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양계산업 안정화 방안 - 계란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산란계산업 발전 방안

  • Published : 2013.08.01

Abstract

Keywords

계란유통구조 개선 사업 龍頭蛇尾(용두사미)로 그치나

- 충분한 명분 쌓기…거래당사자와 신뢰 회복 필요, 계란유통창구 단일화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 검토도 필요 -

지난해 12월 계란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며 TF팀까지 꾸려 야심차게 출발했던 계란유통구조 개선사업이 용두사미에 그칠 위기에 처해 있다. 계란유통센터를 통해 계란이 모두 유통되도록 하겠다던 농가들의 꿈은 정부의 무관심과 국회의 이해부족, 이해관계에 놓여 있는 계란유통상인들의 반대에 부딪혀 사실상 좌초 위기에 놓여 있다. 지난 6개월여간 진행된 계란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대한양계협회 등의 활동을 짚어 보고 계란유통구조 개선 방향과 방법론에 대해 다시 한 번 이야기 하고자 한다.

계란유통구조 개선 닻 올리다

대한양계협회의 TF팀은 당초 계란유통구조개선이라는 큰 그림보다는 계란유통센터 건립이라는 조금 작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TF로 꾸려졌다. 그러나 첫 회의에서 계란유통센터를 짓기 위한 여러 아이디어를 모으고 관련 법을 개정하거나 제정하는 일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계란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유통센터가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그림을 다시 그리자는 필자의 제안으로 두번째 회의부터는 계란유통구조개선을 위한 TF회의로 이름이 바뀌었다. 잘못된 계란의 유통구조에 대한 고찰이 이어졌고, 이후 이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모여지기 시작했다. 필자는 계란유통구조개선의 최우선 과제로 계란의 위생 및 안전성 강화, 거래질서 확립이라는 대의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계란유통센터가 이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논리를 설명했고, 다수의 위원들이 이에 동의하면서 축산물위생관리법, 축산법 등 관련법에 대한 검토 및 개정안을 마련해 의원입법 형태로 이를 추진키로 했다. 문제는 이러한 작업이 처음 계란유통구조개선을 위한 작업으로 인식되기 보다는 계란유통센터를 의무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법을 고치는 것처럼 주변의 오해를 사기 시작하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계란의 불투명한 유통기한, 걸음마 단계인 콜드체인시스템의 도입, 항생제 등 잔류물질 검사의 의무화, 살모넬라 등 위해 미생물에 대한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들이 나열됐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유통센터의 추가 건설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계란유통센터를 통해 잔류물질검사와 위해 미생물 등의 오염 여부를 체크하는 임무를 부여하는 법 개정을 의원입법 형태로 추진하기로 합의에 이른다.

계란유통상인의 반발 사다

대한양계협회의 TF는 기본적으로 계란유통상인과 농가와의 직거래를 원칙적으로 금하고 계란유통센터에서 필요한 계란을 구매해 가도록 하는 것을 그림으로 그렸다. 이는 계란유통의 일대 혁명으로 이미 전체 계란의 85% 이상이 계란유통상인 또는 대형소매유통과 직거래로 움직이고 계란유통상인들이 전체 계란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래 방법을 직거래에서 유통센터를 통한 거래로 바꾼다는 것은 당연히 상인들의 강력한 반발을 살수 밖에 없는 논의였다. 상인들은 법 개정으로 모든 계란이 유통센터를 거쳐 유통된다면 자본이 많은 대기업들이 대형유통센터를 건립해 ‘갑’의 행동을 하게 될 것이라며 분명한 반대 의사를 했다. 이러한 반발이 불을 보듯 뻔했기에 필자는 TF회의 이전부터 여러차례 계란유통센터의 운영형태에 대해 설명하며 센터운영 주체가 농가들로부터 계란을 매취해 도매업자들에게 판매하는 방식보다는 계란을 유통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자신들이 확보한 계란을 센터에서 위생처리해 갈수 있는 인프라 개념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렇게 될 경우 법을 통해 유통센터에게 과도하게 힘을 싫어 주더라도 센터가 ‘갑’의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도축장의 경우 현재 3가지 형태로 운영이 되고 있는데 도축장 운영주체가 원료축산물(닭, 소, 돼지)을 구매해 처리 후 유통까지 담당하는 수직계열화된 방식이 있다. 대부분의 유업체 그리고 닭계열화업체, 몇몇 LPC(축산물종합유통센터)가 여기에 속한다. 원료가축을 농가들이 도축장에 출하하면 도축을 통해 상품화 한 후 수요자들이 공개된 시장에서 이를 사가는 공판이나 도매시장 형태로 운영되는 도축장이 있다. 마지막으로 원료축산물을 확보한 유통주체가 도축장에서 상품화 과정 즉 이용도축하여 판매하는 형태의 도축장으로 나눌 수 있다. 필자는 수직계열화 형태의 유통센터는 대형농장 중심으로 이뤄지고, 여러 농가나 상인들이 이용하는 유통센터는 도매시장형태나 이용도축을 하는 도축장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을 해야 한다 본다. 농장에서 계란을 유통센터에 출하하고 상품화과정을 거친 계란을 수요자인 상인들이 구매해 유통하는 형태, 그리고 상인들이나 농가가 자신의 원란을 유통센터에서 상품화 과정을 거쳐 직접 판매하는 즉 센터를 이용만하는 형태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계란의 유통형태를 감안해 계란유통센터가 기존 거래방식을 인정하며 단점으로 부각되는 위생 및 안전성 부분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유통구조를 개선해 나가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은 계란유통센터를 통한 거래가 의무화 되는 법 개정 이후에 해도 충분하다는 TF위원들 다수의 의견에 따라 후순위로 밀려 났고 계란 내 잔류물질검사, 위해미생물에 대한 오염을 검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 개정에 올인키로 했다.

