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과학 교과에서는 생활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거시적인 현상들을 추상적인 개념들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주요 화학 개념들은 눈으로 직접 관찰할 수 없는 원자, 분자, 이온, 전자와 같은 미시적인 수준으로 설명되고 있다.1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현상들을 입자 수준의 화학 개념과 연결지어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2-4 따라서 학생들이 추상적인 화학 개념을 보다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비유의 사용은 친숙한 소재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학생들이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추상적인 정보를 보다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5,6 이에 물질의 입자성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 화학 교과에서는 비유를 사용한 교수 방법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7-10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비유를 사용한 수업의 효과를 정량적으로 조사하거나, 그 교수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들과의 관계를 파악하는데 치중해 왔다. 또한, 그동안 개발된 대부분의 비유 사용 전략들도 학생들의 학습 과정보다는 교사 중심의 교수 측면을 주로 강조하고 있다.
비유를 사용한 수업에서 학생들이 거쳐야 하는 가장 핵심적인 학습 과정은 비유물과 목표물의 여러 속성 중에서 공유 속성을 분리하여 일대일로 대응(mapping)시키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11-13 학생들의 올바른 대응은 목표 개념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지만, 오류가 있는 잘못된 대응은 기존의 오개념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오개념을 유발하는 등 오히려 학습을 방해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학생들의 대응 과정을 조사한 연구들에서 비유를 통해 학습한 많은 학생들이 ‘과잉 대응’, ‘대응 불이행’, ‘무분별한 대응’ 등의 다양한 대응 오류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14,15
학생들의 대응 오류의 유형과 그 빈도는 목표 개념이나 비유물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나, 지금까지는 생물 교과의 세포 단원15이나 화학 교과의 상태 변화와 에너지 단원14에 대해서만 연구가 일부 이루어졌다. 또한, 선행 연구들은 학생들의 대응 오류의 유형을 조사하거나 비유물의 특성에 따른 대응 오류 유형의 차이를 조사하는 데에만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실제로 비유를 통해 개념을 형성하는 과정이나 대응 관계에 대한 이해와 개념 이해와의 관계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정보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여러 중요한 과학 개념을 대상으로 비유를 사용한 학습에서 유발되는 학생들의 대응 오류를 조사하고, 학생들의 비유물과 목표물의 대응 관계에 대한 이해와 개념 이해도가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체계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학생들의 특정 오개념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대응 오류와 관련되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비유를 사용한 과학 개념 학습에서 대응 오류에 의한 오개념의 유발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으므로, 오개념을 예방하기 위한 효과적인 비유 사용의 방안을 찾는데 기초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현행 교과서에 제시된 비유를 사용하여 화학 개념 학습을 진행한 후, 학생들의 개념 이해도와 대응 관계 이해도의 상관관계를 조사하였다. 또한, 개념 이해도와 대응 관계 이해도의 관계를 보다 심층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대응 오류의 유형을 분석하여 학생들이 가진 오개념이 어떠한 대응 오류와 관련되는지도 조사하였다.
연구 내용 및 방법
연구 대상 및 비유 선정
연구 대상은 서울특별시에 있는 2개 중학교와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1개 중학교의 1학년 학생 총 260명이었다. 학교마다 학생들을 비유 I사용 집단과 비유 II사용 집단으로 배치하였고, 각 학교에서는 한 명의 교사가 두 집단을 모두 수업하였다. 각 집단의 학생들은 모두 총 130명씩이었다.
