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증발과 끓음은 일상생활에서 손쉽게 경험하는 현상중의 하나이다. 교육 과정에서도 초등학교에서부터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증발과 끓음에 대한 학생들이 개념은 과학자의 개념과 다르며, 일상생활이나 교육을 통해 잘못 형성된 어떤 개념은 그 후의 교육에 의해서도 크게 변하지 않으므로 올바른 개념 형성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증발과 끓음에 관련된 학생의 개념을 미리 파악하고 이해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지적한 연구들1-12 은 국내 · 외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주제의 특성상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거나 과학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그리 많지 않다. 또한 아직까지 학생들과 교사들의 인식을 비교하여 이들 간의 관련성을 알아보는 연구는 거의 없는 편이다. 학생들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의 결과들은 서로 간의 관련성을 비교하여 교수와 학습간의 관련성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으므로, 이 연구에서는 고등학교 화학 II 교과서를 배우는 학생들과 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한 현직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여 이들의 증발과 끓음에 대한 개념을 조사하고자 한다. 또한 이들의 개념과 이들이 배우는 교과서와의 상관을 파악하기 위하여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이에 대해 다루는 내용을 분석하였다. 이는 대부분의 과학 교사들이 수업 시간에 교과서에 의존하며, 학생들도 과학 지식의 대부분을 교과서에 의존하여 학습한다고 밝힌 선행연구13에 근거하여 이루어졌다. 특히 교과서에서 증발과 끓음을 설명하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제시 상황에 따라 학생들과 교사들의 인식에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가열 상황과 비가열 상황을 제시하고 인식에 대한 차이를 비교하였다. 연구문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비가열 상황에서 고등학교 학생들과 화학 전공 교사들은 증발 현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둘째, 가열 상황에서 고등학교 학생들과 화학 전공 교사들은 증발 현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셋째, 고등학교 학생들의 증발 현상에 대한 인식은 상황에 따라 일관성을 가지는가?
넷째, 비가열 상황에서 고등학교 학생들과 화학 전공 교사들은 끓음 현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다섯째, 가열 상황에서 고등학교 학생들과 화학 전공 교사들은 끓음 현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여섯째, 고등학교 학생들의 끓음에 대한 인식은 상황에 따라 일관성을 가지는가?
선행연구고찰
증발과 끓음 개념에 대한 연구는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연령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따라서 연구 방법에 대한 고찰도 많이 이루어졌다. Bar와 Galili10는 8세 이하의 아이들에게는 임상적 면담 방법이 유용하지만, 이 방법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많은 학생들에게 실시할 때는 유용하지 못하다고 하였다. 따라서 더 나이가 많은 아이들에게는 지필 검사가 시간적제약이 적고 많은 아이들을 조사할 수 있으므로 유용한 방법이라고 제시하였다. 국내외 많은 연구가 초등학생이나 유치원생을 대상으로는 면담 방식을 많이 사용3-4,10-12,14-20하고, 더 나이가 많은 학생들에게는 설문 조사 방식을 사용하였다.1,21-25
국외의 연구는 주로 여러 연령에 걸친 개념 유형을 알아보는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다. Osborne과 Cosgrove1는 뉴질랜드의 8살에서 17살까지의 학생들의 물의 상태 변화에 대한 개념 발달을 연구하기 위해 물의 끓음, 증발, 응결, 얼음의 녹음에 대한 심층 면담과 이를 바탕으로 12세에서 17세까지의 학생들에게 선다형 설문지 조사를 실시하였다. 증발에 대한학생의 개념 조사에서 ‘접시 속으로 들어갔다’, ‘그냥 사라졌다’, ‘공기 중으로 가서 비가 되어 다시 온다’, ‘기체로 변했다’, 등과 같은 개념 유형을 가지고 있었다. 끓는 물을 관찰했을 때 기포 형성에 관심을 가지고 언급하였으나 기포가 무엇으로 되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열, 공기, 수소와 산소, 증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Bar와 Travis11도 이와 유사한 결과를 제시하였다.
