 재매개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Figure 2] Wii Sports and Remediation
그렇다면 비매개와 하이퍼매개가 상호작용하며 나타나는 결과는 무엇인가? 사실주의를 추구하는 과정 가운데 미디어가 스스로를 드러내 미디어수용자에게 미디어의 존재감을 인지시키는 과정들의 연장과 반복을 통해, 미디어는 끊임없는 변화와 발전을 나타내고 미디어 수용자는 경험의 극대화를 체험한다. 재매개의 결과는 비매개를 통한 사실주의와 미디어의 존재를 통한 실재감(實在感)을 통해 미디어수용자의 경험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재매개만이 뉴미디어의 유일한 특징이라 주장하며, 비매개와 하이퍼매개로 구분되는 재매개의 구성요소를 무턱대고 스포츠에서 강조하는 것은 뉴미디어에 대한 부분적 이해에 불과하다. 재매개의 핵심은 ‘매개’자체이고 이는 필수적으로 유통과 같은 ‘과정’을 수반한다. 그리고 스포츠는 그 어떤 대상보다 과정이 있기에 존재하는 대상이다. 만약 스포츠에 과정이 없고 결과만 존재한다면, 이는 스포츠의 ‘스포츠화’를 반감시키는 가장 큰 요소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부각되고 있는 경기 조작, 불법 약물 사용, 팬들 간의 갈등, 성적지상주의 및 폭력사태 등과 같은 각종 위기들이 바로 스포츠의 과정을 중심으로 한 매개화의 몰가치화에서 기인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스포츠 속성과 뉴미디어의 재매개에서 강조하는 것은 외형적, 형태적 연관성이 아니다. 오히려 매개성과 이로 인해 필연적으로 부각되는 유통 과정의 중요성 및 내재적 속성이 뉴미디어와 스포츠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따라서 스포츠를 뉴미디어로 이해하는 그 첫 번째 과정은 미디어에 대한 이해를 그동안 물질적인 외형성 및 형태성으로 간주했던 편중으로부터 벗어나, 매개와 과정을 중심으로 한 내적인 속성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3.2. 스포츠상황과 McLuhan의 매체이론
대표적인 미디어 학자인 McLuhan(1964)은 미디어를 인간감각영역의 확장이라고 이야기한다. 나아가 모든 미디어는 “경험을 새로운 형태로 바꾸는 힘을 가진 능동적 은유”라 주장하며 미디어의 능동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능동적 은유’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미디어의 역할은 능동적인 매개성이라 주장하였다. 그는 특히 미디어가 인간(재능)의 심리적, 물리적 확장이라고 주장하였는데, 예를 들면, McLuhan and Fiore(1967)는 그들의 저서인 ‘The mediaum is the massage’에서 바퀴는 발의 확장이고, 책은 눈의 확장이며, 옷은 피부의 확장된 미디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컴퓨터 등의 전자회로는 중추신경의 확장이라고 주장하며, 미디어의 영역을 인간의 감각, 심리, 발, 눈, 피부와 같은 인간의 물리적 구성요소에까지 확장시켜 미디어 화하였다. 따라서 McLuhan 역시 앞서 스포츠의 뉴미디어화 현상에서 강조했던 것처럼, 미디어의 외형적 형태적 특징에서 벗어나 미디어를 인간의 감각과 연계된 내재적 속성과 기능으로 접근하였다.
