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여름철 산란계 사양관리

  • 김경진 ((주)애니멀클리닉컨설팅)
  • 발행 : 2014.08.01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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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계 고온스트레스

여름에 계사 안으로 들어가려면 따뜻한 물탱크 속을 통과해야 하는 것과 같은 용기가 필요하다. 닭들이 호흡으로 뱉어 내는 열기와 계분에서 나오는 수분이 계사에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이다. 연방 쉴 틈 없이 빙빙 도는 환기팬은 양수기처럼 수분을 밖으로 퍼내고 있는 듯하다.

‘닭’은 체온이 평균 41℃에 이르고 땀샘조차 없는 털복숭이다. 비록 창공을 시원하게 날지는 못하지만, 날개를 활짝 펴거나 흙을 파서 복부를 시원하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약간은 똑똑한 동물이다. 하지만 무더위에 케이지에서 여러 마리가 함께 산다는 것 자체가 닭에게는 무리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일까? 사계절 중 여름철에 계란의 생산성이 가장 떨어지고, 폐사율 또한 높다. 이는 우리 사양가들에게 경제적인 긴장감을 주면서도, 자신들에게 무언가 해 주기를 바라는 이중적인 암시가 아닐까? 닭은 체감 온도가 섭씨 27℃를 넘으면 정상적으로 체온을 조절하는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게다가 상대 습도까지 높다면 오직 호흡과 배설을 통해 생존해야만 한다. 그러다보니 그에 따른 여러가지 부작용을 겪을 수밖에 없다.

요즘은 무창계사가 많아져 예전보다 혹서기의 피해가 덜하다고 하지만 외부 기온이 높으면 여전히 여름철 생산성은 하락하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하절기에 나타나는 문제는 산란율 하락, 난중과 난질 저하, 그리고 연변 문제가 가장 많다. 그럼 고온스트레스로 인한 산란율 하락과 난중 저하 문제를 먼저 살펴보자.

갑작스런 사고나 전염성 질병에 감염될 경우엔 급격하게 산란 곡선이 하향하는데, 고온스트레스의 경우는 대개 5% 내외에서 불규칙적인 톱니형 산란 곡선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엔 대부분 사양 관리에서 그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먼저, 고온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으로 무엇이 있는가를 매뉴얼을 만들어 매일 체크하도록 한다. 하루 사료 섭취량과 음수량, 그리고 환기가 골고루 잘되고 있는지를 온도계를 활용하여 면밀히 기록하고 살펴보는 것이 좋다. 특히 계란을 거두기 직전 계사 안에서 계란의 상태를 점검하여 케이지 별로 문제점을 찾는 것도 좋다. 매일 배란하는 닭은 호르몬의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특히 고온스트레스를 받을 경우엔 부신에서 분비되는 코티코스테로이드 호르몬의 방출에 의해 정상적인 산란에 필요한 호르몬 대사를 방해한다. 또한 체감 온도와 체열이 높을 경우 시상하부의 식욕중추가 억제되어 닭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산란을 중지하거나, 지연시키며, 사료 섭취량을 줄이기도 한다. 사료 섭취량 저하로 인해 난중 역시 저하되고, 더욱 심하면 자연 환우를 일으키기도 한다. 참고로 공기 열량지수(온도×상대습도)가 1,800 이상이면 고온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2,300 이상이면 열사병 증세가 나타난다고 한다.

두 번째는 난질 문제이다. 난질은 일일 사료 섭취량에 따라 항상 달라질 수 있다. 여름철은 사료 섭취량을 정상적으로 올리기 위한 전쟁철이라고 할 수 있다. 산란을 위해 영양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의미이다. 하루에 반드시 필요한 난질을 구성하는 칼슘과 인 등의 미네랄, 아미노산, 비타민 C와 A, D, E가 충분히 들어 있는 사료를 공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료급여시간을 오후 9시 이후로 연장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

난질은 다른 전염성 질병이나 마이코플라즈마와 같은 상재 세균에 의해서 나빠지기도 하지만 여름철엔 근본적으로 소장 내 유익한 미생물과 골수의 밀도가 충실해야 혈액으로의 영양 공급이 원활해져 좋은 난질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갑자기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좋은 육성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덧붙이면 한낮에 고온스트레스를 받은 계군이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전해질을 포함한 비타민 복합제제나 간기능 강화제를 음수 투약하는 것도 난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연변 문제이다. 닭은 체중에 비해 사료를 많이 먹는다. 그만큼 배설량도 많다. 물은 여름철엔 사료 섭취량의 4배 이상 마신다. 이에 따른 연변은 당연히 생리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연변이 지속되면 계분에 따른 오염과 계사 내에 가스 피해로 이어져 난각, 난색이 나빠지고 마이코플라즈마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연변 발생은 농장에 따라 그 원인이 다양하다.

연변이 꾸준히 지속되면 계사별로 온도와 음수량을 체크하고 급수관이나 물탱크의 오염도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음수 내 일반세균이나 비병원성 대장균이 많은지를 검사하며, 기준치 이상이면 구연산이나 염소 제제를 활용하여 소독을 해 주는 것이 좋다. 또한 여름철엔 물을 많이 마시는 만큼 각종 영양소들도 몸 밖으로 빠져 나간다. 그러므로 각종 첨가제를 1.5배 이상 추가로 급여해 줘야 한다. 보조적으로 사료에 소화효소나 효모제를 주는 것이 도움이 되겠지만 매일 음수량 변화의 추이를 체크하여 주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또한 사료의 염분농도도 점검해 보는 것이 좋다. 참고로 연변이나 설사를 보일 때는 반드시 전해질제제를 음수에 공급해줘야 한다. 전해질은 혈액 내 PH를 안정시키고, 체액의 손실을 막아주며 영양물질을 수송하는 매우 중요한 물질이다. 물론 각종 분비선을 활성화하여 난질에도 도움이 된다. 최근 니플에 막히지 않은 순수 전해질제제도 시판되고 있어 고온스트레스와 관련해서 적용해 보면 도움이 되겠다.

이상으로 산란계에서 여름철 문제점을 중심으로 간단히 살펴보았다. 2kg 밖에 안 되는 산란계는 얇은 표피로 덮여진 동물이다. 그만큼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다른 가축과 달리 고온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또한 매우 빠르다. 무엇보다도 스트레스를 예방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고, 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가장 유효한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할 것이다. 닭은 늘 변한다. 여름철엔 더욱 잘 변한다. 사료 입자와 냄새에도 예민해지며, 사료나 물에 대한 온도에도 민감하다. 체온이 올라감에 따라 질병에 대한 면역력 역시 떨어진다.

닭 이외의 문제들 예를 들면, 물 부족, 전력, 오염된 사료 급이기와 급수시설, 부적절한 환기, 오염된 환기팬, 단열 부족, 사료품질 변화, 관리자의 변화 등에 대해서도 우리가 살펴야 할 몫이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아무리 시설이 잘된 무창계사라도 관리를 잘하지 못하면 개방계사보다 더 나쁜 성적을 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자기 농장에 맞는 메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무더운 여름철 매일매일 정성을 다해 보살펴주면 애쓴 만큼 수익으로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