비유 선정의 구체적인 기준은 선행 연구15-17를 검토하여 정하였다. 즉, 대응 관계 이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유의 유형을 분류한 후, 이중에서 현행 교과서에서의 사용 빈도가 높은 비유 유형인 언어 ·그림 비유, 단순 비유 또는 부연 비유, 제한점 언급을 안한 비유, 속성의 수가 많은 비유를 선정 기준으로 하였다. 현행 중학교 1학년 9종 과학 교과서에서 물질의 세 가지 상태 단원에 제시된 비유들 중에서 이 기준에 모두 해당되는 축구경기장 비유(비유 I)와 합창/농악 비유(비유 II)를 최종 선정하였다(Fig. 1). 비유 I에서는 관중석에 앉아 관람하는 사람들을 고체 상태의 분자에, 그 앞에서 율동으로 응원을 유도하고 있는 치어리더들을 액체 상태의 분자에,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기체 상태의 분자에 대응시키고 있다. 비유 II에서는 합창을 하는 사람들을 고체 상태의 분자에, 농악을 하는 사람들을 액체 상태의 분자에 대응시키고 있다. 이러한 대응을 통해 두 비유는 물질의 상태에 따라 분자의 배열과 움직임이 달라짐을 설명하고 있다.
Fig. 1.The analogies used in this study.
연구 절차
수업 방법은 일반적인 비유 사용 수업의 형태가 되도록 하기 위해, 비유 사용 실태에 대한 현직 중학교 교사 9인과의 논의 결과와 선행 연구18 결과에 기초하여 구성하였다. 즉, 교사는 학습 목표를 안내한 후 비유물을 먼저 소개하고, 목표 개념을 도입하여 비유물과 목표물의 유사점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방식으로 15분간 수업을 진행하였다. 이때, 학생들은 그림으로 제시된 비유물과 유사점이 설명되어 있는 학습자료를 보면서 교사의 설명을 들었다. 수업은 물질의 입자성이 처음으로 도입되는 차시에 실시하였고, 연구에 참여한 3개 학교의 수업 방법과 내용을 통제하기 위해 3인의 교사가 모두 동일한 교수-학습 자료를 사용하였다. 수업 후, 비유물과 관련된 목표 개념에 대한 개념 이해도 검사(10분)와 비유물과 목표물의 대응 관계 이해도 검사(20분)를 실시하였다.
검사 도구
개념 이해도 검사지는 분자의 배열, 분자의 운동, 분자의 크기와 모양, 분자수의 보존 등의 하위 목표 개념에 대한 이해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선행 연구7의 검사지를 참고하여 연구자들이 수정·개발하였다. 이 검사지는 4개의 하위 목표 개념에 따라 총 4문항으로 구성하였으며, 모든 문항은 서술형으로 답하는 형식이고, 분자의 배열 문항에 대해서는 추가로 분자수준의 그림으로 표현하여 설명하게 하였다. 검사 문항은 과학 교육 전문가 3인으로부터 안면타당도를 검증받았으며, 이 연구에서의 내적 신뢰도(Cronbach’s α)는 .65였다.
비유물과 목표물의 대응 관계에 대한 이해도와 대응 오류를 조사하기 위한 대응 관계 이해도 검사지는 선행 연구7,14,15를 참고하여 개발하였다. 이 연구에 사용된 비유물들은 물질의 상태에 따른 분자의 배열과 움직임의 차이는 설명할 수 있지만, 상태 변화에 따른 분자의 크기와 모양, 분자수의 보존 개념은 설명하지 못하는 제한점을 지닌다. 이에 하위 목표 개념 중에서 분자의 배열과 운동성은 공유 속성(유사점)으로, 크기와 모양 및 분자수는 비공유 속성(차이점)으로 분류하여 검사지를 개발하였다. 즉, 비유물과 목표물의 유사점 및 차이점에 해당하는 속성,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관련 없는 속성을 각 비유물과 목표물의 속성들을 나열한 보기에서 골라 대응시키고 그 이유를 서술하도록 하는 형식으로 검사지를 구성하였다(부록 1). 이 검사지는 과학 교육 전문가 3인으로부터 안면타당도를 검증받은 후, 연구 대상이 아닌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예비 검사를 통해 수정·보완하였다. 이 연구에서의 내적 신뢰도(Cronbach’s α)는 비유 I에서 .79, 비유 II에서 .74였다.
