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자폐증은 최근 소아청소년정신의학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여러 영역에서 연구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비단 학계의 관심사를 넘어 문화 영역, 매스컴 영역 등에서도 자폐증에 대하여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이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과거부터 자폐증의 유병률은 대부분 낮은 수준으로 보고되어 왔으나, 최근의 연구 보고들에 의하면 자폐증의 유병률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1) 이렇게 유병률이 높아진 이유로 정신의학 영역에서 자폐증을 주목하기 시작한 점, 진단 기준이 확대되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겠지만,2,3)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발병률이 높아 일반적인 돌연변이의 발생 빈도를 상회하게 되는 질환은 진화적 관점에서 볼 때 주목의 대상이 된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진단적으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때는 자폐증의 범주에 속한다 하더라도 다양한 사회 영역에서 성공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한편, 자폐증은 유전성이 매우 높은 신경발달적 질환 중의 하나이지만 생식 성공률은 비교적 낮은 질환이다.4)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기한 바와 같이 자폐증의 유병률은 일정 정도 유지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유병률의 증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 역시 진화적 관점에서 주목을 끌 만한 양상이라 할 수 있다.
왜 자폐증은 진화적 관점에서 볼 때 자연 선택에 의하여 제거되지 않고 현재에도 뚜렷하게 존재하는가? 이 글에서는 자폐증을 진화적 관점에서 설명하려는 최근까지의 여러 이론들을 검토할 것이다. 이 글에서 사용하는 자폐증이란 용어는 좁은 의미에서의, 질환으로서의 자폐증 범주를 넘어 다양한 자폐 스펙트럼(autism spectrum)을 포함한 넓은 의미로 사용되었음을 밝혀둔다.
본 론
1. ‘극단적 남성 뇌’ 이론
‘극단적 남성 뇌(extreme male brain)’ 이론의 지지자들은 자폐증의 뇌가 공감하기(empathizing)와는 정반대인 체계화하기(systemizing)에 철저히 특화된 뇌라고 주장한다. 이 이론의 주창자는 마음 읽기 문제의 권위자인 Baron-Cohen5,6)이다.
Ghim 등7)은 Baron-Cohen의 이 이론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우선 공감하기란 상대방의 정서와 생각을 이해하고 이에 적절하게 정서적으로 반응하려는 동기와 능력이다. 이는 인지적 능력인 마음읽기 능력에서 더 나아가 상대방의 마음에 대해 적절한 정서로 반응하는 정서적 능력까지를 포함한, 보다 확장된 개념이다. 한편 체계화하기란 주변에서 변화하는 특징을 분석하고 각 특징이 변화되었을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관찰하여 그 법칙을 발견하려는 동기와 능력이다. 이 능력은 법칙에 의해 작동되는 수학, 물리학, 천문학, 생물학이나 기계의 작동원리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다.
공감하기-체계화하기 이론에 의하면 자폐증은 공감하기 능력이 극단적으로 발달하지 못한 데 반하여 체계화하기 능력은 상대적으로 더 발달하여 나타나는 것이다. 자폐증 상태를 보이는 사람들은 물리적 환경에는 관심을 가지며 특정 분야에 제한된 강한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환경의 변화에 대해 대단히 민감하여 사소한 변화까지도 거부하게 된다.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물리적 환경에서 작용하는 원리나 규칙을 찾아내려면 그 원리나 규칙에 위반되는 주변 환경의 사소한 변화를 놓치지 않고 탐지, 거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원리와 규칙을 찾는 능력이 극단적으로 발달하게 되면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savant).
Baron-Cohen5,6)에 의하면 남성들에서 체계화하기가 상대적으로 더 발달하는데, 이에 대한 생물학적 이유로 태아기의 테스토스테론 노출이 거론되고 있다. 태아기에 테스토스테론에 노출되는 수준이 높으면 체계화하기는 더 발달하고 공감하기는 덜 발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남성적인 인지성향이 극단적으로 발달되어 나타난 것이 자폐증이라고 Baron-Cohen은 설명하였다.
