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과학이 발달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과학 지식의 양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현대 사회에서는 학생들이 미래에 직면하게 될 여러 가지 문제를 능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인 능력을 함양하는 과학교육이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과목을 가르쳐야 하는 초등 교사들은 과학교육을 담당할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못한 실정이다. Weiss는 초등교사 중 스스로 과학을 가르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느끼는 교사는 25%에 불과하다고 보고했다.1 또한, 윤혜경은 초등 예비교사들이 과학 지식이나 개념의 부족, 과학 실험 과정의 곤란함 등으로 인해 과학 수업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보고했다.2 과학에 대한 교사의 불안은 과학교수효능감과 연결되며, 학생 중심의 학습 전략 사용이나 학생들의 과학 성취도 및 과학에 대한 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되었다.3,4
초등 교사들이 과학 교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과학 내용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다.5 그러나 일반적으로 초등교사 양성 프로그램에서 과학 지식의 학습에 배정된 시간은 매우 부족하다.6 그렇다고 해서, 초등교사 양성 프로그램에서 과학 과목에만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제한된 시간에 효과적으로 과학 지식을 가르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한편, 박종석 등이 초등 예비교사의 과학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과학에 대해 딱딱하고 어려우며 재미없다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학생들이 많으며, 과학의 여러 분야 중에서 화학은 가장 관심이 적은 분야로 나타났다.7 Gabel도 화학은 전문적인 용어, 추상적 개념, 그리고 학습해야 할 물질의 종류가 많기 때문에 어려운 과목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보고했다.8 따라서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화학 분야에서 새로운 교수 방법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
Novak은 학생들이 화학 개념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적절히 구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화학을 어렵게 느낀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습 과정에서 학생들이 능동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유의미 학습 경험이 필요함을 주장했다.9 이러한 배경 하에서, Novak에 의해 제안된 개념도는 주요 개념을 기계적으로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들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구성하도록 유도하는 학습 전략이다. 즉, 개념도는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과 새로운 지식 사이의 관련을 명확히 함으로써, 학생들이 능동적이고 유의미하게 개념을 학습하도록 도와준다.10,11 그런데 실제 연구에서 개념도의 효과는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Vazquez와 Caraballo는 1980년 이후 이루어진 17개의 연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9개의 연구에서는 개념도의 사용이 과학 학습 전략으로서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지만, 나머지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고 보고했다.12 Horton 등도 18개의 연구를 메타 분석한 결과, 개념도를 이용한 수업이 중간 정도의 효과가 있었지만, 학습 태도 면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나타냈다고 보고했다.13
이와 같이, 개념도 사용의 효과가 일관되지 않은 이유로 학생의 수준을 생각해 볼 수 있다. Vazquez와 Caraballo는 대학생 수준에서 개념도 사용의 효과가 가장 높게 나타난다고 보고했다.12 즉, 추상적이고 형식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일종의 메타인지 전략인 개념도가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인지적 성숙이 요구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대학 교육에서, 특히 제한된 시간에 많은 과학 개념을 학습해야 하는 초등 예비교사 교육에서 개념도의 효과성을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진 연구는 대부분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했으며,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14 또한, 생물학에 비해 물리나 화학에서 진행된 연구는 외국의 경우에도 부족하므로,13 대학의 일반화학 수업에서 개념도의 사용 효과에 대해 연구가 이루어질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대학 일반화학 수업에서의 개념도 작성 활동이 초등 예비교사의 성취도, 개념 이해도, 과학에 대한 불안감, 과학교수효능감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한편, 개념도는 유의미 학습을 촉진하는 도구로 알려져 있으므로,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습 접근 방식이 기계적 접근인지 유의미 접근인지에 따라 그 효과가 상이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학생들의 학습 접근 방식과 개념도 작성 활동 사이의 적성-처치 상호작용 효과도 조사했다.
연구방법
연구 대상
이 연구는 전라북도에 소재한 교육대학교의 2개 학과 69명의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했다. 학생들은 학과 단위로 각각 처치 집단과 통제 집단으로 임의 배정했다. 모든 학생들은 이 연구에서의 수업 처치 이전에 개념도를 이용하여 학습한 경험이 없었다. 처치 집단과 통제 집단의 동질성을 확인하기 위해 학생들의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 점수를 비교했다. t 검증 결과, 두 집단의 점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t=510.15, p=.695).