Stavy20는 임상적 면담(clinical interview)를 사용하여 이스라엘의 4학년부터 9학년까지의 학생을 6개 그룹으로 나누어 기체에 대한 개념을 조사하였다. 학생들은 학습 전에는 기체에 관한 일반적인 생각을 발달시키지 못하고 7학년에서 입자 이론과 물질의 상태에 관한 학습 이후에 기체의 실제적인 성질에 대한 지식을 처음으로 얻으며, 9학년에서 기체를 설명하기 위해 입자이론을 적용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학생들의 생각은 상황 의존적이며, 입자 이론의 적용이 빈약하여 어떤 상황에서는 적용시키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Bar와 Galili10도 이와 유사한 결과를 얻었다. Stavy19는 4학년에서 9학년까지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나이에 따라 6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각 그룹에 20명씩 면담 방법을 통하여 증발 과정에서 증발의 본질, 증발 과정에서의 무게에 대한 보존 능력을 검사하였다. 그 결과, 어린 학생들은 주로 물질이 눈에서 사라지면 무게나 특성이 사라진다고 생각하였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물질은 보이지 않아도 무게가 변하지 않고, 물질은 그대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가역성에 대한 응답 비율도 무게 보존처럼 학년이 높을수록 증가하였다. Hwang과 Hwang26은 대만의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1200명을 대상으로 시범 실험을 통한 그룹 검사와 임상적 면담 방식으로 끓음과 증발에 대한 인지적 모델을 조사하였다. 그 과정에서 모든 단계의 학생들이 끓음과 증발에 대해 여러 가지 오개념을 있음을 밝혔다. 그 중에는 증발이 물이나 수용액에서만 일어난다는 생각이나, 끓는 액체의 온도도 가열하면 계속 올라간다는 생각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이 연구를 통해 학생들의 인지발달과 끓음이나 증발의 개념 학습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음을 밝혔다. Russell과 Watt12는 SPACE(Science Process And Concept Exploration) 프로젝트를 통해 5 세부터 11세까지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증발과 응결에 대한 개념을 질문지와 면담 방식으로 알아보았다. 그 결과, 학생들 중에서 증발의 의미를 올바로 이해하고 사용하는 경우는 적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은 증발이라는 어휘를 사용하지만 그 의미를 ‘수조의 물이 없어졌다’거나 ‘물이 말랐다’는 것과 동일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다. 이들은 이러한 표현 안에는 물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개념이 포함된다고 보았다. 또한 수조의 물이나 옷 말리기, 종이 타월에 손모양 찍기 등 제시한 상황이 달라지면 똑같은 증발 현상을 표현하는데 사용하는 어휘가 달라지는 경향이 있음을 밝혔다. Bar와 Travis11는 액체에서 기체로의 상변화와 관련된 개념을 알아보기 위해 이스라엘의 6세부터 14세까지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증발, 끓음, 응결, 공기 중의 수증기의 존재에 대한 연구를 하였다. 연구 결과, 증발 개념과 기포 안의 수증기에 대한 개념 이해는 공기의 존재를 이해하는 능력과 관계가 있으며, 교육적 효과보다는 특정 연령에 도달해야 이러한 사고의 획득이 가능함을 밝혔다. Bar와 Galili10 역시 5세부터 15세까지 아이들의 증발에 대한 개념을 알아본 결과, 특정 나이에 도달해야 증발에 관련된 과학적 개념이 형성되는 것을 관찰하였다. 예를 들어 눈에 보이지 않는 수증기나 공기의 일부분으로 물이 변한다는 관점은 9.5세 이상에서만 나타났다. 그리고 7세 이전의 학생들은 보존 논리가 없기 때문에 물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았다.
Johnson17은 33명의 중학생을 대상으로 7학년부터 9학년이 될 때까지 3년간에 걸친 종단 연구를 통해 끓는 물속의 기포에 대한학생들의 시각 변화를 심층적 면담 방식으로 연구하였다. 그는 끓는 물이 기체로 바뀐다는 것을 아이들이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한 Bar와 Travis11의 연구 결과에 의심을 가지고 끓음을 증발과 구별하여 조사하였다. 그 결과 그는 기포에 대한 학생들의 응답의 변화가 입자적 생각의 사용여부와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즉, 입자적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기포를 기체로서의 물로 이해하는 과학적 개념을 더 많이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Johnson18은 또한 증발과 응결도 같은 방법으로 조사하여, 증발과 응결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 또한 입자적 생각의 발달과 관계가 있다고 하였다.
