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대형닭 선택이 아닌 필수, 불편한 진실

  • 곽춘욱 ((주)건지, (주)건지농업회사법인, (주)건지와사람, 중국건지농목기계(대련)유한공사)
  • 발행 : 2013.08.01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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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집안에 머물면서 TV를 볼 기회가 있으면 뉴스나 코미디프로를 주로 보게 된다. 뉴스는 세상 돌아가는 것을 인식하는데 필요하고, 코미디프로는 바쁜 생활 속에서 겪게 되는 스트레스를 푸는데 제격이다. 그 코미디프로에 ‘불편한 진실’이라는 코너는 정말 재미있기도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능히 느끼고 공감할 이야기를 다루어 코미디라는 차원을 넘어 깊이 생각을 되짚도록 해준다. 마치 위의 사진을 보면서 도대체 무슨 사진인지 금방 알아차리지 못하듯.

이 사진은 필자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당사의 양돈설비를 설치한 농장에서 운영하는 돼지고기전문식당 앞에 세워진 조형물인데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준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사육하는 가축의 크기와 비례하여 농장주나 관련업계종사자들의 철학이나 생각도 비례한다고 비아냥거리기는 사람이 있다. 정말 그럴까?

1. 불편한 진실은 계속되고 있다

필자 역시 오랫동안 양계와 양돈분야의 자동화설비를 개발하여 보급하면서 이러한 비아냥 소리를 여러 차례 들었다. 실제로 작년에 국내에서 소비된 닭고기의 30% 가까이가 수입육이었고, 그 절대량이 대형닭 도계품이었다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과거 쇠고기와 돼지고기 수입을 개방할 때만 해도 신토불이(身土不二)를 외치며 수입은 곧 농민을 죽이고, 소비자들 또한 내 땅에서 만들어진 식품 원재료가 몸에 좋다며 촛불시위를 한 것이 결코 오래지 않은 일이다.

표 1. 닭고기 소비량 및 교역량(지육기준)

표 2. 육계 출하체중별 1kg당 생산비 변화

(자료 :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신토불이라는 노래가 끊긴 지 오래 되었고, 촛불은 이미 녹아 없어져 국민들에게는 일과성에 그친 행사였을 뿐이다. 마치 유행가가 인기를 먹고 엄청 유행하다가 시들해지면 제목조차도 망각되어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축산물이나 식품은 절대 유행상품이 아니다. 우리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절대 보배요, 세상의 종말이 오는 날까지 지켜져야 할 제일 소중한 자산이다. 이 세상에 먹지 않고 사는 생명체가 과연 무엇이 있겠는가! 자동차, IT나 전자산업도 먹거리가 해결되었을 때 필요한 것일 뿐 그 어느 것도 먹거리를 앞서갈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위생과 더불어 맛은 물론 가격에서도 경쟁력있는 축산물을 만들어야 한다. 소비자는 절대 무궁토록 생산자 편이 아님도 인식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시장논리만을 앞세워 수입육이 범람한다면 생산자인 농가가 망하는 것은 물론 불편한 진실게임에 소비자까지 기만 당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맛이나 품질에서는 물론 비싼 닭고기를 관습적으로 사먹게 될 테니. 어디 그 뿐이랴? 너도 나도 서로 눈치만 보면서 잠깐 미적거리는 사이에 관련업계는 물론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공무원들도 책상을 빼야할 날이 멀지 않았다.

2. 돼지고기와 쇠고기의 역사

중·대동물을 사육하는 사람들이 양계종사자들을 비아냥거리는 것을 보면 한편 이해가 된다. 즉, 과거 한국축산이 발전하기 전에는 소나 돼지도 출하중량이 적었다. 돼지는 고작 90kg 내외를 출하했고, 한우 역시 기껏해야 300kg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돼지는 일반적으로 110∼120kg로 출하중량이 증가하였고, 한우 역시 큰 소는 1톤 가까이 이를뿐더러 육질을 높이기 위해 마블링(Marbling)이 되어 있는 고기를 최고로 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동일한 새끼 한 마리가 얼마나 더 많은 고기를 만들까를 고심한 결과이고, 이로 인하여 육질개선은 물론 도체율이나 정육율 증가로 총체적인 생산원가절감을 덤으로 가져왔다.