Table 1.The numbers of the subjects
연구 절차
수업 처치 이전에 처치 집단과 통제 집단 학생들 모두를 대상으로 학습 접근 방식, 과학에 대한 불안감, 과학교수효능감 검사를 실시했다. 처치 집단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과 연습 수업을 실시했다. 오리엔테이션에서는 개념도의 의미, 요소, 작성 방법에 대해 안내했으며, 연습 수업에서는 이후의 일반 화학 수업과 무관한 내용을 대상으로 개념도 작성 연습을 실시했다. 수업 처치는 총 9주 동안 진행했는데, 수업에서 다루어진 주제는 미터법, 원자 모형, 주기율표, 화학 반응, 몰, 기체, 화학 결합, 산·염기, 화학 평형 등이다. 처치 집단은 2시간의 강의 후 1시간 동안 학습한 개념을 사용하여 개념도를 작성하도록 수업을 진행했고, 통제 집단은 개념도 작성에 해당하는 학습 시간을 통제하기 위해 2시간의 강의 후 1시간 동안 수업 내용과 관련된 일반화학 교재의 연습 문제를 풀도록 수업을 진행했다. 연구자 중 1인이 처치 집단과 통제 집단의 수업을 모두 진행했다.
연구의 대상이 메타인지 능력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학생이므로, 유의미 학습을 촉진시키기 위하여 개념도 작성 시 아무런 도움을 주지않고 학생들이 스스로 개념도를 완성하도록 했다. 또한, 2명의 학생으로 모둠을 구성한 뒤 모둠별로 개념도를 작성하도록 했는데, 이는 개념도 작성 과정에서 상호작용을 통해 유의미 학습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였다. 처치 집단 학생들이 작성한 개념도는 연구자들이 작성한 표준 개념도를 기준으로 개념도의 명제, 위계, 연결 등에 대해 피드백을 제공했다. 연구자들이 사전에 작성한 표준 개념도는 피드백 이후에도 공개하지 않았는데, 교수가 만든 개념도를 제공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학생들을 혼란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선행연구15가 있었기 때문이다. 처치 집단과의 형평을 유지하기 위해, 통제 집단 학생들에게도 연습 문제 풀이 과정에서의 오류를 지적해 줌으로써 피드백을 제공했다. 수업 처치가 끝난 후, 사후 검사로 성취도, 개념 이해도, 과학에 대한 불안감, 과학교수효능감 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도구
학생들의 학습 접근 방식을 조사하기 위해 Revised Approaches to Studying Inventory(RASI)16를 이용했다. 이 연구에서는 RASI 중 유의미 학습 접근 방식과 관련된 10문항을 번역하여 사용했다. 모든 문항은 5단계 리커트 척도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연구에서 사용한 검사 문항의 신뢰도 계수(Cronbach’s α)는 .80이었다.
과학에 대한 불안감은 이재천17의 Science Anxiety Measurement Scale(SAMS)를 이용했다. SAMS는 5개 범주의 총 38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이 연구에서는 과학 학습 내용에 관한 13문항을 사용했다. 이 연구에서 사용한 문항들의 내적일치도 계수(Cronbach’s α)는 사전과 사후 검사에서 각각 .88과 .86이었다. 학생들의 과학교수효능감을 측정하기 위해 Enochs와 Riggs18의 Science Teaching Efficacy Belief Instrument 예비교사용(STEBI-B)을 사용했다. 과학교수효능감 검사지는 총 23개의 5단계 리커트 척도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연구에서 구한 크론바흐 α는 사전과 사후 검사에서 각각 .81과 .79였다.
학생들의 일반화학 성취도를 조사하기 위하여 연구자가 개발한 성취도 검사지를 사용했다. 성취도 검사지는 Bloom의 이원목적 분류에 따라 다지선택형 혹은 단답형 17문항으로 구성했다. 내용 측면에서는 수업 처치 기간 중 다루었던 주제들이 골고루 분포되도록 했다. 성취도 검사지는 화학교육 전문가 2인으로부터 안면 타당도를 검증 받았으며, 검사지의 신뢰도 계수(Cronbach’s α)는 .56이었다. 일반화학에서 다루어졌던 주제들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의 이해도를 측정하기 위해 개념 이해도 검사지를 개발했다. 개념 이해도 검사지는 서술형 혹은 선택 후 설명형 8문항으로 구성했고, 화학교육 전문가 2인으로부터 안면 타당도를 검증 받았다.