분석 방법
개념 이해도 검사는 각 문항마다 과학적인 이해의 경우에는 2점, 오개념이 포함된 부분적인 이해는 1점, 비과학적인 이해 및 무응답은 0점으로 분류하여 총 8점 만점으로 채점하였고, 학생들의 응답 유형을 정리하여 오개념을 분석하였다. 대응 관계 이해도 검사는 각 하위 목표 개념에 해당하는 비유물과 목표물의 속성 간의 대응과 그에 대한 설명을 모두 올바르게 작성한 경우는 2점, 대응만 올바른 경우는 1점으로 하여 총 8점 만점으로 채점하였다. 학생들의 대응 오류 유형의 분류틀은 선행 연구14의 분류틀에 기초하였으며, 연구자 2인이 일부 학생의 답안지를 무작위로 추출하여 각자 대응 오류 유형으로 분류한 후 함께 논의하는 과정을 반복하여 최종 분류틀을 완성하였다.
개념 이해도 및 오개념, 대응 관계 이해도 및 대응 오류 유형의 분석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 무작위로 선정한 일부 답안지에 대한 연구자 2인의 분석자간 일치도가 모두 90%이상에 도달한 후 연구자 1인이 모든 답안지를 분석하였다. 또한 개념 이해도 점수와 대응 관계 이해도 점수 사이의 관련성을 조사하기 위해 상관분석을 실시하였다. 오개념과 대응 오류 유형은 학생들마다 개별적으로 부호화하여 정리한 후, 유형별 응답 빈도를 분석하였다.
결과 및 논의
개념 이해도에 미치는 효과
개념 이해도 검사 점수 및 대응 관계 이해도 검사 점수의 하위 목표 개념별 평균과 표준편차를 Table 1에 제시하였다. 개념 이해도 검사의 경우, 하위 목표 개념 중 공유 속성인 분자의 배열과 운동성에 대한 평균 점수(비유 I: 1.46, 비유 II: 1.38)는 비공유 속성인 분자의 크기와 모양 및 분자수에 대한 평균 점수(비유 I: 0.86, 비유 II: 1.07)보다 높았으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비유 I: t=8.759, df=129, p=.000; 비유 II: t=4.165, df=129, p=.000). 대응 관계 이해도 검사 결과에서도 공유 속성인 분자의 배열과 운동성에 대한 평균 점수(비유 I: 1.34, 비유 II: 1.55)가 비공유 속성인 분자의 크기와 모양 및 분자수에 대한 평균 점수(비유 I: 0.16, 비유 II: 0.20)보다 높았으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비유 I: t=22.190, df=129, p=.000; 비유 II: t=23.607, df=129, p=.000). 즉, 학생들은 비유물과 목표물의 유사점에 대해서는 개념이나 대응 관계를 비교적 잘 이해하고 있었으나, 입자의 보존 개념에 대한 비유물과 목표물의 차이점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비유를 사용한 수업에서 비유물과 목표물의 유사점뿐만 아니라 비공유 속성과 관련된 비유물의 제한점을 구별할 수 있는 설명이나 활동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Table 1.1full score: 2
개념 이해도 검사 점수와 대응 관계 이해도 검사 점수 간의 상관분석을 실시한 결과, 비유 I과 II를 사용한 경우에서 모두 두 점수 사이에 유의미한 정적 상관관계가 있었다(비유 I: r=.429, p<.01; 비유 II: r=.591, p<.01). 즉, 물질의 입자성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 학생들이 이를 잘 이해하는 것과 비유물과 목표물의 대응 관계를 이해하는 정도는 높은 관련성을 보였다. 이는 비유를 사용한 학습의 효과가 학생들이 비유물과 목표물을 올바르게 대응시키는 정도에 의해 결정된다는 선행 연구의 주장13과 부합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대응 오류 유형
대응 관계 이해도 검사에서 나타난 학생들의 대응 오류 유형의 빈도를 하위 목표 개념별로 분석한 결과를 Table 2에 제시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비유물의 표면적인 비공유 속성을 목표물에 대응시키는 ‘과잉대응(overmapping)’, 비유물과 목표물의 공유 속성을 각각 올바르게 대응시키지 못하는 ‘부적절한 대응(mismapping)’, 대응시켜야할 공유 속성을 대응시키지 않는 ‘대응 불이행(failure to map)’, 비유물만 지니는 비공유 속성을 목표물의 공유 속성이나 비공유 속성에 대응시키는 ‘무분별한 대응(rash mapping)’, 비유물과 목표물의 공유 속성의 관계를 학습자의 경험이나 편견에 의해 인위적으로 해석하여 잘못 대응시키는 ‘인위적 대응(artificial mapping)’의 5가지의 대응 오류 유형이 나타났다. 