Chang25은 교육대학생 364명을 과학적 배경에 따라 4그룹으로 구분하여 개방형 지필 검사를 실시하여 증발과 끓음에 대한 개념을 조사한 후, 몇 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개념을 면담하였다. 그 결과, 열린 계에서의 증발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60%이상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끓음에서 기포안에 무엇이 있느냐는 질문에 공기(뜨거운 공기)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과학을 전공한 학생들도 수증기라는 응답이 적었고, 비전공 학생들은 응답 비율이 훨씬 낮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공기 중의 수증기의 존재에 대해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Tytler16는 아이들이 증발과 응결에 대한 사고에서 주요한 차이를 나타내는 차원을 탐색하여, 개념적/ 존재론적 차원에서 추상적인 것에 대한 이해의 차이를 분석하였다.
국내 연구는 초등학생을 대상4-6,15,27-29으로 학습 전후의 개념 유형을 알아보는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 전정수21가 중학교 1, 2, 3 학년 학생들의 증발과 끓음에 대한 개념을 설문지로 조사하였다. 유 · 초 · 중학생을 대상으로 넓은 연령에 걸친 연구3,14도 이루어졌다. 임명혁3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2, 4, 6 학년, 그리고 중학교 2학년 학생 5명씩을 면담하여 물의 상태와 상태변화에 관련된 학생들의 사고 유형을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끓음, 응결, 기화, 응고, 융해 등의 개념을 유치원생은 지각적 수준으로 이해하며, 학년이 높아질수록 물질의 상태 변화로 이해하는 유형이 많아짐을 밝혔다. 그러나 중학교 2학년까지도 분자 운동 개념으로 상태 변화현상을 올바르게 설명하는 학생은 적었다고 보고하였다. 분자 운동 개념은 상태변화를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적 관점으로 설명하는 방식이며, 현 7차 교육과정에서는 중학교 1학년 ‘과학’ 교과서에 도입되어 있다. 조부경 등14은 연구 결과를 통해 학생들이 과학적 개념을 형성하기 전 단계에서의 일부 제한된 경험이 잘못된 결론을 이끄는 경우가 있으며, 학생들이 비록 과학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그 개념에 대한 이해가 형성되지 못한 경우가 있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교사들은 학생이 사용하는 용어의 의미가 교사나 교재에서 사용하는 의미와 다를 수 있으므로 이 점을 고려하여 용어 사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하였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24,30도 일부 이루어졌지만, 증발과 끓음에 관련된 선행연구들은 대부분 미시적 관점인 분자 운동의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아직 이러한 개념을 형성하지 못한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하였다. 그러나 이미 입자적 생각이 발달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23에서도 개념 이해에 문제가 있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여상인23은 초등학교 예비교사들의 증발과 응결에 대한 이해와 대안 개념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일부 대학생의 경우 어린 아동이 가지고 있는 대안 개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하였다. 정애경22은 증발과 끓음에 관련된 중등 교과서의 내용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설문지를 제작하여 과학 교사들에게 투입한 결과, 상위적 학습이 가능하도록 교과서에서 제시하고 있는 개념들이 서로 관련지어 구성되지 않아서 교사들이 미시적 설명에 해당하는 개념보다 거시적 현상으로 증발을 이해한다고 하였다. 또한 교과서에서 개념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용어를 명확히 정의하지 않아서 교사들이 상충된 개념을 가지는 원인이 되었고, 증발과 끓음에 대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개념이 부족하여 통합적인 맥락 에서 증발과 끓음을 파악하기 어렵도록 구성되어 있다고 지적하였다.
