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우리나라의 초등학교 과학교육과정에서는 교수 ·학습 방법으로 학생 중심의 탐구 활동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소규모의 분단별 학습을 제시하고 있다. 소집단 학습은 반성적 사고를 통해 학생들의 생각이 명확해지고, 문제 해결 과정에서 다른 학생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1 또한, 소집단 학습은 학생들에게 능동적이고 협동적인 학습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2 그러나 단순히 소집단을 편성해 놓는다고 해서 모든 학생들이 학습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리라 기대할 수는 없다. 학생들이 소집단으로 편성되어 있더라도 학습은 개별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고, 한두 명의 학생이 소집단 활동을 주도하고 나머지는 참여에 소극적일 수도 있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소집단 학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모든 학생들에게 학습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고, 구성원 간의 활발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과학 학습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러한 목적에 적합한 전략이 긍정적 상호의존성을 바탕으로 소집단 구성원 간의 활발한 상호작용을 유발하는 협동학습이다.
협동학습 과정에서 학생들 사이의 상호작용 방식은 학업 성취와 관계가 있는데, 상호작용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소집단의 구성 방법을 들 수 있다.3 일반적으로 협동학습은 학습 능력이 다양한 학생들로 이루어진 이질적인 소집단 구성에서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4 과제의 종류, 교수 방법, 개인이나 집단 변인 등도 소집단 내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으로 제안되었다.5 그러나 실제로 협동학습에서 소집단 구성 방법에 관한 연구는 많지 않으며, 일부 진행된 연구들도 학생들의 성취도나6 성별에7 대한 것이 대부분이다.
최근의 연구에서는 한 사람의 생각이나 지식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 과정에 성격(personality)이 관련되어 있으며, 그 결과 성격 요인이 소집단 내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안되고 있다.8 교육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 학습자의 적성을 고려한 개별화 교육이 중요하듯이, 성격 특성이 서로 다른 학습자들에게는 각자의 성격에 적절한 교육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성격과 학습 사이의 관련성에 대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학습에서 성격 요인의 중요성은 간과되어 왔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구성원의 성격 분포에 따라 그 집단의 응집성과 화합성이 달라지며,9 그 결과 집단의 목표 달성정도나 구성원의 만족감과 같은 소집단 활동의 결과에도 차이가 나타난다고 한다.10 따라서 협동학습에서도 구성원의 성격 요인을 고려한 소집단 구성 방법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질 필요성이 있다.
최근의 연구는 5요인 성격 특성, 즉 성격이 외향성(extraversion), 정서적 안정성(emotional stability), 유화성(agreeableness), 성실성(conscientiousness), 그리고 지능성(intellect)의 5가지 요인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5요인 성격 특성 중 유화성은 대인 관계와 가장 관련이 깊은 변인으로서, 협동성이 가장 본질적인 요소이다.9 유화성이 높은 사람은 타인을 돕고, 우호적이며 관대한 반면, 유화성이 낮은 사람은 타인에 대해 협동적이라기보다는 경쟁적인 특성을 가진다.11 한재영과 노태희는12 5요인 성격 특성 중 유화성과 외향성이 높을수록 학생들이 과학 수업의 소집단 활동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며, 유화성만이 소집단 활동에 대한 가치나 태도를 모두 유의미하게 설명했다고 보고했다. 또한, 구성원간의 상호작용이 강조되는 과제에서는 유화성과 개방성이 중요하고,13 구성원들의 유화성 수준이 비슷할 경우 이들의 갈등 관리 유형도 유사해지므로 소집단 내에서 의견을 효과적으로 중재하며 협동을 증진시킬 수 있다.14 유화성 측면에서 동질적인 소집단과 이질적인 소집단 구성이 소집단 토론 학습에 미치는 효과 연구에서는 동질 소집단이 이질 소집단에 비해 활발하게 토론에 참여하여 개념 이해도와 과학 학습 동기에서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다.15 즉, 유화성은 학생들 사이의 긍정적인 상호 작용과 의사소통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성격 특성이므로, 소집단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학습 전략인 협동학습에서 유화성을 고려한 소집단 구성의 효과를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초등학교 과학 수업에 유화성 측면에서 동질적인 소집단과 이질적인 소집단을 구성한 협동학습을 실시하고, 소집단 구성에 따른 효과를 성취도, 자아효능감, 과학 학습 동기 등의 측면에서 조사했다.