분석 방법
개념 검사는 정답을 제시하고 그 이유를 바르게 설명한 경우 2점, 정답은 제시했으나 이유가 틀리거나 없을 경우 1점, 그리고 답이 틀릴 경우에는 0점으로 채점했다. 무작위로 선택한 일부 학생들의 응답에 대해 2인의 분석자가 각각 분석을 실시하고, 분석자간 일치도가 90%에 도달한 후 분석자 1인이 모든 학생의 개념 검사 결과를 채점했다. 학습 접근 방식 검사점수의 평균을 기준으로 학생들을 유의미(meaningful) 접근 방식과 기계적(rote) 접근 방식 집단으로 구분했다. 일반화학 수업에서 개념도 작성 활동이 학생들의 학습 접근 방식에 따라 성취도와 개념 이해도에 미치는 효과를 조사하기 위하여, 수업 처치를 독립 변인으로, 학생들의 학습 접근 방식을 구획 변인으로, 그리고 학생들의 성취도 점수와 개념 이해도 검사 점수를 종속 변인으로 하는 이원변량 분석(2-way ANOVA)을 실시했다. 개념도 작성 활동이 학생들의 학습 접근 방식에 따라 과학에 대한 불안감과 과학교수효능감에 미치는 효과를 조사하기 위하여, 각각의 사전 검사 점수를 공변인으로 하는 이원공변량 분석(two-way ANCOVA)을 실시했다. 과학에 대한 불안감과 과학교수효능감 검사의 사전 검사 점수와 사후 검사 점수사이에는 각각 .01수준에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연구 결과
성취도와 개념 이해도에 미치는 효과
학습 접근 방식에 따른 처치 집단과 통제 집단의 성취도 검사 점수의 평균과 표준 편차는 Table 2와 같다. 처치 집단 학생들의 평균 점수가 9.69로 통제 집단의 8.58보다 높았으며,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MS=23.00, F=4.22, p=.044). 그러나 수업 처치와 학습 접근 방식 사이의 상호작용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MS=.06, F=.01, p=.918).
Table 2.Means and standard deviations of the achievement test scores
Table 3.Means and standard deviations of the conception test scores
학습 접근 방식에 따른 처치 집단과 통제 집단의 개념 이해도 검사 점수의 평균과 표준 편차를 Table 3에 제시했다. 처치 집단 학생들의 평균이 8.97로 통제 집단의 8.52보다 높았지만, 그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는 않았다(MS=3.91, F=.65, p=.422). 한편, 처치 집단의 유의미 접근 방식 학생들의 평균은 10.06으로 통제 집단의 8.72보다 높았고, 처치 집단의 기계적 접근 방식 학생들의 평균은 7.89로 통제 집단의 8.27보다 낮았다. 그러나 수업 처치와 학습 접근 방식사이의 상호작용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MS=12.55, F=2.10, p=.153).
과학에 대한 불안감과 과학교수효능감에 미치는 효과
학습 접근 방식에 따른 처치 집단과 통제 집단의 과학에 대한 불안감 검사 점수의 평균과 교정 평균을 Table 4에 제시했다. 처치 집단의 교정 평균이 37.83으로 통제 집단의 34.33보다 높았다. 두 집단 사이의 점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MS=203.38, F=8.42, p=.005). 수업 처치와 학습 접근 방식 사이의 상호작용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MS=0.08, F=.00, p=.954).
Table 4.Means, standard deviations, and adjusted means of the science anxiety test scores
Table 5.Means, standard deviations, and adjusted means of the science teaching efficacy belief test scores
학습 접근 방식에 따른 처치 집단과 통제 집단의 과학교수효능감 검사 점수의 평균과 교정 평균은 Table 5와 같다. 처치 집단 학생들의 교정 평균은 79.27로 통제 집단(78.97)보다 높았으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는 않았다(MS=2.40, F=.11, p=.741). 수업처치와 학습 접근 방식 사이의 상호작용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MS=3.58, F=.1164, p=.686).