자폐증의 몇 가지 현상들은 ‘극단적 남성 뇌’ 이론에 어느 정도 부합한다.8) 첫째,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자폐증 발현이 훨씬 높다. 둘째, 평균 지능 혹은 그 이상의 지능을 보이는 고기능 자폐증에서 일반 대조군보다 체계화하기와 관련된 과제를 훨씬 더 잘 수행하였다.9) 셋째, 자폐증과 일반 대조군에서의 행동 특성의 차이가 뇌의 해부학적 영역의 차이에 의해 설명되었다.10) 넷째, 자폐 성향과 태아기 테스토스테론 노출 정도 간에 유의한 연관관계가 있었다.11)
Ploeger와 Galis8)는 진화적 관점에서 볼 때 선사 시대에는 체계화하기 기술이 훨씬 뛰어나고 공감하기 기술은 덜 발달된 남자가 다른 남자들을 능가하는 이점을 지녔다고 주장하였다. 수렵-채집 사회(hunter-gatherer society)에서 남성은 대부분 수렵자의 역할을, 여성은 대부분 채집자 역할을 담당하였다. 체계화하기 기술은 도구와 무기의 개발, 사냥, 먹이감의 추적, 자원의 교역 등에서 더 중요하였을 것이다. 따라서 공감하기 능력은 경쟁자가 제거되어야만 하는 환경 및 인간이 혼자 있는 것을 견뎌야만 하는 환경 등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사냥을 하기 위해서 가족을 떠나 멀리 움직이는 일이 자주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공감하기 능력은 여성에게서는 엄마로서의 기능, 새로운 친구 만나기, 새로운 그룹의 남자를 만나 짝짓기, 잡담 나누기 등에서 좋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선사 시대에 극도의 남성 뇌를 가진 개체는 그 환경에 더욱 유리하게 작용하였을 가능성이 크며, 이것이 자폐적 성향을 지닌 사람의 출현에 기여하였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2. ‘극단적 각인 뇌’의 결과
‘극단적 각인 뇌(extreme imprinted brain)’ 이론의 지지자들은 자폐증이 극도의 불균형 게놈 각인(imbalanced genomic imprinting)에 의해 발생하였다고 주장한다.12)
게놈 각인, 혹은 유전자 각인(gene imprinting)이란 상염색체에 흩어져 있는 소수의 유전자에서, 부모의 성별에 따라 유전자의 전사가 결정되는 것을 의미한다.13) 유전체 각인은 유전자 혹은 염색체의 후성 변화(epigenetic modification)에 의해 모계 유전자나 부계 유전자 중 어느 한쪽 유전자의 전사를 억제하고 비활성시킴으로써 모계 유전자와 부계 유전자의 단백 발현의 차이를 초래한다. 일부 유전 질환 혹은 악성 종양의 발생은 이 유전체 각인에 의해서 설명되고 있다. 각인유전자의 발현 조절에는 DNA 메틸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13)
각인유전자의 진화적 기능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고 있다. 그러나, 유전체 각인이 일어나는 이유로 자식을 위한 어머니의 양육 투자에 대한 부모 간 갈등이 주 원인이라는 가설이 지지를 받고 있다.14) 부계 유전자의 발현은 태생기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경향이 있고, 모계 유전자의 발현은 태생기 성장을 억제하는 경향이 있다. 아버지의 입장에서 볼 때는 현재의 자식에게 어머니가 가능한 많은 양육 투자를 제공하는 것이 유리한 반면, 어머니의 입장에서 볼 때는 어머니 자신의 자원을 무리하게 모두 투자하는 것보다는 자원을 어느 정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현재의 자식에게 꼭 필요한 만큼만 투자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 할 수 있다.
