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국산 닭고기 소비확대 방안

  • 권춘욱 ((주)건지, (주)건지농업회사법인 (주)건지와사람, 중국건지농목기계(대련)유한공사)
  • Published : 2013.10.01

Abstract

Keywords

문화를 만들자

나에게 국한된 일인지는 몰라도 바쁘게 살다 보면 “오늘이 며칠이더라?”, 아니면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하고 망각할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생일도 잊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어차피 국경일이나 명절은 달력에 빨간 글씨로 표시되어 있으니 잊을래야 잊을 수 없지만 정말 별도의 메모가 없는 현대인이 자신에게 중요한 순간들을 간과하고 지나친 적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갑자기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라는 질문을 받고 당황한 적도 적지 않으리라. 그 때마다 혹시 “오늘이 단군의 날인가?”, 아니면 “세상이 최초로 열린 날인가?” 하며 멀뚱한 경우 또한 자주 겪는 것이 현대인들인 것 같다. 그러면서 발렌타인데이나 빼빼로데이를 모르면 마치 촌양반(?) 대접을 받으며 멋쩍어 웃어 넘기지만 집에 갈 때는 무엇이라도 들고 가야 현대인 취급을 받는 우리들

1. 왜 닭고기의 날은 강조되지 못할까?

이런 상황을 접하다 보면 직업본능이 살아나 “왜 닭고기의 날은 대중 속에 강하게 심어지지 못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9월 9일을 “구구데이”라 하여 닭고기를 먹는 날로 우리는 외치고 있지만 과연 대중들의 가슴에 “구구데이”가 얼마나 부각되어 닭고기 소비에 기여를 하고 있고, 이러한 안타까운 결과는 왜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본질적인 책임은 누구한테 있을까?”까지.

이 즈음에 우리 양계업에 종사하는 당사자들은 진솔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과거 못 먹고 살 때에는 생산이 우선이었고, 따라서 만들면 팔리는 시대에 살았다. 계란 한 꾸러미만 들고 시장에 나가도 왠만한 시장보기를 하고 돌아왔으니. 그런데 현대는 어떠한가! 팔릴 물건을 만들어야 하고, 더 잘 팔리기 위하여 광고전략을 서슴지 않고 있는 세상이다. 기계로 찍어내는 공산품은 물론 계절적인 요인을 절대적으로 받는 농식품까지 예외가 아닌 세상이다. 물론 이것 또한 과학문명의 발달에 의한 폐단이기도 하지만 세상의 발전속도가 가히 시공(時空)을 초월하는 환경에 우리가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하겠다. 한다면 총체적인 책임은 업계에 종사하는 자들의 몫이 아닐까? 가령 예를 들면 “매주 금요일은 가족들과 함께 닭고기를 먹는 날”, 그것도 아니라면 “매월 9일은 닭고기를 먹는 날”이라는 캠페인을 펼쳐서라도.

국내에서 사육중인 생체중 3.5kg 육계

2. 237법칙

닭은 돼지나 소에 비하여 적은 사료를 먹고도 동일한 중량의 고기를 생산하는 인간에게 유익한 가축이다. 2:3:7법칙 즉, 닭은 2kg의 사료를 먹고, 돼지는 3kg, 소는 7kg의 먹이를 섭취해야 각각 1kg의 고기를 생산한다고 했다. 물론 섭취하는 재료나 형상은 다르지만 그래도 가장 적은 먹이를 섭취하면서도 가장 짧은 시간에 많은 고기를 생산하기에 개발도상국가에서 가장 먼저 양계산업을 부흥시키는 것이 현실이 아니던가! 그것만이 국민들에게 저렴하게 고급단백질을 공급할 수 있는 지름길이기에 시대는변했어도 237법칙은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최근 국제적으로 탄소배출량을 규제하는 현실에서 반추가축(소, 말, 양, 염소, 사슴 등)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유리한 가금산업(닭, 오리, 칠면조 등)이 푸대접을 받아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실질적인 소요면적도 다른 가축에 비하여 훨씬 적게 차지 하면서

3. 힐링(Healing)은 어디서?