논 의
과학 수업에서 개념도의 사용이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선행연구들의 결과는 일관되지 않지만, 연구 대상 학년이 높아질수록 더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12 초등 예비교사를 대상으로 한 이 연구의 결과에서도, 대학교 일반화학 강의에서 매주 개념도를 작성하도록 한 수업 처치는 전통적인 강의식 수업에 비해 학생들의 성취도를 유의미하게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교육과정 구성상의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과학 학습에 충분한 시간을 배정할 수 없는 초등 예비교사 교육의 현실을 고려할 때, 화학 수업에서 개념도는 제한된 시간에 필요한 내용을 효과적으로 학습하는데 유용한 도구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비교사를 대상으로 한 물리 과목에서 개념도를 사용한 결과, 전통적 수업 방식에 비해 성취도가 향상되었다는 Czerniak과 Haney의 연구 결과5도 이 연구와 일관된다.
성취도와 달리 개념 이해도에서는 개념도를 사용한 집단과 전통적인 강의식 수업 집단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학생들이 개념 간의 위계와 통합을 강조하는 개념도를 작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념 이해도가 향상되지 않은 원인으로, 우선 개념도의 성격을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다. 개념도는 학생들이 새로운 개념을 학습할 때 자신의 기존 개념과의 관련성을 바탕으로 유의미하게 학습하도록 도와주므로, 학습한 개념을 적용하여 주어진 문제들을 해결하는데는 성공적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개념도의 활용이 개념 자체의 과학적인 이해를 보장하지는 못하므로, 개념 이해도 검사에서 학생들의 부족한 이해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 개념 이해도 검사는 학생들이 특정한 개념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즉 과학자적 개념과 얼마나 유사한 개념을 지니고 있는지를 측정하기 때문이다. 선행연구에서도 학생들의 문제 해결력과 개념 이해도 사이에는 일관된 관련성이 없다는 보고가 적지 않다. Francisco 등과 Sawrey는 화학에서 문제 해결력이 개념 이해를 수반하지 않는다고 보고했다.11,19 노태희 등이 우리나라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화학 계산 문제의 성취도가 개념 이해도보다 더 높았으며, 이는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전반적인 경향이라고 보고했다.20 인지적 측면에서 개념도의 효과에 대해 보다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Donn에 의하면, 유의미 학습 전략을 사용하는 학생들은 새로운 상황에서 반성적인 질문을 던지고 관련된 정보를 연결시키거나 자신의 기존 지식을 바탕으로 문제 상황에 정교하게 접근하지만, 기계적 학습 전략을 지닌 학생들은 암기한 지식만을 떠올릴 뿐 문제상황을 명확히 이해하는데 실패하는 경향이 있다.21 즉, 일반적으로 유의미 학습 전략을 지닌 학생일수록 개념간의 관계를 강조하는 개념도 작성 전략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는 성취도나 개념 이해도에서 모두 수업 처치와 학습 접근 방식 사이의 상호작용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Stensvold와 Wilson은 성취도 상위 집단의 경우 개념도를 작성한 학생들이 작성하지 않은 학생들보다 이해 수준 평가에서 오히려 점수가 낮았다는 결과를 보고했다.22,23 이들은 높은 능력을 지닌 학생들은 이미 나름대로의 성공적인 학습전략을 지니고 있으므로, 이 학생들에게는 개념도의 도입이 오히려 학습 과정에 혼란을 유발하고 기존의 학습 전략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우리나라의 초등 예비교사들도 학업 성취도 측면에서 상위 계층에 해당하므로, 이미 나름대로 효과적인 과학 학습 전략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학습 전략인 개념도의 도입이 학생들의 성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과학에 대한 불안감 측면에서는 개념도 수업 처치가 부정적인 결과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개념도를 사용할 경우 학생들의 불안감이 줄어들었다는 선행연구의 결과12,24와 상반되는 것이다. 