연구 방법
연구 대상 및 절차
이 연구는 전라북도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의 6학년 3개 학급 72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수업 처치 이전에 이전 과학 성취도와 학급 분위기가 유사한 3학급을 선정한 후, 2개 학급은 협동학습 처치 집단으로, 1개 학급은 통제 집단으로 무작위로 배치했다. 사전 검사로 유화성, 자아효능감, 과학 학습 동기검사를 실시했다. 유화성 검사 점수의 평균을 기준으로 학생들을 상 ·하위로 구분했다. 동질 집단은 유화성 수준 상위 학생 4명 또는 하위 학생 4명으로 소집단을 구성했고, 이질 집단은 유화성 수준 상위 학생 2명과 하위 학생 2명으로 소집단을 구성했다. 소집단 구성원의 성취 수준에 따른 차이를 통제하기 위해 각 소집단은 이전 과학 성적 측면에서 상 ·중 ·하위 수준의 학생이 모두 포함된 이질적 집단으로 구성했고, 학급 분위기에 따른 차이를 통제하기 위하여 동질 집단과 이질 집단을 2개의 협동학습 처치 학급에 고르게 배치했다. 유화성 수준에 따른 각 집단의 학생 수는 Table 1과 같다.
협동학습 처치는 게임을 이용한 협동학습 전략을16 바탕으로 진행했다. 게임을 이용한 협동학습 전략은 진정한 의미의 협동을 유발하기 위하여 학습 과정에 게임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구성원 간의 활발한 상호작용과 긍정적인 상호의존성을 강조하는 전략인데, 이 전략은 초등학생에게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었다.16 협동학습을 실시한 처치 집단은 개별적 책무성을 강조하기 위해 소집단 구성원 각각에게 역할을 부여했다. 협동학습 수업은 수업 소개, 활동지 작성, 학습지 작성, 조 활동 점검, 퀴즈의 5단계로 구성된다. 수업 소개에서는 학습할 내용에 관련된 동기 유발 자료를 사용했는데, 이 자료는 통제 집단의 전통적 수업에서도 동일하게 활용했다. 학습 내용은 교사가 강의식으로 설명했고, 멀티미디어 자료를 최대한 활용하여 강의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도록 노력했다. 교사의 설명이 끝나면, 학습한 내용을 소집단 구성원끼리 서로 상의하여 정리하는 활동지 작성과 학습 내용을 점검하고 복습하는 학습지 작성이 이어진다. 게임을 이용한 협동학습 전략의 특징은 학습지 작성 단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소집단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해서 풀어야 하는 게임 형식의 문제로 학습지를 구성하여 학생들의 동기 유발과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수업의 마지막에는 집단 과정에 해당하는 조 활동 점검표를 작성하면서 소집단 활동 시 각자의 행동을 반성하고 개선 방안을 논의하도록 했다. 2~3 차시마다 한 번씩 퀴즈를 실시하여 향상 점수를 구했으며, 협동학습에서 흔히 사용되는 학급 신문 제도로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통제 집단은 교과서와 실험 관찰 책을 이용하여 전통적인 과학 수업을 실시했다.
Table 1.Subjects of each group by the agreeableness level
처치 집단과 통제 집단의 모든 수업은 1인의 교사가 실시하여 교사에 의한 차이를 통제했고, 협동학습에서 사용된 활동지와 학습지를 제외한 나머지 자료는 모두 동일했다. 협동학습 집단은 학생들이 새로운 수업 방식에 적응할 수 있도록 수업 처치 이전에 협동학습 수업의 순서와 규칙, 활동지와 학습지 사용법, 조 활동 점검표 작성법 등에 대한 오리엔테이션 1차시와 협동학습 전략에 따른 연습 수업을 2차시 실시했다. 수업 처치는 초등학교 6학년 ‘우리 몸의 생김새’와 ‘여러 가지 기체’ 단원에 대하여 5주 동안 총 16차시에 걸쳐 실시했다. 수업 처치가 끝난 후, 성취도 검사, 자아효능감 검사, 과학 학습 동기 검사를 사후 검사로 실시했다.