한편 스포츠미디어 관련 연구에서도 McLuhan의 이론을 스포츠상황에서 이해하려는 시도가 있어왔는데 주로 매체의 구분과 관련된 이론의 적용이었다. 예를 들어 매체를 핫미디어(hot media)와 쿨미디어(cool media)로 구분 짓는 McLuhan의 매체이론을 바탕으로, 스포츠미디어 혹은 미디어스포츠를 핫미디어나 쿨미디어로 분류해왔다(Lee, Kang, & Han, 2007; Lim, 2008). 하지만 이와 같은 연구는 스포츠관련 미디어를 매체이론에 근거한 단편적 재분류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본 절에서는 매체이론을 근거로 한 미디어의 단순 분류가 아닌, 스포츠의 소비가 일어나는 ‘스포츠상황(in a sport setting)’에서의 매체이론의 작용과 이를 통해 드러나는 스포츠의 뉴미디어화 현상에 논하고자 한다. 이는 재매개이론을 통해 ‘스포츠자체(in sport)’의 뉴미디어적 속성을 분석한 이전 절의 연장이자 새로운 내용으로의 확장이다.
McLuhan의 매체이론은 정보의 밀도를 의미하는 정밀성 혹은 명료성과 정보수용자의 참여를 바탕으로 분류된다(Kim, 2008). 핫미디어는 높은 정밀성과 명료성이 있는 정보가 미디어로부터 전달되어, 인간의 단일 감각이 확장되고 따라서 미디어 수용자의 역할은 제한되는 미디어를 의미한다. 반면 쿨미디어는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의 밀도나 정밀도가 낮아 인간의 다양한 감각이 균형적으로 동원되어, 미디어 수용자의 높은 참여도가 예상되는 매체이다(Kim, 2008). 즉, 매체이론의 핵심은 정보의 정밀도와 미디어 수용자의 참여에 대한 반비례 관계의 성립이다. 그렇다면 미디어를 통한 정보의 전달과 이에 대한 수용자의 반응이 매체이론에 부합하며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이 스포츠에도 존재한다. 즉 정보의 단순 유통과 전달을 넘어, 정보의 생산-유통-소비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포츠의 상황은 바로 스타디움이나 소위 ‘아레나(arena)’로 불리는 실내 경기장 내에서의 스포츠미디어 소비이다.
스타디움이나 실내경기장의 대표적인 미디어로는 전광판과 같은 대형 스크린이 예가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재매개 이론에 근거하면, 경기장 내의 대형스크린은 영화의 스크린을 재매개하며 리플레이나 슬로우모션 재생 등을 통해 비매개의 성향을 띈다. 또한 스크린을 통해 전달되는 영화가 높은 정밀도로 인해 핫미디어로 분류된 것처럼(Kang, 1999), 경기장의 대형스크린 역시 태생적으로 핫미디어의 성향을 내포한다. 하지만 아래의 [Figure 3]에서 볼 수 있듯이, 경기장 정 중앙에 위치한 대형스크린의 특성은 자연스레 관객들의 시선을 빼앗아 미디어로서의 존재감을 스스로 나타낸다. 또한 스크린의 높은 주목도는 실제 경기 장면보다 스크린을 통해 유통되는 화면의 경기 장면에 주목하게 하여, 관중들이 실제 경기 장면을 놓치는 상황을 자주 발생시킨다. 즉 경기를 직접 관람하기 위해 경기장에 찾았지만, 원래의 방문목적을 잊게 할 만큼 경기장 내의 스크린의 주목도와 역할은 매우 큰 것이다.
