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는 닭, 칠면조 및 야생조류 등에 감염되는 급성바이러스성질병으로 바이러스의 병원성 정도에 따라 비병원성(non pathogenic), 저병원성(low pathgenic) 및 고병원성(highly pathogenic)으로 분류된다. 이 중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ighly pathogenic avian influenza; HPAI)는 닭이나 칠면조에서 급성으로 경과하며 치사율이 100%에 가까운 병원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국내에서 제1종 법정전염병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OIE에서 ListA전염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low pathogenic avian influenza; LPAI)는 국내에서 제2종 법정전염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2003년 이후 5차례에 걸쳐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는 지난 해 1월 16일(5차 발생) 전북에서 발생한 이후 1년이 경과한 현재까지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철새에 의해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되면 차량, 사람, 장비, 감염축의 이동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농가에 전파되는데 농가들이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농장에 AI가 발생하게 되고 막대한 피해를 감당해야 한다.
이번 호에서부터는 고병원성 AI의 발생 원인들을 분석하고 해당 원인들에 대해 농가들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기술하고자 한다. 바이러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차단방역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방법이며 전파 가능성이 적더라도 전파 우려가 있는 것에 대한 조치는 언제나 중요하다.
1. HPAI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
1) HPAI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 정황
지난 4차례의 HPAI(H5N1) 발생에 따른 바이러스 유입은 철새를 잠정적 원인으로 결론지었지만 불분명한 원인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았었다. 그러나 철새가 아닌 어떤 바이러스 유입의 정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2014년 1월 발생한 AI는 지난 4차례의 발생케이스보다 바이러스의 유입원인이 철새라는 더 정확한 정황들이 확보되어있다.
철새는 계절에 따라 대륙과 대륙을 오가며 AI바이러스를 이동시킬 수 있는 매개체이다. 특히 중국의 동부지역에서 우리나라 서해안벨트를 오고가는 철새들은 AI를 포함한 각종 가금질병의 원인체를 이동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초 전국 각지의 철새도래지에서 야생조류의 분변 및 사체에서 HPAI 바이러스가 빈번히 확인되고 있는 것은 AI 바이러스의 국내유입에 철새가 역할을 하는 것을 입증하는 사실로 사료된다.
또, 과거 4차례의 HPAI 발생에서 확인되었던 H5N1 바이러스와는 다른 혈청형인 H5N8이 국내에 새롭게 유입된 것과, 철새의 이동에 의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일본, 유럽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추가로 발생한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철새에 의한 대륙 간 발생의 현황을 설명해주는 좋은 사례가 된다.
2) 철새의 HPAI 바이러스의 농장 유입 경로 추정
우리나라의 가금 사육농장의 상당수가 서해안쪽에 밀집되어 있다. 이 지역은 철새 도래지가 많고 먹이활동이 가능한 농경지들이 넓게 분포되어 있어 철새에 의해 HPAI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철새가 국내에 AI 바이러스를 유입하였을 경우 어떤 경로로 바이러스가 농가에 유입되는 가를 아는 것을 매우 중요하다.
(1) HPAI 감염 철새의 농장 접근
철새가 먹이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농장에 직접 들어가는 일은 극히 드믄 일이다. 필자가 발생현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AI 발생농장 상공을 철새가 군집으로 지나가는 것을 목격한 경우는 있었으나, 농장 안에서 철새를 목격한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철새도래지인 하천과 바로 인접한 충남의 어느 밀집농가는 하천과 농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철새가 농장과 접촉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2) 감염철새 사체를 먹은 AI 오염텃새의 농장유입
철새가 AI에 감염되어 폐사할 경우 이를 텃새가 포식하고 결국 텃새가 AI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이 텃새가 농장에 유입되어 AI 감염분변을 농장 안에 배설하고 사람이나, 장비, 설치류 등에 의해 바이러스가 계사내로 운반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AI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다.
▲ 농경지 등에서 텃새와 사람의 AI 바이러스 오염과정
(3) 먹이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농경지의 AI 바이러스 오염
철새는 하천이나 저수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인근 농경지 등에서 먹이활동을 한다. AI에 감염된 철새가 먹이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농경지에 분변을 배설하게 되고 이 분변을 농장관리자, 방문자의 발 혹은 설치류와 같은 야생동물 등이 몸에 묻혀 농장에 바이러스가 유입되는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
▲ 설치류에 의한 AI 바이러스의 축사오염 과정
▲ AI발생농장 주변의 농경지에서 발견된 철새의 깃털 및 분변(자료:농림축산식품부)
3) 철새연관 HPAI 바이러스의 농장 유입에 대한 농가대응
위에 나열된 철새와 관련한 농가의 AI 바이러스 유입가능성을 바탕으로 농가의 AI가 발생에 대비하기 위한 대응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철새도래지의 농장
철새가 빈번히 도래하거나 도래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지역은 언제나 AI 바이러스와 접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며, 실제로 그간의 AI 발생사례에서도 수차례 동일농장 혹은 지역에 AI가 빈발하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정부는 철새군집지역 등 AI 발생이 높은 지역, AI 중복 발생지역, 가금농장 밀집지역 등에 대한 AI 방역관리지구를 지정하여 하여 주요대책을 수립한 바 있다. 이러한 AI 방역관리지구에 해당하는 농가들은 방역시설을 강화하고 평상시 혹은 AI 발생 시기에 보다 강도 높은 차단방역을 수행해야 한다.
(자료 : 농림축산식품부)
▲ AI 방역관리지구
(2) 야생조류에 관한 대책
앞서 설명한 텃새의 AI 감염가능성과 연관하여 농가들은 농장에 야생조류가 농장이나 축사에 접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사료빈 주변에 사료가 떨어져 있지 않도록 하고, 축사에 그물망 등을 설치하여 축사내로 야생조류가 침입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텃새 등에 의한 사료빈 주변 및 농장 AI 바이러스 오염과정
(3) AI 바이러스 오염 가능한 농경지 등 방문금지 및 설치류 구제
철새가 먹이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AI 바이러스가 포함된 분변이 농경지에 배설될 경우 농장관련 인원의 농경지 방문과정에서 바이러스가 농장에 유입되어 AI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농장관련 인원들은 불필요한 농경지 방문을 삼가고, 부득이 농경지 혹은 농로를 경유할 경우 철저한 소독을 실시한 후 농장에 진입하여야 한다. 또 바이러스가 설치류 등의 몸에 묻어 농장에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이 상존하므로 설치류를 정기적 혹은 수시로 구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 설치류 침입방지망 설치(배수로/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