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 즉 병원성을 갖고 있는 병원체가 생명체에 침입하여 장기(臟器)에 자리 잡고 증식하는 것을 총칭하여 감염(感染)이라고 한다. 감염은 단순히 병원성 미생물이 생체에 침입한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감염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반드시 병증(病症)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감염은 병증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불현성(不顯性) 감염과, 병이 나타나는 현성 감염(감염성질환 : infective disease)으로 나눌 수 있다. 전염병은 병증이 나타나는 현성 감염증 중에서 전염력이 강하여 적은 양의 병원체로도 쉽게 감염되어 생명체에 쉽게 옮아가는 질병을 말한다.
질병을 올바르게 이해하면 질병 발생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게 된다. 질병이 성립되기 위한 6가지 조건을 단계별로 상세히 이해하면 농장주나 관리자들, 그리고 농장과 연관되어 일하는 사람들이 각각 질병예방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분담할 수 있게 되고 이로 인한 농장질병 최소화로 생산성 증가를 이룰 수 있다.
전염병이 생성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나 세균과 같은 병원체가 생활하며 증식하는 장소인 닭(병원소=숙주)에 증식한 후 탈출 (병원소로부터 병원체의 탈출)하여 직접, 간접 혹은 매개체에 의해 전파되는 과정을 통하여 다른 닭이나 계군(새로운 숙주)에 침입하여 감수성 있는 숙주에서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6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러한 6단계 중 단 하나라도 결여, 방해, 차단될 경우에는 전염병은 생성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계군에 질병이 발생되어 다른 숙주나 계군에 전파되어 전염병이 성립되는 6단계에 대한 이해도와 농장 스스로가 질병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과 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 ‘전염병 생성의 6단계 해설’을 기술하고자 하는 필자의 의도이다. 이번 호에서는 그중 첫 번째로 감염의 정의와 전염병 생성의 첫 단계인 병원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불현성감염 [不顯性感染, symptomless infection]과 현성감염(顯性感染)
병원성 미생물이 닭에 감염하더라고 발병을 하는 경우와 발병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전자를 현성감염(顯性感染)이라 하고, 후자를 불현성감염(不顯性感染)이하 한다.
※전염성(傳染性) 감염과 비전염성(非傳染性) 감염
감염증은 전염성(傳染性)과 비전염성(非傳染性)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전염성은 질병의 경과 중에(때로는 잠복기나 회복기에), 감염한 생체의 분비물 또는 배설물과 함께 병원체가 나와서 접촉 또는 매개에 의하여 다른 개체를 감염시키는 경우를 말하고, 비전염성은 병원체가 감염한 생체에서 배설되지 않거나 배설되더라도 다른 개체에는 감염을 일으키지 않는 것을 말한다.
1. 병원체(Causative agent)
계군에 질병을 유발하는 병원체에는 농가에서도 잘 알고 있는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원충 등이 있다. 병원체가 없으면 질병도 전염병도 생기지 않는다. 문제는 이러한 병원체들은 육안(肉眼)으로 관찰할 수 없는 크기의 병원성 미생물이라는 점이다. 현미경 혹은 전자현미경으로 봐야지만 관찰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이므로 농장의 일상적인 관리 중에 각별히 주의하지 않으면 관리자들을 통하여 계군이 병원성 미생물에 감염될 수 있다.
1) 병원성 미생물에 대한 방어기능
병원성 미생물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아주 적은 양으로도 개체에 쉽게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닭은 이러한 미생물의 침입에 대해서 어느 정도 방어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방어기능으로는 1차적인 방어기구로 인식되는 기관의 섬모의 기능, 위산과 같은 화학적 방어물질의 존재, 백혈구의 식균 작용, 감염부위의 국소적 염증반응, 면역반응, interferon 생산 등이 있다. 이러한 방어기능에 의해 질병에 쉽게걸리지 않지만 만약 방어기전(기능)이 실패하면 질환에 걸린다.
2) 방어기전의 실패원인들
병원성 미생물에 감염이 되어 증식과정을 거쳐 발병이 성립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은 생체 방어기전(기능)의 손상 혹은 기능장애가 관여한다.
(1) 호흡기도의 섬모운동 억제 및 손상
호흡기도의 표면에 있는 섬모는 평소에 이물을 제거하거나 살멸시키고, 항체를 분비하여 병원성 미생물을 제거하는 등의 기능을 한다. 그러나 계사의 환기가 불량해지면 암모니아가스 농도가 상승하고, 먼지가 늘어나게 되어 섬모의 운동이 급속도로 감소하게 된다. 또 육성과정에서(1~30일령) 계사가 지나치게 건조하면 섬모의 분비기능이 저하되거나 분비물의 배출이 어려워져 병원성 미생물의 감염이 쉽게 이루어진다. 그리고 닭이 마이코플라즈마증에 걸리게 되면 섬모가 손상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다른 병원성 미생물의 감염이 용이해진다.