각인유전자는 중추신경계에서 상당히 높은 빈도의 발현율을 보인다고 하며15) 특히 신경계 발달과 관련된 유전자에서 높게 발현된다고 한다. 또한 모계 유전자는 대뇌 피질 및 해마 등에서 발현율이 높아 주로 인지 처리(cognitive processing)에 관여하는 반면 부계 유전자는 시상하부 및 중격뇌 영역에서 발현이 높아16) 주로 정서 처리(emotional processing)에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도 있다. 각인된 유전자는 종종 어떤 질환과의 관련에 관하여 연구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는데, 유전자의 단일한 변화가 해당 유전자의 발현에 뚜렷한 변화를 야기하기 때문이다.17,18)
자폐증이 ‘극단적 각인 뇌’와 관련된다는 데 대하여 Badcock과 Crespi12)는 자폐증에서 모계 유전자 발현의 억압이 있는 반면 부계 유전자의 발현 촉진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 주장의 근거로 첫째로는 앞서 언급하였던 내용, 즉 자폐증의 남성 비율이 여성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두번째 근거는 게놈 스캔에서 밝혀진 것인데, 자폐증 관련 여러 유전자들이 각인유전자이거나 각인유전자와 상호작용하는 유전자에 해당된다는 것이다.12)
결국 Crespi와 Badcock19)에 의하면 자폐증은 아버지에게 더 이득이 되는 양상이 극단적 저 적합도(low-fitness extreme)를 보이게 된 상태이다. 자폐증 아동은 일반 아동에 비해 1차 양육자인 어머니에게 더욱 높은 양육 투자를 요구한다. 이러한 요구 행동에는 심한 발광, 다른 사람을 조정하려는 무수한 시도들, 부족한 협응 행동, 부족한 공감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일반 아동에서 만약 이런 모습들이 나타날 때는 그래도 어머니의 양육 투자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서 결과적으로 아버지의 관점에서는 더욱 이득을 보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자폐증의 경우에는 이러한 모습들이 너무나 병적으로 나타나게 되어서 결과적으로는 어머니뿐만 아니라 아버지에게도 이득이 되지 못한다.8)
3. 부모 선택성 적응도 지표의 극단적 저 적합도 상태
이 이론에서는 자폐증이 부모 선택의 결과로 진화된 적응도 지표(fitness indicator)의 극단적 저 적합도 상태에 해당된다고 간주한다.20)
적응도 지표는 동물이 자신을 둘러싼 진화적 환경 속에서 얼마나 잘 적응하고 있는지, 자신의 적응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과시하기 위한 지표이다. 한 개체가 적응도 지표를 더 높게 발전시키고, 유지하고, 타 개체에게 이를 잘 전시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며, 때로는 이 지표 때문에 위험해질 수도 있지만 이 지표가 존재한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도를 감수하거나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환경 속에서 충분히 잘 적응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학자들은 적응도 지표 이론을 ‘핸디캡 이론(handicap theory)’21)과 유사하다고 간주한다.
수컷 공작새의 꼬리는 성적으로 선택된 적응도 지표로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예이다.21) 이들의 꼬리는 비행 기능을 거의 상실하고 있어 빨리 도망가야 할 상황에서 약점을 보이고, 또한 그 화려함 때문에 포식자의 눈에 매우 잘 띈다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이 그러한 위험도를 충분히 감수할 수 있을 만큼 포식자를 잘 피할 자신이 있고 자연 환경에 건강하게 잘 적응하고 있음을 암컷 공작새에게 과시하기 위해 화려한 꼬리를 활짝 펼친다.
적응도 지표는 성적 선택 이외에 부모 선택(parental selection)의 양상을 띨 수 있다. 부모는 자신들의 자원을 자식에게 상당량 투자함으로써 자식들의 생존과 번식을 촉진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부모의 자원을 더 많이 얻어낼 수 있도록 자식들의 일부 행동들이 진화될 수 있다.
Shaner 등20)은 부모 선택에 의해 영유아의 사회적 레퍼토리의 몇몇 양상이 적응도 지표로 진화되었고, 자폐증은 이러한 진화 양상의 극단적 저 적합도 상태에 해당된다고 주장하였다. 영유아의 행동들은 대부분 ‘매력적(charm)’ 성향을 띠게 되는데 여기에는 옹알이, 사회적 미소, 창의적인 놀이 등이 포함된다. 높은 유전적 성향(즉, 낮은 돌연변이 발생)을 띠며 적합한 환경에서 잘 양육된 영유아는 매우 매력적인 행동을 나타나게 하는 복합적 뇌 시스템을 발달시킬 수 있다. 그러나, 낮은 유전적 성향(즉, 높은 돌연변이 발생)을 띠는 영유아에서는 이러한 복합 뇌 시스템의 발달이 일어나지 않아서 매력적 행동을 표현할 수 없다. 일부 영유아에서는 이러한 실패가 너무 극단적으로 나타나게 되어 결국 자폐증 양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의 간접적 증거로서 Ploeger와 Galis8)는 영유아들이 엄마가 이유(weaning)를 시작하려는 신호를 보낼 무렵에 더 매력적 행동을 많이 보인다는 연구22)와 자폐증이 조기 이유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23)를 들고 있다.