[Figure 3] Scoreboard as new Media(A)
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핫미디어로 분류되는 대형스크린이 스타디움이나 실내 경기장, 즉 ‘공간’의 개념과 융합되면서 핫미디어와 쿨미디어의 조화로운 공존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즉 스크린의 매체적 성향으로는 핫미디어의 성향을 보이지만, 극장과 같은 제한된 공간이 아닌 오픈된 공간에서의 스크린은 극장 스크린에 비해 정보의 정밀성이 하락되어 쿨미디어의 성향 역시 내포한다(Park, 2012). 뿐만 아니라, [Figure 3]의 하단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 들어 대형스크린을 통해 전달되는 내용은 기존의 단순 경기정보와 선수들에 의해 생산된 경기장면의 단순 전달뿐만 아니라, 관중들의 적극적 참여 및 관중들이 주인공이 된 키스타임과 같은 다양한 이벤트성 정보까지 전달된다. 이는 미디어 수용자의 참여가 대폭 높아지면서 매체의 속성 역시 핫미디어에서 쿨미디어로의 전환 내지는 공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이 상반된 매체적 속성의 공존은 최근 ICT 관련 기술의 급속한 발달 및 융합과 다양한 형태의 뉴미디어 개발 등, 핫미디어와 쿨미디어가 기술과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상대적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Kang, 1999), 어느 정도 예상되었다. 또한 프로슈머로서의 미디어 수용자들의 적극적인 참여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정밀도와 미디어 수용자의 두 가지 척도로 매체를 정의하고 구분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외의 다른 요소,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스포츠관련 정보의 생산, 유통, 소비가 동시에 이뤄지는 공간인 스타디움이나 실내경기장을 기존 미디어가 재매개된 확장된 뉴미디어 공간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따라서 스포츠공간의 뉴미디어화 현상을 통해 McLuhan의 매체이론을 보충할 수 있다.
2013년 NBA 덴버 너게츠의 홈구장인 펩시센터는 16:9 비율로 1080p HD를 구현할 수 있는 초대형 전광판을 새롭게 설치하였다. 초대형 전광판의 크기는 무려 4,400스퀘어피트로, 이는 약 409제곱미터, 즉 약 124평에 가까운 크기이다. [Figure 3]의 상단 사진이 바로 이 초대형 전광판 사진인데, 전광판의 가로 길이가 15m로 양끝이 양 진영의 3점 라인과 맞닿아 있는 크기라면 그 압도적 크기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Scott, 2013). 그렇다면 이와 같은 초대형 전광판이 경기장 한 가운데 매달려 있는 광경을 상상해보자. 좌석의 위치와 상관없이 전광판을 통해 선수들의 생생한 플레이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며, 이와 같은 미디어 수용자들의 감각영역의 확장은 그들이 경기장 어디에 있듯이 전광판의 존재 자체를 매우 확실하게 인지하도록 할 것이다. 또한 [Figure 4]는 미디어 수용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경기 외적인 정보들이 스크린을 통해 전달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최근 개장하거나 보수한 국내의 여러 야구장의 소위 그린존과 같은 잔디석의 등장 역시 앞 절에서 언급한 비매개와 하이퍼매개의 재매개 과정과 핫미디어와 쿨미디어의 공존을 통해, 스포츠가 생산, 유통, 소비되는 공간이 McLuhan이 주장했던 인간감각영역이 확장된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는 결국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현장적 경험을 파생시키는 엔트로피로 작용”할 것이다(Park, 2009).
[Figure 4] Scoreboard as new media(B)
본 절을 요약하면 기존의 극장 스크린이 인간의 감각 확장과 미디어 수용자의 참여를 제한하여 왔다면, ‘스포츠상황’에서 나타나는 스포츠의 뉴미디어화 현상은 혁신적 기술을 채용한 대형전광판과 전광판이 위치한 경기장과 같은 공간의 변화가, 기술의 발전을 통해 인간의 감각영역을 확장시키는 기술적 휴머니즘을 구현하고 있다(Hartmann, 2000; Kroker, 1984). 또한 스타디움과 경기장이 정보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공간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새롭게 즐기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발전하면서, 스포츠상황은 McLuhan이 주장했던 인간감각영역이 확장되는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스포츠상황은 McLuhan이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핫미디어와 쿨미디어가 공존하는 ‘전자미디어의 쿨한 세상’에 유사해져서, 궁극적으로는 공간 자체가 미디어화되는 현상으로 수용자의 경험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3.3. 스포츠와 Manovich의 증강 공간
