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르포 - 베트남

  • Published : 2016.05.01

Abstract

Keywords

ILDEX Vietnam 2016과 베트남 탐방기

▲ 일덱스 전시장 내부 광경

베트남 호치민에 가는 길은 즐거웠다. 일을 위해 가지만 여행이라는 것은 언제나 집을 떠나면서부터 공부이자 놀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베트남에서 열리는 ILDEX 전시회에서 무엇을 얻어 올까 기대감에 부풀어 아시아나 항공기에 올랐다. 20분 연착한다던 비행기는 탑승하지 않은 한명의 승객을 기다리다가 그의 짐을 내려놓고 떠나느라 거의 한 시간이나 늦게 출발했다. 끝까지 오지 않은 승객 때문에 수백명의 사람이 수백시간을 까먹었다. 어떤 사람은 어머니의 임종을 못 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중요한 계약이 깨질 수 도 있는 귀한 시간을 누가 무슨 권리로 빼앗는단 말인가? 특히나 사업하는 사람은 절대로 남의 시간을 빼앗으면 안 된다. 

▲ 전시장내 보일공업(주) 부스앞 최인혜 홍보이사 

5시간쯤 걸려 도착한 호치민 공항! 한밤중이라 바로 호텔로 향했다. 다음날 아침(3. 23) 우리는 ILDEX 전시회가 열리는 사이공 컨벤션 센터에 도착했다. 국제무역행사에 북아메리카의 적극적인 참여를 돕는 IMEX의 홈페이지는 금번 ILDEX 박람회가 베트남뿐만 아니라 인도차이나 지역에 수출을 늘릴 수 있는 기회이니 미국수출업자들이‘반드시 참가’해야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왜 베트남인가?’라는 질문을 올려놓고 베트남은 세계에서 경제성장이 가장 빠른 나라 중에 하나이며, 인구증가율이나 변화하는 그들의 식습관, 수입의 증가로 그들의 육류소비는 점점 늘어나고 있고 중국의 인구팽창에 따라 향후 3년 내에 베트남의 수경재배와 양식장도 놀라운 기회를 얻을 것이라는 사실 등을 명시하고 있다. 

일덱스 전시회는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양계, 양돈, 소의 모든 것이 알차게 전시되어 있었으며 끊임없이 드나드는 방문객들은 전시회장의 분위기를 시종 뜨겁게 달구었다. 중국, 이탈리아, 독일 등 13개 cage 회사들의 제품 속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장소에 자리잡은 보일공업(주)(이하 보일)의 전시장은 마치 세계 속의 한국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매우 자랑스러웠다. 특히 방문객들은 보일의 전시장을 많이 찾아, 베트남의 양계시장에 한국이 진출할 경우 긍정적인 기회가 많을 것임을 시사했다. 

같은 날 한국방문단은 호치민의 SANHA FOOD라는 회사를 방문하여 도계 후 가공, 판매에 이르는 과정을 총괄하는 그들의 시스템을 돌아보며 한·베트남 양계산업에 관한 정보를 교환했다. 물론 우리보다는 시설이나 시스템이 훌륭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것 또한 우리의 베트남시장 진출에 좋은 신호가 아니런가. 

전시회장의 2층에서는 학술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오전에 전시회를 축하해주기 위한 고위직기조연설자가 5명이 넘었고 세미나는 소, 돼지, 닭의 사육, 질병극복, 수경재배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세분화되어 3일 동안 열렸으니 알찬 프로그램을 위한 주최측의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미리 등록하고 찾아간 세미나가 베트남어로만 진행되니 답답한 일이었다. 신청을 받을 때 세미나의 진행이 현지어인지 영어인지를 알려주는 센스정도는 필요하다. 유인물은 영어로 제작이 되어있었으나 그나마 부족해 얻어올 수도 없어서 안타까웠다. 