(2) 피부손상
닭이 계사바닥의 상태가 좋지 않아 지속적으로 피부가 손상되면 병원성 미생물의 침입이 용이해진다. 카니바리즘으로 인해 피부 및 항문주위가 손상되어 세균의 2차 감염에 의한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부화 직후 병아리의 제대가 잘 아물지 못해 염증이 발생하는 제대염의 경우도 넓은 의미의 피부손상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3) 위(胃) 안의 희박한 위산 농도 및 위산 분비능력의 저하
위는 매우 낮은 pH(약2~4)를 유지하여 음식을 통하여 들어오는 병원성 미생물들을 살멸하는 기능을 발휘한다. 그러나 닭의 음수량이 지나치게 증가하는 하절기에는 위산의 농도가 희박해져서 섭취된 병원성 미생물에 의해 감염된다. 또 어떤 원인에서든 위산의 분비능력이 떨어지는 경우에도 결과는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4) 항생제 치료에 의한 상재균의 감소
상재균은 닭과 공생하는 미생물총(미생물군)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감염증을 치료하기 위하여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경우에는 상재균이 살멸되거나 그 수가 격감되어 상재균에 의해 억제되고 있던 병원성 미생물들의 감염이 성립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사료를 급변하여 급여하는 경우에도 유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상재균이 번식하기에 익숙한 곡물에 급격한 변화가 있을 경우에 상재균이 몸살(?)을 앓게 되고 그 과정에서 병원성 미생물의 감염이 성립될 수 있다.
(5) 소모성 질환 대사성 질환 및 면역억압성 질환
닭이 소모성 질환 혹은 만성적인 질병을 앓고 있거나 대사성 질병 등을 앓고 있다면 그 닭은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져서 병원성 미생물의 감염이 이루어질 수 있다. 특히 면역억압성 질병을 경험한 계군은 다른 병원성 미생물에 대한 면역능력의 결핍으로 인한 감염이 쉽게 이루어진다
(6) 영양결핍
닭의 나쁜 영양상태는 질병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지는 결과를 낳아 각종 병원성 미생물에 쉽게 감염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3) 닭이 병원성 미생물에 감염되는 경로
감염이란 병원성 미생물이 사람이나 동물 또는 식물의 조직, 체액, 표면에 정착하여 증식하는 일이다. 즉 병원 미생물이 생체조직에 침범된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넓은 의미의 감염은 병원성 미생물이 평소에 체내에 상재하는 상재균의 발병, 평소 닭의 환경이나 체내에 존재할 수 있는 병원성 미생물에 의한 2차 감염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를 포함시켜서 설명하기로 한다.
표1. 병원체 종류별 질병
(1) 피부 또는 점막을 통하여:계사 혹은 케이지 내에서의 직접 접촉 혹은 창상을 통하여 감염되거나 모기와 같은 곤충에 물려서 감염
예) 피부 창상을 통한 화농균의 감염, 모기에 의한 Leucocytozoonosis(류코사이토준증) 감염 Gangrenous dermatitis(괴저성피부염) 등
(2) 섭취에 의해 : 병원성 미생물에 오염된 사료나 물의 섭취를 통한 감염으로 닭에서의 각종 질병이 발생하는 대부분의 경우가 포함된다.
예) 살모넬라, 콕시듐증, 각종 바이러스 질병 등 계분이나 감염된 닭의 타액 등을 통한 감염
(3) 흡입에 의해 : 오염된 공기 혹은 비말 감염
예) 조류인플루엔자, 마렉(닭비듬으로 인한 전파) 등
(4) 상재균의 감염(기회감염) : 평소에 장관내의 상재균으로 존재하다가 콕시듐감염, 소맥 등의 갑작스런 증가 등의 다른 원인에 의해 원인균 증가가 촉진되는 경우
예) Necrotic enteritis(NE,괴사성장염)
(5) 2차감염 : 닭이 평소에 환경 혹은 체내에 존재하고 있는 미생물에 대해 잘 방어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원발적인 질병에 이은 2차감염의 형태로 미생물이 감염되는 경우
예) Colibacillosis(대장균증)
4) 계군에 나타난 질병의 원발적 원인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세균 혹은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성 미생물에 의한 감염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곧바로 질병(병증)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복수의 병원성 미생물이 병발(竝發)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농장에서 자주 관찰할 수 있는 케이스로 어떤 병원성 미생물에 의한 감염에 이어 또 다른 병원성 미생물의 2차 감염이 이루어져 계군에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원발적인 병원성 미생물의 감염이 별다른 증상 없이 지나간 후 2차 감염이 나타나는 경우에 대부분의 농장들은 2차 감염 증상을 원발적인 원인체로 판단하고 이에 대한 처치를 실행한다. 복수의 병원성 미생물에 의한 병발의 케이스든, 2차감염의 케이스든 어느 단편적인 판단에 의한 처치는 질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농장에서 나타나는 질병동향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 경우 계군에 대한 처치의 성패 여부에 관계없이 다른 계군 혹은 다른 시기에 나타나는 같은 양상의 질병에도 올바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실수를 반복하게 되어 년 간 생산성을 높게 유지하지 못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피해를 감당할 수밖에 없게 된다.
농장에서 대장균증이 발생하면 먼저 원발적인 병원성 미생물의 감염이 없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계군의 환기관리를 실패하여 지속적으로 오염된 공기, 혹은 산소가 희박한 공기를 닭이 흡입하게 되면 환경에 존재하는 대장균의 원발적인 감염으로 대장균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지만 환기가 좋은 하절기에 나타나는 대장균증과 바이러스성 질병이 자주 나타나는 시기의 대장균증의 대부분은 2차감염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상으로 전염병생성의 첫 번째 단계인 병원체에 대해 알아보았다. 질병이 성립되기 위한 나머지 조건은 다음 호부터 단계별로 차근차근 짚어가도록 하자. 질병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그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