연구 절차 및 방법
설문문항. 가열과 비가열 상황에서 증발과 끓음에 대한 고등학생들과 화학전공 교사들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한 설문 내용은 교과서 분석과 선행 연구를 토대로 개발하였다. 개발된 검사 문항은 국립 사범대학교 화학교육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14명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화학 교사 5인에게 1차 예비 검사를 실시하여 문항을 수정 보완하였다. 그리고 수정된 문항에 대한 타당도 검사를 화학교육 전공교수 1명과 화학 전공교사 1명, 그리고 화학 교사 4인에게 의뢰하였다. 타당도 지수는 5점 만점에 4.50이였다. 수정된 문항의 신뢰도를 검사하기 위하여 같은 사범대학의 화학교육과 재학생 14명을 대상으로 검사-재검사 신뢰도를 조사하였으며, 설문문항의 평균 신뢰도 지수는 0.82였다. 설문문항은 총 4개로, 비가열 상황에서의 증발에 대한 이해를 알아본 문항, 가열 상황에서의 증발에 대한 이해를 알아본 문항, 비가열 상황에서의 끓음에 대한 이해를 알아본 문항, 가열 상황에서의 끓음에 대한 이해를 알아 본 문항이었다.
연구 대상. 고등학생의 경우에는 화학 II를 선택한 대도시에 위치한 한 학교 2개 학급과 중소도시에 위치한 2개 학교에서 각각 한 학급씩, 총 3개 학교 4개 학급의 총 122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이 학생들은 설문지 투입 당시 이미 화학 II의 증발과 끓음에 대한 내용을 학습한 상태였으며,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하여 설문에 대한 시간제한을 두지 않았다.
Table 1.The subject teachers' schools and periods of career Number
교사는 교육대학원 화학교육과에 재학 중인 현직 교사들과 방학 중 연수에 참여한 교사들 총 97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대상 교사는 모두 화학을 전공한 교사로 근무하는 학교는 서울, 경기를 포함하여 고르게 전국적으로 분포하였다. 연구 대상 교사의 소속 및 경력을 Table 1에 제시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교사의 변인별 사례수가 충분하지 않았으므로 변인에 따른 분석은 하지 않았다.
교과서 분석. 증발과 끓음에 대한 내용은 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여러 단원에서 제시되어 있다. 연구 대상인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6차 교육과정과 7차 교육과정의 교과서를 부분적으로 배운 상태이므로 6차와 7차 교육과정의 중등교과서 내용을 모두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및 논의
비가열 상황에서의 증발에 대한 인식. 문항에서 비가열 상황에서 일어나는 증발은 액체 표면에서만 입자의 출입이 표현되고, 액체 내부에서는 입자의 출입이 없는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이때 나가는 물입자의 수가 들어가는 물입자의 수보다 많게 제시하였다. 그리고 이 상황이 증발인지 끓음인지 응답하고 그 이유를 적도록 하였다. 이 상황을 증발이라는 과학적 응답으로 한 학생은 89.3%이고, 교사는 99.0%였다. 학생과 교사 모두 높은 정답률을 나타내었다. 응답한 이유에 대한 분석 결과는 Table 2에 제시하였다.
이유에 대한 설명은, 한 응답자가 두 가지 이상 응답한 경우 각각 따로 포함시켰으므로, 응답자 수의 합이 전체 응답자수를 초과할 수도 있다. 중복 응답은 학생의 경우 과학적 응답에서 7명, 교사의 경우 과학적 응답에서 2명이 있었다. 응답 비율은 각각의 응답자수에 대한 전체 응답자수의 백분율이다.
Table 2.*Scientific conception
비가열 상황에서의 증발에 대한 이유 설명은 기화 위치, 비가열 순이었다. 기화 위치는 ‘표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라는 의미의 모든 응답을 포함시켰다. 증발의 이유를 기화 위치로 설명하는 비율이 학생과 교사 모두 가장 높았다. 비가열이라는 이유에는 ‘가열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대로 두었으므로’, ‘자연스러운 상태 이므로’ 등 가열하지 않았다는 의미의 응답을 모두 포함시켰다. 비가열이므로 증발이라고 응답한 학생의 비율(33.6%)은 기화의 위치로 응답한 학생의 비율(36.1%)과 유사하였으나, 교사의 경우에는 이러한 응답 이유를 제시한 비율(11.3%)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았다.