검사 도구
학생들의 성격을 측정하기 위해 외향성, 안정성, 유화성, 성실성, 지능성의 5가지 성격 요소로 구성된 International Personality Item Pool의17 성격 검사지(Big-Five factor structure)를 이용했다. 이 연구에서는 유화성 범주 10문항을 사용했다. 모든 문항은 5단계 리커트 척도로 구성되어 있으며, 문항들의 신뢰도(Cronbach’s α)는 .82로 알려져 있다. 이 연구에서 얻은 검사지의 신뢰도(Cronbach’s α)는 .74였다.
성취도 검사지는 Bloom의 이원 목적 분류표에 따라 지식 영역 8문항, 이해 영역 8문항, 적용 영역 4문항 등 총 20문항의 다지선택형 문항으로 구성했다. 내용 영역 측면에서는 ‘우리 몸의 생김새’ 단원과 ‘여러 가지 기체’ 단원에 각각 10문항씩을 배당했다. 개발한 검사 문항은 과학교육 전문가 2인과 초등 교사 3인으로부터 안면 타당도를 검증받았다. 이 연구에서 측정한 검사지의 내적 일치도 계수(Cronbach’s α)는 .73이었다.
자아효능감 검사지는 Motivated Strategies for Learning Questionaire18의 자아효능감 범주를 사용했다. 이 범주는 학습 수행에 대한 자신의 능력 인지, 신뢰, 기대감 등에 대한 9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신뢰도는 .89로 보고되어 있다.18 이 연구에서 측정한 검사지의 신뢰도(Cronbach’s α)는 사전 검사에서 .87, 사후 검사에서 .86이었다.
과학 학습 동기 검사지는 simplified Instructional Material Motivation Survey19를 번역하여 사용했다. 이 검사지는 과학 수업에서 유발되는 주의력, 자신감, 적절성, 만족감 등의 학습 동기를 측정하는 것으로서, 하위 범주별로 4문항씩 총 16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문항은 5단계 리커트 척도이며, 신뢰도(Cronbach’s α)는 .96으로 보고되어 있다.19 이 연구에서 구한 검사지의 신뢰도(Cronbach’s α)는 사전 검사에서 .88, 사후 검사에서 .82였다.
자료 분석
이 연구의 종속 변인은 성취도, 자아효능감, 과학 학습 동기 검사 점수이다. 각 종속 변인에 대하여 협동학습에서 유화성 수준을 고려한 집단 구성의 효과 및 수업 처치와 학생의 유화성 수준 사이의 상호작용효과를 살펴보기 위하여 3×2 요인 방안에 의한 이원공변량 분석(two-way ANCOVA)을 실시했다. 성취도검사 점수의 공변인으로 수업 처치 이전의 1학기 중간고사 과학 점수를 이용했고, 자아효능감 검사와 과학 학습 동기 검사 점수의 공변인으로는 각각의 사전검사 점수를 이용했다. 성취도 검사 점수는 중간고사 과학 점수와 .01수준에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었고, 자아효능감과 과학 학습 동기 검사 점수도 각각의 사전 검사 점수들과 .01 수준에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연구 결과 및 논의
성취도에 미치는 효과
학생들의 유화성 수준에 따른 각 집단의 성취도 검사의 평균, 표준편차, 교정평균은 Table 2와 같다. 동질 집단(14.13)과 이질 집단(13.34)의 교정평균이 통제 집단(11.35)에 비해 높았고, 세 집단의 점수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Table 3). 사후 검증 결과, 협동학습 수업이 이루어진 동질 집단이나 이질 집단의 교정평균이 전통적인 수업이 이루어진 통제 집단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았다(p<.05). 그러나 학생들의 유화성 수준과 수업 처치 사이의 상호작용 효과는 유의미하지 않았다.
Table 2.Adjusted means of the achievement test scores
유화성을 고려한 집단 구성과 성취도의 관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성취도 검사 결과를 지식, 이해, 적용 영역의 하위 영역별로 분석했다. 지식영역에서는 협동학습 수업이 이루어진 동질 집단과 이질 집단의 교정평균이 통제 집단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았다(p<.05). 이해 영역에서는 동질 집단의 교정평균이 통제 집단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았고(p<.01), 이질 집단의 교정평균은 통제 집단에 비해 높은 경향성을 보였다(p=.074). 그러나 적용 영역에서는 세 집단의 교정평균에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한편, 모든 하위 영역에서 학생들의 유화성 수준과 수업 처치 사이의 상호작용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Table 3.*p<.05, **p<.01.