4. ‘발달적 이시성’ 모델
이시성(heterochrony)이란 어떤 상(相) 혹은 하나의 기관발생이 촉진 또는 지체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자폐증에 대한 ‘발달적 이시성(developmental heterochrony)’ 이론은 자폐증의 여러 특성들이 아동기 발달의 속도와 타이밍이 이동된 결과라고 주장한다.24)
인간은 진화의 결과로 타 종에 비해 일반 인지 및 사회 인지 능력이 매우 증진되었지만, 또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인간은 타 종에 비해 아동기(출생 이후부터 성적 성숙, 신체적 성장의 완성 단계까지를 포함한)가 매우 확대되어 있다. 이렇게 확대된 아동기 때문에 진화적 이점을 갖게 된다. 높은 수준의 사회화와 경험에 의한 두뇌 발달이 촉진되는 것이다.
Crespi24)는 자폐증이란 초기 아동기의 능력이 상당히 연장되는 방식으로 발현한 ‘발달적 이시성’의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다음의 4개 영역에서의 양상을 그 근거로 제시하였다.
1) 제한된 관심과 반복적 행동
이는 자폐증의 핵심 증상 중의 하나일 정도로 자폐증에서 자주 나타나는 소견들이다. 그러나, 2세에서 4세 사이의 걸음마기 아동에서 자주 관찰되는 행동들이기도 하다. 주목할 것은, 제한된 관심과 반복적 행동 문제가 자폐증의 또다른 핵심 증상인 사회성 및 언어능력의 결핍 문제와 상관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다.25) 또한 제한된 관심과 반복적 행동 문제는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적응적’일 수도 있다. 이 행동들이 불안의 감소, 각성 상태의 감소, 복잡한 상황을 단순화시킴, 통제감의 강화 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26,27) 그러므로 자폐증에서의 이러한 행동들은 정신병리로만 간주될 것이 아니라 일종의 보상 기능으로 생각될 수도 있고,28) 일반 아동과는 달리 이 행동들이 계속 연장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2) 구조적, 기능적 뇌 연결성의 차이
최근의 신경영상학적 연구들에 의해 자폐증에서는 뇌의 국소 연결성이 상대적으로 증가되어 있고, 광범위 영역 간 연결성은 국소 연결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감소되어 있음이 밝혀졌다.29) 자폐증의 이러한 패턴은 국소 연결에서 가지치기(pruning) 현상이 잘 나타나지 않은 것과 관련이 있다. 한편 조현병에서는 반대 소견들이 관찰된다. 즉, 국소 연결성이 과다 가지치기로 인해 현저히 감소하고 대신 광범위 영역 간 연결성의 상대적 증가를 보인다.30,31)
일반적으로 정상적 뇌 발달에서는 아동기 초기에 국소 연결성이 우세하다가 어른에 가까워질수록 광범위 영역 간 연결성의 우세가 두드러지는데 이는 국소 연결에서 가지치기가 적절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결국 자폐증에서는 일반 아동청소년의 뇌에서 일어나야 할 가지치기가 일어나지 않은 셈인데, 이러한 차이 역시 자폐증의 ‘발달적 이시성’과 연관된다. 즉, 뇌성숙의 불완전 혹은 성숙 속도의 저하로 이해할 수 있다.32)
3) 국소적 혹은 전체적 지각 처리(Local or global perception processing)의 차이
자폐증을 설명하는 유력한 이론 중 하나인 ‘약한 중앙 응집(weak central coherence)’ 이론에 의하면, 자폐증에서는 맥락(context)과 상관없이, 지엽적인 것에 집착하고, 국지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는 국소적 지각 처리가 두드러진다.33,34) 그런데 정상 아동 청소년에서는 시각적 정보의 지각 및 처리 과정에서 어릴 적에는 국소적 편향을 보이다가 만 4세 경부터 청소년기까지는 전체적 편향을 보이게 된다.35,36) 이렇게 국소 처리에서 전체 처리로 변화해가는 과정에는 만 6세 경 우측 후두엽 및 두정엽의 시공간처리 뇌 영역에서의 가지치기로 인한 회백질의 감소가 밀접히 관련된다.24) 자폐증의 국소적 처리 편향은 2)에서 언급하였던 뇌의 국소 과다 연결성과 관련될 수도 있다. 이러한 특성 역시 자폐증의 ‘발달적 이시성’과 관련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4) 음높이(Pitch) 지각
청각적 음높이 정보에 대한 지각 능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절대음감이란 음을 들었을 때 다른 기준음과 비교하지 않아도 즉각적으로 그 음의 이름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반면 상대음감이란 기준음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들었던 음과의 연관관계 속에서 음을 판별하는 능력이다. 다시 말해 음정 지각, 음과의 관계를 통해 음높이를 지각하는 능력이다. 일반인에서 절대음감의 소유자는 0.01% 정도로 나타나는 반면 자폐증에서는 5-11%로 나타난다.37) 한편, 일반 영유아는 상대 음높이보다 절대 음높이를 더 잘 인지한다. 상대음감 능력의 증가와 절대음감 능력의 감소는 만 5세부터 12세 사이에 진행된다고 하며,38,39) 대부분의 성인들은 상대음감을 보유하게 된다. 자폐증에서 절대음감이 나타나는 이유로 역시 국소적 지각 처리의 우세 현상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청각 영역에서도 자폐증의 ‘발달적 이시성’과 관련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5. ‘다미주신경 이론’ 모델