가열 상황에서의 증발에 대한 인식. 가열 상황에서 일어나는 증발의 경우에는 물이담긴 통을 알코올램프로 가열하는 모습을 제시하고, 비가열 상황에서와 같이 액체 표면에서만 입자의 출입이 표현되고, 액체 내부에 서는 입자의 출입이 없는 모습으로 제시하였다. 이때 나가는 물입자의 수가 들어가는 물입자의 수보다 많게 제시하는 것도 동일하였다. 이 상황을 증발이라는 과학적 응답으로 한학생의 비율은 41.0%로 비가열 상황의 과학적 응답(89.3%)보다 매우 낮았다. 교사는 과학적 응답률도 72.2%로 비가열 상황의 경우(99.0%)보다 낮았다.
Table 3.*Scientific conception
가열 상황에서 증발이라고 생각하는 경우와 끓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의 이유를 알아본 결과는 Table 3에 제시하였다. 이유 설명에서 중복 응답은 학생 정답에서 3명, 오답에서 7명, 교사 오답에서 2명이었다.
가열 상황에서 학생들은 증발을 끓음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더 많았고(59%), 교사들은 증발로 이해하는 경우(72.2%)가 더 많았다. 그리고 학생들이 이를 끓음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알코올램프로 가열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끓음이라고 응답한 59.0%의 학생들 중에서 41.0%의 학생들이 그 이유로 가열을 들었기 때문이다. 교사의 경우에는 비가열 상황과 마찬가지로 기화의 위치를 보고 이 상황이 증발이라고 과학적인 응답을 한 경우가 47.4%로 가장 높았다.
증발 상황에 따른 이유 진술의 일관성 분석. 표면에서만 물입자가 이동하고 증발하는 입자의 수가 공기 중에서 들어오는 입자의 수보다 많은 상황이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액체를 알코올램프로 가열하고 있는 상황과 가열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따라 학생들의 응답이 변화 하였으므로, 상황에 따라 이들이 증발이나 끓음이라고 응답한 이유 사이에 얼마나 일관성을 가지는지 분석하여 Fig. 1에 제시하였다.
Fig. 1.Consistancy of students’ reasons in evaporation situations.
Fig.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비가열 상황에서 증발을 액체의 표면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응답한 학생들은 보편적으로 가열 상황에서도 증발이 표면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일관성 있게 응답하였다. 그리고 비가열 상황에서 가열이 되지 않았으므로 증발이라고 응답한 학생들은 보편적으로 가열이 이루어진 상황은 끓음 이라고 응답하였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학생들의 응답이유는 매우 일관성이 높음을 알 수 있다. 교사의 경우에는 상황에 따른 변화가 그리 크지 않았으므로 상황에 따른 일관성 분석이 의미가 없어서 분석 결과를 제시하지 않았다.
비가열 상황에서의 끓음에 대한 인식. 문항에서 비가열 상황에서 일어나는 끓음은 액체 내부에서 기포가 발생하고, 표면 뿐 아니라 액체 내부로부터도 물입자가 튀어나가는 모습이 표현되었다. 그리고 이 상황이 증발인지 끓음인지 응답하고 그 이유를 적도록 하였다. 이들의 응답 이유를 분석한 결과는 Table 4에 제시하였다. 중복 응답은 학생의 경우 과학적 응답에서 2명이었고, 오답에서 1명이었다. 교사의 경우에는 과학적 응답에서 3명이 있었다.
Table 4.*Scientific conception
비가열 상황에서 끓음에 대한 학생의 과학적 응답률은 41.8%이고, 교사의 과학적 응답률은 83.5%였다. 교사는 과학적 응답률이 오답률 보다 훨씬 높았으나, 학생의 경우에는 오답률이 과학적 응답률보다 높았다. 알코올램프가 제시되지 않은 비가열 상황에서의 증발과 응답률을 비교해 보면, 증발에서는 학생과 교사 모두 과학적 응답률이 높았으나 끓음에서는 학생과 교사 경우가 다르게 나타났다.
