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르포 - 미국 아틀란타 양계박람회

  • 발행 : 201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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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타로부터의 귀국길 기내에서...

▲ 2014 미국 아틀란타 양계박람회 전시회장 사진

필자는 지난 1월 27일 오전 10시 인천을 떠나 13시간의 비행 끝에 코카콜라와 CNN의 본사가 위치한 조지아주의 주도인 아틀란타에 같은 날 오전 9시 20분에 도착했다.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호텔에 여장을 풀고, 곧장 전시장인 Georgia World Congress Center(GWCC)에 가서 부스 설치를 마치고 호텔에 돌아오니, 현지 시간 27일 오후 6시, 한국 시간 28일 오전 8시, 분당 집을 떠난 지 26시간 만에 침대에 누워보게 되었다.

▲ (주)인터히트 부스에서 박시흥 대표이사

미국을 방문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택시를 타도 팁, 식당에서 밥을 먹어도 팁, 그것도 요금의 15%씩이나 팁으로 줘야 하니 항상 택시 타거나 밥 먹고 나면 팁 계산하기에 제법 짜증이 난다. 이 15% 팁이라는 문화는 우리에게는 익숙한 개념이 아니라서, 무지 손해 보는 기분 뿐 만 아니라 왠지 바가지 쓴 느낌마저도 든다. 그런데 아틀란타공항에서 시내까지는 무조건 35달러이고 시내 호텔에서 역시 시내에 있는 전시장까지는 무조건 10달러. 팁은 안 줘도 되는데, 대개 1달러짜리 하나 주면 좋아한다. 이것은 택시 기사한테 직접 들은 얘기이다. 아틀란타는 공항과 시내를 택시타고 다니면 팁 걱정 안 해도 되니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다. 전시회가 시작되고 나면 시내 각 호텔과 전시장 사이를 오가는 셔틀버스를 무료로 운영하니 택시 탈 일도 없지만, 셔틀버스에서 내리면서 1달러를 주면 기사의 활짝 웃는 미소가 돌아온다.

드디어 전시회 첫날 1월 28일(화). 아침부터 긴장 반 기대 반 부스를 지키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방문객이 좀 적어 의아해하던 차에 누가 밖에 폭설이 내리고 있다고 한다. 오전 10시 30분부터 눈 폭풍이 몰아치면서 미국의 남부지방인 아틀란타로서는 보기 드물게 영하 10도를 넘나드니 도로는 그대로 빙판길이 되어버리고 외곽도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해 버려 그야말로 꼼짝달싹 못하는 상황이 되고, 공항에서는 지연과 취소되는 항공편이 속출하는 등 외부에서 아틀란타 시내 전시장으로 들어오는 일이 그야말로 지난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판국에 사정없이 몰아치는 눈 폭풍과 간난의 시련을 뚫고 무사히 전시장에 도착, 드문드문 우리 부스를 찾아와 이 제품이 뭐냐고 문의하는 양계인들을 보면 마치 3년 전에 집 떠난 춘심이가 돌아온 냥 그리 반가울 수가 없어 입에서 침 튀겨 가며 우리제품의 우수성을 설명하였다. 그러다가 현지 조지아대학의 축산과에 재직 중인 한 교수가 찾아와 대화를 나누었는데, 우리제품에 대해 고견을 제시해줘 필자 귀가 심봉사처럼 번쩍 뜨였다.

▲ 참관객을 대상으로 제품설명을 하고 있는 박시흥 대표이사(좌)

아, 눈인가?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가관이었다. 셔틀버스가 경사라고 할 수도 없는 약간의 경사 길을 못 올라 가고 버스 앞에서는 후륜구동 벤츠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겨우 숙소로 돌아와 TV를 켜니 온통 폭설 한 방에 넉다운 되어버린 아틀란타 소식뿐이다.

둘째날, 1월 29일. 멕시코의 두 양계인이 설명을 진지하게 듣더니, 제품을 살 수 없냐고 해서, 마지막 날 방문하면 한개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러니 다음날 정말로 와서 30달러를 주고 하나 사갔다. 오는 10월 멕시코에서 열리는 FIGAP 전시회에 출품하니 다시 만나 상담하자고 했더니 그전에 메일로 테스트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양계장 건축업체는 주로 동유럽과 아프리카에서 공사 수주를 많이 한다면서, 난방설비도 같이 턴키베이스로 건축을 해 준다고 하는데, 오늘 출국을 하니 제품을 하나 가져가게 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여 30달러를 받고 하나 주었다.

에콰도르의 두 부부 양계인은 당사의 스페인어 카타로그를 유심히 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자기네들끼리 나누는 스페인어를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팜플렛에 적힌 문구가 옳다는 뜻인가 보다. 그러더니 열개를 살 수 없느냐고 해서, 여기 남아있는 4개를 내일 마지막 날 가져가라 했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온 양계인은 어제에 이어 오늘 또 와서 하는 말이 전시회 마치고 귀국하면 꼭 가격표를 메일로 달라고, 잊지 말라고 하면서 재삼 당부하고 갔다.

저녁에 숙소로 오니 어젯밤에 초등학생을 가득 태운 통학버스가 빙판길에 운행을 하지 못하고 도로에서 밤을 꼬박 세우고 오늘 아침에서야 부모들 품에 안겼다고 뉴스에 나온다. 눈은 겨우 5cm 왔는데, 조지아주 전체가 몸살을 앓았다. 주지사가 TV에 나와 미숙한 대처에 사과를 하는 기자회견 모습도 방영되었다.

셋째날 1월 30일(목). 영국 양계잡지사에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럽 인증을 받은 우리회사 제품에 관해 기사를 쓸 요량으로 취재를 하러 왔다. 마침 같은 영국의 설비취급업체가 찾아와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 어제 왔던 에콰도르의 두 부부 양계인이 다시 찾아와 남은 제품 4개를 싹쓸이해 갔다. 이런 상황을 예상 못해서 제품을 담을 포장지도 변변히 준비 못했는데...이걸 들고 어떻게 비행기 탈런지...

눈은 그치고, 전시회는 끝나고 공항에 가니 LA로 가는 델타항공편이 3시간이나 지연되어 원래 설 다음날 새벽에 인천에 도착하려던 예정이 무산되고 말았다. 설은 포기했지만, 초이튿날 새벽에만 도착해도 좋겠다 싶었는데 그것마저 날씨가 도와주질 않았다. 설 떡국 대신에 공항 인근 호텔에서 밋밋한 미국식 빵으로 홀로 쓸쓸이 설날을 자축하고 발걸음은 가볍게 귀국길에 올랐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분들 중에 다음 기회에 해외의 주요 양계전시회를 참관 차 방문하시게 된다면 아마 어느 나라의 양계인을 붙들고 엉성한 영어로 열변을 토하는 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