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칼럼 - 식품 소비의 새로운 변화

  • Published : 2016.11.01

Abstract

Keywords

지금까지 일반 가정들은 식품구입비를 줄이려고 주로 대형 포장을 선호해왔다. 한꺼번에 많이 사서 냉장고 속을 꽉 채워 넣어야 마음이 편해진다고 할 만큼 식품소비는 대형 포장이 대세였다.

그러나 이제는 이와 같은 말은 점차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다소 비용이 더 들더라도 먹을 만큼 알뜰하게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관리를 위해 소식(小食)하려는 심리도 작용했을 터이고, 가정에서 식사하는 사람이 줄었거나, 신선도와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대형 포장보다 소형 식품이나 소형 포장의 구매를 늘리고 있다. 잘먹고 잘사는 것이 마음껏 배불리 먹는 모습으로 비춰줘 왔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들이다.

지금은 싸면 무조건 구매하는 시대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대가족 중심에서 핵가족으로 바뀌었다가 이제는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시대로 변모하였다. 정부 발표를 보면 총 739만 세대에 이르는데, 이는 전체 중 약 34.8%로 주택부터 식사 문화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친다. 혼자 밥을 먹는다거나, 혼자 술을 마신다 하여 ‘혼밥’, ‘혼술’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낸 만큼 생활 구석구석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이미 혼자서 식사할 수 있게끔 식당에서도 1인석과 소량 주문을 불만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그 동안 1인분 주문이 금기 시 되었던 삼겹살마저 벽이 허물어 졌으니 말 그대로 괄목할 만한 변화라 아니할 수 없다. 집도 방이 두 서 너 개쯤은 딸려있어야 제구실을 하는 양 여겨왔으나 이제는 이마저도 바뀌어 방이 한 개뿐인 주택(일명 원룸)의 비중이 날로 높아지며 소형 포장 상품의 구매를 촉진시킨다.

농산물도 이런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변화와 추세에 맞게 상품을 공급한다는 것은 겉은 조용해 보일지언정 속은 요동치는 형국이다. 한입에 쏙 들어가도록 작아진 토마토 및 사과에 이어 주먹만 한 수박, 마늘 한 통만 한 양파(Shallot) 등 다양한 신품종을 개발해 가판대에 올려 매출 순위를 변동시키고 있다. 얼마 전부터 대형 할인마트들은 반쪽짜리 수박과 무, 파인애플, 낱개 바나나에 이어 반쪽 생선까지 등장시켜 독신 세대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쌀의 포장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예컨대 쌀 한가마는 80kg 단위 포장이 주였다. 그러나 운반이 어려워 40kg 포대자루에 담아 유통하다가 고층 아파트와 빌라가 많아지고, 이들의 부엌 공간이 좁아져 자연스럽게 20kg→10kg→5kg→1kg 단위로 소분된 후 현재는 배달로 이어지고 있다. 계란 포장 역시 30개들이 판 난 위주에서 20개, 15개, 10개, 6개, 2개 팩 포장이 등장하여 변화를 실감케 한다. 이처럼 구매가 소형화 되자 여름 한철을 제외하고는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는다는 가정도 늘고 있을 만큼 변화의 폭은 크다. 이쯤 되니 유통은 소형 농산물과 소분 포장에 의한 상품 선정에 예민해지고 관심을 높인다.

그동안 유행했던 치킨과 맥주를 결합한 치맥이 대구에서 치맥축제로 발전하여 각광을 받자 여러 곳으로 전파되어 한류 열풍과 맞물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유치하는가 하면 맥주의 본고장인 독일까지 진출하여 맥주 축제에서 호평을 받아 국위선양까지 하는 점을 보면 식품 소비의 유행은 국경을 초월하고 있다. 계란의 경우도 그간 식품 보조재에 머물러왔지만 속속 편의점과 할인마트 등에서 계란탕, 계란말이, 계란찜과 같은 즉석제품으로 출시되어 젊은 층의 눈길을 끌게 한 면을 보면 식품으로써 조연이 아닌 주연이 될 여지가 있음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바야흐로 현대 사회는 미디어를 통한 소통의 시대라 불린다. 핸드폰을 켜면 즉시 인터넷과 연결되며,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전 세계인과 언제든 대화의 통로가 놓여진다. 지구촌 어느 한 곳에서 유행이 창조되면 곧바로 동영상까지 따라붙어 전파된다. 이러다 보니 식품 소비 변화의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빨라질 수밖에 없다. 식품 소비가 유행에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무관심해서도 안 된다. 시장에서 변화가 감지되면 흐름에 뒤처지지 않을 정도의 수용력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시대 흐름과 유행의 변화를 모르면 소비자들의 성향을 파악해내지 못해 유통과 산지에서 서로 엇박자를 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품의 안전성 확보에는 이런 이론을 적용시킬 필요는 없다. 제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식품의 안전성 확보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 이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만일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SNS를 타고 수 분 이내에 온 세상으로 퍼지므로 댓글 하나 올리는 데에도 신중해야 한다. 만일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가축질병 발생, 이물질 혼입, 유해성분 함유 등 건강과 관련된 소식이 전해지면 즉각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켜 생산자들을 곤경에 빠트린다. 그러므로 식품의 안전성 확보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지금은 과거와 달리 생산자들의 임무를 생산 자체로 끝나지 않도록 제도화 시켰다. 즉, 이력제와 같은 법 규정에 의해 생산, 가공, 유통은 물론 먹고 난 이후에도 탈이 없게끔 관리 범위를 넓혔다. 그만큼 책임은 넓고, 무거워 졌다. 하루도 쉬지 않고 식품 소비 변화는 날개를 단처럼 엄청난 속도로 우리 곁으로 달려오고 있다. 소비자들이 받아들이려 한다면 생산자들은 피할 도리가 없으므로 차라리 당당히 받아들이는 편이 낫다. 단 하나 비용과 맞물린 변화의 속도 조절은 안전성 확보, 신상품개발, 포장 다양화를 구현하여 이를 브레이크 삼아 활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