일반적으로 협동학습은 학생들의 성취도 향상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20 초등학교 과학 교과의 경우 협동학습이 학업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선행연구의 결과는 일관되지 않다.21-23 이 연구에서는 유화성을 고려한 소집단 구성 방법과 무관하게 협동학습이 성취도를 유의미하게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그 효과는 지식 영역과 이해 영역에서 두드러졌다. 이와 같은 결과는 게임을 이용한 협동학습이 초등학생에게 주로 강조되는 지식이나 이해 수준의 학습 목표를 달성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선행 연구의 주장을16 뒷받침한다.
협동학습 상황에서는 유화성 수준이 비슷한 구성원들이 토론 과정에서 의견을 효과적으로 중재하여 협동적으로 작업할 가능성이 크므로, 집단 구성 방법에 따른 차이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는 협동학습에서 학생들의 유화성 수준을 고려한 동질적 혹은 이질적 소집단 구성과 학생들의 성취도 사이에서 의미 있는 관계를 발견할 수 없었다. 또한, 학생들의 유화성 수준과 수업 처치 사이에도 적성-처치 상호작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유화성에 따른 집단 구성이 협동학습에서의 성취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한재영15의 연구와 유사하다. 이와 같이 유화성에 따른 차이가 나타나지 않은 원인으로, 우선 협동학습 전략에 의해 학생들의 유화성 차이가 무의미해지거나 묻혔을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즉, 협동학습은 소집단의 구성원 모두가 개별적 책무성과 긍정적인 상호의존성을 지니며 능동적으로 상호작용하도록 구조화된 학습 전략이므로, 학생들이 자신의 유화성 수준과 무관하게 학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수 있다. 더구나, 게임을 이용한 협동학습은 학습 과정에서 여러 가지 형태의 보상(예를 들어, 향상 점수나 학급 신문에 게시된 소집단의 순위 등)을 제시하고, 소집단에서의 학습이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게임 상황으로 진행되므로, 이러한 특성에 의해 유화성 수준과 무관하게 학생들이 소집단 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했을 수 있다.
한편, 이 연구에서의 예상과 달리, 유화성은 학업성취를 예측하는데 있어서 다른 성격 특성에 비해 설명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5요인 성격 특성과 학습 전략의 관계를 조사한 De Raad와 Schouwenburg8이나 Zhang24은 유화성이 학습전략과 뚜렷한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고했다. 직무 수행에 대한 예측 변인으로서의 5요인 성격 특성에 대한 선행연구에서도 유화성은 일반적으로 다른 요인에 비해 상대적인 유용성이 적은 것으로 보고되었다.25.26성격 5요인과 학업 성취 사이의 관계를 조사한 한윤영27이나 유태용28의 연구에서도 성실성 요인은 학업성취와 유의미한 관련을 나타낸 반면, 유화성은 학업성취를 예측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유화성은 그 자체가 직무 수행이나 학업 성취 등과 같은 결과를 직접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변인이 아니므로, 협동학습의 소집단 구성에서 유화성에 대한 고려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자아효능감에 미치는 효과
학생들의 유화성 수준에 따른 각 집단의 자아효능감 검사 점수의 평균과 교정평균을 Table 4에 제시했다. 통제 집단의 점수가 28.53으로 유화성 측면에서 이질 집단(26.47)이나 동질 집단(26.51)에 비해 조금 높았으나, 그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MS=30.23. F=1.14, p=.328). 한편, 이질 집단의 유화성 수준 상위 학생들(25.18)은 통제 집단(28.61)이나 동질 집단(28.30)에 비해 점수가 낮았고, 반대로 동질 집단의 하위 학생들(24.39)은 통제 집단(27.91)이나 이질 집단(27.41)에 비해 점수가 낮은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학생들의 유화성 수준과 수업 처치 사이의 상호작용 효과는 유의미하지 않았다(MS=50.91. F=1.91, p=.156).