스포츠와 스포츠상황은 뉴미디어의 매개적 속성과 기술의 발전을 통한 장비 및 공간의 변화로 인해 인간감각영역의 확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이는 McLuhan이 매체이론에서 주장한 핫미디어와 쿨미디어가 공존하는 차별화된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는 스포츠를 미디어로 간주하는 관점을 단순한 물리적 외형적 공간에서, 다양한 디지털화된 데이터가 중첩적으로 공존하는 공간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뉴미디어학자인 Manovich(2002)는 컴퓨터를 통해 디지털화 된 다양한 정보들까지 뉴미디어의 범주로 간주하였다. 미디어의 단순한 외형적-형태적 분류에서 벗어나려는 Manovich(2002)의 노력은 앞선 미디어 학자들은 물론, 본 연구에서 강조하고 있는 스포츠의 뉴미디어화와도 깊은 연관성이 있다. 특히 Manovich(200)는 대표적인 뉴미디어로 디지털 영화를 언급하며, 디지털 영화는 라이브액션 소재와 이미지프로세싱 합성 및 2, 3차원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되어, 기존미디어들이 연결되고 종합되어 재매개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뉴미디어는 “더 이상 시청각적인 문화의 일부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시각, 청각, 공간적인 문화”라는 주장에서 알 수 있듯, 기존 미디어 정보들의 연속성과 새로운 미디어 기술의 발전 및 적용이 궁극적으로 뉴미디어의 발전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Manovich가 주장한 뉴미디어의 특징은 기존의 정보들이 존재하고 있는 물리적으로 매개된 2차원적 공간에, 다양한 디지털 데이터가 투영되고 결합된 3차원적 전자공간이 덧입혀지면서 새로운 공간으로 확장하며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Park, 2012). 그러므로 최근 유행처럼 사용되고 있는 소위 ‘증강공간(augmented space)’ 혹은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의 개념이 바로 Manovich(2002)가 주장한 물리적 공간에 전자공간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중첩된 공간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뉴미디어의 특징을 스포츠로 확장해 본다면 이는 앞서 Bolter and Grusin(1999)의 개념으로 설명했던 스포츠자체(in sport)의 매개성, McLuhan(1964)의 매체이론으로 살펴본 스포츠상황(in a sport setting)에서의 공존성에, 공간의 중첩성을 덧붙인 개념이 될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스포츠의 대표적 공간인 스타디움이나 경기장의 변화를 필연적으로 내포할 것이며, ‘스포츠상황을 통한(through a sport setting)’ 변화가 될 것이다.
최근 들어 물리적 공간인 스타디움에 ICT 기술을 바탕으로한 디지털화된 전자공간이 결합되는 현상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iBeacon은 애플의 근거리 통신 규격 장비로서 아이폰과 블루투스를 통해 위치정보 서비스를 확장하여 적용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MLB의 거의 모든 구단이 iBeacon을 사용하고 있으며 국내의 경우도 KT의 홈구장인 Wiz Park 등도 해당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메리저리그야구의 경우 리그의 정책에 따라 모든 구단은 관객들이 이동하는 공간에 최소 19개 이상의 단말기를 장착해야 하며, LA 다저는 65개의 단말기를 스타디움에 장착했다(Gorman, 2014). 위의[Figure 5]에 나와 있듯이 관객은 MLB의 ‘At the Ballpark’란 앱을 아이폰에 다운받고 블루투스를 작동시킨 후, iBeacon 단말기가 설치된 장소를 지나면 경기정보 및 경기 영상, 할인쿠폰, 스타디움 정보 및 화장실과 매점의 위치, 세부위치시스템(micro location system)을 통한 본인의 좌석 정보 등과 같은 다양한 정보를 휴대전화를 통해 공급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나 현금을 소지하지 않아도 iBeacon 기술을 통해 간편하게 결제를 진행할 수 있는 등, iBeacon은 소비자들의 경험 확대를 위해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다.