▲ 학술대회 광경

다음날 우리는 전국에 3,400만대가 있다는 베트남의 엄청난 오토바이 물결에 문화충격을 느끼며 도심을 빠져나와 시골길을 달렸다. 한국 TV 프로그램 ‘러브 인 아시아’에 나오는 길 같다고 반가워하며 고무농장을 지나고 1년에 5모작을 한다는 끝없이 펼쳐진 논밭을 지난다. 베트남인들은 조상신에게 농사를 잘 봐달라는 마음으로 물이 흥건한 논에 돌아가신 부모님의 무덤을 모시는 순결한 마음의 소유자들이다. 지나는 길에 만나는 개들과 닭들은 마치 동물복지법에 의거해 사육되는 듯 한 착각을 일으킨다. 시골의 평지를 유유히 걷기 때문이다. 

드디어 메콩강 하류지역 4개의 삼각주중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하는 유니콘섬에 도착했다. 전통의상 ‘아오자이’를 입고 베트남 노래를 부르는 예쁜 여성들의 공연을 보며 입안 가득 열대과일의 풍미를 만끽한다. 땀을 줄줄 흘리며 꼬불꼬불 좁은 길을 통과하니 메콩강의 샛강이 나온다. 전혀 꾸미지 않은 관광지, 흙탕물인 메콩강의 샛강을 따라 쪽배를 타고 노를 젓자니 바쁜 일상을 탈출한 기쁨에 온몸이 전율한다.

▲ 메콩강 샛강투어 

다음 우리가 방문한 곳은 호치민 전쟁 박물관! 전쟁의 참상을 담은 사진작품이 미군의 만행? 위주로 전시되어 있다. 월남과 월맹의 전쟁이었던 베트남전쟁은 1964년 미국이 전쟁을 선포한 후 우리나라도 참전하여 한국군 사망자가 10,000명에 이르렀었다. 우리나라와 베트남이 1992년에 국교를 수립함에 따라 전쟁박물관내에 한국군의 흔적은 대부분 없어졌다. 도대체 이념이 무엇이기에 맥주 한 잔에 치킨을 먹으며 일상을 살아갈 인간의 평화를 이렇게 참혹하게 말살해야하는지 절대로 전쟁은 일어나선 안 된다는 생각, 정치인들이 정말 정치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던 박물관이었다. 

그 다음은 베트남전쟁에서 미군이 물러날 수 밖에 없게 만든 게릴라전이 펼쳐진 구찌지역의 땅굴탐방이었다. 작은 사람이 몸을 직각으로 구부리고 다녀야만 하는 땅굴을 미로처럼 250킬로미터나 파고 숨어들어 전쟁을 지속한 베트남민족. 그들의 강인함을 인정해야만 했던 장소였다. 그런 베트남인들은 천년동안의 중국지배의 영향으로 젓가락을 쓰는 유일한 동남아 민족이며 (머리가 좋다는 뜻), 미국을 이긴 세계유일의 나라이며, 무엇보다 닭고기를 무지무지 좋아하는 나라이다.

▲ 구찌 땅굴로 들어가기

◀ 구찌지역 미군탱크 앞에서

베트남인들은 소고기를 거의 먹지 않고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많이 먹는다. 우리나라의 유명치킨 브랜드도 베트남에 들어와 사업현황이 좋다고 한다. 사이공강의 정취를 마음껏 느끼게 해 준 유람선 저녁식사에 나온 치킨은 잘게 튀겨 마늘양념을 입힌 것이었다. 

▲ 사이공강 선상 디너

일덱스 박람회와 더불어 이틀 동안의 관광은 베트남의 역사 문화를 공부하며 양계시장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한국과 비교할 수 없게 싼 땅값은 모든 양계인들에게 기회의 땅일 것이다. 드넓은 땅위를 자유롭게 걷고 횃대에도 앉아보는 닭을 생각해본다. 동물의 본성을 최소한으로라도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을 주어 사육한 건강한 닭. 그것을 인간에게 제공한다는 동물복지의 기본개념이 이곳에서는 실현될 수 있을 것 같다. 

2016 베트남 일덱스 박람회는 20인 대한양계협회회원들에게 요모조모 알찬 학습의 기회였다. 3박4일의 여정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귀국해 따끈한 커피를 마시며 우리는 약속했다. 다음 전시회에서 다시 뭉쳐 더 많이 배우고 우정을 나누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