학생의 경우에는 증발이라고 오답을 한 경우에 그 이유로 비가열을 드는 경우가 가장 높았다. 그리고 끓음 이라는 과학적 응답을 한 경우에는 기화가 표면과 내부에서 모두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가장 많았다. 교사는 끓음이라고 정답을 한 경우에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그 이유를 기화의 위치로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끓음의 여부를 기포 발생 유무로 확인하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끓음을 기포 발생으로 응답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는 기포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가 매우 낮다는 선행연구1,17,24의 결과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Table 5.*Scientific conception
가열 상황에서의 끓음에 대한 인식. 문항에서 가열 상황을 제시하고 끓음은 비가열 상황과 마찬가지로 액체 내부에서 기포가 발생하며 표면 뿐 아니라 액체 내부로부터도 물입자가 튀어나가는 모습을 표현하였다. 그리고 이 상황이 증발인지 끓음인지 응답하고 그 이유를 적도록 하였다. 이 문제에 대한 학생들과 교사들의 과학적 응답률은 모두 90%이상으로 매우 높았다.
가열 상황에서의 끓음에 대한 응답 이유를 분석한 결과는 Table 5에 제시하였다. 중복 응답은 학생의 경우 과학적 응답에서 18명, 교사의 경우에는 과학적 응답에서 4명 있었다.
학생의 경우, 끓음이라고 과학적인 응답을 한 이유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은 가열하였기 때문이라는 응답이었다. 그 다음으로 많은 것이 기화의 위치였다. 기포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라는 응답은 세 번째로 높았다. 끓음이라고 응답은 하였으나 그 이유를 적지 않은 학생의 비율도 20.5%나 되었다.
교사의 경우, 끓음이라고 과학적인 응답을 한 이유 중 가장 많은 것은 학생들과 달리 기화의 위치였다. 이 응답률은 43.3%였다. 교사의 경우에도 이유를 응답하지 않은 비율이 30.9%로 매우 높았다.
끓음 상황에 따른 이유 진술의 일관성 분석. 기포가 발생하고 액체 내부로부터 물입자가 튀어나오는 상황이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액체를 알코올램프로 가열하고 있는 상황과 가열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따라 응답이 변화하였으므로, 상황에 따라 학생들이 증발이나 끓음이라고 응답한 이유 사이에 얼마나 일관성을 가지는지 분석하여 Fig. 2에 제시하였다.
모든 응답 유형별로 분석하는 것이 매우 복잡하므로, 비가열 상황에서 증발과 끓음으로 응답한 응답자 중에 기화 위치, 가열여부, 기포 발생 여부로 답한 응답자의 일관성만 알아보았다. 비가열 상황에서 끓음이라고 생각한 이유로 기화 위치를 생각한 학생 31명은 상황이 바뀌어 가열 상황이 되어도 대부분(28명) 끓음이라는 과학적 응답을 하였다. 끓음의 이유를 기포 발생으로 응답한 학생 9명은 모두 가열 상황이 되어도 역시 같은 유형의 응답을 하였다.
그러나 비가열 상황에서 끓음을 증발로 응답한 학생 중 25명은 그 이유로 가열여부를 응답하였다. 이 학생들 중 대다수인 24명은 가열 상황에서 끓음으로 응답하였다. 즉 이들 역시 가열여부로 일관되게 설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사들은 상황에 따른 변화가 거의 관찰되지 않았으므로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증발에 대한 교과서 내용 분석. 중학교 교과서에서 증발과 관련된 내용은 6차 교육과정에서는 2학년 ‘대기와 물의 순환’ 단원에서, 7차 교육과정에서는 1학년 ‘상대변화와 에너지’ 단원과 ‘분자의 운동’ 단원에서, 그리고 중학교 3학년 ‘물의 순환과 날씨 변화’ 단원에 제시되어 있다. 고등학교는 6차 교육과정과 7차 교육과정 모두 화학 II 교과서의 ‘물질의 상태와용액’ 단원에 제시되어 있다. 교과서의 증발에 대한 설명 유형을 분석 하여 Table 6에 제시하였다.