자폐증에 대한 또다른 진화적 설명은 ‘다미주신경 이론(polyvagal theory)’과 관련된 설명이다.40) ‘다미주신경 이론’은 동물의 계통발생 과정에서 포유류가-특히 영장류와 인간이-감정과 사회적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신경 조직화가 가능하게 진화되었고, 이러한 진화의 핵심에 미주신경이 있다고 주장한다.8)
미주신경은 10번째 뇌신경이며 자율신경계의 주요 요소 중 하나이다. 진화적 계통발생을 통해 3단계로 자율 신경 시스템이 출현하였고 각 시스템은 서로 다른 행동 기능을 갖게 되었다. 진화의 첫 단계에서는 무수화(unmyelinated) 미주신경이 출현하였는데 이는 죽은체 하는 부동(immobilization) 행동, 수동적 회피 반응 등이 나타나도록 개체를 조절한다. 이러한 반응은 파충류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반응이지만 포유류에서는 비전형적이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교감신경계가 출현하는데, 위험한 상황에서 이를 피하기 위한 움직임 반응이 나타나도록 개체를 신속하게 조절한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유수화(myelinated) 미주신경이 출현하는데 이를 통해 사회적 의사소통, 자기-달램(self-soothing), 안정화 상태 등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이론에 착안하여 자폐증은 포유류적 반응, 즉 사회적 의사소통의 표현이 극소화된 결과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자폐증 상태란 미주신경계의 미발달로 사회적 의사소통의 발현 대신 움직임 반응과 부동 반응 사이의 방어적 전략에 의존하는 상태라는 주장이다.8)
영장류와 인간은 위험한 상황에 대한 움직임 반응과 사회적 협응 행동 사이에서 상당한 적응력을 보이는 데 반해 자폐증은 그런 능력이 부재하기 때문에, 자폐증에서는 ‘잠재적 위험 존재’인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신 대상(object)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 발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 협응 능력의 부재와 더불어, 자폐증의 미주신경계는 자율신경계를 잘 억제할 수 없어 정서적 폭발이나 성질부림 등으로만 발현하는 투쟁-도피 반응(fight-or-flight response)을 보일 것이다. 즉, 자폐증 상태란 유수화된 미주신경의 조절 능력 부재로 나타나는 항구적 과각성 상태라는 것이다. 이런 상태는 파충류에서는 일종의 적응 상태일 수 있겠지만, 포유류 및 영장류에서는 매우 심한 부적응 상태인 것이다.
6. ‘관련성 탐지기’로서의 편도 모델
편도(amygdala)는 포유류 뇌에서 발견되는 영역으로, 위협적이거나 위험한 사건을 신속히 또한 자동적으로 발견하는데 관여하는 부위이다. 이러한 설명은 편도 기능에 대한 보편적 설명의 하나로 간주되는데 최근 편도의 기능에 대해 보다 확대된 해석이 시도되고 있다.41)
그중 하나는 편도를 관련성 탐지(relevance detection)에 주로 관여하는 뇌 구조물로 파악하는 것이다. 지구상의 생물에서 관련성 탐지 기능은 매우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이다. Sander 등42)은 이 기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한 개체에게 발생한 어떤 사건이 ‘관련성’을 띤다는 것은, 그 사건이 그 개체의 목적을 획득하는 데(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유의한 영향을 끼치며, 그 개체의 요구를 만족하게 하며, 개체와 자신이 속한 종의 안녕 상태의 유지에 기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관점에 의하면, 공포 혹은 화가 난 얼굴 표정 등은 그 개체와 개체의 동료들에게 위험 요소의 존재를 알릴 수 있기 때문에 관련성이 있는 정보가 된다. 특히 편도는 이런 위험성에 대한 반응뿐만 아니라 보다 현저한 자극, 자극-보상 연합 반응43) 등에도 반응하는데 이 모든 것이 관련성 탐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뇌 발달에 대한 진화적 관점에서 볼 때 편도와 신피질(neocortex)은 포유류 진화를 거치며 두 부위의 크기 간에 상호관련성이 점점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또한, 편도의 크기는 해당 종의 집단의 크기 및 사회적 네트워크의 복잡성과 비례하였다.41,44) 이러한 결과들은 편도가 영장류 및 인간의 진화에서 중요한 자연 선택 과정을 거쳐왔음을 시사하는 소견들이다.