Table 4.Adjusted means of the self-efficacy test scores
성격 특성과 자아효능감 사이의 관계에 대한 선행연구는 매우 부족하다. 정갑순29은 초등학생 성격 유형과 자아효능감의 관계 연구에서 자아효능감의 여러 분야 중에서 학업 성취에 관련된 자아효능감에서는 성격 유형에 따른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비록 관련 선행연구가 충분하지 않아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지만, 성격 특성이 학업과 관련된 자아효능감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Bandura는30 자아효능감이 향상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김아영은31 협동학습을 통해 성취 경험, 교사의 언어적 설득, 정서적 대처 훈련 등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의 학문적 자아효능감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공동의 목표달성을 위해 구성원간에 서로 격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동료의 인정을 받을 수 있고, 집단 활동에 대한 반성적 사고 과정 또한 실패의 원인을 능력 부족보다는 노력 부족에 두게 된다. 또한, 학생의 성취에 따른 보상은 학습과 관련된 자아효능감을 형성하며, 학생들은 보상을 받음으로서 자아효능감을 확인할 수 있다.32 이처럼 협동학습은 학생들의 자아효능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협동학습에서 자아효능감이 증진되지 않은 이 연구의 결과가 대상 단원의 특징에 기인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Bandura는33 쉬운 과제에서의 계속된 성공보다는 단계적인 수행의 증진과 그에 따른 성공 경험이 점진적인 자아효능감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연구의 경우, 학습한 단원에 제시된 개념의 특징상 처치 초반에는 학생들의 학습량 부담이 매우 많다가 처치 후반에 갈수록 그 부담이 줄어들었다. 따라서 이와 같이 학습 순서에서 상대적으로 곤란도가 높은 내용이 먼저 제시된 것이 자아효능감이 증진되지 않은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
과학 학습 동기에 미치는 효과
학생들의 유화성 수준에 따른 각 집단의 과학 학습동기 검사 점수의 평균과 교정평균을 Table 5에 제시했다. 통제 집단의 점수가 59.69로 동질 집단(59.19)이나 이질 집단(58.23)보다 높았으나, 그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MS=12.46. F=.26, p=.771). 한편, 동질 집단의 유화성 수준 상위 학생들(60.68)은 통제 집단(59.36)이나 이질 집단(58.06)에 비해 점수가 높았고, 반대로 하위 학생들(57.40)은 통제 집단(59.87)이나 이질 집단(58.16)에 비해 점수가 낮은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학생들의 유화성 수준과 수업 처치 사이의 상호작용 효과는 유의미하지 않았다(MS=24.40. F=.51, p=.602).
Table 5.Adjusted means of the science learning motivation test scores
협동학습은 개인의 향상이 소집단의 성공에 기여하는 학습 형태이다. 이와 같은 학습 상황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능력보다 노력의 정도에 주목하게 되므로,34 학생들의 과학 학습 동기 부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어 왔다. 실제로 협동학습은 전통적인 학습에 비해 학습 동기 부여 측면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보고되었다.35 그러나 이 연구에서는 유화성 수준을 고려한 집단 구성과 무관하게 협동학습은 학생들의 과학 학습 동기를 향상시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협동학습의 효과에 대한 메타 분석 결과에서는 정의적 영역의 경우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중학생에 비해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효과 크기가 작았다.36 이러한 현상에 대해 여러 선행연구들은 학생의 연령에 따른 특징이 원인일 가능성을 제안하고 있다. 즉, 학생의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학습 동기가 꾸준히 하락하는 경향이 보고되고 있으며,37,38 특히 초등학생들의 경우 4학년에서 5학년의 과도기에 학습 동기가 크게 감소하기 시작하여, 이 경향이 6학년까지 계속된다고 한다.39 따라서 이 연구의 대상이었던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은 학습 동기가 급격히 하락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협동학습 수업을 실시했지만 학습 동기가 증진되지 못했을 수 있다.