그런데 그 동안 양계업계의 변화는…? 개별사육이 계열화사육으로 변한 것이 전부일 뿐이다. 그 결과 사육과 도계, 유통으로 분업에 의한 경기파동을 줄이며 시장을 확대하는 것에는 다소 기여했는지 몰라도 돼지와 소처럼 사육중량을 늘리고, 육질을 개선하면서 본질적인 생산원가 절감이나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에는 너도 나도 소홀했음이 현실이다. 물론 이 책임이 어느 특정업체나 농가에 국한하지는 않는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총체적인 안일무사주의 결과일 뿐이다. 그 결과 어느덧 닭고기시장의 절대부분을 수입육에게 통째로 넘겨주고 있다.

최근 한·중 FTA까지 급물살을 타는 시점에서 이런 방식으로 대책없이 간과한다면 한우가 자급률이 절반도 안 되는 현재 상황이 닭고기시장에서 재현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최근 해외박람회를 통하여 한국의 축산관계자들도 적지 않은 숫자가 해외나들이를 한다. 그런데 진정 축산업에 연관된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관광코스에 박람회는 그냥 거쳐가는 코스일 뿐이다. 농장방문은 방역상 어려움이 있다고 하지만 그 중 일부의 시간을 쪼개어 가까이에 있는 시장이나 백화점, 식품점 등을 둘러보면 닭고기의 거래실태나 시장동향을 충분히 알 수 있으련만… 더 나아가 외국의 대형축산업체들이 한국시장을 얼마나 달콤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지 낌새를 차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유비무환이라는데

현재 1.5kg 내외의 작은 닭을 도계하여 통닭 위주로 거래되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지 않을까 판단된다. 삼계탕의 원조라서 그럴까…? 생각해보자. 닭 1.5kg도 병아리 한 마리, 3kg도 병아리 한 마리이다. 사료원료까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도대체 언제까지 덜 익은 땡감을 먹듯이 덜 큰 닭고기를 생산하며 소비자의 눈치를 보고만 있을 것인가! 시장은 급변하는데 생산농가나 계열업체는 아직까지 꼼짝을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스멀스멀 기어들어오는 수입육에 대하여 정부나 수입육 유통업자만 비난하고 있다. 본질이 변하지 않는데 그 무슨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안 되는 것인지, 안 하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못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동전 한 닢으로 소나기를 피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지.

<도표3> 나라별 육계 사육일수 및 출하중량(kg)

<도표4> 나라별 육계 생체 비중 초생추 대비율

표 5. 육계출하체중별 수율변화

(자료 :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표 6. 육계출하체중별 가공비용감소효과

한 켠에서는 FTA가 발효되기 전부터 이러한 위기의식을 느끼며 대형 닭 생산을 주창하며 해법을 찾으려 애를 쓰고 있건만, 업계는 전반적으로 눈 앞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마치 남의 일인 양 방관자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 우리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 소비자들의 심리는 먹을 때만 필요할 뿐 농장에서 발생되는 악취나 먼지도 싫고, 국산이건 수입육이건 값이 싸야 먹는 세상에 우리는 노출되어 있다. 농장은 물론 정부나 업계가 서로 미룰 틈이 없다. 국민들의 입맛이 돌아서버리면 너도 나도 수입육 유통업자 뒤에서 애간장만 태우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비교우위를 논하며 총체적인 수출 길을 늘리기 위한 협상테이블에서 축산물은 덤으로 왔다갔다 하는 품목일 뿐이기에.

3. 생각을 바꾸자!

이제라도 생각을 바꾸자. 대형 닭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이다. 농장주, 계열업체, 정부기관, 학교 및 연구기관, 관련업계 종사자 모두 변해야 한다. 망한 자는 힘이 약한 자가 아니라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자라는 것을 이미 다윈이 진화론에서 지적하였다. 

건축소재가 부실하고 사료나 약품 등이 부실하여 덜 죽이고 작게라도 키워 생계를 꾸려왔던 것이 과거사라면 이제 우리나라는 선진국대열에 바짝 다가선 만큼 관계요소들이 엄청 향상되었다. 따라서 과거에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면 이제는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상황에 처해있다. 그렇지 않으면 업계는 공멸할 것이고, 교수는 교단에서, 공직자는 사무실에서 나와야 할 날이 멀지 않다. 

그 때 우리는 바로 서 있는 사진을 보면서 불편한 진실에서 빠져 나올 수 있고, 작은 닭 머리에서 큰 생각을 하게 된다. 마침 다가오는 9월에 대구에서 “2013 한국국제축산박람회” 세미나장에서 대형 닭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