그렇다면 이 이론에서는 자폐증을 어떻게 설명하는가? 자폐증에서는 편도 기능의 과활성화 상태가 자주 보고되고 있다.45,46) 이는 결국 환경 내에서 현저성이 약간이라도 높은 자극을 자동적으로 탐지하는 상향식 정보 전달의 증가와 편도 기능을 조절하는 하향식 조절력의 감소를 일으킨다. 그 결과, 관련성 탐지의 관점에서 볼 때 자폐증 환자에서 항상 부적절한 반응이 나타나게 한다.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이 이론은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다. 편도에서는 인간 스스로의 과거와 현재의 정서 기억, 일화 기억, 지식 등이 참조되면서(self-referential function) 현재 편도에 입력된 감각들에 대하여 정서적 반응을 어떻게 보일지를 결정한 뒤 자율신경계를 자극한다. 자율신경계는 편도에서 입력된 정보에 따라 반응한다. 이와 같이 편도는 순간순간마다 인간이 만나게 되는 환경 자극의 정서적 중요도를 파악하고 다시 조율하여 일종의 ‘돌출 풍경 맵(salience landscape map)’을 계속 작성한다.47)
자폐증에서는 매순간의 돌출 풍경 맵이 왜곡된다는 것이다.48) 전두엽과 편도, 혹은 변연계 전체와 전두엽의 연결의 변화로 인해 편도 기능의 이상 현상이 발생하면, 일반인에게는 미약하게 다가올 환경 자극이 자폐증 환자에서는 엄청나게 강하게 느껴지고 이 때문에 ‘자율신경계 폭풍(autonomic storm)’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매우 작은 변화에 대해서도 그 변화의 정서적 중요성이 심각할 정도로 과장되게 평가되기 때문에, 일반인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자극들(예 : 비행기 이착륙 시간표, 전화번호부 등)도 자폐증에게는 정말 중요한 루틴(routine)이 된다.
7. ‘단독 수렵자’ 이론
자폐증의 유병률이 인종에 따라 달라지지 않고 동일하게 나타남을 보여준 연구들이 있다.49) 이는 최초의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나기 전 자폐증이 이미 충분히 발달된 형태로 존재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즉 자폐증은 매우 오래전부터 존재하였을 가능성이 높은데50) 자폐증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들은 어떻게 그 긴 시간 동안 자연 선택되고 유지되어 현재까지 전달되었을까?
이에 대해 ‘단독 수렵자(solitary forager)’ 이론50)이 제기되었다. 이 이론은 자폐증의 원인이 되는 어떤 유전자들이 인간의 선조가 처한 환경 중 고립된 최저 생존 조건에서 유용했기 때문에 선택되고 유지되어 왔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이론의 주창자인 Reser50)에 의하면, 사회적 접촉이 감소된 상황이라 할지라도 자폐증이 있는 사람들은 자급자족이 가능하고 유능한 수렵자로서의 잠재력을 가졌을 것이다. 자폐증의 일반적인 정신심리학적 특성들은 고립된 수렵생활을 하면서 겪게 되는 인지적 적응과정에 있어 유용하게 작용할 수 있다.