협동에 대한 학생의 성향과 수업 방식이 일치할 때 학습 동기가 향상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35 협동적으로 활동할 가능성이 큰 유화성 상위 동질 집단의 경우 다른 집단에 비해 학습 동기가 높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선행 연구의 결과는 일관되지 않은데, 중학생을 대상으로 협동학습에서 유화성에 따른 집단 구성의 효과를 연구한 결과,40 과학 학습 동기 중 만족감 영역에서 동질 집단의 유화성 상위 학생들에게 유의미한 증진이 있음을 보고했다. 반면, 중학생을 대상으로 소집단 토론 학습에서 유화성을 고려한 집단 구성의 효과를 연구한 결과에서는15 동일한 영역에서 오히려 동질 집단의 유화성 하위 학생들에게 유의미한 증진이 있음을 보고했다. 한편, 동기 유형과 5요인 성격 특성 사이의 관계를 조사한 송선희 등의 연구에서는41 유화성은 내재 및 외재 동기 요인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학생들의 유화성 수준과 수업 처치 사이에 적성-처치 상호작용이 발견되지 않았던 이 연구의 결과도 유화성 자체의 특성에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이 연구에서 사용한 수업 처치의 특성에 기인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으므로, 보다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추후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결론 및 제언
이 연구에서는 유화성 수준을 고려한 집단 구성 방법과 무관하게 협동학습 수업을 실시한 처치 집단의 성취도가 유의미하게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고, 하위 영역 중 지식과 이해 영역에서 이러한 성취도 향상이 두드러졌다. 게임을 이용한 협동학습 전략을 사용한 선행연구와16 거의 유사한 이 결과는, 게임을 이용한 협동학습이 초등학교 과학 수업에서 지식이나 이해 수준의 목표를 가르칠 때 고려할 만한 방안임을 시사한다. 하지만, 게임을 이용한 협동학습의 효과에 대한 일반화된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까지 진행된 연구가 소수에 불과하므로, 연구 대상 학생, 협동학습의 적용 단원, 수업 처치 기간 등의 측면에서 보다 다양한 반복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구성원간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강조되는 협동학습 상황에서 유화성은 소집단 내의 의견 조율에 중요한 성격 특성일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연구의 결과에서는 유화성 측면에서 동질 혹은 이질적으로 소집단을 구성하는 것이 학생들의 인지적 성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학생들의 유화성 수준과 집단 구성 방법 사이에도 상호작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의 원인으로, 게임을 이용한 협동학습 전략이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여 적극적인 학습참여를 유도했고, 그 결과 학생들의 유화성에 따른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협동학습 전략에 따라 학생들의 유화성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계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편, 이 연구에서의 예상과 달리, 유화성이 다른 성격 특성에 비해 인지적 성취에 대한 설명력이 적거나 유화성이 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가 상이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Diseth는42 성격 특성, 학습 전략, 학업 성취 사이의 관계에 대한 연구에서 5요인 성격 특성이 각각 독립적으로 학습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으로 학습 전략과 학업 성취에 차례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한 바 있다. 즉, 협동학습 상황에서 유화성은 각 개인의 성격을 구성하는 다양한 성격 특성들과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학습 상황에서 의미 있는 성격 특성에 관해 추후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성격과 성취도 사이에 또 다른 매개 변인이 개입할 가능성도 제안되고 있으므로,43 학생의 연령, 능력, 성, 학급 조직, 학급 크기, 교수 방법 등과 같은 요인을15 고려한 성격 특성에 관한 연구도 이루어질 필요성이 있다.
한편, 자아효능감이나 과학 학습 동기와 같은 정의적 영역에서는 유화성을 고려한 집단 구성의 효과나 게임을 이용한 협동학습의 효과가 모두 나타나지 않았다. 협동학습의 초기에 학생들은 기존 수업과 달리 동료 학생들과의 활발한 상호작용으로 진행되는 학습 방식에 새로움을 느끼고 열성적인 흥미를 보이지만, 협동학습에서는 학습의 궁극적 책임이 학생들에게 옮겨지므로 시간이 흐를수록 학생들이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44 따라서 게임 방식으로 진행되는 학습에 의해 유발된 자신감이나 동기가 협동학습을 진행하는 과정에서의 부담으로 인해 상쇄되었을 수 있다. 따라서 이후의 협동학습 전략에서는 선행연구에서45 제안된 것처럼 학생이 스스로 과제를 선택하거나 교사의 통제를 최소화하는 등의 학습 동기 증진방안과 협동학습 과정에서 학생들이 느끼는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방안이 동시에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 논문은 2005년도 정부재원(교육인적자원부)으로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KRF-2005-030-B0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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