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칼럼 - 아스팔트 위에서도 농사를 짓는다

  • 김의겸 (대한양계협회 천안육계지부, 산내들농축)
  • 발행 : 2012.11.01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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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은 추수기를 맞이하여 풍년을 축하하고, 조상의 은덕을 기리며 제사를 지내고, 이웃과 더불어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우리 최대의 명절이다. 추석 연휴가 끝난 후 땅이 아닌 서울역 앞 아스팔트에 농사를 지으러 모인 농민들이 있다. 우리 육계농가들과 가장 가까우며, 따뜻한 마음을 우리에게 가장 많이 주어야 할 국내 최대 육계 계열회사인 하림그룹을 규탄하고자 모인 것이다. 이웃보다도 가깝다고 볼 수 있으며 더불어 상생을 하여야 하고 서로가 필요한 관계인데 왜 우리 육계 농가들은 규탄을 하고 지탄을 하며 미워하다 못해 분노를 느껴야만 하는가?

흔히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고 한다. 즉 날씨가 농사를 지어 준다는 뜻이다. 우리는 농민 시위(집회)를 아스팔트 농사라고 부른다. 몇 년 전 불광동 식품의약품 안전청 앞에서 조류인플루엔자 관계로 전 양계인(산란 육계, 종계)들이 모인 집회 후 전국적인 육계농가 집회는 처음인 것 같다. 이제 막 추수가 시작되어 농촌에서 바쁜 시기에, 잘 크고 있는 병아리들을 뒤로 하고 우리 양계농가들은 서울역으로 농사를 지으러 갔다. 그런데 농사가 잘 되었다. 왜! 농사가 아스팔트에서 잘 되었겠는가?

연사들이 피 터져라 외치는 절규와 규탄의 목소리, 김제의 오모 농가, 영광의 김모 농가, 남원의 한모 농가의 한이 맺힌 소리를 들으며, 중대한 결심의 심정과, 하림과 계약하며 사육하던 시절 핍박받았던 억울함의 항의 표시로 삭발을 하는 얼굴 표정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최대 육계 계열사로서 리딩(leading) 기업이라고 자처하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과 공헌을 강조한 기업이, 글로벌 경영대상(SCM경영부문)과 리더상을 받았다는 기업이, 대한민국 윤리경영 종합 부문 대상을 받았다는 기업이 과연 어떤 행동과 말을 하였을까 처음에는 의심도 갔지만 집회 경과보고를 한필자로서는 모든 것이 하나하나 이해되기 시작하였다. 하림의 수상 실적을 보면서, 그런 상들은 평가를 어떻게 하였는지? 과연 받을만한 기업이 받았는지? 궁금함이 나를 혼란스럽게까지 만들었다. 국내 최대의 계열사로서 닭고기 산업을 육성하고, 육계산업을 발전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뒤로는 위장계열사를 통하여 대량의 닭고기를 수입하여 우리 육계농가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하림그룹을 규탄하고자 우리 양계농가들은 모였다.

많은 농가들이 들고 서있는 피켓에서 육계인들이 모인 당위성을 알 수가 있었다.

“하림 수입 닭고기 NO!" “국내 양계 산업 흔드는 하림 물러가라!”, “양계농가 보호한다더니 닭고기 수입 앞장서는 두 얼굴 하림그룹은 각성하라!”, “닭고기 산업 망치는 하림은 당장 자폭하라!”, “수입닭 유통에 앞장선 하림그룹 피해 입은 양계산업에 보상하라!”, “국민 혈세로 몸집 키우더니 이제는 육계농가 망치느냐!”, “원종계 자율감축 무시하는 하림은 업계를 떠나라”, “하림은 종계수수 자율감축에 적극 동참하라!”, “양계농가 우롱하는 하림그룹은 각성하라!”, “국내산 닭고기 믿고 산 국민 바보로 만든 하림 수입 물량 폐기하고 전 국민에게 사과하라!”등등...

사람도 잘못을 할 수도 있고 기업도 잘못을 할 수도 있다. 사람은 용서를 빌어 용서 받으면 되고, 기업도 잘못을 사과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하면 어느 정도 잘못이 해소 될 수는있다. 그러나 하림은 구차한 변명을 하며 빠져나가려고 한다. 위장계열사(HK상사)를 통하여 닭고기를 수입하고도 우리와 경영을 달리하여 관계가 없다고 하고, 사실을 사실대로 농가들에게 알려주고 성명서를 냈다고, 사실을 왜곡하여 소비자에게 막대한 혼란을 주고, 악의적인 내용으로 회사의 기업 활동을 방해하고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본회를 법적 책임을 묻겠다느니, 구색을 갖추기 위하여 수입을 해왔다, 하림 로고(logo)가 들어있는 제품에는 전부 국산 닭고기만 사용한다 등등의 해명만 내세우며 하늘을 손으로 가리려고 하고 있다. 나는 강조하고 싶다 “성공한 기업은 존경을 받으며 성공해야 진정으로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육계 산업을 기반으로 국내 최대 축산 기업이 된 하림 기업에 대해서 육계농가들이 보는 눈이 어떠한지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아도 축산인들은 다 알고 있다. 전북 익산 어느 농가의 푸념이 생각난다. 익산공장 화재 시 농가들을 앞세워 기업이 회생되었으면 베풀어야 하지 않느냐고? 한때 어려움을 겪었던 C 계열사는 농가들의 도움을 받고 회생하여 농가들에게 베풀며 기업 경영하는 게 부럽다고 한다. 서울의 한 시민의 목소리도 들었다. 닭고기 하면 하림이 제일 좋은 줄 알았는데 수입을 한다니 의외라는 말을 듣고 그동안의 이미지는 소비자들한테는 나쁘지는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수입닭고기를 이렇게 많이 쓰면서 마치 국산만을 사용하는 것처럼 호도 해온 하림에 큰 실망을 느꼈다는 그 시민의 태도를 보면서 하림이 언제까지 소비자들의 눈을 속이며 육계산업 리더로 군림할지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더 이상의 본회와 악연이 아닌 업계의 동반자로서 같이 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지금도 늦지는 않았다. 진정한 마음과 참회의 심정으로 육계농가와 소비자한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 약속과 앞으로 육계농가들과 말로만 상생! 상생! 하지 말고 모범적으로 상생하며, 육계농가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기업으로 경영하겠다고 선언할 수는 없는지 묻고 싶다. 이번 기회를 통하여 하림그룹이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어 그동안의 불신을 벗고 거듭나는 기업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