그러나 일부 대응 오류 유형들은 하위 목표 개념 중에서 해당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과잉 대응’은 비유물과 목표물 간의 비공유 속성들을 연결한 경우이므로 공유 속성항목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또한, ‘부적절한 대응’, ‘대응 불이행’, ‘인위적 대응’은 비유물과 목표물 간의 공유 속성들을 대응 시키지 않거나 잘못 대응 시키는 등의 경우이므로 비공유 속성 항목에는 해당되지 않아 Table 2에 NA(not applicable)로 표시하였다.
Table 2.NA = Not applicable
공유 속성에서 가장 많이 나타난 대응 오류는 ‘인위적 대응’으로, 비유 I(배열: 19명, 14.6%; 운동성: 38명, 29.2%)과 비유 II(배열: 24명, 18.5%; 운동성: 50명, 38.5%)를 사용한 집단에서 모두 비교적 높은 빈도를 보였다. 학생들은 주로 비유 I에서의 관중과 비유 II에서의 합창하는 사람들의 배열과 움직임을 인위적으로 해석하여 목표물에 잘못 대응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비유 II에서는 고체와 액체 상태를 표현하는 비유물이 각각 정지해 있는 모습과 움직이고 있는 모습으로 제시되어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피상적으로 고체 분자는 ‘움직이지 않는다’와 액체 분자는 ‘움직인다’는 등과 같이 분자의 운동성을 이분법적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비유물과 목표물 간의 공유 속성을 대응시키지 않는 ‘대응 불이행’의 오류는 비유 I의 경우 분자의 배열에 대해 16명(12.3%), 분자의 운동성에 대해 28명(21.5%)에게서 나타났으나, 비유 II의 경우에는 그 빈도가 낮았다(배열: 2명, 1.5%; 운동성: 9명, 6.9%). 비유 I에서는 고체, 액체, 기체 상태에 대한 모든 속성이 하나의 그림 안에 표현되어 있지만, 비유 II에서는 고체 상태와 액체 상태가 명확히 구분되어 제시되고 있다. 따라서 학생들이 비유 I보다는 비유 II에서 공유 속성의 대응을 놓치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컸기때문에 ‘대응 불이행’의 오류가 비유 I보다 비유 II 사용 집단에서 더 적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유 속성 중 분자의 운동성에 대해 ‘무분별한 대응’의 오류를 나타낸 학생들은 비유 I사용 집단의 경우 30명(23.1%)이었고, 비유 II사용 집단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비유 I의 경우 학생들은 목표 개념과 상관없는 축구공의 움직임이 어느 방향으로나 활발하듯이 기체 분자의 움직임도 어느 방향으로나 활발하다고 대응시키는 오류를 범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비유물에 비유물과 목표물의 공유 속성 이외의 다른 속성이 많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 학생들의 대응관계에 대한 이해에 방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비공유 속성에 대한 대응 오류의 빈도는 공유 속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이 중에서 비유물의 비공유 속성을 목표물에 대응시키는 ‘과잉 대응’ 오류의 빈도가 비유 I(크기와 모양: 13명, 10.0%; 분자수: 16명, 12.3%)과 비유 II(크기와 모양: 12명, 9.2%; 분자수: 18명, 13.8%)를 사용한 집단에서 모두 가장 높았다. 또한, 비공유 속성에 대한 ‘’무분별한 대응’의 오류는 주로 분자의 크기와 모양에 대한 것이었으며, 비유 I(2명, 1.5%)보다 비유 II를 사용한 집단(13명, 10%)에서 좀더 많이 나타났다. 비유 II 사용 집단의 학생들은 목표 개념과 전혀 상관없는 꽹과리나 마당의 크기와 모양을 분자의 크기와 모양으로 대응시켰다. 이러한 결과들은 비유물에 비공유 속성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해석되므로, 비유물의 비공유 속성이 적거나 부각되어 나타나지 않는 비유물을 선택하여 수업에 사용해야 할 것이다.