수렵생활을 통한 자급자족이 주가 되었던 선사시대와 달리 현대에 와서는 자율성의 획득과 식량의 조달이 개개인의 사회적 능력뿐만 아니라 특히 사회적 장소라 할 수 있는, 학교 교실에서 일어나는 학습에 달려있다. 학교 교육은 자폐를 가진 사람들에게 매우 어렵다. 자폐증의 체계화하기 이론에서 증명되었듯이, 자폐 환자들은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학습하기보단 혼자서 학습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51)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폐 환자가 혼자서 학습한 지식과 스스로 선택한 관심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가치와 부합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폐증은 선사 시대의 환경에서는 훨씬 더 자연스러웠을지도 모른다. 특히 수만 년 전을 고려해 볼 때, 그 시대에서는 식량의 조달이나 수면장소의 획득 등이 오늘날처럼 사회적 능력에 달려있지는 않았다.50)
원시적 환경에서 기아 상태는 자폐증인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집착적 성향을 잘 발휘하게 하여 결국 식량의 획득으로 이어지게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자폐아의 경우라 해도 배고플 때마다 부모로부터 충분한 음식을 공급받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과거 선사시대와 달리 사냥이나 식량 수집의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에 그들의 관심과 집착은 블록 쌓기, 전등 스위치 켜기, 장난감을 한 줄로 세우기, 수돗물로 놀기, 진공청소기 쫓기, 병뚜껑 모으기와 같은 비사회적인 활동으로 방향을 돌리게 된다.52)
집착적 경향 외에도 자폐증 환자들에서 보이는 정형화되고 반복적인 행동 역시 선사시대의 삶에 적응하기에는 적합했을지도 모른다. 사냥과 채집을 하는 단독 수렵자들의 삶의 다양성은 현재보다 훨씬 더 적었을 것이다. 혼자서 수렵생활을 하는 경우에는 자신을 위협하는 것이 있는지 계속해서 살펴보기, 죽은 고기가 있는지 찾기, 과일을 줍고 다듬기, 채소를 찾거나 따기, 먹이감을 잡고 가져다 놓기 등을 정형화된 행동 방식으로 반복해야만 했을 것이다. 이러한 자폐적 특성은 현대의 사회적 상황에서는 적합하지 않지만, 홀로 수렵생활을 해야 했던 선사시대에서는 적응하는 데 적합할 것이다.
자폐증에 걸린 사람들의 경우 대부분 신체적으로 가까이 접촉하는 것을 피하고 정서적 관계를 맺는 데 실패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특징 역시 선사시대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는 데는 유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신체적 접촉이나 정서적 관계를 추구했다면 생존을 위해 홀로 지내는 삶이 비참하고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고립된 종들은 사회 인지에 대한 능력이 매우 제한적이다. 이는 대개 사교적인 소인, 상냥한 성향, 그리고 사회적 본능은 고립된 상황에서는 적응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50)
8. 이론들의 장점과 한계
이상에서 자폐증의 기원에 대한 진화적 관점의 이론들을 살펴보았다. 각 이론들은 심리학적, 인류학적, 뇌과학적 기반 등에 근거하여 자폐증의 출현을 나름대로 설명하고 있다. 자폐증에 대한 진화적 관점이 갖는 장점은 무엇인가?
우선 이 이론들은 대부분이 근접 원인(proximal causality)의 탐구에 의한 설명이라기보다는 궁극 원인(ultimate causality)을 추구하기 위한 설명들이라 할 수 있다. 근접 원인이란 자연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때 분석적, 환원적 방법에 근거하여 설명하게 되는 원인을 말한다. 예를 들어 조현병의 원인에 대한 도파민 가설 등이 근접 원인에 해당할 것이다. 한편 궁극 원인이란 어떤 자연 현상이 긴 시간을 거쳐 왜 발생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할 때 추구하게 되는 원인으로, 진화적 관점으로 자연 현상을 바라볼 때 가장 잘 파악되는 원인들이다. 따라서 궁극 원인은 ‘어떻게’보다는 ‘왜’를 추구하며, 또한 목적론적 관점에서 세계를 파악하게 한다. 이는 자폐증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데 분명히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 이론들은 지금까지 낮은 빈도의 정신과적 질환, 환자와 보호자의 안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병적 상태라는 관점으로만 자폐증을 파악하는 것을 넘어서 인류의 진화적 도정에서 나타나는 필연적 결과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이는 자폐증 환자를 대하는 임상가뿐만 아니라 환자 및 보호자, 일반인들의 사회적 관심을 새롭게 환기시킬 수 있다는 큰 장점을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론들 각각은 장점들만 가지고 있지는 않다. 이는 정신과적 질환에 대한 진화적 접근이 갖는 고유한 한계와 관련된다. Park53)은 정신장애에 대한 진화적 연구의 어려움으로 인과관계의 혼동, 특정 정신장애에 대한 부적절한 면책이라는 오해의 유발, 궁극 원인으로 성공적인 설명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당장 치료적으로 응용될 수 없다는 점, 진화적 설명만으로 기존의 여러 설명 모델을 통합하지 못할 가능성 등을 거론하였다. 이는 앞서 제시한 각 이론들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특히 진화론적 설명을 통해 나타난 자폐증의 합목적성이 수만 년 전의 선사시대에는 적응적이었으나 현재는 그렇지 않다는 설명만을 현재까지의 자폐증의 지속성 또는 증가의 이유로 간주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또한, 진화 과정이 진행된 기전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찾는 것도 매우 힘든 상황에서 진화 이론이 갖는 기본적 한계가 있다 할 것이다.