최근 힐링이 초미의 관심으로 떠오르며 젊은이나 운동선수, 연예인들에게 선호되고 있는 고기가 닭고기라는데 이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닭고기가 몸에 좋은 이유는 소고기나 돼지고기 등의 다른 육류에 비해 섬유가 가늘고 연하며 지방이 근육섬유 속에 섞여 있지 않은 것이 특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맛이 한결 담백한 것은 물론이고 소화흡수가 잘 되며, 손질 시 하얀 지방부분을 잘라내면 살코기만을 섭취할 수 있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 있다. 식이요법으로 체중감량 시 단백질섭취로 선택하기도 하는데 특히 가슴살에는 다른 동물성식품에 비해 많은 양의 단백질이 함유되어 있다. 또 닭고기의 지방은 껍질부분에 몰려 있으며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 대형닭 사육농장

또한 가슴살은 1~2%만이 지방이므로 다이어트를 하면서 체력유지하기에도 안성맞춤이며 소고기, 돼지고기에 비해 열량이 매우 낮다. 닭고기의 열량은 100g당 126kcal로써 310kcal인 돼지고기 삼겹살이나 224kcal인 쇠고기 등심에 비해 훨씬 낮으므로 사무직근로자나 중년층에게 좋은 식품이며 닭고기의 지방은 동맥경화, 심장병 등을 예방해주는 리놀레산이 함유되어 있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 주기도 한다. 그 결과 의학계에서나 요리사들은 닭고기의 효능을 7가지로 요약한다. 즉,

1) 피부미용과 골다공증에 효과가 우수하다. 닭고기의 부위 중 날개는 피부미용과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날개에 콜라겐 성분이 들어 있어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고운 피부를 원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특히 좋다. 콜라겐은 일상적인 식사만으로는 충분한 섭취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자외선과 노화 등에 의해 자연적으로 소실되어 미용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섭취가 꼭 필요해 콜라겐이 많이 들어있는 닭고기 날개육을 먹는 것이 좋다.

2) 단백질이 많아 두뇌활동을 촉진시켜준다. 닭고기는 단백질이 많은 육류로 두뇌성장을 돕는 역할은 물론 몸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뼈대의 역할, 세포조직의 생성, 각종 질병을 예방해 준다. 또한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한 닭고기는 뇌신경 전달물질의 활동을 촉진시키며 스트레스를 이겨내도록 도와준다.

3) 산후회복식으로 훌륭한 영양식이다. 임산부에게는 단백질과 좋은 지방을 많이 필요로 한다. 닭고기는 다른 육류에 비해 단백질이 높고 소화가 잘 돼 많은 영양을 필요로 하는 임산부에게 훌륭한 영양식이다. 닭을 푹 고아서 미역과 함께 끓이게 되면 산후회복식으로 좋다.

4) 우리 목의 간장을 보호해 준다. 간 기능의 이상으로 근육이 위축되거나 피로해지고 시력이 떨어지면 눈병이 잘 생긴다. 이 때 한방에서는 닭간을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5) 암세포의 증식을 막는 항암작용이 있다. 닭고기에는 불포화지방산과 리놀레산이 함유되어 있어 암 발생을 억제해주는 것은 물론 동맥경화, 심장병 등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미국암연구협회(AICR)와 세계암연구재단(WCRF)은 암 예방 식생활에서 닭고기를 비롯한 백색육(白色肉)을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6) 소화흡수가 잘 된다. 닭고기는 섬유질이 가늘고 연하며, 지방이 근육섬유 속에 들어있지 않아 소화흡수가 잘 된다. 어린이나 노인을 위한 음식, 회복기 환자는 물론 날씬해지고 싶은 여성에게 좋다.

7) 감기치료에 좋다. 닭 뼈를 진한 국물로 우려내어 만든 치킨스프(Chicken soup)는 몸살감기 치료에 특효이다. 서양에서는 감기가 걸렸을 때 민간요법으로 할머니가 끓여주는 치킨스프를 먹는다. 또한 고급 양식당이나 호텔에서 내놓고 있는 치킨스톡(Chicken stock)도 닭 살을 발라낸 닭 뼈들로 만든 치킨스프이다.