[Figure 5] Applications and iBeacon in MLB.
iBeacon이 관중들과 같은 소비자를 위한 기술이라면, 선수를 위한 다양한 디지털 기술의 층위도 존재한다. 예를 들면 ATP 투어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0개의 카메라를 이용한 전자라인판독 시스템, 2013-2014 영국프리미어리그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사용된 7개의 초정밀 카메라를 통해 골을 판독하는 소위 ‘골라인 테크놀러지’ 등 스포츠의 물리적 공간 위에 디지털화된 전자공간을 덧씌우는 기술은 이미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전자공간의 구현을 위해서는 카메라를 설치하고 경기장의 레이아웃을 바꾸는 등의 물리적 공간의 변화가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따라서 차별화된 스포츠 콘텐츠의 유통을 위해 스포츠 환경 및 공간이 뉴미디어로 변화하는 과정은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올바른 판정과 수준 높은 경기를 통한 관중들의 경험 극대화를 위해 필요하다.
Manovich(2002)가 주장한 뉴미디어의 또 다른 특징은 앞서 언급한 증강된 공간의 내비게이션이다. 그는 “내비게이션 공간의 사용은 뉴미디어 전 영역에 걸쳐 공통적”이라 제안하였고 이와 같은 소비자의 공간 내비게이션 현상은 스포츠 상황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앞서 iBeacon의 예처럼, 물리적 공간인 스타디움에 덧씌워진 기술의 층위는 스타디움을 증강된 공간으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이와 함께 스타디움 내부는 그린존이나 잔디석과 같이 소비자의 내비게이션을 강조하는 새로운 물리적 공간 역시 확장되고 있다. 따라서 물리적 공간에 전자공간을 덧씌우는 뉴미디어로서의 증강공간은 결국 물리적 공간 자체의 변화는 물론 덧씌워지는 디지털 전자공간을 위한 기술 및 매체의 개발 및 발전을 요구하고 있다(Kim, 2006). 또한 비록 기초적이라 할지라도 이와 같은 스타디움의 변화에서 나타나는 물리성과 전자성의 공존 및 상호작용은 스포츠 공간자체가 미디어 유형(Manovich, 2002)으로 변화되어가는 공간미디어(space media)적 현상을 의미한다(Park, 2012).
하지만 iBeacon의 사용이 데이터의 내비게이션을 통해 증강 공간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가능하게 하지만, 동시에 iBeacon을 켜기 위해 MLB의 ‘At the Ballpark’란 앱을 다운받고 스마트폰을 작동시켜 블루투스를 켜고 팀이 유통하는 각종 정보를 확인하고 또 SNS를 통해 공유하는 활동들은 관람이라는 본 목적을 방해하는 역설적 내비게이션이 될 수도 있다. iBeacon을 사용하기 위해 본 좌석을 떠나 단말기가 설치된 공간을 내비게이션하는 행위나, 화장실이나 매점 등 다른 목적으로 이동하는 과정 중에도 iBeacon을 통해 경기를 지속적으로 소비하는 활동 역시 스포츠상황을 통한 또 다른 내비게이션의 모습이다. 즉 물리적 공간에 대한 내비게이션의 욕구는, 기존의 물리적 공간에 디지털된 데이터를 자발적으로 ‘덧씌우고’ ‘증강시키는’ 또 다른 욕구에 의해 희석되어진다. 따라서 스포츠공간의 뉴미디어화는 증강된 공간인 스타디움과 증간된 공간을 내비게이션하는 과정으로 구성되며 뉴미디어에 대한 내비게이션은 결국 “공간화된 데이터가 내비게이션 공간화 되어, 소비자의 다양한 반응에 의해 데이터가 소비되는 과정”이라는(Park, 2012)의 주장처럼 순환적인 상호보완성을 요구한다.