이러한 한계 이외에도 자폐증의 진화적 접근에서 고려되어야 할 중요한 사항들을 추가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의 이론들은 자폐증이 결과적으로 진화적 환경에 대한 적응(adaption)의 산물인지, 아니면 적응에 실패하였거나 적응과는 무관한 부산물(by-product)인지를 보다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진화적 관점에 의한 자연 현상의 설명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이다. 모든 현상이 적응의 산물일 수는 없다. “인간의 코는 안경을 받치기 위해 진화적으로 출현한 기관이다”라고 할 수는 없다.54) 분명 어떤 현상들은 부산물에 해당될 것이다. 현재의 자폐증 관련 이론들은 각 이론들의 논리적 전개에 의거할 때 자폐증을 적응의 산물로 보는 것인지 부산물로 보는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제시하여야 한다.
둘째, 몇몇 이론들은 과연 이 이론이 자폐증의 궁극 원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저자들이 보기에 편도의 관련성 탐지기 이론을 자폐증에 적용시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인 시도이나 좀더 엄밀히 따져본다면 자폐증의 편도 기능에 대한 근접 원인으로도 보인다. 각 이론이 자폐증에 대해 어떤 궁극 원인을 제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보다 논리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진화와 관련된 학문들 중 정신장애의 진화적 관점에 가장 근접한 학문이라 할 수 있는 진화의학(evolutionary medicine)의 주요 모델들과 자폐증의 각 이론들이 어떻게 부합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진화의학 영역에서는 여러 주요 질병을 ‘미스매치 모델(mismatch model)’, ‘트레이드-오프 모델(trade-off model)’, ‘노쇠 모델(senescence model)’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55) 예를 들어 ‘미스매치 모델’은 고대의 진화적 적응 환경에서는 적응적이었다 할 수 있는 어떤 생물의 표현형이 현대 사회에서는 적응이라 할 수 없는 표현형, 즉 질병으로 발현된다고 생각한다. 이 모델로 설명될 수 있는 의학적 상태 중의 하나는 충수염(appendicitis)이다. 또한 겸상 적혈구 빈혈과 말라리아의 관계 등은 ‘트레이드-오프 모델’로 설명되고 있다. 겸상 적혈구 빈혈의 동형접합자(homozygote)는 사망의 위험에 처하지만 이형접합자(heterozygote)는 오히려 말라리아 감염에 저항성을 획득하여 말라리아 감염의 위험성이 높은 아프리카 지역 등에서도 잘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신과적 질환의 상당수가 이러한 모델들로 설명될 수 있다. 저자들이 생각하기에는 자폐증의 극단적 남성 뇌 이론 등은 ‘미스매치 모델’로 설명될 수 있다고 판단되나 이 이론의 주창자들은 ‘미스매치 모델’을 이용한 설명은 시도하지 않았다. 아무튼, 자폐증의 진화적 접근 방식이 학문적으로 정교화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진화의학에서 제시한 모델들에 의하여 각 이론들이 설명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결 론
자폐증의 원인에 관한 연구는 현재까지 신경생물학적, 심리학적 원인 등에 관한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연구의 대부분은 자폐증에 관한 근접 원인의 연구였으며, 왜 자폐증이 출현하였는지에 대한 궁극 원인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았다. 여러 학문 분야에서 최근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진화적 관점’은 자폐증에 대한 궁극 원인에 관하여 여러 이론들을 제시해줄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자폐증에 대한 여러 진화적 관점을 정리하였으며, 각 이론에 장점과 한계가 공존함을 확인하였다. 향후 보다 더 정교하고 체계적인 진화적 설명이 제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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