매스컴에 자주 나오는 유명인들의 다이어트 식단에 빠지지 않는 음식이 닭 가슴살이다. 체중감량을 위해 야채 위주로 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닭 가슴살은 꼭 찾는다. 먹기에 퍽퍽하고 영양가도 없어 보이는 닭 가슴살이 왜 주목을 받을까? 이는 닭 가슴살이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을 보충해주고 살 빼기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닭 가슴살처럼 닭의 살코기 부분에 풍부한 단백질은 근육의 주성분이다. 또 면역을 담당하고 에너지대사에 참여하는 매우 중요한 물질이다. 생사를 넘나든 암환자에게 단백질이 듬뿍든 음식을 권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닭 가슴살은 이처럼 우리 몸에 중요한 단백질 보충원일뿐만 아니라 비만을 유발할 수 있는 탄수화물 섭취욕구를 줄여줘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닭 가슴살 몇 조각을 먹어도 쉽게 포만감을 느끼고 다른 음식을 멀리하게 된다. 몸에도 좋고, 살 빼기에도 도움이 되고 이런 일석이조의 효능 때문에 닭 가슴살이 다이어트 식단의 단골메뉴가 된 것이다.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닭 가슴살로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고 탄수화물은 당지수(GI)가 낮은 탄수화물로, 지방은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지방산으로 먹는 게 좋다. 단백질은 건강체중(kg) 당 1∼1.2g이 적절하며, 본격적인 다이어트에 들어가면 1.2∼1.5g을 먹어야 한다. 예를 들어 몸무게가 60kg인 사람은 단백질을 하루 60∼70g, 만약 건강체중이 55kg이라서 체중을 감량해야 한다면 단백질을 65∼80g으로 더 늘려서 섭취해야 한다. 다이어트 전문가들은 “단백질은 포만감을 빨리 주기 때문에 다이어트로 인한 공복감과 넘치는 식욕을 다스려 준다”면서 “아울러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일 수 있어 랩틴호르몬 수치를 낮추고 민감성을 개선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단백질의 부산물인 아미노산은 간의 해독작용을 촉진시켜 몸 속 유해물질 배출에 탄력이 붙게 하고 다이어트로 인한 스트레스를 다스려주기도 한다. 닭 가슴살이 다이어트 식단에 빠지지 않는 이유다.

4. 문화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듯 다방면으로 좋은 닭고기가 대중적이지 못한 것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즉, 뼈가 있는 닭고기는 우선 먹기가 불편하다. 돼지고기나 쇠고기는 정육 또는 뼈가 별도로 분리되어 시중에 유통되는 것에 반해 닭은 통닭 또는 뼈가 포함되어 있는 부분육 상태로 유통되기에 소비자들의 불편심리를 해소해주지 못하고 있다. 즉, 소비자의 니즈(Needs)에 부합하지 못해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닭으로 유통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은 농장에서 출하하는 생체중 자체가 적어 불가피하다. 기껏해야 1.5kg 내외가 가장 보편적인 출하중량으로 이것을 도계하면 1kg 내외의 통닭인데 이것을 부분육 또는 정육으로 만들어보려니 난감할 뿐이다. 설령 부분육으로 유통시킨다 해도 닭고기 고유의 맛을 내지 못하니 대중에게 선호되지 않는데다가 고급육질의 부분육이 만들어지지 못하니 다양한 요리조차 개발할 수 없는 말 그대로 악순환의 연속이고, 이러한 역사를 우리는 반세기 동안 묵시적으로 지나왔다. 그 결과 생산자도, 소비자도 모두 손해를 감수하면서 닭고기시장의 저변확대에도 엄청난 장애물로 남아있는… 그 결과 유통업체나 육가공업체는 적절한 가공원료를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FTA라는 대형엔진까지 가세되어 국적불문의 닭고기가 국내시장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그러면 우리 양계농가는 어디로 가란 말인가!

표 1. 나라별 육계 사육일수 및 출하중량(kg)

대안은 있다. 더 이상 수입냉동닭고기에 소비자의 입맛이 변하기 전에 국내산 신선육을 보급하되 대형닭을 사육하여 정육은 물론 부분육까지 우리 닭고기로 방어하는 길밖에 없다. 현재 소형 중량(1.5kg내외)의 닭으로는 고급닭고기는 물론 부분육, 정육을 만들어 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우리 주변국이나 선진국들이 모두 2.5kg 이상 대형닭으로 사육하고 절대시장이 부분육으로 유통되는 현실을 인정한다면 결론은 간단하다.

즉, 우리 기술과 환경에서 대형닭사육으로 즉시 선회하고, 관련된 시장도 그렇게 만들어가면 된다. 대형닭 시장을 만드는 것은 특정한 집단이나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고 생산자에게는 수익증대를, 소비자에게는 저렴하면서 맛있는 닭고기를 공급함으로써 어느 누구 하나 소홀함이 없는 선택이며, 더 나아가 수입산닭고기에 우리 시장을 몽땅 내어주는 우(愚)를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