Table 3.Representative misconceptions and mapping errors in learning with analogies I and II
오개념과 대응 오류
개념 이해도 검사에서 나타난 특정 오개념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대응 오류와 관련되는지를 조사하였다. 비유 I과 II를 사용할 때 학생들이 보인 오개념들 중에서 하위 목표 개념별로 가장 많이 나타난 대표적인 오개념과 이와 관련된 대응 오류를 Table 3에 제시하였다.
공유 속성에 대한 오개념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나타난 대응 오류는 ‘인위적 대응’이었다. 예를 들어, 분자의 배열에 대해 학생들이 보인 대표적인 오개념은 고체 분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다는 언급 없이 분자들이 단순히 붙어있거나 뭉쳐있다는 것이었는데, 이러한 오개념을 보인 학생들(비유 I: 13명, 비유 II: 19명) 중 비유 I 사용 집단에서는 23.1%(3명)의 학생들이, 비유 II 사용 집단에서는 52.6%(10명)의 학생들이 비유물의 관중(비유 I)과 합창하는 사람들(비유 II)처럼 고체 분자들도 붙어있거나 뭉쳐있다는 ‘인위적 대응’의 오류를 보였다. 또한, 분자의 운동성에 대한 학생들의 대표적인 오개념은 고체 분자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비유 I: 45명, 비유 II: 26명), 이러한 오개념을 보인 학생들 중 비유 I 사용 집단에서는 28.9%(13명)의 학생들이, 비유 II 사용 집단에서는 61.5%(16명)의 학생들이 관중(비유 I)과 합창하는 사람들(비유 II)이 움직이지 않듯이 고체 분자들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인위적 대응’을 하였다. 즉, 고체 상태를 나타내기 위해 움직임이 없이 정렬만 되어 있는 비유물을 사용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이 비유물을 통해 고체 상태를 입자 수준에서 정확히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비유를 사용한 화학 개념 학습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비유물을 인위적으로 해석하지 않도록 비유물과 목표물 간의 대응 관계를 올바르게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비공유 속성에 대한 오개념은 ‘과잉 대응’의 오류와 가장 많은 관련이 있었다. 예를 들어, 분자의 크기와 모양에 대해 가장 많이 나타난 오개념은 분자의 크기가 고체, 액체, 기체의 순이거나 기체의 분자 모양이 가장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었는데(비유 I: 39명, 비유 II: 19명),이 오개념을 보인 학생들 중에서 비유 I 사용 집단의 경우 18.0%(7명)의 학생들이, 비유 II 사용 집단의 경우 15.8%(3명)의 학생들이 관중, 치어리더들, 선수들(비유 I)과 합창, 농악을 하는 사람들(비유 II)이 서로 다르듯이 물질의 상태가 변할 때 분자의 크기나 모양도 달라진다는 ‘과잉 대응’의 오류를 범하였다. 또한, 비공유 속성인 분자의 수에 대해서는 상태가 변할 때 분자의 수도 변한다는 오개념이 많았는데(비유 I: 25명, 비유 II: 25명), 비유 I과 II 사용 집단 모두 이 오개념을 나타낸 학생들 중에서 28.0%(7명)의 학생들이 관중, 치어리더들, 선수들(비유 I)과 합창, 농악을 하는 사람들(비유 II)의 수가 다르듯이 물질의 상태 변화 시 분자의 수도 달라진다는 ‘과잉 대응’을 보였다. 이는 비유를 사용한 수업에 비유물과 목표물의 차이점을 알게 하는 설명이나 활동이 필요함19을 시사한다.