우선, 학생의 입장에서는 개념도 작성 활동이 많은 인지적 부담을 요구하고, 9주 동안 계속된 개념도 작성 및 피드백으로 심리적 부담이 커져 오히려 과학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 Czerniak과 Haney는 개념도 작성에서 성공을 경험했을 경우 불안감이 감소했다고 보고했다.5 또한, 초등 예비교사를 대상으로 한 Davis의 연구에서도 학생들에게 개념도를 작성하고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도록 한 결과,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좌절감을 느끼고, 어렵고, 지루하며 교재로 배우는 것이 낫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보고 되었다.6 국내에서도 김도욱은 화학실험 수업에 개념도를 적용한 결과, 개념도 작성이 어렵고 앞으로 계속 이용하고 싶지 않다는 학생들이 많음을 보고했고,25 곽향란은 대학생의 80%가 개념도 작성이 어려웠고, 67%가 개념도를 사용하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음을 보고했다.26 다음으로, 매주 학생들에게 제공한 피드백도 학생들의 불안감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개념도가 평가받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며, 개념도와 같은 새로운 평가 방법에 직면했을 때 불안감이 더욱 높아진다고 한다.11 따라서 정답을 모르는 상태에서 매주 개념도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상황이 과학 성적이나 자신의 과학 실력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우리나라의 초등 예비교사들은 나름대로의 성공적인 학습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새로운 전략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오히려 학생들의 불안감을 높였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홍정림과 김재영은 초등 예비교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개념도 작성 후 수업 지도안을 구성하도록 한 수업 처치가 과학교수효능감 향상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음을 보고했다.14 반면, Czerniak과 Haney의 연구에서는 개념도의 사용이 교수효능감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5 이 연구에서도 일반화학 수업에서 개념도를 작성함으로써 학생들의 성취도는 유의미하게 향상되었지만, 이것이 예비교사의 과학교수효능감 향상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교사들은 교육 현실에 대해 이상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직교사에 비해 교사효능감이 비현실적으로 높고,27 그 결과 교육 실습 직후에 과학교수효능감이 급격히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난다.28 그런데 고한중 등은 과학 내용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기초적인 지식을 가진 학생들의 경우, 교육 실습을 마친 후에도 과학교수효능감이 감소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29 따라서 이 연구에서도 개념도 작성이 교수효능감 수준이 높았던 1학년 학생들의 과학교수효능감을 증진시키지는 못했지만, 장차 교육 실습을 마친 후의 급격한 과학교수효능감 감소를 예방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위해서는 과학 지식 수준과 과학교수효능감 사이의 관계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제 언
과학 교수에 대한 교사의 자신감은 어떤 학습 전략을 사용할 것인지에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과학 성취도와 과학에 대한 태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초등 교사들의 낮은 과학교수효능감은 과학 내용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 기인하므로,5 교사 양성 교육과정의 제한된 시간 내에 과학 내용을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유의미 학습을 촉진하는 도구인 개념도의 사용이 성취도에서 효과를 나타냈던 이 연구의 결과는 학생들의 개념도 작성 활동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초등 예비교사 교육에서 개념도의 사용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 연구의 결과에서는 장기간에 걸친 반복적인 개념도 작성이 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불안감을 높이는데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나타났다. 따라서 추후 연구에서는 개념도 작성 과정에서 학생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려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Czerniak과 Haney는 학생들이 소집단 논의를 바탕으로 개념도에 포함시킬 개념들을 선택하고 전체 학급의 논의를 통해 하나의 개념도를 작성할 경우, 불안감이 감소했다고 보고했다.5 그 외에도 미완성된 개념도를 제시하고 개념이나 연결선, 연결어 등을 채워 넣어 개념도를 완성하는 방식30이나 개념도에 사용될 개념을 학생들에게 제시해 주고 그 개념들을 이용해서 개념도를 그리게 하는 방식11 등도 개념도 작성 과정에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고려해 볼 필요성이 있다.
