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탐방 - '좋은 씨앗'을 만드는 철학 - 한국농원 -

  • Published : 2010.04.01

Abstract

남다른 철학과 포부로 육용종계를 사육하는 충북 보은 소재 한국농원(대표 이순구) 이성욱 관리이사를 만났다. 한국농원은 2006년 계사 4동의 농장을 인수하여 계사를 확장, 현재 2만평 부지에 150m와 143m 계사 12동(수탉계사 1동) 규모로 육용종계 12만수를 사육하고 있다. 중추는 전량 외부에서 들여오며, 농장에서는 성계만 사육하고, 부화 역시 위탁을 하고 있다.

Keywords

▲ 한국농원 최함백 농장장(좌)과 이성욱 관리이사(우)

전기난방기로 사양관리 차별화

이 농장은 대부분의 다른 종계장들처럼 나름의 노하우와 철학을 갖고 철저한 사양관리를 하고 있었다. 한 가지 특이할만한 것은 난방이었다. 육용종계는 그 특성상 거의 일 년 내내 난방기를 가동하는데, 그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국농원은 그 대안을 전기난방기에서 찾았다. 주 난방기구로 벽면부착형 전기난방기를 사용하고 있고, 화석연료를 사용한 열풍기를 보조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초기 비용은 많이 들어가지만, 기름값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3년 정도면 비용을 뽑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전기난방기를 사용함으로써 좋은 점은 우선 난방 사각지대가 없고, 유지비가 적게 든다. 또, 유류난방기에 비해 공기가 훨씬 쾌적하기 때문에 환기 부담도 적어지고, 계사 관리도 용이하다고 한다.

▲ 자동화 설비를 갖춘 최신식 무창계사

▲ 농장입구. 농장출입로에는 차단방역을 위한 차량소독조가 설치되어 있고, 왼쪽으로 수탉계사가 보인다.

전량 시세판매…시장가격 흔들어서는 안돼

한국농원은 가격이 떨어질 때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감안하고도 유통 판매량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이성욱 이사는 농장 경영의 원칙에 대해 소개하면서,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전량 시세 판매’를 꼽았다. 연중 고정가나 상하한가를 표방한 계약은 안정적인 수입을 창출하는 계약 같지만, 실제로는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는 고정가나 상하한가가 농장과 계열사가 ‘윈윈’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출발했지만, 지금은‘일방의 윈’이 되어버린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고 전한다. 

시세 판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에 대해서도 이 이사는 “우리가 아는 ‘수급이 불안정한 상품’은 모두 시세에 따라 거래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국제 곡물이나 국제유가, 주식도 모두 시세에 따른 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계업 역시 병아리를 공장에서 딱딱 찍어내는 것이 아닌 바에야, 아무도 생산을 예측할 수 없고, 가격의 변동을 전망하기는 어렵다. 결국, 다른 상품들처럼 시장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수급이 조절되어야 하는데, 순리에 역행하여 이를 고정가나 상하한가로 가격을 고정시키려고 하다 보니 전체 양계 시장이 왜곡되고 수급이 맞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시세로 거래하는 것이 산업발전을 저 해하고 있다는 계열사의 적반하장 격 논리에 종계 장들이 잠식당하고 있다고 그는 전한다. 수급을 안 맞추는 것은 농가가 아니라 바로 계열사라는 것. 계열사에서 종계를 마구잡이로 집어넣고 나 서 병아리값 2백 원이 되면 수급이 안 맞는다고 한 다며, 지금 병아리값 8백 원의 현실도 계열사가 초래한 것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계열사의 상호 윈윈 논리에 농가들이 너무 휘말려있는 것이다.

이 이사에 따르면, 모 계열사 대표가 우리나라는 생산원가가 너무 높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 양계업계를 너무 모르는 발언이라고 지적하며, 미국이나 중국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사료비, 연료비, 약품, 그리고 가장 중요한 원종. 원가의 대부분을 이루는 이러한 것들을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나라와 이를 전량 수입해서 쓰는 나라는 생산원가 자체를 비교할 수가 없는 것이라며, 그는 국내의 사육조건으로는 동등한 가격으로 맞출 수가 없다고 전했다.

▲ 한국농원의 꼼꼼한 기록관리를 보여주는 각종 기록물

종계업계, 필요한 것은‘로드맵’

이성욱 이사는 농장, 특히 종계장은 ‘씨앗’을 생산하는 곳이기 때문에 반드시 산업의 미래와 자기 농장의 미래에 대한 로드맵과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농장주들이 스스로 최소한의 경영마인드를 갖고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체적으로 양계산업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분석과 예측이 있어야 하고, 그에 맞춰서 자기 농장만의 로드맵을 갖고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부분이 종계업계가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같다고 그는 전했다.