대부분의 교과서에서 가열 상황보다는 기화의 위치 중심으로 증발을 설명하고 있었다. 중학교에서는 가열 상황과 증발을 관련시킨 교과서가 총 22권 중에서 8권(36.4%)이었으며, 기화의 위치와 증발을 관련시킨 교과서는 12권(54.5%)이었다.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분석한 11권의 교과서 모두에서 기화의 위치와 증발을 관련시켰다. 그러나 증발과 가열 상황을 관련시킨 교과서는 4권(25.0%)뿐이었다. 이러한 교과서의 설명 유형은 학생들이 증발을 비가열 상황에서만 고려하는 경향과 관련이 깊다고 볼 수 있다.
Fig. 2.Consistancy of students’ reasons in boiling situations.
Table 6.Explanations of textbooks about evaporation
Table 7.Explanations of textbooks about evaporation
끓음에 대한 교과서 내용 분석. 끓음과 관련된 내용은 중학교의 경우 6차 교육과정에서는 1학년 ‘물질의 특성’ 단원에서, 7차 교육과정에서는 1학년 ‘상태변화와 에너지’ 단원과 2학년 ‘물질의 특성’ 단원에 나와 있다. 고등학교의 경우 6차와 7차 교육과정에서 모두 ‘물질의 상태와용액’ 단원에 나와 있다. 교과서의 끓음에 대한 설명 유형을 분석하여 Table 7에 제시하였다.
끓음의 설명은 대다수의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가열 상황과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기화의 위치와 관련된 설명이나 기포의 발생과 관련된 설명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이러한 교과서의 서술 유형으로 인해 학생들이 가열 상황과 끓음을 연결시켜, 가열상황에서는 증발을 끓음으로, 혹은 비가열 상황에서는 끓음을 증발로 잘못 생각하는 문제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결론 및 제언
이 연구의 결과 교사들의 경우에는 큰 혼란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학생들의 경우에는 가열여부에 따라 증발과 끓음을 구분하는 경향이 커서 비가열 상황에서는 끓음을 증발로, 가열 상황에서는 증발을 끓음으로 잘못 생각하는 비율이 높았다. 이러한 경향은 교과서의 설명 유형과도 긴밀한 관련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교사들은 학생들이 교과서 등을 통해 이러한 오개념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고려하여 학생들의 증발과 끓음에 대한 보다 과학적인 개념의 정착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교과서 저자들도 가능한 한 비가열 상황에서도 끓음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 예를 들면 기압이 낮아지면 온도가 낮아도 끓음이 일어나는 현상과 같은 예를 제시함으로써 학생들이 교과서 통해 그러한 오개념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상태 변화시키는 조건은 온도와 압력이다. 그 중에서 끓음이 일어나게 하는 방법으로 가장 쉽고 널리 이용되는 방법이 가열하여 온도 높이는 것이므로 그 조건만을 강조하다 보면, 끓음과 압력과의 관계는 거의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일부 설명이 제시되는 경우에도 끓음을 온도의 요인으로 설명한 후, 압력도 영향을 준 다는 식의 첨가적 설명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끓음을 가열과 관련시켜 생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에는 일부 교과서에만 제시되어 있는 압력과 끓음과의 관계에 대한 설명을 보편적으로 여러 교과서에서 제시하여 학생들이 증발과 끓음에 대한 올바른 개념 형성이 가능할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끓음 현상에서 기포의 형성에 대한 관점을 통해 증발과 끓음의 차이를 구분하는 유형의 설명도 필요 하다고 본다. 선행연구들에서도 끓음에서 기포에 대한 학생들의 오개념이 많이 연구되었으므로, 특히 학생들 이 기포 속에 화학변화가 일어나 형성된 산소와 수소 등의 물질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거나, 물속에 용해된 공기가 석출되는 것이라고 생각함으로써 물질의 상태 변화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할 가능성을 고려하여 교사들은 기포의 발생과 상태변화를 관련지어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즉, 액체가 일정한 온도 압력에 다다르면 상태변화하여 기체 상태로 된 모습 이 기포임을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 따라서 특정 온도와 압력 하에서 액체에 기포가 관찰된다면 이는 그 물질이 끓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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