명분부터 다시 쌓아 보자

이번 계란유통구조 개선 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인 근본 원인은 명분 쌓기에 실패했다는데 있다. 유통구조의 문제를 정확히 짚어 내고 이를 공론화 하고 소비자와 정치권, 정부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한 활동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양계농가 등 계란관련 산업 종사자들은 누구나 알고 있는 계란유통부분의 문제점은 정작 소비자들은 관심도 없고, 정부도 굳이 손댈 필요가 있나 하는 입장이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확보되어야 하는 사업인데 마땅한 운영주체도 이야기하지 못한 점도 문제고 유통센터로 거래창구가 단일화된다는데 어떤 시나리오가 예상가능한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도 부족하면서 계속된 질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부분까지 발생했다. 위생문제는 어쩌면 명분 쌓기에 가장 쉬운 분야다. 계란의 위생수준이 선진국이나 다른 축산물에 비해 낮거나 제대로 통제되지 않고 있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거론한다면 소비자단체의 관심은 쉽게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위생문제 보다 더 어려운 부분이 거래질서 확립부분이다. 앞에서 지적한대로 불투명한 가격 형성구조, 거래 과정 중 특정 주체에 이익이 편중되거나 거래비용을 많이 발생시키는 시스템을 보완하는 작업이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말처럼 명확하게 문제를 도출하고 대안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계란유통상인, 대형소매유통이라는 명확한 상대가 있는 만큼 거래 대상자의 동의를 끌어내는 부분도 있어야 하고, 농가에게 새로운 편익이 발생한다면, 반대로 상인에게도 주고받기가 가능한 무엇인가가 있어야하는데 이러한 고민이 TF회의에서는 충분히 토론되지 못했고, 또 상인들과 이러한 문제를 놓고 충분한 논의도 하지 못했다. 상인들과의 주고받기 과정 없이 대한양계협회 안이 일방적으로 의원들에게 전달되면서 강한 반발을 사고 만 것이다.

다양한 거래 방식 고민해 볼 때

현재 계란의 거래 방식은 유통주체가 농가로부터 계란을 매취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계란이 소나 돼지처럼 어쩌다 출하되는 품목이 아니라 매일 출하가 이뤄지는 연속성을 가지고 있다는데 있다. 매일 출하가 되는 우유의 경우 고정가격에 원유의 등급에 따라 인센티브나 패널티가 더해지는 방식으로 원유의 가격이 투명하게 매겨지고 정산되고 있는 것과 달리 계란은 수급에 따라 가격의 변화가 수시로 일어나고, 품질에 따른 인센티브나 패널티 기준이 세워져 있지 않다보니 이 부분에서 농가나 유통상인 모두 유리한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면서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를 고려해 계란 거래 방식을 고정된 가격으로 거래하는 정가매매와 시세변동에 따라 가격이 책정되는 매취사업방식 또는 수탁거래 방식으로 다양화 하고 이를 농가와 상인이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거래비용을 감소시킬 필요가 있다. 여러 거래형태의 도입은 농가와 상인 간 1:1 계약에 의해 이뤄지기 보다 계란유통센터에서 농가와 상인 간 거래를 중재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양측이 정보 부족으로 한쪽이 이익을 더 챙기는 잘못된 계약을 막아야 하고, 상인과 농가 간 정산방식, 정산주기 등을 명확히 하고, 정산소나 예치금 제도 등을 도입하는 등 거래과정에서 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비효율을 최소화 해아 한다. 또한 센터가 계약의 중재 역할은 물론 거래되는 계란 가격공개를 통해 가격 형성의 불투명성을 제거해 나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계란의 위생검사, 등급판정제도 의무화를 통해 계란품질에 따른 인센티브와 패널티도 명확히 해 계란품질에 대한 상이한 시각으로 불필요한 갈등을 사전해 해소해 나가고, 전국의 유통센터를 관리하는 콘트롤 타워를 만들어 계란 과부족에 따른 전수배가 원활이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지역적, 국지적 수급불균형에 따른 계란가격의 등락을 최소화 하는 방법도 찾아봐야 한다.

다시 시작해 보자

계란유통구조 개선사업이 단시간 내에 끝날 것이라 필자는 보지 않았다. 낙농의 경우 새로운 제도 도입에 보통 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정도로 이해 당사자 간 합의 과정이 매우 길고, 또 설득 과정은 치열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낙농부분은 축산분야 어떤 부분보다 다양한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계란유통부분 제도 개선도 이러한 관점에서 치열하게 연구하고 논리를 개발해 이해 당사자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껏해야 7개월여의 시간이었다. 수십년간 이어온 뿌리 깊은 비효율을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었다는 위로와 함께 계란유통구조 개선사업을 장기적 과제로 분류해 명분 쌓기부터 제도 개선까지의 시간을 충분히 갖고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