또한, 이 이사는 업계가 발전할 수 있는지는 산업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새로운 사람들이 얼마나 유입되고 있는지에 따라 산업의 흥망이 보이게 된다는 것. 하지만 양계업계는 그런 면에서 많이 보수적인 면이 있다며, 특히 양계업계에서 제일 듣기 싫었던 이야기가“양계는 원래 그래”였다고 밝혔다. 계약관행만 봐도, 계열사와 농가가 서로 약속을 안지키며 “양계업계는 원래 이렇다”고 하니 상호발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 다음으로 지적한 것이 바로‘인력관리’였다.

인재투자, 조금 더 해도 괜찮다

업계의 여러 분야에서 인재투자 이야기를 많이하고 실제로 인력난을 겪는 농장들도 많은데, 이성욱 이사는 “현재 우리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에게 최선의 근로조건을 제공하는 것이 인재투자”라고 강조한다.

물론, 종계장, 특히 올인올아웃을 하는 농장일수록 고용불안정이 큰 걸림돌이기는 하다. 한국농원은 다계군이라 상대적으로 그런 부분은 적은편이지만, 과감한 인재투자로 최적의 근무조건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이사에 따르면, 농장의 생산원가를 분석해 보면 보통 병아리 생산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6%대라고 한다.

사육시스템에 따른 차이는 있겠지만, 대다수가 어느 정도 자동화설비는 갖추고 있는 편이기 때문에 인건비 비중은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농가들이 자기 농장의 생산원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하며, 분석해보면 인건비 지출은 조금 늘려도 무방할 정도라는 것을 알게된다고 말한다. 줄일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인건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력관리 면에서 보수적이 되는 것인데, 조금만 더‘오픈마인드’하면 좀 더 투자해도 된다며, 양계업계의 열악한 인적 인프라가 개선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한국농원의 경우, 생산원가에서 인건비 비율이 7% 정도된다고 한다.

이 이사는 특히인력관리에는 믿고 맡기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한 계군의 결과만을 갖고 직원들을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자식이 열 명이 있으면 열 명이 다 잘 될 수 없는 것처럼 열 계군을 사육했을 때 열 계군이 다 성적이 좋으면 물론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는 현실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이사는 성적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직원들을 믿고 일하면 내가 준 신뢰만큼 직원들도 더 최선을 다해 일한다고 강조했다.

농장간 진솔한 교류 절실해

이성욱 이사는 농장간 교류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일반 사회생활처럼, 어느 모임에서든 얼마나 열심히 하는가에 따라 자기한테도 돌아오는 것이 있다고 말한다. 참여하지 않고 욕만 하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라며, 그는 다른 농장과의 교류를 통해 배울점이 많고, 실제로 도움도 많이 됐다고 한다.

이 이사는 종계장의 생산성 하락과도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질병 문제에 대해서도 농장간의 교류를 아쉬워했다. “병은 자랑해야 고쳐진다”는 속담이 있는데, 서로 질병에 대해 쉬쉬하는 풍토가 생산성 하락의 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서로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며, 어느 한농장의 노력만으로는 쉽게 나아질 수 없는 부분이지만, 상호간의 알찬 교류를 통해 생산성 향상도 함께 모색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HACCP, 이력제…브랜드 가치 창출 위한 노력

이성욱 이사는 한국농원의 포부에 대해 언급하면서, 농장의 브랜드 가치 창출을 위한 노력을 소개했다.

우선은 HACCP 인증을 지난 2월에 받았다. HACCP 인증을 준비하기 전부터 농장의 사양관리를 위해 꼼꼼한 기록관리를 필수로 여기던 한국농원에게 HACCP은 한두달 정도의 준비만으로도 어렵지 않게 인증받을 수 있었다. 인증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 철저한 기록관리를 바탕으로 농장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것이 HACCP 인증을 준비하면서 궁극적인 목표였다. 덧붙여, 본회가 실시하는 종계검정도 별로 도움이 안되리라 여기고 안했었는데, 해보니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며, 검정이 HACCP 인증 준비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전했다.

또한, 한국농원은 4월부터 병아리생산이력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이 이사는 사실 이미 어느 정도는 이력제를 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었는데, 이를 공개적으로 시행하는 데에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우리농장이 먼저 잘 해야겠다”는 생각에 추진을 결심했다며, 내 정보를 먼저 공개하는 것이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이사는 한국농원을 시작으로 부화장과 협력 농장까지 모두가 HACCP 받도록 독려하고 있다. 또한, 친환경 인증도 준비하고 있으며, 올해 안으로 인증을 받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전했다. 물론, 단순히 자격증을 하나 따는 식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통해서 농장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하고, 그런 도전 과정을 통해 농장 직원들 의식 고취와 더불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며, “할 수 있는 도전은 다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업계에 대해서도 그는 최근에는 종란납품표준계약서도 만드는 등 상황이 좋아졌다며, 농가들의 의식도 많이 고취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농가 의식 고취는 단결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했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업계가 전체적으로 호전될 것으로 기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