한편, 이 연구의 결과, 개념도를 사용할 경우 성취도 측면에서는 효과가 있었지만, 개념 이해도에서는 효과가 없었다. 개념도는 새로운 개념을 학생들의 기존 개념에 유의미하게 정착시키는데 중점을 두므로, 개념도의 사용이 주어진 문제 상황에서 학습한 개념의 적용 능력은 향상시키지만, 개념 자체의 과학적인 이해를 보장하지는 못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연구의 결과가 이와 같은 개념도 자체의 특징에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의 영향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 현재로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따라서 개념도의 사용이 학생들의 성취도와 개념 이해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보다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인들을 고려한 반복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 Weiss, I. 1985-86 national survey of science and mathematics education; Research Triangle Institute: Research Triangle Park, 1987
- 윤혜경 초등과학교육, 2004, 23, 74
- 임청환; 최종식 초등과학교육, 1999, 18, 87
- Morrell, P. D.; Carroll, J. B. School Science and Mathematics, 2003, 103, 246 https://doi.org/10.1111/j.1949-8594.2003.tb18205.x
- Czerniak, C. M.; Haney, J. J. Journal of Science Teacher Education, 1998, 9, 303 https://doi.org/10.1023/A:1009431400397
- Davis, N. T. Journal of Science Teacher Education, 1990, 1, 66 https://doi.org/10.1007/BF03032132
- 박종석; 심규철; 김도욱; 김경호; 윤길수; 오원근 초등과학교육, 2001, 20, 229
- Gabel, D. Journal of Chemical Education, 1999, 76, 548 https://doi.org/10.1021/ed076p548
- Novak, J. D. Learning, creating, and using knowledge: Concept maps as facilitative tools in schools and corporations; Erlbaum: New Jersey, 1998
- BouJaoude, S.; Attieh, M. The effect of using concept maps as study tools on achievement in chemistry; Paper presented at the annual meeting of the National Association for Research in Science Teaching, Philadelphia, 2003
- Francisco, J. S.; Nakhleh, M. B.; Nurrenbern, S. C.; Miller, M. L. Journal of Chemical Education, 2002, 79, 248 https://doi.org/10.1021/ed079p248
- Vazquez, O. V.; Caraballo, J. N. Meta-analysis of the effectiveness of concept mapping as a learning strategy in science education; Paper presented at the Third International Seminar on Misconceptions and Educational Strategies in Science and Mathematics, Ithaca, 1993
- Horton, P. B.; McConney, A. A.; Gallo, M.; Woods, A. L; Senn, G. J.; Hamelin, D. Science Education, 1993, 77, 95 https://doi.org/10.1002/sce.3730770107
- 홍정림; 김재영 초등과학교육, 2003, 22, 297
- Novak, J. D. In The psychology of teaching for thinking and creativity, Lawson, A. E., Ed.; ERIC/SMEAC: Columbus, 1979
- Entwistle, N. J.; Tait, H. The Revised Approaches to Studying Inventory; Center for Research on Learning and Instruction, University of Edinburgh: Edinburgh, UK, 1994
- 이재천. 과학교사에 의해 조성되는 심리적 학습환경이 학생들의 정의적 인식 및 인지적 학습에 미치는 영향; 한국교원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6
- Enochs, L. G.; Riggs, I. M. School Science and Mathematics, 1990, 90, 694 https://doi.org/10.1111/j.1949-8594.1990.tb12048.x
- Sawrey, B. A. Journal of Chemical Education, 1990, 67, 253 https://doi.org/10.1021/ed067p253
- 노태희; 우규환; 임희준; 서인호 화학교육, 1995, 22, 144.
- Donn, S. Epistemological issues in science education. Paper presented at the annual meeting of the National Association for Research in Science Teaching, San Francisco, 1989
- Stensvold, M. S.; Wilson, J. T; Science Education, 1990, 74, 473 https://doi.org/10.1002/sce.3730740407
- Stensvold, M. S.; Wilson, J. T; Journal of Chemical Education, 1992, 69, 230 https://doi.org/10.1021/ed069p230
- 김선영; 박원혁 한국생물교육학회지, 2002, 30, 336
- 김도욱 화학교육, 1993, 20, 2
- 곽향란 중학교 생물교수 전략으로서의 개념도 적용;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90
- Benz, C. R.; Bradley, L.; Alderman, M. K.; Flowers, M. A. Journal of Educational Research, 1992, 85, 274 https://doi.org/10.1080/00220671.1992.9941127
- Gibson, S.; Brown, R. Teachers' sense of efficacy: Changes due to experience; Paper presented at the annual meeting of the California Education Research Association, Sacramento, 1982
- 고한중; 최무원; 강석진 초등과학교육, 투고중
- Ruiz-Primo, M. A.; Schultz, S. E.; Li, M.; Shavelson, R. J. Journal of Research in Science Teaching, 2001, 38, 260
피인용 문헌
- Statistical Verification of Effects of Science Academic Performance on Emotional Expressiveness vol.11, pp.1, 2007, https://doi.org/10.13160/ricns.2018.11.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