이상을 요약하자면, Manovich(2002)가 주장한 뉴미디어의 특징은 물리적 공간에 디지털데이터인 전자적 공간이 덧씌워진 증강공간과 미디어 수용자들의 복합적 내비게이션으로 구성되는데, 이와 같은 특징은 ‘스포츠상황을 통한(through a sport setting)’ 공간의 변화, 즉 스타디움의 공간미디어 현상으로 나타난다. 스포츠상황을 통해 나타나는 뉴미디어의 특징은 이전 미디어와의 단절이 아니라, 기술적-공간적 변화가 미디어 수용자의 내비게이션을 더욱 확장시켜 상호보완적 영향을 미친다는 Manovich(2002)의 견해처럼 스타디움내 다양한 내비게이션을 파생시켜 결국 소비자들의 경험을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스포츠상황을 통한 공간의 변화는 인간의 감각영역을 확장시키는 것은 물론, 새로운 미디어는 기존 미디어의 연장선이고 이는 재매개를 통해 또다시 드러나는 미디어의 계보학적 특성을 보여준다.
4.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미디어 이론인 Bolter and Grusin(1999)의 재매개이론, McLuhan(1964)의 매체이론 및 Manovich(2002)의 뉴미디어 이론을 고찰하고 이를 적용하여 스포츠 콘텐츠 유통과 스포츠의 뉴미디어화 현상을 ‘스포츠자체(in sport)’, ‘스포츠상황(in a sport setting)’, 그리고 ‘스포츠를 통한 상황(through a sport setting)’의 측면에서 논하였다. 스포츠자체는 매개와 과정을 강조하는 미디어와 기본적 속성을 공유하고 있으며, 스포츠상황은 인간감각영역이 확장된 다양한 정보가 중첩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환경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중첩성은 스포츠를 통한 상황가운데 물리적 공간과 전자적 정보가 결합된 스타디움과 같은 공간미디어인 증강공간을 만들어 내며, 이는 미디어 수용자나 소비자들의 내비게이션을 통해 스포츠에 대한 그들의 경험을 극대화시킨다. 결국 스포츠의 뉴미디어화는 기존 미디어의 계보학적 특성을 충실히 반영함과 동시에 스포츠, 스포츠공간, 그리고 스포츠미디어 수용자를 내포하며 뉴미디어로서 독특한 특징을 나타낸다([Table 1]). 그렇다면 “뉴미디어화 된 스포츠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며 무슨 역할을 할까?”와 같은 질문은 필연적으로 뒤따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미디어 수용자의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Table 1] Sport as new media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스포츠를 둘러싼 ICT의 변화는 스포츠와 미디어에 대한 기존의 개념 및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로 든 MLB는 물론, NBA역시 이와 같은 혁신적 변화에 앞장서고 있다. 새크라멘토 킹스는 이미 2014년부터 전 세계 최초로 구글 글라스를 선수, 치어리더, 구단 관계자 및 아나운서에게 착용시키고 경기를 진행하였다. NBA경기를 3D 전용 극장에서 전용 안경을 끼고 관람한 지는 이미 수년이 지났고, 이제는 구글 글라스까지 경기에 도입함으로써 경기장에 있는 관중들이나, TV나 인터넷을 통해 경기를 시청하는 미디어 수용자들 모두 경기장내에 유통되는 스포츠 콘텐츠를 선수, 치어리더 및 아나운서의 색다른 관점으로 생생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앞서 iBeacon의 사례처럼, 이와 같은 기술의 도입이 경기 자체에 대한 몰입도를 떨어뜨린다던지, 관람을 돕기 위한 기술 및 시설들이 오히려 관람의 방해요소가 되어 일종의 노이즈가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소위 공중파 및 메이저 미디어의 관점에서는 이와 같은 노이즈는 극복의 대상이었을 뿐 공생하는 대상이 아니었다. 따라서 정보를 유통함에 있어서 ‘더 빨리’와 ‘보다 더 정확하게’를 강조하며 노이즈가 발생하는 과정과 프로세스의 과정을 배제하거나 최소화하려고 노력해왔다. 초고속 인터넷의 등장, 스마트폰의 확장, 높은 정밀성과 명료성을 가진 매체의 등장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노이즈가 발생하는 과정과 유통 프로세스는 배제와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뉴미디어에서 부각되는 내비게이션에 대한 욕구, 그리고 상이한 내비게이션에 의해 욕구들이 희석되거나 대체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Manovich, 2002). 따라서 스포츠상황 및 스포츠를 통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노이즈는 역설적으로 스포츠 활동이 뉴미디어의 확장임을 반증한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파생된 프로세스와 노이즈는 스포츠에서 유통 과정의 중요성을 재 환기시키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공간에 ‘핫’하고 ‘쿨’한 정보들이 확장된 감각으로 중첩되는 공간의 변화, 즉 공간의 미디어현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결국 다양한 정보가 존재하는 스포츠공간을 미디어로 인식하는 것은 미디어 수용자의 관점에서 새로운 경험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공간변화의 출발이 될 것이다.
