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대형닭에 대한 고찰(2)

  • Published : 2015.05.01

Abstract

Keywords

우리가 나아갈 길(2)

3. 행동강령

필자는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행동강령을 사내직원들에게 주지시키고 있다. 즉, 즉시 한다(Do it now), 바르게 한다(Do it right), 끝까지 한다(Till finish) 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모든 일을 이러한 원칙으로 임한다면 모든 것이 순리롭고 또한 우리 자신은 물론 고객들에게도 신뢰를 받을 수 있다라는 확신 때문이다. 모든 일의 기초는 “바르게 해야 한다”라는 명제가 따른다는 것이다. 몰라서 잘못한 것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알고 난 뒤에도 바르게 하지 않는 것은 우리가 추구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못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을 우리는 절대적으로 분리해 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마치 다른 것과 틀린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에. 따라서 큰 닭이 국내에서 사육되지 못 하니까 수입에 의존하는 것은 바르지 않다는 것이다.

<도표3> 2012년도 축종별 국내자급률

2012년 기준

어느덧 국내 닭고기시장의 24%를 수입육이 차지한 현실(표4 참조)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과거에는 환경이나 능력이 충분하지 못해 수입할 수 밖에 없었다지만 현재에도 정녕 우리의 힘으로 큰 닭을 사육할 수 없단 말인가! 아니다. 지난 해에 우연히 일본의 양계분야에 관계된 원로교수를 만났을 때 그는 우리나라의 양계산업을 이렇게 평가했다. “한국이 IT는 물론, 전자, 자동차 등에서 세계적인 수준인데 기껏 닭을 크게 키우지 못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혹시 정부나 양계분야에 관계된 기업들이 사육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라고 반문하며, 더 충격적인 것은 “맛도 나지 않는 병아리 같은 닭고기를 공급하는 것은 업계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고유의 맛을 내는 닭고기를 위하여 의도적으로 2.8kg 이상, 심지어 3kg 정도로 사육하고 있다며 우리를 보면서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변해야 한다. 과거에는 건축물소재나 환기설비들이 부실하여 그렇게 지나왔다면 이제라도 변해야 한다. 돌이켜보면 새마을 운동을 기점으로 하여 시골의 초가집들이 이제는 판넬이나 기와로 모두 변하고 초가집은 골동품으로나 보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당시만 해도 시골노인들이 초가지붕을 뜯고 슬레트나 기와지붕으로 개조되는 것에 대하여 얼마나 많이 반대하고 시끄러웠던가? 필자가 어린시절에 일어난 일들이기에 그대로 기억된다. 그러한 논리로 본다면 최근에 신축하는 축사지붕도 초가지붕처럼 볏짚을 올려야 맞지 않을까?

특히 수입닭고기의 절대량은 표5에서 보듯 대형 닭의 부분육이다. OECD국가들이나 축산선진국들이 닭을 크게 키우는 것에는 객관적인 분석과 합리적인 근거에 의한 것이다.

표 5. 닭고기 부분육 수입량(톤)

즉, 닭고기 맛은 물론 도체율이나 정육율(표6 참조), 가공비(표7 참조) 등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학적인 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것인가? 누구를 위하여? 생산자를 위해서, 아니면 소비자를 위해서? 어느 쪽에도 환영받지 못할 일을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아니면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반세기 동안 반복하여 왔다. 그 결과 우리의 닭고기 소비수준은 아직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도표4).

표 6. 육계중량별 수율변화

표 7. 육계중량별 가공작업비

<도표4> 2007년 각국의 닭고기 소비량(kg/년)

자료 : 국립축산과학원

이러한 현실이 만들어진 바탕에는 정부와 업계의 자성이 절대 요구된다. 닭을 크게 키우면 상대적으로 닭고기의 시장도 커져 총체적으로 우리 모두의 파이가 커지고, 소비자는 양질의 닭고기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어 누구 하나 손해 보는 일이 없는 말 그대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이련만 바른 소리나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 업계를 선도하는 위치에 있는 정부, 학계, 언론은 물론 관계된 기업은 바른 소리를 해야 하고 또한 업계를 바르게 인도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태에서 업계에서는 생산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머리를 맞대보지만 자유민주국가에서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인가! 최근에 종계를 감축하자고 협의했지만 그것마저도 타결되지 못한 마당에.

모든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대로 머물다가는 배움에 대한 사회환원은 물론 선도 기업도 탄생될 수 없다. 그 결과 우리 사육농가나 소비자조차 3류로 머물게 하고 이후 후세들에게 까지 바르지 못한 것을 유산으로 물려주는 무능한 선배나 조상으로 남게 될 것이다.

과거의 것을 모두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자연과학의 변화에는 인문과학처럼 간단히 이론뿐만이 아닌 비용과 시간이 철저히 요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처 난 곳을 그대로 방치하면 더 큰 화를 불러오게 된다는 것은 자명한 진리이다. 법원의 판결을 봐도 모르고 잘못한 것은 알고 의도적으로 저지른 잘못보다 용서의 폭이 크다.

현 시점에서 시간을 더 지체한다면 수입 닭이 농가들의 설 자리를 빼앗고, 더 나아가 그 결과는 업계나 정부관계자 스스로가 목을 죄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이 될 날이 머지 않았다. 이제는 누구랄 것도 없이 용기있게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공멸이요, 결국 우리 밥상에 수입품이 이대로 범람하고 난 뒤에는 후회하고 땅을 쳐봐야 때는 늦을 뿐이다. 못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안 하는 것이 더 문제인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특히 웰빙(Well-bing)바람이 불면서 선진외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적육(赤肉)인 쇠고기의 소비는 줄고 돼지고기의 소비증가 폭도 둔화되고 있는 반면 백육(白肉)인 닭고기나 오리고기의 소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치맥(치킨&맥주)바람으로 탄력을 받고는 있지만 더 성장할 수 있는 닭고기시장이 정체되고 있는 것은 역시 작은 닭 때문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도표5> 선진국(북미)의 육류 소비현황

<도표6> 한국의 육류소비현황

이유는 간단하다. 육질도 문제이지만 통닭거래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작은 닭에서는 고급육을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육질이 뒷받침이 되지 못해 다양한 메뉴개발에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제한된 원료육으로 다양한 맛을 내려니 조리법이나 소스로 갖은 기교를 부려보고 있지만 역시 한계에 봉착하게 되고, 그 결과는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한 쪽에서는 문을 닫는데 또 다른 한 쪽에서는 혹시나 하면서 문을 열며 불안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설상가상 작년에 발생한 세월호 사건이나 AI가 터지면서 매출은 또 다시 급감하여 마치 곡예사의 삶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