결론 및 제언
이 연구에서는 현행 교과서에 제시된 축구경기장 비유나 합창/농악 비유를 사용하여 물질의 상태와 입자성에 대한 개념 학습을 진행한 후, 학생들의 개념 이해도와 비유물과 목표물의 대응 관계에 대한 이해도 및 대응 오류 유형의 관계를 조사하였다.
연구 결과, 두 비유에서 모두 공유 속성에 대한 학생들의 개념 이해 및 대응 관계에 대한 이해 수준은 높은 편이었으나, 비공유 속성에 대한 개념 이해 및 대응 관계에 대한 이해 수준은 낮은 편이었다. 이는 학생들이 비유물과 목표물의 차이점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학생들이 대응 관계 및 개념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교사가 비공유 속성과 관련된 비유물의 제한점에 대해서도 명시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학생들이 보인 대응 오류는 ‘과잉 대응’, ‘부적절한 대응’, ‘대응 불이행’, ‘무분별한 대응’, ‘인위적 대응’의 유형이었다. 두 비유로 학습한 학생들 모두 공유 속성인 고체 분자의 배열과 움직임에 대한 ‘인위적 대응’의 오류를 가장 많이 보였다. ‘대응 불이행’과 ‘무분별한 대응’의 오류 유형의 빈도는 두 비유 사이에 차이가 있었는데, 이는 비유를 사용할 때 적절한 비유물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비유물만 지닌 비공유 속성이 비교적 적은 비유를 사용한다면 ‘무분별한 대응’의 오류를 감소시킬 수 있고, 한 장면에 물질의 세 가지 상태가 모두 표현된 비유보다는 세 가지 상태가 각기 따로 제시된 비유를 사용하는 것이 ‘대응 불이행’의 오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물질의 세 가지 상태를 각기 따로 표현한 비유물들의 속성이 일관되지 않을 경우에는 각각을 구분하여 제시하는 방법이 오히려 학생들의 대응 관계에 대한 이해에 방해가 될 수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한편, 비유 사용 학습을 통한 개념 이해도와 비유물과 목표물의 대응 관계에 대한 이해도는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공유 속성인 분자의 배열과 운동성에 대해 가장 많이 나타난 오개념을 보인 학생들은 주로 이와 관련된 속성들을 대응시키는 과정에서 ‘인위적 대응’의 오류를 범하였다. 비공유 속성인 분자의 크기와 모양, 분자수에 대한 대표적인 오개념을 보인 학생들은 ‘과잉 대응’의 오류를 가장 많이 보였다. 비유를 사용한 학습을 통해 유발된 학생들의 모든 오개념을 대응 오류의 유형과 관련짓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결과는 대응 과정에서의 오류가 오개념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비유를 사용한 학습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비유물과 목표물을 올바르게 대응시킬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의 결과로 나타난 대응 오류를 학생들이 스스로 분석하고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교수 전략이 그 한 가지 방안이될 수 있을 것이다.
비유를 사용한 학습에서 학생들이 실제로 거치는 대응 과정 및 그 과정에서의 오류와 개념 이해도와의 관계를 조사한 이 연구의 결과는 비유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이 연구에서 제시한 대응 오류 유형의 분류틀을 통해 학생들의 대응 오류를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으므로, 교사가 학생들의 대응 오류에 적절한 처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특정 비유의 제한점 및 비유를 사용할 때 나타나는 학생들의 대응 오류 유형과 이로 인해 유발될 수 있는 오개념을 교사용 지도서에 제시하거나 예비 과학 교사의 교육 과정에 활용함으로써, 학생들의 대응 오류 및 오개념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논문은 2005년도 정부재원(교육인적자원부 학술연구조성사업비)으로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KRF-2005-041-B00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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