미디어(media)라는 용어는 ‘매체’ 혹은 ‘도구’를 의미하는 ‘medium’의 복수형이자, ‘가운데에서(in the middle)’를 뜻하는 라틴어 ‘medius’로부터 파생된 단어이기도 하다. 즉 매개성(mediating)이 있는 매체 혹은 도구 자체가 미디어라는 미디어의 정체성을 용어 자체에서 드러내고 있다(Park, 2012). 스포츠의 대중화가 사회적-문화적인 현상으로 인식되면서, 스포츠는 이미 탈 스포츠화되고 있다. 또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스포츠 공간의 변화와 인간감각의 확장된 정보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미디어 도구의 등장은 스포츠가 뉴미디어이자 기존 미디어의 연장임을 증명하고 있다.
스포츠는 땀, 노력, 눈물, 기쁨, 웃음, 슬픔 등 인간의 모든 감정이 투영된 지극히 인간적이고 보편타당한 매체이다. 그렇다면 스포츠는 앞으로 시공간을 초월하여 기술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 사람과 사회와 미디어, 미디어와 미디어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할 것이며, 이는 단순한 ‘매개’를 넘어 '연결' 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우리 사회에 제시할 것이다(Park, 2011). 위의 [Figure 6]의 왼쪽 그림은 미디어의 역할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 자리에 우측의 그림처럼 스포츠를 대입해보면 스포츠가 미디어로 정확하게 작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Figure 6] Sport as new media
McLuhan and Fiore(1967)는 ‘미디어는 마사지다(The medium is the massage)’라는 저서에서 미디어 자체가 메시지이며 이를 통해 전달되는 내용은 다른 미디어의 또 다른 메시지로 작용할 것이라 주장하였다. 마찬가지로 스포츠는 우리 사회를 인간답게 연결 지어 주는 모든 현상이며, 그 자체로 메시지이자 다른 미디어의 또 다른 메시지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현상을 통해 우리 사회는 스포츠와 연결되고 스포츠는 우리 사회와 모두의 긴장을 풀어주는 '마사지'를 제공해줄 것이다. 따라서 스포츠 자체는 미디어이다. 하지만 단순 매개를 뛰어넘어 모두의 연결을 추구하는 뉴미디어이다.
본 연구는 스포츠 콘텐츠의 새로운 유통채널로서의 뉴미디어의 현상을 미디어 이론을 적용하여 고찰하였다. 스포츠 환경에서 뉴미디어의 활용에 대한 심도 있는 이론적 고찰이 미진한 현실임을 고려할 때, 본 연구의 이론적 고찰과 논의는 콘텐츠 유통채널로서 뉴미디어의 활용과 스포츠 환경으로의 적용에 필요한 이론적 담론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향후 소비자의 역할이 전통적인 생산자-유통자-수용자의 분리적 관점에서 벗어나, 생산적 소비로 특징되는 프로슈머로의 발전에 학문적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 역시 본 연구의 의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연구의 의의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실증적 고찰이 뒷받침되지 않은 개념적-철학적 담론이 주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제안한 담론과 그 내용을 토대로, 스포츠 미디어 콘텐츠의 새로운 유통채널로서 뉴미디어의 구체적인 활용 방안에 관한 후속 연구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